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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내가 맺은 근로계약이 무슨 내용인지부터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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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내가 맺은 근로계약이 무슨 내용인지부터 알자”

익명 (미확인) | 화, 2016/03/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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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⑪ “내가 맺은 근로계약이 무슨 내용인지부터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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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근로 계약의 내용을 분명히 알고 서명할 수 있게 지역 고용관청 공무원이 관리를 하도록 합시다.”
“공정노동에 대한 인증제도가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노동시간을 공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해야 합니다.”
“직장 내 차별을 줄이려면 원청‧발주 회사를 ‘공동사용주’로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평창로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열린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들이다.
이 자리는 희망제작소가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2015년 11월부터 진행한 ‘좋은 일, 공정한 노동’ 연구기획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전문가 토론에 앞서서 황세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이 그동안 진행해 온 ‘좋은 일’ 탐방 및 인터뷰, ‘좋은 일 기준 찾기 설문조사’‘좋은 일 찾기 복면 좌담회’ 등에 대한 결과를 전했다.

진행을 맡은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은 “설문조사, 좌담회에 생각보다도 큰 호응이 있었고, 특히 20~30대 청년층의 반응이 뜨거웠다”면서 “이 목소리를 참고해서, 시민사회가 정부의 노동 정책의 방향을 이렇게 해 달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전문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개개인에게 ‘근로기준명세서’ 교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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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현행 법제도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가능한 방안들이었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장한 “노동자 개인에게 지역의 고용 관청에서 ‘근로기준명세서’를 교부해 주도록 하자”는 방법이 그 중 하나였다.
강 교수는 “내가 맺은 근로계약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 근로계약을 맺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그러면 내 근로조건이 법적 기준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도 없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어디에 호소할 생각도 하지 못 하게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서 “이미 현행 근로기준법 제17조에서는 주요 근로조건(임금‧소정근로시간‧주휴일‧연차휴가)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이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공무원이 중간에서 일정 역할을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19세 청년이 편의점에서 일하게 됐다면, 가까운 고용청, 또는 고용안정센터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해서 담당 공무원에게 내 조건에서의 합법적인 최저 근로조건 기준에 대해 설명을 듣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공무원에게서 “근로계약서에 말이 안 되는 조항이 있으면 여기로 가져오라”는 말을 듣는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하는 일은 덜할 것이다. 근무 중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어디에 가서 말하면 될지도 미리 알게 되는 셈이다.

노동자가 이렇게 준비하더라도 사용자 측이 거부하면 고용계약을 제대로 맺기 어려운데, 강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사용자는 고용자를 신고하게 돼 있는데, 그때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같이 제출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고용하거나 불합리한 내용을 넣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관청은 그 내용을 노동자의 집에 우편으로 보내주도록 하면 된다면서 “이미 영국 등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이 같은 행정 서비스는 현행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강 교수는 “청소년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종에서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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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다음날 출근까지 최소 12시간 쉬어야

강 교수는 이밖에 노동시간 단축 방안과 직장 내 인권 보호를 위한 방안들도 제시했다. 먼저 노동시간이 실질적으로 줄어들게 하려면 기업들이 합법적인 ‘최대근로시간’을 명시하고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위의 ‘근로기준명세서’에 최대근로시간을 명시하는 방법이다.
또한 ‘1일 최소 휴식시간’에 대한 법규정을 만들 필요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퇴근 후 다음날 출근까지 최소 몇 시간 이상 쉬도록 하는 것으로 강 교수는 “OECD 회원국 중 대부분 나라가 1일 최소 휴식시간을 11~12시간으로 강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이런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야간‧연장‧휴일근로를 일삼게 하는 ‘질 나쁜 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 등한 특별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강 교수는 “좋은 일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회사에 적용되는 모든 규칙을 노사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근 후 전화‧이메일 안 받아도 성과 영향 없도록”

강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근로계약이 제 역할을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제가 만난 한 청년은 정규직으로 채용됐는데도 계약직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매년 연봉계약서에 서명한 것을 근로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자기 근로계약서를 봐도 어디가 ‘정규직’에 해당하는 부분인지 읽어낼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이라면서 “근로계약 체결 방법, 노동권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간과 직장 내 인권 보호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강 위원장은 “청년유니온 조합원 대상 조사 등에서 파악되는 경향은, 긴 노동시간과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일자리의 질과 크게 연관된다는 것”이라면서 “이 두 가지 측면의 개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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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일명 ‘칼퇴근법’의 방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칼퇴근법’은 근로시간 주 52시간 이내로 명확히 규정, 연장근로수당에 대한 포괄임금제 사용 규제, 근로시간 공시, 기업에 장시간근로에 대한 부담금 부과 등을 시행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고용정책기본법 등 개정안을 통칭하는 것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기업이 노동시간을 데이터화 해서 공개하도록 한 점이 긍정적이고, 장시간근로에 대해서는 보다 확실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퇴근 후에 전화나 이메일로 받은 업무지시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성과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사나 선임에게 맞고 욕설을 듣는 ‘폭력’이 존재한다”면서 “기본적인 인권부터 지켜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기업 알려지게 공정노동인증제 마련하자”

