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필리핀: 경찰이 저지른 고문에 역사적인 유죄 판결

지역

필리핀: 경찰이 저지른 고문에 역사적인 유죄 판결

익명 (미확인) | 금, 2016/04/08- 12:18
경찰이 받은 제림에 대한 탄원 편지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경찰이 받은 제림에 대한 탄원 편지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필리핀 법원이 버스 기사 제림 코리를 고문한 혐의로 경찰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고문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관행을 뒤집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제앰네스티가 3년간 진행한 고문중단 캠페인 결과로, 2009년 고문방지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유죄 판결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제림 코리가 체포된 지 1년 반이 지난 2013년 12월, 국제 고문중단(Stop Torture) 캠페인의 주요 사례로 제림의 이야기를 선정했다.

참파 파텔(Champa Patel)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지역 국장은 “제림은 경찰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도 날조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4년이 넘는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고문에 관여한 경찰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두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하나는 고문이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고문 가해자들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참파 파텔 지역 국장은 이어 “피고인 경찰관은 항소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재판이 진행된 것 자체만으로 이미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한 것이다. 이제 필리핀 정부는 경찰과 정부 관계자들이 저지른 고문과 부당대우 사례를 모두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이 나온 것은 3월 29일로, 국제앰네스티는 4월 1일 해당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도 마닐라 북부에 위치한 팜팡가 주의 한 법원은 3월 29일 경찰관 제릭 디 지메네스(Jerick Dee Jimenez)에게 고문 혐의로 최대 징역 2년 1월형을 선고했다. 또한, 피해자인 제림 코리에게 10만 페소(미화 2,173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경찰관은 불구속 입건됐다.

제림 코리는 지난 2012년 1월 팜팡가 주의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무장한 사복 경찰 10명에게 체포돼 수용소로 끌려갔고, 이곳에서 전기충격과 구타 및 살해 협박을 당했다. 경찰은 제림이 마약 관련 범죄와 외국인에 대한 강도살해, 경찰관 살해 등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제림은 모든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경찰은 제림 코리를 고문하며 계속해서 “보옛”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제림의 신분증으로 이름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역 관계자 역시 경찰에게 다른 사람을 잘못 체포했다고 알렸음에도 고문은 계속됐다. 제림은 내용조차 확인할 수 없는 “자백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당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마약 관련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이날 판결은 처음으로 필리핀 고문방지법에 따라 법원에서 고문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였다. 국제앰네스티는 고문 사건 수사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에 대해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해왔다. 대부분 사건이 예비수사 단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아주 드물게 재판이 이루어지더라도 극도로 느리게 진행된다.

국제앰네스티는 필리핀 정부에 상습적으로 이루어지는 고문과 부당대우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고문 피해자들이 가해 경찰을 더 쉽게 고발할 수 있도록 현행 민원 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참파 파텔 국장은 “경찰의 고문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피해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과 변호인, 시민사회단체 역시 어떤 고문과 부당대우 사건이든 고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필리핀 정부는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독립적 처벌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경찰에 의한 고문 사건을 모두 효과적으로 조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정보

2015년 3월 27일, 국제앰네스티 필리핀지부는 매년 진행하는 편지쓰기 캠페인 ‘Write for Rights’를 통해 전 세계에서 모은 7만 건 이상의 탄원서명을 필리핀 경찰에 전달했다.

이후 제림 코리와 가족들은 국제앰네스티의 탄원 내용에 따라, 경찰 내부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첫 심리가 진행될 당시 경찰은 “한 인권단체”에서 전달한 편지를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필리핀은 2014년 국제앰네스티의 고문중단 캠페인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진 국가였다.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 경찰관들이 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자백을 받아내려는 목적으로 전기 충격, 모의 처형, 물고문을 가하고 비닐봉지로 질식시키거나 구타, 때로는 강간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고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9년 필리핀이 고문반대 관련 주요 국제조약 2개를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2014년 발표한 보고서 <법 위에 있는 자: 필리핀 경찰의 고문 실태(영문)>는 경찰이 고문 및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또는 형벌을 가해도 처벌받지 않는 관행을 폭로하고, 2009년 고문이 금지된 이후에도 피해를 당한 고문 생존자 55명의 증언을 수록했다. 고문을 당할 당시 어린이였던 피해자도 21명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많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두려워했고, 실제로 신고한 사람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협박을 당했다. 고문 사실을 신고하는 규칙과 절차가 불분명하고 일관적이지 못해, 절차상의 문제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영어전문 보기

