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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나왔는데… 검찰이 무혐의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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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나왔는데… 검찰이 무혐의 조작

익명 (미확인) | 목, 2016/02/11- 19:04

검찰이 전북 삼례 강도치사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진범을 잡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시켰고, 재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진범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힘없는 서민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치부를 감추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사고 있다.

전북 삼례 강도치사 사건 피의자 3명이 9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지난 1999년 11월. 부산지검은 “범인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두 달여간의 내사 끝에 진범 중 한 명인 조 모씨를 긴급 체포했다. 또 마약 투약 혐의로 잡혀 이미 수감생활을 하던 공범 이 모씨와 배 모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누명을 쓴 삼례 청년 3명은 전면 재조사를 받기 위해 부산교도소로 이감되는 등 사건의 진실이 곧 밝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관할이 부산지검에서 전주지검으로 이첩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진범을 잡은 검사는 수사에서 배제되고, 무고한 삼례 청년 3명을 강도치사죄로 기소해 옥살이를 하게 한 전주지검 검사에게 다시 사건이 배당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최초로 수사했던 전주지검에서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니까 이첩한 것”이며 “조사과정에서 부산 3인조가 최종적으로 진술을 번복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한 이 모씨는 전주지검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기존의 자백을 번복하도록 유도당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백을 번복하려고 한게 아니었다”며 “검찰 수사가 우리가 아니라는 쪽으로 가는데 우리가 맞다고 끝까지 우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주지검이 작성한 내사결과 종합보고에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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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피해자가 강취당한 보석은 녹색의 진짜 보석인 에메랄드가 박힌 여자용 목걸이 반지 팔지 한 세트와 남자용 반지 1개였다”며 “이는 큐빅과 가짜 자수정이 박힌 금반지를 샀다는 금은방 주인의 진술과 다르다”고 했다. 전주지검은 이를 근거로 부산 3인조를 진범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금은방 주인의 실제 진술은 전혀 달랐다. 금은방 주인은 검찰 조사에서 “보석에 관해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에메랄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녀는 또 “저희 같은 변두리에서 장사를 하는 규모가 작은 업소에서는 반지 자체의 금이나 18K 이외에는 에메랄드나 자수정에 대해서는 가격을 쳐주지 않기 때문에 진짜인지 감정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금은방 주인은 에메랄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검찰이 가짜라고 단정한 것이다. 게다가 이 보고서는 금은방 주인이 부산 3인조로부터 구입한 패물의 외양이 피해자의 것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일부러 누락했다.

피해자 부부가 빼앗긴 결혼 패물의 행방은 진범을 가르는 결정적인 증거다. 검찰이 삼례 청년 3명을 기소하면서 제시한 증거는 주범인 임명선씨의 집에서 발견됐다는 드라이버와 부엌칼 등 9점 뿐. 피해자 부부가 빼앗긴 패물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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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부부의 진술도 교묘하게 왜곡했다. 피해자 부부는 “표준말을 사용했지만 경상도 억양이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보고서에는 경상도 사투리가 불확실하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엔 또 부산 3인조 중 한 명인 이씨가 슈퍼 방문의 구조와 재질, 손잡이 형태를 모른다고 했지만, 이씨는 전주지검의 피의자 신문 때 방문의 재질과 구조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씨의 진술은 미닫이문을 여닫이문으로 혼동한 것 외에는 경찰의 현장 검증 때 찍은 영상과 정확히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터널효과라고 설명했다. 경찰대 경찰행정학과 이기수 교수는 “용의자가 자백을 하면 이 사람이 죄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 일종의 터널효과라는 게 생기고 유죄와 관련된 심증, 정황, 증거만 수집해 수사를 끝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주지검 최성우 검사는 나라슈퍼의 대문이 고장나 닫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보고서에 이를 누락시키는 등 삼례 청년들이 범행을 부인하는 증언과 증거는 철저히 무시했다.

