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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3]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기획주제3]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29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방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과거 직장별 의료보험조합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 체제로 운영하다가 1차로 1998년 법률에 따라 지역별 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조합의 조직통합을 이루었다. 그리고 2차로 2000년 7월 직장 의료보험조합까지 통합하여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체제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재정적자인 지역의료보험조합과 재정흑자를 이루고 있던 직장의료보험조합이 직장조합을 중심으로 재정통합을 진행되었다. 결국 투명한 소득을 갖고 있는 직장가입자들이 소득파악률이 낮은 지역가입자들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년도 헌법재판소의 2009헌마299호 사건의 합헌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2000년 7월 통합 건강보험체계가 출범하면서 법률에는 소득이 없는 자로 규정하여 기존의 직장가입자들의 피부양자 제도를 존치하였으나 실제 운영기준은 기존의 기준대로 적용하였고, 그 대신에 지역가입자들의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하여 100분의20 범위에서의 국가재정지원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인정 기준은 그간 5차례 강화되어서 2013년 6월 현재 근로․기타 소득의 연간 합계액 4000만원 초과자, 연금소득의 100분의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2000만원 초과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였다. 한편, 현금영수증 제도 및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지속적인 시행으로 인하여 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크게 개선되었다. 통계적으로는 건강보험제도의 통합 당시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가 1:1 수준이었으나, 2013년 연말 기준으로 7;3으로 변경되었으며, 피부양자 역시 15,281,000명에서 같은 기간 20,400,000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피부양자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자의 40.8%에 해당하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이며, 이들에 대한 요양급여 비용은 전체 요양급여비의 49.3%인 18조 8055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한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 부과 대상의 98.5%는 월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지역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이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재산과 자동차, 경제활동참가율 등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서(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을 소득 유사기준으로 포함하여도 53%에 불과함.) 나머지 47%는 재산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건강보험제도 통합 초기에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중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 60%이상이었던 것이 크게 악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최소한의 생계책임재산에 해당하는 전․월세보증금 및 영세 주택 보유분까지도 재산부과 대상으로 적용되는 등,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 가입자들에게 가혹한 구조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15.3.10.자 감사원 감사결과 보도자료 참조) 

 

사정이 위와 같기에, 2010년 이후에는 지역가입자들 집단에서 보험료부과기준이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면서 헌법재판을 제기하는 등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위와 같은 제도 현실을 기초로 할 때, 우리는 적어도 통합 건강보험 제도 초기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감안한 기형적인 피부양자 제도, 나아가 지역가입자들 중 빈곤층에 가혹한 재산중심적 보험료부과체계는 전면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임을 받아들여야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에 이원화된 부과체계에 관하여 정부와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왔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입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소득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험료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다른 것은 다르게 설계된 것으로서 나름대로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여기에 현재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향후 직장가입자 숫자의 지속적인 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인 인구 1인당 진료비가 그 밖에 인구 진료비보다 평균 4.4배 이상 지출을 하고 있는 현실과 제도의 지속가능성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요소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국 고액자산에 대한 부담능력의 형평성을 감안한 보험료 부과체계의 유지와 향후 고령화에 따른 보험재정의 소요를 충족하기 위한 조세(국고지원비율)의 지속적인 확대 역시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한 고려 사항

 

이상과 같은 점에서 볼 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하는 3대 축인 가입자, 직장가입자의 사용자, 정부가 주체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가입자 상호간의 보험료 배분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나 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여기에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의 추계전망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접근되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생애주기적 관점 및 향후의 인구구조의 변화 및 노후소득보장의 변화를 아울러 볼 때 가입자 종별에 따른 단순 구분에 의한 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같이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포함한 부담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당위론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지역․직장조직의 통합과정에서 불완전한 재정통합에 따른 갈등 봉합의 유산으로, 법률에 반하여 남아 있는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청산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도 사회적 합의의 기조 하에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과정은 기존과 같은 정부 주도 하에 특정 전문가 집단의 연구 성과물에 갇혀서 정부와 여당 내부의 당정 협의만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노․사․정․국회․시민사회를 망라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인진료비 폭증과 인구구조 변화의 위험

 

<표 3>에 의하면 현재 건강보험적용대상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매년 0.3%에서 0.5%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 4>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월평균 진료비는 65세 미만의 그것보다 평균 4.4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현재 건강보험 급여비용 중 65세 이상의 인구 11.7%가 사용하는 보험재정은 전체의 51.48%(=0.117X4.4.)를 상회하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급여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건강보험급여비용을 기준으로 산출된 결과이다. 또한, 건강보험급여비는 2014년 기준 전년 대비 6.6%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수가 인상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대부분의 원인이 고령화에 기인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아래 <표 5>는 우리나라의 과거 노년부양비와 미래의 노년부양비 추정표이다. 2013년의 노년부양비 16.7%를 기준으로 할 때 저출산의 여파로 2020년까지는 연0.8%, 2030년까지는 연 1.65%, 2040년까지는 연 1.86%,  2050년까지는 연 1.38%, 2060년까지는 연 0.96%로 매년 가파르게 노인인구 및 노년부양비가 증가되며, 그 결과 2060년에는 노년부양비가 무려 80%를 초과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년부양비 적용 인구를 현실적으로 20세 이상으로 변경 적용할 경우 현재 경제활동인구 1인당 65세 이상의 인구가 0.2명 정도로 추산하면 2060년에는 1:1 정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직장가입자 숫자의 절대적 감소가 지속된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3월 3일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부양비는 18.12명으로 추산하고 있다(이것은 위 통계보다 인구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함). 2015년 기준 15∼64세 인구는 3719만4000명, 65세이상의 인구는 674만 명인데 통계청은 앞으로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돼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692만3000명, 65세 이상 인구가 2077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015. 3. 4. 서울신문기사에서 인용) 경제활동인구 즉, 직장가입자로 지칭할 수 있는 인구집단은 향후 45년간 34%정도가 절대적으로 감소함에 반하여 그 피부양자나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집단은 2.9배가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현재의 직장가입자(피부양자 포함) 대 지역가입자의 비율인 7:3은 다시 바뀌어 지역가입자의 비율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구구조의 변화(저출산-고령화)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독립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청년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폭증이 국민총소득 중 근로소득의 비중 감소를 초래할 것임이 넉넉히 추정되며 이를 대체하여 기업소득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노동의 자본소득 배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을 시사한다. 또한, 2012년도 기준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 대 과세소득 기준 근로소득의 규모가 266.6.조원 : 201.2조원으로 근로소득 외의 소득이 늘어나는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한 보험료 부과체계만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책임질 수 없다. 오히려 자산 양극화의 현실에서 노년 계층이 다수의 자산을 과점하고 있고, 이들 계층이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아울러 볼 때, 이들의 부담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재정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기업퇴직연금이 확대되어 2040년 정도에는 노인 인구의 50-60%가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기준 월 100만원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들도 증대되어 현재기준 월 200만원 이상의 연금 소득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은퇴자들이 일정한 노후 현금 소득을 보편적으로 확보하는 시점이 되면 현재의 피부양자들 상당수가 연금소득자의 지위도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부담의 여력이 증가에 따른 기업부담분의 증가가 필요하며, 전반적으로 GDP 대비 근로소득의 비중 저하에 따른 보험료 수입을 메울 수 있는 국고부담 확대 방안과 고액자산가의 보험료 부담능력, 연금소득을 포함한 총체적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재정적 요인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에서 고려해야할 것이다.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은 1년 남짓의 활동결과를 기초로 최근 7개의 개선모델을 발표하였다. 모든 모델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하고, 보수 외 별도 종합소득(7안은 연 336만 원 이상의 모든 소득)과 지역의 성․연령, 자동차 폐지 및 재산에 있어서 기초 공제, 소득에 있어서 직장가입자와 동일한 연5.89% 정률 부과를 기초로 한 것이다. 마지막 모델만 1687억 원 상당의 재정 흑자를 전망하고 있고, 6가지의 모델 모두 재정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직장가입자로부터 추가로 확보되는 재정규모가 1번 모델은 2533억 원, 7번 모델은 3.3조원이 증가하는 반면, 지역가입자에게서는 1조원~3조원 정도의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결국 7개의 모든 개선안들은 근로소득에 대한 현재의 80%상당의 비중을 고정한 채 향후 인구구조 변화 및 근로소득의 비중감소, 소득유형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중․장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으로서는 크게 부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개선방안을 기초로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미시적인 접근이라는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

 

 

 총소득 중심 및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포함한 대안

 

지속적인 사회고령화와 자산양극화의 현실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지출의 지속적인 증가, 경제활동인구의 절대적 감소라는 명백한 조건 하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은 현재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만을 전제로 하여 진행되어서는 곤란하다.

