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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좋은 사람이 살아야 좋은 도시입니다

[동서남북] 좋은 사람이 살아야 좋은 도시입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5/04/10- 15:46

좋은 사람이 살아야 좋은 도시입니다

 

이상훈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사무국장

 

 

저는 인천 강화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유일하게 하나 있던 개봉관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영구와 땡칠이’를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백화점은커녕 햄버거 가게도 하나 없었습니다. 사춘기 시절에는 누가 ‘시골’에서 산다고 하면, 나는 그래도 ‘면’이 아니라 ‘읍’에 산다고, 읍에는 논이 별로 없으니 시골이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문제집을 산다는 핑계로 서울 신촌에 가서 하루 종일 쏘다니던 기억도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꼭 서울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생활도 인천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생활권이 강화라는 시골에서 대도시로 옮겨졌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놀러갈 곳이라곤 월미도뿐이고, 연극이나 뮤지컬은 대학로에 가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문화 속에서 사는지 나오는 것을 보면 나와는 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만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국을 상대로 하는 지상파 방송에 인천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질 않습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인천 소식은 공직자의 비리, 강력범죄 소식뿐입니다. 시쳇말로 ‘마계 인천’이라는 말도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도 갖고 있습니다. 분명 인천에 20년, 30년 넘게 살고 있는 사람인데도 ‘나는 부산사람’, ‘나는 광주사람’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천시민들 사이에서 인천은 성공해서 떠나야 하는 곳으로 각인됩니다. 

 

지난 2011년, ‘인천에 인천 사람이 있을까?’, ‘인천에 인천 문화가 있을까?’ 어찌 보면 어이없는 이 두 가지 물음에서 인천사람과문화는 시작됐습니다. 인천은 인구구성비가 매우 다양한 도시입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토박이부터, 한국전쟁 시기에 내려온 이북출신, 산업화시기에 상경한 호남출신, 물길을 통해 올라온 충청출신이 있습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지역의 한 원로는 인천을 ‘해불양수(海不讓水)’의 도시라고 표현하십니다. 바다처럼 물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소위 ‘텃새’라는 것이 없어 누구든 정착하기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의 경우, ‘문화의 불모지’가 아니라 ‘문화’를 찾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방 이후 에스캄 시티로 불렸던 부평은 1950~60년대 팝, 블루스 밴드 음악의 중심이었고, 관교동은 많은 음악인들의 작업실이 있었던 곳입니다. 동인천은 지금의 홍대 못지않은 공연의 거리였습니다. 지금도 연극, 뮤지컬, 무용, 락, 퓨전국악, 크로스오버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인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잘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기도 합니다. 

 

인천사람과문화는 인천이 바다의 도시, 평화의 도시, 노동의 도시, 다양성의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에 사는 사람들이 인천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인천사람’으로서 사고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역사를 기반으로 문화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며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천숲포럼’은 인천사람과문화의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2011년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시작하여 2012년 ‘인천의 현실과 과제’, 2013년 ‘인천 어디로 가야 하나-원로에게 듣는다’, 2014년에는 ‘인천에서 꿈을 만들다’와 ‘6.4 지방선거 당선자와의 만남’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3월까지 총 36회의 포럼을 진행했고 지역에서 현안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인천숲포럼>

 

 2012년부터 진행한 ‘밥이 되고 꿈이 되는 인천 인문학콘서트’는 개인의 일상과 사회 현상을 인문학을 통해 바라보는 강연 사업입니다. 역사, 철학, 문학, 미술, 정치, 평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를 초청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강좌를 접하기 힘들었던 인천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고, 시민들의 요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업입니다.

 

<사진-인문학콘서트>

 

‘길떠나는 인천공부’는 인천의 곳곳을 직접 찾아가는 기행 프로그램입니다. 한국 근대의 역사를 품고있는 동인천역 일대 개항장 기행, 선사시대부터 개항까지의 역사를 모두 살펴볼 수 있는 강화도, 다도해의 풍경이 부럽지 않은 덕적도 등 인천의 숨은 명소들을 각 지역의 문화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며 인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4월에는 분단의 현실로 고통 받고 있는 연평도를 찾아 서해 평화와 인천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처음 진행한 사업으로는 ‘인천평화창작가요제’가 있습니다. 인천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중국어선 불법 조업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분쟁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도시입니다. 가장 위태로울 수 있는 도시에서, 누구나 접하기 쉬운 노래를 통해 가장 먼저 평화를 이야기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사업입니다. 첫 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77곡이 접수되었는데 일상의 평화, 전쟁이 없는 평화 등 다양한 내용의 곡들이 출품되었습니다. 인터넷 이용이 어려워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보낸 참가자도 있었고, 평화를 기원하며 창단된 일본 합창단이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연평도에서는‘방공호에 대피하게 되었을 때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을 보며 평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는 한 선생님이 곡을 써서 아이들과 함께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팀들을 대상으로 평화워크샵을 진행하여 경연 결과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평화’라는 가치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준비하는 사람들, 참가자, 관객 모두가 큰 감동을 느끼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회였습니다. 

