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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단 활동 옹호 신문 기고, 알고보니 국정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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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단 활동 옹호 신문 기고, 알고보니 국정원 작품

익명 (미확인) | 수, 2016/03/09- 15:40

지난 2013년 7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회 국정조사 기간에 한 대학교수의 이름으로 지역일간지에 실렸던 국정원 옹호 내용의 기고문이 사실은 국정원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직원은 지난 2013년 7월 현직 대학 교수에게 국정원 대북심리전 활동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이메일로 전달했고 이 기고문은 이틀 후 강원도의 한 일간지에 오피니언 기고문 형태로 그대로 실렸다. 뉴스타파는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수사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 직원, 왜 기고문을 전달했나

검찰이 2013년 8월 압수수색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A 씨의 이메일을 보면 A 씨는 같은 해 7월 23일 신원 미상의 B 씨에게 ‘안부 문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낸다. 이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국정원 직원이 고려대 조영기 북한학과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해당 주소는 강원도 지역일간지 편집국장의 주소다.

▲ 국정원 직원이 고려대 조영기 북한학과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해당 주소는 강원도 지역일간지 편집국장의 주소다.

이메일에 나오는 주소는 당시 강원 지역의 한 일간지 편집국장 김 모 씨의 이메일 주소다. 김 씨는 현재 이 신문사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메일에는 역시 ‘안부문의’라는 제목의 한글 문서 파일이 첨부돼 있다.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을 받은 B 씨는 고려대 북한학과 조영기 교수로 확인됐다. 조영기 교수는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안부문의’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에는 ‘국정원 댓글사건과 개혁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글이 담겨 있다. 이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국가정보원이 국정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소위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불거진 정치개입 의혹 때문에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왜냐하면 ‘댓글사건’과 연관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여야 한다는 실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국정감사를 받는다는 초유의 사실 때문이다.

이 글은 ‘국정원의 댓글활동’이 종북활동에 대한 대북심리전이라면서 정당성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당시 국정원이 내놓았던 공식입장과 판박이다.

해방공간으로 전락한 사이버공간을 방치하는 것은 종북활동을 방치하자는 것이며, 대북심리활동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과 같다…국정원 댓글 활동은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정원 댓글활동’에 대한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심의 초점은 변질되는 것을 목도하였다. 즉 정쟁의 와중에 종북활동에 대한 대북심리전이라는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면서 정치개입의혹으로 사건을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정치개입의혹만 불거지고 대북심리전의 정당성은 무시되고 있다.

이 글은 특히 “18대 대선 때 ‘국정원 댓글’ 때문에 표심을 바꾼 유권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의문스럽다”며 “‘국정원 댓글’이 매스컴에서 이슈로 등장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수백 개의 댓글로 정치조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억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국정원 직원이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

▲ 국정원 직원이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

국정원 직원이 조영기 교수에게 보낸 이 글은 2013년 7월 25일 자 강원도의 한 일간지에 조 교수의 이름으로 오피니언 기고면에 그대로 실렸다. 국정원 직원이 첨부한 문서의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 2013년 7월 25일 강원도의 한 지역신문에 실린 기고.

▲ 2013년 7월 25일 강원도의 한 지역신문에 실린 기고.

조영기 교수는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 2015년 1월 조 교수가 위원으로 내정됐을 당시 일부 언론에서 이 기고문을 문제삼아 편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처음부터 기고문을 작성해 조 교수에게 전달해 신문사에 기고하게 한 것인지 아니면 조 교수가 먼저 작성해 국정원 직원의 수정과 확인을 거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열리던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 직원이 대학교수의 이름을 빌려 마치 전문가의 목소리인양 국민을 상대로 여론 조작을 한 셈이다.

또 조영기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라고 하더라도 언론 기고문을 사전에 국정원과 주고받았다는 것은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한 여론 대응에 있어 교수와 국정원이 협조관계에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어서 이 역시 국정원이 지역 일간지의 기고문 하나까지 간섭하고 관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기고문을 자신이 보낸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메일을 주고받은 “A(국정원 직원)라는 사람은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수업에 들어가야 하니 나중에 통화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메일 질의에도 답변이 없었다.

