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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 은폐 공조 의혹

이물질 감지시스템 불량, 제거 절차 위반 조사 필요

가동 중인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18일 오전 11시 환경운동연합과 원자력안전연구소(준)는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망치 발견 제보와 장기 은폐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병섭 연구소장은 증기발생기의 기능과 역할, 망치와 같은 금속 물체로 야기될 수 있는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설명했고 양이원영 처장은 이 사건의 시사점과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2479" align="aligncenter" width="640"]ⓒ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미국 컴버스쳔 엔지니어링사의 팔로버디 원전을 참조원전으로 하는 한국형원전인 한빛 4호기의 총체적 부실이 확인되고 있다. 격납건물은 철판이 부식되고 격납건물 콘크리트는 138m 둘레에 깊이 18.7cm 구멍이 뚫린 채 20년간 가동이 되어 왔다는 것이 얼마전에 알려졌다. 이 외에도 원전 3대 주요설비(원자로, 터빈, 증기발생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상단에서 가로세로 7밀리미터, 12밀리미터의 마모된 연철(망치 헤드가 오랫동안 떠돌면서 마모된 것으로 추정)이 발견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이를 7월 10일 한빛원전민간환경감시위원회에 ‘이물질’이라고 축소 은폐 보고했다. 7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역 기구인 한빛원자력안전협의회에서도 ‘금회 검출 이물질’로 보고했다. 그런데, 이에 더해서 증기발생기 하단에는 가로 세로 7센티미터, 10센티미터의 실제 망치가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어젯밤 보도 이후 있었다. 상단에 발견된 소형 금속 이물질은 수년간 떠돌면서 마모된 걸로 추정되는데 언제부터 증기발생기 내에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망치 역시 마찬가지이다.

원전에는 이물질감지시스템인 LPMS(Loose Part Monitoring System)이 있으며 운영절차서에 이물질배제 절차인 FME(Foreign Material Exclusion)이 있어서 이물질이 감지되면 이 절차에 따라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에 이물질 감지를 못했다면 LP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품질보증서, 시험성적서 위조는 없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2016년 1월의 한빛원전 4호기 정기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의견 및 결론에 ‘증기발생기 2차측 이물질 검사 및 제거 절차서 부적합’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았는데도 재가동 허가를 내 준 것으로 추측된다. 규제기관이 은폐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무사안일주의, 안전불감증과 책임방기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다음은 한병섭 소장과 양이원영 처장 기자회견 요약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2480" align="aligncenter" width="640"]원자력연구소(준) 한병섭 연구소장이 증기발생기의 기능과 역할, 망치와 같은 금속 물체로 야기될 수 있는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환경운동연합 원자력안전연구소(준) 한병섭 연구소장이 증기발생기의 기능과 역할, 망치와 같은 금속 물체로 야기될 수 있는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지난 밤 JTBC 보도 이후 10센티미터짜리 망치로 추정되는 금속물체가 증기발생기 바닥에 있다는 것은 제보라기 보다 한빛원전환경감시기구에 한수원이 고백한 것이다.

한빛 3,4호기 증기발생기 문제가 있어서 2019년 교체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당겨서 이번에 교체한다고 해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형 원전은 원전 한 기에 증기발생기 두 대가 있다. 웨스팅하우스 사는 4대가 있다. 한 대만 문제 생겨도 영향이 크다.

7월 26일 원자력안전협의회(원자력안전위원회 지역 기구) 보고에서 신규 검출 3개를 추가 보고했다. 이물질의 형상과 크기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과거 발견된 철사 등의 이물질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미뤄 짐작했으나 실제는 길이 10센티미터의 망치와 함께 가로 세로 7밀리미터, 12밀리미터 금속 물체들이 있었던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2481" align="aligncenter" width="640"]ⓒ한병섭 ⓒ한병섭[/caption]

증기발생기 정비를 주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이물질이 들어있으면 모를 수가 없다. 사업자든 규제기관이든 알려주지 않았거나 인지를 못했거나 둘 다 심각한 안전 문제이다. 무능하거나 은폐했거나 둘 중의 하나다.

한수원의 대응의 문제점으로는 다른 원전에도 동일한 유사사례가 발생했을 수 있는데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사고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공개가 중요하다. 웨스팅하우스 사에게 기술 자문을 했고 꺼내기 힘들다는 답을 받았다고 하는데 공개적으로 자세히 알리지 않았다.

증기발생기 만들 때 들어갔을 거라는 추정이 있는데 제작사(현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의 문제다.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원인 규명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검사 누락, 내부 감시 시스템과 운영절차서에 있는 제거절차 기능 등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규제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기 검사 중에 형상 확인을 했을 텐데 몰랐다면 이를 하지 않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은폐에 동조한 것이다.

