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역 현안 군민토론회 및 여론조사 실시 (공론화 조례 제정) - 울진군 황이주 님의 공약
희망제작소는 2016년 10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지방자치단체장부터 시민사회 활동가까지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정책포럼>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포럼은 ‘더 많은 참여 함께 여는 민주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2016 서울마을주간’의 주요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는데요.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도 함께 했습니다. 1일 차(10월 12일) 행사 내용을 공유합니다.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1일 차 포럼은 ‘주민자치의 길을 찾다 – 단체장, 해외 연사와 함께 들어보는 주민참여 사례’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염태영 수원시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등 국내에서 주민참여정책을 적극 이끌고 있는 지자체장이 참석하였습니다. 또한 주민참여정책의 모범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구의 시모무라 아키라 구청장실장, 일본 교토시에서 ‘교토시 미래100인위원회’를 운영했던 노이케 마사토 일과사람연구소 대표, 스웨덴 브루노 카우프만 팔룬시의회 부의장(유럽국민투표기구 대표) 등이 함께했습니다.
먼저 서울시, 수원시, 서울 성북구, 광주 광산구, 일본 세타가야구와 교토시, 스웨덴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주민참여 사례를 짧게 공유한 후, 권기태 희망제작소 소장권한대행(부소장)의 사회로 오픈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주민참여를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한 의제와 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폭넓게 교환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오픈토크의 첫 번째 대화 주제는 ‘무작위 추첨제’였습니다. 카우프만 대표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무작위 추첨에 의한 주민참여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에서는 더 많은 주민의 시정참여를 위해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한국은 서울 성북구, 광주 광산구, 수원시 등에서, 일본은 세타가야구와 교토시 미래100인위원회 등에서 무작위 추첨에 의한 주민참여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이 제도는 참여의 기회를 확보하고 다양한 주민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주민에게 정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시민이 책임감과 자립성, 자율성을 가지고 공적인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행정이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여졌습니다.
두 번째 대화 주제는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조건’이었습니다. 흔히 주민참여는 중산층 이상, 낮에 여유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두 번째 대화 주제는, 주민참여가 참여 의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적 조건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하승창 서울시 부시장은 ‘주민참여의 사회적 여건에서 많은 부분이 노동·임금문제와 연관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주민참여의 사회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덧붙여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제도의 운영시간·회의장소 등을 주민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 주민참여제도에 참석할 수 있도록 근무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 등 다양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복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마을공동체만으로 일정 수준 이상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마을민주주의’와 ‘복지체계’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 대화 주제는, ‘주민참여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지방분권 실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마을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인식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됐습니다.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정부로 더 많이 이전되고, 지방정부의 권한이 주민에게 이양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일본 세타가야구의 시모무라 구청장실장은, 세타가야구 역시 주민자치와 참여 확대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싸워왔다고 설명하면서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복지 등 국가 단위 체계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분권화, 주민공동체, 자치의 힘 등에 대한 필요성 역시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우프만 대표 역시 참여와 분권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예산의 규모, 권한의 차이가 주민참여정책의 실현과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행정보다 주민이 의제를 정할 수 있게 하고, 학교와 직장 등 우리 사회와 공동체, 삶에서 중요한 곳에서부터 일상적 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 평등성이 확보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한 교토시에서 지방정부 스스로 시민과 함께 사회적 투자를 위한 기금을 만든 사례도 소개되었는데요. 주민참여와 자치분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힘과 노력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덧붙여졌습니다.
총 2시간 정도로 짧게 진행된 포럼이었지만, 주민참여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주민참여제도를 운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참여제도와 방법, 사회적 조건, 자치분권, 일상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투자까지 ‘더 많은 참여와 함께 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 김지헌 | 지역정책팀 팀장 · [email protected]
* 위 행사는 ‘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정책포럼>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후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책포럼1] 주민 참여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는 마을 민주주의의 현장 ☞ 글 보기
– [정책포럼2] 마을공동체 통해 살펴보는 참여정책과 시민정치 ☞ 글 보기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36
내가 낸 주민세의 1% 시민단체에 기부해볼까?
도쿄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쿄 만에 위치한 디즈니랜드나 마쿠하리 메세(Makuhari Messe): 일본 지바 현(千葉県) 지바 시(千葉市)에 있는 회의 및 전시시설)를 한 번쯤은 찾는다. 도쿄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20분 정도 달리면 바로 이치카와 시(市川市)가 나온다.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지바 현이지만 도쿄에 인접한 주택 도시로, 인구 47만 중 약 1/4이 매일 도쿄로 출퇴근과 통학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이치카와 도민’ 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에서 드러나듯, 이치카와 시 주민들은 집이 있는 이치카와 시보다 직장과 학교가 있는 도쿄를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다.