Philippines: Historic ruling on police torture following Amnesty International campaign

A historic ruling by a Philippines court this week in which a police officer was convicted of torturing bus driver Jerryme Corre plants a seed of hope that the tide may be turning against impunity for perpetrators of torture, Amnesty International said today.

It is first under the country’s 2009 Anti-Torture Act, and follows a three-year campaign by Amnesty International. The organization took up Jerryme Corre’s case in December 2013 – one year after his arrest – in its global Stop Torture campaign.

“Jerryme has spent more than four years in prison while under trial on trumped-up charges against him, after suffering horrific torture at the hands of the police. The conviction of the officer involved sends a clear message that the torture must stop and that the perpetrators will be brought to book,” said Champa Patel, Director at Amnesty International’s South East Asia Regional Office.

“Even if the police officer still has the right to appeal, this trial has in itself been a step in the right direction. Philippine authorities must now ensure prompt and impartial investigations into all reports of torture and other acts of ill-treatment committed by the police and other state agents.”

The ruling came down on 29 March, but Amnesty International only today obtained court documents confirming the sentence.

Police officer Jerick Dee Jimenez was sentenced on 29 March to a maximum of two years and one month imprisonment by a court in Pampanga, north of the capital Manila, having been convicted of torture. He must also pay Jerryme Corre damages amounting to 100,000 pesos (USD $2,173). Another police officer faces the same charges but remains at large.

Jerryme Corre was visiting a relative in Pampanga province in January 2012 when 10 armed plain-clothed officers arrested him and took him to a police camp where he was electrocuted, punched and threatened with death. The police accused him of being involved in drug-related crimes, of robbing and killing a foreigner and of killing a police officer, all of which he strongly denied.

While the police were torturing Jerryme Corre they repeatedly called him by the name “Boyet”, even though his ID proved that was not his name and an official from his community told the police they had arrested the wrong man. He was forced to sign a “confession”, which he was not allowed to read, and has been in prison on drugs charges ever since.

Tuesday’s verdict is the first time anyone has been convicted for torture in a Philippines court under the Anti-Torture Act. Amnesty International has consistently raised concerns about the ineffectiveness of criminal investigations into cases of torture. Many cases do not make it past the preliminary investigation stage and the few cases that do reach the courts progress extremely slowly.

Amnesty International is calling on the Philippine government to publicly acknowledge and condemn the persistence of torture and other ill-treatment in the country, and to review existing complaints mechanisms against police to make it easier for torture victims to access justice.

“It is vital that victims of police abuse know their rights, and that victims, as well as their families, lawyers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are able to access justice in all cases of torture and other ill-treatment. The Philippine government must now strengthen independent accountability mechanisms for police violations, and ensure that all cases of police torture are effectively investigated and prosecuted,” said Champa Patel.

Background

On 27 March 2015, Amnesty International Philippines handed over a petition with 70,000 signatures collected during the annual Write for Rights campaign to the Philippine National Police.

Following this, Jerryme Corre and his family were informed that an investigation would be opened by the police’s Internal Affairs Service (IAS), in line with Amnesty International’s calls. During the first hearing it was confirmed that the IAS initiated the investigation based on letters received “by a human rights organization”.

In 2014 the Philippines was a focus country in Amnesty International’s Stop Torture campaign, and research by the organization revealed that methods such as electrocution, mock executions, waterboarding, asphyxiating with plastic bags, beatings and occasionally rape continue to be employed by police officers who torture mainly for extortion and to extract confessions. This is despite the fact that the Philippines ratified the two key international anti-torture treaties in 2009.

A 2014 report, Above the Law: Police Torture in the Philippines, documented a pervasive culture of impunity for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within the police force, and included the testimonies of 55 torture survivors, all of whom had been tortured after the 2009 prohibition. Twenty-one of these people were children when they were tortured.