한수원이 증기발생기 교체를 조기에 하겠다는 것을 승인한 배경도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하루 가동하면 10억 이상 매출인 원전을 더 가동하지 않고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증기발생기 교체를 자발적으로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caption id="attachment_182482" align="aligncenter" width="640"]ⓒ한병섭 ⓒ한병섭[/caption]

증기발생기 내부는 고온고압으로 물이 불규칙하게 흐르고 있다. 금속물체가 증기발생기 내부에 있으면서 두께 1mm밖에 안되는 세관에 부딪혀서 깨지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런 큰 망치가 증기발생기를 치면서 내부를 돌아다니면 증기발생기 세관 여러개가 한꺼번에 깨질 수 있다.

현재 설계기준 사고는 증기발생기 세관 8천4백개 중 하나만 깨지는 것에 대한 냉각수 주입 계획만 있다. 설계기준 사고는 발생 가능한 사고 시나리오 중 안전장치를 통해 중대사고로 확대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평가된 사고이다.

증기발생기 세관이 여러 개 깨지면 설계기준 초과사고로 넘어가 중대사고로 확산될 수 있다. 세관이 한꺼번에 여러 개 깨지면 그만큼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냉각수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준비된 안전장치인 냉각수 주입 계획으로 핵연료 냉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핵연료는 녹아내리고, 즉 멜트다운으로 이어져서 방사성물질이 1차 계통에서 파손된 세관을 통해 2차 계통으로 넘어가고 배관을 타고 다량으로 주증기안전밸브나 대기방출밸브를 통해 대기로 방출된다.

설계기준 사고에서 세관파손과 대기방출밸브가 열린 채 고장나는 사고가 일어나면 격납건물은 멀쩡한 상태에서 방사성물질이 빠른 시간 내에 가장 많이 방출되는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사고 시나리오를 삭제한 상태다. 그런데 금숙 물체로 여러 개의 증기발생기 세관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이것보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진다.

2002년 있었던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사고 이후로 세관 안쪽 검사하는데 바깥쪽에서 이런 금속 물체들이 타격해서 깨져버리면 검사가 무용지물이다.

원전은 이물질감지시스템인 LPMS(Loose Part Monitoring System)이 있으며 운영절차서에 이물질배제 절차인 FME(Foreign Material Exclusion)이 있어서 이물질이 감지되면 이 절차에 따라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SGLP인 증기발생기 관리 시스템으로 화학물질, 슬러지 등을 완벽하게 감시하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은폐했거나 둘 중 하나다.

이번 사건을 사람 수술하고 나서 매스나 핀셋 넣고 봉합한 거에 비유할 수도 있지만 증기발생기가 중요한 시설이고 순환되는 냉각수에 의해 금속물체가 세관을 파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혈관에 돌고 있는 물체로 심장이 손상 입을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빛원전 4호기는 격납건물 철판부식, 콘크리트 부실시공, 증기발생기 금속 물체 확인 등으로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 요소가 종합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시공사, 제조사, 운영사, 규제기관 모두 부실, 무능, 은폐의 총체적인 위협이다.

특히, 규제기관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공개하지도 않았고 원인 규명 노력도 없었으며 대책수립도 하지 않아 반복적인 부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하다. 의도적인 은폐가 없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한빛원전 3,4호기(영광 3,4호기)는 전두환 정권 시절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1986년에 신규 수주한 원전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있었던 1986년 이후 전세계 원전이 계획 중이던 거, 건설 중이던 것도 포기하는 상황이었고 이후 원전은 정체상태에 들어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규 수주한 영광3,4호기는 수주 당시에도 한국사회에 큰 이슈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부실시공했고 제조사인 한국중공업은 문제있는 증기발생기를 공급했다.

한빛 3호기는 관련 문제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4호기에서 유독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한국형 원전의 설계가 컴버스쳔 엔지니어링(CE)사의 설계를 이용한 것이라서 그 첫 건설인 한빛 3호기는 CE 사의 관리하에 있었지만 4호기부터 독자적으로 추진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한국의 원전 정책은 급속한 원전 확대 정책이었고 언제나 신규원전 3~5기를 건설하고 있었다. 원전 신규 건설에 기술과 인력이 집중되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24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이고 대부분 20년 이상된 노후원전이다. 설계수명 40년, 60년이라지만 수명 훨씬 전부터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문제, 증기발생기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증기발생기는 20년도 못 가고 교체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폐쇄된 164기 원전들 평균 가동연수가 24년정도인 걸 보면 우리나라도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관리, 관련 기술개발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한꺼번에 폐쇄할 게 아니라면 신규원전 건설할 때가 아니라 가동 중인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원전 정책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