그런데 이치카와 주민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첫 걸음은 주민들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를 탐색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변화를 주도한 것은 이치카와 시 정부다. 시 정부는 2005년 4월 주민참여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주민이 직접 시민단체를 지정하면 자신이 낸 주민세의 1%를 후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6월6일부터 7월13일까지 참여기간으로 주민세를 납부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 방식 또한 쉽고 다양하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시 홍보 인쇄물에 각 시민단체가 제안한 프로그램의 번호를 부여해 후원하고 싶은 프로그램 번호 3개를 주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 인쇄물을 시청 세무과나 시민센터 등에 제출하면 자동으로 1% 후원이 진행된다. 또한 이치카와 시 볼란티어・NPO활동센터 홈페이지 등 온라인을 통한 접수도 가능하다.
이제껏 세금을 내기만 하고 그 예산 수립과 결산 과정에서는 소외되어 왔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비록 1%이지만 내가 낸 세금의 사용처를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이러한 제도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평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민단체의 활동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이처럼 이치카와 시 시민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 제도를 ‘1% 지원제도’라고 한다.
2015년 112개 시민단체가 응모
주민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에게도 이 기간은 축제같은 시간이다. 지원을 희망하는 시민 단체들은 필요한 사업비와 희망지원금액을 사업계획서에 작성해 응모한다. 시는 심의회를 구성해 응모한 단체들에 대한 기본 심의를 실시하고 대상 단체 리스트를 작성해 시민에게 공개한다. 올해도 112개의 시민 단체가 응모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올해 이시카와 시에 등록된 300여 개의 시민단체 중 약 1/3이 새로운 공공사업을 시민에게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례로 응모번호 49번 ‘사카나짱 클럽’은 장애인의 수영 지도를 통해 기능 훈련을 실시하는 단체다. 올해도 장애인 수영교실 ‘사나카짱 클럽’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 총 225만 엔의 사업비중 약 70만 엔의 지원금을 ‘1% 지원제도’에 신청했다. 응모번호 71번은 노숙자 및 생활 곤란자들의 자립과 인권 옹호를 위해 활동하는 ‘NPO법인 홈레스 자립 지원 이치카와 캄파’라는 단체다. 이 단체는 올해 생활 곤란 가정의 아동들을 위한 학습 지원 사업을 새롭게 계획해 총 예상 사업비 330만 엔 중 70만 엔의 지원금을 요청했다.
지원 대상 단체가 발표되면 단체들은 약 한 달 간 자신들의 활동을 여러 시민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교류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 중 하나가 지난 6월7일 시내 중심가에서 개최된 ‘1% 스타트 페스티벌’이다. 납세자들은 이러한 지역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거나 페스티벌 홍보물을 통해 여러 시민단체의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자기가 후원하고 지지할 시민단체를 자연스럽게 결정하게 된다.
시민에겐 주인의식을 시민단체에겐 재정적인 도움을
2005년부터 이치카와 시가 주민참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는 헝가리의 1%법(1996년 헝가리에서 납세자가 소득세의 1%를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비영리시민조직에 지정기부할 수 있는 법률. 헝가리에서 탄생한 이 법률은 1998년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시민사회의 기부문화가 약한 (구) 동유럽에서 실시되고 있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치카와 시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주민들의 주인의식은 희박한 반면, 환경, 육아, 교육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광범위하게 안고 있었다. 시 정부는 이러한 지역 문제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고 ‘주민 참여’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1% 지원제도’는 주민 참여 활동의 첫 시작인 셈이다. 올해로 실시 10년 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시카와 시 주민 모두가 이 제도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 지원제도’를 신청하면 주민세 외에 지원금을 더 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
2014년 개인 납세자 중 이 제도에 참가한 수는 8,753명, 총 지원금 16,521,570엔이다. 2014년 이치카와 시 총 개인 납세자 수가 약 23만 명, 총 납세액 380억 엔임을 고려할 때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지원제도’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한다.
우선 시민 단체에 재정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그 활동과 사업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시 홍보지와 웹페이지에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주민 설명회, 페스티벌 등을 통해 시민에게 직접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더 나아가 지역 케이블 TV, 시민들이 운영하는 FM 방송 등에 소개되기도 한다.
