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정상화 + 인구감소지역 확대 추진 - 경남 김경수 님의 공약
청년수당의 한국 사회에서의 함의
기본소득의 출발인가? 지방자치단체 복지정책의 확장인가?
정리 김남희 |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지난 2월 15일, 오사카 시립대학의 연구팀이 참여연대를 방문하여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하여 청년수당의 배경, 정부와 서울시의 공방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청년수당, 청년배당 등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정책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함의에 대하여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기고한다.

ⓒ참여연대
「청년수당」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당초 누가 제안한 것인가? 이와 관련한 참여연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참여연대가 청년수당의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에 먼저 제안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청년단체 활동가 등과 함께 여러 절차를 통하여 청년정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여 왔으며, 그 일환으로 2020 서울형 청년보장이라는 서울시 청년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였고(청년 일자리 확대, 청년 거버넌스 및 장소지원, 청년 공공주택 등), 청년수당은 이 청년보장 정책 중 하나로 제안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청년이라는 세대에 한정한 정책을 먼저 적극적으로 제시하기 이전에, 2009년경부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용보험에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구직 활동과 직업 훈련을 보조하기 위한 구직촉진수당(실업부조)의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실업부조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도입되어 있는 제도이며, 한국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도 대상이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사하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가?
서울시 청년수당은 심사를 통하여 약 3,000명의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을 선발하여 월 50만 원씩의 활동지원금을 1년간 주겠다는 내용이다. 엄밀히 말하면 기본소득(Basic Income)의 의미보다는, 구직촉진수당 또는 청년활동지원 정책에 가까우며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일종의 선별적 참여소득(participatory income)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청년세대는 노동시장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근로무능력을 요구하고 선별적이고 잔여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 제도에서도 배제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실업과 빈곤 문제를 경험했을 때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청년수당은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상자가 너무 한정적이고 운영방식도 선별적이라(3,000명,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 고려, 매월 사용내역 및 활동보고서 제출의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정책으로는 지나치게 제한적인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또 정반대로 근로능력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현금지급이라는 이유로 보수언론 등의 비판도 받고 있다. 게다가 2016년 8월 한 차례 지급되었다가 보건복지부의 직권 취소로 중단되어, 실제 시민들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청년수당」의 실현을 지지하는 시민은 어떠한 계층이고 어떠한 특징이 있는가?
노동시장의 진입이 어렵고 고용조건이 열악한 청년 세대의 고용, 빈곤, 주거 등의 문제 때문에 청년층에서는 청년 대상 소득보장정책에 대한 요구가 있고, 청년층의 일부는 이러한 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청년운동단체에서 청년수당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청년주거문제 등에 관심이 많다).
복지확대에 관심이 많은 진보적 시민단체와 일부 진보적 시민들은 청년수당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의 확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복지정책 확대에 대한 지지라고 볼 수 있지, 역시 청년수당 정책을 사회정책 중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단체는 없는 것 같다. 참여연대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복지정책 및 청년정책을 중앙정부가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청년수당을 지지했다.
일본에서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의 도입으로 최저임금이 낮아지고 사회보장을 해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의 사회복지학자들이나 사회복지 운동을 하는 단체는 기본소득에 대하여 우려가 있는 편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현금수당 만으로 복지제도를 대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충분한 재원마련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으로 기존 복지제도를 대체하게 된다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공공사회인프라(국공립어린이집, 공공병원 등)의 비율이 극히 낮고 의료, 돌봄 등 복지서비스가 민간업체에 의하여 공급되고 있는 한국에서 현금수당 만으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용을 기본으로 한 복지정책(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일자리 정책 위주의 복지)의 한계를 인식하고, 좀 더 다른 차원의 복지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여러 사회단체와 학계, 그리고 정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진보적인 언론사에서 매우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소셜펀딩을 통한 기본소득 실험 등), 2016년 기본소득네트워크 세계대회도 한국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기본소득 관련 공약을 제시하거나 발표하기도 하였다. 참여연대에서도 최근에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를 하고, 관련하여 아동수당 등 사회수당 확대를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재원규모 상의 한계 때문에,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금액이 낮거나, 일부 계층으로 한정한 일종의 세대 선별적 사회수당(아동수당, 기한을 정한 청년수당 등)에 가깝다. 즉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기보다는 저성장 시대의 소득보장정책에 대한 고민이 있고, 그러한 맥락에서 각종 사회수당의 확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체가 있는가?
기본소득에 관하여 운동으로 적극적인 곳은 진보정당인 녹색당, 노동당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여 원외 소수정당으로 남아 있다. 시민단체 중 대표적인 곳은 2009년 결성된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라는 곳으로 주로 진보적인 학자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 청년단체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에 청년 기본소득을 조례로 추진하자는 연대의 움직임이 있다.
성남시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의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성남시 청년배당은 서울시 청년수당보다는 기본소득에 더 가깝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에 해당하는 모든 청년에게 조건없이 연 100만 원(분기당 25만 원)을 4분기에 나누어서 지급하되, 성남시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받는 내용으로, 2016년 1월 20일 첫번째 지급되고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빈곤한 청년세대와 생계형 자영업자 문제를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으로 설계되었으며, 지역에서 매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실제 지급액은 분기당 12만 5천 원으로 삭감되었는데 이는 중앙정부에서 이 정책 시행을 이유로 교부금을 삭감할 것을 예상하고 절반만 지급하였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재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리고 공약으로 기존의 청년배당의 대상을 확대한 기본소득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는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 원, 아동(0~12세), 청소년(13~18세), 청년(19~29세), 노인(65세 이상), 농어민(30~64세), 장애인(나이에 상관없이 중복수혜허용)에게 연 100만 원의 배당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재원은 법인세 강화와 국토보유세 증가를 통하여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성남시와 이재명 캠프에서 추진하는 기본소득은 소득수준으로 선별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역상품권을 결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도 추진하는 정책이다. 다만 한정된 재원으로 추진하다보니 금액수준이 높지 않아, 소득보장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복지정책을 도입하는 경우, 중앙정부의 보건복지부와 사전협의가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전 협의를 수행함이 없이 「청년수당」의 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에 국가(중앙정부)가 2016년 1월에 서울시를 대법원에 제소했다고 들었다. 이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아직 소송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정부가 지방자치법 제169조1)에 따라 서울시의 청년수당 도입에 대하여 직권취소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서울시가 대법원에 이의신청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참여연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복지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빈번하게 있는 일인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독자적인 복지정책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예산으로 독자적인 다양한 복지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2015년 기준 5,981개의 사업), 사회서비스 등 복지정책 중 상당 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시행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측면도 있으며, 중앙정부의 부족한 복지서비스(예를 들어,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는 정부에서 최대1일 13시간을 제공하므로, 부족한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복지사업으로 보충하고 있다)를 채워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최근 중앙정부가 대선 공약 등으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그 재정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여 (기초연금 확대, 무상보육 등) 지방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고, 자체 복지사업은 금액이 정체되거나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복지사업은 취약계층 지원, 지역복지시설 지원, 장애인 활동보조 추가 제공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정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립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가?
이러한 현상은 박근혜 정부에서 심각하게 발생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에 대하여 중앙정부(보건복지부 장관)가 조정하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 신설, 변경시 협의, 조정제도를 도입하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 조문은 후일 청년수당, 청년배당 정책을 가로막는 근거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연금 확대, 무상보육을 실시하며 증세는 하지 않고, 재정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지방재정은 매우 열악해졌다. 또한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9호를 2015년 말 신설2)하여 사회보장기본법상협의, 조정을 따르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교부금을 삭감하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를 재정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확보하였다.
