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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에서 엿본 실업인정 운영실태

[동향2]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에서 엿본 실업인정 운영실태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43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에서 엿본 실업인정 운영실태

 

이상훈 변호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1. 들어가며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16년간 대한항공에서 부사무장으로 일하다 퇴직한 A씨를 대리한 실업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사실 센터가 진행한 사건은 법리적으로 어려운 사건은 아니다. 그보다는 최근 각국에서 점차 강조되어 오던 activation 정책과 관련한 사건이기에 activation 정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사건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acivation정책이란, 실업수당(내지 부조)에 안주하거나 일할 수 있음에도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재정부담 증가와 경제활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여, 좁게는 실업급여나 실업부조 지급을 적극적 구직노력과 연계하여 실업자들에 대한 구직을 독려하는 정책이고, 넓게는  다른 사회보장혜택 역시 적극적 구직노력과 연계하는 정책을 말한다.  

아래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실업급여 판결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현황과 관련하여 주목하여야 할 여러 자료들과 함께 판결을 통해 발견된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2.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현황: 다른 나라 실업급여와의 비교

(1) 지급기간의 비교

 

실업급여제도는 크게 단기간의 실업급여만 있는 유형, 장기간의 실업급여만 있는 유형, 실업급여와 실업부조가 있는 유형, 실업부조만 있는 유형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1유형인 단기간(1년 미만)의 실업급여만 있는 국가로 캐나다. 이태리, 미국, 일본 등이 있다.

제2유형인 장기간(1년 이상)의 실업급여만 있는 국가로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있다.

제3유형인 실업급여와 실업부조가 있는 국가로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이 있고, 제4유형인 실업부조만 있는 국가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는 제1유형의 국가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급여수준과 짧은 지급기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여 상한(4만원)이 최저임금액에 근접할 정도로 매우 낮은 형편이며, 지급기간도 최대 8개월로 미국, 영국과 함께 매우 짧은 국가에 속한다. 또한 자발적 실직자에 대해 수급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coverage는 낮은 편이고, 사각지대 또한 넓다. 

 

 

(2) 순소득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의 비교

 

실업급여수준을 나타내는 기준 중 하나로 순소득대체율(net replacement rate)이 있다. 

순소득대체율이란 실업전 순소득(총소득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 대비 순실업급여(실업급여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의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OECD에서는 여러 유형(자녀가 몇 명인지, 맞벌이인지,다른 주거용 지원을 받는지 등)으로 분류하여 순소득대체율을 비교하고 있는데, 그 분석결과가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실직자의 실직 후 5년 동안의 순소득대체율은 매우 낮아서 불가리아와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두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맞벌이가 아닌 혼자 버는 가장이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5년 이내의 순소득대체율은 OECD 내외의 비교 국가들 중에서 아예 꼴찌다.  

 

(3) 낮은 실업급여에 따른 빈곤에의 진입가능성

 

OECD의 자료들은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의 필요성과 과제” 논문 결과와도 연결된다. 이 논문에서는 통계청의「가계동향조사」의 월별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실직할 경우 얼마나 빈곤 상태로 전환하는지를 분석하였다. 

 

이 논문에서 기술한 아래 <표 >는 가구주가 실직하였을 때 빈곤 지위의 변화와 빈곤 진입률을 보여준다. 가구주가 실직하였을 때 비빈곤 상태에서 빈곤 상태로 진입하는 비중은 38.7%에 이르고, 가구 소득이 적을수록 가구주 실직시 빈곤 진입률이 높다. 

 

(4) 분석

 

앞서의 자료들을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실업급여의 지급수준과 지급기간이 짧은데다가 아동수당이나 주거지원비 등 실업급여 이외에 다른 사회안전망도 부실하다. 그렇다보니 실직 후 조기에 재취업하지 않을 경우 버틸 힘이 부족하여 빈촌층으로 전락하는 비율이 상당하고, 특히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인 가족의 형태, 즉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자녀와 배우자를 홀로 부양하는 가장이 실직한 경우의 사회안전망의 부실은 세계적으로도 최악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쌍용차 노동자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쌍용차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308만원이었는데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순간 얼마 안 되는 실업급여를 받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평균 부양가족이 3명인 쌍용차 노동자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3. 서울행정법원의 최근 판결을 통해 본 Activation정책

(1) 사실관계    

 

A 씨는 16년간 대한항공에서 부사무장으로 일하다 퇴직했고, 10년간 서울시 영어 문화관광해설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에 2년간 거주하면서 한인방송국에서 일한 적도 있다.   A 씨는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도 영어실력에 부족함을 느껴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만둘 때까지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구직활동 4개월째인 2013년 8월 A 씨는  취업정보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해커스 어학원의 채용공고를 발견했다. A 씨는 그동안 자신이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였기에 새로운 직장 역시 영어와 관련된 업무를 희망하였다. 그래서 학원에서 일하다 보면 영어를 접할 기회도 많고 수강할인의 혜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학원의 채용공고를 발견하자마자 지원하였으나 서류 탈락하였다. 