 

최우선적으로 보험가입자들의 총 소득을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며, 현재와 같은 국고지원 14%와 건강증진부담금 6% 수준의 재정지원비율도 연차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법․제도 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형평성과 비례성조차 의문시되는 재산보험료 제도는 즉시 개정하여 일정 자산 이상의 가입자에 대하여 상한선 없이 재산보험료 부과제도로 대폭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제도 역시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연금소득을 감액하여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축소하는 것 역시 형평성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철폐되어야 한다. 나아가, 소득과 재산 양자에 있어서 부과대상 소득 및 재산의 상한선은 당연히 철폐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보험료와 별도로 사회보장세나 이에 유사한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등에 부가하는 형식의 직접세 방식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후소득 보장제도가 보편화되는 204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현재와 같이 직장가입자들의 경우는 소득중심으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및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소득과 재산을 매칭한 방식으로 구분하는 보험료 부과체계는 보험료 부담능력에 맞는 보험료 부과체계로서의 일정한 정당성과 역사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구분을 무시하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로 개편하여 직장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득 단일 부과체계만을 내용으로 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자칫 근로소득자들의 보험료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인구구조 변화나 근로소득 비중 감소 전망에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나아가,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조세에 의한 정부부담을 확대하는 방안 및 기업의 보험료 부담 확대 방안과 가입자들에 대한 보험료부과체계 개선 방안  3대 분야 모두를 균형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은 직장이나 지역 모두 모든 소득(분리과세 소득 포함-상속, 증여, 양도소득 일체 포함)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기조로 하여, 단기적으로는 근로소득, 사업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 중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적어도 개선단의 2000만원 기준보다는 하회되어야 할 것임) 시행하고 해야 한다.  중기적으로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 부과를 하지 않는 연소득 기준(그 이하는 의료급여 제도를 적용함)을 공제한 나머지의 모든  합산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적 연금소득에는 자신이 이미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때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부담분이 있으므로 연금소득배율을 감안한 일정한 공제율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보험료 부과 상한선은 법률에 위임되지 않은 것을 시행령을 통하여 설정한 것이므로 위법하며, 즉시 폐지하여 부담의 형평성과 불평등을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일정한 소득있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원칙적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그 기준은 모든 소득 합산 2000만 원 이상(여기에 연금소득의 경우 일정 공제율이 적용되어야 할 것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시행하되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직장가입자 측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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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복지동향』 지난 2022년 6월호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다루었다. 여기서 남기철 교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경우, 통상 과거 정부의 정책은 폐기되거나 새로운 브랜드로 덮여지는 일이 많지만 사회서비스 정책에 있어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사실상 큰 변화가 없음을 지적하였다(남기철, 2022). 급증하는 돌봄·복지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고, 사회서비스 산업 발전을 통해 복지와 고용성장의 선순환을 구현한다는 정책방향은 2000년대 중반 사회서비스 정책이 도입된 이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차별화된 철학과 비전이 있다. 공공성 강화와 좋은 공공일자리 확충을 추진하였던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를 현금급여의 대체재 그리고 민간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와 동일하다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예외적 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난 20년간 사회서비스 정책의 산업화 방향은 흔들림 없이 견고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새 정부 출범 1년의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서비스 정책의 솔직한 속내를 보게 되었다. 사회서비스 혁신이란 절실한 수요의 변방에서 산업적 진흥을 위한 것이고, 공공의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자율적 시장이 형성되며, 노인·아동·장애인의 ‘돌봄을 받을 권리’에는 관심이 없다. 

이 글에서는 폭증하는 돌봄 수요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보장이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로적 왜곡이 점철된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국정과제는 민간 주도 사회서비스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혁신이란 산업화를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이며, 지속가능이란 ‘개인의 부담 능력에 따른 소비’를 의미한다. 국정과제로는 규모화와 다변화를 통한 수요·공급의 확대, 혁신 기반 구축, 종사자 처우 개선의 세 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추진 방향과 동일하다. 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원으로 대표되는 공공성 강화는 열악한 서비스 질로 수요가 낮고, 고용안정으로 혁신이 저해되며,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일자리의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뿐이라는 기존 비판에 따른 것이다. 물론 지난 정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모델의 실패가 뼈아프다. 그러나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은 문제를 제기한 영역에 대한 해법이 아니다. 사회서비스의 범주와 목적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성 강화는 한국형 돌봄국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보편적 돌봄의 보장성 강화와 돌봄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주로 다루었던 반면, 새 정부의 혁신과 고도화 방향은 사회서비스 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상품성이 있는 서비스 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미충족 수요가 광범위한 노인요양과 장애인돌봄 등 보편적 사회서비스 몸통은 보지 않고,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의 주무사업인 전자바우처 사회서비스 사업이 혁신을 대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한 동상이몽 : 보편적 공공서비스 vs 수요자 중심 민간서비스