당시 기고문이 실렸던 지역일간지의 편집장이었던 김 씨는 “A라는 직원은 당시 강원 지역에서 언론을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으로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A 씨가 기고를 실어 달라는 부탁을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기억은 없다”며 “수년 전 일이기도 하고 일주일에도 여러 개의 기고가 왔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에게 국정원 옹호 기고문을 보냈던 국정원 직원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으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댓글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이메일을 보낼 당시인 2013년 7월에는 심리전단이 사실상 해체된 상태에서 지역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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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해병 잡는 해병대’ 뉴스타파 보도 이후, 해병대 덕산스포텔에서 벌어진 엽기적 가혹행위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가해자 이중사는 결국 구속됐다. 해병대사령부는 또, 이중사의 가혹행위를 묵인해온 부사관 3명은 보직해임 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 병사들은 추가 피해가 없도록 보호 중이며 지난 8월 병사들의 내부고발을 묵살한 사령부감찰실 소속 소령도 처벌할 예정이라고 해병대사령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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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병대의 공식 발표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해병대사령부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덕산스포텔 감찰을 담당했다는 “해병대 감찰실 소령은 ‘전반적 설문 내용이 부대 근무에 다소 힘든 부분이 있지만 만족한다’로 나왔다며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덮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해병대사령부 추광호 정훈공보실장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8월 29일날 스포텔 인원들 설문했습니다. 소령이 설문했는데 소령이 그거를 자기가 그냥 처리해버렸어요. 보고를 따로 안하고 내용에 대한 후속조치를 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자체도 자기 서랍에 넣어놓고 있던 거죠.

하지만 당시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 전 군에 일제 조사가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 감찰을 담당한 소령이 피해 설문지를 서랍에 넣고 덮어버렸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뉴스타파가 입수한 해병대 병사들의 감찰 관련 진술서 내용은 해병대 해명과도 큰 차이가 있다.

피해병사 A

“감찰실에 다 적어 올리고 달마다 하는 설문지에 늘 적어봐도 소용이 없기에 이렇게 글을 써 올립니다”

피해병사 B

“참다참다 참지못한 ㅇㅇㅇ해병은 감찰실에서 조사가 왔을 떄 이러한 내용들을 적었지만 이 일은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없어져 버렸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해병대 가혹행위 보도 이후 현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덕산스포텔을 찾아갔다. 병사들을 괴롭히던 가해자와 구타 가혹행위를 묵인해온 부사관들은 더이상 자리에 없었고, 병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어떻게 될 지 궁금해요. 이 일이 일어나고 난 후에 다른 부대로 간다거나 변화가 있는건지 그런 것들이…

피해병사 C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해병대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감찰 보고 누락 경위 등에 대해 직권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취재: 박대용, 박종화
촬영: 정형민
편집: 박서영

금, 2017/10/2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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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서 엽기적인 폭행과 가혹행위가 장기간 일상적으로 발생했지만 내부에서 묵인, 은폐돼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 8월엔 해병대사령부의 감찰반이 와서 피해 병사들의 진술까지 받아갔지만 두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최근 해병대사령부가 운영하는 해병대 휴양시설인 덕산스포텔, 일명 덕산대에서 복무 중인 해병대 병사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 피해 자술서를 입수했다. 이 자술서엔 덕산대 부사관들이 사병들을 상대로 자행한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이를 묵인한 과정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뚝배기 집게로 병사 혀 잡아 당기기, 주방용 가위를 병사 입과 귀에 대고 자른다고 위협하기, 병따개를 손가락에 끼워 꺾는 동안 웃으며 노래 1절을 부르기, 목공용 공구인 타카를 병사를 향해 쏘기, 빨래 건조대 봉에서 뽑은 철심을 허벅지나 팔에 튕기기, 술을 마시고 들어와 병사의 머리에 야구배트를 크게 휘두르기, 글러브를 끼고 권투를 하듯 병사 때리기 등등.

