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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과 로펌, 부자들의 자산 은닉을 위해 한 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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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과 로펌, 부자들의 자산 은닉을 위해 한 팀이 되다.

익명 (미확인) | 화, 2016/04/05- 07:00

유출된 기록에 따르면 수백 개의 은행과 자회사 및 지사들이 무려 15,600개 페이퍼컴퍼니를 등록했다.

라이언 치텀(Ryan Chittum), 쎄실 실리스-갈레고(Cécile Schilis-Gallego), 리고베르토 카르바잘(Rigoberto Carvajal) 기자

두 글로벌 기업은 점차 증가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위협적인 소문도 돌았다.

거대 스위스 금융기관인 UBS와 파나마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는 여러 해 동안 상호 이득을 보는 관계로 상대를 받아들여왔다. UBS에는 자신의 금융 자산을 숨기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원하는 고객들이 있었다. 그리고 모색 폰세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로서 기꺼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미국이 탈세 및 자금 세탁에 대해 형사 기소를 하려 하자, UBS는 피해를 막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은행 이사회는 페이퍼 컴퍼니 비즈니스로부터 빠져 나오고자 했다.

9월 28일 취리히에서 회의가 열린 회의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 UBS가 비밀 계좌 이면의 페이퍼 컴퍼니 소유주들을 확인할 책임은 자신들이 아나라 모색 폰세카에게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모색 폰세카 직원인 디터 부크홀즈(Dieter Buchholz)는 UBS에서 정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UBS 고객을 위해 만든 일부 페이퍼 컴퍼니들의 진짜 소유주가 누구인지 자신들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UBS 간부인 패트릭 큉(Patrick Küng)은 이런 주장에 반대하면서 모색 폰세카가 “스위스 자금세탁법을 위반”했다며당국에 모색 폰세카를 신고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회의를 묘사한 이메일에 나오는 얘기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쥬트도이체 자이퉁(Süddeutsche Zeitung) 및 기타 언론 파트너들이 확보한 1천1백만 건 이상의 모색 폰세카 내부 문서 중에 이와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등장한다. 유출된 기록은 UBS –모삭 폰세카 간의 입씨름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수퍼 리치와 정치인, 범죄자들의 자산 은닉을 도와주는 페이퍼 컴퍼니 산업의 다른 중개인들과 함께 얼마나 친밀하게 일했는지에 대해 전례 없이 상세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유출된 기록을 분석한 결과, 500 곳이 넘는 은행, 자회사 및 지사들이 모색 폰세카와 함께 거의 15,600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등록했다. 이 중 대다수가 1990년대 이후에 설립되었다.

영국의 거대 금융기업인 HSBC와 자회사들이 세운 페이퍼컴퍼니는 2,300 곳이 넘었고, UBS는 1,100 곳이 넘었다. 이 밖에 모색 폰세카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대규모 은행 중에는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979 곳),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378곳), 코메르츠방크 (92곳) 및 크레딧 스위스 (1,105곳)도 포함된다.

역외탈세와 관련한 은행들의 역할에 대해 미국의 조사는 UBS 이외의 회사까지 신속하게 확대되었다. 크레딧 스위스는 “고객들이 미신고 계좌를 숨기도록 가짜 법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운” 범죄 모의 혐의에 대해 2014년 유죄를 인정하고 28억 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스위스 은행 율리우스 바에르(Julius Baer)는 올해 초 5억4천7백만 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스위스의 가장 오래된 은행인 베겔린(Wegelin)은 탈세자들을 도운 혐의로 5천8백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2013년 폐업했다. UBS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이후 전체적으로 최소 80개의 스위스 은행이 미국에 벌금을 지불했다.

“어떤 경우든, UBS는 고객의 요청으로 함께 일해야 하는 회사의 실소유주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우리는 모든 은행 및 비즈니스 관계에 대해 동일하게 엄격한 자금 세탁 금지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UBS 대변인이 성명서에서 밝혔다. 아울러 2010년부터는 “페이퍼 컴퍼니가 설립된 지역의 일부 사법권의 법규 변화와 UBS 내부 정책의 강화 때문”에 고객들을 위한 회사 설립을 “UBS는 적극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색 폰세카 대변인은 성명서에서 “우리는 우리와 다른 로펌들이 준수해야 하는 현존 규칙 및 기준의 엄격한 선을 자주 벗어나는 모든 신규 및 유망 고객에 대해 철저한 자산 실사를 진행한다. 우리 고객 중 다수는 전 세계의 저명하고 평판이 좋은 로펌 및 금융 기관을 통해‘ 찾아오며, 여기에는 자기 고객을 알아야 한다’는 국제 규범 및 자국의 법규의 구속을 받는 주요 대리 은행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류 자산실사(Due Diligence Lite)

2010년 UBS가 새롭게 천명한 공격적인 자세에 대해 모삭 폰세카는 처음에는 오랜 파트너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부크홀즈가 이메일을 통해 긴장감 높았던 회의를 언급하자 모색 폰세카의 제네바 대표인 아드리안 시몬(Adrian Simon)은 이렇게 회신했다. “UBS가 완전히 변했다.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때문에 지금 터무니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적었다.

