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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메시, 성룡… 조세도피처의 유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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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메시, 성룡… 조세도피처의 유명인들

익명 (미확인) | 월, 2016/04/04- 03:01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천만 건 이상의 조세도피처 관련 문서에는 각국의 주요 정치인과 유명 영화배우, 스포츠 선수들의 이름도 들어있다. 이들은 왜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을까? 방법은 저마다 달랐지만 이유는 같았다. 돈을 빼돌리거나 과세를 피하려는 의도였다. 조세피난처의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유명인사들의 은밀한 ‘재테크’ 방법을 소개한다.

푸틴 대통령과 거장 첼리스트 로드긴… 우정보다 비즈니스?

2011년 2월 10일, 조세도피처에 설립된 몇 개의 회사 사이에 특이한 거래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조세도피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샌달우드 컨티넨탈(Sandalwood Continental)’이라는 회사가 또 다른 조세도피처 사이프러스의 ‘호르위치 트레이딩(Horwich Trading)’에 2억 달러를 빌려줬다. 얼마 후 샌달우드는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단돈 1달러에 ‘오브 파이낸셜(Ove Financial)’이라는 회사에 팔았다. 이 회사도 샌달우드와 마찬가지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등록된 페이퍼 컴퍼니다.

2억 달러짜리 채권을 단돈 1달러에 사들인 호르위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채권을 다시 조세도피처 파나마에 설립된 ‘인터내셔널 미디어 오버시즈(International Media Overseas)’라는 회사에 팔았다. 2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천4백억 원에 이르는 거금이 하루 동안 조세도피처 세 곳(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사이프러스, 파나마)의 네 개 회사를 돌면서 출처가 깨끗하게 세탁된 것이다.

이런 복잡한 거래는 누구의 지시로, 어떤 이유로 이뤄졌을까?

▲ 하루 사이 일어난 러시아 관련 페이퍼 컴퍼니 4곳의 복잡한 거래

▲ 하루 사이 일어난 러시아 관련 페이퍼 컴퍼니 4곳의 복잡한 거래

회사들의 실소유주를 살펴보면 이 거래를 이해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처음 2억 달러라는 거금을 빌려준 회사 샌달우드는 ‘로시야 은행(Back Rossiya)’의 현직 대표 블라디슬라프 콤티스키가 2006년에 만든 회사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로시야 은행은 미국 재무부가 푸틴 대통령의 자금줄로 지목한 곳이다. 정리하자면, ① 푸틴 대통령의 자금줄 역할을 맡고 있는 은행의 대표가 ② 샌달우드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고 ③ 출처를 알 수 없는 돈 2억 달러를 마련해 ④ 샌달우드를 이용해 비밀리에 다른 조세도피처로 송금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단돈 1달러를 들여 2억 달러와 그 이자까지 받을 권리를 확보한 ‘희대의 투자’를 해낸 ‘인터내셔널 미디어 오버시즈’라는 회사도 푸틴 대통령과 관련되어 있다. 이 회사는 푸틴의 오랜 친구이자 러시아의 거장 첼리스트인 세르게이 로드긴이 지배하고 있다. 세르게이 로드긴은 로시야 은행의 지분도 3% 가량 소유하고 있는 등 거래선의 곳곳에 등장한다. 결국 이 복잡한 거래는, 푸틴과 로드긴 두 사람이 조세도피처를 이용해 2억 달러의 비밀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푸틴 대통령과 첼리스트 세르게이 로드긴

▲ 푸틴 대통령과 첼리스트 세르게이 로드긴

뉴스타파 취재진은 ICIJ 데이터팀이 제작한 사회관계망 분석(SNA) 도구를 활용해 푸틴 관련 회사와 인물들의 연결망을 만들어봤다. 그 결과, 위에서 언급된 4개 회사의 거래는 푸틴 관련 전체 거래의 작은 부분에 불과함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에 유출된 문건을 통해 파악된 푸틴 관련 거래의 총액은 약 20억 달러(한화 약 2.2조원) 규모에 이른다.