최 검사는 현재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화이트컬러 범죄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어렵사리 연락처를 수소문해 문자를 보내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그는 따로 할 말이 없다며 기자에게 행복한 설 명절을 보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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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을 잡고도 무혐의로 풀어준 검찰 때문에 누명을 쓴 삼례 청년들은 성년을 감옥에서 맞이했고, 17년이 지난 지금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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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도자료와 다른기관의 보고서 등을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든 현직 국회의원은 25명으로 확인됐고, 표절 정책자료집 발간 비용으로 국회 예산이 들어갔다는 최근 뉴스타파의 보도(의원님들의 표절…그리고 혈세)와 관련해 녹색당이 논평을 내고 “무단으로 남의 저작물을 도용한 것은 명백한 도둑질이고 범죄”라며 전면적인 진상 규명과 함께 해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 녹색당 논평

▲ 녹색당 논평

녹색당은 오늘(10월 20일) 논평을 통해 “남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이 연구한 것처럼 둔갑시킨 사실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표절 정책자료집 한 건당 400만원에서 9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25명의 의원들에 대해서 저작권법 위반과 형법상 사기죄 등으로 수사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국회도서관에 등재하지 않은 정책자료집을 감안하면 국회의원들의 표절행위는 현재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며 정책자료집 전반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녹색당은 지난해 정책자료집 발간비와 홍보물 유인비, 정책자료 발송비가 46억 원이 사용됐고, 국회가 사용한 업무추진비도 86억 원에 이르고 있지만, 국회는 총액만 공개한 채 의원별로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했는지 상세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 서류를 숨기고 있다면서 관련 자료를 반드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녹색당은 이와 함께 이번 표절 정책자료집 보도와 강원랜드 청탁 의혹 사건을 통해 적폐를 청산하는데 앞장서야 할 국회가 정작 청산의 대상임이 드러났다면서,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의 개혁을 촉구했다.

금, 2017/10/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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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한국에 오게되면 꼭 거쳐야하는 곳이 있다.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다(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이름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뀌었다). 합신센터에서 국정원은 탈북자들을 조사해 간첩을 가려낸다. 조사 기간은 최장 180일, 간첩으로 의심을 받게 된 탈북자들은 6개월 동안 독방에서 강도높은 조사를 받는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도 없다.

국정원 합신센터에서 진행된 간첩 조작 방식은?

탈북자 강동훈(가명) 씨는 지난 2011년 8월 한국에 입국해 합신센터로 들어갔다. 강 씨합신센터는 조사를 받던 중 북한에서 마약을 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자 국정원 수사관은 마약죄로 징역 20년 형을 받을지 간첩죄로 3년 형을 받을지 선택하라고 강요했다고 강 씨는 말했다. 국정원 수사관이 자신의 뺨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강 씨는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고 입국한 위장 간첩이라고 자백했다. 검찰은 강 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징역 3년을 복역했다.

▲ 국정원의 간첩 조작은 잘 알려진 서울시공무원간첩 사건만이 아니다.

▲ 국정원의 간첩 조작은 잘 알려진 서울시공무원간첩 사건만이 아니다.

강 씨는 현재 자신의 자백이 강압에 의한 거짓 진술이었다고 말한다.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강동훈 씨의 고향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강 씨가 자백한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봤다.

강동훈 씨는 합신센터 조사에서 2011년 5월 31일 오후 8시 경 대동강 초소장으로부터 공작원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제안을 받은 장소는 강 씨의 집 앞 잔디밭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탈북한 강 씨의 고향 지인들은 강 씨의 집 앞 잔디밭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어서 간첩 제안 같은 은밀한 이야기를 하기는 힘든 장소라고 증언했다.

▲ 강동훈 씨가 북한 보위부 간부로부터 간첩 제안을 받았다는 장소. 평소 왕래가 많아 은밀한 이야기를 할 곳은 아니라는 게 강 씨 고향 지인들의 증언이다.