모색 폰세카의 선임 파트너 3명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졸링거(Christopher Zollinger)는 “UBS가 자기 책임을 밀어버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UBS와 모색 폰세카는 결국 2010년에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생각해냈다. 모색 폰세카는 UBS의 페이퍼 컴퍼니들에 대한 행정 업무를 맡고 UBS 은행 계좌를 유지할 은행 고객들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보통 모색 폰세카는 은행 고객들을 위해 만드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고 관리하기 전에, 고객들이 명백한 범죄행위와 연관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자산실사” 정보의 제공을 은행들에게 요청한다.

그러나 2010년 12월 이메일을 보면, 이제 모색 폰세카는 UBS의 “가벼운 자산실사(DD light)”를 수용하면서, 진정한 소유주에 대한, 그리고 이들이 왜 페이퍼 컴버니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훨씬 적은 서류를 요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모색 폰세카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고객들을 직접 다루게 되며, UBS는 자신과 페이퍼 컴퍼니 세계 사이에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게 된 것이다.

모색 폰세카는 다른 주요 은행들과도 비슷한 합의를 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고객의 페이퍼 컴퍼니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게 된 사실을 유출된 문서는 밝히고 있다. “전 UBS 고객에 대한 이 특별 협정이 제네바의 모든 은행에게 확장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라고 모색 폰세카 로펌의 파트너들은 판단했다.

2010년과 2011년, 모색 폰세카는 크레딧 스위스 및 HSBC와도 고객의 페이퍼 컴퍼니들에 대해 “특별한 관리”를 제공한다고 합의 했다.

프랑스 다국적 금융기관인 소시에떼 제네랄에 대해서는 이 VIP 서비스가 2008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른바 무기명 주식을 사용하는 은행 고객을 위해 설립된 회사에 대해서도 이 서비스가 적용되었다. 무기명 주식을 보유한 기업은 소유주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는다. 만약 무기명주가 당신 손 안에 있다면 당신이 소유주이다. 무기명주는 오랫동안 자금세탁 및 기타 부정행위의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점점 더 엄격해지는 규제 아래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파일에 따르면, 소시에떼 제네랄은 모색 폰세카에게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고객을 위해 매입한 무기명주 기업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모색 폰세카는 이에 동의하고 자산 실사 자료를 전혀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모색 폰세카는 또 소시에떼 제네랄의 페이퍼 컴퍼니들의 주주로 활용할 두 개의 재단을 설립해 당국이 진정한 소유권을 더 알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모색 폰세카는 “(별다른 자산 실사 없이) 분명히 더 높은 위험을 품고 있는…특별히 유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소시에떼 제네랄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다.

소시에떼 제네랄 대변인은 “무기명주식이 존재하는 관할권에서는 세금과 무관하게 합법적인 기밀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예컨대, 어느 잘 알려진 가족이 진정한 안전상의 위험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보호가 필요한 경우가 그러하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자산 실사 요건을 건너뛰지 않았으며, 모색 폰세카에게 건너뛰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소시에테 제네랄은 모든 회사의 실질 소유주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있으며 알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딧 스위스의 대변인은 2013년 이후로 크레딧 스위스는 “세금 규칙화 프로그램”을 실시해왔으며, 이에 따라 민간 고객들은 세금법을 준수한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크레딧 스위스에게는 은행의 모든 고객이 여러 국가에 광범위한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족의 부를 정리하는 등의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금융 구조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모색 폰세카는 “자산실사 절차는 기업 및 사례에 대해 조회를 요청하는 당시 기업을 설립하고자 하는 장소와 그 시기의 실정법에 따라 이뤄진다”고 말했다.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RBC) 대변인은 RBC가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하기 위한” 폭넓은 자산실사 절차를 가지고 있으며 “확실히 이해하기 전까지 거래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메르츠 방크는 코멘트를 거부했다.

합법에서 부도덕으로

은행 고객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들 중 다수는 합법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일부는 부도덕하거나 범죄를 은닉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독재자, 사기꾼 및 마약 밀매자의 간판 역할을 하기도 했다.

UBS가 모색 폰세카를 통해 만든 구조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인 무함마드(Muhammad bin Nayef bin Abdulaziz Al Saud)가 지배하는 페이퍼 컴퍼니들로부터 한 브라질 은행의 붕괴 당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로베르토 비데이라 브란댜오(Roberto Videira Brandão)의 회사, 그리고 미국 사법부로부터 마약 카르텔을 위한 자금 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은행가 출신 탈주자인 마르코 툴리오 엔리케즈(Marco Tulio Henriquez)가 지배하는 회사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다.

