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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재료로 만든 정직한 곡물롤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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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재료로 만든 정직한 곡물롤과자

익명 (미확인) | 월, 2016/03/28- 17:42

[생산지탐방]

믿음직한 한살림 재료로 만든 정직한 맛, 곡물롤과자

- 한살림서울 중서지부 가공분과/ 개미식품

 완연한 봄이라 그런지 소풍처럼 떠난 길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듬성듬성 핀 노란 개나리, 활짝 웃어주는 벚꽃들을 보며 저절로 나오는 감탄사들…“어머! 벌써 개나리가 피었네”“저 쪽에는 벚꽃도 피었어” 호들갑을 떨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개미식품에 도착했네요.

개미식품은 마을모임이나 소모임의 대표 간식인 곡물롤과자를 작년 5월부터 한살림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1978년 광명제과로 시작하여 1995년 개미식품으로 상호를 변경, 2013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크리스피롤 과자를 생산하게 되었답니다. 개미식품의 신조는 ‘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보다 안전한 위생을, 보다 나은 환경을’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고 품질의 크리스피롤과자를 생산할 수 있는 힘이 여기에서 나오는 듯합니다.

 

개미식품 4

 

개미식품이 만드는 크리스피롤과자 중 한살림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거기에 들이는 노력은 상당합니다. 한 달에 하루, 요일을 정해 한살림 물품만 생산하는데 시중에 내는 물품과 같은 생산라인을 사용하는 까닭에 원료가 섞일까 조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일 작업이 끝나면 청소를 하는데 한살림 물품을 생산하기 전날에는 더욱 열심히 하신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바닥 등 깨끗한 청소상태를 보니 왠지 더욱 믿음이 갔구요. 원료도 시중 제품 원료와 따로 구분된 공간에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한살림 무농약 이상의 8곡 혼합곡물분말(현미, 찰옥수수, 백미, 찰보리, 수수, 찹쌀, 검정콩, 서리태)과 생강분말, 누룽지분말 등은 생산하기 1주일 전에 공급받는다고 합니다. 신선한 원료로 정성껏 만든, 정말 믿음직한 곡물롤과자입니다.

기계 설비 등은 외부에 노출하기를 부담스러워하셔서 생산과정은 눈에만 담아왔습니다. 금속탐지기를 거친 원료는 반죽-성형-건조가 하나의 과정으로 완전 자동화되어있는 설비를 통과하며 곡물롤과자로 재탄생합니다.  포장은 따로 구분된 공간에서 반자동화된 기계와 수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한살림 곡물롤과자는 기름에 튀기지 않고 전기압을 이용해 부피를 늘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유처리 과정이 없어 더욱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답니다. 유기농 설탕과 천일염 이외에 맛을 내기 위한 별도의 양념 처리를 하지 않아 곡물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도 한살림 곡물롤과자만의 특징이지요.

지금은 땅콩이 들어간 것만 있지만 딸기나 단호박이 들어간 곡물롤과자도 개발 중이라 하니 조만간 다양한 맛의 곡물롤과자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믿을 수 있는 분이 만드는 믿을 만한 과자를 만나고 와서일까요? 개미식품 근처 남한산성을 스쳐 돌아오는 길에는 더욱 깊은 봄내 음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김미선 한살림서울 중서지부 가공분과 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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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호(638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산두레유한회사 김종희 생산자

 

소시지란 무엇일까. ‘으깨어 양념한 고기를 돼지 창자나 인공 케이싱에 채워 만든 가공식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소시지를 이렇게 정의했다. 모든 문장에 행간이 있듯 짧게 쓰인 저 과정에도 빈 곳이 있다. 실제로 저렇게 만든다고 우리가 먹는 소시지가 되진 않는다. 집에서 그대로 따라 만든다면 아마도 거무튀튀한 색깔에, 씹으면 단백질과 지방이 조각조각 부스러져 입안에서 따로 놀고, 밖에 조금만 놔둬도 미생물이 증식해 미끈거리는, 결코 입에 넣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될 것이다.

예전의 소시지는 염장이나 오랜 훈제 작업을 거쳐 맛과 식감을 잡고 보존성을 높였지만, 효율과 비용을 중시하는 지금의 기업들은 합성첨가물로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질산나트륨 같은 발색제로 먹음직한 빛깔을 내고, 인산염류의 결착제를 사용해 식감을 높이며, 소르빈산칼륨 등의 보존제로 미생물 증식을 막아 오랫동안 신선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든다.

