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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43] 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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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43] 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익명 (미확인) | 화, 2016/02/23- 20:27

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실명 위기 놓인 하청 노동자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삼성전자 3차 하청 업체 20대 파견 노동자 4명이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이 중 3명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짧게는 8일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 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보호 마스크나 환기 시설도 없이 장갑도 끼지 않고, 자신들이 다루는 것이 무슨 물질인지 모른 채 일했다. 20대 노동자 4명 중 두 명은 두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고, 1명은 이미 한쪽 눈은 실명했으며 한쪽은 시력이 손상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메틸알코올은 잘 알려진 독성 물질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1월에는 인도에서 29명이, 11월에는 터키에서 26명이 사망했다. 널리 알려진 독성 물질이기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 교육, 안전 장갑, 보호의, 보호 마스크 지급 및 환기 장치 설치 등이 의무화되어 있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처벌 조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주는 아무런 조치 없이 일을 시켰고, 정부의 감독은 완전 사각지대에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전자산업의 다단계 하청으로 삼성전자의 3차 하청 업체였으며,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에서 제외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 파견 사업장이었다는 것이다. 제조업 직접 공정은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일시적, 간헐적 사유로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조사 결과, 해당 사업장은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파견 노동자를 사용했고, 파견 업체 또한 무허가 업체였던 것이 드러났다. 재벌 대기업의 위험 업무의 외주화, 불법 파견, 안전 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참혹한 사고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이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천을 비롯한 전국의 국가 지방 산업단지 공단 내 사업장이 모두 '하청 업체, 불법 파견, 소규모'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각종 맹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며 위험 작업을 하면서 방치되어 있다. 이번의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한 노동자의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점검을 하면서 알려진 경우이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실명을 하고, 중추 신경계 마비가 왔으나 방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4월부터 광주에서는 남영전구의 수은 중독으로 떠들썩했다. 형광등 생산의 대표 기업인 남영전구 광주 공장의 설비 철거 과정에서 철거 작업, 운반 작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집단 수은 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80여 명의 노동자들이 수은 중독 피해를 입었고, 이중 12명은 산재로 인정받았다. 장비, 운반 종사 등 상당수 노동자들은 산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특수 고용 노동자였고, 대부분의 노동자가 치료비 정도만 지원받은 상태이다.

 

수은 또한 너무나 잘 알려진 맹독성 물질이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나오는 '미나마타 병'이 대표적이다. 1956년에 일본의 미나마타 지방의 질소 비료 공장에서 버린 폐수가 바다로 흘렀고, 그곳의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집단 수은 중독에 걸려. 중추 신경계 마비, 경련, 사망으로 1956년에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고, 사람뿐 아니라 동물, 물고기 떼죽음 등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사회는 수은 중독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부터 수은 제품의 제조와 수출입을 금지하고, 수은을 관리하는 '미나마타 협약'을 마련했다. 2013년 140개국 대표가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 2016년 발효되며, 한국도 2014년 이 협약에 서명했다. 

 

수은 중독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수은 주입 작업을 했던 15세 문송면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수은 중독이다.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과 함께 노동 현장의 안전 보건의 심각성을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위험성이 너무도 잘 알려진 수은 중독이 2015년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에서 발생했다.

 

이 문제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영전구-우리토건-ㅅ 건설-(주)에코산업-심장'으로 이어지는 4단계에 걸친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이었다. 남영전구는 수은 폐기물을 적법한 처리도 하지 않았고, 매립해왔으면서, 자르면 수은이 뚝뚝 떨어지는 생산 설비 철거 작업을 하면서 철거 업체에 수은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몇 단계에 걸친 도급을 거쳐 맨 마지막에 일하던 노동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호구나 장치도 없이 일하다가 수은 중독에 걸린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문제가 커지면서 노동부가 감독에 나섰으나,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수은은 도급인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 위험 업무이지만, 철거 작업은 도급 인가나 원청의 책임을 묻는 어떤 조항에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미나마타 협약을 체결했으나,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그동안 수은에 대한 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남영전구는 30년 동안 형광등을 생산했지만 단 한 번도 신고하지 않고 생산을 해왔다. 더욱이 수은의 경우에는 철거 후 운반된 수은이 포함된 고철, 수은을 매립한 땅, 수은이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는 하천 등 그 지역 주민 전체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미 절반을 넘어선 한국의 비정규직의 심각성은 재벌 대기업에서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의 2015년 고용 형태 공시제 조사 결과 300인 이상 대기업 3019개 소속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9.5%다. 300인 이상 기업 간접 고용 노동자 중 92%가 1000인 이상 기업에 분포, 10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가운데 41.4%가 비정규직이다. 10대 재벌 기업은 더욱 심각해서 현대중공업은 66.7%, GS는 56.1%, 포스코는 50.2% 등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안전 보건 투자는 오히려 전체 사업장 평균 이하로 심각한 수준이다.

