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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43] 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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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43] 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익명 (미확인) | 화, 2016/02/23- 20:27

죽음을 부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운동

실명 위기 놓인 하청 노동자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삼성전자 3차 하청 업체 20대 파견 노동자 4명이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이 중 3명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짧게는 8일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 일하던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보호 마스크나 환기 시설도 없이 장갑도 끼지 않고, 자신들이 다루는 것이 무슨 물질인지 모른 채 일했다. 20대 노동자 4명 중 두 명은 두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고, 1명은 이미 한쪽 눈은 실명했으며 한쪽은 시력이 손상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메틸알코올은 잘 알려진 독성 물질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1월에는 인도에서 29명이, 11월에는 터키에서 26명이 사망했다. 널리 알려진 독성 물질이기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 교육, 안전 장갑, 보호의, 보호 마스크 지급 및 환기 장치 설치 등이 의무화되어 있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처벌 조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주는 아무런 조치 없이 일을 시켰고, 정부의 감독은 완전 사각지대에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전자산업의 다단계 하청으로 삼성전자의 3차 하청 업체였으며,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에서 제외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 파견 사업장이었다는 것이다. 제조업 직접 공정은 파견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일시적, 간헐적 사유로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조사 결과, 해당 사업장은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파견 노동자를 사용했고, 파견 업체 또한 무허가 업체였던 것이 드러났다. 재벌 대기업의 위험 업무의 외주화, 불법 파견, 안전 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참혹한 사고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이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천을 비롯한 전국의 국가 지방 산업단지 공단 내 사업장이 모두 '하청 업체, 불법 파견, 소규모'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각종 맹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며 위험 작업을 하면서 방치되어 있다. 이번의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한 노동자의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노동부에 신고를 하고, 점검을 하면서 알려진 경우이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실명을 하고, 중추 신경계 마비가 왔으나 방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4월부터 광주에서는 남영전구의 수은 중독으로 떠들썩했다. 형광등 생산의 대표 기업인 남영전구 광주 공장의 설비 철거 과정에서 철거 작업, 운반 작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집단 수은 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80여 명의 노동자들이 수은 중독 피해를 입었고, 이중 12명은 산재로 인정받았다. 장비, 운반 종사 등 상당수 노동자들은 산재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특수 고용 노동자였고, 대부분의 노동자가 치료비 정도만 지원받은 상태이다.

 

수은 또한 너무나 잘 알려진 맹독성 물질이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나오는 '미나마타 병'이 대표적이다. 1956년에 일본의 미나마타 지방의 질소 비료 공장에서 버린 폐수가 바다로 흘렀고, 그곳의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집단 수은 중독에 걸려. 중추 신경계 마비, 경련, 사망으로 1956년에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고, 사람뿐 아니라 동물, 물고기 떼죽음 등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사회는 수은 중독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부터 수은 제품의 제조와 수출입을 금지하고, 수은을 관리하는 '미나마타 협약'을 마련했다. 2013년 140개국 대표가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 2016년 발효되며, 한국도 2014년 이 협약에 서명했다. 

 

수은 중독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수은 주입 작업을 했던 15세 문송면 소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수은 중독이다.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과 함께 노동 현장의 안전 보건의 심각성을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위험성이 너무도 잘 알려진 수은 중독이 2015년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에서 발생했다.

 

이 문제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영전구-우리토건-ㅅ 건설-(주)에코산업-심장'으로 이어지는 4단계에 걸친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이었다. 남영전구는 수은 폐기물을 적법한 처리도 하지 않았고, 매립해왔으면서, 자르면 수은이 뚝뚝 떨어지는 생산 설비 철거 작업을 하면서 철거 업체에 수은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몇 단계에 걸친 도급을 거쳐 맨 마지막에 일하던 노동자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호구나 장치도 없이 일하다가 수은 중독에 걸린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문제가 커지면서 노동부가 감독에 나섰으나,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수은은 도급인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 위험 업무이지만, 철거 작업은 도급 인가나 원청의 책임을 묻는 어떤 조항에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미나마타 협약을 체결했으나,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그동안 수은에 대한 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남영전구는 30년 동안 형광등을 생산했지만 단 한 번도 신고하지 않고 생산을 해왔다. 더욱이 수은의 경우에는 철거 후 운반된 수은이 포함된 고철, 수은을 매립한 땅, 수은이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는 하천 등 그 지역 주민 전체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미 절반을 넘어선 한국의 비정규직의 심각성은 재벌 대기업에서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의 2015년 고용 형태 공시제 조사 결과 300인 이상 대기업 3019개 소속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9.5%다. 300인 이상 기업 간접 고용 노동자 중 92%가 1000인 이상 기업에 분포, 10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가운데 41.4%가 비정규직이다. 10대 재벌 기업은 더욱 심각해서 현대중공업은 66.7%, GS는 56.1%, 포스코는 50.2% 등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안전 보건 투자는 오히려 전체 사업장 평균 이하로 심각한 수준이다.

