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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또 하나의 문명이 끝나간다. 다시 모여앉아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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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또 하나의 문명이 끝나간다. 다시 모여앉아 사회를 만들자

익명 (미확인) | 목, 2016/04/07- 10:49

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⑥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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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람들이 유달리 괴롭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조한혜정(68) 연세대 명예교수는 “근대문명이 끝났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나온 진단 중 가장 거대했다. 그런데 인터뷰 중 그는 “내가 하는 말들이 너무 작은 (영역의) 이야기라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면서 “절대 작은 이야기가 아닌데”라고 했다. 이 거대한 분석과 그 작아 보이지만 작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진행하는 기획 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월 19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조한혜정 교수를 만났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진행으로 인터뷰는 두 시간 남짓 이뤄졌다.

조한혜정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다 화가 나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초등학생들까지도 화가 나 있어서 교사도 ‘학생 만나기 겁이 난다’ 하더라고 했다.

“저도 그래요. 전에 없이 문득 ‘왜 사나?’ 싶을 때도 있어요. 이게 무슨 감정인가 생각해 보면, 더 이상 좋아질게 없다는 깨달음 때문에 오는 것이더라고요.”

그 이유는 위에 말한 대로 “근대 문명이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크게 볼 때 문명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적 인간은 계속 세상이 좋아진다는 이른바 진보를 믿어 왔다”면서 조한 교수는 “그런데 이제는 좋아질 게 없고 나빠지기만 한다는 것, 운명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존하다 죽는 존재일 뿐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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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당시와 ‘세월호’ 이후의 차이는?

문명 쇠퇴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한국 사회만 놓고 본다면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은 ‘기적처럼 근대화를 해낸 나라’였죠.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으킨 경제 성장의 기적, 상상도 못했던 1980년대 민주화의 기적,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며 전국에 초고속망 깔고 OECD에 가입할 때만 해도 곧 선진국이 될 것 같았지요. IMF 사태를 맞아 휘청거리다가도 회복하는 듯했어요. 그렇지만 이제 돌아보니 2차 근대, 곧 ‘위험사회’로 깊숙이 빠져 들어가고 있었던 거예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처음 말한 ‘위험사회’는 근대 산업사회가 구조적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파괴의 단계를 일컫는다. 경제 성장 중심의 시기를 지나서 ‘위험’이 계속 생겨나는, 더 이상 성장으로 위험을 가릴 수 없는 시기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넘어갔다”면서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이런 사고가 계속 날 것’임을 아주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래서 패닉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조한 교수에 따르면 근대문명의 발본지인 유럽은 19세기에 위험사회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역시 울리히 벡이 주장한 ‘해방적 파국'(Emancipatory Catastrophism)의 시점을 맞았다. 해방적 파국이란 극단적 상황에서 도리어 좋은 길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전쟁을 통해 유럽에서는 ‘돈이 다가 아니다’, ‘가족도 다가 아니다’, ‘국가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자각이 생겼어요. 그 계기로 복지국가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출현했지요. 국가와 시민 사회가 함께 국민을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더 이상 제국주의를 하면 안 된다’는 자각도 분명히 생겼지요. 문제는 성찰을 시작한 유럽이 아니라 확장의 욕구로 가득 찬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입니다. 그 냉전 소용돌이 속에서 분단국가가 된 게 우리의 불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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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에서 근대국가로 태어난 한국은 중요한 한 가지가 부재한 채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바로 ‘구성원들이 의논하면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다.

조한 교수는 1950년대 미국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예를 들었다. 살인 혐의를 받는 한 소년에 대해서 11명의 배심원이 유죄를 인정하는 가운데 단 한 명의 배심원이 제기한 반론으로 토론이 거듭되고, 그 결과 무죄로 의견이 모인다는 내용이다. 조한 교수는 “인간 사회의 힘은 바로 그 소통의 능력,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고 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원래 핵발전소를 더 짓자는 입장이었는데도 탈핵으로 국가의 방향을 잡았지요. 후쿠시마 사태 이후 환경운동가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마침내 대국민적 논의의 장이 열리면서 탈핵으로 합의를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통과 합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좋은 사회라 할 수 있죠. 한국은 그런 가능성이 거의 봉쇄된 채 시작된 나라입니다.”

“기회만 균등하다고 좋은 사회 아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한편으로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 ‘기회 균등’의 원칙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헬조선’으로 불리고 ‘수저계급론’이 분노를 일으키는 것도 그 원칙이 훼손된 탓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조한 교수는 “기회 균등만 지켜진다고 좋은 사회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대한 한 신문 칼럼에서 ‘그 시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폭력이 얼마나 심했는데 항의한 부모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더라고요. 입시에 조금만 손해가 나도 부모들이 나와서 시위하지만, 진짜로 부모가 해야 할 말은 함구한 거죠. 입시를 통해 자녀를 성공시키려고 결탁한 셈이에요.”

