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르는 전투기의 곡예 비행, 최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무기, 이벤트와 전시로 포장된 '무기박람회 서울 아덱스'의 본질은 살인무기 시장입니다. 에어쇼의 굉음 뒤에서 전세계의 무기 상인들이 무기를 사고 팝니다. 거래에 참여하는 국가들 중에는 독재국가, 전쟁 중인 국가도 있습니다. 

 

무기 거래가 늘어날 수록 평화와 안보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덱스저항행동은 아덱스가 진행되는 동안 무기박람회의 본질을 알리고 무기박람회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들, 평화운동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아덱스 기간(10월16일~22일) 동안  무기박람회와 무기 거래의 본질을 폭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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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전쟁은 '트럼프의 입'이 아닌, '여기서' 시작된다

② 매일 1500명 죽이는, 그들의 '무기'가 서울에 왔다

 

매일 1500명 죽이는, 그들의 '무기'가 서울에 왔다

[전쟁장사를 멈춰라!②] 조금 특별한, 아덱스 관람법

 

쭈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2017 서울아덱스 환영리셉션이 열린 르메르디앙 호텔 행사장 앞에서 직접행동을 펼치는 평화활동가들 ⓒ 전쟁없는세상

 

지금,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서울 아덱스2017(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가 성대히 열리고 있습니다.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여러 부처가 지원하는 한국 최대 통합방위산업전시회입니다. 32개국에서 386개 기업이 참여하며, 각국 국방장관과 총장을 비롯하여 고위인사 82명이 아덱스를 방문합니다. 

 

최신 전투기와 항공기 등 첨단 무기를 체험할 수 있고, 호화로운 에어쇼가 펼쳐집니다. 특히 올해는 10월 20일을 '학생의 날' 공동 개최일로 지정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세미나와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고 합니다. 주최 측 추산 25만 명이 방문할 예정입니다. 멋지게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를 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멋진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가 되어야지, 꿈을 갖는 어린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서울 아덱스2017의 진짜 이름은, '살인무기전시회'입니다. 이곳에 전시된 무기들이 쓰인 곳에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이 함께 했습니다. 매년 55만 명, 하루 1500명이 각종 분쟁에서 이들이 만든 무기로 인해 사망하고 있습니다.

 

아덱스에 전시된 살인무기들

 

표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차별적으로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며, 불발탄이 지뢰처럼 남아 전쟁이 끝난 후에도 2차 피해를 주고 있는 확산탄은 작년에도 시리아(860명), 라오스(51명), 예멘(38명) 등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97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그중 67%가 어린이입니다.

 

치명적 비인도성 때문에 2008년 확산탄금지협약이 채택됐고, 전세계 119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은 특수한 안보 상황을 이유로 가입하지 않았으며, 아덱스에 참여 기업이 많은 미국, 이스라엘, 중국을 비롯한 8개 나라도 가입을 미루고 있습니다.

 

작은 무기들도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갑니다. 개인이 휴대하는 권총을 비롯하여 기관총, 소총, 산탄총, 휴대용 미사일 등 지구상에는 8억7천만 개의 소형무기가 있고 매년 800만개가 소형무기시장으로 진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대 분쟁의 민간인 사상자 중 90%가 소형무기에 의해 발생하며, 그중 80%는 여성과 아동입니다. 

 

▲  2015년 당시 아덱스에 전시된 소형무기. 최첨단 무기들 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 또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연간 50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소형무기를 가리켜, 국제사회에서는 "진정한 대량살상무기"로 부릅니다. 그런데 미국은 소형무기시장을 축소하기는커녕 수출규정을 완화하여 더 많은 소형무기를 해외에 수출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소형무기가 더 많은 사람의 손에 쥐어지게 되면 국제범죄와 군사조직의 무장력을 키우게 되고, 분쟁을 부추기고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한국의 풍산과 한화를 비롯하여, 레이시온, BAE시스템즈, 탈레스, 엘빗시스템즈 등 소형무기를 생산하는 전쟁기업의 장사꾼들 역시 아덱스를 찾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더 많은 무기를 팔기 위해서입니다.