▲ ICIJ 데이터팀이 제작한 연결망 분석툴 로 만든 푸틴 관련 거래 개념도

▲ ICIJ 데이터팀이 제작한 연결망 분석툴 로 만든 푸틴 관련 거래 개념도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페이퍼 컴퍼니 이름도 ‘메가 스타’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는 세계적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이름도 등장한다. 제목에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Mega Star Enterprises)’라는 회사 이름이 적힌 문건을 보면, 실제 소유주 이름으로 ‘호세 호라시오 메시’와 ‘리오넬 메시’가 발견된다. 호세 호라시오 메시는 리오넬 메시의 에이전트이자 친아버지다.

메시는 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을까. 이 문건이 만들어진 2013년 6월 전후의 상황을 살펴보면 단서를 얻을 수 있다.

▲ 세계적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이름이 발견된 문건

▲ 세계적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의 이름이 발견된 문건

메시는 같은 달 12일, 스페인 검찰로부터 5백만 달러 규모의 탈세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는 하루 뒤인 13일부터 메시의 법률대리인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 문건에는 메시가 기존의 법률 대리인을 새로운 대리인으로 은밀하게 바꾸려는 과정이 담겨 있다. 스페인 검찰에 파악된 법률 대리인을 알려지지 않은 다른 법률대리인으로 바꾸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메시는 파나마의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를 새 대리인으로 선택했다..

▲ 메시의 법률 대리인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

▲ 메시의 법률 대리인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

모색 폰세카의 도움으로 결국 메시는 새로운 페이퍼 컴퍼니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한다. 이 회사 역시 조세도피처인 파나마에 등록되어 있다.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감시의 눈을 피해 거듭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탈세를 시도하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유명인들의 ‘검은 돈 통로’… 조세도피처의 유령회사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서는 메시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스타들과 유명 영화배우의 이름도 발견됐다. 레오나르도 우요아, 가브리엘 에인세, 이반 사모라노 등 전현직 축구 스타들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가 확인됐다. FIFA의 윤리위원 후안 패드로 다미아니가 운영하는 로펌은, 돈세탁과 금융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FIFA 전 부회장을 위해 일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적 스타 가운데에서는 유명 영화배우 성룡이 최소 6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FIFA 윤리위원 후안 패드로 다미아니

▲ FIFA 윤리위원 후안 패드로 다미아니

조세도피처의 페이퍼 컴퍼니는 스포츠나 영화계 스타 같은 부유층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각국 지도자 등에게도 유용한 ‘검은돈 통로’로 쓰여왔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서는 푸틴을 포함한 12명의 전 현직 세계 지도자들의 이름과 전 세계 128명의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의 금융 거래 내역이 드러났다.

아이슬란드의 현직 총리인 시그민뒤르 귄릭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아이슬란드 은행 세 곳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가지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귄릭손 총리는 자신이 보유한 금융 지분은 감춘 채로, 정부 수장으로서 은행 부실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세 은행의 채권자와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그 채권자들 가운데 한 명이 귄릭손 총리였다는 사실이 이번 문건 유출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 아이슬란드 총리 시그민뒤르 귄릭손

▲ 아이슬란드 총리 시그민뒤르 귄릭손

부패나 탈세 등 각종 기업형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온 세계 지도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탈세 방지를 외쳤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경우, 그의 아버지 이안 캐머런이 세금 회피 목적으로 조세도피처의 로펌을 이용했음이 드러났다. 부패 척결을 내세웠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관련된 이름들도 나왔다. 시진핑의 처남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2009년 2개의 회사를 설립했고,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전현직 상무위원 8명의 가족들도 페이퍼 컴퍼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시진핑 국가 주석과 그의 주변인들

▲ 시진핑 국가 주석과 그의 주변인들

※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 공동 취재 프로젝트를 주관한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작성한 기사를 번역해 공개한다.