 

구직활동 5개월째인 2013년 9월 A 씨는 다시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해커스 어학원의 채용공고가 새로 뜬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부서이었고, 그래서 A씨는 다시 지원했으나 또 탈락하였다.

그런데 고용센터에서는 A 씨가 해커스 어학원에 재차 지원 신청한 것을 두고 ’동일 사업장에만 반복해 구직활동을 하는 것’에 해당한 형식적 구직활동으로 보았고, 그래서 A씨가 ‘허위 혹은 형식적 구직활동’을 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줄 수 없다고 하여 소송이 제기되었다. 

 

(2) 사건의 숨은 배경 

본 사건은 언뜻 보기엔 까다로운 고용센터 직원을 만나서 그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본 사건 처리과정에서 다른 고용센터에 확인한 바로는, 이런 경우 현재는 보통 1차로 주의를 주지 바로 실업급여지급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이유는 201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한명숙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추측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9월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가 2만5497건으로 2012년 전체(1만2462건)의 2배를 넘어섰는데,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는 2010년 9293건, 2011년 1만880건, 2012년 1만2462건으로 조금씩 늘어나다 2013년 들어 갑자기 대폭 증가하였다』라는 것이고, 그 원인으로 『노동부가 ‘2013년 지방관서 평가 기준’에 실업급여 불인정률 1% 이상이면 30점, 0.8~1%이면 27점, 0.6~0.8% 24점, 0.4~0.6% 21점, 0.4% 미만 18점 등 구간별로 세부적인 평가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센터별로 평가 기준에 맞춰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불인정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취약 계층인 20대와 50~60대 이상에서 불인정률 증가폭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판결에서의 처분일은 2013년 9월 26일로서 바로 실업급여 불인정 건수가 급증한 기간에 발생한 것이고, A씨 또한 54년생으로 불인정률 증가폭이 큰 연령대에 속하기 때문에 한명숙 의원의 발표 자료에 정확히 부합된다. 결국 수급자 중심에 서서 과연 그 수급자자 실업급여를 필요로 하는 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고 그  목표치 범위를 중심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 것이 이 사건의 숨은 배경이다. 

 

(3) 판결(서울행정법원 2015. 1. 23 선고 2014구합13980판결) 

 

<판결 내용> 동일 사업장에만 반복하여 구직활동을 하는 경우를 실업 인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을 하는 수급자가 실업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는데, ① 원고는 대한항공에 20여년간, 서울특별시 영어 문화관광해설사로 10년간 근무하였고, 그러한 원고의 경력에 비추어 원고가 해커스 어학원에 근무를 희망하는 것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② 원고는 2013. 8. 9.과 2013. 9. 11. 해커스어학원의 각기 다른 구인공고에 대하여 구직활동을 하였을 뿐, 그 외에는 별도의 사업장에 지속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여 왔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3. 9. 11. 해커스 어학원에 다시 구직활동을 한 점만으로는 원고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인 재취업활동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해커스어학원에 대한 구직활동이 허위․형식적이어서, 원고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분석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은 실업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비용이 상승하게 되면서 사회보장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였다. 그러자 199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용을 촉진하고 복지급여 수급자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여 일자리를 구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구에서 사용했던 일련의 정책이 Activation정책이고, Activation정책의 특징은 공급 측면의 노동시장정책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업급여에 대한 Activation정책은 실업급여의 수급자격 조건, 구직탐색 요건, 구직탐색노력에 대한 모니터링, 일자리나 ALMP(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 참여 제의 거부에 대한 제재 등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구직활동을 증명’토록 요구하는 것이고, 센터에서 진행한 사건은 Activation정책 중 구직활동의 증명도에 대한 현장에서의 다툼에 대한 사건이다.   