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은 ‘좋은 일’이 확산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정노동인증제 도입’을 제안했다.
강 위원은 먼저 2005년 하버드 대학이 뉴욕시 소매상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공정노동’에 대한 사회적인증이 붙은 제품들의 매출이 종전보다 증가했고, 소비자들은 공정노동 인증 제품에 대해 10~20%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표했다는 결과를 얻은 일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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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정노동인증제로는 미국의 공정노동위원회(FLA‧Fair Labor Association) 인증제, 포브스(Forbes)지의 ‘일하고 싶은 기업’(Great Place to Work) 인증제, 그리고 우리나라 고용노동부의 노사문화우수기업 인증제 등을 설명했다. 강 위원은 “각각은 장단점이 있지만 직장 내 민주주의, 노동 3권 보장에 대한 평가 항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면서 “이를 보완한 인증제도를 개발‧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강 위원은 직장 내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리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원칙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어느 법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 남녀차별금지법에서 같은 일에 대해 남녀의 임금 차이를 둘 수 없도록 했고(8조), 근로기준법도 성별,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의 차별을 할 수 없도록(6조) 하고 있지만 현실에 만연한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사내하청 및 용역‧파견직에 대한 차별 등을 규제할 법조항은 없는 것이다.
강 위원은 “근로기준법 6조에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원칙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또한 기간제 및 파견노동자 등을 위한 ‘차별시정’ 대상에 무기계약직 노동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행 법률 상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구분되지 않아서 차별 시정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에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차별 막으려면 ‘공동사용주’ 지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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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동일노동에 대한 차별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했다. 하청·용역업체 노동자에 대해 원청회사 또는 발주회사를 ‘공동사용주’로 지정하는 것이다. 공동사용주로 하여금 법적 사용자의 의무를 공동으로 지도록 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노동자의 산업안전에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임금협상에도 사측으로 참여하며, 임금 승진 등에서 차별이 이뤄질 경우 그 주체로 판단되도록 하는 등이다.

김 교수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재판 사례들을 통해 그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월의 대법원 판결이다. 지역 소각장에서 설비‧보수 일을 하다 해고된 노동자가 2차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었지만 실제로 작업배치, 작업지휘, 근태관리 등의 권한을 행사한 것은 1차 하청업체였기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고, 1차 업체의 근로자인 것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김혜진 교수는 “원청‧발주회사와 하청·용역업체는 전형적인 갑‧을 관계, 수직적 관계이기 때문에 하청‧요업업체의 노동조건과 고용안정성은 원청‧발주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면서 “심지어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에도 원청 회사가 직접 개입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고용비용을 줄이기 위한 형식적인 재하청, 파견, 용역 등으로 볼 수 있으므로 ‘공동사용주 지정’으로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현재의 비정규직을 전면 정규직화 하도록 요구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파견법, 기간제법 등 관련법들이 나뉘어 있어서 규제의 효과성도 떨어지는데, ‘공동사용주 지정’을 통해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 위해 ‘노동시장 이중화’ 개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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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토론자인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희망제작소 설문조사 등을 통해 특히 청년층(20~30대) 인식 속의 ‘좋은 일’은 ‘노동시간이 짧고 개인 삶이 존중되어 일과 생활의 균형이 보장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임금이 높더라도 너무 가혹한 근무조건, 개인의 삶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정책 입안자들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1차 노동시장’과 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2차 노동시장’으로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그 임금 격차도 심해지는 가운데, 청년들로서는 1차 토동시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배 선임연구위원은 진단했다. 한 번 2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면 생애에 걸친 소득 격차가 너무나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고용정책은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연장근로수당을 월 급여에 합산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신규 채용을 할 때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한시적)하는 방법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변칙적으로 운영돼 온 장시간 노동의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장시간 노동 문화가 개선될 경우, 포괄임금제 하에서 연장근로수당을 마치 기본급의 일부인 것처럼 받아오던 노동자들로서는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노동자들이 이 부분을 감수하기로 결단해야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 목소리를 더 모아서 국가에 전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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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전문가들의 제안이 끝난 뒤 서로의 의견에 대한 교차 토론이 이어졌다.
강진구 위원은 “‘좋은 일’의 조건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말씀하시는데, 저는 ‘짧은 노동’보다는 ‘좋은 노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면서 “노동 자체를 좋은 노동으로 만드는 것, 인간다운 노동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의 행복과 더 밀접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혜진 교수는 “희망제작소의 연구나 청년유니온의 조사 등에서 ‘적정한 근로시간이 임금보다 중요하다’고 나왔지만 실제로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용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적정한 노동시간과 적정한 임금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소비 패턴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좋은 일’을 실현하려면 생산과 소비의 두 측면이 함께 바뀌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성태 교수는 “희망제작소의 연구가 의미 있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세대 간 목소리의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이렇게 더 모여서 국가에 전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도 질문들이 나왔다.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이상호 박사는 “지금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나쁜 기업이 살아남기가 더 쉽고 좋은 기업이 살아남기는 어렵다”면서 “좋은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혜택이나 규제, 제품에 대한 인증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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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소장은 “토론회 제목처럼 ‘단순명료한 정책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질, 삶의 질 등 목표를 좀 더 명확하게 해서 논의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이야기 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로써 희망제작소의 ‘좋은 일, 공정한 노동’ 기획연구의 모든 과정은 끝났다. 지금까지 진행된 탐방과 인터뷰, 설문조사, 비공개 좌담회, 그리고 이 전문가 토론회의 내용은 ‘좋은 일을 위한 정책요구 보고서’로 정리, 발표된다. 그 후로도 ‘좋은 일’을 위한 희망제작소의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가 크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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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160510 홍보기획팀 포장-2

 

유혹하지 않고 비워냈습니다

 

[뜻 깊은 물품, 소중한 얼굴]

이태영, 심우경, 박은영 한살림연합 홍보부 홍보기획팀 실무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살림 물품의 포장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한살림연합 홍보부 홍보기획팀의 이태영, 심우경, 박은영 실무자입니다.