문제는 일정량 이상의 합성첨가물이 우리 몸에 의도치 않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아질산나트륨은 소화 과정에서 고기 속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민과 만나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인자를 생성한다. 인산염은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몸속 칼슘까지 빼앗아 인산칼슘으로 변한 뒤 몸 밖으로 빠져나가 뼈와 치아를 부실하게 만든다. 소르빈산칼륨은 그 자체로 고기의 단백질과 결합해 발암물질을 생성하고, 아질산나트륨과 함께 사용할 경우 DNA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되짚어보자. 돼지 창자나 인공 케이싱에 으깬 고기를 넣은 것에 합성첨가물을 주입하지 않으면 소시지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데 그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꼬마소시지는 그에 대한 한살림의 대답이다.

 

한살림 생산자가 사육부터 가공까지

 

한살림 꼬마소시지는 산두레유한회사(이하 산두레)에서 만든다. 산두레는 한살림에 한우고기와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한살림축산식품(이하 한축식품)에서 2018년 독립해 나왔다. 한축식품은 한살림과 한살림생산자연합회 그리고 괴산지역의 축산 생산자들이 만든 한살림축산영농조합법인(이하 한축회) 등이 출자한 곳이다.

한축회 생산자가 키운 한우와 돼지는 도축된 뒤, 한축식품에서 부위별 한우고기·돼지고기로 발골·가공되고, 산두레에서 소시지·햄 등 육가공품으로 다시 태어나 한살림 조합원에게 공급된다. 사육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이 한살림 안에서 이뤄지니 조합원은 믿고 먹을 수 있고, 생산지 세 곳은 소비 걱정 없이 좋은 재료로 생산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가 한살림 꼬마소시지의 특별함을 만든다.

“한살림 육가공품은 한살림 한우고기와 돼지고기 중 100% 소비되지 않는 부위를 버리지 않기 위해 시작되었어요. 한살림 꼬마소시지는 한살림 돼지고기 뒷다리살 부위로 만들죠. 뼈에 붙은 살과 껍데기, 지방 등을 잡다하게 섞은 시중 소시지랑은 질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한살림 우리보리살림돼지를 기본으로 하고, 모자랄 경우 무항생제돼지고기를 사용하니 재료부터 믿을 수 있지 않나요?” 한축식품(당시 괴산두레식품)에서 육가공품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인 2003년부터 함께 해온 김종희 생산자의 설명에서 자부심이 읽혔다.

 

김종희 생산자가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한살림 육가공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축식품 가공공장의 현장 직원으로 시작한 그는 생물학 전공과 전기 분야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축식품의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왔다.

“원래 햄·소시지를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조합원의 문의 사항에 답변하고 품목제조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를 맡기더라고요. 생산량이 늘면서 가공공장을 추가로 만들어야 했을 때는 전기공사를 해봤다는 이유로 각종 인허가부터 설비 구성까지 떠안았죠. 하하. 새로운 일이 맡겨질 때마다 힘들긴 했지만 그 덕에 제 고민이 묻어 있지 않은 부분이 없다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불필요한 성분은 빼거나 천연유래 재료로 대체

 

김종희 생산자가 말하는 한살림 꼬마소시지의 차별점은 무언가 대단한 것을 추가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한살림 소시지의 행보는 오히려 불필요한 성분이나 과정을 하나둘씩 빼거나 대체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처음부터 고려하지도 않았어요. 훈연하면 자연스럽게 먹음직한 색이 나고 연기로 막을 씌워주는 과정에서 저장성도 어느 정도 올라가거든요. 항산화성이 높은 로즈마리분말을 이용하니 굳이 소르빈산칼륨 등의 보존제를 넣지 않아도 되죠. 가장 큰 차별점은 인산염을 대체하는 패각칼슘이에요. 그 전에도 구아검 등 천연유래 재료를 활용했지만 오랜 연구를 거쳐 꼬막 껍질에서 추출한 패각칼슘으로 꼬마소시지의 식감을 높이고 있어요.”

지금의 꼬마소시지는 까다로운 한살림의 자주기준보다도 한 발짝 더 나아간 상태다. 산 성분을 활용한 가수분해 방식의 효모 추출물을 빼낸 것, 염도를 기준보다 낮춘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다.