이 같은 폭행과 가혹행위가 상습적으로 발생한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 덕산스포텔은 해병대사령부와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피해 병사들의 피해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덕산스포텔을 찾았다.

객실과 연회장, 골프장 등이 딸린 군 복지시설, 해병대원 20명 복무

서울에서 약 두 시간 거리. 산비탈에 걸쳐 있는 덕산스포텔은 해병대사령부 본부대 본부중대가 직접 관리하는 군 복지시설이다. 이 곳은 주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는 이른바 핫플레이스다. 바로 앞에는 골프장이 있고 노래방, 목욕탕, 한실과 양실을 겸비한 객실, 그리고 150명은 거뜬히 수용하는 연회장과 룸, 식당이 들어선 4층 복합건물이다. 현역, 전역 해병대 관계자뿐 아니라 민간인도 10% 부가세를 붙인 가격이면 이용할 수 있다. 음식과 주류도 저렴하고, 객실 이용료도 보통 휴양시설보다 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3성 장군인 해병대사령관부터 가족 단위 민간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다.

▲ 주말 저녁은 대부분의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전현직 군인들이 회식장소로 찾는다.

▲ 주말 저녁은 대부분의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전현직 군인들이 회식장소로 찾는다.

덕산스포텔은 상사 1명, 중사 3명 등 4명의 부사관과 사병 16명, 그리고 민간인 군무원까지 총 25명이 근무한다. 병사들은 폭행과 가혹행위가 주로 이 모 중사(26)에 의해 자행됐다고 진술했다. 부사관 4명의 직무는 관리관, 시설관, 보급관, 보좌관으로 나뉜다. 이 중사는 시설관이다. 그는 올해 봄 덕산스포텔으로 근무 명령을 받았다. 이 중사는 덕산스포텔에 빠르게 적응했고 “내가 이곳의 실세”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혀 잡아당긴 집게로 주방 일 해야 하는 병사들

병사들의 피해 진술서에는 피해 당사자로서 쓴 진술도 있고, 동료 병사가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내용도 담겨있다. 취재진이 병사들의 피해 진술서 수십 장을 분석해보니 이 중사가 자행한 폭력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타났다. 구타와 도구를 이용한 폭력 및 가혹행위, 그리고 성희롱이 섞인 언어폭력이었다. 특히 조용하고 겁이 많은 병사들이 주요 폭력의 대상이었다. 다음은 한 피해 해병의 진술서 내용이다.

나는 과업지 후임과 같이 항상 폭행을 당했다. 주먹과 팔꿈치는 기본이고 때로는 도구를 이용해 때리기도 한다. 도구는 가위, 집게, 야구방망이, 가느다란 철봉 타카 등 많다.

뚝배기 집게

▲ 뚝배기 집게

▲ 뚝배기 집게

또 다른 피해 병사는 지난 4, 5월 경 이 중사와 단 둘이 사무실에 있다가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CCTV는 물론 다른 병사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중사는 뚝배기 집게를 들고 이 병사의 혀를 집게로 잡아 당겼다. 다음은 진술서 내용이다.

이oo 중사가 혀를 내밀라고 하여 혓바닥을 잡고 당겼습니다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 취재 과정에서 이 병사를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재확인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증언했다.

혀를 내밀라고 해서 이렇게 내밀었더니 더 내밀라고 해서 (집게로) 집어서 당겼습니다.

가위

▲ 덕산스포텔 주방용 가위

▲ 덕산스포텔 주방용 가위

지난 8월 중순 쯤 덕산스포텔 프론트에서 근무 중이던 한 피해병사는 이 중사에게 가위로 위협을 당했다. 점심을 같이 먹지 않고 먼저 먹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밥을 같이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술과 귀에 가위를 들이대며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당시 장면을 목격한 동료 사병은 이렇게 진술했다.

가위로는 후임의 신체 일부를 자른다고 했습니다.

병따개

▲ 덕산스포텔 병따개

▲ 덕산스포텔 병따개

병따개로 괴롭힘을 당한 병사도 있었다.

상습적으로 병따개를 손가락에 끼워서 꺾습니다. 다른 병사들도 많이 당했습니다.