▲ 강동훈 씨가 북한 보위부 간부로부터 간첩 제안을 받았다는 장소. 평소 왕래가 많아 은밀한 이야기를 할 곳은 아니라는 게 강 씨 고향 지인들의 증언이다.

강동훈 씨는 한국에 잠입한 후 형 강동철을 통해 간첩 활동에 대한 지령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강 씨의 고향 지인들의 증언은 이 진술을 믿기 힘들게 한다. 이들은 강동훈 씨가 탈북한 이후 형 강동철 씨가 보위부에 끌려가 혹독한 고초를 겪은 게 한 두번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강 씨의 형이 보위부에 끌려갔다 “머리가 다 터져서 피가 줄줄 흐르고 이빨도 다 부서진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강 씨는 자신의 자백을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 수사관이 말해 주는 ‘힌트’를 참고로 일종의 소설을 썼다는 거다. 재판 과정에서 왜 자백을 번복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당시 자신에 대한 증언해 줄 사람도 없고 번복하면 더 큰 처벌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두려워 번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정원, “어이없는 거짓말까지 강요”

‘거짓말 탐지기를 속인 여자’로 알려진 탈북자 이혜련 씨도 비슷한 경우다(※ 관련기사 : 거짓말 탐지기를 속인 여자). 이 씨도 2012년 합신센터에 들어갔다가 간첩이라고 자백해 3년 형을 받았다. 당시 국정원은 거짓말 탐지기로 이 씨를 조사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 씨는 북한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속일 수 있는 특수 약물을 속옷에 숨겨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씨가 탈북당시 입었던 속옷에는 약물을 숨길만한 공간이 없었다. 이 씨의 속옷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이 씨는 국정원의 강압에 못이겨 상상으로 약물을 생각해 낸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국정원 합신센터 간첩 사건 12건…상당수 조작 의혹

국정원이 중앙합동신문센터를 2008년 설립한 이후 적발한 탈북자 간첩사건은 뉴스타파가 확인한 것만 12건이다. 이 중 유우성 씨와 홍강철 씨의 사건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여기에 강동훈 씨와 같이 강압 수사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만 5명이다.

▲ 국정원이 합신센터에서 적발한 간첩사건은 확인된 것만 12건. 이 가운데 상당수는 조작이거나 조작 정황을 찾을 수 있다.

▲ 국정원이 합신센터에서 적발한 간첩사건은 확인된 것만 12건. 이 가운데 상당수는 조작이거나 조작 정황을 찾을 수 있다.

여러 간첩 사건을 담당했던 장경욱 변호사는 “국정원 합신센터에서 조사 중 수사관들에 의해 간첩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외부 조력없이 한국의 법 체계를 모르는 상황에서 허위자백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기 때문에 간첩으로 조작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이름이 바뀐 합신센터는 간첩 조작의 산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장 변호사는 “최근 면담을 했는데 대공수사처장 출신인 센터장이 위장 잠입한 탈북 간첩을 색출하는 게 합신센터의 고유한 임무라고 말했다”며 “이 말은 결국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는 합신센터에서 계속 간첩 색출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발언이고 그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간첩 조작이 재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는 탈북자들에게는 이른바 ‘개미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는 탈북자들에게는 이른바 ‘개미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합신센터, 추가 간첩조작사건들…국정원 적폐청산에 포함돼야

간첩 조작 사건들을 담당했던 변호사들은 간첩조작이 이뤄진 현장인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를 제대로 개혁하려면 조작 의혹이 짙은 모든 간첩 사건과 이들을 수사한 국정원 직원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조사대상 목록에는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만 포함돼 있다. 무죄 판결난 홍강철 씨의 사건 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정해구 국정원개혁발전위원장은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상당한 의혹이 있거나 분명한 증거가 있으면 국정원개혁위원회에서 검토를 해가지고 조사할 만한 사항이 있으면 채택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취재 – 신동윤
촬영 – 최형석, 김기철, 오준식
편집 – 이선영
CG – 정동우

목, 2017/07/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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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일간의 침묵을 깬 북한의 화성 15호 발사