더 나아가 그동안 크게 간섭하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 자체복지사업에 대하여도 조사 및 정비를 추진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재정절감을 이유로 201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자체 복지사업을 일체 조사하여 5,981개 사업 중 1,496개 사업(사업수로는 25.4%, 예산으로 15.4%)이 중앙정부의 복지와 유사, 중복 사업이라고 정비하라는 내용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으로 내려 보냈다. 이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적용되는 제도의 신설, 변경 사항이 아니라 기존의 복지사업을 정비하라는 것으로 법적 근거는 없다. 중앙 정부의 입장도 권고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지역의 열악한 취약계층의 복지가 삭감되고 생존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이에 참여연대가 주도하여 시민단체, 복지단체의 주도로 복지수호공대위라는 연대체를 꾸리고 대응을 하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복지 사업 폐지를 막기는 했으나 예산이 삭감되거나 폐지된 복지사업도 많다.
결과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복지정책이 후퇴하는 결과가 발생하였으며, 참여연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운동을 하고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을 의원과 공동발의하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위와 같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한국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사이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11조 제1항 4호). 또한 지방자치법에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정요구하고 취소 정지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이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169조).
그러나 실제로는 수도권 집중이 강하고 지역발전이 더뎌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주도가 매우 낮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높지 않은 재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서울시 등 재정상황이 좋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대하여 반기를 드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운 한계가 있고, 실제로 소송까지 진행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한국이 선거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뽑는 민선 지방자치단체를 시작한 것은 1995년으로 지금 민선시장이 6기이다. 그동안 서울시장과 집권당의 정당이 달라서 갈등이 생긴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추진하였다가 사퇴하고, 보궐선거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었다. 그 이후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당이 달라지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을 받으면서,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복지정책에 더 강력하게 제지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청년수당을 중단시키기 까지 하는 극단적인 갈등상황이 된 것이며, 이렇게 소송으로까지 진행된 것은 정치적인 구도와도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1)지방자치법 제169조 (위법ㆍ부당한 명령ㆍ처분의 시정) ①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에 대하여는 법령을 위반하는 것에 한한다.②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 또는 정지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면 그 취소처분 또는 정지처분을 통보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2)제12조(교부세의 반환 또는 감액) ① 법 제11조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을 위반하여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하였거나 수입 확보를 위한 징수를 게을리한 경우와 그에 따른 교부세의 감액 또는 반환 금액의 범위는 다음 각 호에 따른다.
무엇이 기본소득이고 무엇이 아닌가?
백승호 |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소득 논의의 확산
최근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이 학술공간에서 처음 제안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윤정향, 2002; 성은미, 2003; 윤도현, 2003). 그러나 당시의 기본소득 제안은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하나의 몽상가적 제안 정도로 취급되었다. 그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기본소득 관련된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2009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강남훈 등, 2009)’와 2010년 한국에서 개최된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를 기점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Real Utopi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본소득 논쟁을 소개한 ‘Redesigning Distribution(분배의 재구성)(너른복지모임, 2010)’이 번역되었다. 이후에 다양한 번역서들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2016년에는 약 30편의 학술논문이 출판된 것으로 검색된다.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확산은 2010년 서강대에서 개최된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에서 600여명이 서명한 ‘기본소득 서울선언’과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창립, 그리고 2016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의 서울개최 등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기본소득 대중운동의 활성화가 기여한 바가 크다. 국내에서 기본소득네트워크의 활동은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화를 가능하게 했고, 그 영향으로 대선후보들이 기본소득을 제안하거나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그야말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등 또한 언론과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켰다.
또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기본소득 논의의 확산에 기여했다. 서비스경제로의 산업구조변화와 그로 인한 표준적 고용관계의 해체와 불안정 노동의 일상화, 빈곤 및 불평등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위기의식 등 사회경제적 변화는 기본소득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시민들의 관심은 일상화된 삶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깊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사회보장제도가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위험들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이러한 위험들을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완재로서 기본소득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오해와 왜곡들 역시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 기본소득의 개념과 유형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기본소득이 아닌 정책제안들은 무엇인지를 정리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기본소득의 개념과 원칙
먼저 기본소득의 개념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정의가 가장 명료하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정치공동체가 심사와 노동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주기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현금’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먼저, 기본소득은 일시금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되어야한다. 기본소득은 시민들 스스로가 소비와 투자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들의 실질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금지급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둘째, 기본소득은 중앙 또는 지방정부 수준에서 지급되고 기금이 조성되는 것을 가정한다. 셋째,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외국인의 경우 최소한의 거주기간이나 조세목적으로 규정된 거주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를 포괄한다. 넷째, 기본소득은 각 개인이 속해있는 가구유형에 무관하게 각 개별 구성원에게 지급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한다. 장애인 가구 등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가구에 대해서는 기본소득과 무관하게 수당이 지급된다. 기본소득의 시민권적 권리 차원에서 지급되는 현금금여이기 때문에 추가비용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가치재로 인정된다면 추가적인 수당으로 지급되어야한다. 다섯째, 기본소득은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되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보다 기본소득 재정에 더 기여하도록 조세시스템의 개혁과 동반되어야 한다. 여섯째, 기본소득은 노동을 하건 하지 않건 지급된다.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은 공유경제를 통해서 축적된 공유된 부의 분배와 관련되기 때문에 노동여부와 무관하게 지급된다.
이상의 원칙들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충분성, 정기성, 현금지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원칙들 중에서 기본소득의 제1원칙은 보편성과 무조건성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원칙을 기준으로 기본소득과 기본소득이 아닌 것들을 구분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두 원칙이 기본소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에는 별 이견이 없다. 둘째, 개별성 원칙은 보편성 원칙에 포괄될 수 있다. 보편성 원칙의 핵심은 시민권이다. 시민권은 개인단위의 권리이기 때문에 보편성 원칙에 개별성이 이미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정기성과 현금지급 원칙은 기본소득 논쟁에서 큰 이견이 없다. 소수의 논자들이 기본소득 개념을 현물 기본소득으로 까지 확장하여 논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개념의 과잉확장이다.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철학 중 하나는 개인의 실질적 자유 보장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현금으로 지급되어야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기본소득론자들에게 이견이 없다. 넷째, 충분성은 기본소득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기보다 기본소득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급여수준과 관련되어 주로 논의된다.
따라서 기본소득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기본소득의 제1원칙인 보편성과 무조건성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자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보편성 원칙
첫째 보편성 원칙이다. 보편성원칙은 기본소득의 대상이 시민권에 기초해서 결정되어야한다는 원칙이다. 기본소득을 수령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시민권이나 공인된 거주권뿐이다(Raventos, 2007). 따라서 시민권에 기초하여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정책들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그런데 시민권에 기초한 자격규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시민권의 보편적 적용이며, 다른 하나는 시민권에 대한 제한적 적용이다. 전자는 전형적인 기본소득에 해당한다. 후자는 사회수당과 같이 시민권을 특정 생애주기에 국한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사회수당을 기본소득에 포함할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사회수당 부분에서 더 자세히 논할 것이다.
무조건성 원칙
둘째 무조건성 원칙이다. 무조건성의 원칙은 보편성의 원칙과도 밀접히 관련된다. 그러나 보편성의 원칙이 누구를 대상으로 포함할 것이냐와 관련된 판단기준이라면, 무조건성의 원칙은 기본소득 지급의 조건 부과 여부와 관련된다. 기본소득은 보편성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기본소득 지급에서 아무 조건도 부여되지 않는 제도로 제안되고 있다. 즉, 무조건성원칙은 유급노동에 참여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가구형태와 무관하게, 사회적 기여여부와 무관하게 기본소득이 주어져야한다는 원칙이다.