사회서비스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이전까지 사회서비스는 취약계층 대상 생활시설과 이용시설 복지서비스에 한정되었으나, 복지국가 패러다임이 개인의 역량을 지원하는 이른바 사회투자국가로 선회하면서 보편적 사회정책이 되었다. 2006년 정부는 국가의 장기종합전략으로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5대 전략 중 성장동력확충 전략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그리고 사회복지선진화 전략으로 보육, 요양, 방과후 돌봄, 주거복지 확충을 선언하였다. 후속 조치로 9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을 발족시켰으며, 사회적기업, 노인장기요양,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이 제도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사회서비스 분야의 재정지출 확대를 원하지 않았다. 반면 복지의 체감도와 효율성에 주목하였고, 주요 개선과제로 찾아가는 서비스, 통합전산망 운영, 시장 중심 서비스 창출을 제시하였다. 사회서비스는 시장기능을 강화하여 민간기관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었으며 이러한 성격에 부합한 제도인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에 주목하였다. 이 시기 대표적 정책은 10대 유망사회서비스 발굴 및 지원이다. 아동정서발달서비스, 노인맞춤형 운동처방서비스, 정신장애인 토탈케어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바우처 방식으로 구매력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대되었다. 이 사업은 사회서비스 비활성화 이유가 사회서비스 미개발, 영세한 공급기관, 인지도 있는 브랜드 부족 문제로 인식하였고, 따라서 2011년 예산 253억 원을 시작으로 1,353억 원을 10대 유망사회서비스 기관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도 산업 육성에 초점이 주어졌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복지는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전달체계 효율성과 민간자원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였으나, 사회서비스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연결되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일자리 창출방안’을 발표하였고,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R&D, 세제혜택, 정책자금 지원을 사회서비스 부문에 적용하여 시장형 일자리를 확충하고 민간진출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하였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공기관의 규모화·전문화 추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창업·육성, 고객관리시스템 개발, 유망 사회서비스 R&D 투자 등이다. 무엇보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진입규제 완화를 위해 바우처 사업을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달리하여 가격규제를 완화하고, 사회서비스 이용자 인정기준 완화로 유망 사회서비스 수요를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는 양적 확충보다는 수요자 측면에서의 보장성 강화와 공급자 측면에서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제시하였다. 재정만 국가가 부담하고 민간에 맡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보장성을 높인다 해도 국민 체감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하에 6대 추진 과제로 생애주기별·분야별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 사회서비스 균형 발전,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및 내실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통합적 사회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의 사회권 실현을 제시하였다(관계부처합동, 2018). 더 나아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아동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 등 포괄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노무현 정부와 이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의 보장성 강화로 보편적 돌봄을 제도화한 방향은 동일하였으나 방식에서는 시장형 일자리 창출과 전달체계의 국가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다른 경로를 형성하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보장성 확대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일명 미국식 사회서비스 상품 개발에만 관심을 가졌다. 정작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은 외면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을 통해 돌봄제도 확충에 기여하였으나 여전히 사회서비스는 고부가가치 상품시장이라는 전략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로를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 보건복지부의 산업부화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44번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를 제시하였고, 목표는 ‘다양한 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누구에게나’ 이용하게 하는 보편적 복지·돌봄 체계이다. 새 정부의 사회서비스 방향은 2022년 8월과 2023년 1월 보건복지부의 업무계획에 다음과 같이 구체화되었다. 이른바 사회서비스 고도화란 이제껏 없던 소비시장을 개발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사회서비스진흥기관으로 바꾸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전부처의 산업부화’가 충실히 반영된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산업화는 박근혜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과 동일하다. 용어도 그대로이다. 업무계획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으로 “복지-고용-성장” 선순환을 이루고, 그 근거로 사회서비스 산업의 높은 고용유발계수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반복된 사회서비스 시장창출 실패에 대한 분석이나 새로운 정책 수단도 없다. 첫째, 정부는 사회서비스 수요창출을 위해 사회서비스 신상품을 개발·공급하고, 이용가격은 제공기관이 탄력적으로 조정함과 동시에 본인부담도 차등화하고, 제공기관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예시로는 가사서비스, 병원동행서비스, 심리상담 등을 추가하고, 융합으로 보육·아이돌봄+놀이교육·예체능+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등 개별사업을 함께 제공할 수 있게 하여 보편적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양질의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영세한 민간 기관을 규모화·조직화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소셜프랜차이즈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기업·종교계의 사회공헌, 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이 제시되었다. 혁신펀드(140억 원)를 조성하여 영세한 기관의 규모화를 지원하고, 시장진입의 규제를 완화하여 사회서비스 기술개발(스마트 R&D)과 고령친화산업, 돌봄로봇, 보조기기, 스마트서비스 등 첨단기술이 사회서비스 상품에 연계되도록 하였다. 셋째, 지원·육성을 위한 제도로 「사회서비스지원및진흥법안」 을 제정하고 사회서비스원을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닌 산업진흥기관으로 역할을 바꾼다. 이 밖에 사회서비스 보장성 강화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 확대, 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 영케어러 가족돌봄, 고립은둔청년 고독사 대응도 포함되었으나, 이는 기존 종합계획의 극히 일부 실행 또는 사회서비스 예산으로 보면 매우 미미한 주변적 사업이다. 세부 내용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회서비스 발전포럼에서 다룬 바 있고, 또한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 육성 방안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인구고령화로 인한 돌봄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회서비스 제공체계에서 개인화, 통합화, 특히 코로나19 이후 긴급한 공공돌봄 대응 요구가 가중되어 왔는데, 처방은 과거로 회귀하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회서비스 

지난 동안 사회서비스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발굴 및 확충, 사회서비스 시장 형성 및 산업화, 사회서비스 품질 제고를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면, 이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개념 오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동안 사회서비스 개념은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어떤 사무가 있고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보장기관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졌다. 사회서비스는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에 명시된 사회보장급여이지만, 노인·영유아·아동·장애인·저소득층 등 다양한 대상을 중심으로 개별 정책 사업을 아우르고 있어, 각 사업부처가 사회서비스의 전반적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정책 방향의 혼선을 가져왔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전략에 있어서 산업화가 주요 의제가 되는 이유는 돌봄국가의 서비스보장 체계에 총체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유망사회서비스를 발굴하는 전자바우처 사업이 과대 대표되기 때문이다. 2022년 예산기준 사회서비스 정책의 주요 세부사업은 노인, 아동, 장애인 돌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리고 영유아보육,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의 제도화가 이루어지면서 이 사업이 사회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22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예산은 13조 3,467억 원(보험료 수입 8조 8,010억 원, 정부지원금 4조 4,967억 원) 규모로 성장하였고(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영유아 무상보육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4조 8,908억 원(영유아보육료 지원 3조 2,028억 원, 보육교직원 인건비 운영 지원 1조 6,880억 원) 규모를 차지하며, 장애인활동지원은 1조 7406억 원을 차지한다(보건복지부, 2022). 이용자 수는 2021년 기준 노인장기요양 급여이용 수급자수는 90만 명, 영유아보육 이용자 수는 118만 명,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이 10만 명이다. 반면 8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 규모는 2009년 3,228억 원에서 2018년 1조 986억 원, 그리고 2021년에는 2조 7,744억원으로 증가하였으나, 이 사업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제외하면 전자바우처 사업의 예산은 6천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유망사회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자율형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2022년 예산 2,100억 원과 1,770억 원(균특)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 고도화가 신규 수요 창출이고 상품시장을 창출한다는 영역에서 정부예산 규모는 아주 미미하다. 정부의 수요지원 없이 이용자가 부담하는 민간 시장의 자율적 창출을 기대할 뿐이다. 정작 사회서비스 몸통의 혁신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분야의 수요는 공공시장의 규모, 즉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종속되어 있다. 노인·영유아·장애인 돌봄의 사회서비스는 정부가 이용자 지원 방식으로 급여를 지출하는 공공시장의 사회서비스다. 따라서 수요 창출의 중심은 주요 사회서비스 제도의 보장성과 전달체계다. 주요 사회서비스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급여자격 및 급여수준을 정하는 제도로서 시장이 형성되며, 전달체계는 주로 지자체 관리하에 민간 개인 시설들에 의해 제공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보장성에 대한 확대 없이 그리고 공급기관의 구조변화 노력 없이 사회서비스 시장의 고도화는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사회서비스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 욕구를 가지고 있어, 본인부담의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보조금 없이 창출되지 않았던 수요가 갑자기 형성될 리 만무하다, 정부의 지불보조 없이도 산업적 수익성이 있었다면 영리 기업이 이미 진출하였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현재와 같이 요양과 보육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 산업이 형성된 것은 각각 장기요양보험과 무상보육 정책의 결과이지, 산업화 추진의 결과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산업화는 일자리 창출의 방법이기는 하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상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며, 스스로 사회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추진 동력이 아니다. 오히려 산업화라는 공급 방법론은 사회서비스 제도 노동자의 처우문제, 수가 중심의 과도한 수익 규제, 서비스 품질의 저하, 그리고 사회보장 수급권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해 왔다. 

제공기관 규모화를 통한 사회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오해

사회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공급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은 윤리적으로 합당하고, 민간 시장의 활성화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다만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서비스는 복지혼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비스 제공에 민간이 참여해야 효율적인 전달체계가 마련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혼합은 재원조달, 의사결정권, 이용권한과 규제라는 다차원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혁신과제는 공급 주체의 다원화, 이용권한에 있어 수요자 중심주의, 그리고 정부의 규제역할 모두 산적한 과제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는 영세한 영리 제공기관이 과도하게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수요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사회서비스가 없다는 질 저하 문제가 지적된다. 이에 영세사업체의 성장지원을 통한 규모화와 비영리 사회적경제의 시장진입 활성화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정책수단이다. 규제를 철폐하는 정책이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사회서비스의 해결책이기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성장을 장려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규제와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규모화와 관련하여, 주의 깊게 참고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Harrington, C. et al., 2017). 영국과 미국의 요양서비스 경우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기업의 비중이 전체 공급의 5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가 영리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로 활성화되었다. 미국의 요양원의 경우,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5개 기업은 모두 미국 내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델라웨어 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모두 최근 미국 법무부(USDOJ)에 의해 사기행위로 기소되어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이유는 계약된 서비스 미제공, 부당청구, 사기, 서비스 남용, 적정인원 미배치 및 품질 위반, 부당청구이다. 정부의 서비스 모니터링 결과 서비스 질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한 곳은 다국적 민영보험회사이고, 네 곳은 민간 유한회사로 조세 피난처에 등록된 개인투자 그리고 사모펀드 그룹 소유다. 영국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 요양기관은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재정안정화 조치로 지방정부 돌봄서비스 시설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는데, 서비스 질은 오히려 저하되었다.