The research found that many victims were too afraid to report their experiences, and death threats were made against some of those who did. The situation is made worse by the fact that rules and procedures for reporting torture are unclear and inconsistent, meaning complaints are often dismissed on a technicality.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격리 조치 이후 헝가리에서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 폭력의 위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보건 비상 사태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거리를 두도록 경찰이 명령할 수 있게 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대체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늦은 저녁 코로나19로 격리된 건물의 모습

늦은 저녁 코로나19로 격리된 건물의 모습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격리 조치 이후 헝가리에서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가정 폭력의 위험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정부령을 통해 보건 비상 사태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와 거리를 두도록 경찰이 명령할 수 있게 하였으며 피해자들에게 대체 숙소를 제공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헝가리 의회는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헝가리 정부가 “이스탄불 협약은 불법 이민을 돕는 것”이며 “위험한 성 이념을 제시”한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헝가리는 2014년,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예방 및 퇴치를 위한 유럽 평의회 협약’, 이른바 이스탄불 협약에 서명했지만 의회 비준을 거쳐 해당 협약을 국가 법에 포함하지는 못한 상태다. 헝가리 정부 역시 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의 압박을 무시하며 시민사회의 우려를 ‘정치적 칭얼대기political whining’라고 표현했다.

이번 의회의 결정에 대하여 국제 앰네스티 헝가리지부 처장 데이비드 비그David Vig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번 결정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이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일로 기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정부는 여성 폭력을 적절히 예방하고 방지하지 못했으며 조사 및 기소 역시 초라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일로 고소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비그, 국제앰네스티 헝가리지부 처장

 

“’이스탄불 협약이 불법 이민을 돕는다.’, ‘위험한 성 이념을 제시한다.’라는 헝가리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학대 속에 살아가는 여성과 소녀들의 비극적인 현실이 정부의 능력 부족에서 비롯되었음을 감추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

헝가리는 이 선언을 반드시 취소하고 이스탄불 협약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여성과 소녀들을 여성 폭력 및 가정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 2020/05/20- 19:59
0
0
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여성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서로를 안고 있는 여성 시위자들

세계 여성의 날은 축하의 시간이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여성, 소녀, LGBTI가 특히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금, 이날을 온전히 축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10가지 주요 성과를 소개한다.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통과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1. 아르헨티나 ‘녹색 물결’이 이룬 쾌거

2020년 12월, 여성 활동가들의 오랜 캠페인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는 임신 14주까지는 합법적으로 임신중지를 위한 시술을 받을 수 있으며 임신이 이보다 더 진행된 경우에도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건강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임신중지가 가능해졌다. 지난 30년간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아르헨티나에서 산모 사망 원인 중 1위로 기록된 만큼, 이번 결과는 앞으로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것이다.

18개월 전만 해도 임신중지법 개정안은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부결됐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마리엘라 벨스키Mariela Belski 국제앰네스티 아르헨티나 지부 사무국장은 발의안 부결 당시 이는 “실패가 아닌 하나의 디딤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2년 만에 실제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이끌어낸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이 됐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폴란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대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2. 제한적인 임신중지법 속에서 끊임없이 싸운 활동가들

지난 1년간 특히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미명 하에 성과 재생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한 국가가 늘어났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많은 여성활동가들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2020년 10월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모든 경우에서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1월 온두라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임신중지법이 통과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중 임신중지 접근성 제약 문제를 해소하고자 원격의료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여성 생식 건강 의료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하지만 여성들은 정부가 바뀌길 기대하면서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이들은 탄원서 신청, 시위 조직, 워크샵 개최, 지원 및 의료서비스 제공 등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한국의 낙태 비범죄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운동은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임신중지가 전면 금지되어 징역형이 내려졌던 태국에서도 임신 12주까지 임신중지를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시애라리온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3. 시에라리온, 임신한 여학생 등교 금지 철회

2020년 3월 시에라리온에서는 임신한 여학생의 등교 및 시험응시 금지를 철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015년부터 시에라리온에서 임신한 여학생들은 낙인 찍히고 교육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향후 취업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에 이 금지 조치는 철회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평등한 교육권에 조금 더 다가간 의미 있는 한걸음이었다.

