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게재된 2016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이미지를 남성 작가인 김보통 작가가 그렸다는 사실에 대해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트위터상의 비판에 대해서 담당자로서의 뒷사정과 변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2016년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먼저 염두에 두고 두 명 정도 접촉했으나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조건이 맞는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기 힘들어, 기존에 함께 했던 작업을 통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던 김보통 작가에게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지는 남성인 김보통 작가가 그렸으나 보이지 않는 기획 뒤에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We all can do it 이라는 원본 이미지를 고르고 차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여성입니다.
혹자는 “we all can do it”이 소위 ‘남녀 편가르지 말자’는 ‘이퀄리즘’과 무엇이 다른가라 하는데 이 문구는 유명한 페미니즘 이미지의 문구이며 we는 여성들을 뜻하는 것이지 ‘우리 모두’가 아닐 것입니다.

 

여성-페미니즘 이슈 또한 다른 모든 인권 문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젠더의 구분 없이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야 합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문제이고, 당사자만 목소리를 내는 운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성소수자 연대를 성소수자만 해야 하거나 난민 문제를 난민만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여성혐오는 생물학적 남성만의 것이 아닙니다.

물론 여성에게 불평등한 현실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점과 여성의 날 그림을 남성이 그리는 것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이미 이번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 올해 2018년 여성의 날 의뢰는 여성 작가에게 해둔 상황입니다. 또한 지난 2017년 여성의 날에는 여성 아티스트에게 의뢰해 작업을 한 바 있습니다.

꾸까kukka X 앰네스티 여성의 날 에디션 배지꾸까kukka X 앰네스티 여성의 날 에디션 엽서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에서 일하는 구성원의 최근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많은 적이 없었습니다. 남성이 단 한 명만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 대부분의 시기 동안 여성이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의 리더였습니다. 지금도 많은 여성이 앰네스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리는 2015년 훨씬 이전에도 국제운동에서 앰네스티는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캠페인과 낙태금지법의 반인권적인 점을 지적하며 꾸준히 활동해왔습니다. 앰네스티가 ‘알탕연대’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말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이슈를 다룰 때 더 신중하고 숙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와 평등이 절실하다는 점에 공감합니다.여성 이슈, 페미니즘 이슈를 주제로 작업할 수 있는 좋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아티스트를 알고 계시다면 부디 추천해주거나 자원해주세요. 먼저 연락할 수 있는 pool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