지난 11월 29일 저녁, 북한이 74일간의 침묵을 깨고 사상 세 번째이자 가장 성공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언론의 격한 반응과 함께 워싱턴 강경파들의 대북 선제공격이라는 평소와 다름없는 엄포를 불러일으켰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이 미친 자가 우리 국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 의회 내 보수 세력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었다.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그레이엄 의원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수십만 명의 미국인,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들이 죽을 수 있다는 예측을 손쉽게 무시한 채,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파괴하는 것과 미국 국토를 파괴하는 것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면, 북한 정권을 파괴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 정권이 이해하길 바란다”고 거만하게 선언했다.

한편 워싱턴의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의 스콧 시맨 아시아국장은 월스트리터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20%로 평가한 자신의 예측이 이번 미사일 발사 때문에 바뀌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다른 전문가들은 한반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50%나 그 이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발사 성공이 “국가핵무력” 완성이 실현됐다는 북한 측의 발표, 그리고 이전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으로 볼 때 북한이 소위 ‘도발’ 이상의 것을 계획중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마침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랄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이 워싱턴포스트에 제기했다. 코사 소장은 “북한은 우리가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했다는 확신이 서면” 유엔이 북한에 가한 제재를 해제해주는 대가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부분의 신문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ICBM 발사 실험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최초 보도8,000마일(약 1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화성 15호의 잠재적 사거리에 초점을 맞췄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제목과 같이, 북한 신무기의 사정권에 “미국 수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지난 11월 29일 새벽 발사되고 있는 화성 15호

▲ 지난 11월 29일 새벽 발사되고 있는 화성 15호

화성 15호 발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 상황을 유심히 관찰해 온 사람들에게 있어 이 정도 규모의 미사일 실험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북한은 최근 성명 및 미국 전문가들과의 비공식 회담을 통해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목표는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임을 강조했고, 일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완료한 후 평화 회담에 임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지난 10월 북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와의 외교에 임하기에 앞서, 우리는 [북한이] 미국의 어떠한 침공에도 대항할 수 있는 방어 및 공격 역량을 갖추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외무성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미국 전문가들과 전직 관료들에게 이와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전문가들 중 두 명인 수잔 디마지오조엘 위트는 11월 7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우리와의 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목표는 많은 무기를 보유한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방어하기에 충분한 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북한이 “핵무장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그들이 탈출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적 해법이 북한에 관한 언론과 정치권의 논쟁을 지배하고 있는 워싱턴에서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반전평화단체 ‘플라우쉐어재단(Ploughshares Fund)’의 조 시린시온 대표는 지난달 28일 MSNBC의 유명 진보성향 토크쇼 진행자 레이첼 매도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는 우리가 북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과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 북한에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이 “(협상도 시도해보지 않았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북한과의 전면전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던 지난 2002년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시린시온 대표는 이번 미사일 실험은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숙고하여 한 발짝 나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북한 측이 60일간 미사일 실험을 멈춘다면 그것이 “(김정은 정권과의 직접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북한 측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기사를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이 74일간 실험을 중지했음에도 “우리(미국 정부)는 어떠한 협상도 시도하지 않았다”고 시린시온 대표는 말했다.

“우리가 처리하겠다”는 트럼프, “미국의 선제타격 우려한다”는 문재인

전쟁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자, 언론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11월 방한 당시 김정은과 “협상을 하겠다”는 발언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신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모인 기자들에게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막 보고를 마친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더 솔직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 탄도미사일이 “솔직히 북한이 이전에 쏜 미사일들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발사가 “기본적으로 세계 모든 곳을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계속해서 만들려는 연구개발 노력의 일환”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정부가 기존에 사용한 적이 없는 ‘연구개발’에 대한 언급은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사용하는 표준적인 용어보다 훨씬 부드러우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매티스 장관 등이 지난달 초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 사용하던, 거의 종말론에 가까운 용어보다 당연히 덜 위협적이다.