“시중 소시지의 성분표를 보면 제조사의 이름을 담은 시즈닝이 표시되어 있어요. 한살림 꼬마소시지에도 ‘한살림비엔나시즈닝’이 들어가죠. 시즈닝을 만들 때 농축액을 쓰지 않고 허브가루로만 만든 게 한살림 꼬마소시지의 숨겨진 특징이에요. 농축액을 쓰면 어느 때고 동일한 맛을 내기 쉽지만 농축 과정에서 산 성분을 활용해야 하니 저희는 그것을 뺐죠. 그러면서도 균질한 맛을 유지해야 해서 매번 고생해요. 덜 짜게 만들어달라는 조합원들의 요청에 따라 염도를 낮춘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근육이 소금 성분을 만나 추출된 염용성 단백질이 소시지의 식감을 좋게 만들고 저장성을 높이거든요. 덜 짜게 만드는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짧아지고 씹는 맛도 조금 줄었죠.”

 

 

더 나은 맛과 풍미를 위한 고민

‘한살림답게 만들려는 의지가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더 맛있고 품질 좋은 소시지를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조합원들이 요청한다면 한살림의 자주기준 안에서 욕심을 조금 내려놔도 좋지 않을까.’ 김종희 생산자는 요즘 고민이 많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시중 소시지에 비해 씹는 맛과 풍미가 덜하고, 유통기한이 짧은 것이 현주소이니까요. 한살림에서 소시지가 처음 나왔을 때 반겨주셨던 옛 조합원들은 여전히 응원해주시지만, 꼬마소시지를 처음 접한 조합원이 아쉬워하는 점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그렇다고 새로운 천연물질을 찾아서 연구하고 기능을 끌어올려 실제 물품에 적용하기까지 기간을 생각하면 막막하죠. 패각칼슘도 개발하여 특허를 내고 상용화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거든요. ‘이 첨가물은 식품공전에서 허용한 기준보다 훨씬 적게 넣어도 품질이 확실히 달라질 텐데’ 싶은 마음이 수시로 들어요. 하하.”

좋은 소시지란 무엇일까. 합성첨가물이 가득해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감칠맛이 좋고 오래 놔둬도 변하지 않으며 저렴하기까지 하다면 좋은 소시지라 할 수 있을까. 풍미는 조금 떨어져도 우리 가족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좋은 소시지가 아닐까. 좋은 것의 기본을 정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일 것이다.

 

글·사진 김현준 / 영상 윤연진 편집부


화, 2020/10/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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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6월호(645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한바탕 비가 온 다음날인 5월 18일, 충북 괴산에 있는 감물흙사랑공동체를 찾았다. 코로나19와 한창 바쁜 농사일로 많은 생산자가 모이지는 못했지만 회원이 70개 농가나 되는 큰 공동체이다. “우리 공동체는 지난 20년 동안 친환경 유기농사를 하고 싶다고 오는 사람들에게 한 번도 안 된다고 한 적이 없어요. 같이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한살림 정신에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엄격한 공동선별 공평한 공동정산

감물흙사랑공동체(이하 흙사랑공동체)는 여러 작물을 친환경 유기농사로 짓는 소농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농가가 열 가지 넘는 품목을 농사짓는데 이게 오히려 친환경 유기농업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단일 품목을 몇 만 평씩 하면 친환경으로 하기 쉽지 않거든요.” 윤영우 공동체 대표의 말이다.

흙사랑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선별. 회원들은 공동체 입고기준에 따라 자기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오전 10시 전에 공동작업장에 입고한다. 회원의 역할은 거기까지고, 다음부터는 법인의 역할이다. 특히 공동체 회원은 선별작업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왜 돈 들여 품 사서 하냐, 우리가 직접 하면 되지 않냐 그래서 한번 그렇게 했어요. 그런데 객관적으로 못 해요. 나랑 친한 집이 브로콜리를 갖고 와도 기준에 안 맞으면 딱 빼야 하는데 사람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런 일이 생기면서 ‘우리 회원들은 아예 선별에서 손 떼자’ 이렇게 정리를 해버린 거예요.”