 

<사진-인천평화창작가요제>

 

이외에도 ‘책읽는 부평 – 한 도시 한 책 읽기 추진위원회’,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등원단’ 등을 통해 민관 거버넌스 및 지역 단체 간의 연대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예술꿈나무’ 장학사업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영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2011년 작은 씨앗으로 시작해 4년이 흐르는 동안 시나브로 지역에 뿌리를 내려왔던 인천사람과문화는 이제 자리를 잡고 잎을 틔우고 있습니다. 인천을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2013년 하반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순천 출신의 해태(손호준 분)가 여수 출신의 친구와 전라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가 어디인지 다투게 됩니다. 인구가 몇 명인지, 공항이 있는지, 그 지역의 유명인은 누가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그 때 옆에 있던 서울 친구가 한 마디 합니다. ‘시골 애들은 자기지역 인구를 외우고 다니더라.’

 

이 장면에서 드러나는 것은 각 지역 출신들의 ‘애향심’입니다. 이것을 ‘정주의식(定住意識)’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지금 내가 발 딛고 사는 지역에도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서울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부터 돌아보고 산다면 인천이라는 도시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것은 비단 인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어느 지역이건 고유의 문화가 있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아파트가 많다고 해서, 오락 시설이 많다고 해서, 높은 빌딩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 도시가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내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곳, 안 좋을 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이런 좋은 도시들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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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전은경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활동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백일이 넘었다. 미얀마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민불복종운동(CDM)을 하고 있다. 목숨을 건 일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5월 19일 현재 군경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가 807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1) 쿠데타 이후 5,270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4,274명은 여전히 구금 상태다. 미얀마 군부는 무차별 총격에 박격포, 중화기까지 동원해 전쟁을 치르듯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다. 사복을 입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민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거리에 나선 시위 참여자들의 머리를 조준 사격하고 있다. 부상자들을 도우려는 의료진을 구타하고, 심지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민가에 들이닥친 군은 집에 시위대를 숨겼는지를 추궁하다 아버지 품에 안겨 있던 7살 어린 딸에게 총을 겨누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는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기도 하고, 체포당하고 고문당한 시위대의 모습을 공개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군부 반대 활동을 해온 미얀마의 한 시인은 장기가 사라진 채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또 다른 한 시인은 몸에 휘발유가 부어진 채 산채로 불태워졌다. 잔인한 폭력이 매일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에서 실시간으로 타전되는 끔찍하고 잔혹한 소식들에 한국에 있는 우리들도 미얀마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얀마인들에게 응원과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세 손가락을 들고 인증샷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각종 모금과 펀딩, 캠페인도 하고 있지만 국경 너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아 보인다. 거리에서 다치고 죽어가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미얀마의 비극적인 상황 뒤, 한국 기업 포스코가 있다.

2019년 유엔 미얀마 진상조사단(UN Independent International Fact Finding Mission on Myanmar)은 <미얀마군의 경제적 이익(The economic interests of the Myanmar military)>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제42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다.2) 111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미얀마 군부와 그 작전에 기여하거나 이익을 얻는 군 기업과 국내외 사업들에 대해 담겨 있다. 보고서는 미얀마 군부의 범죄 행위는 2개의 대표적인 군 재벌, 즉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와 미얀마경제공사(MEC)를 포함 방대한 기업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MEHL과 MEC이 건설에서 제약, 제조, 보험, 관광, 은행까지 최소 120개의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고서에서 밝힌 미얀마 군부와 합작사업을 하고 있는 14개의 해외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이 6개에 이른다. 특히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대표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포스코의 미얀마 법인 포스코강판(POSCO C&C)은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MEHL과 합작사업을 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3)에 따르면, MEHL은 1991년부터 20년간 배당금으로 약 20조 1,240억 원(180억 달러)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는데, 이 중 약 17조 8,880억 원(160억 달러)이 미얀마 군부로 송금되었다. 실제로 퇴역 군인들이 MEHL의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되어 있고, 로힝야 학살 및 미얀마 시민학살에 동원된 미얀마의 군사령부와 사단 및 대대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쿠데타의 중심인 민 아웅 훌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은 MEHL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6일, 포스코는 MEHL과의 합작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MEHL의 지분 30%를 인수한다는 것이 실제 가능할 것인지,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MEHL의 경제특구 부지에서 철강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은 미얀마 군부와 완전한 의미에서의 관계 단절이라고 볼 수 없다. 

 

포스코의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미얀마 슈웨(Shwe) 가스전 사업도 하고 있다.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기업(MOGE)과 합작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51%의 지분을, 한국가스공사가 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MOGE는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토마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이 MOGE에 대한 표적 제재를 촉구했을 정도다.4) 지난 4월 27일 미국 상원의원들도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로 알려진 MOGE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행정부에 보내고, 미 재무부가 MOGE의 모든 수입원을 파악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포스코는 가스전 사업을 통해 MOGE에 15%를 배당하는데 2018년 포스코가 MOGE에 지급한 배당금이 우리돈으로 2천억 원이 넘는다.5) 사업 추진과정에서 지역주민 강제 이주, 토지몰수, 강제노동 등 미얀마군의 심각한 인권침해도 이뤄졌다고 한다.