이처럼 시민단체들은 ‘1% 지원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사업을 공개하면서 그 활동에 대한 책임감과 공익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시민들 또한 어떤 시민단체에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평소 다가가기 어려운 곳으로 생각하던 시민단체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었다.
9개의 지방자치단체로 확대
이치카와 시의 ‘1% 지원제도’는 현재 9개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돼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홋카이도 에니와 시(北海道恵庭市), 이와테현 오슈 시(岩手県奥州市), 아이치 현 이치노미야 시(愛知県一宮市), 오이타 현 오이타 시(大分県大分市)가 2008년부터, 치바 현 야치요 시(千葉県八千代市)가 2009년부터, 오사카 부 이즈미 시(大阪府和泉市)와 나라 현 나라 시(奈良県奈良市)가 2010년부터 각각 조례를 제정하여 ‘1%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물론 각 지역마다 세부적인 측면에서 조금씩 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선택한 시민단체에 주민세의 1%를 지원함으로써 주민 참여를 촉진하고 시민활동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은 모두 일치하고 있다.
이치카와 시와 같은 지바 현의 야치요 시는 참가자격을 납세자에 국한해 실시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 지원하는 지원금의 비율은 단체가 신청하는 사업의 1/2로 제한하고 있다. 나아가 이치카와 시는 납세자의 주민세뿐만 아니라 지역의 포인트 서비스도 비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참가자격을 납세자로 제한하지 않고 비납세자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에니와 시는 중학생 이상, 이치노미야 시와 이즈미 시는 18세 이상, 오이타 시는 20세 이상의 시민들에게 참가자격을 확대해 실시한다. 지원금 비율 또한 에니와 시는 비율에 상한을 두지 않는 대신 한 개 단체에 50만 엔의 상한선을 두고 있으며, 이치노미야 시는 사업비의 2/3로 제안을 두고 있다.
이처럼 ‘1%지원제도’는 각 시의 여건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위의 9개 지방자치단체 외에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곳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니,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공공사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자본의 새로운 창출 방법으로 굳건히 자리 잡게 되길 기대해본다.
글_ 안신숙(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성장의 열매는 어디로? 왜 우리 삶은 더욱 팍팍해진 것일까?
많은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증대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은 지역 격차, 양극화, 일자리 부족, 생태계 훼손, 공동체 파괴 등 많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사회의 불확실성과 구성원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세계적으로 성장을 추구한 여러 국가들은 그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고성장의 시대는 한계에 직면했고, 재벌이 동네 빵집이나 치킨 가게와 경쟁을 벌이는 행태와 같은 ‘후유증’은 사회적으로 크고 오래갈 것이다. 개인과 동네, 마을에서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행복’보다는 ‘불행’의 그림자가 더욱 짙고, 길게 드리워진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중앙정부보다 생활밀착형 정책을 펼쳐나가는 지방정부에 고스란히 넘겨진 커다란 짐이자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GDP의 성장이 국민의 행복으로 직결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기존의 성장 방식이 지속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는가?”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부터 다시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이 말하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란?
세계는 지금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한계와 과제도 많다. 한편으로는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듯이, 이제는 성장 중심 정책보다는 주민행복 차원에서 각종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은 경제개발 중심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대규모 개발에 기반을 둔 각종 계획을 수립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성과가 지역민의 건강, 성취, 만족 등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방자치 20년 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다.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의 삶은 왜 행복해지지 않는 것일까? 정부의 노력과 개인의 행복 사이의 괴리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개인의 행복 체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관심과 고려가 부족했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삶’과 ‘삶의 터전’을 바라보는 정부와 개인의 시각차에서 오는 것이다. 정책의 효과와 주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은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구체적인 ‘주민의 언어’로 표현한다. 주민행복 증진은, 주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에 대해 주민 스스로 말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의 흐름, 공공부문 행복에 관심 갖다
2012년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 The World Happiness Report’ 발간은 공공부문에서 시민의 삶의 행복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그 변화의 흐름에 부합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동안 ‘행복’과 ‘주민행복’은 정책을 홍보하는 수식어나 구호로 사용되어 왔기에 가깝고도 먼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주민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민 스스로 참여하여 개인의 행복과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려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행복’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선도적으로 시작한 지방정부는 광역 차원에서는 충청남도다. 충청남도는 행복을 도정의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도민의 행복을 위해 많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행복지표 측정 틀을 정립하는 연구를 시도해 행복에 대한 정의, 행복지표를 개발하였다. 충청남도는 행복지표 측정을 통해 도민의 행복에 대한 요인을 파악하고, 도민의 행복증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연계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별 주민행복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측정하는 지표를 만들고 있다. 