병따개 가혹행위는 다른 병사들도 여러번 목격했다.

병따개로 손가락을 꺾어서 당한 병사가 아파하면 웃으면서 중사 이OO는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노래가 1절이 끝날 때까지 계속 손을 꺾고 있는 거죠.

야구배트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야구배트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야구배트

알루미늄 야구배트도 동원됐다. 이 중사는 야구방망이로 병사들의 팔, 다리는 물론 머리도 가격했다고 한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와 팔을 가격했습니다. 정말로 다른 후임, 선임도 있는데 퍽퍽 소리나서 이걸 이렇게 세게 때리냐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야구배트를 휘둘렀다는 목격 병사의 증언이다.

술을 먹고 스포텔에 온 이OO 중사가 시설근무를 서고 있는 000 해병에게 욕설과 야구배트로 머리를 때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고..

빨래 건조대 철심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빨래 건조대 철심

▲ 덕산대 가혹행위에 사용된 빨래 건조대 철심

가느다란 철봉은 빨래 건조대의 살인데 허벅지를 주로 때렸습니다.

쇠막대기로 팔뚝을 휘둘렀습니다. 아프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너 번 더 때렸습니다.

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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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스포텔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

▲덕산스포텔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

목공용 공구인 이른바 ‘타카’는 벽에 포스터를 붙일 때나 건물 벽을 세울 때 사용한다. 가혹행위에 사용된 ‘타카’는 디귿자 형 심을 박는 일반 타카와 바늘처럼 생긴 심을 쏘는 에어 타카 등 2종류였다.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쏘듯 타카를 병사들에게 쐈다고 한다.

타카라고. 스테이플러같은 것인데, 좀 센 스테이플러인데, 그것을 사람한테 쏘는 거죠. 일반 타카는 스테이플러가 좀 센 정도인데 콤프레셔 연결해서 쓰는 타카도 있는데 그건 캔음료에 쏘면 캔음료가 빵꾸날 정도의 강도인데 그걸 사람한테 쏘는 거죠. 총처럼.

뉴스타파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에서 시설관 이 중사를 만났다. 그는 병따개와 야구배트, 타카로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유를 묻자 병사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장난을 쳐서”라고 답했다.

새벽에 술 취해 들어와 근무 중인 병사에게 가족 성희롱도

해병대사령부 덕산대 내에서 일어난 언어폭력, 성희롱 발언도 병사들을 괴롭혔다.

새벽 근무를 서고 있는데, 중사 이OO와 중사 최OO가 술에 취해 스포텔에 왔습니다. 노래방을 이용하고 새벽 3시 30분에 누나를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요구를 하길래 저는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에 누나에게 물어보겠다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중사 이OO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취하면서 “네 덕에 한 번 하겠네”라며 성희롱을 했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표정을 굳히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병사 진술서

방관과 은폐, 그리고 제보

덕산스포텔에서 근무하는 해병 부대의 책임자는 관리관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는 장 모 상사다.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곳에서 일어난 폭력과 가혹행위 일체를 부인했다. 그는 병사들과 “매일 고충상담을 하고 있다”면서도 병사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사 오OO과 상사 장OO 모두 아무 말 없이 넘어가고 방관만 하며 상황을 회피하고 넘어가려고만 했다.

피해병사 진술서

덕산스포텔 근무 해병 16명은 이렇게 절망 속에서 군생활을 지속했다. 그런데 지난 7월, 박찬주 육군 대장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여론이 비등해졌고, 8월 말 덕산스포텔에도 해병대사령부의 감찰반이 나왔다. 사령부 감찰팀은 병사들에게 “우리는 사령관 직속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간부나 누가 터치하는 게 없고 바로 사령관님한테 보고한다. 우리가 다 해결해줄테니 문제 되는 것들 다 써라”고 말했다고 했다. 병사들은 설문조사지를 받아 들고 꼼꼼하게 부사관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와 간부들의 근무태도 불량, 갑질 등을 작성해서 사령부 감찰팀에 제출했다.