한국 근대화 초기의 동력은 가족 중 한 명을 성공시키는 데 공모한 다음에 그 열매를 나눠먹는 가족주의적 신분이동문화에서 나왔고 그런 묘한 집단주의가 우리 일상 문화가 됐다. 그렇게 공모하고 결탁해서 끌어주고, 권력자의 비리도 밑에서 받쳐주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시민적 공공성’이 설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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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와 청년 실업, 양극화가 심각해진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시스템도 가능하지 않다. 조한 교수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너는 직장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야, 소비를 못 하면 사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입해 놓고는 직장도 없고 따라서 소비력도 갖지 못하는 사회에 떨궈놓은 셈”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헐벗은 삶), 즉 언제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존재들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라면 “근대 문명이 끝났다”는 진단도 납득이 가지만 그렇다고 정말 ‘끝’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은 아니다. “총체적 파국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방적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는 오히려 낙관적인 입장이다.

‘먹고 살기’ 걱정 안 했던 1990년대 청년들

다만,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는 ‘해방적 파국’이라 할 수 없다고. “선진국도 망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제도를 배워 와봐야 소용없다”는 이유다. 조한 교수는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먼저 위험을 맞았으므로, 길도 앞장서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 가치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민적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도 적게나마 그런 흐름이 생겼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1990년대에 변화의 조짐이 있었는데 이어지지 못 한 것이다. 조한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 대학을 다녔거나 그 또래인 청년들, 일명 ‘서태지 세대’에게 기대를 걸었었다.

“그 때 청년들은 대부분 영화판 같은, 고생스러워도 즐거운 곳에서 일하고 싶어 했어요. 선배 세대의 경직성을 멋없다고 생각하고, 배낭여행 다니면서 온갖 경험을 한 뒤에 창의적인 일에 뛰어들겠다고 했죠. ‘먹고 살기’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IMF 때 된통 당하고 진짜로 ‘먹고 살기’ 어려워지니까 위축됐지요. 그 아래 세대들은 아예 ‘부모 말 잘 듣기로’ 하면서 기존체제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IMF 사태로 고통 받는 부모를 보며 자란 세대는 착하고 부지런하지만 국가나 공동체, 공공성에 대한 감수성은 적은 편이다. 노동절에 시청 앞 집회에 참가하는 과제를 내줬더니 “시위대 때문에 지나가는 차가 너무 천천히 가야 해서 미안했다. 다시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내는 식이다. 조한 교수는 “학교와 사교육 시장 사이만 오가다 보니 사회적 감각이 성숙되지 못 한 영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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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 교수는 ” 국민소득(GNP)이 5,000~1만 달러쯤 됐을 때 식민지적 ‘성장’을 벗어나 사회의 방향과 내부 시스템을 정비했어야 하는데 못 했고, 1990년대 청년들이 그 위아래 세대와 갈등하고 논의하는 체제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IMF 사태 때문에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왜 끝없이 성장하고 지구를 탈출해야 할까?

여전히 ‘성장’은 필요하다는 인식도 만만찮다. 그러나 조한 교수는 “성장이 계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우주산업’에 돈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등을 통해서도 익숙한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탈출할 것”이라는 소망은 끝없이 확장하고 팽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도전을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류가 도구를 발명하고 성취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믿음,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신의 영역을 넘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조한 교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다른 견해를 밝혔다.

“인류 초기 진화를 불과 같은 ‘도구’ 사용으로 설명하는 것은 남성 중심적 관점이에요. 인류가 협동을 하는 지혜로운 존재가 된 것은 힘을 모아 아기를 키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3년은 힘을 모아야 하니까, 엄마를 중심으로 불가에 모여앉아 의논하면서 살게 된 것이죠. 그렇게 협력하고, 소통하고, 한 장소에 정을 붙여 살게 되면서 ‘사회’가 형성된 겁니다. 그러다 농업혁명 이후에 집단 수확이 이뤄지면서 점점 남성 중심적 문명으로 가게 된 거죠.”

그 후에도 마을과 사회에 ‘돌봄의 영역’은 존재했다. 태어나는 아이를 마을 사람 모두가 축복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균형을 이뤄 사는 문명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 근대자본주의 문명을 맞으면서 경쟁과 축적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돌봄과 소통 영역은 축소돼 버렸다.

“본래 인간은 자궁에서 있다가, 환대해 주는 가족과 마을이라는 ‘사회적 자궁’으로 나오는 존재였는데 이제 그 자궁이 사라진 거예요.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끊임없이 팽창하고 탈출해야 하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기가 힘든 것입니다. 근대문명의 끝을 맞이한 지금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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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게 막강한 힘”

다시 이야기는 “이제라도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로 돌아왔다. 달리 말해서 함께 의논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고 작은 사회적 자궁들, 마을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하자센터에 있는 ‘난감모임’을 소개하면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단 머리를 긁적이고, ‘정말 난감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잠시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상황인식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지, 바로 제도와 해법을 찾아봐야 실패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조한 교수가 그동안 보여준 대안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1980년대 ‘또 하나의 문화’를 통해 다양성과 공존을 말했고, 1990년대 말에 탈학교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자센터를 만들었고, 돌봄과 마을공동체가 왜 중요한지를 계속 강조하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일했고, 사회적경제와 살림살이경제를 말해온 것 등이다.