행자부는 인천 부평구, 전북 정읍시, 경남 하동군 등 지방자치단체 및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지역공동체행복지표 개발 및 조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지역공동체행복지표 개발에 맞춰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서울특별시도 서울연구원을 중심으로 메가시티 삶의 질과 서울형 행복지표 개발과 행복 관련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종로는 왜 행복을 이야기하는가?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는, 목민관클럽 회원 지자체인 종로구가 ‘행복’에 대해 접근하고 풀어가는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행복’을 다루는 과정과 의미를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종로구가 하는 방식은 행정이나 전문가가 중심이 돼 연구나 지표개발을 하는 기존과 다르다. 종로구는 2015년 3월부터 ‘종로행복드림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종로행복드림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인 ‘종로행복조례’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주민참여로 구성한 ‘종로행복드림이끄미’들이 지난 3월부터 정기회의와, 워크숍(종로행복상상테이블), ‘행복을 찾아서’ 인증샷 캠페인, 타 지역 사례 연구 및 조사 등을 통해 ‘행복조례의 키워드 찾기’와 ‘조례 기본(안)’을 마련했다. 2015년 10월 2일 종로구는 행복조례, ‘서울특별시 종로구 주민 행복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이하 종로행복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조례 기본(안)은 용어의 정의와 기본 원칙을 담은 총칙, 행복증진 사업 및 행복지표 개발, 종로행복포럼 구성·운영(안)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주도해 나가는 방식으로 ‘행복’을 학습·연구하고 있다. 제도화를 준비하는 과정과 방법도 주민이 기획하고 실행하여 매우 다채롭다. ‘행복을 찾아서’ 인증샷 캠페인을 통해 추상적 개념인 ‘행복’을 이미지화하여 구체화하고, 시상을 통해 서로의 행복을 칭찬하고 응원한다. 행복정책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정책과제를 도출하여 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어떤 정책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줬다. 주민 스스로 만드는 조례의 경우, 담아내야 할 핵심가치와 원칙, 추진과제를 여러 차례의 학습과 논의, 토론을 통해 매우 느리고 꼼꼼하게 살피면서 만들어왔다.
종로구는‘종로행복드림이끄미’라는 주민참여구성체를 중심으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종로행복드림이끄미’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개인 삶 수준에서 추상적이고, 주관적 수준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한 그것이 다층적 ‘관계망(가족, 이웃, 직장, 동네, 마을, 지역, 국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상호 학습의 장인 매월 정기 모임을 갖는다. 행복은 ‘개인’에서 ‘주민’으로, 다시 ‘국민’으로 연결되고 확장되어 나가는 것으로, ‘개인’에서 출발하는 상향식 방식을 우직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개인의 행복을 서로 이야기하고 들여다보면서 이웃과 공동체를 생각하게 되고 공공선을 찾아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탄탄한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종로구청도 지나친 개입과 간섭보다는 지원과 협력을 중심에 뒀다. 전문가가 만든 조례(안)가 아닌, 주민 스스로 진심이 담긴 조례를 만드는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지난하지만 의미 있는 과정을 밟은 것이다. 종로구 공무원들 열정과 노력도 매우 흥미롭다. 2014년 종로구 공무원들은 ‘행복’에 대한 동아리를 만들어 학습을 시작했다. 이 동아리의 활동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되었다는 점은 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0월 2일 토론회장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행복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공공정책을 통해 개개인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주민 행복에 대한 지자체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 그리고 이웃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주민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분명히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한 종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의 노력처럼, 주민의 참여를 통해 ‘행복’을 주민의 언어로 말하고, 그것을 상호학습하고 토론하여 정책추진체계를 상향식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은 중요하다. 지방정부의 정책과 주민행복의 괴리를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행복한 주민들이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든다!
‘행복’이란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삶의 안녕과 만족의 상태를 말한다.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을 혼자 지켜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사회적 지지와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의 특징은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국민 간 신뢰가 높다. 또한 주민들이 지역의 주체로 참여해 스스로 결정하고 이뤄내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이기 때문에 만족감과 행복도도 높다.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믿는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마태효과가 실제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 누적효과가 사회적 행복 누적효과로 이어질 때 공동체도 활성화되고, 전체적인 사회도 건강해진다.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 가족, 사회, 정부 등 각 주체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균형적이고 조화로운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지방자치의 핵심 구성원인 지자체와 의회,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여, 구호에만 그치던 ‘주민행복’과 ‘주민행복 증진정책’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섬세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일 시점이다. 헌법 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여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정부의 의무로 제시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종로구의 ‘행복’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글_인은숙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도시재생, 사람은 없고 사업만 있다?