 

1년 반 동안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죽음의 공장으로 불렸던 당진 현대제철도 마찬가지이다. 아르곤 가스 질식 사고로 5명의 노동자 사망이 일어나 노동부 특별감독이 진행되던 해에 수천 건의 법위반과 더불어 당진 현대제철의 안전투자가 0원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이번에 메틸알코올 중독이 발생한 삼성전자는 직업병 사망자 발생과 더불어 불산 누출 사고 당시에도 1000여 건이 넘는 법 위반이 적발되었고, 화학 물질을 다루며 수만 명이 일하는 공장에 전담 보건관리 조직이 없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화학 물질을 관리하는 보건 관리자 선임에 대한 사업장 감독도 부실했고, 미선임으로 적발되어도 300만 원 내외의 과태료에 그쳐, 사업장에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도 관리도 교육도 없었다.

 

하청, 파견 등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는 노동자의 임금, 고용의 불안정성뿐 아니라 생명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미 중대 재해의 40%가 하청 노동자 사망이다. 더구나 2차, 3차 하청으로 이어진 화학물질 취급의 문제는 노동자 사망과 더불어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심대한 타격을 준다. 그러나, 노동부는 유해 위험한 업무에 상시 고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급과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했다가 경총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방사선, 화학 물질, 설비 보수 업무 등 치명적인 유해 위험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고, 안전보건관리자를 원청에 선임의무를 두게 하는 등 원청의 의무를 강화하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반영한 법 개정안과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을 포함하여 산재 사망과 일반 재해에 대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청원 입법은 국회에서 심의도 열리지 못하고 법안 폐기의 운명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자의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며 뿌리 산업에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를 협박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한상의와 경제 단체가 주도하는 서명 운동에 대통령이 직접 서명에 나섰고, 강제적 서명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기도 안산의 반월 시화공단을 방문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파견법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 시각 한국의 대표적인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불법 파견으로 일하던 앞길이 구만리인 20대 청년 노동자들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빠졌다. 이미 차고 넘치는 공단의 불법 파견도 모자라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 통과는 노동자들의 피를 토하게 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길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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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버스기사의 졸음운전 사고는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격일제 근무와 근무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도록 방치한 근로기준법 59조가 그 원인이었다.

버스기사의 근무형태는 1일 2교대제와 격일제로 크게 나뉜다. 1일 2교대제는 오전, 오후, 휴무 3개조로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격일제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방식이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도 일부 있다.

1일 2교대제는 하루 9시간 정도 일하지만 격일제는 하루에 16~17시간 일한다. 1일 2교대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 부산 인천 등 7대 광역시와 청주, 제주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격일제를 운영한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끝에 50대 부부의 자동차를 덮친 수도권 광역버스 기사도 복격일제로 일했다. 그는 하루 17시간씩 이틀 일하고 다음날 하루를 쉬었다고 진술했다.

교대제 따라 ‘231시간 VS 309시간’ 큰 차이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5월말 발표한 전국 44개 버스업체의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 1일 2교대제와 격일제 사이에 근무시간은 월 80시간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 부산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은 월 231시간 9분 일하는 반면 격일제로 일하는 전북 등 지방의 시외버스 기사들은 월 309시간 33분이나 일했다. 근로기준법상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표] 전국 44개 버스업체 기사 월 근무시간

구분

업체수

기사수

1월 근무시간

근무형태

준공영제

시내

18

3,505

231시간 09분

1일2교대

민영제

시내

11

2,254

287시간 58분

 

마을

4

245

246시간 21분

1일2교대

농어촌

5

268

262시간 32분

 

시외

6

849

309시간 33분

 

▲ 출처 : 공공운수노조 2017.5.24 발표

이번 조사결과 40% 넘는 기사가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 한도인 주 60시간을 초과해 일했다. 연간 근로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3,122시간이 넘어 2015년 전국 평균 노동시간인 2,228시간보다 무려 900시간이나 초과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련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실태조사도 같은 결과다. 같은 시내버스 기사라도 근무형태에 따라 노동시간이 확연히 달랐다. 1일 2교대제로 일하는 기사는 대부분 월 260시간 이하로 일하지만, 격일제 기사는 절반 가까운 41.9%(1,530명)가 월 260시간 이상 일했다. 월 260시간은 주 60시간 노동에 해당한다.

격일제 기사 10%는 월 300시간 넘어

격일제 시내버스 기사는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비율도 9.4%(354명)에 달했다. 심지어 월 450시간 넘게 일하는 격일제 시내버스 기사도 36명(1%)이나 있었다. 반면 1일 2교대제 기사 중에선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근무형태별 시내버스 기사 월 근무시간(출처 : 자동차노련 실태조사(2016.2) 재분석)

▲ 근무형태별 시내버스 기사 월 근무시간(출처 : 자동차노련 실태조사(2016.2) 재분석)

시내버스와 시외, 고속, 농어촌 버스를 모두 포함해 월 260시간 이상 근무한 기사는 40.25%였다. 월 300시간 이상 일한 기사도 9.32%에 달해 버스기사들의 장시간노동이 교대제 형태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회사는 오전, 오후, 휴무까지 3개조로 편성해야 하는 1일 2교대제 보다는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격일제를 선호한다. 노동자도 하루 힘들게 일하고 하루 푹 쉬는 게 낫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16~17시간씩 장시간 연속노동은 노동자의 몸을 망가뜨리고 결국 졸음운전으로 이어진다.