 

 

물품 포장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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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개발부에서 전달받은 홍보제안서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물품포장의뢰서에는 물품 정보와 특장점, 영양성분, 원재료 함량 등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포장디자인을 구상해 구매개발부와 홍보부, 생산지와 소통해 조율해나갑니다. 포장디자인 하나가 나오기까지 소통하고 함께 결정해야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물품 포장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포장은 한살림과 생산자가 조합원을 처음 만나는 매개체이니만큼 한살림의 가치관과 생산자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생산자님이 정성껏 기르고 가공한 물품의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지에 대한 고민과 해당 물품의 핵심 정보를 조합원에게 직관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합니다. 물론 그 고민의 중심에는 어떻게 하면 더욱 ‘한살림답게’ 디자인할 것인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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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포장디자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한살림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쌀의 포장디자인이 12년 만에 바뀌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조합원들의 관심이 큰 물품이니만큼 한살림만의 가치를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수많은 디자인 시안을 만들고 여러 단위의 의견을 취합해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한살림에서는 이례적으로 전문 손글씨 작가에 의뢰해 물품명을 디자인했고 백미, 오분도미, 현미 등 원물의 색을 포장 색상으로 하여 소비자조합원이 직관적으로 종류별로 쌀을 구분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디자인했습니다. 비록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바뀐 포장에 대해 많은 조합원들이 호평해주셔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물품 포장의 측면에서 봤을 때 한살림 물품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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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유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중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위해 자극적인 색상이나 과장된 문구로 겉과 속이 다르게 꾸민 포장디자인이 많습니다. 물품의 실제 용량보다 크고 화려한 포장으로 현혹하기도 하지요. 한살림은 포장지에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꼭 필요한 요소만을 삽입함으로써 ‘비움’이 느껴지게 하려고 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인쇄도수를 최대한 줄이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잉크소비와 인쇄비용을 절감하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물품과 마찬가지로 포장과정에서도 사람과 자연을 생각하는 것 또한 한살림 포장의 특별한 점입니다. 천연펄프용지무용제잉크처럼 최대한 인체에 덜 유해하고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고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포장하려 노력합니다. 한살림의 주요 정책인 ‘병재사용 운동’도 애초에 재사용할 수 있는 재질을 사용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고민과 애정을 담아서 포장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실무자이기 이전에 조합원으로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한살림의 메시지, 생산자의 마음, 조합원의 이용 편의성, 지구살림을 고려해 기본에 충실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포장디자인을 늘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움을 향해 꾸준히 진행중인 한살림 포장의 변화. 앞으로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세요.

 

화, 2016/05/1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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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년쯤인가? 아니어도 무방하다. 지금 내 혼이 비정상적이어서인지 정확한 시기가 기억나지 않는다. 희망제작소 출범 초기 단계 즈음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여름 무렵 지리산 화계사 근방의 숙소를 예약했는데, 희망제작소 때문에 주인 부부가 대판 싸움을 했다. 왜 희망제작소 예약을 받았느냐는 부인의 강력한 질책 때문이었다. 오잉, 숙소 예약이 왜? 이유인즉슨, 이 분은 ‘희망제작소’라고 하니 무슨 목공소나 제재소 정도로 오해해서, 조용한 마을에 시커먼 ‘노가다’ 남정네 이십여 명이 들이닥치는 것을 두렵게 생각한 것이었다.

#2.
2009년쯤인가? 이 역시 정확한 시기에 대한 기억이 자신 없기는 매한가지. ‘우리나라가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어마무시한 극도의 보안사항을 IS가 알아버렸다’고 하니 겁나서 정신 줄을 놓쳐 버린 탓이다. 대충 희망제작소가 평창동으로 이사 간 이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는 중년의 부인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여기 혹시 싱크대도 만들어주나요?” “네? @_@” 이 분은 ‘희망제작소’가 싱크탱크라고 하니 무슨 주방용품 제조업체쯤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기 멤버, 고통과 자긍심의 다른 이름 

여전히 목공소나 싱크대 제작소라고 오해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지만, 출범 초기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제법 상승했을 것입니다. 시민사회진영 내에서는 시민권도 얻었을 테고 근육도 어느 정도 붙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초기 멤버의 노력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초기 멤버는 ‘처음’을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도 있으나 첫 삽질의 수고스러움과 맨땅에 헤딩하는 고통을 숙명처럼 안고 가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말 못할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른 후 진행되는 창립 기념식에서는 초기의 어설펐던 일들이 종종 희극으로 소환되어 웃음바다를 이루기도 합니다. 한때는 이것을 소재로 시트콤을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원순 씨(現 박원순 서울시장)는 창업자의 지분뿐 아니라 무수한 아이디어와 전투적인 추진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진솔하고 성실하기까지 해서 모든 연구원을 압도하였는데, 따지고 보면 초기 멤버 고통의 8할은 그로부터 말미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박원순 상임이사가 했다고 해도 별로 어색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당신은 있는 것을 보고 ‘왜?’냐고 묻지만 나는 결코 없었던 것을 꿈꾸며 ‘안 될 게 뭐야?’라고 묻는다.”
아니, 당연하게 여겨지는 익숙한 것에 대해 ‘왜?’라는 비판적 성찰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결코 없었던 꿈이 안 될 게 뭐야?’라며 한 걸음 훌쩍 더 나가다니. 잘 났어. 정말.

원순 씨와 연구원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강. 어떤 이는 용감하게 뛰어들어 강을 건너기도 했고, 강이 깊다며 되돌아오는 이도 있었고, 간을 보며 강가를 어슬렁거리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집중회의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집중회의’ 일정이 잡히면 오직 ‘집중회의’에만 집중하느라 처리해야 할 다른 일에 집중을 못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회의실 들어가기 직전에 우황청심원을 먹어야만 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그녀는 우황청심환의 약발이 별로라며 애꿎은 우황청심환에게 화풀이를 하곤 했습니다.