그래서 흙사랑공동체는 지역주민에게 선별작업을 맡긴다. 지역주민은 일자리를 얻고, 흙사랑공동체는 좋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식이다. 윤영우 대표는 “그게 품위를 잘 유지하는 방법”이라며, “좋은 품질의 물품을 내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동선별과 함께 흙사랑공동체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공동출하와 공동정산. 공동선별한 생산물은 공동체에서 책임지고 출하하며, 모든 회원은 자신의 생산물이 어디에 얼마만큼 출하되느냐에 상관없이 생산량에 대해 공동정산을 받는다.

“2004년 한 창고에 저장해 놓은 브로콜리 2,000상자가 전부 노랗게 떠버린 일이 있었어요. 거기에 자기 물품이 다 들어간 회원도 있었고 하나도 없는 회원도 있었죠. 그때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좋은 일도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2,000상자를 폐기한 손해를 모든 농가가 같이 나누면서 공동정산을 시작했죠.” 그때부터 벼는 벼대로 양배추는 양배추대로 품목별 공동정산 체계를 마련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공동정산을 하면서 회원끼리 더 연대하게 됐어요. 자기의 농업기술을 감추지 않고 다른 회원에게 알려주려고 해요.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면서 서로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거예요.”

이규웅 생산자는 공동출하, 공동정산의 장점으로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작물 기르고 수확하는 것만도 힘들고 바쁜데 우리는 상자에 담아보내기만 하면 끝이니까 편하고 좋아요. 소포장하고 매출 계산하고 그런 일을 안 해도 되니 손이 훨씬 덜 가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죠.”

 

생산계획량 배분방식에 대한 자부심

흙사랑공동체가 이렇게 공동작업 방식으로 운영되는 데에는 농민운동의 영향이 컸다. “이도훈 전 공동체 대표를 비롯한 초기 회원 상당수가 전부터 농민회 활동을 열심히 하던 분들이에요. 농민 스스로 힘을 모아 같이 잘해보자는 마음들이 강했죠.” 윤영우 대표는 이러한 공동체 운영방식이 “대단히 한살림스럽다”고 자부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회원 간의 동등한 생산계획량 배분방식을 들었다.

“소득이 높고 비교적 농사짓기 쉬운 작물은 오래된 생산자나 하던 사람이 계속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새로 온 청년이나 귀농인은 어려운 작목을 해야 하는 현실이 있지요. 하지만 우리 안에서는 ‘내가 오래된 회원이니까 더 많이 짓겠다’ 이런 주장이 성립 안 돼요. 기존 회원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 들어온 회원에게도 동등하게 배분합니다.”

흙사랑공동체는 내년도 생산계획을 8월부터 취합해 1월에 전체 회원이 다함께 모여 생산조정회의를 한다. 이때 각자 제출한 생산계획량과 품목을 협의하며 공동체 배정량을 나누는데 매년 그 내용을 바꾼다는 것. “농사를 많이 짓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너무 많으면 수확할 때 다 감당하지 못하거든요. 결국 그건 품질 저하로 이어지죠.”

흙사랑공동체의 이러한 점이 알려지면서 지난해에만 15농가가 같이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대부분 30~40대로 20대도 있다. 흙사랑공동체 평균연령은 56세로 2020년 한살림 생산자 전체 평균연령 63.2세를 이미 밑도는데 더 ‘젊은 공동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12년 전 귀농한 이규웅 생산자도 흙사랑공동체에 처음 왔을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처음엔 사람도 농사도 모르고 돈도 없고 막막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공동체가 안내자 역할을 한 거죠. 저를 포함해서 지역 귀농인들의 어려움을 많이 해결해준 게 아직도 고마워요. 모든 생산과 관계들이 함께 가는 이런 공동체, 이런 농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흙사랑공동체는 ‘사람·자연·지역과 더불어 사는 유기농 지역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한편, 괴산먹거리연대 사회적협동조합에 참여해 소농이 소외되지 않고 주체가 되는 푸드플랜을 설계하는 데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감물면 주민을 대상으로 복지사업과 지역운동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사회적협동조합 다함께 세상도 설립했다.

이처럼 흙사랑공동체가 친환경 유기농업을 넓혀나가고, 더 많은 친환경 유기농민을 만들어내며,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건 한살림 조합원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한살림을 만나서 한살림 생산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해요. 생산자로서 더 잘해야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요.”