무한정 연장근로 뒷문 연 근기법 59조

전문가들은 월 300시간 이상 초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근로기준법 59조를 꼽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기준근로시간으로 하지만, 같은 법 59조에 ‘근로시간·휴게시간의 특례 업종’을 정해 무한정 연장근로가 가능토록 했다. 4인 이하 사업장과 법으로 정한 운수, 의료, 위생업 등 특례 업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4인 이하 사업장엔 전체 노동자의 28%가 일한다. 특례업종은 운수, 물품판매 보관, 금융보험, 영화제작과 흥행, 통신, 교육연구 조사, 광고, 의료와 위생, 접객, 청소, 이용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59조 축소 공약

광범위하게 특례업종을 나열한 것도 모자라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까지 특례 적용을 받다보니 전체 노동자의 50% 이상이 근로시간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는 “59조 특례 업종의 맨 앞에 ‘운수업’이 명시돼 있어, 이를 없애지 않는 한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공약집에서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을 과제로 제시하고 세부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업종과 63조의 적용제외 산업 축소를 공약했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8월 주 40시간 근로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온 59조를 삭제하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입법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지난 9일 졸음운전 끝에 수도권 광역버스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돌해 50대 부부가 숨졌다.

만근일 훨씬 넘겨 장시간 노동

2015년 6월 전북고속 버스기사 장광열 씨가 대구의 한 숙소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장씨는 평소 술 담배도 일절 하지 않았다. 장씨는 사망 직전인 2015년 5월 무려 368시간 30분을 일했다. 장씨 회사는 월 21일이 만근인데, 장씨는 26일을 일했다. 대부분의 기사가 저임금과 회사의 인력부족 때문에 장씨처럼 만근일을 훨씬 초과해 일하고 있다.

2017071701_01

월, 2017/07/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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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 “지금당장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서비스노동자, 서울 시민 한마음 걷기 대회”가 경춘선숲길공원에서 민주롯데마트노조, 이마트노조, 홈플러스노조 등 마트조합원을 비롯한 많은 서비스연맹 조합원들과 서울시민 등 200여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7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지금당장 1만원인상을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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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에는 서비스연맹 강규혁위원장님과 민주노총 김경자부위원장님, 서울시 김종욱정무부시장님께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힘찬 발언 해주셨습니다.
미션을 완수한 사람 중 1인에게 수상된 SK매직서비스노조가 기증한 청소기는 지역주민에게 전달되었구요, 최연소참가자상인 믹서기는 103일된 아기에게 돌아갔습니다.
그외에도 많은 노동조합에서 기증하여 주신 다양한 먹거리와 선물로 풍성한 걷기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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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6/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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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하철 5~8호선의 157개 모든 역의 소방시설을 점검, 유지보수하는 노동자는 딱 7명이다. 7명은 157개 역 뿐만 아니라 서울도시철도공사의 6개 차량기지와 11개 현업관리소, 본사 사옥의 소방시설까지 맡고 있다. 그나마 7명 중 3명은 숙련공이고 4명은 석달 전 입사해 숙련공을 따라 업무를 배우고 있다.

5~8호선 소방시설 관리는 도시철도공사 자회사인 도시철도ENG의 시설관리처 소방시설관리단 직원이 맡는다. 모두 20명인 소방시설관리단은 단장과 서무 여직원 1명씩에, 소방법에 따른 법정 종합점검을 하는 8명과 화재 때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수막을 치는 3명을 빼고 나면, 157개 역사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유지보수하는 노동자는 7명이다.

도철ENG 시설관리처 소방시설관리단 전체 20명
법정 종합점검 4명
법정 작동점검 4명
야간 수막 3명 단장 1명
서무 1명
현업 근무 3명
신입 직원 4명

이들은 시민안전과 직결된 일을 하지만 지난해 구의역 사고 뒤 서울시의 직영화 방침에서도 배제돼 여전히 간접고용된 자회사 노동자다.

극심한 인력부족에 점검 제대로 못해

지난해 12월 발표된 ‘구의역사고 진상조사단 보고서’는 “도철ENG가 인력부족 때문에 규정대로 점검과 보수를 하지 못하고, 업무 진행이 어려운 공백 시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자회사로 업무를 위탁하는 바람에 공사와 자회사 사이 이중체계로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규정대로 점검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조사단에 참여한 장귀연 경상대 교수는 “역사 소방과 위생급수 점검업무만 실측했을 때 필요한 현장 직원이 140명에 달했지만, 역사 설비를 담당하는 근무인원은 87명에 불과했고, 이들은 점검 외 보수 업무도 담당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철ENG노조는 “인원이 부족해 실제론 보수업무만 하고 점검은 극히 일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진상조사단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설관리처 ‘소방’ 직원들은 시간부족으로 인한 업무수행 어려움을 묻는 설문(5점 척도)에 4.8점으로 가장 높은 업무강도를 호소했다.