 

Activation정책은 취업우선(work first)과 인적자본개발(human capital development) 측면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우선전략은 “어떤 일자리든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방향 속에 취업에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접근방식을 말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교육과 훈련보다는 단기간의 구직활동을 통해 실업급여 혹은 복지급여 수급자가 빠른 시일 내에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전략이다.  

 

반면 인적자본개발 전략은 장기적으로 수급자의 고용가능성을 제고하여 안정적인 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조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수급자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전략이다. 

 

어느 나라든지 취업우선과 인적자본개발 중 하나의 전략만을 일방적으로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취업우선전략은 단시간 내에 고용률 상승이라는 계량화된 개선 수치를 산출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 관료나 현장 담당자로서는 취업우선전략을 우선하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반면 이에 따른 일자리들은 대체로 고용이 단기적이고 불안정하며 훈련의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취업과 실업 그리고 비경제활동 상태를 오가거나 다시 복지제도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취업우선전략이 가지는 한계와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수급자가 신속하게 취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고용을 유지하고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지원하는 최선의 전략과 수단을 조합하여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고용센터에서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갖고 수급자의 취업 의욕․기술․능력 등 개별적 특성을 파악한 후 수급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본 사건의 경우도 A 씨는 그동안 대부분의 사회활동을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였기에 새로운 직장 역시 영어와 관련된 업무를 희망하였다. 그렇다면 고용센터에서는 A 씨의 특성에 맞추어 상담 및 구직지도를 하는 것이 취업우선과 인적자본개발 전략의 조화로운 접근법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구직자와 직업상담원이 만나는 짧은 시간에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확인하는 등 실업급여 지급을 중심으로 한 실업인정절차에 엄청난 행정력을 투입하고, 수급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대상판결의 경우 그 과정에서 실업 불인정 비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러자 정부 차원에서 실업인정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였으며, 경직된 행정으로 말미암아 원고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게 되어 소송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Activation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단시간 내에 고용률 상승이라는 계량화된 개선 수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구직자의 특성에 맞는 프로파일링, 심층상담 등 실질적인 고용지원서비스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도록 기본 접근 방향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용센터 현장에서도 실적 위주의 실업급여 관리업무 보다는 실직자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지원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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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시급성과 소요 예산

 

손병돈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8월 서울 봉천동에서 발생한 ‘탈북 모자 아사 사망’ 사건, 며칠 전인 11월 2일 서울 ‘성북구 네 모녀 사망’사건이 최근에 있었던 대표적인 예이다. 탈북 모자의 집에는 쌀 한 톨 없고, 빈 간장통과 통장 3개만 남아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3,858원을 통장에서 인출하였다 한다(여현교, 2019.10.11.). 70대 노모와 40대 딸 셋이 ‘하늘나라로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성북구 네 모녀 사망 사건도 경제적 어려움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우편함에는 채무 변제를 독촉하는 신용정보회사의 우편물이 10여 통 있었으며, 월세도 2-3개월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승환, 2019.11.4.).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빈곤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지 못한다. 그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지적된다. 소득이나 재산상으로 아무리 빈곤해도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2015년 말 현재 기준 중위소득 40% 기준으로 빈곤하지만 기초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9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김태완 외, 2017).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는 그 이유와 예상되는 소요액을 추산해 보고자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왜 필요한가

첫째,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가 빈곤한 피부양자에게 잠재적으로 사적 부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들을 기초보장제도의 급여 수급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는 잠재적 부양가능성이 실질 소득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부양의무가 도덕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이행된다고 가정해야 한다. 하지만 도덕적 규범으로서의 부양의무가 실제 이행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으며, 법적으로도 민법상의 부양 받을 권리가 실제 소득으로 전환되었다고 가정하는 것은 불확정적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김지혜, 2016). 그런 점에서 잠재적 부양 가능성을 근거로 부양의무를 강제화하는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 및 공적 부양의 공백을 야기함으로써 헌법 34조 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헌법상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여, 국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어떤 집단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김지혜, 2016). 그런데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의무자라는 가족이 있다’라는 이유만으로 수급자 선정에 차별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하여 빈곤하다는 점은 동일한데,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지만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는 수급권자는 기초보장 급여 수급에서 탈락하고, 반면 그러한 부양의무자가 없는 수급권자는 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헌법상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 기준은 헌법상의 기본 원리와 몇몇 측면에서 충돌한다. 이는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사적 부양의 축소, 잠재적 수급자의 재산처분과 같은 도덕적 해이의 확산, 수급자의 증대에 따른 예산 증가 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이 헌법에 위배된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에 따른 여러 역기능이나 부담은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그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서는 안되는 정당한 근거는 아니라 하겠다.