그러나 미국을 억제할 수 있는 핵무기를 완성하는 “역사적 대업을 마침내 실현했다”는 북한 측의 주장에서 트럼프 정부가 어떤 기회를 포착했는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최상훈 기자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북한이 미사일 역량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태평양에 정상적인 궤도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미사일 실험 동결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김 교수는 이번 발사실험에 대한 텔레비전 중계 발표는 “아마도 북한의 국내 선전선동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워싱턴 분석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폐기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을 때에만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올해 수차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수잔 디마지오는 “트럼프 대통령 등의 선동적인 발언”이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선언, 그리고 경제제재 중 일부를 해제하는 것이 그러한 신호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11월 초에 밝힌 바 있다. 디마지오는 또 보수 성향인 카토 인스티튜트(Cato Institute)가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이루었다고 믿을 때까지 무기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분석가들도 이번 미사일 실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에 놀라움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제재와 압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이 핵탄두 탄도미사일 완성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 측의 선제타격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지난 11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 지난 11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미사일 발사 직후 개최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여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군축협의회 분석가 킹스턴 레이프 국장은 문 대통령의 이같은 성명이 “놀랍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의 대통령조차 트럼프가 파국을 초래하는 전쟁을 일으킬 것을 염려한다”고 적었다.

수, 2017/1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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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지난 두 달 동안 19대와 20대 국회의원의 정책 자료집 2천 6백여 건을 분석했다. 조사는 우선 20대 현직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정부 보도자료나 다른기관의 보고서 등을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든 현직 국회의원은 25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발간한 표절 정책자료집은 모두 35건이었다.

※ 현역의원 25명 전체 명단과 내역 보기

이번 조사와 분석은 국회도서관에서 확인 가능한 정책자료집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 도서관에 정책자료집이 등재돼 내용 확인을 할 수 있었던 의원은 191명에 그쳤다. 나머지 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정책자료집을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책자료집을 국회도서관에 제대로 등록해놓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국 20대 의원 191명이 낸 1,254건의 정책자료집만을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표절 정책자료집 발간에 사용한 국회 예산 내역도 일부 확인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경대수, 이현재, 윤영석, 함진규 의원 등은 표절 정채자료집의 발간 비용으로 국회 예산을 자료집 1건 당 380만 원에서 890만 원까지 청구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낀 정책자료집 발간에 국민의 세금이 쓰여진 것이다.

나머지 의원 20여 명도 정책자료집 발간 비용으로 국회 예산을 타 낸 것이 확인됐지만 해당 의원이나 국회 사무처는 세부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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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정책자료집을 만들면서 베낀 원자료를 기관별로 분류했다. 국책연구기관 등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베낀 의원이 13명(정책자료집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베낀 의원은 7명(정책자료집 7건)으로 집계됐다.

또 정부기관 등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베낀 의원도 5명(6건)이었고 학위논문이나 학술지 발표 논문을 베낀 의원은 4명(6건), 언론 기고문 등을 베낀 의원도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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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의원들은 다른 기관의 자료를 베끼면서 인용이나 출처 표기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심지어 원 자료에 ‘출처 표기’를 명시한 문구도 있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를 무시했다. 표절은 물론 저작권 침해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저작권을 침해당한 원 저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연구성과가 도용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또한 해당 의원실로부터 사전에 허락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거는 제가 지금 처음 봐요. 왜냐하면 제가 관련된 보고서 같은 경우는 어지간한 건 제가 한 번씩은 다 보고, 적어도 내용은 안 보더라도 목차는 보고, 어느 보고서가 있다는 존재는 알고 있는데 이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요.

