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경찰에 의한 살인이 나날이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를 뒤집기 위해 브라질 정부는 가장 용기 있는 인권활동가가 살해당했던 25년 전 사건의 용의자들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1993년 1월 15일, 실종된 아들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며 열띤 투쟁을 벌이던 에드메이아 다 실바 에우제비오(47)가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주차장에서 살해되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군 경찰관 6명을 포함해 총 7명이 당시의 살해범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기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에드메이아 살인 사건은 경찰의 살인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수년 사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경찰에 의한 불법적 살인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려면 당시 용의자들에 대한 처벌이 필수적이라고 국제앰네스티는 밝혔다.
주레마 웨넥(Jurema Werneck) 국제앰네스티 브라질지부 이사장은 “에드메이아가 목숨을 잃고 25년이 흐르는 동안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동안 그녀의 죽음에 형사책임이 있는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받는 사람들은 지난 25년간 자유롭게 활보했고, 심지어 경찰관 경력을 계속해서 쌓으며 일부의 경우 군 경찰 최고 직위에 오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살인 사건을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는 관행 때문에 리우데자네이루의 경찰 폭력은 더욱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주레마 웨넥(Jurema Werneck) 국제앰네스티 브라질지부 이사장
또한 “경찰의 살인 사건을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는 관행 때문에 리우데자네이루의 경찰 폭력은 더욱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경찰의 불법행위를 용인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사법적 처형에 관여한 경찰관들은 절대 처벌 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벌인 것이다. 정부가 정의를 보장하지 못하면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경찰의 살인 건수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공안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경찰관에게 숨진 피해자의 수는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잠시 감소했으나, 그 이후로는 지난 3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에는 580명이 경찰관의 손에 목숨을 잃은 한편, 2017년에 발생한 경찰의 살인 사건은 11월까지만 집계해도 1,048건에 이르렀다. 지난 10년 동안 (2008~2017) 발생한 경찰의 살인 사건을 모두 합하면 7,500건이 넘는다.
주레마 웨넥 이사장은 “ 경찰관 혼자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니다. 그 뒤에는 살인을 지시한 명령 체계가 존재한다. 형사사법제도는 경찰의 불법 살인을 조사하고 기소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와 형사사법제도, 특히 검찰청은 권한을 발휘해 시급히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를 통해 경찰의 살인을 막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정당한 대우와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드메이아의 아들, 루이즈 엔리케는 당시 16세의 나이로 일행 10명과 함께 1990년 7월 26일 강제 실종되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인 아카리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아카리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대부분 10대 청소년으로 친구 사이였던 이들은 인근 도시 마제의 한 주택에서 머물고 있던 중, 자신들을 경찰이라고 밝힌 한 무리의 남성들에게 붙잡혀 알 수 없는 장소로 끌려갔다. 이들의 실종 이후 가족들은 진상 규명과 정의 구현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했고, ‘아카리의 어머니들’이 결성되었다.
에드메이아는 그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목소리를 낸 활동가로, 자신의 아들과 그 친구들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낌없이 헌신했다. 그녀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에스타시오 인근 엘리오 고메즈 교도소에 면회를 다녀온 후, 프라사 온제 전철역의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공식 수사 결과, 그녀는 실종된 청소년들의 위치를 밝혀낼 수도 있는 정보를 입수했다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에드메이아 살인 사건과 관련된 수사 절차는 1998년부터 결정적인 단서를 전혀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에드메이아의 살인 용의자들 중에는 군사 경찰 고위급 인사와 전 리우데자네이루 의원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들에 대한 기소는 2011년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4년 말에 열린 사전재판절차에서 법원은 사건 피고인 7명이 살인 혐의로 배심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고인단은 법원의 판결에 항소했지만, 항소가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에드메이아가 숨진 지 25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재판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994년,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 <절망을 넘어서: 브라질의 인권 현안(Beyond Despair: an agenda for human rights in Brazil)>을 통해 군사경찰 정보부가 ‘아카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군 및 민간 경찰관일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해당 경찰관들은 피해자 일부를 대상으로 부당하게 금전을 갈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유해는 결국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카리의 어머니들: 불처벌과 맞서 싸운 이야기(Mothers of Acari: the story of a fight against impunity)>라는 제목의 책에서는 실종 사건의 가해자 중 일부가 ‘달리는 말(Cavalos Corredores)’이라고 알려진 암살단과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제앰네스티가 확보한 증언 역시 이러한 관계를 입증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당시 정부가 시신 매장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고의로 허술하게 수색하면서 수사를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2010년, ‘아카리 살인사건’은 결국 아무런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종결되었다.
“아카리 살인사건”관련 강제실종자 11명
Rosana Souza Santos, 17세
Cristiane Souza Leite, 17세
Luiz Henrique da Silva Euzébio, 16세
Hudson de Oliveira Silva, 16세
Edson Souza Costa, 16세
Antônio Carlos da Silva, 17세
Viviane Rocha da Silva, 13세
Wallace Oliveira do Nascimento, 17세
Hédio Oliveira do Nascimento, 30세
Moisés Santos Cruz, 26세
Luiz Carlos Vasconcelos de Deus, 3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