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회적기업상 최우수기업 – 공감씨즈 인터뷰
정리: 윤은주 회원팀 간사
경실련은 재벌과 기업을 날카롭게 감시하는 활동도 하지만, 비판만하지 않습니다. 윤리적 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발굴해 격려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상을 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좋은기업상, 좋은사회적기업상을 선정하여 시상을 하는데, 올해는 특별히 회원들에게 조금 더 소개하고 싶은 사회적기업이 있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역사회공헌 및 사회서비스 제공부문 최우수기업에 선정된 공감씨즈입니다. ‘여행, 북한, 통일’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 이 기업은 대구에서 북한 이주민 지원센터로 시작해 NGO에서 게스트하우스로 확장하며 사회적기업이 되었습니다.
여행사로 영역을 확장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정적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관광산업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 계획을 갖추고 있어 현재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 인터뷰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 공감게스트하우스 본점 건물 전경
▲ 공감호스텔(공감동성로게스트하우스) 건물 전경
Q: 대구에서 북한 이주민 지원센터로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분들이 어떻게 모여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는데요, 2002년 당시 제가 몸 담았던 기관은 자원봉사운동 NGO로, 홈리스를 사회복지 차원에서 지원하는 부설 대구쪽방상담소를 복지부와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2002년 하반기에, 우연히 대구지역에 북한에서 오신 우리 동포들이 100여명이나 정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들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이들을 위한 지역의 지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체계가 지금보다 많이 미비했던 상황이라, 이들을 위한 정착지원이 시급했습니다. 이후 2003년에 ‘북한이주민지원센터’를 개소하고 공식적으로 북한이주민을 위한 지원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Q: 여러 사업 중에 숙박업을 하신 계기는?
저희는 원래 당시 회자되기 시작했던 공정여행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백두산이라든지 북중국경지역 연수도 가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대구지역 시민들과 금강산 여행도 가보는 그런 여행사를 꿈꾸었습니다. 이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터닝포인트가 되는 컨설팅을 받게 되는데요. 그 컨설팅과 내부토론을 통해서 게스트하우스를 먼저 설립하여 사업을 안정화 시킨 다음에 여행사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대구지역에도 게스트하우스처럼 건강한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많은 관광객이 불러 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대구지역 청년, 탈북 청년, 외국 청년, 전국에서 대구를 찾은 청년이 함께 ‘공감게스트하우스’란 공간에서 만나 얘기하는 것을 꿈꾸며 시작했습니다.
▲ 공감게스트하우스 1층에 위치한 ‘카페공감’
Q: 일반기업이 아닌 사회적기업을 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사실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증빙서류와 행정절차가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기간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회적기업 지원을 받기보다 독자적으로 살아 남아보자라는 의지가 왕성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니, 이 업종이 생각보다 훨씬 노동집약적이었습니다. 예약전화 응대, 해외예약사이트 관리, 객실청소, 손님응대, 지역관광 안내자로서의 역할까지. 임금을 지원해주는 사회적기업이 되는 것이, 기업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 되겠구나라고 판단했고, 결국 사회적기업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Q: 고객 입장에서 세계적인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와 비교해서 공감씨즈만의 차별성이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에어비앤비는 사실 저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지요. 에어비앤비의 기본개념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집 안에 남는 방을 공유공간으로 싸게 빌려주자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은 실제로 한국에서는 임대료를 받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숙박을 하시는 분들이 게스트하우스(외국인도시민박업) 허가를 많이 신청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저희 공감게스트하우스는 6인실, 8인실, 10인실과 같은 도미토리 공간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숙박하며 만나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어비앤비는 개인이나 소규모의 그룹이 집주인의 객실을 자기 집처럼 빌려서 프라이빗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저희 같은 게스트하우스는, 보다 다양한 곳에서 온 여행자들끼리 서로의 삶을 얘기하고 친구가 되는 공간으로 보시면 됩니다.
▲ 공감게스트하우스 객실(8인실) 내부
Q: 북에서 탈출해 남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부르는 말로 ‘탈북자, 새터민, 북한이탈자’ 등 여러 가지 표현 중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표현을 쓰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기관은 처음 만들어 질 때부터 ‘북한이주민’이라고 사용해왔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이 용어가 우리나라 법에 명시된 공식적인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단체는 북에서 온 동포들이 통일이 되면 다시 고향에 가서 살수도 있고, 또 이곳에 북한의 가족들을 초대해서 살 수도 있다는 관점을 주요하게 생각해서 북한이주민이라고 사용해왔습니다만 한국사회에서 명칭과 용어와 관련해서 워낙 곡해와 다툼이 많은 관계로 법적인 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을 사용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Q: 북한이탈주민들은 ‘앞서 찾아온 통일’이라는 마음으로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하시는데, 통일에 대한 계획이나 준비하고 계시는 게 있으신가요?
저희 사회적기업 공감씨즈는 지난 5년간 한반도와 북한이탈주민들을 주제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한반도와 북한이탈주민에 관심 있는 내외국인 자원봉사아카데미에 북한전문가를 모시고 특강을 듣기도 했고요, 북한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제, 북한음식 함께 만들어 먹는 행사 등, 문화적 차원에서 북한을 알아가기 위한 활동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저희는 대구란 지역에서 향후 통일을 준비하는 작은 역할들을 늘 고민하고 담당하고자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 개선된다면 북한의 금강산, 백두산을 상품으로 하는 여행사가 되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일에 더 기여하고자 합니다.