캐나다의 요양원도 5개 프랜차이즈 기업이 전체 시장의 23.8%를 차지한다. 그러나 두 번째로 큰 규모로 76개의 요양원을 운영하는 Revera Inc는 공적연금기금(Canadian Public Sector Pension Investment Board)이 100% 소유한 회사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도 돌봄시설이 다수 공공기관 운영이나, 영리와 비영리 민간 소유의 경우 프랜차이즈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지방정부가 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구매자와 공급자를 분리시키고, 소비자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일부 지방정부가 요양시설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즉 지방정부가 조직과 민간 공급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민간의 서비스 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규모화된 프랜차이즈의 서비스 질은 당연히 미국 그리고 영국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규모화된 영리목적 사회서비스 제공기관들은 낮은 서비스 품질, 부족한 인력배치, 품질 위반 등의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특히 고수익을 올리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비용절감을 통해 조직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대형 민간회사와 사모펀드에 의해 소유되면서 전반적으로 서비스 양, 종류, 질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회적경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규모화하거나 법인화하는 노력이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제공기관의 규모화가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규모화는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의 다원화와 함께 설정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사민주의 북유럽국가(노르웨이, 덴마크)의 장기요양 제공기관의 90%에 가까운 시설이 공공부문에 속하며, 일부 동유럽과 발칸반도 국가들(라트비아, 폴란드, 체코)도 공공부문이 7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유주의 유럽국가들(영국, 아일랜드)만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영리비중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공이 20% 내외, 그리고 비영리민간이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021년 기준 총 2,076개의 장기요양시설이 있으며, 공공 46%, 민간이 54%(영리 29%, 비영리 23%)이며, 미국의 경우도 공공은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영리부문이 14.8~50.8% 사이에 머물고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은 극단적인 영리민간 비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김형용 외, 2021). 따라서 규모화는 신규 수요를 개발해서 형성되는 시장이 아니다. 돌봄에 막대한 재정이 이미 투입되고 있다면 이 부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형성하는 것이어야 하며, 다변화된 공급주체로서 비영리나 공공의 규모화를 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기요양, 영유아보육, 장애인활동지원의 공급체계 혁신이 중요하다. 단순히 140억 원으로 펀드를 구성한다고 해서 새로운 제공기관의 진입구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미 폐기된 아이디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국민연금기금 연계투자 정도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관계부처합동. (2018). 범부처 사회서비스 발전 방향. 사회보장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2022). 장기요양 수입/지출예산

김형용 외. (2021).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사업 성과분석. 보건복지부

남기철. (2022).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 월간복지동향 2022년 6월호

보건복지부. (2022). 새 정부 업무계획

보건복지부. (2022). 2022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

보건복지부. (2023). 주요 업무 추진계획

정부민간합동작업단. (2006). 함께 가는 희망한국 VISION 2030

Harrington, C. et al. (2017). Marketization in Long-Term Care: A Cross-Country Comparison of Large For-Profit Nursing Home Ch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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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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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사회에 갇힌 청년을 먼저 구하라1)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요즘 정치권에서 청년 표심 잡기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지난 6월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청년비서관을 깜짝 발표하고,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청년정책 전문가를 영입하느라 바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년정책’을 검색하면 ‘청년지원정책 모아보기’, ‘청년주거지원 정책 모음’과 같은 청년정책 길라잡이 정보가 넘쳐난다. 

 

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라는 청년세대의 문제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청년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라는 투쟁하기를 몇 년,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과연 청년의 삶은 변화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청년정책이 가장 자주, 많이 발표되는 정책이다.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발표되고, 2019년 7월에는 계층 이동성 강화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이 나왔다. 2020년 3월에는 5대 분야 34개 과제를 망라한 제1차 청년의 삶 개선방안이 발표되었고, 지난해 청년기본법에 따라 12월 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으로 부족했는지, 지난 3월 「청년정책 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기존 정책(4.4조원, 79.4만명+α)에  "1조 5천억원, 24만 6천명(+α)"을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그리고 8월 16일 코로나 위기 극복, 청년세대 격차해소, 미래도약 지원 등 3대 방향성 아래 일자리·교육·주거·복지·참여·권리 등 5대 분야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본계획, 추가대책, 특별대책의 이름으로 쏟아진 무수한 정책들로는 사회이동성의 하락을 포함한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청년세대 내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계층 사다리의 바닥과 천장은 더욱 끈적끈적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사회이동성지수2020’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의 공정한 임금 분배와 사회보장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격차사회를 넘어 장벽사회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90년대생인 20대 청년에게 그 장벽은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그리고 같은 20대 청년 가운데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청년에게 그 장벽은 더욱 견고하게 보인다. 현재의 지배적인 불평등 구조는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만 안정적으로 보장된 인생 경로를 가질 수 있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을 재생산하고 있다. 

 

한편, 청년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사회보장정책을 손질하는 못하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현주 외(2020) 연구에 따르면, 기존 현금급여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의 수급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과 청년세대가 대체로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실업급여는 청년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의 수급률이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5세 청년 가구는 가구 기준 소득 5~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고, 26~39세 청년 가구는 소득 4~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모성보호 급여의 수급률은 소득 상위 8~10분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청년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세대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전반적인 일자리의 부족 속에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급부상한 플랫폼 노동에도 여러 불안정 요소와 함께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포괄할 수 없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 문제로도 더욱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별 청년정책을 넘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와 성장 잠재력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개혁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조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각종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기존 사회보장 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전체적인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의 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불평등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이동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조지프 피시킨이 제안한 기회 다원주의(opportunity pluralism) 모델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목표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Fishkin, 2014). 기회 다원주의 모델은 생애주기의 어떤 시점에서든 다양한 관문에서 다양한 삶의 경로를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희소한 지위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이 벌어지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과 이에 기초한 불평등의 구조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추구하고, 후자의 교육을 택하더라도 다양한 양질의 고용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인생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인기 높은 전문직종으로 진출하거나,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 불평등 완화와 관련한 모든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마련된 사회는 인생에서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져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복리와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 아래에서만 용인될 것이다. 


1) 이 글에는 필자가 연구한 김승연, 최광은 외,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2021)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승연․최광은 외. 2021.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 

이현주·오욱찬·이윤경·이원진·성재민·이길제·박형존·이병재, 2020, 「사회보장정책 효과성 분석을 위한 행정데이터 연계‧활용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사회보장위원회.

Fishkin, J., 2014, Bottlenecks: A New Theory of Equal Opportunity, Oxford University Press. (조지프 피시킨, 2016, 「병목사회: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 유강은 옮김, 문예출판사.)