이에 힘입어 농촌에서 누구나 힘들면 쉬었다 가는 ‘아름드리나무’ 역할을 하는 흙사랑공동체. 한살림 조합원과 생산자가 일으키는 선순환은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글 이선미 편집부 사진 류관희

금, 2021/07/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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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8월호(646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조합원과 함께 토종벼 손모내기에 한창이던 문경 희양산공동체를 찾아갔다. 새벽부터 시작했다는 것 치곤 영 진도가 나가지 않은 모양새가 의아했는데, 지켜보니 일하는 시간보다 새참으로 막걸리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었다. 그런들 어떠랴. 날은 맑고, 술맛은 좋으며, 삐뚤빼뚤 모를 심어도 어차피 김은 우렁이가 맬 텐데. 오늘 가장 중요한 건 ‘어울리는 일’이니 알고 보면 모두들 본업에 충실한 중이다.

 

마을의 일부가 되어 농촌을 살린다

귀농인 중심으로 결성되어 회원 대부분이 귀농인으로 이루어진 희양산공동체는 ‘농부로서의 삶’보다 ‘농촌에서의 삶’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였다. “희양산공동체를 알려면 먼저 ‘희양산마을’이라는 마을공동체를 이해해야 해요. 원래부터 지역에서 농사짓던 사람, 귀농한 사람, 귀촌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마을에 한살림 생산공동체가 일부로서 속해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농사와 활동을 공동체에 한정하지 않고 마을 단위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귀농 19년차인 장기호 공동체 대표의 말이다. 농촌에는 농사짓는 사람만 있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어야 우리 농업과 농촌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희양산공동체에서 농사를 대하는 태도도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크게 농사짓고 높은 소득을 올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래서 농사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도 힘쓰죠.” 농사로만 생계를 꾸리지 않고 소규모로 농사짓는 이유 중 하나로, 실제로 희양산공동체는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근본은 농사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특히 친환경 유기농업을 고집한다. “귀농학교 등을 거쳐 여기로 귀농한 사람들은 유기농을 안 하는 걸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쉽지 않고 잘 안되죠. 그래도 유기농을 포기하고 관행으로 해야겠다고 하기보다는 면적을 조금 줄이더라도 유기농으로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올해로 귀농 10년차인 김경미 생산자도 올해 유기농 고추농사가 잘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3년 전 전업농부가 되면서 한살림 생산자가 되었어요. 논 다섯 마지기 짓고 밭 1,500평에 고추와 결명자를 심었는데, 5월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고추는 약정량을 포기했고 결명자도 병이 와서 다시 심어야 해요. 그래도 서로 품앗이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게 힘이 돼요.”

 

어울려짓기, 들어보셨나요?

희양산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어울려짓기’. 농사짓고 싶은 사람 30여 명이 십시일반으로 논을 빌려 공동경작하는 활동을 10년 이상 해오고 있다. “어울려짓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한 달에 한두 번은 와서 때마다의 농사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농촌에서의 삶을 경험하게 되지요.” 농사를 경험하고 농촌공동체 안에서의 소통을 배운다는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는 활동으로, 특히 귀농귀촌에 관심 있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어울려짓기를 통해 수확한 쌀은 참여한 사람들이 조금씩 나누어 가져가고, 나머지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로 밥을 지어먹는 운동 현장에 후원한다. “해마다 400kg 정도를 나누는데 제주 강정마을과 성주 사드 반대 현장,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에도 보냈어요.” 희양산공동체가 ‘어울려 사는’ 이웃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환경운동도 공동체가 함께

희양산공동체는 옷되살림운동과 하루쉼표의날 등 한살림 기후위기 대응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살림 생산공동체이기 때문에 작은 마을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활동을 알고 참여할 수 있지요. 농사를 짓다 보니 기후위기에 관심이 큰데 한살림 소식지를 많이 활용합니다. 생산자 각자가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기 힘드니까 공동체 월례회의 때 소식지에 나온 이야기를 같이 나눠요.” 이와 관련하여 장기호 대표가 바라는 점은 기후위기에 대한 영상자료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 “마을 모임할 때 같이 보고 사람들한테 공유도 할 수 있게 3~5분 정도 되는 짧은 동영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영농폐기물 분리배출과 친환경세제 사용 등을 실천하는 희양산공동체는 자체적으로 막걸리 병재사용도 하고 있다. “농사지은 쌀이 많이 남아서 막걸리를 빚었는데 플라스틱 병이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안되겠다 싶어서 마을 안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유리병에 담아 재사용하기로 했죠.” ‘희양산 막걸리’를 만드는 이재희 생산자는 올 초부터 시작한 막걸리 병재사용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한다. “깨끗하게 씻은 병만 회수하고 그렇지 않은 건 마신 사람에게 다시 씻어서 내놓게 하죠. 회수한 병은 열탕소독한 뒤 말려서 쓰고요. 이런 게 공동체 생활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조금 귀찮아도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거죠.”