 

둘째,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보편적이지 않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을 강제화하는 법적 조치이다. 그렇다면, 부양의무자 기준은 공공부조제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주요 선진 국가들의 공공부조제도와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제도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부양의무자 기준 관련 조항이 공공부조제도에 있던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다. 이들 국가들의 공공부조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여유진 외, 2017). 먼저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공공부조의 법적 근거는 사회법전 12권인데, 그것의 2조(2)에는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서비스와 급여를 제공할 국가 외의 다른 주체가 존재할 경우, 그들의 의무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었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는 부모-자녀, 조부모-손자녀, 증조부모-손자녀 등과 같은 직계 가족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부양의무자가 있어 그들이 서비스나 급여를 제공할 수 있을 경우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독일은 2003년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공공부조법을 개편하였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대폭 올림으로서 사실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였다. 그러한 조치가 노인빈곤 해소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Becker, 2007). 이처럼 독일 공공부조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었으나, 2003년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실질적으로 폐지하여, 현재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다.

 

일본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오랫동안 공공부조제도에 포함하여 운용해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1929년 제정된 구호법 및 1946년에 제정된 생활보호법은 부양의무자가 있어 이들이 실제 부양을 제공하지 않아도, 부양의무자의 존재만으로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1950년에 제정된 현행 생활보호법부터는 실제 부양을 하지 않는데, 단지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보호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폐지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일본의 생활보호제도는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의 존재에 따른 잠재적 부양 가능성을 이유로 빈곤한 수급권자를 공공부조제도 급여 수급에서 강제로 제외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생활보호제도도 생활보호제도에 의한 보호에 우선하여 부양의무자에 의한 부양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은 명목상의 원칙이지, 그러한 원칙이 생활보호제도의 급여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오늘날 공공부조제도에서 사적 부양을 법적으로 강제하여,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공부조 급여 수급에서 제외하는 선진 국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제도 중 어떤 제도들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수급 자격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산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공공부조 성격을 갖는 제도들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의료비 본인부담 경감 지원제도, 한부모 가족지원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 제도들 중 부양의무자 기준을 자격기준으로 활용하는 제도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 지원제도이다.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제도들은 모두 기초보장제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존하는 제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 교육급여와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한부모 가족지원사업 등은 대상자 선정 자격기준으로 소득인정액 기준만 사용할 뿐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공공부조 제도들 중 자격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적용하는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공공부조제도에서도 자격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활용하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으며, 기초보장제도의 생계, 의료급여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적 부양은 보편적이지 않다.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적 부양이 보편적이고,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적 부양은 인류 어느 사회에서나 보편적이고,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표 2-1>은 세계 25개 국가를 대상으로 노인 가구주 가구 소득에서 사적 부양을 의미하는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여 살펴본 것이다. 노인 가구주 가구는 가구주의 연령이 65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노동능력이 떨어지므로, 다른 사람이나 또는 사회에 의존하여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라는 점에서 사적 부양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표 2-1>을 보면, 노인가구주 가구 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의 30%를 넘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고, 사적 이전소득이 시장소득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도 25개 국가 중 대만, 한국, 페루, 파나마, 폴란드 등 5개 국가뿐이다. 사적 이전소득이 노인가구주 가구 가처분 소득의 10%를 넘는 국가도 대만, 한국,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 5개 국가 뿐이다. 가구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은 국가 중 한국과 대만만 1인당 GDP가 2만 달러(2019년 기준)를 넘는 비교적 발달한 국가이고, 파나마와 폴란드의 1인당 GDP는 1만 5천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페루와 콜롬비아의 1인당 GDP는 약 7천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오늘날 사적 이전소득은 노인가구주 가구소득에서도 의미 있는 수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한국, 대만 등 몇몇 국가에 불과하며,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국가들의 경우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들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는 산업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된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선진국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아래 <표 1>에서 2019년 현재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의 노인 가구주 가구 가처분 소득 중 사적 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나머지 국가들 대부분에서 사적 이전 소득은 노인 가구주 가구소득(가처분 소득 기준)의 1%도 안된다. 일본과 같이 아시아 국가도 노인 가구주 가구소득에서 사적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된다. 이처럼 오늘날 발전된 사회에서 사적 부양은 보편적이지 않다. 사회복지의 발전 과정 내지 사회의 발전과정을 보면 사적 부양이 축소되고, 공적 부양이 확대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동아시아 국가와 같이 문화적 특수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보편적인 사회변화의 경향하에서 존재하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표 2-1> 노인가구주 가구의 특정 가구소득별 대비 사적 이전소득 비중 국가 간 비교https://lh6.googleusercontent.com/f1InYBnLoF4zoQJVFSCLGutV3SQ4hsxUlv_JfM... />

 

넷째,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보장 수급자보다 더 어려운 생활을 한다.