최근 이슈가 된 청년수당, 혹은 청년배당 제도를 예로 들면서 조한 교수는 “이런 것을 시행하려고 할 때도 여럿이 앉아서 의논부터 했으면 어떨까”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을 시키고 ‘무업(無業)사회’에 내던진 데 대해 국가와 부모는 책임을 져야 해요. 배상 차원에서라도 청년들에게 한 1년 정도 자유로운 경험을 하고 자기들끼리 작당해 볼 기회를 줬으면 해요. 그러려면 다른 세대의 합의를 얻어야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 말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마워 할 것은 고마워하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놓고 의논한다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상태이다. 앞선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국가권력을 잡은 이들을 “5년짜리 유랑 도적단”이라고 표현한 것에 동의하면서 조한 교수는 “그래서 국가와 시장 단위가 아니라 먼저 지역과 마을 단위로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자가 문제라고 백날 얘기해 봐야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정치권력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민이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거예요. 저쪽이 얼마나 우둔하고 약한지 알아내려면 나부터 잘 살아야 해요. 마을에서 함께 모여서 밥 먹고 아이들도 같이 키우고, 오순도순 살고, 동네 식당도 차려보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도 하면서 잘 살아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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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1990년대 청년 세대가 수그러든 것이 아쉽다고 했지만, 조한 교수는 “그래도 계속 목소리 내는 청년들은 있다”면서 신통해 했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협력해서 더 알차게, 재미있게 사는 청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오공의 쉐어하우스 ‘우동사’, 용산의 ‘빈집’과 ‘빈고’, 제주도의 ‘재주도 좋아’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월 70만원으로 살기를 실험 중인 ‘우동사’에 대해 조한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를 미리 실천해 보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월 70만원만 있으면 굶어죽지 않는다고 하면 두려울 게 없어집니다. 재벌가 자녀 중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싶은데 자립할 방법을 모르는 청년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계속 살면 재벌집도 지옥이죠. 그렇지만 어디든 가서 살면 살아지고,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숨을 쉴 수 있잖아요. 그런 모델이 많아지면 국가도, 자본도 두렵지 않은 막강한 힘을 시민이 갖게 되는 겁니다.”

“선망국(先亡國)으로서 인류에 해법을 제시하자”

“도구 합리성에 길들여진 사람은 내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듣는다”, “왜 그렇게 ‘작은’ 이야기만 하느냐고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 이 대목이었다. 인류 초기 진화부터 거의 전 시대를 아우른 그 진단과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마을과 쉐어하우스, 월 70만원의 삶이 ‘작은’ 이야기가 아닌 것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청년들이 동아시아의 청년들과 연대하고, 국가도 가족도 떠나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코스모폴리탄 시티즌’이 될 수 있다면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한 교수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세대도, 여성들도 더 많이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어차피 선진국 개념도 의미가 없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선진국 뒤만 쫓을 게 아니라, ‘선망국'(先亡國)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합시다. 한국은 이미 굉장히 앞서가는 선망국이죠. 이 선망국에서 청년 문제, 세대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푸는 해법을 나름대로 찾는다면 인류에 희망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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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조한 교수는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냈다. 책 ‘사피엔스’의 저자로 요즘 주목받는 유발 하라리부터 울리히 벡, 아감벤, 바흐만, 뒤르캠…. 언급한 용어와 개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학자가, 개념이 필요한 지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주는 수업인 셈이었다. 조한 교수가 평생 해온, 정년퇴임을 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일일 것이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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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근로계약서 서명 전 알아야 할 것들

“알고 입사할 권리, 없습니까?”
“당연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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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했을 때, 이 직장이 좋은 일터가 될지 아닐지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은 무엇일까? 바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일이다.
보통 채용 및 인사 담당자는 입사할 사람에게 미리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주고 “읽어보신 뒤에 서명하세요”라고 한다. 물론, 그냥 “서명하세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어느 부분을 중요하게 봐야 할지 모를 때다. “질문 있으세요?”라고 해도 제대로 질문도 못 하고 분위기에 떠밀려서 서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했더라도 나중에 수정할 수 있을까? 근로조건을 좌우할 정도의 문제는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아주 중요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적인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로계약서에 자신의 서명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상 다퉈봐야 소득이 없을 수도 있다.

근로계약서 읽는 법은 알고 취업해야?

이렇게 중요한 근로계약서인데, 취업준비생이라면 최소한 기본적인 구성 요소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것이 희망제작소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의 세 번째 행사인 취업준비생(취준생) 워크숍에서 ‘근로계약서 작성 실습’을 진행한 이유다. 10월 6일(목) 오후 5~9시에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서 열린 이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취준생이었고,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진짜 ‘나의 일’을 찾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마련된 첫 세션은 구인광고를 취준생 입장에서 분석하고 별점을 매겨본 행사였다. (취준생 워크숍 구인광고 분석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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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박성우 공인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회장)가 근로계약서의 6요소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박 노무사는 먼저 이번 워크숍의 홍보 문구였던 “알고 입사할 권리, 없습니까?”를 보여준 뒤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당연히 알고 입사해야 하고, 꼼꼼하게 뜯어보고 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계약은 모든 사업장에서 필수!

박 노무사는 근로계약에 대해 “모든 경우, 모든 사업장에서 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 17조에 따라서 모든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과 반드시 체결해야 합니다. 1인 기업에서 단 1명의 알바를 고용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하면 법적으로 처벌 대상입니다. 또,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즉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근로자에게 줘야 합니다. 작성만 해놓고 근로자에게 주지 않아도 처벌 받습니다.”