취재 : 정재원
촬영 : 김남범
편집 :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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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서울병원 의사 1명 또 감염…확진 185명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또 한 명 늘어 모두 185명이 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어제(7월 3일)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24세 여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써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모두 90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은 13명이다.

신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퇴원자는 2명이 늘어 모두 111명이 됐다. 신규 퇴원자는117번째(여, 25세)와 156번째(남, 66세) 환자다.

※ 현재까지 감영경로가 불확실한 119번째, 175번째, 178번째 확진자와 구급차에서 감염된 133번째, 145번째 확진자를 제외한 모든 메르스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발병병원과 경유병원 등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부의 공식 발표(6월 7일)보다 앞선 지난 6월 5일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일, 2015/07/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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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복원된 4개의 C데크 차량 블랙박스 영상 가운데 트윈데크에 실려 있던 마티즈의 영상에 주목했다. 이 블랙박스에는 G센서, 즉 충격 감지장치가 내장돼 있었고, 그 정보가 화면에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G센서의 수치들은 선체가 받은 충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세월호 침몰 원인이 외부로부터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는 일각의 주장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뉴스타파는 G센서의 수치 분석을 통해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기 전, 외부 충격이나 내부 폭발 등 G센서 수치를 크게 변동시킬만한 상황이 있었는지를 검증했다.

세월호에 선적된 이후에도 계속 차체에 전달되는 충격 감지

트윈데크에 실려 있던 마티즈의 블랙박스 영상의 하단에는 x, y, z로 표시된 수치들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블랙박스에 내장된 G센서, 즉 충격 감지장치가 표시해주는 값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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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센서는 블랙박스 기기가 주변의 충격에 따라 전후, 좌우, 상하로 얼마만큼 움직였는지를 수치화해 준다. 기기에 따라, 충격의 정도를 절대값 혹은 상대값으로 표시하는데, 상대값으로 표시한다는 건, 통상 1초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상태의 충격치를 일정한 수치로 나타내 준다는 뜻이다. 블랙박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블랙박스에 나타난 G센서 정보도 ‘상대값’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마티즈 블랙박스 영상에 표시된 G센서값은 인천항에서 세월호 화물칸에 실린 이후부터 제주도를 향하는 내내 +3에서 -3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는 엔진의 떨림, 혹은 선체가 일렁이는 데 따른 미세한 흔들림이 반영된 수준의 수치였다.

만약 참사 당시 세월호를 크게 기울게 할 정도의 충격이 있었고 그로 인해 화물이 한쪽으로 밀려간 것이라면, 화물 이동이 시작되기 이전 시점에서 이 G센서값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어야 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화물 이동’ 감지되기 전엔 일관되게 G센서값 변동 거의 없어

마티즈의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 화물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포착된 시점은 오전 8시 49분 26초였다. 그 이전 시간대엔 어느 구간에서도 G센서값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화물 이동 소리가 들리기 10초 전부터의 구간은 초당 30프레임으로 나눠서 G센서값을 일일이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3에서 -3 범위에서만 미세하게 움직였음이 확인됐다. 마티즈 블랙박스의 G센서 수치는 차량들이 왼쪽으로 쏠리는 모습이 육안으로 관찰되는 시점 이후에야 최대 -76까지 급격히 변화했다.

이같은 수치 변화를 살펴본 한 블랙박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책임연구원은 “세월호와 같은 큰 배가 기우는 데 영향을 줄 정도의 충격이 존재했다면 차량 자체의 충격 흡수율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이 블랙박스의 경우 G센서 수치가 적어도 10 정도로는 표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당시 화물 이동을 야기할 만한 외부 충격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해석인 것이다.