2011년 2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할 무렵, 모색 폰세카는 시리아 독재자인 바샤르 아사드(Bashar Assad)의 정치 자금 조달원인 억만장자 라미 마크루프(Rami Makhlouf)와 비즈니스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모색 폰세카는 이미 1996년에 마크루프가 HSBC에 은행 계좌를 보유하기 위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주었다. 모색 폰세카는 전쟁이 가까워지자 HSBC에 우려사항을 경고하기 위해 연락했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2008년 미국 재무부가 마크루프의 자산을 동결하라고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HSBC는 아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모색 폰세카의 파트너들은 마크루프가 HSBC에게 괜찮다면 모삭 폰세카에게도 괜찮다고 결정했다.

모색 폰세카 파트너인 졸링거는 “만약 잉글랜드의 HSBC 본사가 고객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우리도 그를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내가 아는 한, 혐의(루머)는 있지만 확실한 사실이나 임박한 조사 또는 기소는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모색 폰세카는 이들이 거절하면 경쟁 로펌에서 그 비즈니스를 가져갈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입장을 바꿔 마크루프와의 관계를 끝냈다.

정치적으로 노출된 인물들은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거부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적절한 위험 분석 및 관리의 문제일 뿐”이라고 모색 폰세카는 성명서에서 밝혔다.

한 회사를 정말 소유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정부와 개인 및 기업들에게 페이퍼 컴퍼니들과 은행 기밀은 모두 방해가 된다. 로스앤젤레스의 베테랑 민간 금융 조사관인 스티브 리(Steve Lee)가 조사하는 사례들은 자주 페이퍼 컴퍼니와 연관이 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마지막 마일’이라고 부르는…실질 소유자의 이름, 주소, 위치에 대한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단서가 말라버리거나 없어지거나 혹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은행 기밀 및 기밀 관할권은 나쁜 놈들이 사기를 저지르고도 빠져나갈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HSBC는 성명서에서 “혐의들은 오래된 것들이다. 일부 사례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난 몇 년에 걸쳐 우리의 중대하고 잘 알려진 개혁이 실행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는 금융 범죄와 싸우고 제재를 실행하기 위해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속의 영향

유출된 문서를 보면, 고객을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데 개입하는 은행의 관행이 비밀 계좌를 근절하고 탈세자를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말이다.

예컨대 2005년 유럽연합은 유럽저축지침(the European Savings Directive)이라는 새로운 법을 시행하면서 은행들에 대해 유럽 국가에 거주하는 고객의 계좌에 대한 세금을 보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지침은 개인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기업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유출 문서는 은행들이 이 제도상의 허점을 포착하고, 세금 보고 목적으로 개인들의 자산을 역외 페이퍼컴퍼니로 이전시키는 상품을 마케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은행과 연관된 기업들이 모색 폰세카에서 급증했다. 2005년 은행들은 파나마에 기반을 둔 모색 폰세카 및 이 로펌의 해외 사무소와 함께 1,814개 페이퍼 컴퍼니의 설립을 도왔다. 이는 2년 전 543개 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은행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의 수는 2005년 이후 몇 년 간 높게 유지됐다. 2005년과 2008년 사이에는 모색 폰세카를 통해 설립한 회사가 설립된 모든 회사의 3개 중 거의 하나 꼴이었다.

유출된 문서는 2009년 시작된 USB와 그 밖의 은행에 대한 미국 당국의 범죄 조사가 은행의 페이퍼 컴퍼니 이용을 줄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달라는 은행들의 요청은 감소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설립된 회사들 중 다수는 폐업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은행들이 페이퍼컴퍼니 비즈니스를 그만 두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초점을 바꾸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일부 은행은 페이퍼 컴퍼니를 페이퍼 컴퍼니 중개인들에게 넘기고 고객들에게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은행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했다.