근로계약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취업규칙’이라고 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와 관련된 조직에서 정해 놓은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임금, 일하는 시간(소정근로시간), 휴일과 휴가(연차유급휴가)에 대한 내용은 반드시 쓰여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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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노무사는 “이런데도 실제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근로계약서 미 작성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적발돼도 30만 원 정도 부과되고 마는 것도 문제고, 직원이 ‘사장님 근로계약서 쓰셔야죠’라고 말하지 못 하는 문화도 문제입니다. 사장이 ‘골치 아픈 사람이네’ 하고 보니까요. 오죽하면 저는 채용 면접 볼 때 사장이 구두로 휴일, 급여 등에 대해 말한 것을 녹음하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그것도 법적 효력은 있거든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궁여지책이고, 근로계약을 제대로 체결해야죠.”

근로계약서의 6가지 포인트

박 노무사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서명하기 전 살펴봐야 할 6가지 포인트’를 짚어줬다. 첫째는 계약기간이다.
근로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정규직, 계약기간이 언제까지라고 쓰여 있으면 계약직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계약직인 경우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그만 나오라고 해도 ‘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해고’라고 다투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정규직 채용’이라는 말만 곧이곧대로 믿을 게 아니라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은지를 잘 살펴야 한다.

박 노무사는 특히 “흔한 오해가 수습(견습), 시용 등으로 채용한 기간이 지나면 별다른 설명 없이도 그만두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수습과 시용은 모두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일을 가르치거나 업무적격성 여부를 평가해보는 기간일 뿐 계약직이 아니므로 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는 없다”고 했다. 따라서 수습 종료 후 그만두게 했다면 ‘해고’에 해당하므로 기업은 정당한 해고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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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시용으로 일하는 기간과 그 기간의 급여도 근로계약서에 명시돼야 합니다. 또한, 수습 기간 중 최대 3개월까지는 정상 급여의 90%를 줄 수 있을 뿐 다른 근로조건에서 법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근무장소와 담당업무’다. 예를 들어 서울 본사에 채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출근 즉시 “지방으로 가라”고 했을 때 이 인사발령이 정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으려면 근로계약이 어떻게 체결됐는지가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근로계약서에 근무장소, 담당업무가 명시돼 있는 것이다. 이 경우는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

대체로는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없거나, 있더라도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배치전환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많은데 박 노무사는 “회사가 경영상 필요를 주장하더라도 법적으로는 그 필요성의 정도와 합리성, 그리고 그에 따라 일하는 당사자가 입는 생활 상의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해서 부당한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알려주면서도 “애초에 계약서에 이 부분이 분명히 기재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포괄근로제 야근수당, 합법일까?

세 번째는 ‘근로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하루 8시간), 4시간 당 30분(8시간 당 1시간)의 무급 휴게시간이 기본이다. 회사가 점심시간, 즉 법적 휴게시간에 노동자에게 이런저런 일을 시키거나 사무공간을 벗어나지 못 하게 하는 등 통제를 한다면 무급이 아니라 유급인 것으로 보고 급여를 더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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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에서 중요한 문제는 초과근로다.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 초과근로는 노동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할 수 있고, 이 시간에 대해서는 기존 시간에 받던 급여(통상임금)보다 1.5배를 받아야 한다. 연장근로면서 야간근로(오후 10시~오전 6시)인 경우에는 2배를 받는 등 가산되기도 한다.

이런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포괄임금제’라는 형식으로 매달 지급되는 초과수당 금액을 고정해 버리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에 ‘1일 10시간 근무, 월 200만원 지급’ 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식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초과근로 시간이 한정 없이 늘어나도 따질 수 없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박 노무사는 “포괄임금제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법원은 원칙적으로는 ‘정확한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시간만큼 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해서 주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네 번째 포인트는 ‘임금’이다. 2016년 기준 시급 6,030원(월급 1,260,270원), 2017년 기준 시급 6,470원(월급 1,352,230원)의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지 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최저임금에는 매월 고정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면서 복리후생 성격(식대, 교통비 등)이 아닌 임금만 포함되고 비정기적인 수당이나 월을 초과하는 단위(분기별, 반기별 등)로 지급되는 임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즉 상여금이나 성과급, 명절휴가비 등은 최저임금과 별개인 것이다. 만일 이런 수당을 제외하고 계산했을 때 급여가 최저임금을 밑돌면 법을 위반한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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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 노무사는 “연봉제가 퇴직금과 수당을 안 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연봉제는 임금총액을 연간 단위로 계산하는 체계일 뿐, 각종 법정 수당은 발생하는 만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특히, 퇴직금을 연봉총액에 포함시켜 계약하는 것은 위법이다. 예를 들어서 연봉총액이 2,600만원이라고 하고, 이를 13개월로 나눠서 매월 200만원을 급여로 주고 200만원은 퇴직금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박 노무사는 “연봉계약서와 근로계약서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별개”라는 점도 강조했다. 근로계약은 채용 시 한 번 체결하는 것이지만 연봉계약서는 매년 체결할 수 있다. 연봉계약서에 해당 연봉이 적용되는 기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전하면서 박 노무사는 “다만, 연봉계약서에 고용기간을 명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효력을 가지므로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통상임금 알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어렵기는 하지만 몰라서는 안 되는 것이 ‘통상임금’이다.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휴가 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 수당 계산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사전적으로 정해진 고정임금을 말하는데, 각종 수당이 혼재돼서 구분하기가 어렵다면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즉, 어떤 명목의 수당이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전 직원에게 또는 특정 요건을 갖춘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주어진다면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기마다 한 번씩 고정적으로 전 직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통상임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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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은 이렇게 해당되는 금액을 월 단위로 계산한 뒤, 월 단위의 유급 근로시간(209시간)으로 나눈 시급을 기준으로 한다. 이 시급이 7,000원이라면 연장근로 1시간 당 10,500원(7,000원의 1.5배)의 수당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 포인트는 ‘휴일과 휴가’다. 이중 휴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법정 휴일은 달력의 ‘빨간 날’이 아니라 1주일 당 하루의 ‘주 유급 휴일’과 노동자의 날(5월 1일)의 두 가지뿐이라는 것이다. 그 외의 휴일은 노사가 약정하는 것이므로 근로계약서에 어떻게 기재되는지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휴가는 만 1년 근속할 경우(80% 이상 출근) 15일이 발생하고, 만 3년 근속할 경우 2년마다 1년이 더해지는(최대 25일) 것, 그리고 근무 첫 해는 다음해에 발생할 15일을 월 1일씩 당겨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출산전후 휴가 90일을 보장하는 정도가 법으로 보호받는 내용이다. 그 외의 다른 휴가가 있는지는 근로계약서를 통해서 판단해 봐야 한다.