 

1년 반 동안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죽음의 공장으로 불렸던 당진 현대제철도 마찬가지이다. 아르곤 가스 질식 사고로 5명의 노동자 사망이 일어나 노동부 특별감독이 진행되던 해에 수천 건의 법위반과 더불어 당진 현대제철의 안전투자가 0원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이번에 메틸알코올 중독이 발생한 삼성전자는 직업병 사망자 발생과 더불어 불산 누출 사고 당시에도 1000여 건이 넘는 법 위반이 적발되었고, 화학 물질을 다루며 수만 명이 일하는 공장에 전담 보건관리 조직이 없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화학 물질을 관리하는 보건 관리자 선임에 대한 사업장 감독도 부실했고, 미선임으로 적발되어도 300만 원 내외의 과태료에 그쳐, 사업장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도 관리도 교육도 없었다.

 

하청, 파견 등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는 노동자의 임금, 고용의 불안정성뿐 아니라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미 중대 재해의 40%가 하청 노동자 사망이다. 더구나 2차, 3차 하청으로 이어진 화학물질 취급의 문제는 노동자 사망과 더불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심대한 타격을 준다. 그러나, 노동부는 유해 위험한 업무에 상시 고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급과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했다가 경총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방사선, 화학 물질, 설비 보수 업무 등 치명적인 유해 위험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고, 안전보건관리자를 원청에 선임의무를 두게 하는 등 원청의 의무를 강화하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반영한 법 개정안과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을 포함하여 산재 사망과 일반 재해에 대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청원 입법은 국회에서 심의도 열리지 못하고 법안 폐기의 운명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자의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며 뿌리 산업에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협박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한상의와 경제 단체가 주도하는 서명 운동에 대통령이 직접 서명에 나섰고, 강제적 서명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기도 안산의 반월 시화공단을 방문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 시각 한국의 대표적인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불법 파견으로 일하던 앞길이 구만리인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빠졌다. 이미 차고 넘치는 공단의 불법 파견도 모자라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통과는 노동자들의 피를 토하게 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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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알코올”이라더니 그건 독성 메탄올이었다

ㆍ알루미늄 열 식히는 용액이 분출하는 공간서 12시간 근무…보름 만에 눈을 덮친 ‘어둠’
ㆍ시력 손상 ‘덕용ENG’ 노동자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시력이 손상된 김혁씨(28·가명)가 지난 24일 경기도 부천시 내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왼쪽 눈을 가린 채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시력이 손상된 김혁씨(28·가명)가 지난 24일 경기도 부천시 내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왼쪽 눈을 가린 채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24일 경기 부천시 내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혁씨(28·가명)는 지난해 1월16일 ‘덕용ENG’라는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일을 시작하며 관리자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김씨는 쉴 새 없이 자동 분사되는 독성물질 메틸알코올(메탄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에서 일하다 보름여 만에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됐다. 메탄올은 투명·무색의 인화성 액체로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두통 및 중추신경계 장해가 유발되며 심할 경우 실명까지도 올 수 있다. 김씨가 시신경 손상이 메탄올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데는 1년 반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관리자가 이야기한 ‘알코올’의 정체가 바로 메탄올이라는 이야기를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 속으로]“그냥 알코올”이라더니 그건 독성 메탄올이었다

기회가 없진 않았다. 지난해 12월 말 덕용ENG에서 일하던 20대 파견 노동자가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실명했다는 소식이 올해 2월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이 사업장을 거쳐간 파견 노동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노동부의 성긴 그물망에 김씨의 피해 사실은 걸리지 않았다. ‘어둠’의 원인을 조금이라도 빨리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할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파견 노동자에게 안전은 딴 세상