2013년 모색 폰세카의 한 직원이 크레딧 스위스와 만난 후 남긴 노트에서 크레딧 스위스의 한 은행가는 “현재 트렌드는 변호사들이 구조를 마련하고 은행은 (구조가 아닌) 은행 계좌를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출된 파일은 2010년부터 은행들이 일부 기업들을 은행의 이름으로부터 개별 은행 직원 이름으로 옮기기 시작한 점도 보여준다. 이런 일이 일어난 까닭은 문서상에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례로 2010년 모색 폰세카가 HSBC에 보내는 이메일에서, 해당 로펌은 페이퍼 컴퍼니들을 유다 엘-말레(Judah el-Maleh)와 네심 엘-말레(Nessim el-Maleh)를 포함한 7명의 HSBC 은행가 개인 이름으로 설정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네심 엘-말레는 이후에 또다른 엘-말레 형제와 함께 마약 거래 자금이 HSBC 계좌를 통해 세탁되었던 파리의 대마초-현금 책략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유다 엘-말레는 2012년 HSBC에서 해고되었고, 작년 HSBC의 자금세탁 조사 합의 건에서 스위스 검찰의 지목을 받았다. 검사들은 그는 합의 사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0년의 또 다른 예에서, HSBC는 히나메르 SA(Hynamer SA)라는 페이퍼 컴퍼니의 운영을 악셀 스턴(Axel Stern)이라는 이름의 은행 직원에게 이전했다. 히나메르는 파나마에서 2008년 모색 폰세카가 HSBC의 스위스 프라이빗 뱅크를 위해 만든 회사이다. 히나메르는 아르투로 델 티엠포 마르케스(Arturo del Tiempo Marques)라는 스페인 비즈니스 임원이 소유한 수많은 스위스 은행 계좌 및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 가운데 하나였다.

2009년 당국은 도미니카의 카우체도항에서 한 화물선을 압수했다. 이 화물선은 스페인의 델 티엠포 회사 중 한 곳으로 화강암을 실어 나르기로 되어있는 화물선이었다. 배에 숨겨진 것은 코카인 1톤이었다. 스페인 법원은 2013년 델 티엠포에 대해 7년6개월 형을 선고했다. HSBC는 2013년 3월까지도 여전히 히나메르와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유출된 문서는 또한 신중한 모습도 드러내고 있다. 모색 폰세카의 미팅 노트에 따르면, 2010년 3월 홍콩의 한 HSBC 은행가는 모색 폰세카에게 “통화 내용이 모두 녹음되니, 민감한 일에 대해서는 은행가의 사무실 번호로 연락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HSBC는 미국에게 19억 달러를 벌금으로 내기로 동의하고, 자금세탁 및 제재에 관한 법을 위반했으며 “의도적으로” 적절한 자산실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형사 기소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5년간의 보호관찰 기간을 두는데 동의했다.

조기 사망 보고

유출 문서는 금융-기밀 비즈니스에 대한 과거의 ‘사망 선고’ 기사들이 이 비즈니스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1991년에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는 “비밀 계좌가 오래가지 못할 것”라고 보도했다. 10년 뒤 포브스(Forbes)는 “프라이빗 뱅킹: 고이 잠드소서”라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은행 기밀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탈세 및 자금 세탁과의 전쟁은 최근 몇 년 사이 더 심해졌고, 시스템은 교묘하게 적응해서 특정 시점에서 금융 시스템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자금을 이전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은 은행 및 부유한 고객들과 새로운 현장에서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게 되었다. 역외 탈세 남용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국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예컨대 2013년 4월, 모색 폰세카의 한 직원은 크레딧 스위스의 은행가인 필리페 두들러(Philippe Dudler)를 만났다. 모색 폰세카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두들러는 모색 폰세카에게 “마이애미의 금융 비밀이 잘 지켜지고, 델라웨어 기업들은 [진짜 소유주가 누구인지] 묻지 않으며, 세금 사기에 쓰일 가능성이 있는 은행 계좌에 대해서…미국 정부는 절대로 반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독일 고객들이 자산을 마이애미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딧 스위스는 지난 3년 간 요건을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크레딧 스위스는 만약 고객이 “납세 규정 준수” 증거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은행 거래 관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2013년 2월, UBS 프라이빗 뱅킹 도이칠란트 AG는 밀톤 데 올리베이라 리라 필로(Milton de Oliveira Lyra Filho)라는 브라질인을 소유주로 해서 파나마에 베닐슨(Venilson Corp.)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라 필로는 브라질 상원의장 레난 칼례이로스(Renan Calheiros)와 친밀한, 인맥이 좋은 로비스트로서 2015년 스캔들 당시 해외 페이퍼 컴퍼니들을 통해 수천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의회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스캔들은 브라질 우편 노동자들을 위한 포스탈리스 연금 펀드와 관련해서 작년에 발생한 스캔들이다. UBS와 모색 폰세카는 리라 필로의 이름이 2011년 브라질 관광청의 부정 이득 스캔들 당시 언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비즈니스 관계를 맺었다. 릴라 필로는 코멘트 요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으며, 기소되지는 않았다.

UBS는 2010년 부로 고객을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일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색 폰세카 문서는 UBS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고객들을 위해 25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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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철이 다가왔습니다. 매년 이맘 때면 국회의원들은 자기 이름을 박아 정책자료집을 경쟁적으로 내놓습니다. 정책자료집은 국정감사 ‘우수의원’을 뽑는 근거로도 쓰입니다. 그러나 과연 정책자료집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적폐청산 프로젝트-국회개혁>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정책자료집의 내용과 발간 비용을 분석하던 중 그 동안 감춰져 온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뉴스타파는 그 결과물을 국회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차례로 보도합니다.