“퇴직금 안 받는다”는 내용 들어있다면?

마지막 6번째 포인트는 ‘각서’ 또는 ‘서약서’에 대한 것이다. 박 노무사는 “노동법 상에서 지키도록 돼 있는 ‘강행법규’를 위반한 내용은 계약으로 체결되더라도 무효”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서 “퇴직금은 받지 않는다”, “업무 상 발생하는 손실은 노동자가 100% 부담한다”는 식으로 법에 어긋나는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있더라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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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노무사는 “특히 업무 상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배상은 어떤 경우에도 노동자의 임금에서 공제하면 불법”이라고 했다.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노동자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전액이 아니라 과실의 정도, 업무 상 책임의 정도, 급여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져야 하며 그렇게 정해진 금액도 별도로 내도록 해야지 월급에서 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원이 사장에게 돈을 빌려가고 안 갚는다고 해도 월급에서 제하고 줄 수는 없다”면서 박 노무사는 “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을 지탱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 살펴본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박 노무사는 실습 문제를 제시했다. 아래와 같이 가상으로 만들어 본 근로계약서 내용 중에서 법에 어긋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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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6가지가 있다”는 힌트가 주어졌음에도 워크숍 참여자 상당수는 서너 가지도 찾기 어려워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두 명은 정답을 찾아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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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통상임금 계산, 그리고 이를 기초로 한 시간외근로수당 계산 실습도 있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고 노동자가 2016년 4월에 연장근로 20시간(이 중 야간근로 8시간), 휴일근로 10시간을 했다면 이달 받을 총 시간외근로수당은 얼마일지를 계산해 보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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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아래와 같다. 통상임금(시급)은 9,809원, 4월 초과근로한 20시간에 대한 시간외근로수당은 총 480,641원이었다. 휴대전화 계산기를 두드리며 계산하던 참석자들 대부분은 발표된 정답을 보고는 “틀렸다”, “어렵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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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노무사는 “어렵기는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서 “누가 대신 보장해 줄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먼저 정당한 권리를 찾아가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몰랐던 내용들”, “왜 학교에서 안 가르치나?”