여러분은 건강한 공공재에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초기와 비교하면 인지도가 올랐지만, 영향력까지 동반상승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인지도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높일 수 있지만, 영향력은 실력의 문제니까요. 게다가 희망제작소가 표방하는 것은 실사구시적 방식으로 현실에 접근하는 것, 이를 통해 연구 결과물을 길어 올리는 것. 다시 말해 혁신적인 도전과 그 도전의 결과물을 추상화하는 역량, 이것이 2016년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좀 더 집중해야 할 일입니다. 땅을 파고 터를 닦아 건물을 세운 초기 단계에는 근대적 성실함과 맷집이 필요했지만, 10년이 지난 2016년은 여러분에게 새로운 무엇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요구에 얼마나 잘 조응하느냐가 결국 희망제작소의 성패와 영향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군부독재와 민주정부의 시절을 거쳐 어찌 된 일인지 정상적인 혼과 비정상적인 혼이 횡행하는 무속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우주의 기운을 받기 힘든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워낙 강력한 지배 블록이 형성되어 있어 쉽사리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국가의 근본적인 변화, 사회 시스템의 해체와 구축 등 더 필요하고 절박한 과제가 놓여 있는데, 내가 지금 머물러 있는 현장의 소소한 일상과 별 영양가 없어 보이는 보고서가 참 옹색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수록 우리는 길게 보고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지치면 쉽게 나오는 증세가 무의미의 우울증입니다. 악마는 화난 얼굴이 아니라 섹시한 표정으로 다가와 우리의 열정을 무장해제 시킨 후 허무의 늪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동료, 선후배를 믿고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는 만큼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몇 안 되는 우리 사회 건강한 공공재에서 일하는 공익근무 요원이고, 여러분이 희망제작소에서 하는 일 중 무의미한 것은 없습니다. 희망제작소의 도전과 실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작년보다 더 지혜로워진 것을 축하합니다!

남미 안데스에서 유래한 우화 한 토막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숲이 타고 있었다. 숲속의 동물들은 앞다투어 도망을 갔다. 하지만 크리킨디란 이름의 벌새는 왔다 갔다 하며 작은 주둥이로 물고 온 단 한 방울의 물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다. 다른 동물들은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라며 비웃었다. 크리킨디는 대답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무탄트 메시지’가 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참사람 부족’에게는 생일 축하라는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먹게 되는 나이를 축하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더 나아지는 것, 작년보다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다면 그것을 축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파티를 열게 되는 시점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올해가 희망제작소 10주년이네요. 10년은 단지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오랜 날들을 버텨온 고통과 노력의 산물이기에 기꺼이 박수 받을 일입니다. 다만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관한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20주년 30주년이 아니라 연구원이, 그리고 희망제작소가 한 뼘 더 성장했음을 축하하는 소박한 파티를 열어 봅시다. 많은 선배들이 언제든, 기꺼이 그 자리에 동참할 것입니다.

글_정성원 수원시 평생학습관 관장(희망제작소 연구자문위원)

이 글을 써주신 정성원 관장님은 2006년부터 희망제작소와 함께 하셨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사무국장 등을 맡으셨고 비공식적으로는 자칭 희망제작소 ‘명사회자’의 역할까지 두루 해오시다가, 2011년 희망제작소가 위탁운영하게 된 수원시 평생학습관을 이끌고 계십니다. 희망제작소 10주년을 맞이하는 2016년 새해 첫 뉴스레터에 연구원 후배들에게 애정어린 글을 보내주신 정성원 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화, 2016/01/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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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⑤ 노동조합, 다른 세계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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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최근 종영된 JTBC 드라마 ‘송곳’에 대해 어느 시청자가 남긴 감상평이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 속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싸워가는 과정을 다룬 이 드라마는 ‘처음으로 노동현실을 제대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한편, ‘나와는 다른 세계 이야기’로 여기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 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비율, 즉 노조 조직률이 10.3%인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나마 이 10%도 뜯어봐야 하는 수치다. 대기업(300인 이상) 노조 조직률이 47.7%인 반면 중소기업 노조 조직률은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임금근로자 중 중소기업 직원 비율이 90%에 가까우므로,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을 경험한다는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제 33조 제1항)고 ‘노동 3권’을 보장했는데, 이것이 ‘남의 일’이 되는 사이에 우리 노동 현실에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을까?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해 조금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드라마 ‘송곳’과 같은 해고 노동자 투쟁 이야기에 감정이입 해 볼 필요도 있지만, 여기 그친다면 “노동조합은 위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노동조합은 일상의 풍경처럼 존재할 수 있는, 지극히 합법적인 조직이다. 이 점을 환기시켜 줄 만한 노동조합 두 곳을 찾아가 봤다.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그리고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이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모델이 된 노동조합

노동조합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좋은 향기가 확 끼쳐 왔다. 서울 삼성동 로레알 코리아 본사 내부에 위치한, 화장품 기업의 노조 사무실이라 그런 모양이다. 로레알은 랑콤, 비오템, 키엘, 슈에무라, 로레알파리, 메이블린뉴욕 등 백화점‧마트‧약국‧미용실 등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 17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 지사인 로레알 코리아의 노동조합에는 전국 백화점 등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현장 직원 1,0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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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조는 노동계 및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유명하다. 정부가 나서서 마련 중인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감정수당 및 감정휴가 지급, 심리치료 실시 등 사내 제도를 업계 최초로 만들어 온 것이다 .이 모두는 노동조합이 ‘단체협상’을 통해 관철해 온 것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니 노동조합이 자연스럽게 존재하게 된 것일까?”하는 우문(愚問)에 이은희 위원장은 “아유, 그럴 리가 있어요?”라고 답했다. “프랑스에서 당연하다고 여기서도 당연하겠습니까?”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로레알 코리아는 1993년 설립됐고 노동조합 설립 준비는 12년 후인 2005년 시작됐다. 그 때까지도 화장품업계에 노동조합은 전무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주5일제 도입을 앞두고 시작된 임금체계 개편이었다.
“매니저급 직원들을 모아 놓고 새 임금체계를 설명했는데, 대부분 매니저들이 알아듣지 못했어요. 저도 그랬고요. 그 때만 해도 회사에 대한 무한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알아서 직원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정했으려니 했죠.”