차량은 직영전환, 역사는 여전히 간접고용

수도권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8년 9월 ‘서울시 공기업 혁신안’에 따라 당시 공사 정원 6,920명 중 10% 감축을 발표했다. 공사는 2008년 12월 희망퇴직자 280명과 외주하청사에서 일하던 100여명을 합쳐 자회사 도철ENG를 만들어 전동차 중정비와 궤도, 시설 및 기지관리 업무를 위탁했다. 이때 공사 희망퇴직자는 경력을 인정했지만 외주사 노동자는 신규채용돼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와 공사는 지난해 9월 안전업무의 직영전환 방침에 따라 도철ENG의 전동차 중정비와 궤도 근무자 171명을 공사 안전업무직으로 직고용했다. 그러나 시민안전과 직결된 소방, 위생급수, 냉방환기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는 여전히 도철ENG 소속이다.

현재 250여명이 남은 도철ENG는 본사에 17명, 시설관리처에 147명, 업무관리처에 88명이 있다. 이들 중 2009년 도시철도공사 구조조정 때 자회사로 넘어온 전적자가 46명이다.

도시철도ENG 인력(2016.9)
( )는 공사에서 넘어온 전적자
근무처 인원
본사 17(5)
시설관리처 147(22)
업무관리처 88(19)
252(46)

시민안전과 직결되는 도철ENG 시설관리처는 10개 단으로 구성돼 있다. 소방, 청사, 편의 등 3개 시설관리단과 권역별 7개 기술관리단이 있다. ‘소방’시설관리단은 5~8호선 157개 모든 역사와 6개 차량기지, 11개 현업관리소와 공사 사옥의 ‘소방과 냉방환기, 위생급수’ 시설을 점검하고 유지보수한다. ‘청사’시설관리단은 본사 사옥을 관리하고, ‘편의’시설관리단은 PSD 유리청소와 편의시설을 관리한다. 7개 기술관리단은 영등포, 상월곡, 강동 등 7개 권역으로 나뉜다. 업무관리처는 종합관제센터와 방문객 안내경비, 유실물센터 운영을 맡는다.

시설관리처엔 기간제 노동자도 34명이나 있다. 34명의 기간제는 스크린도어 유리 청소에 16명, ‘54년생’ 14명, 단기기간제 4명으로 나뉜다. ‘54년생’은 전적자 가운데 정년에 도달했지만 고령자고용촉진특별법에 따라 18개월 연장고용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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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20일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 2층 통신실 분전함에서 볼트가 풀려 불이나 고객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도철ENG노조 제공

연간 2만건 점검하기에 턱없이 인력 부족

도철ENG 시설관리 집계표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 위생급수, 냉방환기 등 3개 업무의 점검은 모두 1만 9,133건에 달한다. 진상조사단 보고서도 “청사 및 편의시설 관리단은 그다지 시간부족을 느끼지 않고 있으나, 실제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의 시설들을 관리하는 소방시설관리단과 7개 기술관리단은 시간부족으로 규정에 따른 점검 및 보수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잦다”고 했다. 보고서는 “시설관리처가 맡은 소방, 위생급수, 냉방환기 등 설비점검은 시민안전을 위한 핵심업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시민안전과 직결된 역사 시설관리 노동자가 간접고용돼, 공사와 자회사 사이 업무 소통문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철ENG 시설관리처 소방시설관리단 소속 한 노동자는 “고장 나도 오래된 부품이라 우리가 개조해 임시방편으로 만들어 끼우는데 공사에 말해도 새로 바꿔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도철ENG 조원기 노조위원장은 “단종된 부품을 공사 기술사업소 사람들한테 말하죠. 서류 꾸미고 신청하고 받고 하는데 빨리 바꿔주면 좋지만 하염없이 미루면 우리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시장이 안전 강조해도 여전히 소통에 장벽

지난해 구의역 사고가 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관행이 만연된 ‘하청’구조에 시민안전을 맡기지 않겠습니다. 안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게 안전업무직 공사 직고용이었다. 그러나 역사 시설관리는 직고용에서 제외돼 여전히 자회사로 간접고용돼 있다. 때문에 업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장 근무자의 의견이 공사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인력부족과 공사와 자회사의 업무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정보사회개발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정보사회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위생급수설비 유지보수 등 3종 과업범위 진단 및 원가계산 보고서>에서 “도철ENG의 현업 적정인력은 113.4명인데 공사는 92명으로 설계해 적정인력보다 21.4명이 부족했다. 문제는 도철ENG 실제 근무자가 설계인원 92명보다 적어 이를 충원하는 게 시급하다”고 결론 내렸다.

예로 법정점검을 뺀 소방설비 유지보수와 점검에 필요한 인력 설계는 37명인데 2016년 9월 현재 근무자는 35명으로 2명 부족했다. 연구용역 결과 소방설비에 필요한 적정인원은 42.91명으로 8명이 부족했다.

공사 용역결과도 인력부족.소통 주문

보고서는 해당 연구용역의 ‘배경’을 “서울도시철도공사 본사와 공사 기술사업소, 공사 기술지원단, 자회사 도철ENG 사이에 업무와 과업 범위가 명확치 않아 다자 분쟁이 간간히 발생하고 공사가 위탁한 소방, 냉방환기, 위생급수 등 3개 과업량에 비해 주어진 인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따라 세 업무에 필요한 적정 과업범위와 적정인력을 산정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해 안전의 외주화로 인한 소통문제를 평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단 보고서>도 “시민안전과 직결된 역사 설비관리는 도철ENG가 하고, 부품 공급 및 개선 기안은 공사가 하는 이중체계로 현장 담당자의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없고, 도철ENG와 공사의 이중체계로 업무분장이 불확실해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단 보고서는 설비관리 인력의 직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보고서는 “공사 직영 전환은 적어도 시설관리 부문 전체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도시철도공사는 도철ENG에서 전동차 중정비와 궤도 부문만 직영(무기계약)하고 시민안전과 직결된 역사 소방, 급수, 환기 일을 하는 노동자는 그대로 간접고용으로 묶어 놨다.