저성장시대의 도래와 함께 도시 발전 패러다임이 개발에서 재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7월 이후 도시재생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여러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 관련 조례를 제정한다거나 전략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국내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진행 중인 도시재생에 사업은 있지만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행정, 전문가, 개발업자는 있지만 주체인 주민은 빠져있다면, 정부 예산이 투여된 사업이 끝나고 난 뒤에도 과연 지역 재생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영국의 도시재생 사례들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지난 24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2015 목민관클럽 영국·스페인 정책연수’의 내용을 바탕으로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들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더불어 국내 주민참여 도시재생 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짚어봅니다.
영국의 주민참여 도시재생 사례
가장 먼저 소개할 영국의 주민참여 재생 사례는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빌더스(CSCB, 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입니다. 코인스트리트는 런던 템스 강변 남쪽 사우스 뱅크 지역에 위치한 지역으로서, 1974~1984년까지 10년간의 개발 반대 운동으로 민간 개발업자의 개발 계획을 포기시키고, 1985년 비영리 마을만들기 사업체인 CSCB를 설립하여 스스로 재생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CSCB의 특징은 ‘커뮤니티 중심 도시재생’이라는 점인데요.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주체들은 개발 초기 런던 시로부터 부지를 저렴하게 구입하여 임대주택·공원·산책로 등 공공시설을 개발하고, 공장·재래시장 등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수익시설로 운영하였습니다. 또한, 코인스트리트에서는 지역 내외의 다양한 전문가를 확보하여 이사회를 구성하고, 주민대표 그룹·사회적경제 주체·개발회사·전문가·지역의회 의원·행정을 포괄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모임 또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였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토지 이용을 비영리로 제한함으로써 부동산업자의 무분별한 개발을 예방하고 토지 매입과 개발을 위한 자금을 융자하는 등의 지역 커뮤니티의 토지 매입 및 개발을 지원하는 런던 시의 정책적 지원입니다.
자산 관리(Asset Management)를 통한 공동체 이익 창출 사례로는 해크니 개발 협동조합(HCD, 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과 패딩턴 개발 트러스트(PDT, Paddington Development Trust) 사례입니다. 먼저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이하 HCD)은 1982년에 설립하여 런던 해크니 달스턴(Dalston)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개발회사이자 공동체이익회사(CIC, Community Interest Company)입니다. HCD의 주요 사업은 지역 내 자산을 활용한 공간 임대 사업으로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소기업, 봉사단체, 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토지 및 사무실을 제공해왔습니다. 임대비용은 대여 건물의 관리 및 유지 보수에 사용하고, 세입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훈련 및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데 쓰입니다. 이와 더불어 HCD에서는 지역 내 주요 광장인 질레트 광장의 오픈 스페이스 관리와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도 맡아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합니다.
다음으로 패딩턴 개발트러스트(이하 PDT)는 1997년 설립하여 패딩턴과 북부 웨스트민스터 지역에서 시민과 지역단체 기업을 위해 일하는 자선단체이자 사회적기업입니다. PDT 역시 HCD와 유사한 방식을 통해 스토센터(Stowe Center) 등 몇 개 건물을 임대하여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교회 재건 프로젝트, 공원관리소 에너지센터 전환프로젝트 등 자산기반 프로젝트들을 통해 공동체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PDT는 지역 사회 자원봉사 중간지원조직이자 앵커조직으로서 지역 주민들을 자원봉사원으로 조직하고 공간·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자원봉사 허브(Community Volunteer Hubs)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PDT 대표인 닐 존스톤씨는 “주민들을 교육하여 그들이 직접 이웃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지역 사회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 지역사회 변화에 있어서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셜라이프(Social Life)는 커뮤니티 참여 재생 사례로서 주민참여 재생에 있어서 전문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12년 설립한 소셜라이프는 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으로부터 독립하여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으로 커뮤니티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심 지역 재생을 위해 연구 컨설팅과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소셜라이프에서는 지역 재생에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주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합의형성 워크숍, 딜리버리티드 워크숍 딜리버리티드 워크숍(deliberated workshop, 소셜라이프에서 하는 워크숍 방법 중 하나)을 엽니다. 논의할 논제가 있으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해야 할 목표(target)를 다 알려주지 않고 부분만 알려준 다음 지난 번 나온 결론과 다른 관점을 줌으로써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개발된 테크닉입니다. 또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설문 등을 하며, 필요한 경우 주민들로 하여금 다른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커뮤니티 오거나이저(Community Organizer)로 교육하여 의견을 청취하기도 합니다. 소셜라이프에서는 지역 재생에 있어서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영국 주민참여 도시재생의 특징 – 사람·지역사회·공동체
영국 도시재생 사례들로부터 지속가능한 주민참여 재생을 위한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재생 사업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입니다. 코인스트리트, HCD, PDT 등의 사례에서와 같이 지역 커뮤니티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자산을 취득 및 운영하고, 자산을 활용한 커뮤니티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장기적인 지역사회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등 재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려고 합니다.