지금까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둘러싼 핵심 논쟁 중 하나는, 화물 쏠림 때문에 급격한 횡경사가 발생했느냐, 아니면 어떤 외부충격 때문에 배가 기울고 그 결과로 화물이 이동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 속의 G센서 값은 세월호의 급격한 횡경사가 외부 충격에 따른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정형민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금, 2017/09/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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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이 되면 시중은행에서는 ‘눈치게임’이 벌어진다. 예고된 시각에 인사 결과가 발표되는 일은 드물다. 1~2시간 늦어지는 것은 예사이고, 그보다 더 늦어지면 이미 승진 축하연이 벌어진 후에야 인사 결과가 나오는 헤프닝도 왕왕 있다.

암묵적인 승진 통보를 미리 받았지만 정작 최종 인사 발표에서는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항의를 하려해도 불가능하다. 누가 어떤 기준에 의해 인사를 결정했는지는 ‘경영권자의 재량’이라는 명목 하에 철저히 불문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인사 평가 담당자인 지점장은 ‘좋은 평가를 했는데도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다’는 말을 반복한다. 문제는 어떤 직원을 만나도 같은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은행가 ‘깜깜이 인사’가 빚어낸 인사철 촌극이다. 이른바 ‘줄대기’ 이외에는 확실한 승진 방법이 없다는 은행 직원들의 자조적인 말이 떠돈다.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두고 은행권에서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 청탁과 줄대기가 힘을 발휘하는 곳은 비단 채용 단계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용 비리가 은행권의 좁은 문을 통과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면, 인사 비리는 우리 금융의 공공성 전반을 흔드는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내부 감사 문건 입수…30명 중 1명은 부당 인사

뉴스타파는 시중은행 인사의 내막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에서 작성한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이다. 2014년 상반기 인사에 대해 이뤄진 특별감사 결과를 담은 이 문건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윤종규 회장에 보고할 목적으로 작성됐다.

▲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 작성)

▲ ‘감사 관련 주요 이슈’ 문건(2014년 11월 KB국민은행 경영감사부 작성)

이 문건에 따르면, 특별감사를 통해 4개 유형의 규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본부장이 개인평가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이다. 51개 본부 가운데 31개 본부장이 총 376건의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본부장이 부점장이 평가한 개인평가점수에 대해 ±5점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을 위반하고 5~10점의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사부서가 사전에 중요인사기준을 결정해야한다는 내부 지침을 위반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결정해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임의적인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은행장에 보고해 별도의 결재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조차도 지키지 않았다.

이같은 임의적인 인사를 통해 부당하게 승진·승격하거나 이에 제외된 사례는 총 21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서를 바꿔 승진·승격한 사례가 48건, 부당하게 승진·승격에서 제외된 사례는 167건에 이르렀다. 기준에 따라 승진·승격 대상, 기준을 정하도록한 내규를 위반한 것이다.

자격이 없는 대상자가 다른 후보자들의 승진 기회를 뺏는 일도 있었다. 내규에 따라 승진·승격 대상 제외자로 분류됐던 135명이 추천후보군에 임의로 포함됐고, 이 가운데 29명은 본부장의 추천까지 받았다. 특별감사에 나선 경영감사부가 어느 본부장이 누구를 추천했는지 확인하려하자 관련 명단은 비밀 유지라는 명목 하에 전산DB에서 삭제됐다.

2014년 말 당시 국민은행 전체 일반직원의 수는 약 16000명. 직원 30명 중 한 명은 2014년 상반기 인사에서 부당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본 셈이다.

“은행 비리의 시작과 끝은 인사, 임기동안 이것 하나 바꾸려했지만…”

취재진은 당시 이 문건의 작성 책임자였던 정병기 전 KB국민은행 상임감사를 통해 이 문건의 내용을 확인했다. 정 전 감사는 2014년 초 당시 인사시스템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4년 초 상임감사 취임했을 당시 KB국민은행의 상황은 참담했다. 일본 동경지점 부당대출로 사람이 자살하고, 내부 통신 전산망 관련 문제가 불거졌고, 카자흐스탄 은행에 대한 투자로 1조 원을 날렸다. 개인 직원들의 일탈 문제로 보지는 않았다. 조직 내부 비리의 시작과 끝은 인사와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인사에서 비리가 발생했다는 제보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상임감사 3년간 인사시스템 하나만은 개선하자고 마음먹었다. 아마 은행의 인사시스템을 손보겠다 했던 것은 내가 역사상 최초였을 것이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2개월간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팀(TFT)도 가동됐다. 정 전 감사가 강조한 인사시스템의 개혁 방향은 ‘투명성’ 확보였다.