뉴스타파는 19대와 20대 국회의원 482명이 발간한 정책 자료집을 전수조사했다. 국회 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한 자료집 2,568건을 대상으로 했다. 정책자료집 발간에는 연구용역비와 인쇄비 명목으로 국회 예산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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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지난 두달 동안 국회의원들의 정책자료집을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 각주 표기가 있는데 각주 내용은 없는가 하면, ‘아래의 그림으로 나타내었다’라는 문구는 있는데 그 어디에도 해당 그림은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한 국회의원의 정책자료집에 작성 주체가 은행이라는 뜻의 ‘당행’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다.

정책자료집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이 생겼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검토했다. 한 현역의원의 정책자료집에는 “2000년대 초반 사회단체에서 일하던 시절 나는” 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해당 의원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연히 2000년대 초반에도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자료집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국회의원과 사회단체 활동가를 동시에 했다는 말이 된다.

또 2015년 정미경 전 의원이 발간한 ‘해양정책’이라는 제목의 정책자료집에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 지원’ 방안이 나온다. 3년 전 이미 끝난 박람회의 개최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라도 지원해보겠다는 의지였을까?

▲정미경 전 의원의 2015년 정책자료집

▲정미경 전 의원의 2015년 정책자료집

서로 다른 국회의원 2명이 발간한 정책자료집을 비교해 보니 의원 보좌관 출신이 쓴 박사학위 논문과 영문제목은 물론 서론부터 결론까지 100% 일치하기도 했다. 같은 박사학위 논문을 두 의원이 그대로 베낀 것이다. 또 다른 두 의원은 1년 사이를 두고 제목과 내용이 같은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베끼기 정책자료집에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이다.

뉴스타파가 만난 한 보좌관은 이 같은 정책자료집의 베끼기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라며 “한번 쯤 논란이 크게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뉴스타파는 두 달여 동안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정책자료집 표절 행위에 대해 물었다. 의원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반응을 보였다. “그게 무슨 문제냐?”와 “잘못을 인정한다”였다.


취재 : 박중석, 최윤원
촬영 : 김남범,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자료조사 : 김도희, 정혜원

수, 2017/10/1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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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100만 촛불 행진이 청와대 턱밑에서 가로막혔지만, 시민들은 밤샘 집회를 이어가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11월 12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00만, 경찰 추산 26만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수로는 1987년 6.10 민주화항쟁 이후 사상 최대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연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1km 떨어진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좁은 도로 때문에 시민 안전이 우려된다며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경찰 병력에 가로막힌 시민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한 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들이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가기도 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시민들의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성남 민심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다음주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성난 민심에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다음주 주말(19일)에도 계속된다.


취재: 강민수
촬영: 최형석
편집: 박서영

일, 2016/11/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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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왜 그처럼 급격하게 기울어 전복됐을까. 세월호 화물칸 차량에서 수습된 블랙박스 영상 속에는 선내 적재 화물들이 왼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시점과 그 무렵 선체의 기울기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도 남아있다.

급격히 기울어진 선체… 23초 만에 ‘21도 →47도’

C데크 앞쪽 중앙에 위치해 있던 스타렉스의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는 차량들이 일제히 왼쪽으로 밀려 넘어지고 있는 순간 천장에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화물칸 바닥 청소용 스프링클러 파이프에 누수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물줄기는 바로 앞의 기둥과 일정한 각도를 이루고 있다. 물은 중력에 의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선체는 이미 왼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줄기와 기둥이 이룬 각도가 해당 시점에서 선체의 횡경사 각도가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영상에서는 8시 49분 36초 시점에서 처음으로 물줄기가 관찰된다. 영상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시점에서 물줄기와 기둥의 각도는 21도였다. 선체가 왼쪽으로 21도 기울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이후 물줄기와 기둥의 각도는 급격히 커져서 물줄기가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8시 49분 43초 시점에서의 선체 기울기는 35도였던 것으로 측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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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 이후 선체가 얼마나 더 기울어졌는지는 C데크 좌현 벽 쪽에 주차돼 있던 1톤 트럭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영상을 보면 차량들이 급격히 왼쪽으로 쏠린 뒤 운전석 좌측 옆 방향으로부터 한바탕 물이 쏟아지는데, 이 물은 좌측 벽면의 모서리 지점에 고여 출렁이다가 잠잠해진다. 이 시점이 오전 8시 49분 59초였는데, 이때 고인 물의 수면과 벽면 구조물이 이룬 각도를 통해 선체의 기울기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 각도를 3D 분석 기법으로 측정한 결과 무려 47도인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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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통해 세월호 선체는 오전 8시 49분 36초에 21도, 7초 뒤엔 35도, 그리고 다시 16초 뒤엔 47도까지 기울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세월호 선조위는 최근, 참사 당일 세월호가 급격히 기운 직후인 8시 50분 36초에 객실 내에서 촬영된 고 김시연 학생의 휴대전화 영상 속에서 벽면과 커튼이 이룬 각도를 3D 분석으로 측정한 결과 선체가 46.5도 기울어진 상태였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세월호는 불과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왼쪽으로 47도까지 기울어졌고, 이 상태로 표류를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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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기 21도 시점 10초 전부터 급격한 화물 쏠림 상황 확인돼