기본소득과 비슷하지만 기본소득이 아닌 정책들
기본소득과 기본소득이 아닌 정책의 구분은 다음의 절차에 따른다. 우선 특정 제도나 정책 제안들이 앞서 제시한 보편성, 무조건성을 만족시키고 있는지를 확인하여 이들 원칙중 하나의 원칙만이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기본소득이 아닌 것으로 분류한다. 둘째, 보편성, 무조건성 원칙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경우에는 기본소득의 나머지 원칙들을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여 기본소득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이 글에서는 참여소득, 부의 소득세, 사회적 지분급여, 사회수당 등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자주 인용되는 정책들을 평가하고자 한다.
금전적 지원
먼저 참여소득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만 제공되는 금전적 지원이다(Laventos, 2007).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이란 자원봉사, 유급노동, 가사노동, 훈련 등이 해당된다. 앤서니 앳킨슨이 제안한 정책이다.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에 대한 사회적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그러나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사회적 시민권에 기반하여 기본소득 대상이 선정되는 것도 아니며, 금전적 지원도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에 종사하는 경우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핵심원칙인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부의 소득세
둘째,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는 면세점 이하의 소득계층에 대한 일정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된 금액을 조세환급을 통해 지급하는 제도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이 제안한 정책이다. 부의 소득세 역시 기본소득이 아니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의 소득세 급여대상 및 그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사회적 지분급여
셋째, 사회적 지분급여(stakeholder grant)는 모든 사람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국가가 일정액의 현금을 한 번에 지급하는 제도이다. 사회적 지분급여는 기본소득과 가장 유사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아동신탁기금(child trust fund)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고, 미국에서 부르스 애커먼과 앤 알스토트(1999)가 특정 교육 이상을 받은 21세 인구 중에서 범죄기록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8만 달러를 지급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사회적 지분급여는 급여수급에서의 무조건성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시민권을 특정 연령에 국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에 대한 완화된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지분급여는 무조건성 원칙을 담지하고 있으며, 제한적이지만 보편성의 원칙 역시 담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지분급여는 정기성의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사회적 지분급여는 ‘기회의 평등’을 통해 시장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한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을 목표로 한다는 점(Laventos, 2007), ‘자산재분배’를 추구한다(서정희, 조광자, 2008)는 점에서, 결과의 평등과 소득재분배를 추구하는 기본소득과 철학적 기반이 다르다. 따라서 사회적지분급여를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회수당
넷째, 사회수당은 "자산조사나 노동의무와 같은 조건이 부과되지 않는 소득보장제도로서 특정 인구학적 집단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시민권적 소득보장제도이다. 사회수당은 기본소득과 같이 무조건성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보편성의 원칙에서 기본소득이 모든 시민의 권리에 주목하고 있다면, 사회수당은 특정 인구학적 집단으로 시민권 적용을 제한한다. 즉 사회수당은 시민권 기반이긴 하지만 아동, 노인, 청년 등 특정 인구집단의 욕구 충족을 위한 현금이전을 강조한다. 사회수당 역시 사회적 지분급여와 마찬가지로 보편성에 대한 완화된 기준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수당은 무조건성 원칙을 충족시키고 있고, 보편성의 원칙을 제한적이지만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소득에 포함시킬 수 있다.
물론 ‘수당’과 ‘기본소득’은 철학적 기반이 다르다. 기본소득과 달리 수당이 시민권에 대한 제한적 적용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언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론자들은 현대 자본주의를 공유경제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축적된 부를 공유된 부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이러한 ‘공유’된 부의 분배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동, 노인 등 특정 생애주의의 ‘욕구’에 기반 한 분배원리를 가지고 있는 사회수당과 다르다. 수당은 아동, 노인, 청년 등 특정 생애주기의 욕구에만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높은 수준의 금전적 지원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 변혁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수당과 철학적 기반이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철학적 기반의 차이에 근거해서 본다면 사회수당은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사회수당을 기본소득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반면에 수당 중에서 명확하게 기본소득에 포함시킬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장애수당이나 실업수당 등이 그것이다. 장애수당은 보편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시민권에 기반하고 있다기보다 장애 진단이라는 특정 욕구의 인정여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실업수당은 고용이력이 전제된 실직 여부에 근거하여 1차적인 대상자 선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편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어서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상으로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기준으로 기본소득인 제도 및 정책제안을 구분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참여수당, 사회적 지분급여, 부의소득세는 기본소득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사회수당을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의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제안되거나 실행되고 있는 유일한 기본소득은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이다.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은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재원으로 한다. 1976년에 조성된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석유수입을 기반으로 지급되는 배당금 형태의 종신기금이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1년 이상 알래스카 주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연령, 성별, 임금 소득과 관계없이 배당금을 받는다. 2015년에 1인당 2,072달러가 지급되었다.
기본소득의 단계적 실현을 위한 기본소득 모형들
기본소득의 원칙 중 이 글에서 충분성 원칙은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충분성 원칙은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소득이 충분히 지급되어야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기본소득인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의 구분 기준으로서 논의되기 보다는, 기본소득의 단계적 이행과정과 관련해서 논의되어왔다. Fitzpatrick(1999)은 기본소득의 이행 초기단계에서는 아주 낮은 수준의 과도적 기본소득이 기존의 사회보장과 결합된 형태로 출발하여 점차 급여수준을 확대하는 부분기본소득 단계를 거쳐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모두 폐기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완전기본소득 단계로의 발전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의 논의에서 과도적 또는 부분 기본소득 개념이 과잉 확장되는 경향이 있는데 부분기본소득은 충분성의 원칙에 대한 단계적 접근에 한해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안하고 있는 연간 100만 원의 생애주기별 기본소득은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을 지키면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는 과도적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안은 충분성의 원칙을 상당부분 제약한 초기 단계의 기본소득 제안으로서 개인의 실질적 자유실현이라는 기본소득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조건성의 원칙은 기본소득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약이 있는 정책제안이라면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다. 반면에 보편성의 원칙은 완화된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수당 형태는 보편성의 원칙을 특정 생애주기 수준으로 제한한 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다. 보편성 원칙을 특정 생애주기로 제한하고 충분성의 원칙을 좀 더 확장함으로써 개인의 실질적 자유실현이라는 기본소득의 목표에 더 가까이 가고자하는 기본소득이 제안되기도 한다.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 제안(이승윤·이정아·백승호, 2016)이 여기에 해당한다.