정작 직원들은 평가 결과를 모른다. 인사팀에 평가 결과를 알려주자고 하면 ‘시끄러워진다’고 하더라. 그것이 문제라고 본다. 투명하지 않으니까 한번에 수백 건씩 외부 청탁자들에 의해 기준과 순서를 바뀌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직원들 입장에선 맹목적 충성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조건 밖으로 가서 일단 뛰는 것 밖에 없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정 전 감사는 당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인사 관련 개혁과제를 이어받아 추진하겠다 약속했지만 자신의 퇴임과 함께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내부 장치도 없어졌다. 윤 회장 임기인 지난 3년간 상임감사직은 공석으로 유지됐고, 문건을 작성한 경영감사부는 해체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지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측은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렴해 올해 상반기 인사부터는 희망직원에 한해 업무 평가 내용을 ‘최우수’, ‘우수, ‘보통’으로 분류해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진이 뽑겠다하면 시스템은 그저 시스템일뿐”

‘깜깜이 인사’는 KB국민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KEB하나은행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조직 개편을 단행해 최순실 씨의 조력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인사시스템의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 초부터 실적이 우수한 퇴직 지점장을 재채용하는 인사를 시행하고 있다. 함영주 행장의 ‘인사 파격실험’으로 불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상 사적 금전 대차, 성추행 사건 등으로 물러났던 문제적 인물들이 복귀한 것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성추행 사건으로 퇴직했던 이 모 전 지점장이 적정한 검증 절차없이 재채용된 사실이 금감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 KEB하나은행 재채용 건 민원에 대한 금융감독원 회신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제공)

▲ KEB하나은행 재채용 건 민원에 대한 금융감독원 회신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제공)

금감원 조사 결과에 대해 김정한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두 최고경영진 김정태 회장·함영주 행장에서 비롯된 인사 적폐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등은 지난 2일 ‘하나금융지주 적폐 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하고 김정태 회장·함영주 행장에 대한 퇴진 운동에 나선 상태다.

검증을 철저히 하느냐, 안하느냐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고경영자가 채용하겠다는 지시가 내려오면 인사채용 시스템은 단순히 시스템일뿐이다. 이런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회장과 행장 밖에 없다. 이것 자체가 KEB하나은행에 만연한 인사적폐고, 이들 최고경영진부터 청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한 / 전국금융산업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

“은행가 인사 난맥상, 피해자는 국민”

전문가들은 은행의 고질적인 인사 비리가 단순히 한 민간기업의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준과 원칙없는 인사가 은행을 부실하게 만들고, 그 부실은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사가 만사다. 승진해야할 사람이 승진하지 않고 엉뚱한 사람이 승진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금융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상품, 새로운 정책,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코드에 맞추기, 줄서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조연행 /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은행의 부실이 이전돼서 사회로 갈 것이 두렵다. 일반 기업같으면 자금 경색이 일어나 시장에서 도태되지만, 은행은 망하지 않고 부실이 계속 쌓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경제위기 오면 내부의 부실을 안고 있다가 한번에 그 핑계로 다 넘겨버리지 않겠나. 그것이 IMF였다. 엄청나게 많은 금융 비리가 드러났지만 그때가서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국민들이 다 떠안는 것이다.