연구보고서 원 저자

뉴스타파는 표절 정책자료집을 만들고 국가예산을 받은 국회의원 25명의 명단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또 20대 국회의원들이 발간한 천 2백여 건의 정책자료집 목록도 함께 공개한다. 뉴스타파는 또 19대 전직 의원들의 정책자료집 베끼기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도 앞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 20대 의원 191명 정책자료집 목록 보기


취재 최윤원, 박중석
촬영 김남범, 오준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그래픽 하난희
자료조사 정혜원, 김도희

목, 2017/10/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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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부터 인터넷을 통해 촛불시민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과 비방글을 지속적으로 작성해온 이른바 ‘김춘택’이란 사람은 가공 인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시민의 팩트체크 요청에 따라 ‘김춘택 교수’란 사람이 실재하는 지 여부를 취재했다(관련기사 : 실체없는 선동글 ‘김춘택 교수’ 가 실재하나요?). 그 결과 국내 대학교수 가운데에는 유일하게 안동대에 동명이인의 외래교수가 있으나 안동대의 김춘택 교수는 허위 비방글을 쓰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추가 취재를 통해 ‘김춘택 교수’는 군 장교 출신의 80대 남성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정모(박정희와 육영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에 지난해 11월 6일 올라온 ‘국방장관은 민간인 문재인에게 군 부대를 정치선전장으로 제공한 1사단장을 군법회의에 넘겨야!’ 제목의 글을 보면 ‘김춘택 교수’라는 사람이 11월 1일 보낸 이메일 내용이 원문 그대로 올라와 있다. 글 내용에는 ‘우리 예비역 장교단’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마지막에 작성자는 김춘택 교수 대령(예)라고 표시돼 있다.

박정모 카페에 올라와 있는 김춘택 교수의 글

▲ 박정모 카페에 올라와 있는 김춘택 교수의 글

‘김춘택 교수’가 보낸 다수의 글이 올라와 있는 A씨의 블로그를 보면 김춘택씨가 육군에서 대령으로 예편했으며 ‘국가관이 투철한 친구’라는 평가도 확인할 수 있다. A씨는 김춘택씨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또 김 씨가 2015년 중국 대련에서 보낸 이메일 내용으로 미뤄 현재 한국이 아닌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블로그에 공개된 김춘택 씨의 사적인 이메일 주소와 박정모 카페에 공개된 ‘김춘택 교수’라는 사람의 이메일 주소는 서로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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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블로그에 공개된 김춘택 씨의 이메일은 주로 오랜 친구들의 근황을 전하고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의 나이가 83세인 것을 감안하면 김춘택 씨도 동년배로 추정된다.

A씨는 그러나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직접 만난 적은 없다”면서 “중국에 있는 것 같은데, 미국에도 있고 해서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김춘택 교수’의 인터넷 글에 대해 묻자 “김 씨가 요즘 시국에 대해 좀 비판적”이라면서도 자신은 김 씨가 어느 대학에서 교수를 했는지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김 씨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B씨 역시 “김 씨를 이메일로 알게 됐으며 어느 대학 교수인지 등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춘택 교수가 작성한 글들은 처음에 동년배들의 지인들에게 보내진 뒤에 노인층 대상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의 이메일 원문이 다수의 이메일 계정으로 반복해 전달됨을 보여주는 포워딩 흔적이 목격되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김춘택 씨의 이메일 주소로 연락을 취해 “다른 동명이인의 교수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어느 학교 교수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으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메일을 쓰지 않으며 적절치 않은 주제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는다”는 짤막한 영문 답변만 돌아왔다. 답변의 끝에는 작성자를 Prof Kim으로 표시했다.

이로써 ‘김춘택 교수’라는 인물이 적어도 제3자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다. 그러나 김춘택 씨가 어떻게 교수직함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개인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누구도 글쓴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은 글이 단지 ‘교수’라는 직위가 가지는 권위에 근거해 확산된다면 글쓴이가 누구인지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김춘택 교수’의 글을 접한 한 시민이 뉴스타파에 팩트체크를 요청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각종 SNS와 블로그 등에는 ‘김춘택 교수’ 명의로 작성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촛불집회 일당 5만원’ 등의 글 십여건이 노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김춘택 교수’ 관련 글에 대해 경찰성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취재:최기훈 조현미

월, 2017/03/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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