김씨는 2010년 군 제대 뒤 복학을 하지 않고 커피숍 아르바이트, 술집 서빙 등 다양한 임시직 일자리에서 일했다. 홈플러스 보안요원을 마지막으로 잠시 쉬게 돼 용돈이 필요했던 김씨와 그의 친구는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 지난해 1월16일 오전 파견업체가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해왔다. “오늘 저녁 바로 출근 가능해요?” 김씨는 야간근무에 대비해 낮잠을 잔 뒤 부천시 내동 덕용ENG 인근에서 파견업체 직원 차량을 타고 회사에 들어섰다. 다른 파견업체를 통해서 온 노동자 너댓 명의 모습도 보였다.

근로계약서 대신 간략한 신상정보를 적은 이력서를 낸 뒤 곧장 현장에 배치됐다. 신분증 확인 절차조차 없었다. 언제든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는 파견 노동자이기 때문에 꼼꼼한 신원 확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대기를 하고 있으니 관리자가 김씨를 불러 ‘CNC(컴퓨터 수치 제어) 기계’ 사용법 등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덕용ENG는 알루미늄을 가공해 휴대폰 버튼을 만드는 업체다. CNC 기계가 알루미늄을 깎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절삭용액이 수시로 분사된다. 덕용ENG는 절삭용액으로 에탄올이 아니라 메탄올을 사용했다. 메탄올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탄올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에어건을 사용해 가공된 제품에 남아 있는 메탄올을 제거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메탄올에 수시로 노출됐지만 별다른 주의사항, 보호구는 없었다. “분사되는 게 그냥 알코올이라 했고 다른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어요. 시중에서 파는 마스크, 비닐장갑만 끼고 저녁 8시부터 12시간가량 서서 일했어요.”

■보름 만에 찾아온 몸의 이상

김씨가 몸의 이상 증세를 느낀 건 지난해 1월 말쯤이었다. “눈이 침침하고, 감기 몸살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2월1일 김씨는 점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져 조퇴를 하고 자정쯤 귀가했다. 다음날 김씨의 어머니가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던 김씨를 발견하고 응급실로 데려갔다. 산소호흡기의 도움으로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시력 저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처음엔 입원 전 사흘간 제품 흠집 검사 과정에서 형광등 불빛에 눈이 가까이 노출돼 일시적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여겼다. 의사도 사나흘 기다려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나흘, 열흘, 한 달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안과에선 원인을 모르겠다고 해서 신경외과에 가보니 간질 때문일 수 있다고 해 머리 쪽 MRI도 찍었지만 이상이 없더라고요.”

신경과에 가서 눈 부위 MRI를 찍고서야 ‘시신경염’이라는 진단명을 접할 수 있었다. 진단은 틀리지 않았지만 시신경염 원인은 안갯속인 상황에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며 호전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여전히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김씨는 지난 3월 열흘가량 입원해 혈장교환술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병원에선 “완치는 아니지만 6개월에서 1년 사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희망고문의 시간만 길어질 뿐 증세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메탄올 중독 알기까지 1년7개월

덕용ENG에서 일할 때 관리자로부터 들었던 알코올이 메탄올이라는 것을 아는 데 꼬박 1년7개월이 걸렸다. 지난달 추석 연휴 때 만난 이모가 김씨에게 “방송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봤는데 메탄올에 급성중독된 사람들의 증상이 너와 비슷하더라. 그 사람들 산재 신청 대리한 시민단체가 있으니 거길 가보라”고 했다.

지난 1일 김씨를 만난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공인노무사)는 “덕용ENG”라는 사업장명을 접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인한 실명 사건이 벌어진 곳이 덕용ENG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깜짝 놀랐다. 이전에는 그 알코올이 시신경을 파괴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건강연대와 상담을 하기 전까지 산재 신청이 가능한 줄 몰랐다. 파견업체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산재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용자가 산재보험에 미가입한 상태에서 재해가 발생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변호사 비용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들어 두려움이 앞섰어요. 특히 혈장교환술 치료 이후 치유 가능성도 있다고 해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어요.”