충분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기본소득의 본래 목적인 개인의 실질적 자유실현 여부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충분성의 원칙에서 제약이 가해진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 제안일수록 기본소득의 실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기존의 노동시장 및 복지제도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기본소득론자들은 최저생계비 수준까지의 충분성이 확보된 기본소득과 기존의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제도들과의 유기적 결합을 단기간 내에 실현가능한 기본소득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특히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은 사회보험과 같은 기존의 소득보장 정책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 일자리 나누기 정책과 같은 노동시장 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시민들이 적정수준으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상으로 기본소득의 개념에 기초하여 기본소득의 원칙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원칙들의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기본소득이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유형들을 구분해보았다. 이러한 접근은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한 과잉확장이 가져오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본소득에 대한 많은 오해와 왜곡은 기본소득 개념에 대한 오남용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나중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Dynamic Korea라는 명명이 무색하지 않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시간내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국사회에서 활성화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본소득 제안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은 ‘예산제약’, ‘우선순위’ 논리이다. 기본소득 논쟁과정에서 가장 많이 직면하는 반대논리는 “송파 세모녀가 주변에 여전히 많은데,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기본소득을 실현할 필요가 있느냐? 욕구가 많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를 먼저 강화해야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론이다. 몇 년 전 보편주의 논쟁에서 ‘보편주의’를 역설했던 사람들도 이 논리를 기본소득 반대논리로 활용하곤 한다. 물론 이 주장이 틀린 주장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 속에 내재해 있는 ‘우선순위’, ‘나중에’ 패러다임의 문제이다. 가장 흔하게 이 패러다임을 활용해 온 것은 우파정권이다. 복지확대를 주장하면 ‘경제도 어려운데 복지는 경제성장이후에 생각해보자’는 등의 ‘우선순위 패러다임’, ‘나중에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좌우를 막론하고 어느 새 한국사회를 걱정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또아리를 틀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운동진영에서도 젠더평등이 주장될 때 ‘민주화가 우선이니 젠더이슈는 나중에 다루자’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순응했었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된 현재라고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여성인권 은 나중에 정권교체가 우선’, ‘노동자 권리도 나중에 정권교체가 우선’, ‘성소수자 인권도 나중에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구호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정권교체가 ‘여성인권’, ‘노동자 권리’, ‘성소수자 인권’, ‘필요한 사람의 복지’를 실현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본소득은 나중에 기존 사회보장제도 강화가 우선’ 구호도 마찬가지다.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모든 사회문제들이 뒤엉켜 혼재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젠더 이슈가 서로 상반되고 우선순위가 있는 이슈가 아니듯이, 기본소득과 기존 사회보장제도 또한 우선순위가 있는 상호 배타적으로 논의될 이슈가 아니다. 이제 그러한 ‘우선순위’ 패러다임 ‘나중에’ 패러다임을 버리고, 어떤 복지국가를 건설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본소득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기본소득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야하는지, 기본소득이 아니라면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등을 논의하는 패러다임으로 한국사회의 복지국가 재구성을 위한 논쟁이 전개되기를 희망한다. 그 출발은 ‘우선순위’, ‘나중에’ 패러다임을 폐기하는데서 출발하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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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2003). 신자유주의와 대안적 복지정책 모색. 한국사회학, 37(1).
성은미(2003).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 기본소득.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학술대회.
이승윤·이정아·백승호(2016). 한국의 불안정 청년노동시장과 청년기본소득 정책안. 비판사회정책, 52.
Fitzpatrick, T(1999). Freedom and Security: An Introduction to the Basic Income Debate. London.
Raventos, D.(2007). Basic Income. The Material Conditions of Freedom. Pluto Press.
찾아가는 기본소득
지난 20대 총선, 나는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이때 당원들과 함께 ‘기본소득 선본’을 꾸려 기자회견,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찾아가는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작은 규모의 기본소득 정책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었는데, 이때의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녹색당은 단계별 재원마련 방안과 연동한 단계별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에서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해 임금소득을 얻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청년, 청소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 우선 지급을 주장했다. 동시에 이들에게 기본소득 운동의 주체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던지고 싶었기에 관련한 지역조직, 공동체 모임 등을 위주로 찾아갔다. 또한 기존 복지 제도와의 교통정리를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복지 운동 당사자들을 만났다. 기본소득 자체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대다수였고, 한두 번의 만남으로 이들을 당장 ‘조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자신의 삶에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개입시켜보는 일이 시작됐다.
또한 기본소득 전국순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부당해고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장기투쟁 중인 노동자들, 생계 때문에 부당한 노동요구나 성차별에 맞서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오랜 세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경제적 기반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들,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소박한 삶을 꾸려가고 싶어도 당장 소득이 없어 단기적 일자리가 많은 서울에 머물 수밖에 없는 청년들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기본소득이 삶에 어떤 전망을 주고, 그 전과 어떻게 다른 생애 기획을 가능케 하는지 이야기 나눴다.
기본소득이 어째서 민주주의의 소득이자 권리인지 이해하기 시작한 사람들, 자신이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상상하고 희망을 품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부터가 손쉬운 냉소나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현재와 미래의 노동, 복지와 증세, 사회적 신뢰와 정치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현재 어떤 다른 주제보다 모두를 논의에 참여시키면서, 흥분시키는 주제다. 이것이 기본소득이 가진 큰 장점으로 의제의 확장 가능성, 곧 대중성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신뢰 만들기
녹색전환연구소,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와 함께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을 모니터링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본소득 제도의 관점에서 이를 평가하고 제도의 결점, 중앙정부 정책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등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컸으나 수령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예컨대 청년들의 ‘복지 인식’과 같은 측면이다. 복지 인식은 제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제도가 복지 인식을 바꾸는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청년배당은 소득보장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당사자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 역시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금액이 적기 때문에 소득에 큰 도움이 되거나 극적인 변화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하지만 설문 결과, 적은 금액임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또한 청년배당이 당사자 청년들 사이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동 세대 및 다른 세대와의 사회적 연대가 시작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제도 도입과 시행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신뢰’ 형성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정치적 의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아닌가.
또한 최근 여성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조직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 제도 개선까지 이끄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 위기마다 성차별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해왔다. 위험의 몫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갔다. 구조조정 시 여성을 우선 해고한다거나, 구조조정 후 늘어난 저임금 계약직 일자리에 주로 여성을 고용했다(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 사회 안전망 부재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여성과 소수자 혐오를 통해 해소하는 것을 방치했으며, 사회적 재생산에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모른 체하고 출산과 육아, 가정 내 무급 가사노동 등 거의 모든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떠맡기고 있다. 이런 현실에 나 역시 한 명의 여성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제도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젠더 불평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정규직 임금노동자 중심의 정상가족을 기본 단위로 구성된 복지국가 담론 역시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균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여성과 소수자들이 공적 영역, 사적 영역 모두에서 남성 가부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립된 경제적 시민권을 가진 주체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현재 이에 가장 걸맞은 제도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복지이며, 한편으로 복지를 넘어서는 기획이다. 젠더와 생태문제 때문이다. 서구 기준이긴 하나, 지지자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19세기 노예해방 → 20세기 보편참정권 획득 → 21세기 기본소득 보장’으로 이어지는 세계사적 과제라는 말에 동의한다. 기본소득은 자유와 평등을 증진해온 인간해방의 일환이다. 우리 중 누구도 보편참정권을 복지제도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권 등 복지의 의미가 확장된다고 해도 복지만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생명을 위한 기본소득
나아가 인간 해방만이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생각할 때 ‘시민배당’으로 기본소득이 절실해진다. 피터 반스는 <시민배당>에서 미국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한 구조를 파이프라인에 비유해 설명한다. 어딘가에 한 번 꽂아둔 파이프는 빨대처럼 부의 극단적 편중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에 자원 분배를 위한 다른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민배당을 그 방법론으로 소개한다. 분배할 자원은 땅, 지하수, 맑은 공기, 광물 자원, 주파수 등 이미 충분하며, 시민배당이 공유자원의 상품화, 시장화를 막고 지속할 수 있게 보존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후변화를 막고 재생에너지로의 시스템 전환을 견인할 방안으로, 탄소세 혹은 기후부담금, 생태부담금을 시민배당으로 나눠주는 것이 감세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롬비아 주에서는 200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탄소세를 걷어 그중 일부를 탄소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1년에 100달러 정도(저소득층의 경우에는 100달러 추가 지급)의 작은 규모이지만, 생태부담금-시민배당 지급을 현실화하고 있는 사례다. 한국은 생태 위기 논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최근 지진으로 인해 핵발전소 안전성이 논란으로 떠오르는 등 현재 상황은 결코 한가롭지 않다. 지구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방법론으로 시민배당, 즉 기본소득이 더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이 시대의 여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의 정동(情動)을 흔들 수 있는 매력적인 의제다. 기본소득이 이론적으로 100%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법안이 발의되어 실험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긍정적인 변화, 즉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전반이 바뀌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처럼 의제 휘발성이 큰 나라에서(선거 국면에서 이상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질 운명에 처했다는 뜻) 단기간에 기본소득이 중요 의제로 부상하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것을 막을 수도 없고. 대신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잘’ 해봐야지.