정병기 /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

[11월 28일 추가]

기사가 나간 뒤 KB국민은행은 뉴스타파에 뒤늦게 해명문을 보내왔다. 국민은행 측은 “2014년 특별감사 이후 인사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본부장의 개인평가점수 조정권한은 제한됐으며, 사후 결재가 문제가 된 인사 세부심사기준은 은행장 사전 결재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승진·승격 대상자와 제외자 선별 절차는 혼선이 없도록 명단을 미리 확정해 통보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으며, 전산DB에서 삭제돼 문제가 됐던 추천인 관련 자료도 현재는 누적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또 전 직원을 상대로 인사 기준을 고지하고 있으며, 희망자에 한해 자신의 인사 평가 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월, 2017/11/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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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20대 국회의원과 의원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정책개발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온 정책연구 실태를 검증한 결과 표절 등 엉터리 정책연구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해당 예산을 국고에 전액 반납하는 국회의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현재 예산을 국고에 반납했거나 반납 절차를 진행 중인 의원은 모두 5명이다.

▲ 2018년 1월 5일 뉴스타파가 방송한 국회개혁 프로그램 1부

▲ 2018년 1월 5일 뉴스타파가 방송한 국회개혁 프로그램 1부

※ [국회개혁]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민낯 1부 : 세금의 블랙홀(링크)

신용현 의원, 400만 원 반납
“국민의 세금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2016년에 진행한 정책연구 2건이 인용과 출처 표기 없이 다른 사람의 논문 베껴 제출한 사실이 뉴스타파 보도로 밝혀진 이후, 해당 표절 정책연구에 들어간 국회 예산 400만 원을 전액 국고에 반납 조치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1월 9일 취재진에게 보낸 메일에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들어간 의원실의 용역 결과가 (표절로 드러나)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회 예산 집행을 더 철저히 검증해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의원 500만 원 반납
“표절금지 서약서 도입 등 제도개선에 노력하겠다.”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학위논문을 베낀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예산 500만 원을 반납조치 했다. 김 의원은 1월 4일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메일을 보내 “(표절) 연구용역비 전액을 국회사무처에 환불 신청했다”고 전해왔다, 김 의원은 이와 함게 표절 금지 서약 작성을 의무화하고 검증 절차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위논문을 베껴 만든 표절 정책연구의 실무진행을 맡았던 비서관 등 2명의 보좌진은 의원 면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주 장관, 478만 원 반납.
“국민 세금이 표절 정책연구에 쓰여져 송구스럽다.”

국회의원 출신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1월 2일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국회예산 국회 예산 500 만원 중 세금을 제외한 478만 원을 국고에 반납 조치했다. 김영주 장관 측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표절 정책연구에 쓰여져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설훈 의원, 300만 원 반납 진행 중
“잘못은 인정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표절 정책연구와 정책자료집에 들어간 300만 원의 예산을 국고에 반납하도록 국회사무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훈 의원은 지난해 12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후 조치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고 국고 반납을 약속한 바 있다.

하태경 의원 100만 원 반납 진행 중
“적절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

하태경 의원(바른정당)도 2015년 표절 정책연구에 쓰인 예산 100만 원을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 의원은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이기 때문에 국회사무처와 협의를 통해 적절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돌려드리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의원 정책연구 892건 검증

뉴스타파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지난해 6월 국회를 상대로 20대 국회의원과 의원출신 공직자들이 수행한 정책연구 집행 내역 공개를 요청했다. 그 결과 모두 193명이 892건의 정책연구를 수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국회예산은 32억 원이 집행됐다. 1건 당 평균 350만 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뉴스타파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6개월 동안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 용역실태와 비용을 추적해왔다.

국회의원의 정책연구 사업은 정책개발과 입법활동 명목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관련 연구를 맡기는 형태로 이뤄진다. 용역비용은 국회 예산 중 정책 및 입법개발비 항목에서 집행되고 있다. 정책연구 용역은 정책자료집 발간과 함께 국회의원의 주요 의정활동의 하나다.