4. 강간법 개정

2020년 12월, 덴마크에서는 여성인권 및 피해생존자단체가 다년 간 노력한 끝에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여타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정 전 덴마크 강간법은 물리적인 폭력, 협박 혹은 강제성이 입증되어야 강간으로 인정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이었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에서 강간법 개정을 위해 시위로 나온 여성들

덴마크 기자인 커스틴Kirstine은 자신이 과거에 강간을 신고한 후 정의 구현이 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경찰, 변호사, 판사 모두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증거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아닌 저항 여부에 치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있었다. 크로아티아도 2020년에 관련 법을 개정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곧 동일한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강간을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동의 여부를 법에 내제화함으로써 강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목소리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크게 일조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5. 동성 결혼의 합법화

코로나19 사태로 LGBTI들은 특히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의료서비스, 고용, 주거 등의 어려움이 심화되었고, 봉쇄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환경에서 자가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이따금 들려왔다. 2020년에 코스타리카는 중미 국가 중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으며, 북아일랜드에서는 첫 동성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가봉은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앙골라에서는 동성간 성관계 금지를 철회하는 법안이 발효되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몬테네그로는 동성 간 시민 동반자 관계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크로아티아에서는 동성 커플의 아동 위탁이 합법화되었다. 한국일본에서는 LGBTI를 포함해 사람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가 평등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얻어낸 중요한 진전이었다. 점진적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6. 직장에서의 LGBTI 권리 보호

6월 미국 대법원은 민권법에 따라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기반으로 고용 과정에서 LGBTI를 차별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침내 법에 의해 LGBTI가 평등할 권리가 인정된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취약해졌던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트랜스젠더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가 중단되고 트랜스젠더들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들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더욱 소외되었다.

정부의 구체적인 구제조치나 부양책이 부재하면서 트랜스젠더들은 다른 트랜스젠더 혹은 LGBTI 커뮤니티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들과 LGBTI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을 제공한 고무적인 사례가 일부 관찰되었으나,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을 위해 활동가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된다.

7. 수단의 여성할례 공식 금지

여성할례가 가장 성행하는 국가 중 하나인 수단에서 2020년 7월 이 관행이 공식 금지되었다. 이 법률이 충실하게 지켜진다면 수백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여성할례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루자인 알 하스룰의 최근 모습

8. 여권인권 활동가들의 석방

2021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권옹호자 루자인 알 하스룰Loujain al-Hathloul이 3년 만에 석방되었다. 루자인은 여성 운전금지법 폐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관련 법이 개정됐을 시점에는 남성 후견인 제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수감된 상태였다. 루자인의 가족과 전 세계 인권 단체는 끊임 없이 루자인의 석방을 위해 싸워왔으며 루자인과 더불어 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받고 있는 다른 여성들을 위한 정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루자인은 현재 보호관찰 대상 분류되어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이다.

루자인의 동생 리나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루자인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자유를 찾은 것은 아니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을 이유로 수감되어 있다. 정부가 억압적인 법률을 개정하고 고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정의가 구현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 가장 용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옹호가 중 한 명이 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축하하자.

9. 영국 ‘탐폰세’ 폐지

2021년 영국 정부는 여성 단체의 오랜 캠페인 끝에 ‘탐폰세Tampon tax‘를 폐지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위생제품이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부가가치세 5%가 부과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탐폰세’를 전면 폐지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협약 가입 지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10. 젠더기반폭력에 대해 거세진 대항

전 세계 곳곳에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가정폭력 발생률이 급증했다. 팬데믹은 가정폭력의 만연함과 그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고 세계 곳곳에서 이에 대항하는 캠페인이 촉발되었다.

2020년에는 여성들을 여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여성들이 많았다. 나미비아에서는 성폭력과 여성살해Femicide 철폐를 위한 시위가 열려 수도가 마비됐다. 터키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퇴치를 위한 유럽평의회 협약인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을 지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열렸다. 남미 전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여성이 폭력과 불평등에 대항하여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변화를 이룩하고 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동참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낸 파도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금, 2021/03/12- 19:21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