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역행하는 정신장애인의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배제
김도희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정신장애인1)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다
지난 해 9월, 국회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법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질환자를 원칙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취득의 결격대상자로 규정하였다. 즉, 정신질환자 중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람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시험에 응시해도 된다는 내용의 진단을 받지 못하면 응시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개정법은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공표조치, 사회복지사의 자격취소자에 대한 일정기간 자격재교부 금지 등 일부 긍정적인 개정취지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뒤이어 「약사법」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개정법은 약사회가 정신질환자 등 결격사유가 있는 약사(한약사)에 대해 면허취소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한수위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헌법상 보장된 직업의 자유가 단지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 제한되는 현실도 문제지만, 그 배경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팽배해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직업의 자유 침해, 법으로 공공해지다
결격조항이란 각종 자격이나 면허제도에 있어서 업무가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자격이나 면허가 부여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거나 특정 업무에 종사, 특정 서비스의 이용 등을 금지하는 법령상의 규정을 말한다. 이 중 절대적 결격조항은 특정한 사유로 자격이나 면허 등의 부여를 일률적으로 예외없이 금지한다. 이에 비해 상대적 결격조항은 특정한 사유가 있더라도 곧바로 자격이나 면허의 부여를 금지하지 않고, 그의 개별적 사정에 따라 금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법률에 따라 절대적 결격조항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있고(모자보건법, 영유아보육법 등), 상대적 결격조항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있다(사회복지사업법 및 다수의 법률).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는 필연적으로 직업선택 또는 유지의 자유, 영업의 자유 등을 제한하기 때문에 법령에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설령 제한한다 하더라도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배해서도 안 된다.
복지부의 방임으로 조각나버린 희망
보건복지부는 개정「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질환자의 정의를 축소하면서,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이른바 중증정신질환자(‘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로 축소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왔다. 즉, 가벼운 우울증 치료만 받아도 법적 정신질환자가 되어 영양사, 조리사, 위생사,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 등 면허 및 자격 취득이 원천 차단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현재 총 25개 법률에서 자격 취득을 금지하고 있으며, 당초 25개 법률을 일괄적으로 개정할 예정이었으나 상임위 논의과정 중 각 자격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의가 비단 복지부 내부에서만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결격조항과 법적차별의 문제는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법제처,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의료계, 학계에서 끊임없이 제기해 온바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법」이 통과되고 시행되기까지 1년이 시간이 있었고, 시행된 지도 곧 2년이 되어가지만 단 하나의 법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자격을 제한하는 법이 늘어나고, 자격정지에서 면허취소로 정도가 강화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사회복지사업법」과 「약사법」은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법이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고, 실제로 복지현장에서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 결격조항 한 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던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왜 부당한가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결격조항의 사유가 다른 결격사유와 다른 점은, 그것이 범죄도 아니며, 법원의 선고도 없이 정신질환 판정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결격사유는 법원의 선고(후견심판, 파산, 형사판결)나 연령(미성년) 등은 대상자가 명확하고 어느 정도 수긍도 가능하지만 정신질환자는 그 대상자를 확정하기 어렵고 정신과 전문의의 판정이 있더라도 주관적일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회복가능성도 있어 고정된 법적 지위로서 작동하기가 어렵다. 해석컨대, 정신장애인의 자격제한은 ‘잠재적 위험’을 우려한 것이고, 업무수행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무능력’을 전제한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 정신장애인의 자격제한 규정은 정신질환의 잠재적 위험과 무능력의 추정이 입법적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그 위험은 현실화된 것이 아니며, 시험이나 면접 등으로 능력을 가를 수 있는 대체수단이 있음에도 업무수행능력의 결여를 추정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정신장애인을 자격이나 면허취득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행정청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를 알 수 없고, 결국 본인 스스로 정신과 진료 사실 여부를 고지해야 한다(진단서 등의 제출). 그러나 이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알리도록 강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연결된다. 과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거나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사유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게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 정신질환에의 조기개입과 치료기회를 차단하여 만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또한 이러한 차별로 인한 불이익은 결국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 영위를 곤란하게 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통합 및 자립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목적의 정당성조차 불분명한 법률의 절대적 결격조항은 원칙적으로 삭제하고 필요한 경우 상대적 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어떤 사람의 단일한 속성으로 꼬리표붙여 이를 근거로 자격이나 면허의 취득과 보유를 금지하는 규율 방식을 폐지하고, 질병, 장애 등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사후적인 제한사유로 하여야 한다. 즉, 업무를 수행할 때 타인의 안전에 구체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사회복지사의 경우 자격취득 자체는 제한없이 가능하도록 하고, 다만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 이용자들을 접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현장일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사후적 또는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는 있다고 생각된다.
설령 업무의 성격상 제한이 필요하더라도 현행과 같이 「정신건강복지법」제3조의 정의를 그대로 차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체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을 동등한 자격제한 사유로 다루어야 하고, 업무수행능력에 따라 단순한 개념이나 지위가 아닌 개인별 상태로 규정하여 직업의 자유 침해와 사회적 낙인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 때 직무수행이 지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필기시험, 면접, 실습, 신체검사 등 필요한 과정을 거쳤다면 원칙적으로 업무수행능력이 있다고 추정되어야 한다. 또한 관계기관에서 직무수행의 어려움을 확인한 경우라면 일정한 소명절차나 청문절차를 거쳐 판정하고, 추후에라도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 ‘정신장애인’이란, 「장애인복지법」제2조를 종합하면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인하여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한편 ‘정신질환자’란,「정신건강복지법」제3조에 따르면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대체적으로 유사하게 정의되고 있는바, 이 글에서는 맥락에 따라 혼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