그러나 정책연구 용역 실태를 검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회 도서관에 등재돼 있는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는 전체 검증 대상이 892건 이었으나 불과 250여 건뿐이었다. 개별 의원실에서 생산한 정책연구의 경우, 국회 기록관리 규정상 국회 도서관 등록이 의무화되지 않은 탓이다. 나머지 정책연구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질의서 193명 중 133명 답변서 보내, 59명은 답변 없어

뉴스타파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4일부터 정책연구의 전체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193명 전원에게 질의서를 보내 정책연구의 결과보고서와 수탁받은 연구자를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133명이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러나 답변서를 보내 온 일부 의원들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연구자와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한 59명의 국회의원은 답변서조차 보내오지 않았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정책연구였지만 이들 의원들이 수행했다는 정책연구 결과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었고, 담당 연구자도 파악할 수 없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 정보의 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고,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권리”라고 말했다. 서복경 교수는 또 “국회가 주요 정보를 공개를 하지 않으면 불신뿐 아니라 음로론까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면서 “내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의 전체규모와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국회를 상대로 공개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래는 뉴스타파에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59명의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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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박중석, 최윤원
데이터 최윤원
촬영 김남범
웹디자인 하난희
자료조사 최유리

수, 2018/01/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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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철이 다가왔습니다. 매년 이맘 때면 국회의원들은 자기 이름을 박아 정책자료집을 경쟁적으로 내놓습니다. 정책자료집은 국정감사 ‘우수의원’을 뽑는 근거로도 쓰입니다. 그러나 과연 정책자료집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적폐청산 프로젝트-국회개혁>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정책자료집의 내용과 발간 비용을 분석하던 중 그 동안 감춰져 온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뉴스타파는 그 결과물을 국회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차례로 보도합니다.

뉴스타파는 19대와 20대 국회의원 482명이 발간한 정책 자료집을 전수조사했다. 국회 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한 자료집 2,568건을 대상으로 했다. 정책자료집 발간에는 연구용역비와 인쇄비 명목으로 국회 예산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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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지난 두달 동안 국회의원들의 정책자료집을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 각주 표기가 있는데 각주 내용은 없는가 하면, ‘아래의 그림으로 나타내었다’라는 문구는 있는데 그 어디에도 해당 그림은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한 국회의원의 정책자료집에 작성 주체가 은행이라는 뜻의 ‘당행’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다.

정책자료집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이 생겼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검토했다. 한 현역의원의 정책자료집에는 “2000년대 초반 사회단체에서 일하던 시절 나는” 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해당 의원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연히 2000년대 초반에도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자료집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국회의원과 사회단체 활동가를 동시에 했다는 말이 된다.

또 2015년 정미경 전 의원이 발간한 ‘해양정책’이라는 제목의 정책자료집에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 지원’ 방안이 나온다. 3년 전 이미 끝난 박람회의 개최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라도 지원해보겠다는 의지였을까?

▲정미경 전 의원의 2015년 정책자료집

▲정미경 전 의원의 2015년 정책자료집

서로 다른 국회의원 2명이 발간한 정책자료집을 비교해 보니 의원 보좌관 출신이 쓴 박사학위 논문과 영문제목은 물론 서론부터 결론까지 100% 일치하기도 했다. 같은 박사학위 논문을 두 의원이 그대로 베낀 것이다. 또 다른 두 의원은 1년 사이를 두고 제목과 내용이 같은 정책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베끼기 정책자료집에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이다.

뉴스타파가 만난 한 보좌관은 이 같은 정책자료집의 베끼기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라며 “한번 쯤 논란이 크게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뉴스타파는 두 달여 동안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정책자료집 표절 행위에 대해 물었다. 의원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반응을 보였다. “그게 무슨 문제냐?”와 “잘못을 인정한다”였다.


취재 : 박중석, 최윤원
촬영 : 김남범,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자료조사 : 김도희, 정혜원

수, 2017/10/1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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