 

목, 2021/09/0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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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와 주치의제도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일차보건의료, 일차의료, 일차진료

세계보건기구가 1978년 카자흐스탄의 알마아타(현재 명칭은 알마티)에서 개최한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공중보건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학술대회에서 134개 국가가 선언문에 서명을 하였다. 이 선언은 건강 패러다임 전개 과정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알마아타 이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40년 동안 국제연합의 어떤 결의도 그 정도 규모의 도전할 만한 목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2000년까지 ‘모든 이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 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알마아타 선언은 일차보건의료를 보건의료체계의 주춧돌로 만드는데 필요한 목표였다. 이 선언은 과도하게 ‘병원 중심적’이고 의료화된 체계를 피하고, 보다 사회학적 접근방식을 선호하였고,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1978년 시점의 냉전 논리 속에서 의미 있는 일련의 주요 요소들을 명확히 하였다 ─ ①협력과 세계 평화, ②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 ③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인식, ④건강증진에 있어서 다른 부문들을 참여시킬 필요성, ⑤일차보건의료의 기획, 실행, 관리에 지역사회 참여, ⑥건강 형평성.

 

알마아타 선언에서의 일차보건의료란, 지역사회에서 개인과 가족에게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지역사회와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필수적인 보건의료이다. 일차보건의료는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와 지역사회 전반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또한 개인과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가 국가 보건의료체계와 첫 번째로 접촉하는 지점으로서, 보건의료를 사람들이 살며 일하는 곳에서 가능한 가깝게 놓이도록 하며, 보건의료 과정의 첫 번째 요소를 구성한다. 일차보건의료는 지역사회의 주요 건강문제들을 다루며, 건강증진, 예방, 치료, 지지 및 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차의료(primary care)와 일차보건의료는 유사한 용어로서 종종 혼용한다. 일차보건의료는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접근이 가능한 서비스, 국가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의 중요한 부분, 지역사회와 국가가 감당 가능한 비용, 다학제 협력와 팀워크 등을 강조한다. 반면에, 일차의료는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둔,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하는 의료서비스, 환자와의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 등을 강조한다. 선진국에는 일차의료라는 용어를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차보건의료라는 용어로 더 잘 사용한다. 일차의료는 그 기능과 특징에 있어서 가정의학(general practice/family medicine) 업무와 대체로 일치한다. 일차의료가 일차보건의료의 중심에 위치하는 국가에서 일차의료 의사는 여러 일차보건의료 활동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일차의료를 일차진료(primary medical care)로 오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국내 보건의료 현실에서 일차진료는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지만, 일차의료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일차의료는 일차보건의료와 일차진료를 포괄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차진료가 지역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일차보건의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개념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표 2-1>)

 

<표 2-1> 일차진료, 일차의료, 그리고 일차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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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라는 용어의 기원

일차의료라는 용어의 기원은 1920년 영국의 도슨(Dawson)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보고서는 의료 제공 단계를 일차보건센터, 2차 보건센터, 교육병원으로 구분하였다. 일차보건센터에서 치료가 어려운 경우는 2차 보건센터로 의뢰하며, 교육병원은 의과대학과 연계되어 어려운 질환을 주로 취급하면서 교육 수련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이 같은 개념 구분은 훗날 많은 나라에서 보건의료체계 개편의 틀을 제공하였으며, 일차의료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차의료라는 용어가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의료 전문화가 한창일 때인 1960년대 화이트(White) 등의 일차의료 연구에서였다. 그들은 ‘의료 생태계(The Ecology of Medical Care)’라는 제목의 논문(1961)에서 역학적인 분석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보건의료 문제들이 일차의료 영역에서 적절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차의료 개념 정의

미국 의학연구소(1996) 일차의료 미래 위원회는 일차의료를, 개인적으로 필요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의료인이, 환자와 지속적인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면서,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에서, 통합적이며 접근성 있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일차의료 석학인 바바라 스타필드(Barbara Starfield, 1998)는 일차의료를 “보건의료체계 최초접촉 진입 지점으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두고, 매우 드문 질환들을 제외한 모든 질환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른 제공자 의해 다른 장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보건의료체계의 단계”로 정의하였다. 국내에서 일차의료 관련 전문가 77인이 참여한 델파이 연구와 한글학회 자문과정을 거쳐 ‘우리나라 일차의료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2007)하였다 ─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 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일차의료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보건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이재호 외, 2007)

 

일차의료의 핵심속성

일차의료의 정의는 공통적으로 최초접촉, 포괄성, 조정기능, 지속성을 포함한다.

 

1) 최초접촉

  • 일차의료는 보건의료체계 최초접촉 진입지점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 같은 진입지점이 필요한 이유는 의료서비스의 내용, 그 적절한 시기나 적합한 제공자에 관한 사항들을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초접촉은 접근성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접근성은 지리적 위치, 진료시간, 예약 없이 방문하는 환자를 받아들이는 정도, 비용부담 등을 포함한다. 일차의료 접근성 향상은 다른 전문의 또는 응급실의 불필요한 방문을 감소시키며, 질병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최초접촉 지점으로 일차의료 의사(vs 질병 전문의)를 이용하는 경우, 보다 적절한 건강관리와 우수한 건강결과에 이르게 한다.

2) 포괄성

  • 일차의료는 건강증진, 예방, 흔한 질환의 진단과 치료, 다른 제공자들에게로의 의뢰, 만성질환, 재활, 완화의료, 그리고 때로는 사회적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일차의료는 남녀 구분이 없이, 모든 연령에서, 질병과 건강의 모든 스펙트럼에서 환자의 건강을 위해 부족한 것들을 찾아내고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포괄성을 지닌다.

3) 조정기능

  • 일차의료는 지역사회 자원의 합리적 배열, 유기적 연결, 적절한 자문과 의뢰를 통하여, 환자의 건강요구에 적합하게 건강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조정기능을 지닌다. 부적절한 의뢰는 의료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치료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적절한 의뢰는 치료 효과와 치료 만족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일차의료 의사는 의뢰 여부를 결정하는 문지기(gate-keeper)가 아니라 조정자로 기능한다.

4) 지속성

  • 일차의료는 환자-의사 신뢰관계 속에서 질병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두는 의료서비스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의 지속성을 지닌다. 일차의료 지속성은 진료의 지속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개인이 상용기관(또는 주치의)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로 평가할 수 있다. 의료기관 또는 팀이 상용치료원인 경우는 주치의가 상용치료원인 경우보다 조정기능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속성은 주치의가 환자를 보다 잘 파악하게 하고, 처방된 약물의 순응도를 높이며, 예방 서비스를 더 잘 받게 하여 효율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일차의료 구조의 취약성에 기인하는 우리나라 건강통계

1)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 빈도 회원국 중 최고

일차의료 영역에서 각 분야 전문의들이 자유롭게 의원을 개설하여 일차진료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도 임상과별로 일차진료를 제공하여 서비스 분절화가 매우 심하다. 우리 국민은 증상별로 스스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빈도는 2012년에 일본을 추월하여 OECD 회원국 중 최고를 기록하며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연간 16.6회로 회원국 평균(6.8회)을 크게 상회한다. 최근 1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어 왔던 다른 국가들과 크게 비교된다.

 

2) 인구 천 명당 병상 수, 가파르게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단독진료가 대부분인 동네 의원에서,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뇨, 천식 등 일차의료 영역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받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및 검진 확대 정책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대형병원을 찾도록 유인하였다. 그 결과 최근 수십 년 동안 대형병원들은 경쟁적으로 병상을 확충해 왔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병상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인구 천 명당 병상 수는 2017년 현재 12.3 병상으로, 회원국 평균(4.7 병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일본(13.1 병상)에 이어 2위이나 조만간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3) 국가 보건의료비 증가율 회원국 중 2위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 증가는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 년 간 연간 의료비 증가율이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7-2018년 의료비 증가율은 9.0%로 회원국 평균(2.4%)을 크게 넘어섰고, 리투아니아(10.1%)에 이어 2위였다. 일차의료 영역에서 조정기능 결여는 건강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

 

4) 일차의료 민감 질환 입원율 상위권

일차의료에서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들 중 대표적인 질환이 당뇨이다. 당뇨 환자가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관련 질환들 때문에 병원 입원 사례가 증가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십만 명당 당뇨병 입원율은 245.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48.5명) 다음으로 높으며, 회원국 평균(129명)을 크게 넘어섰다.