<표 2-2>는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소득인정액 기준 비수급 빈곤 가구 간 생활곤란을 경험했던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표 2-2>를 보면,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비교하여 소득인정액 기준 비수급 빈곤 가구가 생활곤란을 경험한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29%이하인 비수급 빈곤층은 기초보장 수급가구와 비교하여, 생활곤란을 경험한 비율이 2-4배 가량 더 높다. 이러한 사실은 기초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 가구들이 기초보장 수급 가구들보다 더 열악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표 2-2> 수급ㆍ비수급빈곤층 집단별 생활곤란 경험 여부https://lh4.googleusercontent.com/u0_BpiF0Mb_TtLsC-iW_dj8G8vgS1QvP2buEJX... />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예산이 필요한가?1)

현재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크게 완화되어, 완전한 폐지의 기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이 자격조건으로 남아있는 기초보장 급여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뿐이다. 제1차 기초보장 종합계획에 의하면(관계부처 합동, 2017.8.10), 노인 및 중증장애인의 일부에 대해서는 2021년까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0년에 폐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과 관련한 대안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이며, 단지 완성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이며, 그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이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2015년 말 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여, 비수급 빈곤층이 100%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될 경우, 추가 재정소요가 약 7조 3천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손병돈 외, 2016).2)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주거급여의 경험을 볼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 비수급 빈곤층이 신규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되는 비율은 채 50%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3) 그런 점을 고려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에 소요되는 앞의 재정 추정치는 최대치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는 이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이 이제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된 논거 중 하나였다(손병돈 외, 2013).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급여별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기초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보다 의료급여의 예산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예산 규모가 증가해온 폭도 훨씬 크다. 그런 점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급여별로 순차적으로 폐지한다면, 먼저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다음으로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그에 따른 예상 소요액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추산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 소요되는 1년 예산액은 약 1조 3천2백5십억 원으로 추정된다(손병돈, 이원진, 한경훈, 2018). 이 추정치도 생계급여 비수급 빈곤층이 100%로 신규 수급자로 전환된다는 가정하에 추정된 것이다.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경험을 본다면,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다 해도 비수급 빈곤층 전부가 신규 수급자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 공공부조의 경험을 봐도 빈곤층의 공공부조 수급률은 많아야 70% 내외 수준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기초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에 따른 추가 예산 소요액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며, 그와 관련한 정책들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를 크게 확대하였으며, 한국형 실업부조를 2019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보편적인 아동수당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빈곤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기초보장제도의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도 앞의 근로장려세제의 확대, 아동수당의 실시 등과 비교하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도 아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기초보장제도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시행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도 충분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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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돈, 이원진, 한경훈. (2018).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편 방안 연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1) 손병돈(2019)의 참조하여, 수정 보완하였다.

2) 2015년 말 기준으로 추정한 것으로서 2015년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며,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 기초보장제도의 모든 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는 것을 가정하여 추정한 것이다. 또한 2015년 말 기준 모든 비수급 빈곤층이 100% 기초보장 수급자로 전환된다는 가정하에 추정한 것이다.

 

3)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신규 수급 가구가 약 58만 가구로 예상되었으나(손병돈 외, 2016), 주거급여에서 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후, 약 9개월이 지난 2019년 6월 기준으로 주거급여 수급가구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전보다 약 24만 천가구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주거급여 수급가구에는 주거급여 선정 소득인정액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3%에서 44%로 인상한 효과도 포함되어 있다.

화, 2020/01/0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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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조차 비준하지 않는 가칭 ‘노동존중’ 정부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ILO 핵심협약이란?

ILO 핵심협약은 회원국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 의무이자 국제노동기준이다.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금지, 차별금지 등 4개 분야의 8개 협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제87호, 제98호), 강제노동금지(제29호, 제105호)에 관한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미국’ 밖에 없다. ILO 187개 회원국 중에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그림 1-1>과 같이 단 7곳에 불과하다. 그 주인공은 한국, 중국, 브루네이, 마셜제도, 팔라우, 투발루, 퉁가다.