병사들은 곧 변화가 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병사들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덕산스포텔 현장 취재 중 마침 연회 차 이곳을 방문한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덕산대 감찰 결과를 보고받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전진구 사령관은 “지금 처음 듣는 얘기”라며 “폭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전 사령관은 덕산스포텔에서 음식 조리와 서빙, 시설 관리 등을 담당하는 해병대원들이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고 있는 시기에도 각종 모임과 행사, 연회 등을 위해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 해병대는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고나서야 덕산대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해병대는 피해 병사들을 보호하고, 부사관들의 폭력과 묵인을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바꾸고 싶어서. 솔직히 걱정도 많이 했고 지금도 걱정이 되는데. …알려진다면 제대로 된 조사나 제대로 된 처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령부가 지척에 있는 작은 해병 부대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려온 병사들이, 도저히 내부에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두 달이 넘게 고민하고 피해 진술서를 쓰며 외부에 제보를 결심하고 결행했던 날, 뉴스타파에 보내 온 간절한 바람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 관련 제보를 뉴스타파 홈페이지를 통해 받고 있다.


취재: 박종화, 박대용
촬영: 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 윤석민, 박서영
디자인: 하난희
C.G.: 정동우

수, 2017/10/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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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된 국정원에게서 반드시 빼앗아야 하는 '업무'

[연속기고-국정원, 이렇게 개혁하자③]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현재 국정원개혁발전위에 의한 국정원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폐청산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국정원 개혁이 완성될 수는 없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9대 적폐사건 집중분석'에 이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함께 가장 중요한 '국정원 8대 개혁과제'를 제시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는 민들레-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한국진보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말]

 

▲  국가정보원 메인 페이지, ⓒ 화면캡처

 

현재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특정범죄(내란, 간첩, 국가보안법 위반 등)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하는 일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 개혁을 이야기할 때에도 국내정치 정보수집과 간첩조작 수사가 여러 차례 문제되다 보니 정보수집 제한과 수사권 이관 문제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괴물' 국정원을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정원에게 너무 많은 일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법 3조 1항 5호과 기획조정권

 

우선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정부조직법 제17조는 다음과 같다.

 

제17조(국가정보원) 

①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원을 둔다.

② 국가정보원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그리고 국가정보원법 제3조는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직무를 다음과 같이 정해두었다. 

 

제3조(직무) ① 국정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 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정부조직법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정한 곳은 국정원이 유일하다. 그로 인해 국정원은 정부를 구성하는 다른 기관들의 상급자처럼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법 3조 1항 5호에 있는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은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 위에 서 있게 만든다.

 

국정원이 하는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과 조정은 무엇일까? 그 내용은 대통령령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에 정해져 있다. 그 규정에 따라 국정원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자세한 규정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할 수 있다).

 

정부기관들의 예산과 업무에 간섭하는 국정원

 

영장실질심사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불법사찰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영장실질심사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불법사찰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우선 국정원은 정부의 정보예산을 기획한다. 정보예산을 쓰는 곳은 국정원만이 아니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도 국가안보 관련 정보예산을 사용하는 기관이다. 국방부의 국방정보본부, 국군기무사령부, 국군사이버사령부 같은 군 정보기관들도 정보예산 편성기관이다. 외교부나 통일부 등도 정보예산을 쓰는 곳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예산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인원과 업무의 범위, 권한과 기능을 뒷받침하는 것이 예산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들 기관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경찰청이나 국방부 등이 국정원 앞에서 눈치보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은 정보예산 편성만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사업과 그에 따른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도 연 1회 이상 실시한다. 감사 대상 기관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예산 기획과 감사를 무기삼아 국정원은 다른 정부기관의 상급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 반면 거의 대부분의 정부기관들이 국정원의 간섭을 받지만, 정작 그 정부기관들은 국정원이 어떻게 간섭했는지 외부에 알리지도 못한다. 국정원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알렸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것이 뻔하다.