공사와 자회사 모두 시설관리 직영화 공감

도철ENG 시설관리직 공사 직영화의 필요섣은 공사와 도철ENG 사장도 인정한다. 도철ENG 이철수 사장은 지난 2월 23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소방시설관리 업무직의 공사 직고용 전환을 다시 요구해야 한다는 우형찬 의원의 질문에 “네 그것은 옳습니다”라고 답했다.

나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도 지난해 10월 12일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단과 간담회에서 “이번 안전업무직 전환은 열차 안전운행으로 한정했다. 대구지하철 화재 사례도 있듯 소방안전도 굉장히 큰 부분이다. 냉난방은 쾌적의 문제이고, 소방은 안전 문제이기에 소방은 안전업무직(공사 직고용)으로 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도철ENG 안병기 지원처장도 “역사 시설관리도 시민안전과 직결돼 직영화하는 게 옳다고 보는데, 해당 논의는 양공사 통합추진단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 처장은 “시설관리쪽 인력부족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2인1조 근무 약속도 못 지켜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의역 사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2인1조 매뉴얼을 만들고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인1조 근무 매뉴얼은 시간제한과 그에 따른 패널티 부과, 노동인력의 부족함이라는 현장의 문제를 도외시한 ‘탁상공론’이었습니다. 결국 책상머리 대책은 열아홉 청년이 홀로 위험을 감내하게 했습니다. 제 불찰과 책임이 큽니다”라고 말했지만 2인1조 근무는 아직도 요원하다.

진상조사보고서는 “도철ENG는 설계인원 자체가 2인1조 작업이 불가능할 만큼 적은 인원으로 짜여져 있고, 그마저도 실제 근무자는 설계인원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지적한 불합리한 패널티 부과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도철ENG노조는 “여전히 48시간 초과나 점검 미이행 땐 패널티 조항이 있다”며 “적정인력이라도 확보해주면 패널티를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메피아’ 척결은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

박 시장은 구의역 사고 직후 “전관채용, 이른바 ‘메피아’를 확실히 뿌리 뽑겠습니다. 메트로 퇴직자 채용을 의무화하는 계약서상 특혜조항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메피아를 척결하겠습니다. 공사 퇴직자와 신규채용자 간의 불합리한 차등보수 체계는 전면 수정토록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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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에서 도철ENG로 넘어온 전적자들은 기본급보다 더 많은 보전금을 받아왔다. 서울시와 공사는 메피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해 가을 ‘보전금’을 없앴다가 최근 다시 부활시켰다. ⓒ도철ENG노조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9년 직원들 희망퇴직을 독려하려고 퇴직 후 자회사 도철ENG로 옮긴 전적자에게 정년까지 자회사 월급외에 ‘보전금’을 별도로 줬다. 보전금은 2009년 공사에서 반강제로 밀려나 자회사로 구조조정 당해 옮겨온 노동자들의 급격한 임금하락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2009년 3월 맺은 ‘공사 희망퇴직자 임금 및 고용보장 협약서’에 따른 조치였다.

공사는 구의역 사고 이후 시장의 메피아 척결 방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전적자에게 보전금 지급을 중단했다. 서울시 방침으로 보전금을 없앴지만, 당사자들이 임금체불이라며 소송 움직임을 보이자 서울시와 공사는 법률검토 끝에 다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발표가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2009년 도철ENG 설립 때 공사 내 여러 부서에서 일하다가 넘어온 전적자들에게 역사 시설관리의 전문성을 익히도록 하는 게 우선이었지만 섣부른 대책으로 ‘메피아’ 척결의 첫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한 것이다.

금, 2017/04/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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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을 여러 번 그만뒀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 한 정당의 경선 후보가 “10년 근속하면 1년 안식월 지급”이라는 제도를 제안했다. 정책마다 찬반양론은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 제안에 대한 반응은 색다른 지점에서 갈렸다.

“신선한 제안이네. ‘저녁이 있는 삶’처럼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될 만 해.”
40대 중반 이상의, 비교적 안정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이 나누는 이런 대화가 들려왔다.

“뭐? 10년 근속? 그런 사람이 몇이나 돼? 3년 근속자도 보기 힘든데.”
20~30대들에게서는 즉각 이런 반응이 나왔다. 알고 보면 아주 정확한 분석이다. 한 직장에 10년 이상 다니는 직장인은 10명 중 1명 꼴이다. 3년 이상 근속자도 10명 중 2~3명 정도밖에 안 된다.(한국고용정보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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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차이가 아니라, 직종이나 계층 간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세대 안에나 양 극단은 존재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한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성장하고, 교육받고, 취업하면서 겪은 동시대의 현상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일’(work)을 바라보는 시각, 일에 대한 경험에서 20~30대들과 그 윗세대 간의 차이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이야기, 우리가 직접 해 봅시다

2030세대의 노동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보려고 한다. 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와 출판사 서해문집, 네이버 해피빈 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자비 없네 잡이 없어 2030세대 노동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서다.