그렇다면 화물이 미끄러지기 시작한 시점의 선체 기울기는 어느 정도였을까. 앞서 살펴본 스타렉스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선체 기울기가 21도였던 시점은 8시 49분 36초였는데, 트윈데크에 있던 마티즈의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이보다 10초나 앞선 8시 49분 26초부터 화물들이 쏠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감지된다. 이는 선체 기울기가 21도가 되기 이전부터 화물이 왼쪽으로 미끄러져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리소(KRISO), 즉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기존 문헌과 실험에 근거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21도 이내의 기울기에서 미끄러질 수 있는 화물은 컨테이너 혹은 일반잡화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티즈 블랙박스에서 처음 감지된 화물 이동 소리는 D데크에 실려 있던 일반화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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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리소 보고서가 전제한 화물별 미끄러짐 시작 각도를 완전히 신뢰하기도 어렵다. 자동차의 경우, 크리소 보고서는 이론적으로 34.6도부터 미끄러진다고 전제했지만, 실제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는 21도 시점에서도 차량들이 급격히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 분명해진 사실은, 참사 당시 세월호의 화물들은 기존 분석과 조사에서 추정된 것보다 훨씬 작은 기울기에서부터 왼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횡경사가 급속히 빨라져 순식간에 47도까지 기울게 됐다는 것이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정형민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금, 2017/09/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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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해병 잡는 해병대’ 뉴스타파 보도 이후, 해병대 덕산스포텔에서 벌어진 엽기적 가혹행위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가해자 이중사는 결국 구속됐다. 해병대사령부는 또, 이중사의 가혹행위를 묵인해온 부사관 3명은 보직해임 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 병사들은 추가 피해가 없도록 보호 중이며 지난 8월 병사들의 내부고발을 묵살한 사령부감찰실 소속 소령도 처벌할 예정이라고 해병대사령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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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병대의 공식 발표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해병대사령부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덕산스포텔 감찰을 담당했다는 “해병대 감찰실 소령은 ‘전반적 설문 내용이 부대 근무에 다소 힘든 부분이 있지만 만족한다’로 나왔다며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덮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해병대사령부 추광호 정훈공보실장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8월 29일날 스포텔 인원들 설문했습니다. 소령이 설문했는데 소령이 그거를 자기가 그냥 처리해버렸어요. 보고를 따로 안하고 내용에 대한 후속조치를 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자체도 자기 서랍에 넣어놓고 있던 거죠.

하지만 당시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 전 군에 일제 조사가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 감찰을 담당한 소령이 피해 설문지를 서랍에 넣고 덮어버렸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뉴스타파가 입수한 해병대 병사들의 감찰 관련 진술서 내용은 해병대 해명과도 큰 차이가 있다.

피해병사 A

“감찰실에 다 적어 올리고 달마다 하는 설문지에 늘 적어봐도 소용이 없기에 이렇게 글을 써 올립니다”

피해병사 B

“참다참다 참지못한 ㅇㅇㅇ해병은 감찰실에서 조사가 왔을 떄 이러한 내용들을 적었지만 이 일은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없어져 버렸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해병대 가혹행위 보도 이후 현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덕산스포텔을 찾아갔다. 병사들을 괴롭히던 가해자와 구타 가혹행위를 묵인해온 부사관들은 더이상 자리에 없었고, 병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어떻게 될 지 궁금해요. 이 일이 일어나고 난 후에 다른 부대로 간다거나 변화가 있는건지 그런 것들이…

피해병사 C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해병대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감찰 보고 누락 경위 등에 대해 직권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취재: 박대용, 박종화
촬영: 정형민
편집: 박서영

금, 2017/10/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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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엽기적인 폭행과 가혹행위가 장기간 일상적으로 발생했지만 내부에서 묵인, 은폐돼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 8월엔 해병대사령부의 감찰반이 와서 피해 병사들의 진술까지 받아갔지만 두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최근 해병대사령부가 운영하는 해병대 휴양시설인 덕산스포텔, 일명 덕산대에서 복무 중인 해병대 병사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 피해 자술서를 입수했다. 이 자술서엔 덕산대 부사관들이 사병들을 상대로 자행한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이를 묵인한 과정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뚝배기 집게로 병사 혀 잡아 당기기, 주방용 가위를 병사 입과 귀에 대고 자른다고 위협하기, 병따개를 손가락에 끼워 꺾는 동안 웃으며 노래 1절을 부르기, 목공용 공구인 타카를 병사를 향해 쏘기, 빨래 건조대 봉에서 뽑은 철심을 허벅지나 팔에 튕기기, 술을 마시고 들어와 병사의 머리에 야구배트를 크게 휘두르기, 글러브를 끼고 권투를 하듯 병사 때리기 등등.