 

검찰이나 경찰수사에 영향 주는 국정원의 입김

 

국정원은 검찰이나 경찰의 범죄 수사에도 간섭할 수 있다. 검사가 정보사범을 처리하려면 국정원장에게 사전통지하고 의견을 꼭 들어야 한다. 정보사범은 내란죄,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을 가리킨다. 검사가 이런 범죄 혐의를 수사할 경우에는 국정원장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수사에 앞선 단계인 내사를 시작했을 때도 즉시 알려야 한다. 기소결정을 하거나 불기소 결정을 하면 또 알려야 한다. 기소하지 않으려면 국정원장과 사전협의해야 한다. 

 

경찰이나 군헌병대도 검찰에 공소보류 의견을 내려면 사전에 국정원장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입김은 검찰이나 경찰에 영향을 끼친다. 정보 공유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공유가 아니라 협의까지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검찰과 경찰의 독립적인 판단에 간섭하고, 국정원의 의중에 따라 사건은 왜곡되어 버린다. 

 

국정원은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구체적인 업무에도 간섭한다. 통일부가 통일교육을 계획할 때 국정원은 그 내용과 방식 등을 조정할 수 있다. 법규정에는 '조정'이라는 단어로 표시되어 있지만, 조정은 곧 간섭한다는 말이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정세를 조사하고 분석해 평가하는 일은 통일부의 고유 업무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통일부의 이 일에도 간섭할 수 있다. 

 

매번 간섭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통일부의 독자적 판단을 제한해버릴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영역인 신문·통신 그 밖의 정기간행물과 방송 등 대중전달매체의 활동 조사·분석 및 평가에 관한 사항에도 간섭할 수 있다.

 

 

▲ 댓글 작업 질의에 곤혹스러운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013년 10월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최근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의 '댓글작업'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3년 가을에 드러났던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사건은 빙산의 일각이 분명해 보인다. 그때에도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서로 공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지만 밝혀지지 못하고 넘어갔다. 

 

당시에 그런 의혹은 첫째,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상호 기관을 방문하면서 회의한 사실, 둘째, 사이버사령부의 특수활동비는 국정원에서 지급된다는 사실, 셋째, 국정원에서 사이버사의 심리전 관련 지침을 제공했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에 바탕을 두었다.

 

최근 국방부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점은 당시 의혹이 틀린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청와대 차원에서의 기획과 지시가 분명히 있었지만,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 특히나 군의 정보기관에게까지 배놔라 감놔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보수집기관과 국가 전체의 정보업무 지휘기관 분리해야

 

이렇게 국정원은 국가 전체의 정보정책 수립과 판단 등 컨트롤타워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정부 전체의 정보예산 편성권을 무기삼아 타 기관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침해하고 있다. 기획조정권을 행사해 상위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권한남용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정원도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기관들 중의 하나여야 한다. 하나의 정보수집 전문기관으로서 다른 정부기관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많은 일을 시키고, 그만큼 권한을 많이 주면 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다. 권한남용에 따른 불법과 탈법이라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에, 9.11 테러를 겪고 정보실패를 경험한 다음에 국가정보장(DNI,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직위와 국가정보장이 속한 조직(ODNI, Office of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을 신설하였다. CIA와 국가안보국(NSA), FBI 등 여러 정보기관들(16개에 이른다)에서 모은 정보를 취합해 분석할 뿐만 아니라, 이들 정보기관들과 관련한 정책조정, 예산조정 등의 업무를 국가정보장(DNI)에게 맡겼다. 정보수집 기관과 정책수립 및 예산조정기관을 분리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여러 정부기관의 정보 및 보안 업무를 어디선가 기획하거나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역할을 정보수집 기관의 하나인 국정원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의 의중에 따라 왜곡될 수 있고, 국정원이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 그 기능은 국무총리실이 맡거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같은 별도의 기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들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국정원법 3조 1항 5호와 그 하위 규정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국정원의 힘을 빼고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본 게시문은 2017.11.06.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기고문입니다. [원문보기]

 

 

월, 2017/11/0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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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철이 다가왔습니다. 매년 이맘 때면  국회의원들은 자기 이름을 박아 정책자료집을 경쟁적으로 내놓습니다. 정책자료집은 국정감사 ‘우수의원’을 뽑는 근거로도 쓰입니다. 그러나 과연 정책자료집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적폐청산 프로젝트-국회개혁>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정책자료집의 내용과 발간 비용을 분석하던 중 그 동안 감춰져 온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뉴스타파는 그 결과물을 국회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차례로 보도합니다.