글 : 김주온 |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017년 대선후보들의 기본소득 공약과 이상(理想)의 기본소득
이승윤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다가오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대두되고 어느 정도의 공론화가 이루어졌다. 기존의 복지체제를 뒤흔들 만큼의 급진적인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제안한 대선공약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논쟁의 확대 자체에 대한 우려도 많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확대된 것은 이후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에 있어 유익하다고 판단된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보다 많은 유권자 및 일반 시민들이 복지의 보편성, 그리고 복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에 대해 토론해보고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으로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적절성이 있다. 무조건성은 자산조사 또는 근로이력과 무관하게 조건 없이 복지가 지급되는 속성을 의미한다. 개별성은 보편성에 포함될 수 있는데, 보편성이란 복지지급의 기준이 시민권에 기반을 두어 시민권을 가진 모든 개인들이 보편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속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적절성은 지급의 수준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수준 또는 충분한 수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지급의 정기성, 현금지급의 원칙들이 추가될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무조건성, 보편성 그리고 적절성의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어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2017년 2월까지 대선 주자로 거론되거나 출마한 8인의 후보들이 제안한 기본소득 관련 논의들을 앞서 설명한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과 비교하여 살펴보겠다. 이어 필자가 제안하는 이상적 기본소득제를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우리나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박원순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현재는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적극적으로 제시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하 박 시장)의 논의를 살펴보겠다. 박 시장은 2016년 12월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형 기본소득제’라는 이름의 기본소득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아동, 청년, 중·장년층, 노인층을 두루두루 대상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아동수당은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둔 가구에 20만 원 내외를 지급하되 아동 수에 따라 차등 지급, 청년수당은 18~30세를 대상으로 첫 직장 마련까지 2~3년 동안 연간 300만 원을 지원,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실업부조와 상병수당, 국민소득보험을 신설, 노인수당으로는 현행 20만 원을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하였다.
이재명
현재 ‘기본소득 당장도입’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후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하 이 시장)이다. 이 시장은 성남시 ‘청년배당’을 실행한 이력이 있는데 대선 공약으로 제안한 기본소득제는 ‘6배당 + 1토지배당’ 체계이다. ‘6배당’이란 0~12세 대상 아동배당, 13~18세 대상 청소년배당, 19~29세 대상 청년배당, 65세 이상 대상 노인배당 등의 생애주기별 배당을 비롯하여 장애인과 농민 대상의 특수배당(중복 가능)을 말한다. 각 집단별 대상자에게는 연간 100만 원이 지급된다. ‘1토지배당’은 토지소유자에게 과세하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여 세수를 확보하고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제안한 기본소득은 지역 상품권 형태로 제공하며 이를 통하여 골목 상권 활성화와 내수 진작 효과까지 목표로 주장하였다. 모든 안을 고려하였을 때 소요되는 예산을 계산해보면 아동, 청소년, 청년, 노인 대상의 생애주기별 배당에 23.8조원, 장애인, 농민 대상의 특수배당에 4.2조원, 토지배당에 15.5조원 등 총 소요예산은 43.5조이다.
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대표(이하 심 대표)는 2016년 9월 20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한바 있다. 현재 정의당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제는 영유아(0~세)·청년(19~24세)·노인(65세 이상)의 연령층에게 자산조사 및 근로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안이다. 특히 이와 같이 아동, 청년, 노인 대상으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지급을 1단계로 보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구상 중에 있고 이후에는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를 도입해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지급했던 부분을 환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하 문 전 대표)는 “기본소득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주어진 재정 여건 속에 기본소득의 취지를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으로, 앞서 언급한 세 후보들과는 달리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0~6세 대상 아동수당 및 미취업 청년 대상 청년수당을 도입하고,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아동수당의 경우 첫째, 둘째, 셋째에 금액을 차등 지급하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고, 청년의 경우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지만 취업능력 개발을 목적으로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약 30만 원의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수당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20만 원을 지급하는 현행 기초연금을 확대해 소득 하위 80%에 30만 원으로 확대 지급하는 안이 제안되었다.
손학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이하 손 전 대표)도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완전기본소득을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에 당장 시급한 복지 수요를 생각하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이다. 손 전 대표는 아동, 노인 등 특정 계층에 먼저 도입해 효과와 문제점을 검토해보고 국민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하 유 의원)은 기본소득의 개념 자체에는 동의하며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만 하나, 현재 대선 공약으로서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기본소득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미취학 아동과 노인층에 먼저 도입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하여 손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기본소득제를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대선주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이하 안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다. 안 전 대표는 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복지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에는 반대하지만 아동, 노인을 우선순위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어 사실 위의 손 전 대표 및 유 의원과 실질적인 입장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안희정
마지막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이하 안 지사)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 특히, 안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였는데, 관련하여 기본소득의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간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상 살펴본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보편성 그리고 적절성 측면에서 크게 급진적이진 않다. 특히 어느 후보도 사회보장제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축소를 제안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로 모든 제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파진영의 기본소득제와는 구별된다. 청년수당의 경우 이재명 시장, 박원순 시장 그리고 심상정 대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취업 중심의 일자리 정책 내지는 고용 촉진 차원에서 청년배당 또는 청년수당을 제안하고 하고 있어 기본소득제의 보편성 및 무조건성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아동이나 노인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논리도 권리로써의 복지배당보다는 조건 기반의 복지급여 속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체적인 복지정책을 아직 제시하지 않은 안희정 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에 대하서는 긍정적인 입장인 듯하다. 아동 및 노인수당(또는 기초연금)은 무조건성 속성은 포함하고 있으며, 시민권에 기반 한 보편성에 추가적으로 집단별 ‘욕구’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기본소득 도입의 한 단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무조건성이 있는 급여로 아동 수당, 노인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을 기본소득의 형태로 지급하고, 점차적으로 전체 인구 집단으로 확대해 기본소득제라는 별개의 독립정책으로 통합할 수 있다. 현재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제는 집단별 대상자에게는 연간 100만 원을 지급하고,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을 지급하는 안인데, 무조건성, 보편성 측면에서 가장 기본소득제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지급수준의 적절성 측면에서 지급액수가 상당히 낮은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제는 기존의 복지정책들을 모두 대체하는 정책이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기본소득이 도입되는데 있어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복지국가는 아직 제도성숙기에 진입하지 않았지만(현재 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의 사회지출 수준으로 2014년 기준 10.4%임),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목격되는 변화는 이미 복지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성숙한 한국복지국가와 이미 탈산업화시대에 진입한 한국의 노동시장의 조합을 고려했을 때, 기본소득제의 도입이 아주 먼 미래의 제도는 결코 아니다.