기왕이면 20~30대의 목소리를 직접 내 보려고 한다. 스스로가 20~30대 나이인 연구자들 8명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자신의 경험과, 또래의 경험,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어 온 연구와 저작, 활동들을 바탕으로 “우리 일자리 현실, 대체 왜 이런 거야?”라는 질문을 놓고 문제점들 한 가지씩 짚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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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해피빈 공감펀딩을 통해 2018년 3월 중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공감펀딩 가기)

지난 8월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페이스노아’에서 이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자 네트워크’의 첫 만남이 있었다.(연구자 중 홍진아씨가 합류하기 전이라 7인이 모였다.) 각자 그동안 어떤 일을 어떻게 해 왔고, 어떤 것을 느껴왔는지 말하다 보니 자연히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 사회에서 일하며 2030 세대가 유달리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

황세원 :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일하고 있는 황세원입니다. 여러분께 이 연재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요청 드린 사람이죠. 오늘은 ‘2030세대의 일 이야기’라는 주제만으로 이야기해봤으면 해요. 각자의 경험, 또래의 경험들도 좋고, 연구와 저작을 해 오시면서 느끼신 바를 전해 주셔도 좋습니다.
먼저, 김빛나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에 온 이후 몇 개의 조직을 거치셨고요. 아직 20대인데,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네요. 주위의 친구들이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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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저는 세대를 대표할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대기업 쪽은 관심이 없었고 비영리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민하는 부분들이 겹치더라고요. ‘이 일이 나와 맞는 일인가’, ‘일을 하면서 소진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등이요. 조직은 일할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그 속에서 개인들은 스스로를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 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황세원 : 최근에 ‘밀레니얼 프로젝트’(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에 연구원으로 참여하셨더라고요.

김빛나 : 네, 이 연구를 하면서 2030세대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어떤 일을 하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경향은 영리·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큰 차이가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2030세대가 원하는 일의 기준은 기존의 ‘직업’이나 ‘조직’이라는 틀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또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지고 있더군요. 이런 사례들을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어야 한다?

황세원 : 최태섭 씨는 사회학을 공부하셨고(성공회대 박사과정 수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잉여사회’ 등 저작이나 신문 칼럼 연재를 통해서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분이죠. 2030세대가 ‘일’에 있어서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태섭 : 단순히 세대 간 차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죠. 이른바 ‘386 세대’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교육이 확 바뀐 거예요. 1980년 정도를 분기점으로, 그 이후에 출생한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네가 좋아하는 것을 네 일로 삼으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어요. 국가적으로는 문화산업을 띄우기 위해서 일과 취미를 결합시키기도 했어요. ‘일의 개념’이 이전과는 달라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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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그런 추동 때문에 생긴 경향성이라면 거부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최태섭 :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죠. 이 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자유, 삶의 질과 관련된 명제인데요. 문제는 그런 세대들을 담지 못 하는 경직된 사회인 거죠. 10여 년 간 칼럼니스트, 작가로 활동한 제 경력부터가 한국 사회의 모순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황세원 : 2030세대 많은 사람들이 최태섭 씨를 부러워 할 텐데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라는 자체를요.

최태섭 : 맞아요. 전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글 쓰는 일로 먹고 살았으니까요. 또래 중에서는 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경우죠. 그런데도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고, 사회적 인정의 문제도 있어요. 언론사건 출판사건 저에게 요구하는 건 어떤 종류의 ‘구색’이지, 저의 생각 자체를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예전 세대였다면 이 다음에 나아갈 만한 단계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에게는 없어요. 막차가 떠나 버린 거죠.

황세원 : 이 연재를 통해서 그런 문제들을 좀 더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30세대가 직장에서 더 힘든 이유

황세원 : 주수원 씨도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죠? 대학교 교직원이라는, 안정성과 소득이 보장된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하고 사회적경제 분야로 이직하셨더라고요. 지금은 학교협동조합 전문가이자 언론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주수원 : 대학교 교직원으로서 일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아 좋았는데요. 2012년 무렵 함께 일했던 동료가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서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는 것을 봤어요. 제가 일하는 조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성실한데 왜 조직은 그렇지 못할까 생각이 들었고 노조 등을 통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다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관심이 생겼어요.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도 선한 의지를 모아 협동조합이라는 수평적인 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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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이직 후 고민은 해결되었나요? 사회적경제 조직, 연구소, 언론 등 조직 경험과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 등을 비교해 보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주수원 : 이직하면서 당장 연봉이 천만 원 이상 깎였어요.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손해보는 선택이었죠.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인 조직들을 거치면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제가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기 보다는 이런 상황들 때문이었죠. 그래도 협동조합으로 교육하고 글 쓰고 연구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프리랜서는 조직 노동자보다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꼭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한 조직에 속하지 않고 조직 안팎을 넘나드는 2030세대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바뀔 필요가 있어요.