둘째, 재생 사업에 있어서 인적 지속가능성입니다. 코인스트리트에서는 지역 내외의 전문적인 혁신가들을 모아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고, PDT의 경우 자원봉사자 교육 및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로컬리티의 커뮤니티 오거나이저 사례와 같이 주민역량강화 교육과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재생 사업의 인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셋째, 재생 사업의 제도적 지속가능성입니다. 앞서 살펴본 지역주권법(Localism Act)과 같은 제도를 통해 비영리단체 또는 공동체에만 토지이용을 허가하거나 건물과 토지 매입시 공동체에 우선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마을계획, 커뮤니티 부동산개발 등의 지역사회 공동체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지요.
넷째, 재생 사업의 방법적 지속가능성입니다. 소셜라이프 사례에서 본 다양한 워크숍 기법들, 사회적지속가능성 프레임 워크 등 주민참여재생을 실현하는 기법들을 통해 많은 주민들이 재생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으며, 재생사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문제를 합리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해결해간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과 사례들은 주민참여와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국내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에서 무엇을 중시해야 하고, 어떤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말해 줍니다. 기본적으로 영국 도시재생 정책과 사례들은 무엇보다 사람과 지역사회·공동체를 중시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적·문화적·환경적 재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시민참여’, ‘커뮤니티 중심 개발’, ‘자산 관리와 활용’, ‘다양한 사업 모델 활용’, ‘공동체 수익 창출’,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의 융합’ 등의 특징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재정적·인적·제도적·방법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줍니다. 비록 제도적·문화적 차이로 인해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십 년 동안의 도시재생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시사점은 걸음마를 하며 첫걸음을 내딛는 국내 도시재생 현실에서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글_장우연(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희망제작소 전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참고문헌
• 양도식, 영국도시재생 정책의 실체, 2013
•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2013
• 이은애, 도시재생-사회적경제 아카데미 강의자료,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5
• 전영우, ‘서울시 파견 공무원의 2년간의 영국 시민사회 견문록’, 영국 스페인 연수 결과보고서
• 전은호, “Locality: 마을 자산 관리의 모델을 찾아”,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14
• CSCB, 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 발표자료, 영국 스페인 연수 결과보고서
• HCD, 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 발표자료, 영국 스페인 연수 결과보고서
• Social Life, 소셜 라이프 발표자료, 영국 스페인 연수 결과보고서
• Social Life, Design for Social Sustainablity, 2012
행복을 주민 스스로 정의하고 주민의 관점에서 정책화하면, 우리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종로구에서는 행복정책을 만들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주민, 전문가,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종로행복드림 이끄미'(이하 행복이끄미)를 구성하고, 주민을 위한 행복아이디어 발굴을 비롯하여 종로구 정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종로행복드림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종로구가 행복에 접근하는 방식이 기존의 행정이나 전문가가 중심이 된 정책결정 위원회와 다르다는 것이다. 행복이끄미는 행정에서 기본계획이 먼저 나온 후 주민들을 이 틀에 맞춰 참여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첫 설계 단계와 방향 설정에서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이처럼 주민들 스스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들여다보면서 이웃과 공동체를 고민하게 되는 과정은 지역사회의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으며, 주민이 느끼는 실제 행복과의 정책적 괴리를 좁힐 수 있는 고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민-관 협력 거버넌스와 주민참여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을까? 지난 4월 22일, 이 기획을 이끌어가고 있는 종로구 사회복지과 행복드림팀을 만났다.