 

미얀마 군부와 함께 호텔 사업을 하면서 매년 수십억 원을 군부에 지원한 것도 다름 아닌 포스코이다.6)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7년 9월 미얀마 수도 양곤에 5성급 롯데호텔을 열었는데 땅 주인은 다름 아닌 미얀마 국방부 병참장군실이다. 포스코는 토지 임대료로 매년 군부에게 180만 달러, 우리 돈 약 20억 원을 최장 70년간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롯데호텔의 경우 포스코인터내셔널 63%, 롯데 21%, 미얀마 현지 기업 IGE(International Group of Entrepreneurs)가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합작 사업을 하고 있는 IGE는 미얀마 군부 가족 기업이다. IGE의 창립자는 네 아웅과 피 아웅 형제로 이들은 미얀마 해군 총사령관인 모 아웅의 동생들로 이들은 로힝야 학살 작전에 3만 5천 달러를 군부에 기부하기도 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해군의 요청을 받아 군함을 판매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로힝야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의 목소리가 계속되는 시점에 군함을 판매하고, 학살의 주범들과 기념식까지 개최했다.7)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포스코는 군함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민간 상선과 비슷한 다목적 지원선을 팔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포스코는 똑같은 기종의 배를 인도네시아 해군에도 상륙지원함으로 수출한 적이 있었다. 군함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꼼수를 부려 방위사업청의 허가를 받은 것이다. 

 

사실 포스코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 포탄 생산 설비와 기술자료 등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적도 있다.8) 이들은 2002~2006년 미얀마에 105mm 곡사포용 고폭탄 등 6종의 포탄을 수만 발씩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와 기계, 기술자료를 수출했다. 공장을 지어주고 포탄 제조·검사 장비 총 480여 종을 수출한 데 이어, 기술자를 보내 국방과학연구소의 포탄 제조 기술까지 넘겨줬다. 당시 미얀마는 방산물자 수출이 엄격히 통제된 국가였음에도 적발을 피하고자 위장계약서를 작성해 산업용 기계를 수출한 것처럼 꾸몄다. 

 

이렇듯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와 끈끈한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얀마에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 미얀마 시민사회단체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포스코를 주시하는 이유다. 알려져 있듯이 미얀마 군부는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권력까지 움켜지고 미얀마 시민위에 군림하고 있다. 군부는 천연가스, 원유, 보석, 목재, 광물 등 핵심 자원 12개 분야를 독점하고 있고, 국영경제기업법을 만들어 독점을 아예 법으로 명시해 미얀마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또한 그 자금은 의회의 예산 심의 밖에 있어 민주적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다. 막대한 이익은 고스란히 고위 장성들과 군 상층부로 흘러 들어가 군의 힘을 강화시키고, 인권 유린의 검은 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가 군부와의 관계를 끊지 않으면 인권 유린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포스코는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란 경영이념을 내세우며 경제적 주체로서의 역할에 더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공감하고 기업 차원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가 강조하는 윤리경영은 미얀마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포스코는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미얀마의 전쟁범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포스코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해야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책임투자를 강조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하면서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를 입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임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6일, 시민사회단체가 보낸 포스코에 대한 적극적 주주활동 계획에 대한 질의서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은 중대성 평가결과와 기금 보유지분율 및 보유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결과를 조정하며, 주주가치 제고 및 기금의 장기수익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 서신을 발송하거나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 및 대응방안 등 기업의 입장을 청취하고 개선방안 마련을 요청하는 등 기업과의 대화를 수행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인 추이는 이와 다르다.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PGGM)은 미얀마 기업과 연계된 지분을 매각하였으며, 공적연기금(APG) 역시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로 인해 책임있는 투자 책무를 훼손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009년에도 덴마크 국영 연금 다니카(Danica)는 미얀마 군부와의 불법 거래를 이유로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포스코는 미얀마 이슈 외에도 산재, 온실가스, 불공정관행, 노동기본권 침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대규모 기금을 수탁 받은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의 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미얀마 시민들과 함께 하는 법

“한국 기업들은 돈벌이를 중단하고 최소한의 기업윤리는 지킵시다”, “포스코와 가스공사는 학살에 동참하는 것을 당장 멈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부끄럽습니다”. 참여연대를 포함해 104개의 단체로 구성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이 포스코가 군부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하며 진행한 온라인 서명캠페인에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들이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여겨지는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기업(MOGE)과 슈웨 가스전 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가 군부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 4월 6일부터 5월 3일까지 http://bit.ly/poscostop" target="_blank" rel="nofollow">온라인 서명을 진행했고, 총 10,485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그 서명 캠페인에는 “한국 시민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포스코는 군부가 저지르는 학살에 공모하면 안 됩니다”, “한국 기업들의 돈이 미얀마 시민들을 학살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과의 관계를 끊어주세요”라는 미얀마 시민들의 메시지도 많이 남겨져 있었다. 

 

오늘도 친 주 민닷 시에서는 10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자신의 누나들과 여동생, 그리고 부모를 지키겠다며 자기 몸보다 큰 수렵용 총을 메고 휘청거리며 걷고 있다. 거리에서 다치고 죽어가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국경 너머 한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의 자금이 미얀마 군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다. 언젠가 미얀마 활동가가 남긴 글을 다시 읽는다.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 집단과 윤리적으로 올바른 사업을 할 방도는 없다”. 포스코가 부디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쿠데타 세력의 공모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1. https://aappb.org" rel="nofollow">https://aappb.org

2. Independent International Fact-Finding Mission on Myanmar, The economic interests of the Myanmar military, 19 September 2019. https://www.ohchr.org/EN/HRBodies/HRC/MyanmarFFM/Pages/EconomicInterests... rel="nofollow">https://www.ohchr.org/EN/HRBodies/HRC/MyanmarFFM/Pages/EconomicInterests...

