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추가배치 과정에서 또다시 드러난 경찰의 민낯,

기만으로 가득한 개혁을 외치는 경찰을 규탄한다.

 

사진출처: 뉴스민(http://www.newsmin.co.kr/news/23411/)

지난 7일 새벽 문재인 정부는 경북 성주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강행했다. 이를 저지하게 위해 성주 주민,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시민들과 활동가 400여명이 전날 오후 2시부터 마을회관 앞에서 농성을 벌였으나 군 당국은 의경을 포함한 경찰 8천여 명을 투입하여 이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다. 강제해산 돌입 8시간 만에 농성참여자들은 모두 해산되었고, 이 과정에서 참여자 6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 평화를 옹호하는 시민과 활동가들을 경찰폭력에 무참히 짓밟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났다.

 

이번 사드 추가 배치는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낱낱이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사드의 임시배치가 정말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고, 대통령 스스로도 국민 동의 없이는 배치하지 않겠다고 한 사드를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사이에 기습적으로, 게다가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설득하거나 양해를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공권력을 이용하여 폭력적이고 강제적으로 배치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은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면서 최근 경찰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개혁 조치들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시 만천하에 드러냈다. 대규모의 경찰을 동원해 마을을 고립시키고 주민과 연대자들을 에워싸며 긴장감을 높였다. 의지할 것이라고는 자신의 몸과 팔짱을 낀 서로의 몸 밖에 없는 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기 위해 경찰의 진압은 한밤중에서 새벽을 넘어까지 진행되었고 비명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의 진압은 해군기지를 반대하던 강정주민, 송전탑을 반대하던 밀양주민을 진압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드 추가 배치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농성 참여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잘 알고 있었음에도 강제해산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고민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진압을 중단하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시위대의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면서, 경찰력이 최대한 인내했고, 최대한 장구 사용도 자제하면서 최대한 인권친화적으로 해산시키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맨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압도적인 경찰력으로 사람들을 좁은 공간을 밀어 넣고 교대로 다가와 한사람씩 힘으로 잡아 뜯어내는 것이, 설득하기 이전에 진압만을 목적으로 18시간 작전을 진행한 것이 과연 인권친화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남성 경찰들이 여성 시위참여자들을 신체를 마구잡이로 잡아끌었고, 인권침해감시활동을 하던 인권활동가와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한 인권활동가는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전치 7주의 진단까지 받았다. 강제해산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반대대책위 측에서 남은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잠시 논의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종교CARE(케어)이란 것을 투입하여 종교인을 폭력진압의 집중 표적으로 삼았다. 이날 경찰의 대응은 농성 참가자들에게 물리적 상처뿐만 아니라 깊은 정신적 고통까지 남겼다. 문재인 정부 하 새로운 경찰에 대한 가졌던 일말의 기대가 헛된 것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역설적이게도 성주에서 경찰이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지난 7,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집회·시위자유 보장방안 권고안 및 부속방안을 경찰이 즉각 수용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이 평화적 집회·시위를 폭 넓게 보장하고 보다 인권친화적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며 권고 취지를 밝혔고,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개혁위의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일어난 두 개의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인권개혁을 외치는 경찰의 의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찰이 되고자 하는 인권경찰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공권력을 쓸 수 있는가? 이번 사드추가배치나 과거의 강정, 밀양의 경우처럼 국책사업에 반대하며 평화롭게 농성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경찰은 지난 몇 달간 외쳐온 인권혹은 개혁이 그저 허울 좋은 수사에 불과했음을, 앞으로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언제든 아무렇지 않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2017911

 

공권력감시대응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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