그는 지난해 12월 덕용ENG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었다는 점도 이때 처음 전해들었다. “그분 피해 사실이 먼저 확인돼 노동부가 덕용ENG를 거쳐간 사람들에 대해 추적조사를 했다고 들었어요. 저에 대한 확인이 가능했을 텐데 왜 그걸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예방을 못했으면 사후 확인이라도 했어야 하는 건데….”

■“잘 보이는 꿈에서 깨기 싫어요”

발병 이후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김씨는 “모든 게 불편하다”고 했다. 걷다가 하수구에 빠지기도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있는 기둥에 머리가 부딪히기도 했다. 돋보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눈앞으로 가까이 가져와야 스마트폰 화면이 어렴풋이 보인다. 낮에는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확인하고 움직인다. “오른쪽 눈은 잘 안 보이고 왼쪽 눈은 시신경이 가운데부터 손상돼 정면이 보이지 않고 외곽 쪽만 희미하게 보여요. 비유를 하자면 초승달같이 시야가 확보되는 거죠.”

김씨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 얼굴을 ‘초승달 안’에 넣으려다 보니 고개를 약간 틀 수밖에 없게 됐다. 상대방으로선 눈을 마주보고 대화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상대방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엄마를 앞에 두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꿈을 자주 꾼다는 그는 “꿈에서도 눈이 안 보일 때가 있다. 그러다 갑자기 잘 보이면 꿈에서 깨기 싫더라”고 했다.

김씨는 “최근 엄마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 문자메시지를 받고 ‘됐다’고 하며 기분 좋게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중에 ‘네 눈이 이렇게 됐는데 이 돈 받는다고 좋아할 수가 없었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으셨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저처럼 눈이 잘 안 보이는 분이 구두공장에서 일을 하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신발 모양의 틀에 가죽을 씌우는 작업인데 연습을 하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엄마에게 ‘나도 저기 가서 일하겠다’고 했어요.”

정치도 모르고 말주변도 없다던 김씨는 이 말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저 말고도 다른 피해자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힘을 냈으면 좋겠고, 뭐든 빨리해서 해결 방안도 찾고 피해자들 지원 방안도 나왔으면 합니다.”

▶‘메탄올 급성중독 시신경 손상’ 판정…5명 모두 20대 파견 노동자
>>그들을 더 캄캄하게 하는 건 ‘잃어버린 앞날’

[세상 속으로]“그냥 알코올”이라더니 그건 독성 메탄올이었다

지난해 초 경기 부천시 내동 덕용ENG에서 일하다 메틸알코올(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시신경이 손상된 김혁씨(28·가명) 등 2명의 피해 사례가 이달 초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에 앞서 이미 유사한 재해를 인정받은 5명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5명의 공통점은 모두 20대 파견 노동자이며 메탄올에 노출돼 시력이 손상됐다는 점이다. 어두워진 시력과 함께, 이들의 앞날도 희미해졌다. 이들의 증상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보호자 없이 움직이는 게 불편해 사회적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고, 또 실명 이후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찾아오는 사례도 많다.

[세상 속으로]“그냥 알코올”이라더니 그건 독성 메탄올이었다


지난해 12월 덕용ENG에서 일하다 재해를 입은 ㄱ씨(25)는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두 눈이 모두 보이지 않는 데다 뇌출혈·우울증 증세까지 겹쳤다. 식도를 다쳐 식사도 제대로 하기 어렵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천시 YN테크에서 일하던 재해를 입은 ㄴ씨(28·여), ㄷ씨(28)도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ㄴ씨는 뇌도 다쳐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잘 걷질 못한다. ㄷ씨는 우울증 초기 증세이고 대인기피증을 보이고 있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ㄹ씨(20)는 집중을 하려고 하면 두통이 심해지는 증상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올해 2월 인천 남동공단 BK테크에서 일하다 실명한 ㅁ씨(28·여)는 뇌출혈이 심해 신체 오른쪽 부위 마비 증세가 찾아왔고 우울증까지 겹쳤다.