 

전쟁 발생의 위기가 높을수록, 억압체제 속에 있는 나라일수록 전쟁기업에게는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입니다. 영국의 BAE시스템즈와 미국의 레이시온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진압을 위한 무기를 판매했고, 예멘 곳곳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진 폭탄은 2천 명의 사망자, 4천 명의 부상자, 20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켰습니다. 그러나 판매되는 무기와 무차별 공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만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5676회의 공습이 진행됐습니다. 내전으로 식량과 의료지원을 받지 못한 예멘인들의 건강 상태는 심각합니다. 콜레라 감염자가 50만 명을 넘었습니다. 2007년 카다피 정권에 미사일을 판매했던 에어부스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조사 중입니다.

 

살인을 판매하는 양복 입은 장사꾼, 무기 상인

 

이처럼 우리가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전쟁기업들은 얼핏 보기에는 훌륭한 사업가로 보이지만, 실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전쟁장사꾼들입니다. 무기 한 대의 가격이 수십억~수백억을 넘나들 정도로 천문학적인 액수이고, 무기거래는 국가 간 승인 아래 이루어지는 계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기업과 정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돈'만 생각하는 전쟁기업은 '돈'으로 정부와 기업을 매수합니다.

 

그 대표적인 일례가 사드(THAAD) 무기 판매로 계약을 맺은 박근혜 정부와 록히드마틴입니다. 사드는 도입부터 배치까지 모든 과정이 비정상적이었습니다. 무기 자체의 효용성, 국제 관계,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서 추진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전 정부뿐만 아니라 현 정부마저 사드 배치에 있어서 국민의 의사를 무시했습니다. 

 

부동의 세계 무기판매 1위인 사드의 생산 판매자 록히드마틴이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판매한 액수는 12조 3천억 원에 달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100배, 이전 정부의 13배에 이릅니다. 앞으로 30~40년 가동될 부품비와 관리비만 따져보아도 록히드마틴은 100조 원에 달하는 돈을 벌게 됩니다. 록히드마틴의 배를 채워주는 돈은 모두, 우리 주머니에서 정부로 흘러간 세금입니다.

 

무기 대신 평화를

 


▲  2015년 아덱스에 전시되어 있던 사드와 Pac-3. ⓒ 전쟁없는세상    
 

2017 아덱스가 시작된 10월 17일은 '세계빈곤퇴치의 날'입니다. 전 세계 약 8억 명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고, 매시간 300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2016년 전세계 군사비는 전년보다 0.4% 증가한 1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죽음의 도구에 투자하는 돈의 단 5%만이라고 빈곤퇴치를 위해 사용한다면, 전 세계 모든 인구가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총이 아니라 음식과 학교와 병원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만든 노벨은 한때 살인적인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 돈방석에 앉은 무기장사꾼이었습니다. 노벨은 알았습니다. 무기가 가져다주는 것은 생명과 평화가 아니라 전쟁과 살육이라는 것을. 

 

간디는 말했습니다. "눈에는 눈으로 대적한다면 세상은 장님이 되고 말 것이다." 전쟁장사꾼들에게 무기는 볼링공과도 같습니다. 레인은 국가들입니다. 잘 굴러가서 한 방에 모든 볼링핀을 쓰러뜨릴 수 있는 공을 만들어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장사꾼에게 우리 모두는 상품이나 시장에 불과합니다. 정의와 평화의 공동체를 꿈꾸는 시민에게 볼링공을 쥐여 주는 장사꾼은 없습니다. '안보'와 '발전'과 '미래'라는 그럴싸한 마취제를 놓아 전쟁과 살육에 열광하도록 조종할 뿐입니다.

 

무기로 지킬 수 있는 평화는 없습니다. 전쟁을 일으키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그러나 평화는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전쟁이 난 후에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전쟁을 생산하는 무기거래,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 돈을 인류의 복지와 평화를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