이상과 같은 근로계약서 작성 실습을 진행한 데 대해 참가자들은 대체로 “몰랐던 내용이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가자는 “IT회사에서 일하는데 퇴직금 등등에 대해 애매한 채로 일해왔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런 내용은 학교에서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했다. 다른 참가자는 “금융회사에 3년 근무했었는데 야근수당을 받은 적이 없었고, 계산하는 법도 몰랐다”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이런 내용을 알고 일을 시작한다면 차이가 생길 것 같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근로계약서에 위법 내용을 알았다 하더라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법에 호소하기 전에 이런 문제들을 지적했을 때 소통이 되고, 개선이 되는 조직이어야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저는 퇴직금이 연봉에 포함된 것이 잘못됐다고 알고 있었지만 얘기할 수가 없었다면서 ”이런 문제는 혼자서 제기하고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이 모여서 의논하고, 함께 문제제기 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계약서 작성 전에 한 5분 읽어보라고 해서는 이런 점들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 일주일 정도는 검토할 시간을 주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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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션은 희망제작소가 제작한 보드게임 ‘나에게 좋은 일’을 통해 각자가 가진 좋은 일의 기준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 내용은 다음 연재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글 하단의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는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슷한 흐름에 따라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한 사회의 변화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구성됐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글 : 황세원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화, 2016/10/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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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작은나무 카페’ 낮엔 엄마들의 수다공간, 오후엔 아이들의 놀이터, 밤엔 직장인들의 휴식처로 마을의 사랑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곳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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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1/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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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SH공사, 한겨레 신문 등과 함께 진행한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인 2015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콘퍼런스 <아파트공동체 작은도서관을 만나다>를 개최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파트공동체의 거점공간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려움은 어떤 부분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자리였습니다. 천왕 연지2타운 글초롱도서관 최재희 관장님으로부터 아파트 작은도서관의 운영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 및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천왕1,2지구에는 각 단지마다 1개씩 총 8개의 작은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아파트작은도서관 운영과 관련한 많은 이슈들이 있지만 아파트작은도서관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외부적 요인을 꼽는다면 아마 입주자대표회의(혹은 공동주택대표회의)와 겪게 되는 갈등문제일 것이다. 도서관장 임명권한이나 도사관 프로그램 및 개관시간, 운영비와 관련한 문제가 주된 이슈이다. 모든 아파트작은도서관이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의 성향과 특성이 아파트작은도서관 운영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되고 있다. 아파트작은도서관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갈등이 아닌 상호 협력의 관계가 필수적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경험과 천왕지구의 사례를 통해 아파트작은도서관과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갈등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작은도서관에 대한 인식의 차이
아파트작은도서관과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아파트 작은도서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 필자가 관장을 맡고 있는 작은도서관에서는 인큐베이팅이 종료되고 제일 먼저 시작한 사업이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도서관의 역사, 설립 배경, 운영 철학, 사례에 대한 교육이었다. 그 이유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도 작은도서관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고 이것이 도서관 초창기 운영에서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 운영의 주체들은 교육을 통해서 그리고 운영 과정에서 의견을 교환하며 작은도서관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혀갔다. 우리 도서관 운영자들 사이에서 합의한 것은 아파트작은도서관은 아파트에서 책을 매개로 주민공동체를 형성하는 핵심 거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중심에는 단지의 특성상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장서의 대부분도 미취학 또는 초등학생 대상이고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며 책을 보다가 잠시 바닥에 눕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가 눈치 안보고 쉬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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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여전히 아파트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차이를 공간의 규모에서만 찾고 있다. 작은도서관도 엄연히 도서관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책을 읽는 공간으로 도서 대출과 반납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며 주민공동체 형성은 부차적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이들을 위한 보육시설이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리 및 지원 규정의 부재
현재 아파트작은도서관은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자생단체로 규정되고 있지만 보통의 자생단체와는 차이가 있다.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지자체에 작은도서관으로 등록 할 수 있으며 별도의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작은도서관은 일반적인 자생단체와 달리 모임과 활동에 필요한 비용 뿐 만 아니라 공간 운영 및 유지 비용이 소요 된다. 예를 들면, 냉난방과 인터넷, 기타 소모품과 도서 구매 등 이다. 아파트 세대수, 도서관 면적, 사업계획에 따라 지원 금액은 달라 질 수 있지만 지원 범위나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 되지 않아 도서관운영 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간에 적정 수준을 놓고 이견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인식의 차이와 관리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교육 및 사업의 진행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아파트작은도서관이란 무엇인가의 교육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소통구조를 확보하는 노력도 매월 사업보고나 협의를 통해 가능하지만 형식적으로 그칠 수 있다. 그 보다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의 이해를 높이고 필요성을 공감 할 수 있는 교육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현재 진행되는 자치구 단위의 입주자대표회의 의무 교육에 마을과 공동체의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 포함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덧붙여 현재 진행되는 자치구 단위의 입주자대표회의 의무 교육과는 별개로 소셜 믹스 단지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 분양단지와 임대단지가 혼합되어 있는 소셜믹스단지는 두 주체간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교육 이후 작은도서관 운영주체와 함께 진행 할 수 있는 공동주택 공동체 사업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봤으면 한다. 소셜 믹스 아파트 단지는 물리적 공간 배치에서 시작하여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완성 된다. 특히, 작은도서관은 진정한 소셜 믹스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의 사업 경험을 통해 상호간의 신뢰 구축과 이해의 폭이 넓어 질 수 있다.

관리규약에 별도의 규정 마련
아파트 관리규약에 작은도서관 관리 규정을 둔 다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안정적 관리가 가능하며 지원 대상과 범위에 대한 이견을 줄이게 된다. 아파트 관리 규약은 공동으로 거주하는 입주자들이 아파트 부대 시설에 대한 사용 범위와 관리, 유지 보수 등 의 필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역시나 특정 주민들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입주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함께 사용하기 위한 규칙들을 세부적으로 정의해야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분쟁의 소지가 없다. 예를 들면, “작은도서관은 아파트 입주민 전체가 이용하는 시설이다. 시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아파트에서 지원한다.”라는 최소한의 규정만 있어도 작은도서관을 지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의 논란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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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무급자원봉사자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며 도서관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작은도서관의 주체들에게 입주자대표회의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지는 못 할 망정 또 다른 장애 요인이 되는 상황이 지속 되어서는 안 되겠다. 작은도서관은 입주민들의 자발적 선택 보다는 주택법에 따라 만들어 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무엇을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입주민 사이에서 특히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과 논의 된 적이 없었다. 각자의 경험 또는 방식으로 이해 할 뿐 서로가 소통 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여기서 오해가 발생하고 오해는 불신을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책적 노력과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아파트에서 살맛나는 이웃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아파트작은도서관과 입주자대표회의가 상생하기를 기대한다.