 

5) 갑상선암 과잉진단율 세계 최고

주치의의 근거에 바탕을 둔 권고에 의해 건강검진이 이루어진다면, 질병 조기발견으로 사망을 피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건강검진은 시장에 맡겨져 있어 과잉진단 가능성이 높다. 국가 건강검진도 일차의료 지속성을 저해하고 의료서비스 분절화와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는 갑상선암 발생률(사실상 발견율)에 있어서 지구상에서 예외적으로 높다. 특히 여성 갑상선암 과잉진단율은 90%로 추정된다.

 

일차의료 강화의 핵심은 주치의제도 도입

일차의료 강화는 보건의료체계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보편적 건강보험의 역사가 30년이 지난 국내에서 일차의료 영역은 거의 변화가 없어왔다. 일차의료에 대해서 그 개념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의 건강보장체계는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민간보험도 권장하는 일차의료 의사(주치의) 보유·이용을 우리나라 정부와 건강보험은 의사협회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의약분업(2000) 실시로 발생했던 의사파업에 대한 정신적 상처가 남아 있는 듯하다. 주치의제도에 대한 인식도 90년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은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핵심 정책이다. 주치의제도는 지역사회 주민 개인 또는 가족이 일차의료 의사와의 지속적인 관계(rapport)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험자 또는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주치의제도 하에서의 지불제도는 전통적인 인두제를 연상하기 쉽지만, 행위별수가제, 성과급제, 봉급제 등을 혼합한 방식이 세계적인 동향이다. 주치의제도는 주치의가 환자의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이용을 돕는 제도이며, 의료서비스 이용을 규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주치의 제도는 일차의료 의사 본연의 역할을 지원하는 제도이며, 희생을 요구하거나 통제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주치의라 하면, 병원 의사와 구분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건강 전반을 담당하는 일차의료 의사를 의미한다. 일차의료 의사는 일차보건의료팀과 더불어 주민의 건강증진, 질병예방, 만성질환 관리, 그리고 의뢰-회송을 포함한 건강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조정기능을 수행한다. 일차의료 의사는 대체로 가정의(GP 또는 family physician)를 의미하며, 일차의료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의대 졸업 후 3~6년의 전공의 수련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세계적인 동향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일차의료 의사의 범위를 한정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의사로 가정의(가정의학 전문의)를 양성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단과 전문분야 의사들이 일차의료 영역에서 일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주치의제도 도입 과정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일차의료 의사 범위 한정이다. 일차보건의료팀은 일차의료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보건의료진(15∼20인)을 의미한다. 일차의료 의사 1인 진료보다는, 일차보건의료 팀과 더불어 그룹 진료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의뢰제도와 주치의제도 보유여부에 따라 해당 국가의 일차의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데, OECD 국가들을 분류하면 다음 표 2와 같다. 이 중에 최근 20년간 주치의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 중에 있는 국가들은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터키, 동유럽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과 함께 둘 다 없는 10개 국가에 속하지만, 그 중에서도 일차의료 개념부재와 공공의료 취약성을 고려하면 일차의료 수준이 최하위권으로 평가된다.

 

<표 2-2> 의뢰제도 또는 주치의제도 보유여부에 따른 OECD 회원국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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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도 도입의 편익

주치의제도 도입은 국민, 의료인, 국가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편익을 예상할 수 있다.

 

<표 2-3> 주치의제도 도입의 편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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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제도 도입 단계적 방안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민간 부문이 주도해 왔으며, 대형 병원 중심의 치료 위주의 의료가 발달해 왔다. 상대적으로 공공 부문의 역할과 기여는 부족했으며 일차의료는 그 개념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단계적인 주치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최소 5년의 시간이 도입을 위해 필요할 것이며, 정착을 위해서는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90년대 방식의 의사(제공자) 주도형 제도 도입이 아니라 국민(이용자) 주도형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다. 제도 도입에 관한 국가 지도자의 의지 표명 후에, 단계적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로 여론 형성, 합리적인 의료이용, 일차의료 기반조성, 의사 참여, 지불제도 개편과 같은 5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표 2-4>)

 

<표 2-4> 주치의제도 도입 단계적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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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단계: 여론 형성> ‘주치의 보유의 필요성 홍보’ 최소 1년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주치의 보유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의 확산을 목표로 한다. 주치의를 두고 합리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대국민 홍보를 시행한다. 주치의 보유의 필요성과 그 편익을 홍보한다.

 

<제 2단계: 합리적인 의료이용> ‘이용자 편익 부여’: 제 2년차부터 시행하여 지속

주치의를 지정하고 이용하는 환자에 대해서 혜택을 부여한다. 이 단계에서 주치의 자격 기준이 엄격할 필요가 없다. 환자가 원하는 어떤 의사도 주치의로 지정이 가능하다. 일단 주치의로 지정한 후에는 자신의 모든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그 주치의와 상의해야 하도록 한다. 주치의 의뢰를 통한 건강 서비스 이용이나 단과 전문의 진료에 대해서, 본인부담 비중을 연차적으로 줄여 나간다.

 

<제 3단계: 일차의료 기반조성> ‘일차의료 강화’: 1∼2년차에 준비, 3년차부터 추진

일차의료의 개념과 일차의료 의사의 범주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일차의료 의사의 장기적인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동네의원 단과 전문의에게는 희망할 경우 일차의료 의사로 기능 할 수 있도록 연수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세제 혜택, 수가 조정 등으로 그룹 진료를 권장한다. 국가가 표준 일차의료 기관(‘마을 건강센터’)을 지원하거나 설치한다.(표 2.) 의과대학·간호대학과의 제휴를 통해 일차의료와 일차보건의료에 관한 교육과 수련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제 4단계: 의사 참여> ‘주치의에게 혜택부여’: 제 3년차에 준비, 4년차부터 추진

환자가 주치의로 지정하고 이용하는 그 주치의에게 환자의 수에 따라서 보험자가 환자 당 일정액의 건강관리 비용을 지불한다. 아울러 주치의로부터 의뢰된 환자를 진료하는 단과 전문의에게는 수가조정을 통해서 일정부분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제 5단계: 지불제도 개편> ‘혼합형 지불방식 시행’: 제 5년차부터 추진

환자가 주치의로 지정한 의사가 자신을 주치의로 지정한 환자 명단을 확보하여 보험자에게 제출하면, 일정비율 인상된 건강관리 비용을 제공한다. 일차의료 질 평가(예, 환자경험에 근거한 일차의료 속성 평가, 임상 질 지표 평가, 구조 평가 등)의 결과에 따라 추가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표 2-5> ‘마을 건강센터’(표준 일차의료 기관)의 구조와 9가지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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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9/12/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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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

 

김규찬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

 

이 글은 ‘복지국가는 이주민을 위해서도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개념적이고 원론적인 차원의 탐구이다. 이 글을 통해 일견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관계에 대해 사회권과 복지국가의 성립, 이주민의 사회권을 위한 논리와 구조, 그리고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권의 발전 과제라는 측면에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사회권과 복지국가

 

‘인간은 존엄하며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가진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이 진술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인간이 본래적으로 존엄하다는 것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므로 일단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권리(rights)로서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또한 과연 ‘누구나’ 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인간다운 삶은 생존의 차원을 넘어서야 실현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용납될 만한 수준 이상으로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개인적 삶의 욕구, 가치, 개성 등이 인정되고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의 의미와 조건은 시대에 따라서도, 또 문화적으로도(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정의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자유권적 기본권(개인적 자유, 법 앞에서의 평등 등)이나 참정권 외에도, 건강, 소득, 교육, 사회참여 등 인간의 안녕(well-being)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요소들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한 조건으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엽 출현한 복지국가(the welfare state)는 이러한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사회적, 정치적 노력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복지국가의 성립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인 사회권(social rights)은 기존의 공민권(civic rights)이나 정치권(political rights)과 같은 법적인 권리로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Marshall, 1950). 복지국가는 이러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국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Baldock et al., 1999; Bryson,1992). 