산재 승인과는 별도로 이들 5명은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공인노무사)는 “피해자들은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상실감이 큰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산재 승인이 됐다고 끝이 아니다, 혼자 병원가고 혼자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피해자들은 방치된 상태”라며 “정부는 최소한 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지원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피해자 2명의 경우 상대적으로 증세가 심하지 않은 만큼 정부에 직업재활훈련 프로그램 안내 등의 역할도 주문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282144005&code=940702#replyArea#csidxb46ea767c117678b865ecb1f9841fbb 
월, 2016/10/3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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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올 실명' 추가 피해자 확인…350만원 주고 합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437&aid=0000134133




[앵커]

올해 초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던 회사에 불법 파견된 20~30대 젊은이들이 아무 보호장비 없이 메탄올을 사용하다 잇따라 뇌손상을 입고 실명 위기에 처한 사고를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정부 조사에서 빠졌던 피해자가 뒤늦게 2명 더 확인됐는데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5살 전모 씨가 부축을 받으며 병원 검사실로 들어섭니다.

전 씨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3차 협력업체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근무 석 달 만인 지난 1월에 시력을 잃었습니다.

글씨를 읽지 못하고 혼자 외출도 못합니다.

[전모 씨/메탄올 사고 피해자 : 글씨가 어디 있는 거예요. (다 글씨입니다.)]

전 씨는 냉각 작업을 위해 메탄올을 사용하다 중독돼 시신경이 파괴됐습니다.

목장갑과 일반 마스크만 착용해 미처 독성을 막지 못한 겁니다.

전 씨의 파견을 알선한 업체는 협의 끝에 합의금 350만 원을 준 뒤 연락을 끊었습니다.

[전모 씨/메탄올 사고 피해자 : 왜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이런 걸 속였는지, 그걸 얘기 듣고 싶어요. 속인 이유.]

다른 피해자 29살 김모 씨는 1년 6개월 전 시력을 잃었습니다. 일을 한 지 3주 만이었습니다.

[김모 씨/메탄올 사고 피해자 : (오른쪽은 안 보이고) 왼쪽은 가운데는 하얗게 진하게 돼서 안 보이고 테두리만 TV 화면 지지직거리는 것처럼.]

파견업체가 불법 파견한 이들은 아무런 주의사항도 듣지 못했습니다.

[김모 씨 동료 : 바로 일을 해야 하니까 자리 알려주고 한 번 슥 보고 그냥 바로 일했어요. 그냥 시작했어요.]

이들을 파견했던 업체들은 지금은 모두 폐업했습니다.
 



기록 없어 '진술 의존' 한계…정부 조사 제대로 됐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437&aid=0000134134




[앵커]

정부는 처음 사태가 벌어졌을 때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고 밝혔죠. 그런데 왜 추가 피해자가 나온 걸까요. 조사 당시 파견 업체와 파견 직원들을 제대로 파악한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피해자 A 씨 누나/실명 위기 및 뇌손상 : (정부가 제대로 관리해) 먼저 알았더라면 진짜 이만한, 몇 명이에요. 피해를 안 봤을 거잖아요.]

[피해자 B 씨 어머니/실명 위기 : (피해자가 더 있다면) 다 찾아야지요. 불쌍한 아이들인데 어디에서 뭣 모르고 그냥 순순히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당하고 있잖아. 지금.]

고용노동부는 메탄올 실명 사태가 불거지면서 공장 32곳의 재직자와 퇴직자 3300여 명을 조사한 뒤 추가 피해자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파견 직원들에 대한 정확한 노무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당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혜영 노무사/노동건강연대 : 어떻게 보면 그림자 노동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어디에도 기록에 남지 않고, 어느 누구도 자기가 노동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업체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유엔에도 진정서를 냈습니다.

[김모 씨/메탄올 사고 피해자 : 꿈을 꾸면 꿈에서도 눈이 안 보일 때가 가끔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잘 보이면 꿈이라도 깨기 싫은…깨면 똑같으니까. 그런 거 많아. 안 보였다가 잘 보이는 그런 꿈꾸는 것 같아요. 그걸 또 꿈에서는 모르잖아요. 꿈인지. 알았으면 안 깰 텐데…]
 

화, 2016/10/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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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의 민주노총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격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2일 새벽 정기국회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노동 법안에 대해서는 “양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 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날 아침 김무성 대표는 노동 법안을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투쟁과 분개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데 민주노총만 오로지 변화를 외면하고 시대착오적인 투쟁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11월 3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주노총을 ‘전문시위꾼 집단’이라며 명예훼손적인 발언을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최근 8년간 반정부 성향의 5개 대형집회 모두 민주노총이 주도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행태는 사실상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에서 무단이탈해서 정치적 목적을 꾀하는 정치집단이자 사회를 무질서와 무법천지로 만드는 시위를 주도하는 전문시위꾼 집단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 11.30

정부의 민주노총 압박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1차 민중총궐기 대회 일주일 후인 11월 21일 전격적으로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흘 뒤 박근혜 대통령은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 폭력사태’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법 폭력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 11/24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에는 경찰이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다.