글_최재희(천왕 연지2타운 글초롱도서관 관장)

화, 2015/12/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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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적록포럼 1주년 기념행사



“서울적록포럼, 돌아보고 내다보기"


친한 듯 하면서도 다른 서울녹색당과 노동당서울시당이 서울의 이야기를 가지고 ‘적록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모인지 1년이 되었습니다. 즐거운 차이를 드러내고 서로의 공감을 넓혀 가는 것은 물론, 장래에 서울의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갈 주체로 함께 변해가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대학기숙사, 상권, 밤, 도시농업 …. 11가지의 주제가 쌓였고 그 사이 부산, 대구로 친구 적록포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제 1년을 맞이하면서 맨 처음 머리를 맞대며 적록포럼을 공상했던 데를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온 과정에서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지 새로운 공상을 덧대어 보려합니다. 서울을 빨갛고 푸르게 물들이기 위해 작당하는 서울적록포럼이 궁금하다면, 오세요!


*이번 행사는 공개 행사로 관심있는 분 누구라도 오실 수 있습니다.


<행사안내>


12월 20일(일) 14시~18시


사전행사: 적록마켓(프리마켓)_”묵히지 말고 팔자!”


1부: 적록포럼 1년 돌아보기


그동안 발표했던 분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자들의 둥그런 이야기


2부: 적록포럼 1년 내다보기


_적록포럼 1년은 무엇이길 바랐고, 실제로 무엇이었나: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_적록포럼 1년은 무엇이길 바라나: 김상철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


3부: 간단한 뒷풀이


<장소>: 신촌 쉬바펍(서대문구 연세로 


*그동안 호평을 받았던 적록포럼 포스터로 제작된 엽서 세트를 드립니다.(선착순 50명, 구매시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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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12/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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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⑰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건 결국
시민의 권리,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이네요.”

희망제작소가 2016년 12월 3일 오후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를 마칠 때쯤 한 참가자가 남긴 말이다. 이 워크숍은 일 전환을 모색 중이 40~60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희망제작소가 자체 제작한 보드게임 ‘나에게 좋은 일’를 통해서 각자가 추구하는 좋은 일의 유형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이어서 팀 단위 협력게임인 2부를 통해서 좋은 일이 많아질 수 있도록 사회적 토대를 높이는 방법들을 함께 모색했다. >4060 워크숍 보드게임 진행 결과 보기

워크숍의 두 번째 순서인 ‘그룹 대화’는 2부에서 사용된 ‘정책카드’를 매개로 진행됐다. 먼저, ‘좋은 일’을 위한 사회적 정책·제도·문화들이 적힌 카드 15장을 놓고 각 테이블의 참가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카드 1장씩을 고르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테이블 참가자 전원이 뜻을 모은 1장의 카드를 선정하고, 그 내용을 실제 우리 사회의 정책·제도·문화로 현실화 시킬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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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몇 번째 일을 하고 계세요”

그에 앞서, 각 참가자들은 “지금 생애 몇 번째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어떤 일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일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 그 중에는 지금까지 해 온 일에 대한 불만과 회의, 이제라도 좋은 일을 찾고 싶다는 희망을 담은 내용들이 많았다.

“회계를 전공하고 17년째 한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이지만 저하고 영 맞지 않는 일이에요. 이제부터라도 좋은 일을 찾고 싶어요. 아이들이 어리긴 하지만, 다음 일을 찾는다면 생계를 최우선으로 하기 보다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습니다.”
“특허 관련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아이를 낳은 후 체험학습강사, 독서지도사로 일하고 있어요. 늘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는 일을 원했지만 현실에는 그런 일을 찾을 만한 기회나 여유가 없더라고요.”

“평생 진로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회계를 전공하고 은행에서 일하는데, 그냥 이렇게 살면 되겠지만, 개인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밤 9시에 귀가하니까 삶이 황폐하고, 사생활이 없어 힘듭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일이 뭔지 몰라서, 그걸 알아보고 싶어서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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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좋은 일을 찾겠다는 생각에 사회복지사로 전업을 했는데, 이쪽 조직문화도 못지않게 치열하더라고요.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밤 10~11시까지 야근하곤 해요. 내일모레면 쉰 살인데, 기회가 되면 조직생활을 정리하고 좋은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를 하는 게 꿈입니다.”

“세 번째 직장이지만, 무역 영업 일 자체는 비슷해요. 현재 회사에서 나름대로 승진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해요. 개인 시간도 너무 부족하고요. 비행기 마일리지가 쌓여 있어도 쓸 시간이 없거든요. 이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참가자 중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일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일에 만족하는 이유를 보면 ‘내가 발전해 가는 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 ‘사회에 기여하는 일’ 등이었다. 전통적인 직업만족도 기준인 고용안정, 임금수준 등과의 차이가 분명했다.

“현재 일을 하기 전 4가지 일을 했는데, 비서로 시작해서 유통으로 끝났습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자주 일을 바꾸는지 몰랐습니다. 청소년 교육 강사로 일한지 3년차인데, 고소득은 아니지만 제가 발전하는 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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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대기업에 다녔고, 그 뒤로 15년 동안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일의 기준은 하고 싶은 일이냐, 잘 하는 일이냐, 주위 사람에게 기여하는 일이냐 입니다. 지금 하는 일은 보람도 있고, 삶의 균형을 맞출 시간도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 직업은 고등학교 국어교사인데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어요. 아시아 저개발국가에서의 교육개발을 위한 일이에요. 사실 교사들은 누구보다 사회를 잘 알아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별로 없어요. 교사들이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접하고 교육에 접목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은퇴 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는?