그렇지만 실제로 주5일제가 실시된 뒤 임금을 받자 문제가 명확해졌다. 회사에서 ‘조삼모사’ 식으로 설명해서 몰랐을 뿐,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혜택이 없었던 것이다. 매니저 10여 명이 문제의식을 나누다 보니 다른 불만들도 제기됐다. 포장용품 일부를 현장 직원이 개인 비용으로 구입해야 하는 문제 등이었다. 이런 점들을 모아서 문제제기를 하자는 의견은 모였지만, 어떻게 하느냐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일 수밖에 없었다.

소개받은 노무사의 조언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놀라운 건, 설립총회에 서울 경기 지역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는데 그 과정이 사측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그만큼 노조 설립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두려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0년째 노조를 이끌면서 강단 못지않게 여유도 생겼지만 당시에는 이 위원장도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휴대전화만 울려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그런 고비들을 어떻게 넘겼나 모르겠어요.”

‘노동자 쉴 권리’에 “백화점 영업해도 매장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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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2005년 6월,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설립총회 이후 노조 간부들이 전국을 다니면서 설명하고 설득한 결과 당시 현장 직원 대부분인 500여 명이 가입된 채였다. 화장품업계 첫 노동조합이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가장 좋아진 점은 “힘들 때 이야기할 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서부터 힘이 생겨났다. 관리자가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일부터가 확 줄었다. 최근 ‘고객 갑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입점업체에 대한 백화점의 우월적 지위가 원인으로 지목되곤 하는데 로레알 산하 매장들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매년 1월 1일, 추석과 설날 당일은 전체가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간혹 이날 영업을 강행하는 백화점이 있어요. 그럼 저희는 매장을 휘장으로 가려 놓고 쉬어요.”
영업 중인 백화점에서 일부 매장만 닫혀 있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이 위원장의 “조합원의 쉴 권리를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회사 사정 상 안 될 것’이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너무 쉽게 양보해 온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로레알 코리아 노조는 단체협상을 통해 ‘감정노동’ 보상 제도를 적극적으로 따냈다. 현장 직원들에게 기업이 감정수당 월 8만원, 감정휴가 연 1일, 심리치료 연 1회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감정노동의 고충을 회사가 알고 있으며, 가치를 인정해 준다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성과가 많았지만 이 노조 역시 걱정은 있다. 전반적 노동 환경이 워낙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레알 코리아도 과거에는 전 직원이 정규직이었지만 지금은 매장별로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고 있다. “개별 조합이 아무리 애써도 노동법이 후퇴하고 정부가 방관하면 노동 환경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이 위원장은 우려했다.
그래서 조합원 교육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어디나 그렇지만 신입사원들은 노동조합에 대해 ‘투쟁으로 인한 교통 불편’, ‘빨간 띠 두른 이미지’밖에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중에 여기 아니라 다른 직장에 다닐 수도 있는 거고, 옆 매장 직원의 고충을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더 열심히 교육 받으라고 권합니다. 한 명이라도 더 노동자의 권리를 알아야 주위부터 변화시켜 갈 수 있으니까요.”

새누리당 직원도 노동조합 조합원이다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을 방문한 날, 서울 여의도의 새누리당사는 경찰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당사 앞에서 ‘노동법 개악 규탄’ 집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노조를 방문한다는 것처럼 아이러니한 일도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에 노동조합이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깜짝 놀란다. 혹자는 “당은 노동권 보호에 소극적이면서 사무처에는 노동조합이 있느냐”고 비판할지 모른다. 그러나 새누리당 당직자들 역시 엄연한 임금노동자이며 ‘노동 3권’을 가지고 있다. 이 노조가 고민하는 것들도 다른 직장인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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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왕희 위원장은 2015년 12월 초에 당선됐지만 노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에도 1년간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 200여 명 중 140여 명이 가입한 이 노조는 2004년부터 존재했고, 2011년 설립 인가를 받았다. 상급단체에는 가입돼 있지 않은 단일노조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고 다수당이지만, 노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단체협약도 마련하지 못했다. 임금협상은 윤 위원장 임기였던 2012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뤄졌다. 당시 3년간 임금이 동결됐었고 사측은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동결안을 가져왔었다. 노조는 “물가가 올랐는데 동결이면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적게나마 인상을 관철시켰다.

성과가 또 하나 있었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말은 즉, 그 전까지는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 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쓴다고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였어요. 심지어 한 직원은 출산휴가가 끝날 때쯤 아기 건강 문제로 하는 수 없이 무급휴직을 신청했어요. 그러면 나라에서 주는 수당도 못 받는데다가 근속연수 계산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데도요. 이에 대해 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첫 사례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집권 여당 내부부터 노동자 권리 지키자”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은 그 해 대통령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후보가 ‘가족행복 5대 약속’을 공약으로 내거는데 당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못 쓴다면 말이 되느냐”는 노조의 주장이 효과를 본 것이다.
윤 위원장은 올해 임기 중에는 ‘남성 육아휴직 1호’도 배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육아휴직에 비중을 두는 것은 그 스스로가 주 양육자로 아기를 키워본 일이 있기 때문이다. 취직보다 결혼을 먼저 해서 아내가 외벌이를 하던 시절 경험이다.
아직 우리 기업 문화는 육아휴직의 필요성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직장 내 여성 비율, 혹은 육아휴직을 쓰려는 남성 비율이 적기 때문”이라면서 “노동조합은 다수의 필요가 아니라 소수라 하더라도 절박한 조합원의 필요를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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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 관리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등 비조합원을 위한 목표도 있다. 다만 조합의 최대 목표는 조합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일 수밖에 없다.
“임금인상 요구는 노동자에게 제 1의 권리입니다. 일하는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이뤄가는 것은 직장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경험입니다. 사람이 신 나서 일해야 조직에도 이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 안에서부터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자’고 주장해서 우리 요구를 관철시킬 계획입니다.”