이 같은 폭행과 가혹행위가 상습적으로 발생한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 덕산스포텔은 해병대사령부와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피해 병사들의 피해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덕산스포텔을 찾았다.

객실과 연회장, 골프장 등이 딸린 군 복지시설, 해병대원 20명 복무

서울에서 약 두 시간 거리. 산비탈에 걸쳐 있는 덕산스포텔은 해병대사령부 본부대 본부중대가 직접 관리하는 군 복지시설이다. 이 곳은 주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는 이른바 핫플레이스다. 바로 앞에는 골프장이 있고 노래방, 목욕탕, 한실과 양실을 겸비한 객실, 그리고 150명은 거뜬히 수용하는 연회장과 룸, 식당이 들어선 4층 복합건물이다. 현역, 전역 해병대 관계자뿐 아니라 민간인도 10% 부가세를 붙인 가격이면 이용할 수 있다. 음식과 주류도 저렴하고, 객실 이용료도 보통 휴양시설보다 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3성 장군인 해병대사령관부터 가족 단위 민간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다.

▲ 주말 저녁은 대부분의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전현직 군인들이 회식장소로 찾는다.

▲ 주말 저녁은 대부분의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전현직 군인들이 회식장소로 찾는다.

덕산스포텔은 상사 1명, 중사 3명 등 4명의 부사관과 사병 16명, 그리고 민간인 군무원까지 총 25명이 근무한다. 병사들은 폭행과 가혹행위가 주로 이 모 중사(26)에 의해 자행됐다고 진술했다. 부사관 4명의 직무는 관리관, 시설관, 보급관, 보좌관으로 나뉜다. 이 중사는 시설관이다. 그는 올해 봄 덕산스포텔으로 근무 명령을 받았다. 이 중사는 덕산스포텔에 빠르게 적응했고 “내가 이곳의 실세”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혀 잡아당긴 집게로 주방 일 해야 하는 병사들

병사들의 피해 진술서에는 피해 당사자로서 쓴 진술도 있고, 동료 병사가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내용도 담겨있다. 취재진이 병사들의 피해 진술서 수십 장을 분석해보니 이 중사가 자행한 폭력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타났다. 구타와 도구를 이용한 폭력 및 가혹행위, 그리고 성희롱이 섞인 언어폭력이었다. 특히 조용하고 겁이 많은 병사들이 주요 폭력의 대상이었다. 다음은 한 피해 해병의 진술서 내용이다.

나는 과업지 후임과 같이 항상 폭행을 당했다. 주먹과 팔꿈치는 기본이고 때로는 도구를 이용해 때리기도 한다. 도구는 가위, 집게, 야구방망이, 가느다란 철봉 타카 등 많다.

뚝배기 집게

▲ 뚝배기 집게

▲ 뚝배기 집게

또 다른 피해 병사는 지난 4, 5월 경 이 중사와 단 둘이 사무실에 있다가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CCTV는 물론 다른 병사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중사는 뚝배기 집게를 들고 이 병사의 혀를 집게로 잡아 당겼다. 다음은 진술서 내용이다.

이oo 중사가 혀를 내밀라고 하여 혓바닥을 잡고 당겼습니다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 취재 과정에서 이 병사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재확인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증언했다.

혀를 내밀라고 해서 이렇게 내밀었더니 더 내밀라고 해서 (집게로) 집어서 당겼습니다.

가위

▲ 덕산스포텔 주방용 가위

▲ 덕산스포텔 주방용 가위

지난 8월 중순 쯤 덕산스포텔 프론트에서 근무 중이던 한 피해병사는 이 중사에게 가위로 위협을 당했다. 점심을 같이 먹지 않고 먼저 먹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밥을 같이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술과 귀에 가위를 들이대며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당시 장면을 목격한 동료 사병은 이렇게 진술했다.

가위로는 후임의 신체 일부를 자른다고 했습니다.

병따개

▲ 덕산스포텔 병따개

▲ 덕산스포텔 병따개

병따개로 괴롭힘을 당한 병사도 있었다.

상습적으로 병따개를 손가락에 끼워서 꺾습니다. 다른 병사들도 많이 당했습니다.

병따개 가혹행위는 다른 병사들도 여러번 목격했다.

병따개로 손가락을 꺾어서 당한 병사가 아파하면 웃으면서 중사 이OO는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노래가 1절이 끝날 때까지 계속 손을 꺾고 있는 거죠.