황세원 : 공인노무사인 김민아 씨도 다양한 조직 내 갈등을 가까이에서 접해 보셨겠어요. 어디나 갈등 형태는 비슷한가요? 특히 20~30대가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김민아 : 저는 업무 상 대공장 노동자들도 많이 만나고,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인문학 출판사 등등 두루 접하는데, 따져 보면 조직 내 갈등의 이유는 비슷해요. 보수적 위계 구조가 만들어 낸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가 ‘원래 그렇다’는 말로 통용되는 게 문제죠. 상사가 ‘아침형 인간’이면 줄줄이 일찍 출근하고, 전날 야근해야 하는 식으로요. 공익 조직에서의 386세대 선배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다 그렇게 해 왔다’고 하시고, 정말 그렇게 ‘헌신’하신 것도 맞아요. 그렇지만 다음 세대와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황세원 : 그렇게 어디나 갈등이 있는데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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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 우리 사회에는 “월급 줬으면 나머지는 참아야 하는 것 아냐?” 식의 생각이 만연해 있어요. 일 시키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 하는 사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편이죠.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어도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는 문화가 강해요.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을수록 가까운 사람한테 말을 못 하고요. 조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려면 우리는 좀 더 자기 일에 대해서 말해야 해요. 이 연재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안정적 직장’에 대한 환상과 쏠림

황세원 : 김정민 씨는 고교, 대학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하셨네요. 아르바이트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프리랜서부터 출판사, 비영리 조직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지금은 안정적인 조직에 다니고 계신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정민 : 안정된 조직에 속해 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엄청나요. 예술가들이 자유로워서 좋을 것 같지만, 지난 추석 때처럼 연휴가 길면 수입이 반 토막 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가 하면, 최근에 청년 창업자에 대한 연구를 해봤더니 좋은 조직에서 일정 기간 잘 배웠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좋은 조직을 만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안정적인 조직’의 경험은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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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우리 사회의 일 기준에서 ‘안정성’이 최우선인 것도 당연한 걸까요?

김정민 : ‘안정성’에 대한 환상이 분명히 있죠. 우리 사회의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에 대한 쏠림은 과도하다고 봐요. 안정적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다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잖아요?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어디 속했는지만 본다는 거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선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그렇게 과도한 쏠림이 있는 건, 그런 자리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를 마치 인생 성패의 갈림길처럼 여기기 때문 아닐까요?

황세원 : 주간지 ‘시사IN’ 기자로 일하시는 송지혜 씨도 ‘안정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2015~2016년에 대기업 정규직을 다니다 그만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살고 싶어서 퇴사합니다’ 시리즈 기사를 쓰셨죠?

송지혜 : 네. 그 시리즈를 기획한 계기가 있었어요. 대기업에 어렵게 들어가서 열 달 만에 그만 둔 대학 동기를 만났는데요. 본사 직원들이 상사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나면 하청업체에 가서 화풀이를 하더래요. 그런 구조를 견딜 수 없어 그만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리즈를 기획했던 건데, 그 때 했던 인터뷰 중에서 지면에 싣지 못 한 내용이 많아서 좀 더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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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더 전하고 싶은 건 어떤 사례들인가요?

송지혜 : 좀 더 평범한 사례들이에요. 당시에는 아무래도 극단적인 환경에 있었던 사람들의 사례들이 소개됐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치관에도 부합하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꼭 ‘다운사이징’, ‘다운쉬프트’처럼 욕구를 줄여서 사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 일상 속에서의 만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좋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황세원 : 저도 희망제작소에서 2년여 동안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보는 연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어느 세대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2030세대가 느끼는 답답함이 정말 컸어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구조 속에서 이 세대만 겪는 어려움과 손해가 크다는 것도 알았고요. 저는 얼마 후면 40대에 진입하니까 중간에 낀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저보다 아래 세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여러분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하셔서 반가웠는데요. 저도 이번 연재를 통해서 그동안 접했던 사례들을 더 전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 내용을 여기 다 적지 못 했지만 아직 전할 기회는 있다. 이 대화에서 다뤄진 주제들을 하나씩 더 긴 ‘수다’로 풀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혹은 조직 밖 노동, 전문성과 능력,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권리 등에 대해서다.

이 내용은 2018년 1월까지 매주 한 편씩 네이버 포스트,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된다. 마지막 10회를 위해서는 2018년 1월 중에 공개 좌담회도 열 계획이다. 이 과정 동안 함께N공감펀딩도 진행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2018년 3월 중 출판사 ‘서해문집’을 통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된다.
이 과정과 결과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 글을 읽는 2030세대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단지 여덟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2회 ‘고용안정이란?-지금 몇 번째 직장에 다니시나요?’다. 2030세대에게 ‘정규직’, ‘고용안정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3인 토크’ 형식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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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1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노아’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조재무 사진작가

월, 2017/11/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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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노동자 청년들의 시각 손상 사고가 던지는 질문