노동권은 ‘먹고 사는 문제’ 이상의 권리

물론 이 두 사례에 긍정적 반응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노조에 대한 흔한 비판들이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표적인 것이 “더 열악한 사람들도 있는데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이다.
노동전문가 출신인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책 ‘날아라 노동-꼭꼭 숨겨진 나와 당신의 권리’에서 “노동권을 생존권의 테두리에만 가두기 때문에 나타나는 중대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노동을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을 얻기 위한 것’으로 바라보면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먹고 살 만하게 해 줄 테니 노동권을 포기해”라고 하고 고임금 노동자에게는 “먹고 살 만한데 왜 파업이냐?”고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은 위원은 이 책에서 “노동권은 헌법상의 자유권이고 사회권이라는 점에서 생존권을 넘어선다”면서 “저임금 노동자든 고액 연봉자든, 경제성장률이 높든 낮든, 독재정권이든 아니든 노동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라는 것이 노동권의 역사이고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가 극한의 위기, 즉 해고나 극심한 비인격적 처우에 몰렸을 때에만 ‘노동 3권’ 행사를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 ‘송곳’과 영화 ‘카트’의 배경이 된 2007년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가 그나마 이에 해당하는 예다. 이 때 노조 사무국장이었던 홍윤경 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직선교센터 사무국장은 “위기 상황에 직면해서야 노동조합을 만들어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지킬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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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업에 별 문제가 없으면 노동조합이 필요 없다, 노동조합이 생겼다면 그 기업은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망조’가 든 것이라는 식의 사회적 인식 때문에 노조 조직과 활동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해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 ‘자기 이익만 챙기는 귀족 노조’라는 비판은 너무 흔해서 익숙할 지경이다. 실제로 대기업-정규직 사업장에 비해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 사업장의 임금 수준, 근속 연수, 사회보험 적용 비율 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다만 노동 전문가들은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을 비판하고 그 조직률을 떨어트리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별 노동조합을 역할을 재정립하고 활성화시켜서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의 성과가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체 노동자 중 절반 이상(55.7%)이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같은 산업별 노동조합 소속이지만 실제로 산별교섭 등 산업 단위의 활동을 하지 못 해온 것이 노동 양극화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산별교섭을 인정하지 않아 온 정부와 기업의 책임도 있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산별노조가 업종별, 소산업 별로 임금 및 근로시간 표준화, 신규 조직 지원, 노동권 교육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유니온, 희망연대노조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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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런 시도는 이미 진행 중이다. 2010년 청년유니온이 처음으로 청년이라는 특정 세대를 대변하는 초기업노조로 출범했다. 불법고용 실태조사 및 고발 등에 적극 나서고, 주휴수당 등 노동자의 권리를 알려 나가자 짧은 시간에 조직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 영향으로 노년유니온(2012년 설립), 알바노조(2013), 패션노조(2014), 미용노조(2015) 등도 생겨났다.

희망연대노조(2009)는 케이블설치기사 등 비정규직 조합원을 위한 활동을 ‘지역사회운동’으로 펼치는 시도를 해왔다. 지역에 기여하고 주민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 한 지역의 케이블기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될 때 주민들이 “우리 지역 노동자를 왜 해고하느냐”고 기업에 항의해 저지한 일도 있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들은 반갑지만, 대안이 없어 스스로 활로를 찾은 노조들에게 “계속 자생하라”고만 할 수는 없다. 제도 개선책에 대해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기존에 있는 법부터 잘 지켜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송곳’의 여러 장면에도 등장하는,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법이 금지한 부당노동행위인데,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보니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법 테두리에서 형사처벌만 확실히 이뤄져도 기업의 이런 시도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합법 파업에까지 기업이 노조에 고액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노조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까지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제한을 위한 법 개정안은 이미 은수미 의원 등이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긴 하지만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개혁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이만큼 어울리는 법도 없는데 말이다.

법제도 개선, 관리감독 강화, 산별노조의 재편 등 과제는 많지만, 그보다 앞선 전제가 있다. “노동조합은 필요한 존재”라는 공감대, 아니, “내가 노동자”라는 인식부터 필요한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통해서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 가고 있다. 아래 설문조사에 지금까지 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중에는 불법적, 비상식적인 근로환경을 호소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이 목소리들을 모아서 “우리는 어떤 일을 원한다”는 요구로 만들어 내는 것이 이 기획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데 그동안 하지 않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 해고, 극심한 비인격적 처우, 차별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기 전, 지금처럼 평범하게 일하고 있을 때부터 말이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

월, 2016/01/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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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복지국가를 말하다

 

강의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정리 : 이경민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노르웨이에서 7월은 집단 휴가의 달. 필수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아니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약 5주의 휴가를 즐긴다고 하는데, 일주일 남짓의 여름휴가도 눈치보고 사용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참으로 부러울 수 밖에 없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와 얼마나 다르길래 ‘한 달 휴가’가 가능한 것일까? 환상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북유럽국가,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다음은 7/30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에서 진행되었던 박노자 선생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들어가며

 