야구배트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야구배트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야구배트

알루미늄 야구배트도 동원됐다. 이 중사는 야구방망이로 병사들의 팔, 다리는 물론 머리도 가격했다고 한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와 팔을 가격했습니다. 정말로 다른 후임, 선임도 있는데 퍽퍽 소리나서 이걸 이렇게 세게 때리냐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야구배트를 휘둘렀다는 목격 병사의 증언이다.

술을 먹고 스포텔에 온 이OO 중사가 시설근무를 서고 있는 000 해병에게 욕설과 야구배트로 머리를 때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고..

빨래 건조대 철심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빨래 건조대 철심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빨래 건조대 철심

가느다란 철봉은 빨래 건조대의 살인데 허벅지를 주로 때렸습니다.

쇠막대기로 팔뚝을 휘둘렀습니다. 아프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너 번 더 때렸습니다.

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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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스포텔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

▲덕산스포텔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

목공용 공구인 이른바 ‘타카’는 벽에 포스터를 붙일 때나 건물 벽을 세울 때 사용한다.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는 디귿자 형 심을 박는 일반 타카와 바늘처럼 생긴 심을 쏘는 에어 타카 등 2종류였다.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쏘듯 타카를 병사들에게 쐈다고 한다.

타카라고. 스테이플러같은 것인데, 좀 센 스테이플러인데, 그것을 사람한테 쏘는 거죠. 일반 타카는 스테이플러가 좀 센 정도인데 콤프레셔 연결해서 쓰는 타카도 있는데 그건 캔음료에 쏘면 캔음료가 빵꾸날 정도의 강도인데 그걸 사람한테 쏘는 거죠. 총처럼.

뉴스타파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에서 시설관 이 중사를 만났다. 그는 병따개와 야구배트, 타카로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유를 묻자 병사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장난을 쳐서”라고 답했다.

새벽에 술 취해 들어와 근무 중인 병사에게 가족 성희롱도

해병대사령부 덕산대 내에서 일어난 언어폭력, 성희롱 발언도 병사들을 괴롭혔다.

새벽 근무를 서고 있는데, 중사 이OO와 중사 최OO가 술에 취해 스포텔에 왔습니다. 노래방을 이용하고 새벽 3시 30분에 누나를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요구를 하길래 저는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에 누나에게 물어보겠다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중사 이OO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취하면서 “네 덕에 한 번 하겠네”라며 성희롱을 했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표정을 굳히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병사 진술서

방관과 은폐, 그리고 제보

덕산스포텔에서 근무하는 해병 부대의 책임자는 관리관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는 장 모 상사다.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곳에서 일어난 폭력과 가혹행위 일체를 부인했다. 그는 병사들과 “매일 고충상담을 하고 있다”면서도 병사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사 오OO과 상사 장OO 모두 아무 말 없이 넘어가고 방관만 하며 상황을 회피하고 넘어가려고만 했다.

피해병사 진술서

덕산스포텔 근무 해병 16명은 이렇게 절망 속에서 군생활을 지속했다. 그런데 지난 7월, 박찬주 육군 대장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여론이 비등해졌고, 8월 말 덕산스포텔에도 해병대사령부의 감찰반이 나왔다. 사령부 감찰팀은 병사들에게 “우리는 사령관 직속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간부나 누가 터치하는 게 없고 바로 사령관님한테 보고한다. 우리가 다 해결해줄테니 문제 되는 것들 다 써라”고 말했다고 했다. 병사들은 설문조사지를 받아 들고 꼼꼼하게 부사관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와 간부들의 근무태도 불량, 갑질 등을 작성해서 사령부 감찰팀에 제출했다.

병사들은 곧 변화가 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병사들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 취재 중 마침 연회 차 이곳을 방문한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덕산대 감찰 결과를 보고받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전진구 사령관은 “지금 처음 듣는 얘기”라며 “폭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전 사령관은 덕산스포텔에서 음식 조리와 서빙, 시설 관리 등을 담당하는 해병대원들이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고 있는 시기에도 각종 모임과 행사, 연회 등을 위해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 해병대는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고나서야 덕산대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해병대는 피해 병사들을 보호하고, 부사관들의 폭력과 묵인을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바꾸고 싶어서. 솔직히 걱정도 많이 했고 지금도 걱정이 되는데. …알려진다면 제대로 된 조사나 제대로 된 처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령부가 지척에 있는 작은 해병 부대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려온 병사들이, 도저히 내부에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두 달이 넘게 고민하고 피해 진술서를 쓰며 외부에 제보를 결심하고 결행했던 날, 뉴스타파에 보내 온 간절한 바람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 관련 제보를 뉴스타파 홈페이지를 통해 받고 있다.


취재: 박종화, 박대용
촬영: 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 윤석민, 박서영
디자인: 하난희
C.G.: 정동우

수, 2017/10/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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