기본소득과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 고려
그러나 기본소득제가 현재의 복지정책을 모두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소득제 실현에 있어 세 가지의 측면에서 다른 제도들과의 정합성을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는 기존의 사회보험 및 공공부조 등 사회보장제와의 관계이고, 두 번째는 사회서비스와의 관계이다. 이상적인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어도 재생산수단의 재분배에 속하는 보육, 교육, 의료서비스는 사회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본소득제의 재정에 관한 사안으로,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위한 재정조달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 그리고 복지국가에서의 주체적인 개인에 대한 이러한 고민에서, 당장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미 임금노동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좋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전형화 된 노동의 필요가 총량적 측면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 복지국가의 지체현상(mismatch)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변화하는 노동시장과 정합하고 권리로써 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를 우리는 적극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한국복지국가에서 기본소득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 먼저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된 설계도를 그려보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의 이상적 기본소득제
필자가 제안하는 한국의 이상적 기본소득제는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적절성 그리고 급여의 정기성과 현금지급의 속성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모든 개인에게 중위소득 30% 수준의 현금을 무조건적으로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중위소득 30%의 현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 수준이다. 중위소득 30%의 현금 약 50만 원(2017년 기준)을 가구단위가 아닌 개인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0세부터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된다. 교육, 보육, 의료 등의 사회서비스는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어도 함께 적극적으로 확충되며, 중위소득 30%의 지급액은 기본소득만으로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아래 그림은 이상적기본소득제가 도입된 한국복지국가의 설계도이다.

국민연금
먼저 국민연금은 현금 급여가 지급되는 사회보험인데 급여 산출 시 균등화를 위한 A값과 개별 가입자의 소득비례 부분인 B값으로 나누어진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급여 산출식에서 균등화 역할의 A값은 대체될 수 있고, 소득대체율은 40%로 현행대로 유지된다. 모든 시민에게 중위소득 30%에 해당되는 5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균등화 부분은 기본소득이 대체하게 된다. 기본소득을 지급받고 40%의 명목소득대체율을 계산시 실질소득대체율을 산출해보면 명목소득대체율을 2016년 초에 논의되었던 50% 상향조정안보다 명목소득대체율을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즉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유지되어도 실질소득대체율이 인상되어 노후소득보장이 강화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현재 실행 중인 기초연금과는 연계되어 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소득 하위 70%까지의 노인에게 월 최대 2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기초연금의 급여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되어 있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수록 더 높은 기초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국민연금 급여를 적게 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소득 보충의 목적을 기초연금이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상의 기본소득제는 기초연금제를 대체할 수 있다.
실업급여
고용보험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은 실업급여이다. 현재 구직급여의 지급액은 근로자의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에 소정급여일수를 곱한 금액인데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 있다. 하한액은 퇴직 당시의 최저임금법상 시간급 최저임금의 90%에 1일 소정근로시간(8시간)을 곱한 금액인데 최저임금이 변동됨에 따라 구직급여 하한액도 계속해서 바뀐다. 상한액은 이직일이 2017년 이후인 경우 1일 46,584원인데 2017년 이후에는 상한액과 하한액이 동일하여 1일 46,584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기준이라면 1일 실업급여 수급액은 최대 46,584원, 기간은 240일(8개월), 총 11,180,160원을 받게 되며 이를 한 달 기준으로 나눴을 경우 월 1,397,520원이다. 이상의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하한액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상한선은 높여 앞서 설명한 국민연금과 같이 기본적 소득보장을 실현하면서도 실업자의 실질소득대체율은 인상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부조
사회보험이 가입자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반면 사회부조는 국가의 조세로 운영이 된다. 대표적인 사회부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장애수당이 있다.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현금형 사회부조가 소멸되는데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와 노인 대상의 기초연금, 그리고 장애수당이 사라진다.
사회서비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서 사회서비스도 대폭 확장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를 보육, 교육, 의료, 장애인 부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서비스의 경우 현재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은 전국 학교로 확대되어 유지된다. 또한 현재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이 범위가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확장되며 이와 함께 무상급식 또한 고등학교까지 확장된다. 또한 대학교를 넘어서 직업훈련까지 모두 공공 영역에서 무상으로 제공된다.
여성복지정책
다음으로 여성복지정책을 살펴보겠다. 이후 2000년대 일가족 양립을 목표로 하여 여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정책은 지속적으로 대상과 급여 수준을 강화되어 왔지만, 비정규직 여성의 사각지대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 내 모성보호 제도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있는데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유지 되지만 재원이 현재와 같이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조세로 충당되어야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여성들도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육의 경우, 2012년부터 만 0-2세 아동을 가진 전 계층이 보육료를 지원받기 시작하였고 2013년부터 소득과 상관없이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이 제공되면서 전 계층을 대상으로 무상보육이 실시되었다. 2013년부터는 전 계층에서 무상보육 정책의 일환으로 가정에서 직접 만 5세 이하 영유아를 돌보는 경우 양육수당이 지급되었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양육수당은 대체되지만, 보육서비스는 취학적인 만 6세까지 양질의 무상보육을 실시한다.
장애인복지 서비스
마지막으로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장애인복지 서비스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장애수당은 만 18세 이상의 등록장애인 중 3~6급의 장애등급을 가진 자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되고 1~3급의 만 18세 이상 장애인 중 소득인정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경우 장애인연금을 지급받는다. 이상의 기본소득액은 장애수당과 장애연금을 훨씬 상회하고, 욕구기반보다는 시민권에 기반하여 무조건적으로 지급되어, 현금성 장애인 급여는 대체된다. 하지만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여 장애인들의 일상적 삶의 질 향상을 꾀하고 건강보험의 공공성과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장애인들의 시설 접근성도 향상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
현재 탈산업화 시대의 자본주의는 여러 방면에서의 변화를 맞고 있고, 특히 노동, 일, 생산, 분배의 개념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있다. 노동은 점점 측정 불가하게 되고 있고, 노동을 통한 공정한 분배는 어려워지고 있는 현 사회적 소득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 즉 분배는 시장에서의 노동과 자원의 교환의 개념이 아닌, 분배 정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돈과 상품이 아닌 지식과 비물질적인 자원들이 공유되는 새로운 사회에서, 개인은 공적 영역에서의 노동, 일과는 별개로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의 의미와 필요성은 현재와 같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 필자는 변화하는 노동시장과 정합하고 권리로써 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를 꿈꾸며, 기본소득제가 도입 된 한국복지국가의 이상향을 간략하게 제안해보았다. 우리가 가야할 지향점을 설계하고, 기본소득제를 단계적으로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기본소득제 부상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의미: 하나의 비판적 검토
김영순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
기본소득 열풍이 거세다. 2015년 12월 핀란드 정부는 2017년부터 전국적 차원의 기본소득 실험에 들어간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나미비아나 알래스카가 아닌 북유럽 복지선진국이, 특정 지역도 아닌 전국적 규모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한다는 뉴스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6년 6월에는 스위스에서 월 2500프랑(약 300만 원)이라는 높은 수준의 기본소득제가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2017년 1월에는 프랑스에서 전 국민에게 매달 750유로(약 95만 원)를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브누아 아몽이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한국에서는 2015~16년의 청년수당, 청년배당 논란과 2016년 7월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의 서울 개최를 거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올 초 시사주간지 <한겨레 21>(제1145호, 2017.1.10.)은 유력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조사 결과, 기본소득의 범위와 성격에 대해서는 차이들이 있지만 대선 주자 8명 중 7명이 ‘한국 사회에 기본소득제를 단계별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 낯선 개념이었음을 고려하면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왜 기본소득인가? 국내외에서 기본소득제 논의가 급속히 부상하게 된 원인으로는 기술 진보·산업구조 변화·세계화에 따른 고용의 변화, 가족구조 및 젠더체제의 변화, 그리고 노동의 양극화에 대응하는 정치적 양극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 기본소득이 대중적 관심사가 된 사회경제적 배경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그런 배경들이 곧바로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고용의 변화와 기존 사회보장 제도의 실패