한국에서 북유럽 사회에 대한 동경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과거 개화기 인사들의 눈에 비친 유럽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라의 규모가 작음에도 독립을 지킬만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었고 문명 수준도 높았는데 이와같은 북유럽 국가의 모습이 조선인에게 완벽한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이후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80년대 운동권 세력은 동구권에서 실현 가능한 지향 모델을 찾지 못하였고, 북유럽 국가의 등장으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식인들은 북유럽사민주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북유럽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수준으로 한국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앞서 얘기한 휴가뿐만 아니라, 노동시간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연간 평균 2100시간이다. 박정희 정권 때는 3000시간이었고 그 당시 여공들은 주당 80시간 정도 일을 했다. 반면 노르웨이의 노동시간은 연간 1350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북유럽 사회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으로 여기는 기저에는 이러한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북유럽 사회에서 의료와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의료 같은 경우, 한국은 건강보험이 있어도 보장성이 약 55%밖에 되지 않으며 공공병원은 병상기준 90%이고 대부분은 민간병원이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반대로 민간병원이 10%정도이며 대부분 공공병원이다. 또한 약간의 수수료를 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료는 무상이다. 만약 국내에서 치료할 수 없어 외국에서 치료받는 경우에도 국가가 치료비를 지불한다.

 

교육의 경우 대학의 박사과정까지 무상이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 월급이 지급되는데 이는 준공무원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노르웨이는 대학입시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대입입시를 위해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노르웨이 교육수준이 뒤처지지는 않는다. 교육과정의 난이도는 한국보다 낮을지 모르나 대학진학률은 전문대학까지 포함하면 60% 정도이다. 무엇보다 노르웨이는 대학이 평준화가 되어 있어 명문대학이라는 개념이 없다. 또한 자국민이 외국에 유학 갈 때, 장학금을 주고 장기상황으로 유학비까지 주고 있다.

 

한국은 준주변부 자본주의 국가이며 이런나라에서는 초과노동, 과도한 경쟁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북유럽 사회와 같은 복지국가의 모습을 동경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자본주이적 세계에서의 국가 순위가 다르고 복지제도의 기반이 되는 소득의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보다 4배 가량 높다. 결국 북유럽 사회는 부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높은 소득 수준으로 자연스레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사회는 자본주의와 다른 체계인가?

 

북유럽사회는 자본주의사회인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자본시장이 있기에 분명한 자본주의 국가로 수정자본주의, 국가 주도자본주의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국가주도자본주의사회는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우리나라 박정희 정권 시절의 경제개발정책도 이에 해당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북유럽 사회는 그 주도 방향이 복지국가였던 반면 한국과 같은 주변부 국가는 성장중심 자본주의국가였던 것이다.

 

북유럽사회는 자본주의사회이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경우 국유기업이 많지만 개인이 주식을 소유한 형태의 기업도 있다. 노르웨이에 5대 상장사가 원래 국유기업이었으나 2000년대 부분적으로 사유화 되어가고 있다. 주택, 부동산 시장도 전체 주택의 80% 이상이 사유주택이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고 영구임대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 중에 있는데 최근 20여 년 동안 4배가 상승했다. 여기서도 노동은 상품이다. 노동자를 해고해야 한다면 할 수 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에서 해고는 살인일지 모르나 북유럽사회에서는 해고를 특별히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해고를 할 시,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해고 이후에도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실업수당 등의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제도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르웨이가 석유가 많아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세정책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국고는 소득세, 재산제, 부가가치세 등 세금으로 구성되는데, 북유럽사회는 소득세가 한국보다 높다. 반면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 일본 20-30%, 독일 29%, 노르웨이는 25-26%정도이다. 노르웨이 소득세는 최고세율이 60%인데 최근 46%까지 떨어졌고 전문직은 대략 45~55%정도이다. 즉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낮고 소득세는 높은 편으로 재분배 시스템이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표준 법인세가 22%정도인데, 실제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의 법인세는 6~7%이다. 한국은 법인세나 소득세 모두 낮은 편이다. 다시말해 노르웨이가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개개인의 세금 덕분이다.

 

북유럽사회에서 자본축적이 어렵지 않다. 이익률이 높지는 않으나 보장성이 높고 내수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실질 소득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구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재분배 비율을 살펴보면 스웨덴, 노르웨이는 45~46% 이고, 한국은 25%로 세금을 통한 재분배 비율에서 2배의 차이가 난다.

 

이처럼 자본주의 현태가 정치적인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높은 수준의 재분배가 가능한 것은 왜인가?

 

바로 조직화된 노조의 힘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노조 조직률은 53%로 9%에 그치는 한국의 노조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노조 조직률은 프랑스 10%, 유럽평균 30%, 스웨덴 및 덴마크 등은 70% 안팎이다. 노조를 조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노르웨이는 중앙노총과 경총 간에 임금인상률, 노동조건, 복지 등에 대한 내용의 합의를 보는 중앙임단협의를 한다. 1935년 중앙임단협의를 시작했고 매년 노총과 경총사이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내용은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가장 높은 조직률을 보이는 조직은 금속노조, 은행, 교사 등으로 공무원의 경우 100%의 조직률을 보인다. 반면 가장 낮은 조직률을 보이는 직종은 서비스업이다. 조직률이 높은 노조가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조의 임금 협상을 도와줌으로써 보다 높은 임금 체결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중앙노총에 모든 노조가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고지식 노동자(연구자, 군장교, 목사 등)들은 중앙 노총에 가입하지 않고 보다 작은 노총에 가입한다.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은 경찰이나 목사도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이다.