뉴스타파가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의 정책자료집을 분석한 결과, 자신이 속한 국회 상임위 피감기관의 연구보고서를 통째로 베낀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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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의원은 2012년 10월 정책자료집 “산지위판장 시설개선 방안”을 발간했다. 모두 73쪽 분량으로 수산물 유통과 위판장 시설 개선 방안을 다루고 있다. 정책자료집에는 전국 각지의 위판장 사진을 올려놓고 ‘현장방문 사진’이라고 명시했다. 마치 홍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직접 전국을 돌며 촬영한 사진인 것처럼 보였다.

▲ 홍문표의원 정책자료집과 수산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

▲ 홍문표의원 정책자료집과 수산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

하지만 조사 결과 홍 의원의 정책자료집은 2010년 수협중앙회 소속 연구기관인 수산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의 내용과 판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1장에서부터 7장까지 연구보고서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옮겨왔다. 도표와 ‘현장방문 사진’도 같다. 홍 의원은 그러나 출처 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 연구보고서의 ‘현장방문사진’도 그대로 옮겨왔다.

▲ 연구보고서의 ‘현장방문사진’도 그대로 옮겨왔다.

홍문표 의원의 정책자료집과 수산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 전문 보기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 홍문표 의원 정책자료집
2012년 10월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산지위판장 시설개선 방안>

– 대상자료
2010년 12월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산지위판장 시설개선 및 어촌관광 연계 방안>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국회 상임위의 피감기관 소속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든 것이다. 홍문표 의원은 오랫동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활동해왔다.

그렇다면 홍문표 의원은 연구보고서 저자의 허락을 받고 정책자료집을 만든 것일까? 취재진은 수산경제연구원을 찾아가 확인했다. 연구보고서의 저자는 홍 의원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고, 홍 의원이 낸 정책자료집의 존재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해당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연구가 통째로 도용당한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국회의원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회 피감 기관에 속한 연구자가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등을 거론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그는 공식 인터뷰는 어렵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알았다 해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기는 쉽지 않겠죠. 괜히 노출됐다가는 저는 상관이 없는데 이제 조직적으로 시끄러워지니까, 게다가 저희 국정감사가 코 앞이라서요. 아시다시피 현재 권력관계가 그렇다보니까 현장이 있는 저희 입장은 조심스러워요. 국정감사 때 괜히 잘못 밉보이면 또 골치 아파져요.

연구보고서 저자

취재진은 9월 14일 홍문표 의원을 만나 피감기관 소속 연구기관이 발행한 보고서를 출처 표기 없이 베낀 경위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보좌관에게 설명 들으라고 했다.

며칠 후 홍문표 의원실을 찾아 보좌관을 만났다. 이 보좌관은 취재진이 이미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왔다는 것을 모르고, 저자의 허락을 받아 정책자료집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가 이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하자 급히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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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의원실은 “국회의원은 교수가 아니고 (정책자료집을) 상업적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지도 않았으며, 연구기관과 암묵적인 묵인 하에 정책자료집을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과연 ‘암묵적인 묵인’이란 어떤 묵인을 의미하는 건지 더 이상의 해명은 없었다.

뉴스타파는 홍문표 의원실에 피감기관 연구보고서를 베껴서 정책자료집을 내고 발간 비용으로 국회 예산을 얼마나 받았는지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3선의 홍문표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냈으며, 오랫동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현재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취재 : 박중석, 최윤원
촬영 : 김남범,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자료조사 : 김도희, 정혜원

수, 2017/10/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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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프로젝트’를 주도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의 부대표 마리나 게바라를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만났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프로젝트 시작 시점에서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마리나 게바라 부대표는 국제협업 저널리즘의 중요성, 데이터 저널리즘, ICIJ의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화, 2017/11/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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