3. Amnesty International, MYANMAR: MILITARY LTD: THE COMPANY FINANCING HUMAN RIGHTS ABUSES IN MYANMAR, 10 September 2020. https://www.amnesty.org/en/documents/asa16/2969/2020/en/" rel="nofollow">https://www.amnesty.org/en/documents/asa16/2969/2020/en/

4. https://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26884&... rel="nofollow">https://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26884&...

5. Justice for Myanmar, Mapping the Myanmar Military Cartel's Global Reach Through POSCO, March 22, 2021. https://www.justiceformyanmar.org/stories/mapping-the-myanmar-military-c... rel="nofollow">https://www.justiceformyanmar.org/stories/mapping-the-myanmar-military-c...

6.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8376_34936.html" rel="nofollow">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8376_34936.html

7.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1426_34936.html" rel="nofollow">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1426_34936.html

8.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06고단6754

수, 2021/06/0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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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

 

최정은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정부와 외신이 한목소리로 K-방역을 극찬한 때가 있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감염으로 혼란을 겪는 시기에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추적-검사-격리)에 나섰고,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로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K-방역의 성과를 잊어야 할 때라는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백신 수급과 접종을 둘러싼 정책적 혼선 때문만은 아니다. 찬사를 받던 K-방역 성과의 그늘이 너무 커져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지만, ‘생활’과 ‘생존’을 오가는 사람들의 고통은 양극단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으면서 그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든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세계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도 어느새 1년을 넘어 장기화되면서 개인과 가구가 짊어지는 유무형의 손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이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시대를 버텨온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며, 누가 더 위험했고, 긴급재난지원정책은 도움이 되었는지를 되짚어보면서 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을 주목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피해, 얼마나 심각했는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위기는 모두가 겪은 일이었지만, 재난 위험의 내용과 수준은 광범위하였다. 2020년 전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하여 코로나19 상황을 진단해보았다(최영준 외, 2020).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돌봄이나 정서적 불안 등을 광범위하게 경험하였다. 국민들은 근로시간 축소(42.1%)나 소득 감소(39.1%) 피해를 가장 많이 겪었으며, 본인이 실업을 경험하거나(16.3%) 함께 사는 가족의 실업 경험(21.5%)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전반기에 자영업 폐업 경험(3.3%)과 자영업 30% 이상 매출 감소 피해(18.7%)도 높았으므로, 이후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해졌을지 짐작이 된다(<한겨레>, 2021.3.29.). 

 

국민들이 겪은 정서적 피해 경험도 광범위하였다. 단순 접촉만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의 특성이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피해(37.9%)를 키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린이집, 학교,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적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족들의 돌봄 부담도 26.4%로 추가되었다.

 

이러한 경제나 정서적인 피해는 현실에서 개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개인이나 가구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첩적인 고통을 받을까. 전 국민 10명 중 8명(77.2%)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정서적 고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그림 2-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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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들의 삶에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2018년과 2020년에 실시한 전 국민 인식조사 패널 데이터를 비교해보면(최영준 외, 2018; 2020),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여성의 생활 전반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다. 2018년과 2020년을 비교해 보면, 삶의 안정성 인식에서 남성의 경우는 보통 이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이 인식하는 삶의 안정성은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삶의 주체성과 자율성, 건강 측면에서 여성의 만족도도 낮아졌으며, 직장 이동성도 여성들은 더 나빠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들의 생활 여건은 더 어려워졌음을 짐작하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시간 지속되면서 공적 돌봄이나 교육기관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돌봄의 부담마저 커졌고, 여성들은 가정과 경제생활에서 이중고에 노출되어 있다(<표 3-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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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젠더 불평등에 미친 영향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 고용과 소득 충격은 양육 부담이 높은 기혼 여성과 유자녀 가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대면접촉이 많은 임시일용직 일자리에 여성의 고용 비중이 높다 보니 고용불안이 가중되었다. 게다가 자녀가 많을수록 비대면 돌봄과 교육 부담이 가중되면서 유자녀 가구의 소득 충격이 커졌다(송상윤, 2021). 이렇듯, 감염병 재난의 위험이 유독 여성과 유자녀 가구에 더 가혹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K-방역의 그늘은 장시간 집에 머물며 돌봄을 받아야 하는 노인, 장애인, 아동 등에 집중되었다. 얼마 전 가정의 달 5월에 발달 장애 자녀를 돌보던 어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발달 장애인을 둔 가족의 끊이지 않는 비보는 코로나19 시대 경제적 고립과 사회적 활동과의 단절이 발달 장애인에게 더 가혹함을 말해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장애인은 2021년 현재 263만 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발달 장애인은 24만 8천 명(장애인 중 9.4%)으로, 최근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발달 장애인은 10대와 20대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대다수 발달 장애인이 성인이다. 그러나 성인기 발달 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이 소수인데다 코로나19의 돌봄 공백이 길어지면서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삶은 온전치 못하다. 

