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법판결이 있었네요. 직장 내 성희롱과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문제라는 이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4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참 다행인 판결입니다. 지금까지 힘겹게 싸우며 버텨오신 분의 아픔을 말로 다할 수는 없겠지요. 조금 더 힘내시길... 그리고 이번 판결이 일터에서 일어지고 있는 성희롱과 그에 따른 불이익조치들에 대응 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래봅니다.
[ 논평 ]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용자의 불리한 조치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대법원 판결 환영한다!
사진출처:http://imnews.imbc.com/replay/2017/nw1200/article/4483177_21376.html
2017년 12월 22일, 대법원(민사3부, 관여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이 있었다. 대법원은 2심에서 불리한 조치로 판단하지 않았던 피해자에 대한 견책처분, 직무정지와 대기발령까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평등법) 14조 2항을 위반한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조력자에 대한 정직처분 역시 2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으나, 이에 대해서도 사업주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업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행한 조치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이 금지하는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지 여부의 판단기준을 대법원에서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다. 또한 이제까지 협소하게 해석되어온 남녀고용평등법 14조 2항을 현실에 맞게 확장해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2심 판결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견책 처분,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에 대해 사측이 사유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직장내 성희롱 문제제기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법원 판결은 해당 조치에 사유가 있었다고 해도, 성희롱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막고자하는 기업의 의도를 드러내는 정황이 있다면 불리한 조치로 인정해야한다고 보았다. 직장내 성희롱을 문제제기하는 순간 많은 피해자들이 직간접적인 보복조치, 불이익 조치에 노출되지만 역학관계의 우위에 있는 기업은 그 조치들에 대한 사유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를 배제하기 위해 일을 적게 주고, 그 결과 당연히 업무성과가 적어지면, 업무성과가 적다는 이유로 징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기업에서 불리한 조치가 일어나는 이러한 역동이 반영된 판결로서, 이후 기업이 불리한 조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줄였다.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도왔던 조력자에게 정직처분을 한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러한 상태가 심화되면 피해근로자등은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단절되어 직장 내에서 사실상 고립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피해근로자등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불리한 조치를 보고 구제절차 이용을 포기하거나 단념하라는 압박으로 느껴 성희롱 피해에 대해 이의하거나 구제절차를 밟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고 적시하며 이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불이익한 조치만이 아니라,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한 조치 역시 직장 내 성희롱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행위라고 본 의미 있는 판결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민사손해배상소송에 대한 판결이 아니다. 한샘 사건에서도 드러났던 심각한 직장내 성희롱 문제, 그리고 피해자의 용감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보복조치,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사측의 태도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사측의 불리한 조치는 노동자들이 피해에 정당하게 항의하고 해결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여, 직장 내 성희롱, 차별, 각종 피해들이 지속되도록 한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이기에 직장내 성희롱 문제제기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는 남녀고용평등법 안에서도 형사 처벌이 가능한 14조 2항으로 엄중하게 금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에 근거해 불이익조치가 시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2~2016년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위반으로 26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기소된 사건은 단 2건 뿐이며 기소율은 7.7%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0년간(2008~2017.6)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 47.3%에 비해 극히 낮으며,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기소율 37.6%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사건의 경우만해도, 2014년 6월 고용노동부에 르노삼성을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위반으로 고소하였으나,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지금까지 4년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법적 인정이 협소하게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성희롱 피해를 입었음에도 쉽게 문제제기 하지 못하거나, 불이익조치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그 결과는 직장내 성희롱을 고발할 수 없는 사회, 문제 시정이 요원한 사회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협소한 법적 인정의 범위를 넓혀, 한국사회를 성희롱을 문제제기하고 시정할 수 있는 사회 쪽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가게 했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은 직장내 성희롱 문제제기자를 오히려 고립시키고 배제하는 불이익한 조치들을 행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이 같은 불이익조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선언적인 판결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남녀고용평등법 14조 2항에 의거해 불이익조치 문제를 판단하고 사측을 처벌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사건에 대해 4년째 판단을 유보하는 등 이제까지 직무유기를 해왔던 사실에도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이 직장내 성희롱을 문제제기했지만 오히려 사측으로부터 불이익한 조치를 받고 있는 모든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모든 사업주가 자신에게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할 적극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17.12.22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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