 

튼튼한 내수시장, 노조의 높은 조직률, 사민당의 높은 지지율 등 이 외에도 북유럽 사회가 복지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된 역사적 배경에는 세계대공황, 공산주의 체제의 위협 등이 있다. 역사적인 맥락이 같지 않은 한국의 경우 북유럽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핵심은 노동운동이다.

 

진보의 핵심운동은 노동운동이어야 한다. 북유럽 사회가 사민주의로 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하고 큰 원동력은 대중이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노동운동의 정치화를 가능케 했고 사회를 진보화 시킬 수 있는 중요 요인이 되었다. 또한 대기업 고숙련자들의 재분배 시스템에 대한 지지도 사회 진보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직도 북유럽 사회 대기업 고숙련자들은 재분배 시스템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런 조직들의 세력이 자본층을 압박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정치화로 북유럽 사회는 수정자본주의 사회이지만 국가를 통한 재분배가 이뤄지며 내수기반 또한 튼튼하다. 즉 북유럽에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가 가능한 이유는 노동의 높은 조직률과 이러한 노조가 사회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유럽사회의 사민주의, 독립된 사회경제적 형태로 봐야 하는가?

 

사민주의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사민주의자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오래전부터 전문직은 고세율에 대한 부담을 느껴왔다. 또한 자본을 가진 경영자들은 노동자와의 임금격차가 미국은 최대 500배까지 차이 나지만 노르웨이는 고작 3-4배인 것에 불만을 가지고 영국, 미국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고세율에 대한 불만을 가진 부르주아들은 사민주의에 대한 적대심이 있어왔다. 그리고 80-90년대에 들어 발생한 이민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노르웨이에는 사민주의에 적대적인 진보당이 있다. 진보당은 60년대에 고세율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는데 당시 개인소득세금은 80%였다. 현재는 60%정도로 낮아졌지만 말이다. 진보당은 한때 약 10여년정도 지지율이 28%정도까지 올랐던 적도 있었다. 진보당은 높은 세금 때문에 기업이 죽고,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문제 발생으로 인해 국민국가경계가 몰락한다고 생각한다.

 

자본과 노동이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는가?

 

노르웨이는 장기연립우파가 장기 집권 중이며 복지제도는 후퇴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북유럽사회는 자본축적의 국제화가 이뤄지면서 자본축적이 높은 속도로 국외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자본의 글로벌화로 스웨덴은 80년대부터 대기업의 국외 이익이 국내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90년대부터 자본이 글로벌화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저가항공사로 유명한 노르비치아 항공사이다. 동남아시아 인력을 사용하고 있는 이 항공사는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 유럽의 3대 저가항공사가 되었다. 국유 형태를 벗어나 무한경쟁시장에 속한 것이다.

 

이어서 북유럽 자본들은 점차 자기들만의 경쟁영토를 넓히기 시작했다. 북유럽 자본의 존속되어 있는 곳은 발틱 3국이다. 발틱 3국은 1991년에 소련에 독립해 독립국가형태를 갖췄지만 현재는 북유럽 금융지배를 받고 있다. 북유럽 국가는 발틱 3국의 현지 은행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식민화하는 등 현재 금융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북유럽 자본이 해외자본을 착취하면서 국내에서 얻지 못한 이윤을 회복하고 국외자본축적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외자본 축적 과정에서 악용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노르웨이 3대 기업 중 ‘텔레로사’통신회사의 불법고용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방글라데시 하도급 업체를 통해 청소년 노동자를 불법고용하여 저임금으로 노동을 착취했다. 또한 안전대책 없이 노후장비를 사용하여 수많은 사망자를 냈으며, 이제는 미얀마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미얀마와 같은 제3세계 사람들에게 북유럽국가는 미국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곳이 되었다.

 

이민자들의 문제

 

북유럽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증하면서 이들의 노동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노르웨이 중산층 가정에서 필리핀계 오페어는 일반적이다. 오페어는 노르웨이 가정에서 숙식을 제공받고 40-45만원의 믿기 힘든 적은 임금으로 가사일부터 육아까지 감당하고 있다. 이들은 덴마크에선 노조 가입이 가능하나 노르웨이에서는 불가능하다. 또한 몰락한 동구권에서 유입되는 남성노동자의 문제도 심각하다. 노르웨이에는 폴란드계 노동자들은 15만 명으로 상당한 규모이지만 형식상 노조가입이 가능할 뿐, 실제로 상당부분 인력파견회사를 통해 취업하게 되어 있어 노조가입이 쉽지는 않은 구조를 갖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인력파견업체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업체를 통해 취업하게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동착취를 당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저임금 노동의 광범위한 계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사민주의를 이탈하고 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사민주의가 모든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온건좌파를 이탈하고 국우정당에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저숙련 노동자들은 동구권에서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과 경쟁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해결하겠다고 나선 극우정당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점차적으로 좌파 사민주의 복지국가가 수정되고 있다. 비정규직 같은 경우, 현재는 개악이 되어 이유를 불문하고 비정규직 채용이 가능하게 되었고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스웨덴은 의료와 교육부문에 점차 시장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교육은 여전히 무상이나 최근에는 사립학교 창립여건 완화 및 영리형 사립학교 설립을 허가하였다. 또한 6년 전까지는 외국인에게도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했으나 현재는 등록금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는 아직까지 무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사회적 불만을 크게 일으키지 않은 선에서 스웨덴처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북유럽 사회의 사민주의는 죽어 가는가?

 

그렇지는 않다. 북유럽사회는 사민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점차 신자유주의 요소들로 수정을 가하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복지제도의 기반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내수기반이 튼튼해야 실질소득의 증가를 보장할 수 있고 복지제도 또한 유지된다는 것을 자본이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유럽사회도 자본사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강해지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겠지만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아닌 복지를 유지하는 북유럽사회만의 신자유주의가 될 것이다.

목, 2015/09/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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