 

여러 가지 생활의 제약이 발달 장애인의 행동에 악영향을 줘,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하는 충동적 행동 등이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행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적게는 2.6%에서 7.5%까지 증가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 양육자인 가족들에게 표현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발달 장애인의 일상생활이 무너지면서 수면이나 식사, 화장실 이용. 의사소통 이용 능력이 저하되고 약물복용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지역 사회 복지 시설 이용도 어려워지면서 가족의 평일 돌봄 시간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듯, K-방역의 성과 이면에서 발달 장애인과 가족의 일상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퇴하고 있었다(울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2021).

 

이 같은 어려움은 비단 취약한 돌봄 계층만의 문제이겠는가. 임시 일용직,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받은 경제적 타격도 심각하다. 고용지위 중에서 상용직보다 자영업자나 임시 일용직의 피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상용직 가운데 실직이나 근로시간 감소,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응답률은 53.1%인 반면, 자영업자 중에서는 76.1%, 임시일용직 중에서는 74.4%로 상용직과 비교해 1.4배 이상 높았다.(<표 3-1> 참고). 이러한 추이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그 피해의 정도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매일노동뉴스>, 20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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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정책 효과는 있었는가?

코로나19의 고통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발 빠르게 추진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전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었다는 점에서 호응을 받았다.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본인의 경제생활 안정에 도움(80.4%)이 되는 것은 물론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79.3%)이 되었다고 평가받았다. 내 경제생활과 정서생활에 도움이 컸다는 평가와 함께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81.1%)도 동시에 나오는 실정이다(최영준 외, 2020). 

 

그러나 전 국민이 광범위한 재난 위험을 겪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이 제 효과를 보였는지는 여전한 논쟁거리다. 국내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통해 자영업자 피해의 사각지대를 가늠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 폐업이나 30% 이상 매출 감소’를 경험한 응답자 중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은 경우는 33.2%에 불과했다. 피해 경험자 중 66.8%는 개인이나 가족의 부담으로 넘어간 셈이다. 고용지원은 어떠할까. ‘실직이나 근로시간 및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응답 중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고용안정 지원금을 받은 경우는 9.0%에 불과했다.

 

복지정책은 어디에?

사회보장제도의 본래 의미는 모든 사람들이 질병, 노령, 실업, 산재 등의 위험으로 생계를 위협받지 않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취약층의 안전망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취약층을 더 취약하게 만들어 우리 사회의 재난위험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럼, 국외의 상황은 어떠한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은 미흡했더라도, 국가별로 노동자, 사업체, 시민 등의 범주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IMF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지출’ 데이터를 보면, OECD 27개국 모두 국가 지출을 확대했다. 다만, 그 규모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사회보장 수준이 높은 사민주의 국가보다 자유주의 국가나 보수주의 국가에서 국가 지출이 더 많이 이뤄졌다. 자유주의 국가유형으로 분류되는 미국(14%)이나 일본(13.8%), 영국(10.9%) 등에서 재정지출이 사민주의 국가에 속하는 덴마크(1.7%), 스웨덴(3.4%)이나 보수주의형 프랑스(6.9%), 독일(9.8%)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자유주의형에 속하는 한국은 GDP 대비 3.2%로, 잔여적 복지국가와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보수적인 재정지출에 발목이 잡혀있음을 국가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IMF,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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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시행해왔으나, 이의 실질적인 영향과 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족한 형편이다. 우선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대응에 나선 점은 잘한 일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4차례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1차 때에 전 국민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을 시행했으나 이후 2~4차는 취약계층, 소기업이나 소상공인, 특수형태 근로자 고용안정 지원 등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을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2020). 

하지만 이 정도의 지원으로는 재난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지원 규모로는 1년 이상 무너진 고용과 소득 충격으로 악화된 소비를 조금 개선하는 정도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회복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 시기 조사된 통계를 보더라도, 국가 재난으로 인한 위험을 개인과 가구가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정부나 국회도 코로나19의 피해와 양극화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응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부 정당에서만 겨우 재난 목적의 증세를 말했을 뿐이다. 이를 제외하고선 광범위한 긴급재난지원을 뒷받침할 증세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들도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흐름인데 우리는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한겨레>, 2021.5.11.). 우리 정부는 맞춤형 피해지원으로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증세 반대 논의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뉴시스>, 2021.3.2.). 

사회보험부터 사회서비스까지 기존의 복지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염병 피해는 더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어, 코로나 이후 회복에서도 불평등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도 매일 수백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인 데다, 언제든 새로운 대규모 감염의 위험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향후 또다시 도래할 재난 시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재난 시기 개인의 안정과 복지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대응안이 복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당장에는 백신효과로 코로나 감염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깊이 폐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기획재정부. 2020. 제4차 추가경정예산 추석전 신속지급 추진현황, 보도자료, 2020.9.30.

송상윤. 2021.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한국은행.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2021. 팬데믹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최영준・김도균・유정민・윤성열・최정은. 2018. 자유와 안정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보고서, LAB2050.

최영준・최정은・김지현・조원희・노혜상・한선회. 2020. 국내외 사회보장 지원정책 분석 연구, 보건복지부, 2020.