 

<그림 1-1> ILO 187개 회원국 중에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

<그림 1-1> ILO 187개 회원국 중에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212c3... style="width:414px;height:214px;" />

 

ILO 핵심협약은 결코 거창한 내용이 아니다

ILO 핵심협약의 내용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노동자에게 선물을 주거나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과 활동, ▲노조설립과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 배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취급 배제 등 우리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 3권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ILO 핵심협약은 전 세계 문명국가가 대부분 비준했고, 언뜻 보더라도 노동자가 자기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해서 활동할 수 있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할까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사용자는 마음대로 기업을 설립하고 활동할 수 있다(기업설립과 활동의 자유). 하지만 노동자는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활동할 수 없다(노조설립과 활동의 자유 부정).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6만 명의 조합원 중에 불과 9명, 비율로 0.015%의 해고자가 가입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아 법 밖으로 밀려난 전교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경영계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3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문제는 노동존중을 표방한 현 정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표 1-1>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ILO 핵심 협약

<표 1-1> 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ILO 핵심 협약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3967b... style="width:517px;height:201px;" />

ILO 핵심협약 비준은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의 문제

한국은 1996년 0ECD 가입 당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020년 현재까지 24년에 걸쳐 줄기차게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 ILO가 수차례에 걸쳐, 거의 해마다 연례행사로 한국 정부에게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조속히 ILO 핵심협약을 비준할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정부는 쉬쉬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국가’, ‘돈만 아는 노동후진국’으로 낙인찍혀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그림 1-2> EU(유럽연합)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국회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림 1-2> EU(유럽연합)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국회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801/679/001/091dd... style="width:567px;height:146px;" />

 

그뿐 아니다.

한-EU FTA를 체결하면서 우리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EU(유럽연합)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 한-EU FTA에 따른 전문가 패널을 소집했다. EU는 또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 해고자와 실업자뿐만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자영업자 등을 결사의 자유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EU FTA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2019년 12월 말 활동에 착수했고, 3개월의 활동 기간이 끝날 때 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보고서에 한국이 한-EU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담길 경우 한국은 FTA 역사상 최초로 노동 관련 규정을 위반한 ‘노동 후진국’으로 다시 한번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으로 대한민국의 국격,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대한민국에는 노조할 권리가 없다

노조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법원과 정부는 노조법 제2조 제1호를 이유로 자영자, 특수고용노동자, 해고자 및 실업자의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 운전사, 화물트럭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신고가 번번이 반려되거나 지체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근 실태조사(2015. 11. 20.)에 의하면, 특수고용노동자는 약 230만 명에 달하고, 이는 전체 취업자 2,500만 명의 9.2%에 달한다.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방송ㆍ애니메이션 작가, 간병인, 택배기사, 퀵서비스, 대리운전기사, 텔레마케터 등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협소한 근로자 정의로 말미암아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사용자가 노조결성을 방해하더라도, 노조 가입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여 해고하더라도 속수무책이다.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법 보호대상에서 배제되고, 기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 ILO는 한국 정부에 대하여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지속적ㆍ명시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사람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영노동자나 자유직업 종사자들의 경우에도 단결권을 향유해야 한다’는 ILO의 권고는 우리 상식과 배치된다. 노동조합은 제조업의 정규직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여겨졌고, 정부와 사용자, 그리고 언론이 이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선전하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해고자든, 특수고용노동자든, 자유직업 종사자든 가리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보편화된 상식이자 최소한의 원칙이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노동존중을 표방한 현 정부마저 그 우물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표 1-2> ILO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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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예로 전교조를 들 수 있다. 60,000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전교조는 9명, 비율로 0.015%의 해고자가 가입했다는 이유로 2013. 10. 24. 정부의 팩스 한 장에 의해 ‘노조 아님’을 통보받았고, 지금까지 7년이 넘도록 일체의 권리가 박탈되어 있다. ILO 제320차 이사회는 2014. 3. 26.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금지하는 조항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고, 1999년 이래로 합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활동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할 것’을 촉구했다. 2017. 6. 17.에는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상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폐지할 것을 ‘단호하게’ 요청하고, 이에 관한 ‘진척사항을 구체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청한 바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듯이, 팩스 한 장으로 얼마든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고 법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존중을 표방한 현 정부는 ILO의 거듭된 요청에도, 한-EU FTA를 체결하여 결사의 자유를 존중, 증진 및 실현시키기로 약속하였음에도 지금 이 순간까지 그 팩스 한 장을 보내지 않고 있다. ‘노동존중’이라 쓰고, ‘노동무시’로 읽은 현 정부의 태도가 단적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커녕 오히려 노동개악에 혈안이다

정부는 허송세월을 하다가 2019. 7. 31.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노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러나 정부 입법안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침해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에 장애가 되는 노동개악 요소만 가득하다.