건강과 안전에 대한 조치 없는 제조업 파견 노동

이상윤
그녀는 언제나처럼 밤9시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고 속이 메스꺼웠다. 결국 한번 게워냈지만 몸이 좋아지진 않았다.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출근하여 일을 했지만 몸이 너무 안 좋아 잠시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다. 진찰한 의사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 공장에 돌아와 계속 일을 했다. 다음 날 오전9시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런데 눈이 침침하다. ‘매일 밤 일을 해서 그러나, 일단 집에 가서 한숨 자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에 왔다. 매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아침에 자는 잠. 잠을 청했다. 얼마쯤 잤을까, 눈을 떴다. 그런데 앞이 안 보인다. 사랑하는 나의 자식, 남편의 얼굴도 안보이고 온천지가 암흑이다…….
이 환자는 결국 당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고 의식을 잃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다 극적으로 살아났으나 시력을 잃었다. 병명은 “메틸알코올 중독에 의한 시신경 손상 및 독성 뇌병증”이었다. 공장에서 일한지 4개월 만에 얻은 병이다. 이와 비슷한 경과를 보이며 다른 4명의 청년 노동자들이 시력을 잃었다. 이 중에는 일한 지 1주일 만에 병을 얻은 이들도 있다. 지금까지 총5명이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겼고, 이 중 4명은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 잠깐 일할 생각으로 인력 파견업체의 소개를 받아 들어간 공장에서 일하다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 조치는 없는 영세사업장과 대기업

위 이야기는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생긴 일이다. 시력 손상을 입은 환자 5명 모두 20대 청년 노동자였고, 제조업에 파견된 불법 파견 노동자였다. 이들이 일한 공장은 달랐으나 일은 같았다. 핸드폰 케이스의 알루미늄 부품을 만들어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핸드폰 생산에 필요한 알루미늄 부품 물량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를 생산하는 인천, 부평 인근의 영세 공장들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파견 노동자를 공급받아 일을 시켰다. 공장 사업주들은 이들의 이름도 잘 모른 채 업무와 관련된 교육이나 지시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바로 현장에 투입했다. 안전이나 건강상의 주의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사실 제조업 공장에서 불법으로 파견 노동자를 쓴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단 지역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들을 이 공장에 소개한 파견업체는 무허가 업체다. 인터넷 사이트만 열어놓고 노동자들을 가입시켜 해당업체에 소개해 주고 수수료만 받아 챙긴다. 파견법 상으로는 이 업체가 4대 보험 등을 가입하고 인력 관리도 해야 하지만 그런 건 안한다. 불법업체니까.

영세공장 사업주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덜한 에틸알코올을 써야 하는 작업 과정에 메틸알코올을 썼다. 에틸알코올이 2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메틸알코올을 썼으면 노동자들이 그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환기 시설을 잘 갖추고, 장갑, 마스크, 보안경 등을 지급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안 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냐 싶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핸드폰 생산 대기업은 1차 하청기업에 알루미늄 케이스와 부품을 납품하라고 하고 계약을 맺은 뒤, 그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최근 핸드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라는 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아프리카 콩고에서 아동 노동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앰네스티 등에 의해 밝혀졌다. 전자산업 부품의 공급사슬(supply chain)에서 대기업의 인권 보호 책임 혹은 의무가 점차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 등 해당 기업은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 원료를 생산하는 광산은 전세계에 걸쳐 있고 몇 천개가 넘는데 이를 어떻게 다 신경쓰냐고 항변한다.

박근혜 정부는 파견법을 개정해서 파견 노동자를 늘려야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난다고 주장한다. 실제 일자리는 늘어나고 기업은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파견 노동자들은 건강을 잃고 심한 경우 생명도 잃는다. 위험한 업무가 파견 노동으로 전가되기 때문이고, 노동자를 파견 받아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들은 파견 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면서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한 업무는 외주를 주거나 파견 노동자를 받아서 일을 시키면 안 된다. 위험한 업무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를 위한 설비도 갖추어야 하고 노동자 교육도 시켜야 하고 보호구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영세한 외주업체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인력 시장에서 노동력만 공급받아 물량 채우기 바쁜 파견 노동자 사용 사업주가 어떻게 이런 조치를 다 취할 수 있겠는가. 상품 생산 구조 속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는 이들만이 상품 생산을 위해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고, 또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위 사진:불법파견 노동자 메틸알코올 중독 실명 방치 - 박근혜 정부와 LG•삼성 규탄 기자회견 <사진 출처 - 노동자건강연대>

핸드폰 생산 과정 내 유해화학물질 관리 부실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총5명의 노동자들이 각기 다른 공장에서 시력을 잃고 뇌 손상으로 사경을 헤맸다. 사건의 크기나 심각성을 고려하면 당장 이에 대한 대규모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진상을 파악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현재 5명의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조차 그 전모가 충분히 파악되어 공개된 상태가 아니다. 해당 핸드폰 부품 생산이 이루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최근 이와 같은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추가적인 환자 발생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확인하였고 확인할 계획인지도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을 메틸알코올이라는 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취급 관리 부실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는 핸드폰 부품 생산업체 전체의 화학물질 취급 관리 부실 문제를 드러낸 것이고 제조업 파견 노동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피해를 당한 이들이 모두 제조업에 파견된 불법 파견 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을 애써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이래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정부가 파견 노동의 문제를 직시하고, 핸드폰 생산 과정 내 유해화학물질 관리 부실 문제를 변죽만 건드리지 않아야 근본 문제가 해결된다.

말끝마다 청년 노동, 청년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정치세력들은 청년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월, 2016/03/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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