<뉴시스>, 홍남기 "전국민보다 선별지원 바람직…증세 검토 안해"(종합2보), 2021.3.2.

<매일노동뉴스>, "코로나19 실직, 비정규직이 정규직 보다 5배 많아", 2021.3.30.

<한겨레>, ‘벼랑 끝’ 자영업자들…“매출 반토막에 빚 5132만원 늘어”, 2021.3.29.

<한겨레>, 2차대전 비용 2.5배 투입…바이든의 미국 ‘복지의 귀환’, 2021.5.11.

IMF. 2021. Fiscal Monitor Database of Country Fiscal Measures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수, 2021/06/0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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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피해의 균형찾기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 코로나19 대응의 명과 암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통제에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5월 15일 기준, 한국의 인구 백만 명당 확진자 수는 2,541명으로 세계 평균 20,764명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사망자 수 역시 세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적은 편이며, 평년 대비 사망자 수 증가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황의 통제는 역설적으로 백신 확보에 소극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접종 개시가 늦었을 뿐 실제 확보(계약) 물량은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접종 인프라나 인력, 국민 인식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되는 6월 이후 백신 접종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봉쇄 없는 바이러스 통제는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한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1.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제조업 부문과 수출 호조로 2021년 1/4분기에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의 경제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난다(한국은행 2021.4). IMF의 최근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3.6%로 지난해 성장률을 함께 고려하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1 참고). 이에 반해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보였으며, 올해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함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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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여러 지표에서 선방했지만, 팬데믹의 고통에서 완전히 비껴간 것은 아니다. 생산과 수출 부문에서 선방하여 총 GDP의 급격한 후퇴를 면했을 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민간소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의 민간소비는 5% 하락하여 OECD 평균(-6%)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겼다. 한국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실업, 비경제활동인구 확대에 따른 고용 충격과 소득 충격이 저소득가구에 집중되었다(한국은행 2021, p.4). 2020년 2~4분기 대비 소득감소율은 1분위(하위 20%)에서 -17.1%였던 반면 5분위(상위 20%)에서는 -1.5%에 불과했다. 자연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격차도 벌어졌다(그림 1-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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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과 사회적 피해 사이 균형

물론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휴교, 입국 제한 등이 ‘통제되지 않은 감염 확산’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았다면 방역당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유행 발생 후 1년 이상 지난 지금 돌아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대응을 한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진자의 신상과 동선을 세세하게 밝히는 부분이나, 확진자가 지나갔다는 이유로 가게 문을 닫고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학교, 도서관, 종교시설, 야외 시설 등 위생수칙을 지키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전면 폐쇄한 부분은 과도한 대응이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한 명 나왔다는 이유로 등교 자체를 중지하거나 접촉하지 않은 사람까지 검사하는 등의 낭비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감염 자체의 보건 상의 비용보다 감염으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비용을 매우 크게 만들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나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국민 생명에 위협을 준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실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확진자에게 찍히는 낙인은 감염 통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방치되었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조치들을 정당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작년(평균 50명)에 비해 올해(평균 6~700명) 훨씬 더 많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는데도 현재 혼란은 작년보다 훨씬 덜 하다. 여가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수도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확진자 동선이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다. 그림 3을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오히려 사망자 수 및 치명률이 더 줄어들었다. 작년 3월의 1차 유행과 11월 3차 유행 치명률 피크는 각각 2.97%, 2.86%로 평균(1.5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던 반면, 올해 3월 이후 1% 밑으로 내려간 치명률은 현재 0.6%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기, 즉 유행 초기에 치명률이 올라갔다가 이후 점점 낮아지는 것은 확진자의 절대 수보다 확진자 수 대비 의료체계의 대응능력 수준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8월의 2차 유행 시 광화문 집회 참가자 등 고령층 감염이 많았는데도 치명률이 낮은 것은 당시 이미 일 평균 3~400명 수준을 감당할 의료체계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그 이상으로 급증하여 치명률도 같이 올라간 3차 유행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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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유행 이후 일 평균 확진자가 500명 전후에서 꾸준히 유지되었음에도 치명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확진자 연령 구성에 큰 차이가 없었음을 고려하면 감염자들에게 충분한 치료가 공급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나 순응도는 작년 3월 또는 8월에 비해 훨씬 낮았다. 즉, 더 효율적인 대응으로 일상에 대한 개입도 최소화하고 보건 상의 피해도 크지 않게 통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유행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작년 11~12월 3차 유행 때에도, 의료체계를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었다면 초기 사망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월 중순 현재도 여전히 일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여서 완전히 감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리 방역당국의 목표가 확진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통제 조치의 강도를 올리는 것이 맞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전면금지하고, 유흥시설, 식당, 카페 등 감염 전파 위험이 높은 영업장을 모두 닫으며, 영업이 가능한 시설 내에서도 방역수칙을 어기는 영업주/종업원/이용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조치들이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러한 비용으로 인해 이제는 시민들의 협조 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봉쇄를 오랜 기간 유지했던 유럽의 사례에서 봉쇄의 효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럽 여러 국가들이 취한 상업시설 및 작업장 폐쇄, 휴교, 자택 격리, 이동 제한, 모임 금지 등의 방역 대응은 여러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했다. 봉쇄 조치가 취해진 2020년 2/4분기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20%에 육박했으며, 봉쇄 강도가 클수록 경제 피해도 더 큰 경향이 있었다(그림 1-4 참고). 상업시설 및 폐쇄는 생산량 감소와 소득 감소를 동반하며, 휴교는 인적자본의 손실로 귀결된다. 자택 격리와 모임 금지는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의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비용은 방역 대응의 강도가 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봉쇄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특히 1차 유행을 성공적으로 막은 동유럽 국가들은, 이후 2차 유행 시에는 재봉쇄를 단행하지 못했다. 곳곳에서 저항의 움직임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방역 대응의 강도를 다시 올리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따랐고, 이에 따라 감염확산이 심각한 지역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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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와 사회경제적 피해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 의료체계 대응 능력이 갖추어져 있으면 일정 수준까지 확진자가 증가해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체계 효율화, 중환자 설비 확충, 방역 및 의료 인력 보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지난 2월 방역당국은 하루 천 명씩 2주일간 확진자가 발생해도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발표한 바 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중환자 시설 및 인력 등을 확충하고 있다. 이 수준이 넘어가기 전까지 전격적인 거리두기 강화는 불필요해 보인다. 

