미국의 풋볼선수이자 활동가인 콜린 캐퍼닉이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2018년 4월 2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진행되었는데, 마침 이 날은 국제앰네스티 네덜란드지부가 출범한 지 50년째를 맞는 날이기도 했다.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앰네스티 양심대사상은 콜린 캐퍼닉이 보여준 것과 같은 액티비즘 정신과 뛰어난 용기를 기리는 상이다. 세계적인 풋볼선수인 캐퍼닉은 인종차별을 더 이상 용인하거나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이제는 그의 활동으로 또 한번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며 “양심대사상의 역대 수상자들과 마찬가지로, 콜린 캐퍼닉은 자신의 선수 생활과 신변에 위험이 닥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길을 선택했다. 캐퍼닉과 같은 유명인이 인권을 지지하고 나서면, 불의와 맞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 권력자들은 캐퍼닉의 행동에 충격적일 정도로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고, 그렇기에 캐퍼닉이 보여준 헌신은 더욱 대단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과 그들의 과도한 무기 사용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 상은 그들과 함께 받는 상입니다.”
–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 / ⓒ AP
Take a Knee 운동
2016년 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NFL)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콜린 캐퍼닉은 국민의례 도중 무릎을 꿇고 앉았다. 미국 정부에 모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켜 달라는 뜻을 정중하게 전달한 것이었는데, 경찰에게 목숨을 잃는 흑인 피해자의 수가 과도하게 많은 것에 항의하는 대담한 행동이었다. 이로 인해 비폭력시위의 오랜 전통을 따라 새로운 역사를 만든 운동이 시작됐다.
국민의례에 무릎을 꿇는 저항운동 “take-a-knee”에 대한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시위할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콜린 캐퍼닉은 자신이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던 부당한 현실을 알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가 설립한 콜린 캐퍼닉 자선재단은 교육과 사회활동을 통해 전세계의 억압에 맞서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나의 권리 알기(Know Your Rights)” 캠프는 청소년에게 임파워링 교육을 제공한다.
콜린 캐퍼닉은 “국제앰네스티의 양심대사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 이 상은 전세계 곳곳에서 경찰의 인권침해와 억압적이고 과도한 무력 사용에 맞서 싸우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받은 것이다. 말콤X는 ‘이 세상의 비참한 환경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당신이 누구든, 피부색이 어떻든 나는 당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나는 경찰의 폭력에 맞서 싸우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모든 사람은 자유와 해방, 정의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무릎을 꿇은 것은 이런 사람들이 온갖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에 항의하는 신체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나의 도덕적 신념과 인류애에서 비롯된 행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콜린 캐퍼닉의 팀 동료이기도 했던 풋볼선수 에릭 레이드(Eric Reid)는 캐퍼닉에게 양심대사상을 시상하며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양심대사상은 자신의 삶을 통해 인권 증진 및 향상에 기여하며 타인의 모범이 된 사람에게 주는 국제앰네스티의 최고 영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불의에 맞서며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등 인권 향상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을 통해 국제앰네스티는 활동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연과 인권 문제를 널리 알리고 대중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한다. 역대 수상자들은 불의에 맞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자신의 재능으로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인권 향상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양심대사상은 작고한 아일랜드의 시인 셰이머스 히니가 국제앰네스티에 헌정한 시 <양심의 공화국에서(From the Republic of Conscience)>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지금까지 저명한 뮤지션 및 아티스트인 피터 가브리엘, 해리 벨러폰테, 조안 바에즈, 앨리샤 키스, 아이웨이웨이를 비롯해 말라라 유사프자이, 넬슨 만델라와 같은 고무적인 인물들이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