 

현대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사회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편으로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대인 서비스)로 구성된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system)를 활용한다. 각 제도는 급여(서비스 포함)의 대상, 내용, 수준을 각기 다른 논리에 근거해 결정하는데, 무엇보다 수급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이 세 제도의 특성을 결정한다. 사회보장 급여(혜택)의 대상자는 기여(보험료 납부), 인구학적 기준(연령 등), 소득수준, 전문가 진단 등 다양한 기준의 조합으로 선정된다(Gilbert and Terrell, 2005). 한국의 경우에도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에서는 보험료 납부(기여)를 공통조건으로 하되, 고용보험의 경우는 근로와 구직활동 조건이 덧붙여진다.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적 보유를 전제로 소득과 재산,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조건 등을 결합하여 수급자를 선정한다. 한편 사회서비스에서는 주로 신청자의 욕구를 근거로 하는데, 이 경우 서비스 제공자나 공무원의 재량(discretion)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안병영 외, 2018). 

 

자유권이나 정치권과 달리 사회권은 제한된 사회ㆍ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된다. 특히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비시민(non-citizen)들에게 사회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상당한 정치적, 정책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여금에 대한 보상적 요소가 있는 사회보험의 경우는 이주민에게도 권리를 부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보험금을 내지 않는 공공부조나 욕구를 근거로 하는 사회서비스는 보다 정교한 권리 부여의 정당화 논리가 요구된다.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 

 

유형이나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복지국가는 국제적으로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복지국가가 사회권을 부여하는 대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복지국가는 영토적 경계가 분명한 국민국가(nation state)와 단일한 정치적 소속(국적)을 가진 국민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중심성의 한계로 인해 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주민의 사회권은 복지국가 정책 및 연구에서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Banting et al.,2006; Sainsbury, 2012; van Oorschot andUunk, 2007). 

 

그러나 국제이주의 증가는 국민을 전제로 한 복지국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국가별 편차가 크지만, 실제 현대 대다수 국가들은 국적을 가진 시민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주요국의 인구 대비 이주민의 비중은 미국의 경우 13.7%, 영국은 13.4%, 스위스는 29.6%에 달한다(Castleset al., 2020). 한국의 경우에도 체류외국인의 총인구대비 비중이 4.6%를 넘어서고 있다(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2020). 이를 볼 때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에는 국적자뿐만 아니라, 외국국적자, 무국적자, 다중국적자 등 다양한 정치적 성원권(membership)을 가진 구성원이 실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복지국가가 시민들을 위해서만 작동한다면 상당 규모의 인구가 복지국가로부터 배제될 것이며, 사회적 연대(solidarity)의 원리를 통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해 온 복지국가의 이상이 훼손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복지국가와 사회권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주민에게도 사회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어도 다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첫째, 인간존엄성에 근거한 보편적 인권보장을 위해 수립되어 온 다양한 인권 관련 협약, 권고 및 기준이 이주민의 사회권의 건실한 토대가 된다. 둘째,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사회구성원인 이주민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윤리적 책무이자 장기적으로 비용효율적일 수 있다. 셋째, 이주민은 현재 혹은 잠재적 ‘노동력’으로서 국가의 생산성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보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넷째, 이주민은 ‘인구’의 유지 및 재생산에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이다. 다섯째, 사회권의 부여를 통해 이주민의 소속감을 증진하고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 실제 사회법의 성립 자체가 공동체주의적 목적으로 출발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윤찬영, 2004). 

 

복지국가가 시민뿐만 아니라 비시민을 위해서도 작동해야 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주민에 대한 사회권 부여의 근거와 방식 및 사회권의 내용은 시민들의 경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이주민의 사회권은 국내법과 함께 국제법이나 ‘상호주의’와 같은 보완적 근거를 필요로 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과는 달리 이주민의 경우 공민권이나 정치권의 획득이 선행되지 않더라도(즉, 국적 취득 전이라도) 사회권이 부여될 수 있다(Sainsbury, 2012; Soysal, 1994). 사회권의 요건에서도 기여나 자산조사 외에 이민정책 및 국적법상 요구조건이 추가될 수 있다. 실제 많은 국가들이 이민 유형에 따라 거주권, 노동권, 사회권을 등 권리를 차등화하고 있다(Kim, 2018; Morris, 2001, 2003). 

 

현재 한국 내 이주민의 사회권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체류자격, 노동(기여), 그리고 특수한 욕구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기여금에 의한 사회보험의 가입은 폭넓게 허용된다. 그러나 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출신국에 따라 사회보험별 실제 적용여부 및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노호창, 2016). 많은 국가에서 국가재정을 통해 운영하는 공공부조에 대한 권리는 원칙적으로 자국민으로 제한한다(안병영 외, 2018: 248-250). 한국도 미성년자녀 양육 등 긴급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공공부조 접근을 제한한다. 한편 사회서비스는 욕구가 우선적으로 급여의 조건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이주민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서비스의 운영 및 제공방식(재원 등)에 따라 특정 외국인은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주민의 사회권은 내국인들과는 달리 사회(복지)정책뿐만 아니라 이민정책, 노동정책, 국제협력 등 다양한 정책 영역들의 조화로운 조정을 필요로 한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과제

 

한국은 불과 한 세대 동안 복지국가의 비약적 발전과 국제이민자의 급속한 유입 증가를 동시에 경험하였다(Kim, 2017a, 2017b). 국제이민자의 급속한 유입 및 정착 증가는 오랜 기간 단일 문화의 신화를 유지해 온 한국으로서는 매우 낯설고도 중대한 사회변동이라 할 만하다. 그간 복지국가 발전과정에서 국민의 사회권은 꾸준히 확장되어왔다. 동시에 증가하는 이주민들의 관리와 정착지원을 위한 제도들도 빠르게 수립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다문화 사회’라는 수용적 수사(rhetoric)에도 불구하고, 사회권을 포함한 시민권의 부여 없이 단지 시혜적 정책을 폄으로써 오히려 국민과 이주민 간, 또는 이주민들 간의 분리, 차별,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김정선, 2011; 이미영, 2017; 황정미, 2011). 

 

복지국가의 진화와 함께 국민의 사회권이 변동되어 왔듯이, 이주민의 사회권 역시 정치적, 정책적 환경 변화와 함께 확장 혹은 축소될 수 있다(김규찬, 2020; Kim, 2017a). 한국복지국가는 저출산ㆍ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학적 위기에 대응하여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족의 재생산권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대한민국정부, 2005). 그 과정에서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들도 다양한 사회서비스의 대상에 포함되었다(여성가족부, 2018). 노동이민정책 역시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이주민의 권리 확장은 여러 이민국가들이 이미 경험해 온 바이다. 민주적 정치제도와 인권보호가 법제화된 나라에서는 이주민의 권리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Hollifield, 2004). 이제 한국에서도 인권의 한 요소로서 사회권은 국민의 전유물이 아니며, 특정유형의 이주민을 사회권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도 지지받기 어렵다. 다만 이주민의 사회권 적용의 구체적 방법과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복지국가의 사회권은 기본적으로 시민(국적자)의 권리로서 제도화되어 왔지만, 국가의 구성원이 국민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다양한 성원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민권의 한 요소로서 사회권의 진화를 요구한다. 한국이 보다 포용적인 복지국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법에서 요구하듯이 국민이 아니더라도 단지 ‘인간’으로서, 혹은 적어도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주민’이라는 자격만으로도 사회권을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마땅하다(설동훈,2016). 이런 조치들은 모든 사회구성원을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통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가의 사회ㆍ경제적 발전과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복지국가의 사회권의 대상을 국민으로만 제한함으로써 이주민들이 사회적 배제와 차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한국으로의 이민 유입 증가는 몇몇 서구사회에서 경험하듯이 통합의 위기(사회적 분열)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Castles and Schierup, 2010; Schierup et al., 2006). 