 

 

 

정부·여당, 민주노총을 ‘불법·폭력 집단’으로 매도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민주노총을 압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선’ 때문이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13만여 명 중 노동자는 8만여 명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대가 거세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단체가 민주노총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더불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정부의 노동정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을 늘리고 사용자로 하여금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민주노총을 과격한 폭력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해야 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데 더욱더 유연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튼튼한 노조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일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내 뒤를 든든히 봐주는 존재”이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십니까?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랍니까?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 노동절 연설 / 9.7

지난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KT노조 사례는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할 때 노동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KT는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2009년 12월, 5천992명을 명예퇴직으로 퇴출시킨다. 2013년에는 저성과자 퇴출제도가 도입됐고 지난해에는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8천304명이 퇴출됐다.

특히 지난해 KT노조는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특별명예퇴직, 임금피크제, 지사 통폐합, 자녀 학자금 지원 폐지 등에 합의했다가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까지 받았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요구하는 소위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 부분을 다 도입한 KT에서는 오히려 대규모 인력퇴출만 있었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 96%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반대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은 민주노총만 찍어 누른다고 강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전국적으로 진행한 ‘을들의 국민투표’에는 시민 14만 8천989명이 투표에 참가해 96%(14만3천81명)가 정부 정책에 반대표를 던졌다. 전국 169개 시군구 1천5개 투표소에 설치된 2천347개 투표함은 시민단체나 노조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들이 2만 원씩 주고 구입해 설치한 것으로 일반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합의 처리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노동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 노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

김영주 국회 환노위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일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상임위원장은 원래 결론을 먼저 내리면 안 되지만 5대 노동법만큼은 제가 먼저 결론을 냈다”며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내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출신이다.

 

▲ 지난 2일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에게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노동 법안 처리와 관련해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에게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노동 법안 처리와 관련해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개악 5법 저지를 분명한 당론으로 하고 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노동개악 5법 저지 입장을 견지할 것이며 이는 내년 총선까지 변함없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목, 2015/12/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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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눈이 멀 수도 있습니다

메탄올 중독 사건의 시그널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


2016년 1월, 20대 청년 5명이 응급실에 실려갔다. 앞도 안보이고, 뇌에도 이상이 온다고 했다. 삼성·LG 스마트 폰에 부품을 대주는 여러 하청공장들에서, 위험물질 ‘메탄올’ 증기를 하루 종일 들이마신 청년 노동자들이 급성중독으로 차례로 쓰러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1960년대에 없어진 줄 알았던 직업병이 한국에 다시 등장했다. 

시그널-메탄올 중독,산재.jpg  

“그녀는 언제나처럼 밤9시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고 속이 메스꺼웠다. 결국 한번 게워냈지만 몸이 좋아지진 않았다.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출근하여 일을 했지만 몸이 너무 안 좋아 잠시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다. 진찰한 의사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 공장에 돌아와 계속 일을 했다. 다음 날 오전9시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런데 눈이 침침하다. ‘매일 밤 일을 해서 그러나, 일단 집에 가서 한숨 자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에 왔다. 매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아침에 자는 잠. 잠을 청했다. 얼마쯤 잤을까, 눈을 떴다. 그런데 앞이 안 보인다. 사랑하는 나의 자식, 남편의 얼굴도 안보이고 온천지가 암흑이다…….