이어서 참가자에게 15장의 정책카드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내용의 카드 한 장을 고르고 그 이유를 말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예상보다도 훨씬 집중해서 카드를 골랐다. 한 쪽으로 쏠리기보다 다양한 카드들이 고르게 선택됐다.

“‘학력·성별 따른 공채, 경력단절자 차별문화 적극적으로 없애기’ 카드를 골랐습니다. 외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우리나라 조직은 지나친 상하 위계 구조, 명령식 문화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기업의 잦은 야근도 필요해서가 아니라 상사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런 구조는 비효율을 만들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손해입니다.”

“‘조직에 속하지 않고 일해도 불이익 없는 생활 보장 제도’를 택했습니다. 제가 청년 대상으로 금융 강의를 하는데, 젊은이의 고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것입니다. 조직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려면 4대 보험 적용을 못 받으니까 선뜻 결정하지 못 합니다. 계약직,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차별, 불평등이 만연하니까 정규직에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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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부풀려지고, 아래에서 올라가는 의견은 사라집니다. 중간 관리자들이 중간에서 거르기 때문이죠. 조직이 건강해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에 노동자 의견 반영 의무화’ 카드를 골랐습니다.”

“‘업무 형태 기준 동일노동 동일임금 엄격히 적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눈높이를 낮추라든가 스펙쌓기에 몰두하지 말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그 격차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초·중·고 노동 교육, 현실적 실업수당 필요”

이어서 각 테이블 별로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긴 정책카드 1개를 선정했다. 앞서 택한 카드들이 다양해 1개로 뜻을 모으기 어렵지 않을까 했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히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인지 의외로 쉽게 카드 선정이 이뤄졌다.

그 결과를 보면, 5개 테이블 중 2곳이 ‘초·중·고교 과정 중 노동권 교육 의무화’를, 2곳이 ‘현실적 실업수당으로 일 안 할 때도 평균적인 생활보장’을, 1곳이 ‘근로계약서 이행여부 적극적 관리 감독’을 선정했다. 각 테이블에서는 택한 카드의 정책·제도·문화가 우리 사회에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그리고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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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과정 중 노동권 교육 의무화’는 다른 테이블에서도 택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카드다. 이 카드를 최종 선정한 테이블 중 2번 테이블의 참가자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청소년이 노동에 대한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일할 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그리고 노사 관계가 갑을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번 테이블 참가자들은 ‘악덕 사업주 감소’, ‘노동권리침해 없어짐’,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경계하는 분위기 형성’ 등 사용자들에게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선 시민들은 가정에서부터 노동권과 일에 대한 관점에 대한 인식을 자녀들에게 심어주는 일,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노력,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교육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길인데, 초·중·고 교육 과정에 노동교육이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독일, 북유럽 등에서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을 실습으로 가르친다는데, 다시 말하자면 의사소통에 대한 훈련,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거든요.”

“아동·청소년기부터 노동권 교육을 받으면 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 같아요. 삶에서 일과 여가의 비중을 균형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경제관념도 더 생길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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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실업수당으로 일 안 할 때도 평균적인 생활보장’을 택한 1번 테이블 참가자들은 “사람들이 생활비 걱정 없이 다양한 일과 삶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고, “인력의 쏠림현상이 줄어들고 각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만족감과 행복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5번 테이블 참가자들은 “실업의 압박이 줄어들므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인간다운 삶이 보장된다”을 이 제도 도입으로 달라질 점으로 꼽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시민들은 온라인 서명운동과 함께 시민의 관심을 높이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과 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투표 잘 하기 등의 제안이 도출됐다.
사회 토대 높아져야 나도 ‘좋은 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근로계약서 이행여부 적극적 관리 감독’을 택한 4번 테이블 참가자들은 이 제도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억울한 일을 겪는 노동자가 감소”할 것이고 “노사 간에 상호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노동자 입장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단체, 방법 등을 강화시켜야 하고, 노동권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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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들도 노예처럼 일하는 게 우리 현실 아닙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도 보장이 되고, 교육이 이뤄지고, 법이 잘 지켜지는지 관리·감독이 잘 돼야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 중에서도 좋은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에서 순기능을 하려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권을 경시하는 분위기다 보니 이러한 기업들이 제 몫을 하기 어려워요. 일반 사람들은 어떤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지 알기 어렵고요. 악순환이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전환점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직업, 일의 형태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업무 시간 외에 메신저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는 점,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 도입 등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

눈여겨볼 점은 워크숍 참가자가 40~6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본인이 속한 세대를 위한 제안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대안과 해법들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일하는 사람에게 걸맞게 사회의 토대가 마련돼야 각자의 일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나누기 위한 워크숍이었는데, 시민 스스로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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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에게 좋은 일’ 보드게임의 1·2부 룰에 대한 개선 방안, 장단점 등 의견도 활발하게 제기됐다. 이 보드게임은 지금까지 워크숍을 통해 제기된 개선안들을 반영해서 2017년 초에 정식 제작될 예정이다.

글 하단의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는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한 사회의 변화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구성됐다. 12월 말까지 진행될 이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글 : 황세원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화, 2016/12/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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