 

더불어, 비록 귀화하여 국적을 소지하게 된 이주배경 인구들의 사회권 문제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국민이 된 이들은 형식적 측면에서는 기존 내국인들과 동등한 사회권을 부여받게 되겠지만, 이주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국사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서구에서 1960년대 중반부터 인종주의적 제도들이 공식적으로 철폐된 이후에도, 여러 세대의 이주배경 인구들이 시민권 소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고립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발 복지국가이자 이민유입국으로서 한국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움으로써 더나은 발전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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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1/09/0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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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도 여전한 주거급여의 사각지대 - 정형화된 빈곤을 넘어서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

 

현 주거급여의 한계

문재인 정부가 ‘혁신적 포용국가‘를 내세우며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정부가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꾸려온 사회정책의 기조를 살펴보면, 과연 ’누구‘를 포용하는지 ’무엇‘이 혁신적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는 주거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촘촘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지 2년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손가락 사이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 한하여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 맞춤형 급여로 전환될 당시, 교육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이후 3년만의 성과였다. 이것이 일종의 진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개별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급 빈곤층을 포괄하는 데에 명백한 한계로 작용하였고, 문재인 정부의 “촘촘한 사회안전망”이라는 당초 약속은 실효성 있게 지켜지지 못했다. 한편,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고 알려진 주거급여는 다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주거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사실상 20대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 만 30세 미만의 경우, 원가족과 거주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부양을 받는 것으로 취급되어 하나의 가구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1) 가구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하거나 일정 소득 (2019년 기준 1인 가구 85만원) 이상을 벌어 자신이 부양받고 있지 않음을 증명해야한다. 그러나 애초 주거급여는 중위소득의 44% 이하의 소득이 있는 가구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결국 20대 독립가구는 대부분의 경우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민달팽이유니온과 같은 시민단체는 관련 부처에 ‘만 30세’라는 기준의 근거를 문의하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20대는 원가족의 부양을 받지 않냐’는 국민정서상의 이유였다. 누군가의 실체적인 고통을 해명하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인 대답이었다.

 

 <표 3-1>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가구 범위 안내https://lh6.googleusercontent.com/gphldL3kqNICZwmuD88PkPNLKo-dn0S5fiddR-... />

 

이처럼 20대 청년, 특히 빈곤하고 ‘비정상’적인 청년들은 출처불명의 ‘30세 미만’ 기준으로 인해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러한 현행법상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사례를 수집하였다. 우선 원가구가 보장가구인 20대에 한하여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득인정액 합산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현 복지체계가 빈곤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인터뷰이는 ‘마음껏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게 소원’이라며, 원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증가되어 수급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 생길까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주거비를 충당하지 않으면 원가족의 생계급여를 끌어다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소득신고가 되지 않는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일자리만을 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노동시장에서 착취당하거나 원가족과 생활을 재결합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복지가 장악하지 못한 빈곤의 자리는 개인의 희생과 선택지의 축소로 이어진다.

  

빈곤에 대한 상상력의 결핍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제58차 회의를 통해 원가족이 보장가구인 20대 개별가구에 한해 주거급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주거급여에 위와 같은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정부가 대책을 세운 것이다. 다만 이는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2년간의 공백이 발생하는데, 이 기간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년의 세월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빈곤상황을 포함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부모와 독립해서 살고 있는 혼인제도 바깥의 20대 청년들은 소득수준이 주거급여 수급조건에 충족하는 경우에도 지침상의 이유로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 부양의무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실질적인 빈곤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제도적 실태는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족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반영으로서, 소수자를 빈곤으로 내모는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세 미만 주거급여 수급제한은 약 세 가지 지점에서 비판가능하다.

 

첫째, 이는 연령에 따른 차별이자 보편적 시민권에 대한 침해이다. 30세라는 기준이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 정부에게 여러 차례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같이 통념적이었다. 20대에게 대부분 부모가 있을 것이며, 그들의 지원을 받을 것이고, 사회에서 말하는 ‘근로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이처럼 관념을 바탕으로 복지의 대상자를 결정하는 행위는 그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한 개인의 상황을 근거로 복지의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인 판단을 통해 애초 그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면 그는 다른 이들과 동일한 권리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둘째, 이는 혼인제도로 제한되는 정상가족 중심의 복지혜택이다. 실제로 30세 미만이더라도 결혼을 한다면 주거급여 정책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데 우선, 국가는 절대 원가족보다 앞서서 개인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제스처다. 결국 누군가와 부양-피부양의 관계를 맺을 때라야만 복지를 허락한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이성애혈연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인구생산에 기여할 때라야만 시민권을 인정해주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같은 소득에 같은 원가족, 주어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저 결혼제도에 포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급여가 주어지는 것은 결혼제도의 유무가 당사자의 권리와 직결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이는 도시거주 청년 및 소수자들의 빈곤상황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원가족과 불가피하게 단절되어야 하는 상황, 이를테면 가정폭력, 착취, 단절 등 주로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들이 겪게 되는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가족이 폭력과 고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가족 관계를 마치 고통을 나누어지는 족쇄처럼 취급한다. 실제로 학업/취업 등의 이유로 도시에 거주하게 되는 이들은 자신의 이주가 원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끊임없이 생각하여야 한다. 당장의 상황을 버틸 여력이 없어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30세 미만 주거급여 제한이라는 현상은 단순히 청년 세대의 빈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얼마나 정형화된 형태로만 빈곤을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다. 부정수급, 예산낭비와 같이 의심하고 배척하는 상상력은 좋아진 반면, 빈곤이 사람의 자리를 협소하게 만드는 방식 내지 현실에 대한 상상력은 날이 갈수록 결핍되어 간다.

 

같은 맥락에서 만일 부의 이전 현상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연령과 무관하므로 상속세-증여세를 높이면 될 일이다. 만일 이것이 독립이 늦어지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라면, 국가는 그간의 정책이 원가족과 대상자를 묶어두는 역할을 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더더욱 실질적인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일 주거급여를 인정함으로써 1인 가구가 증대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면, 한 사람이 독립하면서 발생하는 비용 중에 주거급여가 커버할 수 있는 비율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걱정인지 알 수 있다. 누구도 30만 원을 얻자고 100만 원을 지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가는 100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30만 원이라도 보전할 수 있다는 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산 부족이 아닌 정치적 결단력의 미비

30세 미만 주거급여 수급제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게 문의하였으나, 이에 대해 급여를 인정할 계획이 없으며 기준을 없앤다더라도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과다한 복지 예산 지출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수급자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급여 예산은 절감되었다. 본래 예상했던 인구의 약 40%만이 신규진입하여, 나머지 60%에 대한 1860억 가량이 불용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도시연구소의 김기태 연구원이 2018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추계한 결과, 30세 미만의 미혼 청년이 가구주인 경우는 2만 6천여 가구에 달했다. 또한 이들에게 모두 주거급여를 지원한다 해도 연간 400억 가량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용액의 30%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결국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느냐의 문제이다. 복지예산의 불용액은 단순히 쓰이지 않은 돈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지 못한 돈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나중에’라는 말 대신 지금 당장, 누가 승인받지 못한 것인지 찾아내고 그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표 3-2> 기준 중위소득에 따른 30세 미만 주거급여 대상자 규모 추정https://lh5.googleusercontent.com/xl3ZJW-PK3MUsmFcIDaM3xzi1KBWbt5FduoP25... />

 

 

<표 3-3> 30세 미만 미혼·청년·임차가구 주거급여 대상자 포괄에 따른 소요예산 추정https://lh4.googleusercontent.com/t3trBVpZheEf6c8Cg-hzPKvDxw9pBmnc_Kghqh... />

화, 2020/01/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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