 

또한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크게 실효성이 없는, 또는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식사 등 감염 전파 위험이 큰 행위에 적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야외에서 열 명이 모여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체접촉을 줄이면 감염확률은 0에 가깝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실내에 갈 때만 모임 단위를 소규모로 줄이면 광범위한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영업금지 업종을 최소화하고 대신 사용 시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관리하는 쪽으로 방역의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실내 환기, 소규모 단위 식사, 유증상 시 외출 자제, 유증상 시 검사받기 등등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이렇게 비용이 낮은 방역수칙을 더 철저히 지킴으로써 거리두기 3단계 같은 고비용 조치를 막을 수 있다. 

 

불균형 시정을 위한 개입

하지만 현재 방역의 패러다임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및 중증화 위험이 낮아지고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야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쌓인 불균형과 당분간 계속될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적재적소에 재정을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유럽의 경우 재확산이 시작되자 신속히 소상공인, 실업자, 임금 감소 노동자 등을 지원하며 소비의 급격한 감소를 저지했다. 그림 5에 보듯 유럽 주요국은 GDP 대비 30~40%가 넘는 대규모 재정 지출 및 금융 지원을 단행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상쇄하려 시도했다. 반면 한국의 지출 수준은 재정지출 GDP 대비 5% 미만, 대출 등 금융 지원 GDP 대비 10%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정부의 더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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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편이긴 해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예상되는 가파른 나랏빚 증가세는 분명 걱정거리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은 지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정 관련 논의에는 수입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재정수입의 대부분은 세금에서 나오며, 세금은 기업과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에서 나온다. 

 

세계경제는 지난해부터 재난의 불평등한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화에 적응한 업종과 고숙련노동자는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한편, 앞서 보았듯 소상공인, 비정규직,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 여성노동자, 구직자 등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는 동안 보건과 교육의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원이 적절히 배분되지 않았다. 이런 불평등한 피해는 단순히 개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체 경제구조를 허약하게 만들고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한다. 자영업자들이 도산하면 임대인들도 금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실업이 지속되면 구직자들이 근로의욕을 잃게 된다. 아픈 사람이 제대로 치료를 못 받으면 노동생산성이 저하된다. 아이들이 교육을 못 받으면 향후 경제 성장을 위한 인적자본이 사라진다. 이를 묵과하면 그 결과는 경제 전체의 붕괴와 그로 인한 세수 저하다. 

 

현재로서 이 위기는 재정지출로 교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정을 아낀다는 명목하에 지금 지출을 늦추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수입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IMF와 OECD가 연말 연초에 낸 보고서는 나랏빚에 대한 관리보다 지출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IMF 2021.2; OECD 2020.12). 특히 잠재 성장률을 올리고 참여형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출' 이상으로 곳간을 '채워서' 장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쟁적으로 대규모 확장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마지막으로 재정 정책은 곧 방역 대책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영업자, 실업자, 노숙인, 이주민 등에 대한 생계지원 및 손실보상은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순응도를 올린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및 방역 관련 공무원 보강과 지원, 의료시설과 중환자 설비 확충, 백신과 치료제 개발·구입 등 보건 분야에서도 재정지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방역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올릴 수 있다. 방역 조치에 따르느라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점은 계속해서 강조되어야 한다. 앞서 우리나라가 유럽에 비해 취약계층 지원이 낮은 편이었음을 보였다. 지원을 통해 협조 여력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의 밀집도를 낮추면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 협조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가 주어진다는 신호를 보내야 '사회적 신뢰'라는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번 위기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다음 위기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된다.

 

나가며 

백신 접종으로 인해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해외 백신 접종 추이를 보면 바이러스가 쉽게 사라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신 수급 문제와 접종 주저 현상으로 인해 접종률을 기대만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 불균형은 바이러스 변이의 빌미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종률 제고를 통해 유행 통제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장기전을 대비한 균형 방역은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그간의 피해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요구된다.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2021년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

시사인(2021.2.17.), “힘든 아이가 더 떠안는 교육 공백의 빚”

장영욱 (2020),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 현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영욱, 윤형준 (2021),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및 2021년 경제회복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일보(2021.5.12), “다가온 '스승의날'... 교사 78% "최근 1~2년 새 사기 떨어졌다"”

IMF Fiscal Monitor Update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FM/Issues/2021/01/20/fiscal-monitor-...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WEO/Issues/2021/01/26/2021-world-eco...