기본소득제가 사회적,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게 된 가장 가까운 원인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기존 사회보장 제도의 실패와 그에 따른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이다. 2차 대전 이후 서구복지국가에서 소득보장의 근간은 사회보험제도였다. 시민들은 노령, 질병, 실업, 산재, 장애 등 사회적 위험에 처하게 될 때 연금, 상병급여, 실업급여, 산재급여, 장애급여 등을 받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재원은 대부분 가입자가 재직 중에 정기적으로 낸 보험료였고, 그렇기 때문에 기여에 비례한 높은 수준의 급여가 가능했다. 사회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었던 빈민들에게는 세금으로 조달되는 각종 공적부조성 급여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런 사회보험 기반의 소득보장제도는 1970년대 이후 기술의 변화와 탈산업화, 그리고 세계화가 가져온 실업 증대와 불안정한 일자리의 확산에 따라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 기여에 기반한 사회보험 수급권을 가질 수 없게 되었고, 조세에 기반한 공공부조성 급여들의 수급자가 되었다. 공공부조 수급자들에 대한 신우파의 공격이 날카로워졌고 이들에 대한 중간층 납세자들의 반감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이후 영미권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유럽나라들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정책노선에 입각한 복지 및 노동시장 개혁이 추진되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실업부조나 무조건적인 공공부조성 급여를 폐지 혹은 삭감하는 대신 교육·훈련·취업을 조건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근로연계복지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복지에서 노동으로’(welfare to work)의 복귀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장기실업이나 청년실업은 크게 줄지 않았다. 또 상당수의 실업자들이 질 낮은 일자리로 밀어 넣어지고 일을 하고 있음에도 가난한 근로빈민들이 양산되었다. 결국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던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런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다 같이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기본소득제의 내용과 목표가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다. 좌파적 대안은 기본소득이 노동과 복지를 완전하게 분리하고 다양한 욕구를 시민권적 권리를 통해 충족시킴으로써, 실질적 자유의 평등한 분배라는 이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오래된 신념에 기반해 있었다. 좌파 기본소득론자들은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관료적, 비효율적이고 낙인효과를 수반하면서도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과 더불어 충분성을 갖는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파적 대안은 기본소득이 수요를 부양해 시장을 살리고 실업과 빈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 복지국가의 급여구조를 단순화시킴으로써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공공부조성 급여들과 달리 취업과 무관하게 계속 지급됨으로써 근로유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시작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이런 우파적 버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실험의 명시적 목표는 모든 시민이 아니라 25-63세 근로연령대 실업자 중 무작위로 선정한 2천명에게 한시적으로 지급함으로써, 기본소득이 근로 인센티브를 자극하는 데 기존 사회보장제도들보다 더 유효한가를 확인하는 것이다(김인춘 2016). 즉 일부의 오해와 달리, 핀란드의 사례는 기본소득 실험이라기보다는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참가를 촉진하기 위한 공공부조 개혁 실험인 것이다.

ⓒ 참여사회
한국의 경우에도 노동시장과 사회보험제도의 부정합은 오랫동안 소득보장제도의 핵심적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한국의 사회보험은 법적, 제도적으로는 형식적 보편주의를 성취했으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형태의 비정규직, 영세소기업 노동자, 자영자들을 포섭하지 못한 채 이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해 왔다. 한국은 2016년 3월 정부 통계 기준 32%, 노동계 기준 44.6%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으로 잡히지 않는 특수고용 및 불법파견까지 합치면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절반가량이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다(김유선 2016). 또 정규직의 경우조차 평균근속 년수가 6.95년, 3년 직장유지율은 61%에 불과해서 OECD 최저수준의 고용안정성을 보이고 있다(정이환 2014). 게다가 영세자영업자의 비중도 매우 높다. 어느 모로 보아도 안정적 고용과 지속적 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한 사회보험체계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인 것이다.
정부는 두루누리사업이라는 사회보험료 보조 사업을 통해 영세사업장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고자 했으나, 여전히 비정규직의 국민연금의 가입률은 32.4%에 불과하고, 건강보험(직장)은 40.4%, 고용보험은 39.7%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김유선 2016). 이렇게 사회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빈곤층의 최후의 의지처라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부양의무자기준 등으로 인해 여전히 커다란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소득보장제도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채 교육에서 노동으로의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 실업상태에 있거나 영세자영업에 뛰어든 조기퇴직 중고령층의 소득보장 문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기본소득의 주창자들은 기본소득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일하면서도 가난하고, 일자리를 잃을 때 적절히 최소소득을 보장 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 그리고 이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이야말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4차산업 혁명과 일자리 감소 및 불안정화
기본소득제가 대중적 관심으로 떠오르게 된 두 번째 원인은 좀 더 장기적인 노동시장의 변화, 즉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 전망이다. 이는 첫 번째 원인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나 이미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처방이라기보다는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리라는 예측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2013년 옥스퍼드 대학의 한 보고서는 향후 20여 년 안에 전 세계 일자리 50% 정도가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016년 벽두부터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총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로 생겨날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하다니 5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WEF 2016). 두 달 뒤 이루어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일자리 공황’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훨씬 생생한 것으로 만들었다. 다시 넉 달 뒤인 2016년 7월 국제노동기구(ILO)는 고용 없는 성장의 세계를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예측해 보여주었다. ILO는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향후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 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5개국 임금근로자의 56%에 이르는 규모이다. 로봇이 일하는 무인공장이 확산되면 저임금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저개발국의 발전방식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DW 2016). 실제로 아디다스는 저임금에 기반한 동남아 공장을 폐쇄하고 상주 인력 10명으로 움직이는 무인공장을 독일에 건설했다. 100% 로봇 자동화 공정을 갖춘 이 스피드팩토리는 그간 동남아에서 600명의 노동자들이 만들어냈던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The Economist 2017. 01. 14).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극도로 불안정해지라는 예언도 함께 함께 나온다. 우버택시의 운전사들,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노동자들’(cloud worker), 그리고 한국의 배달앱 노동자들로 상징되는 것처럼, ‘긱 경제’(gig economy)라고 불리는 최근의 플랫폼 비정규직 노동경제는 수많은 불안정 프리랜서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된다(이광석 2016). 서비스 노동자들은 이제 고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자본주의 황금기 동안 표준적 고용관계에 기초해 이루어졌던 임금과 사회보장체계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기본소득은 이 (일자리)종말론적 상황에 대안으로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성장과 고용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극도로 불안정한 비정규고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인구 대다수에게 시장소득은 생계유지에 불충분할 수 있으며, 사회보험을 통한 소득보장 모델은 작동할 수 없을 것이기에, 기본소득은 이 모든 시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소득보장 방안이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둘러싼 동상이몽의 조짐은 이런 미래사회에의 대응에서도 관찰된다. 진보적 이상주의자들은 인구의 대다수가 불안정 근로자인 상태에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고,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가 붕괴되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사람들은 인공지능 경제 하에서 늘어난 여유시간으로 문화적 소비를 늘이고, 로봇이 할 수 없는 창조적 문화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강남훈 2016).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을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 및 높은 최저임금, 그리고 이를 떠받칠 조세체계와 결합해야 한다.