Q: 수익금을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비롯한 사회 공익사업에 20% 이상 지원하실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사업들에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2016년 결산결과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이 났습니다. 저희는 정관에 순이익이 발생했을 때 사용처를 명시해놓고 있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순이익의 50%는 사업확장을 위한 재투자 및 자부담 급여적립에, 20%는 북한이탈주민 관련 기부나 사업에, 20%는 취약계층의 고용창출과 직원복지 및 후생관리에, 10%는 소외계층과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활동에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첫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였을 때 아직 정부지원을 받고 있고 대출금도 있는 재정형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원칙을 정확히 실현해 나가기 위해 통일부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에 북한이탈주민들의 취업역량강화에 써주시라고, 당기순이익의 20%인 512만원을 공식 기부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은 처음 설립 때의 초심을 유지하며 정관에 의거한 대로 사회공헌활동과 고용창출을 위해 지원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 공감호스텔(공감동성로게스트하우스) 내부 사진
▲ 공감호스텔(공감동성로게스트하우스)에서 내외국인 손님들과 함께
Q: 그동안 만나온 북한이탈주민들 중에 소개해주고 싶으신 분들 있으면 한 두분 소개 부탁드리고, 계속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는지 궁금합니다. 그밖에 에피소드나 인상깊은 사건들 있으면 들려주세요.
저희 기업은 북한 출신 청년뿐 아니라 남한의 청년도 함께 일하는 기업입니다. 오랜 세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활동을 해오면서, 해외의 난민정착사례와 이주자들의 정착현황을 알아보고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외 사례를 통해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바로 사회통합형 프로그램이란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너무 많이 구분 짓는데 익숙합니다. 다문화, 탈북자, 결혼이주여성, 경력단절여성 등등,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제도는 결국은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또 다른 낙인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저희 기업은 출발부터 남북의 청년들이 함께 적응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하고 함께해 왔습니다. 지금은 1명의 북한출신 청년이 일하고 있고, 그동안 저희 게스트하우스를 거쳐 간 북한출신 청년은 10여명에 달합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업입니다. 업종의 특성상 다른 직장보다 훨씬 더 사회와 인간관계를 배우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공감에서 일했던 탈북 청년들은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용기를 얻어 해외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거나, 수도권에 취업하고, 공공기관에 취업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기업은 이 친구들이 더 성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며, 그 전까지는 이들의 디딤돌 직장으로서 기능을 해나 갈 계획입니다.
실은 이들의 삶이 너무 전쟁터이기에 특별한 에피소드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남한에 와서 의대에 진학하고 인턴과 전문의 수련을 잘 거쳐, 당당히 의사가 된 친구입니다. 의사가 된 후에 저희를 찾아와서, “저도 후원하고 싶습니다. 후원카드 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왠지 모르게 눈물을 났습니다. “저처럼 남한에 와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후배 탈북자들을 열심히 도와주십시오.”라고 그 친구가 적은 후원문구를 보았을 때, 이 일의 보람을 느끼고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Q: 대구의 명소를 소개해주신다면?
몇 달 전 KBS <배틀트립> 프로그램에서 구구단 김세정씨가 저희 공감게스트하우스를 베이스캠프로 대구여행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대구는 아주 핫한 먹방투어지로 인기를 얻고 있답니다. 여전히 대구에 볼게 뭐 있어 라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시겠지만 대구 구도심에 조성된 근대골목투어는 연간 200만명이 찾아오는 관광지이며, 전국지자체에서도 도심재생의 선진지로 찾아올 정도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근대골목투어 외에도 누구나 한번은 오고 싶어 하는 김광석 거리, 조선시대부터 평양시장, 강경시장과 더불어 조선3대 시장으로 불리던 명성을 느낄 수 있는 서문시장, 서울 명동보다 넓고 홍대클럽거리에 이어 2번째라고 불리는 클럽거리를 보유하고 있는 대구의 도심 동성로는 대구가 자랑할 만한 관광지입니다. 근대골목투어, 김광석거리, 서문시장, 동성로 이상 대구관광 탑4는 독자 여러분들이 대구에 오시면 꼭 들려보셔야 할 곳이랍니다. 게다가 이 네 곳과 저희 게스트하우스는 걸어서 20분 거리입니다.
▲ KBS 배틀트립 촬영 차 공감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한 구구단 세정, 나영과 공감씨즈 직원들
Q: 경실련에서 이번에 좋은사회적기업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사업적기업을 이미 일구어가시는 분들, 또 새롭게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초기설립과정의 어려움을 딛고 정착해나가는 과정에서 수상하게 된 이번 경실련의 좋은사회적기업상은 저희 기업과 구성원들에게 크나큰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저희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주신 경실련에 큰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사회적기업은 도전입니다. 새롭게 준비하시는 분들, 꿈을 꾸고 계시는 분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며, 아프지 않고 하는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어느 외국 신부님의 말씀을 떠올려봅니다.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보다 따뜻하게 살아가는 길, 그래서 우리 사회가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사회로 나아가는 길, 저희는 바로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사회적경제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함께 도전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읽어보시니 왜 더 소개하고 싶었는지 이해가 되시죠?
‘통일이 되겠어?’라는 체념이 가득한 시대에…
이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꿈꾸며
묵묵히 희망을 꽃 피워가는 아름다운 기업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습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대구에 놀러 가 추천해주신 명소들도 둘러보고 공감게스트하우스도 꼭 이용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공감여행사의 금강산 여행상품도 빨리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감씨즈가 2000년 초반 품은 꿈이 지금의 공감씨즈를 이뤄냈습니다. 이 소중한 성과를 토대로 더 많이 나누고 더 아름다운 만남들이 이어지기를 경실련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