 

첫째, ILO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지속적ㆍ명시적으로 개선을 권고한 핵심사항들은 모두 누락되었다.

▲ 노조법 제2조 제1호 근로자 정의(자영자ㆍ특수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 제2조 제2호 사용자 정의(하청, 간접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 제12조(노조 설립 시 행정당국의 광범위한 재량권), ▲ 파업과 민ㆍ형사책임 문제 등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효과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개선사항들은 모두, 통째로, 100% 누락되었다.

 

둘째, 그나마 정부입법안에 있는 내용도 ILO 원칙과 국제노동기준에 훨씬 못미친다

▲ 노조 임원 자격은 규약으로 정하되, 기업별노조의 임원은 재직자로 한정하였다. 현재도 공무원노조ㆍ교원노조를 제외한 산별노조는 실업자ㆍ해고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산별노조 임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기업별노조의 임원 자격인데 정부 입법안은 여전히 실업자ㆍ해고자는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현재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마치 노조임원 자격을 확대하여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것처럼 노동자와 ILO, 그리고 유럽연합을 기망한 것이다. ▲ 전임자 급여도 마찬가지다. ILO는 지속적으로 전임자 급여 지급은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이지 국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하였음에도, 정부입법안은 여전히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유지하고 그 한도를 초과한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 동의를 무효로 하고 있다. ▲ 공무원의 단결권 역시 직급 제한은 삭제되었지만 직무 제한은 여전히 종전과 동일한 형태로 남아 있고, 공무원과 교원의 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단체교섭과 쟁의권 보장에 관한 사항은 누락되었다.

 

셋째, ILO 핵심협약 비준과 상관없는, 오히려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노동법 개악요소만 가득하다

▲ 첫째, 노조법 제5조 개정안은 사업 또는 사업 장에 종사하는 조합원(종사자 조합원)과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비종사자 조합원)을 구분하여 조합활동을 차별한다. 비종사자 조합원이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면 노사 합의 또는 사업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에는 실업자ㆍ해고자뿐만 아니라, 산업별ㆍ지역별ㆍ연합단체 등 초기업 노조의 임원ㆍ조합원도 포함된다. 따라서 개정안은 사용자가 산별노조 임원과 조합원의 조합활동을 제한하는 도구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가 임의로 사업장 규칙을 만들어 이를 근거로 산별노조 임원과 조합원, 연대단체의 출입을 막더라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산별노조 활동은 위축되고 결사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다. ▲ 둘째, 노조법 제42조 제2항 개정안은 직장점거를 전면적ㆍ포괄적으로 금지한다.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이를 ‘전부 또는 일부’라도 점거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 여기서 ‘전부 또는 일부’의 의미는 100% 금지하겠다는 것으로서 주요업무 시설을 부분적ㆍ병존적으로 평화롭게 일부 점거하여 피케팅을 하는 것도 금지될 우려가 있다. ▲ 셋째, 노조법 제32조 개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야 단체교섭,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고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와 결합할 경우, 소수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로부터 최소 4년 이상 교섭요구를 할 수 없고 이는 실질적으로 단체교섭권의 박탈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노동개악 요소, 산별노조ㆍ비종사자 조합활동 차별, 직장점거 금지 및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은 ① ILO 핵심협약 비준과 전혀 상관없고, ② 협약비준을 빌미로 기존의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킨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ILO 헌장, 협약 위반이다.

 

<표 1-3> ILO 헌장과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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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말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 노동존중을 표방했다면 그 첫걸음은 ILO 핵심협약 비준이어야 했다. 1996년 OECD 가입 후 24년간 약속했던,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미국’만 비준하지 않은, ILO 181개 회원국 중 한국, 중국, 브루네이, 마셜제도, 팔라우, 투발루, 퉁가 등 단 7개국만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했어야 한다.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했어야 한다. 250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 200만 명의 간접고용ㆍ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서 사회양극화, 불평등을 해소했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노동조합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존중을 하겠다는 것은 차가운 얼음,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러나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빌미로 노동개악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차라리,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 2019년 현 정부의 노동개악 시도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그 절규가 귓가를 맴돈다.