반면 우파들은 기본소득이 시장임금을 낮은 수준까지 내릴 수 있고, 인공지능 경제 하에서 기술로 인한 실업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만드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데 주목한다(윤홍식 2016). 이는 실리콘밸리가 최근 그 어디보다도 더 열렬하게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집단이라는 데에서도 징후적으로 드러난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기술-인간의 공존가능성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기본소득을 테크노 자본주의 혹은 실리콘밸리 이데올로기의 현대적 비전으로 활용할 우려가 커 보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즉 실리콘밸리의 기본소득 제안은 인공지능 기술의 전면화로 인한 기술 실업을 노동자들의 큰 저항 없이 용인 받으려는, 그리고 이런 공포스러울 수 있는 현실을 ‘참을만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선제 제스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이광석 2016). 실리콘밸 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이 ‘일종의 노동의 종말 이후 생존배당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지적(이광석 2016)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도 4차산업 혁명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기본소득 논의도 함께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올 해 초 보도된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는 각 직종에 대한 인공지능과 로봇의 기술적인 대체 가능성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기계에 의한 대체로 고용을 위협을 받는 사람은 1,800만 명 가량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전체 취업자 2,560만 명의 70%가 넘는 수치이다. 직군별로 보면 고소득 직종이 몰린 관리자군의 경우 대체율이 49%에 불과한 반면, 단순노무직군의 경우 90%가 넘었다. 이 대체율은 전문가들이 예측한 순순히 기술적인 대체율이기 때문에 기술의 도입 비용, 사회적 인식, 노사간 협상력 등에 따라 실제 대체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자가 되리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예측은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를 이어가는 중요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이런 노동의 종말 시대를 수습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며,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 마법의 탄환인가?
이상에서 국내외적으로 기본소득제를 둘러싼 논란을 가열시킨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현재의, 그리고 예측되는 미래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본소득을 심각한 대안으로 고려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은 아니다. 이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기술변화 및 노동시장 변화와 기본소득을 너무 쉽게 곧 바로 연결시키는 논리들의 위험성을 간략히 지적해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정책은 노동시장의 변화가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기에 앞서 먼저 마련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구에서 러다이트 운동을 불러온 1차 산업혁명으로부터 2차 대전 이후를 지배했던 황금기 복지국가의 기본틀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100여년이 걸렸다.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윤곽이 분명해지고 사회적 위험의 형태가 선명해진 다음에야 필요한 복지제도가 분명해졌던 것이다. 게다가 이 복지제도는 주요 사회세력 간의 정치적 관계에 매개되면서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로 귀결되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진행속도는 1, 2차 산업혁명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파괴적(disruptive) 혁신은 나날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20년 후 도래할 것이라는 세계는 아직은 징후만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유럽 복지국가의 위기와 한계를 지적하는 논의가 많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는 70%가 넘는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보장체계 역시 기본소득 도입하는 쪽으로 급속히 재편되기 보다는 부분 개혁을 통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은 고용사정이나 사회보험 포괄범위가 유럽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 그러나 그것이 기본소득의 도입을 당장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충분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상품을 좋아하는 정치가와 언론이 잘 눈길을 주지 않는 구상품들, 즉 실업급여와 확대와 실업부조 도입,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누리과정 예산 확보, 청년수당, 아동수당 등이 더 급한 과제일 수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 문제를 얘기하는데 재정문제를 거론하면 블랙홀에 빠지게 되니, 이 문제를 중심에 놓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서 재정확대 여력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다른 복지정책과 대체관계에 놓이며, 결국 우선순위가 문제가 된다.
둘째, 똑같은 사회경제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기본소득을 얘기한다 할지라도 기본소득의 형태, 기능, 목표는 입장에 따라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도 예를 들었듯이 핀란드 실험이나 실리콘밸리 일부 기업가들의 기본소득안이 다르고 이상주의적 진보주의자들의 꿈꾸는 기본소득제가 다르다. 따라서 어떤 기본소득이든 좋다는 태도는 어떤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구호처럼 허망하고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기본소득과 관련된 점진주의적 사고가 갖는 위험성을 지적해두고 싶다. 기본소득은 전인구를 포괄하고, 적정한 수준이 될 때 제도 원래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과 정치적 합의는 원천적으로 기본소득 ‘실험’이나 기본소득의 ‘점진적’ 도입을 어렵게 하며, 그러려는 시도들을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게 만드는 난감한 장애물이다. 토빈과 프리드만 등 저명한 경제학자가 참여했고 당시 대통령후보 맥거번과 닉슨이 공약화했던 미국의 기본소득 논의는 결국 기본소득과 전혀 무관한 제도들만 남겼을 뿐이다(금민 2016). 기본소득으로 시작된 핀란드의 무성한 논의도 공공부조개혁 실험으로 귀결되었다. 15조 원을 들여 5,000만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 원씩(월 25,000원) 지역 상품권 형태로 지급하겠다는 이재명 시장의 전국민대상 기본소득 구상은 기본소득이라기 보다는 자영업 살리기 대책으로 보인다.
한국의 일부 기본소득론자들은 낮은 차원에서라도, 그리고 이런 저런 조건을 달고라도 일단 그 도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여러 가지 제한을 달고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변형된 형태로 시작될 때 그것은 기본소득과 아무 상관이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도입이 논의되는 이른바 기본소득들이 과연 카트야 키핑(Katja Kipping) 독일 좌파당 당수가 얘기하는 1) 지급 액수가 충분히 높아 사회정치적, 문화적 참여가 가능한 정도여야 하며, 2)높은 최저임금과 결합되어야 하며, 3) 생태적인 전환과 4) 젠더 평등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소득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까? 오히려 기본소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키우고 정말 기본소득이 필요할 때 그것의 도입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키우지 않을까?
모든 인구가 아니라 인구 일부로부터 시작하는 기본소득도 기본소득이며, 부분에서 출발해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진론에 입각해 사회수당과 기본소득을 구분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회보험이 점차 전 인구집단에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완성돼왔듯, 기본소득 역시 일부 집단에서 시작해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보험의 확대가 같은 원칙을 단순히 점점 더 많은 인구에 적용해 나가는 문제인 반면, 기본소득과 사회수당은 정책의 원칙과 근거가 다른 별개의 제도이다. 특정인구 집단에게만 지급되는 아동수당이나 청년수당, 기초연금은 그 인구집단의 필요를 고려한 사회수당으로서, 필요를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기본소득과는 다른 할당의 논리에 기반한 것이다. 이렇게 다른 논리에 기반하는 두 정책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 또한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그리고 심지어 청년수당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모든 시민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 사회보험 확대와 제한적 인구범위의 기본소득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으로의 이행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 것이다.
언젠가는 기본소득이 정당성이나 효율성에서 소득-복지문제를 해결할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도입은 우리가 당면한 노동시장의 상황과 사회적 위험을 직시하면서, 그리고 기존 복지제도와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의 종말이 가까워오고 있으니 지금부터 기본소득을 준비해야 한다는 단순논리 대신, 작금의 기술변화에 버금가는 다양한 정책적 상상 속에 여러 대안들을 함께 검토하고 검증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기술변화가 가져올 변화가 그토록 엄청난 것이라면 기본소득만으로 그것을 수습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산업구조, 교육, 조세, 노동시장제도 등의 발본적 혁신 또한 필요할 것이다. 기본소득론이든 다른 어떤 소득보장정책이든 이를 그것을 촉발한 기술변화-노동시장변화에 대응할 다른 정합성 있는 제도들과 더불어 제시될 때 훨씬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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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춘. 2016. “핀란드 복지국가와 기본소득 실험 – 배경, 맥락, 의의”. 『스칸디나비아 연구』 제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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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conomist. 2017. “Adidas’s high-tech factory brings production back to Germany”(2017.01.14.) (http:// www.economist.com/news/business/21714394-making-trainers-robots-and-3d-printers-adidass-high-tech-factory-brings-production-back. 접근일: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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