이 환자는 결국 당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고 의식을 잃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다 극적으로 살아났으나 시력을 잃었다. 병명은 “메틸알코올 중독에 의한 시신경 손상 및 독성 뇌병증”이었다. 공장에서 일한지 4개월 만에 얻은 병이다. 이와 비슷한 경과를 보이며 다른 4명의 청년 노동자들이 시력을 잃었다. 이 중에는 일한 지 5일 만에 병을 얻은 이들도 있다. 지금까지 총5명이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겼고, 이 중 4명은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 잠깐 일할 생각으로 인력 파견업체의 소개를 받아 들어간 공장에서 일하다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출처 - 인권오름 : 파견 노동자 청년들의 시각 손상 사고가 던지는 질문,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누구의 책임일까? 

이들은 모두 최저임금을 받는 파견 노동자였다. 4대 보험도 없었다. 사회의 유령 같은 존재였다. 20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고, 아이가 있는 이도 있었다. 

당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가?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가? 분명한 것은 한마디로 무엇이 문제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 노동자들을 대책 없이 파견 보낸 파견 사업주, 아무런 정보 없이 일을 시킨 사용 사업주, 핸드폰의 최종 종착지이자 하청과 파견의 먹이사슬 정점인 삼성과 LG, 그 모든 것을 용인한 허울뿐인 파견법과 노동부까지 종횡무진, 노동을 둘러싼 모든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 파견 노동자가 피해를 입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무엇을 바꿔야 할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여전히 이 사회의 유령인 파견노동자들은 위험한 상황 그대로 십수년째 방치되어 있다. 2016년 4월 현재, 노동부는 다양한 대응을 내놓았지만, 마지막 피해자는 노동부가 공장에 다녀간 뒤 피해를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내놓는 대책을 보아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눈치다. 먼저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마지막 피해자의 소식에 망연자실 했다. 자기들 만으로는 부족했냐고, 대체 이 나라 이정도냐고. 

위험한 파견, 무관심한 정부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고, 이 글에서는 원청 대기업의 먹이사슬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위험 먹이사슬 만든 대기업, 어떻게 책임질래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핸드폰 생산 대기업은 1차 하청기업에 알루미늄 케이스와 부품을 납품하라고 하고 계약을 맺은 뒤, 이후 벌어지는 일은 관심이 없다. 물건을 훔쳐오든, 어떤 사람이 아프며 만들든 관심이 없다. 이런 무관심은 정당할까? 






최근 국제적으로는 코발트라는 물질이 이슈다. 핸드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물질인데, 생산과정에 아프리카 콩고에서 아동노동이 행해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가 밝혀낸 이 사건을 통해, 국제사회에서는 전자산업 부품의 공급사슬에 대해 대기업의 인권 보호 책임 혹은 의무가 강조되고 있다. 이 사건 역시 삼성과 LG는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 보자. 메탄올 급성중독 사건, 앞을 볼 수 없거나 제대로 생활이 불가능한 20대 피해자만 5명, 삼성과 LG는 무얼 하고 있을까? 두 회사는 전자산업시민연대행동규범(EICC)에 참여하고 있다. 전자산업을 만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규범단체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Business Conduct guidelines와 협력사 행동규범을 제정한 바 있는데, 위 규범에 의해 삼성전자는 공급망의 안전보건과 관련한 사항을 협력사에 전달하고 협력사들의 규범 준수여부를 모니터링 할 것을 선언하였다.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24개 시민사회단체는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성과 LG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부품 공급 사슬 내의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안전을 어떤 식으로 보장해 왔는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예정인가”, 두 기업은 그동안 1차 협력사를 통해 위험관리를 해왔다고 답했다. 두 기업 모두 그 이상의 책임은 회피했다. 왜 그들의 공급사슬은 1차 협력사 까지라고 선을 긋는 것일까? 우리가 여기서 기억할 것, 대기업의 휴대폰 출시 사이클에 맞춰 일을 하는 1,2,3차 하청업체, 그 부품업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핸드폰은 삼성, LG 두 기업의 로고를 달고 출시된다. 

앞으로도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단체들은 메탄올 급성중독 사건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2차 공개 질의서를 예정하고 있고, 국제사회에 적극 문제제기를 준비 중이다. 파견의 문제, 무정부 상태인 노동행정의 문제, 짚어야 할 문제가 많다. 문제의식만 잔뜩 적은 글을 쓰게 되어 죄책감이 크다. 그래도 최우선으로는,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희망하고 희망한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수, 2016/05/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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