 

화, 2020/02/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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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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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0/03/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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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사회에 갇힌 청년을 먼저 구하라1)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요즘 정치권에서 청년 표심 잡기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지난 6월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청년비서관을 깜짝 발표하고,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청년정책 전문가를 영입하느라 바쁘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년정책’을 검색하면 ‘청년지원정책 모아보기’, ‘청년주거지원 정책 모음’과 같은 청년정책 길라잡이 정보가 넘쳐난다. 

 

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라는 청년세대의 문제가 수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청년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라는 투쟁하기를 몇 년,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과연 청년의 삶은 변화하고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청년정책이 가장 자주, 많이 발표되는 정책이다. 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발표되고, 2019년 7월에는 계층 이동성 강화 및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이 나왔다. 2020년 3월에는 5대 분야 34개 과제를 망라한 제1차 청년의 삶 개선방안이 발표되었고, 지난해 청년기본법에 따라 12월 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으로 부족했는지, 지난 3월 「청년정책 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기존 정책(4.4조원, 79.4만명+α)에  "1조 5천억원, 24만 6천명(+α)"을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그리고 8월 16일 코로나 위기 극복, 청년세대 격차해소, 미래도약 지원 등 3대 방향성 아래 일자리·교육·주거·복지·참여·권리 등 5대 분야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기본계획, 추가대책, 특별대책의 이름으로 쏟아진 무수한 정책들로는 사회이동성의 하락을 포함한 불평등의 심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청년세대 내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계층 사다리의 바닥과 천장은 더욱 끈적끈적해졌다.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사회이동성지수2020’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의 공정한 임금 분배와 사회보장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제 한국사회는 격차사회를 넘어 장벽사회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특히 90년대생인 20대 청년에게 그 장벽은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그리고 같은 20대 청년 가운데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청년에게 그 장벽은 더욱 견고하게 보인다. 현재의 지배적인 불평등 구조는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만 안정적으로 보장된 인생 경로를 가질 수 있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을 재생산하고 있다. 

 

한편, 청년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사회보장정책을 손질하는 못하는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이현주 외(2020) 연구에 따르면, 기존 현금급여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의 수급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과 청년세대가 대체로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실업급여는 청년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의 수급률이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5세 청년 가구는 가구 기준 소득 5~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고, 26~39세 청년 가구는 소득 4~6분위의 수급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모성보호 급여의 수급률은 소득 상위 8~10분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세대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재구조화가 필요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청년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세대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최근 전반적인 일자리의 부족 속에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로 급부상한 플랫폼 노동에도 여러 불안정 요소와 함께 기존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포괄할 수 없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 문제로도 더욱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별 청년정책을 넘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와 성장 잠재력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개혁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조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각종 사각지대 제거를 위해 기존 사회보장 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전체적인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의 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불평등 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이동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조지프 피시킨이 제안한 기회 다원주의(opportunity pluralism) 모델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목표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Fishkin, 2014). 기회 다원주의 모델은 생애주기의 어떤 시점에서든 다양한 관문에서 다양한 삶의 경로를 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희소한 지위를 둘러싼 제로섬 경쟁이 벌어지는 단일한 기회구조 모델과 이에 기초한 불평등의 구조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추구하고, 후자의 교육을 택하더라도 다양한 양질의 고용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인생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인기 높은 전문직종으로 진출하거나,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 불평등 완화와 관련한 모든 정책의 실질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마련된 사회는 인생에서 두 번 세 번의 기회가 주어져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복리와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 아래에서만 용인될 것이다. 


1) 이 글에는 필자가 연구한 김승연, 최광은 외,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2021)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승연․최광은 외. 2021. 「장벽사회, 청년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서울연구원. 

이현주·오욱찬·이윤경·이원진·성재민·이길제·박형존·이병재, 2020, 「사회보장정책 효과성 분석을 위한 행정데이터 연계‧활용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사회보장위원회.

Fishkin, J., 2014, Bottlenecks: A New Theory of Equal Opportunity, Oxford University Press. (조지프 피시킨, 2016, 「병목사회: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 유강은 옮김, 문예출판사.)

 

목, 2021/09/0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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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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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1/07/0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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