 


자체적으로 옷되살림운동을 독려하고 전기절약을 실천하는 포스터를 만들 만큼 기후위기 대응에 진심인 희양산공동체. 세월호 7주기도 공동체가 함께 기렸다.

 

더 깊은 교류로 조합원과 만나다

희양산공동체는 올해부터 한살림경기남부 조합원들과 함께 토종벼 어울려짓기를 시작했다.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조합원 5~10명이 생산지에 와서 볍씨 파종부터 논농사 전 과정을 함께한다. “전부터 도농교류를 해왔지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우르르 와서 관광지 구경하듯 생산지를 슥 돌아보고 대표 이야기 듣고 가는 것에 한계를 느꼈어요. 그 역시 조합원이 생산지를 경험하는 데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좀 더 깊게 서로를 알 수 있는 도농교류를 하고 싶었죠.” 기계로 할 수 있는 모내기를 굳이 손으로 하고, 크지 않은 논에 네 가지 토종벼를 심은 것도 조합원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것일 테다. 코로나19로 대규모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시대에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살림 구성원으로서 한살림 물품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매장이 멀고 공급받기 어려운 환경인데도 지역한살림에 요청하여 올해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공급받는다. 장기호 대표는 이러한 일이 한살림 생산자와 조합원이 서로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조합원은 생산에 직접 참여해 보고 생산자도 물품을 이용함으로써 조합원이 생산자가 되고 생산자가 조합원이 되어야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한살림의 정신이 진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희양산공동체를 만나고 ‘진짜’ 한살림 생산공동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농사를 잘 짓고 좋은 품질의 물품을 생산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생산자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소홀하지 않고, 이웃과 수확을 기쁘게 나누며, 우리 사는 환경과 지구를 위한 생활실천에도 힘쓰는 것. 그리고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조합원과 발을 맞춰 나가는 것.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을 함께해나가는 희양산공동체 덕분에 한살림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글 이선미 사진 김현준 편집부

 

 

 

 

 

 

금, 2021/07/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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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호(64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매콤한 고춧가루로 찾아갈고추 모종이 잘 크고 있습니다 이술범 울진 반딧불공동체 생산자우리 공동체는 주로 건고추를 내고 있어요. 저도 4,000평 땅에서 고추농사를 지어 연평균 4,000~4,500근 정도 고추를 수확하고요. 1월 말에 심은 씨앗이 이제 한 뼘 정도 싹을 틔웠어요. 본밭에 정식하는 5월 초까지 무탈히 잘 길러야겠죠. 올해는 토박이고추인 ‘수비초’와 ‘돌격탄’이라는 품종을 심었습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지역에 맞는 품종으로 같이 고른 건데, 말렸을 때 모양이 예쁘고 매운맛이 너무 강하지 않답니다.2002년 아버지가 하시던 농사를 이어받아 한살림 생산자가 됐으니 올해로 19년.......

화, 2021/03/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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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6월호(645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한바탕 비가 온 다음날인 5월 18일, 충북 괴산에 있는 감물흙사랑공동체를 찾았다. 코로나19와 한창 바쁜 농사일로 많은 생산자가 모이지는 못했지만 회원이 70개 농가나 되는 큰 공동체이다. “우리 공동체는 지난 20년 동안 친환경 유기농사를 하고 싶다고 오는 사람들에게 한 번도 안 된다고 한 적이 없어요. 같이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한살림 정신에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엄격한 공동선별 공평한 공동정산 감물흙사랑공동체(이하 흙사랑공동체)는 여러 작물을 친환경 유기농사로 짓는 소농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농가가 열 가지 넘는 품목을 농사짓는데 이게 오히려 친환.......

금, 2021/07/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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