Q. 행복이라는 가치를 통해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우수 모델을 만들고 계신데요. 행복이끄미 활동의 배경과 의미를 소개해주세요.
A. 먼저 공공정책의 최종 목표가 개인이나 사회의 행복이라는 점에 동의한 부분이 있었고요. 사업 이전에 종로구청 내에 행복 관련 직원 동아리가 구성됐어요. 3~4개월 간 행복을 어떻게 정책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함께 스터디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주민이 중심이 되는 사업으로 시도해보자 생각하게 되었고, 행복드림팀이라는 전국에서 유례없는 팀이 생기게 됐죠. 보통 행정에서는 기본적인 계획이 먼저 나오고 그 후 주민에 맞춰 사업이 진행되는데요. 저희는 설계와 방향 설정의 첫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전 워킹그룹을 구성해보자 했죠. 그게 바로 행복이끄미예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과 전문가, 구 의원, 관련 공무원들이 함께 했는데요. 보통은 모집이 잘 안 되면 지역별, 단체별로 할당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행복이끄미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자발적인 사람들만 해보자고 했죠.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는데, 요구르트 배달하시는 분부터, 과학자나 영화감독, 은퇴한 공무원, 교수나 변호사 등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행복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셨어요.
처음에는 행복에 대한 학습에서 시작했는데요.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주민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 등 순차적으로 낮은 단계부터 진행을 했어요. 매월 열리는 회의에서 일상의 행복한 사례를 나눴는데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개인의 행복만을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이웃・사회와 관련된 것들이 개인의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시더라고요. 이 사업은 주민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어떻게 등장시켰는지가 포커스였다고 생각해요.
Q. 종로구 위원회가 다른 지역의 거버넌스 위원회와 특별히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별점은, 하고 싶은 사람, 즉 손을 든 사람을 등장시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형식적인 거버넌스에 머물지 않을 수 있었고, 자발성이 강하다보니 모임이 지속할 수 있었고 시너지 효과처럼 다른 분들한테도 전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의 주민참여 정책에 길들여져 있어서 행정에서 다 해줄 거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래도 오신 분들의 80%가 기존 행정 위원회에 참여하신 적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 같이 만들어 갈 수 있었어요. 심지어 작년에 참여하셨던 어떤 분은 관공서 오는 게 꺼려지고 공무원이 무서운 존재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 활동을 통해 많이 변했다고 하셨어요. 서로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거죠. 보통 주민참여라고 하면 많이 그리고 자주 이야기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만 듣는데, 저희는 ‘보통’ 주민들의 창구와 통로가 되기 위해 노력했죠.
Q. 주민들이 행복의 의미를 직접 정의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주체로 나서는 과정이었는데요. 실제 종로구 정책방향이나 주민들의 실제 삶에 변화와 효과가 있었나요?
A. 주민들을 등장시키기 위한 정책은 사실 많아요. 주민참여예산이나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런 사례죠. 저희는 주민발의조례를 통해 주민이 직접 입법화하는 하는 활동을 시도해보자 했죠. 이 과정에서 종로의 주민자치나 주민참여민주주의가 성숙되었다고 봐요. 조례발의 뿐 아니라 주민서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경험하고 확산시킬 수 있었죠. 작년 같은 경우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행복 관련 정책을 모았는데요. 행복이끄미와 주민들이 심사해 선택한 부분은 각 부서의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올해 시작하는 ‘행복드림 아카데미’나 ‘나도 행복강사’가 대표적이죠.
Q. 일반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또 앞으로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가지고 계신가요?
A. 매년 연말에 주민들이 직접 종로 10대 뉴스를 선정 하는데요. 행복드림프로젝트가 실행 1년 만에 2위에 올랐어요. 중앙부처에서 하는 정부 3.0 소통 분야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향후 계획은, 종로만의 행복지표를 개발하고 측정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예요. 행복지표의 경우 전문가나 전문기관에서 만든 지표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종로구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도록 주민이 참여하는 우리만의 행복지표를 만들어 이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려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정책으로 보완하고요.
이 프로젝트는 정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시민운동과 같이 가야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공공에서 메우지 못하는 부분은 시민의 운동으로 채워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연차별로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거죠. 작년에는 인증샷을 공모했지만 올해는 시민들이 행복한 일이 뭔지 찾아서 실천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Q. 진정한 ‘주민참여’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어떤 프로그램에서 ‘참여’라고 말했을 때는, 저희가 주관하고, 주민들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는 주민을 대상화하는 관점이 배어있어요. 주민참여라고 하면서 주민들을 들러리화하고 대상화하는 그런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진정한 주민참여와 자발이 아닐까 싶네요. 주관 주체가 주민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주민참여’가 되는 거죠.