OECD Economic Outlook (2020. 12), https://www.oecd.org/economic-outlook/

OECD (2020), Education at a Glance 2020: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Eurostat. https://ec.europa.eu/eurostat/data.

한국은행(2021),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BOK이슈노트, 2021-9호

 

한국은행(2021.4.27), “2021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59/view.do?nttId=10064135&menuNo=...

 

수, 2021/06/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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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K-방역의 성공은 또다른 개발국가의 모습이었는가

K-방역은 한때 국민적인 자부심과 같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작년 2월 중순에서 한 달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리는 텅텅 비었고, 외국에서 전해지는 한국인에 대한 격리조치와 입국금지 조치 소식에 국가적 자존감은 추락했으며 마스크 몇 장을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은 극에 달하는 듯했다. 하지만 3월 중순부터 서구 유럽국가들의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평소 선진국의 표상이라고 여겨졌던 국가들에서 전국적인 이동제한령(national luckdown)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초기 확산의 중심지였던 대구·경북에 대해 봉쇄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당 대변인이 사퇴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예 전국을 봉쇄하는 나라들을 보게 된 것이다. 마스크 구매 5부제로 마스크 수급도 안정을 찾으면서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대응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러한 K-방역의 성공은 이어진 4월 총선에서 여당에게 180석이라는 역사적 대승을 안겨주었다. 그러자 정부정책에서 K-방역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수록 문제는 더이상 감염병에만 있지 않았다. 감염병으로 초래된 사회경제적인 위기 징후들은 곳곳에서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감염병의 진정과 확산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은 위축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적 고립, 돌봄의 부담은 더욱 취약하고 소외된 계층과 집단에 집중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K-방역의 그늘 아래, 이로 인한 희생과 비용에 대한 부담은 그대로 개개인에게 방치되고 있다.

 

이제 백신이 보급된다고는 하지만 지속적인 변종의 출현 등으로 코로나19의 종식은 점차 불투명한 희망이 되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정착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만큼 무조건적 방역 우선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희생과 피해에 대한 지원 논의가 나올 때마다 재정 안정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분명 나라의 재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할 것인데 이러한 입장이 나올 때마다 국가의 재정을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인가란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기실 이러한 정부의 모습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에 있어서 눈부신 성과를 경험했지만 그 과정에 발생하는 사회적 희생과 피해에는 늘 인색한 전형적인 개발국가의 모습이었다. 이는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민주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도 조금 나아지긴 했다고 해도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 결과가 급속하게 하락한 출생률과 불안정한 고용, 양극화 등 사회적 대가로 이어져도 이에 대한 대응은 늘 부분적이었고, 국민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재정 안정성의 걱정이 우선했다. 그로 인한 비용과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 취약한 개개인과 가족의 몫이었다.

 

성공적인 K-방역은 경제개발 영역이 아닌 사회정책적 대응의 우수성을 보여주었다고 여겨졌기에 개발국가를 벗어나는 전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기대가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방역이라는 국가적 최우선 과제아래 모든 정책과 대응이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취약한 사람들의 희생과 피해, 그리고 국가의 방조는 단지 개발의 자리를 방역이 대신한 것일 뿐이었던가 생각하게 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성장률 방어에 성공하며, 빠른 경제수치의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더욱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삶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결국 방역도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보다는 경제성장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K-방역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응의 명과 암을 다시 조망하면서 여성, 교육에서 나타난 문제와 과도한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문제를 짚어보았다. 최정은 연세대학교 공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최근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불평등한 코로나19의 사회적 피해를 살펴보고 그 취약성을 더욱 드러내고 있는 복지정책의 문제를 다루었다. 방역을 위한 정부조치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 보상문제를 앞장서 제시했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둘러싼 쟁점을 따져보았다.

 

 

물론 K-방역의 성공은 많은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방역에만 편중된 정책은 많은 삶을 저버렸다. 이제 코로나19는 미지의 공포라기보다는 앞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위험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초기의 공포와 이어진 선방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복기를 해볼 때이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지금의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깊어가는 위기를 넘어서 도약과 극복의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수, 2021/06/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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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603" rel="nofollow">[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72호 |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기획주제 : K-방역의 공정성을 묻다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99" rel="nofollow">[기획1] 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피해의 균형 찾기│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96" rel="nofollow">[기획2] 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최정은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전문연구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84" rel="nofollow">[기획3] 개인을 위한 국가인가? 국가를 위한 개인인가?│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

 

동향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81" rel="nofollow">[동향1] 미얀마 사태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전은경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활동가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73" rel="nofollow">[동향2]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 노동자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56" rel="nofollow">[동향3] 한부모기본소득을 제안한다 | 유지영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톡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7543" rel="nofollow">[복지톡] “시민이 감시하는 예산” 나랏돈을 지켜보는 두 눈│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복지칼럼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795581" rel="nofollow">[복지칼럼] 이용자 중심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최영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수, 2021/06/0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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