Q.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지속하고 확대하려면 (제도적, 행정적으로)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A. 행정에서는 어느 정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해요. 주민들은 자기 직업도 있고 다른 일도 있어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어요. 공무원들은 업무로 하다보니까 ‘금방 될 것 같은데 왜 못할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좀 더 기다려줄 필요가 있어요. 저희는, 우리의 성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려고 해요. 주민들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생업이 있는데 참여만 하라고 하니까, 모르는데 하라고만 하니까, 준비되지 않았는데 목표만 달성하라고 하니까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공무원은 주민을 믿지 못하고, 주민은 참여하는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Q. 행복이끄미 활동하면서 한계점을 느끼기도 하셨나요?
A. 이끄미 분들이 각자 생업이 있는데다가 이 활동이 영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게 쉽지 않은 점이 있어요. 이사나 이직 등의 변동사항이 생긴 경우가 여섯 분 정도 있었어요. 처음이라서 막연한 부분도 있었어요. 행복이라는 추상적 키워드를 정책으로 가져온다는 측면도 막막했죠. 하지만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주민과의 관계에서 오는 기쁨도 있었고, 전문가 분들이 컨설팅도 잘해주셨죠. 구청장님도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고요. 그렇지 않았다면 사업 진행이 어렵지 않았을까요?
Q. 가장 인상적이거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A. 1년 정도 하다 보니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걸 많은 부분에서 느끼고 있어요. 처음에는 여기만 오면 뭔가 막연하게 행복해질 것 같다는 분들도 있었고, 저희가 마치 기도원이라고 생각해서 신청하신 분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조금씩 주민들의 생각이 개인적 바람을 뛰어넘어 사회나 공동체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죠.
작년에는 한 번도 누구한테 서명을 부탁해본 적 없는 분들이 그 추운 날 조례 서명 받으러 다니시더라고요. 2기 행복이끄미 중에는 조례 서명 과정에서 알게 되어서 오신 분들도 계세요. 작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게 보일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행복이끄미와 같은) 주민참여 거버넌스에 대한 공무원 내부의 인식은 어떠한가요?
A. 주민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고 많이들 놀라십니다. 사실 공무원 조직이 보수적인 부분도 있고, 주민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뜬 구름 잡는 거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요. 공무원들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끼거든요. 그래도 행복이끄미가 주민들의 열정을 높게 평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주민들의 참여를 확장시키는 활동을 할 때 더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활동을 쉽게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성별이나 연령대에서 제한적인데, 이런 부분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행복드림프로젝트 2.0의 목표는 마을과 마을, 학교와 학교 간의 만남과 연대예요. 행복이끄미와 대학, 공동체와 공동체의 만남을 끌어내는 거죠. 안에서의 연대에서 좀 더 확장하는 거예요. 추상적이고 어려운 것 같지만, 노력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종로구 행복이끄미 모델이 다른 구나 지역에 확산될 가능성과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저희는 농담처럼 얘기해요. 저희 구민 전체를, 행복이끄미화 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이지요. 시와 구로 확산하는 게 저희 바람이죠. 이 프로젝트는 종로구의 행복증진정책이자 범시민운동이에요. 시민운동이 종로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니까 하나씩 퍼져나가길 바라고 있어요.
밀레니엄 2000년을 선포하면서 한국은 경제발전에 집중했지만, 프랑스는 행복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방송에서 날마다 행복 관련 강의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나눠줬다고 하고요. 우리도 이렇게 행복을 확산시켜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일어나는 행복을 엮어주고 끌어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Q. 행복드림팀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거버넌스(협치)는 어떤 것인가요?
A. 협치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생소한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일단 한 번 가보는 거죠. 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보완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걸 만나는 거지요. 가보지도 않고 안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행복도 마찬가지고요. 출발해서 가다보면 중간 중간 좋은 것도 만나고 목표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지요. 여럿이 함께 하면 길이 생긴다는 말에 공감을 많이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협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행복드림팀이 생각하는 거버넌스란?
A. 동반 행복
인터뷰는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종로구 행복드림팀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주민참여 거버넌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주민을 대상화하는 일반적인 참여방식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 끊임없이 강조되었다. 종로구가 행복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을 이미 다 설치된 무대에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무대를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정리 : 이은지 | 지속가능발전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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