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동권 요구에 복지깎는 성북구, "그럴 줄 몰랐냐"는 인권도시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7월 15일 김영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하 ‘본 개정안’)에 대하여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며 해당 법안의 철회를 촉구한다.
본 개정안은 전 세계 인터넷 발전의 근간을 유지시키고 있는 망중립성의 원칙을 약화시키고 국내 망사업자의 이익만을 대변한다. 특히 이번 법안은 ‘인터넷접속역무에 대한 이용대가’라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도입하였는데, 이는 유럽통신규제기구(BEREC, 2012)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2010 & 2015)가 명시적으로 금지했었음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 망사업자들만이 주장하고 있는 ‘망이용대가’와 다름아니다. 이미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는 망사업자들 사이에 한해 발신측이 수신측에 데이터의 추후전송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여 이미 ‘망이용대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망사업자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콘텐츠의 호스팅을 꺼려하면서 망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이 줄어들어 인터넷접속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고, 일부 망사업자는 발신자종량제 정산의 부담을 콘텐츠제공자에게 전가하여 이미 인터넷 전역에 ‘망이용대가’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어 2020년에는 ‘서비스안정화의무법’이 통과되면서 콘텐츠제공자에게 전송품질에 대한 의무를 부가하여 간접적으로 망사업자들이 망이용대가를 수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법안도입취지에서 ‘망이용료’를 언급하여 그 의미를 확실히 하였다. 이번 김영식 의원 법안은 처음으로 법조문에 ‘망이용대가’를 규정하여 한국 인터넷 생태계를 망중립성 없는 지옥으로 밀어넣는 마지막 의식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만 세계 인터넷 생태계에서 고립시켜 콘텐츠 다양성을 저하시켜 이용자들의 온라인문화향유권을 옥죄일 것이다.
더욱이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들 중에서 3개 상위사업자들은 인터넷 이용자들로부터 인터넷접속료를 받으면서도 국내에서의 과점적인 지위를 남용하여 지속적으로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에게 과도한 접속료 또는 이중과금 형태의 ‘망 이용대가’를 요구해왔는데, 본 개정안은 이러한 ISP의 요구를 정당화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과거에는 이미 인터넷접속료를 내고 있는 국내 CP들에게 그리고 심지어는 인터넷접속을 구매하지도 않던 국내 디바이스 업체에게도 ‘망이용대가’를 받겠다고 나섰다가(2011년 삼성스마트TV) 비난에 밀려서야 포기했던 전력을 고려하면 매우 위험한 입법이다. 심지어 특정 CP들의 서비스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음성전화 매출이나 IPTV 매출에 영향을 주자 이들 어플리케이션들의 트래픽만 지연 및 차단하기도 하였다(2013년 카카오톡 보이스). 앞으로도 이번 개정안을 무기로 부당한 ‘망이용대가’를 ‘정당한 이용대가’로 포장하여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구조상 기간통신사업자인 ISP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전송해주지 않으면 부가통신사업자인 CP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관계로 이는 기본적으로 불균형적 관계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법으로 대가 지급 의무를 강제하면 ISP들은 더욱 공고해진 게이트 키퍼(gatekeeper) 지위를 통하여 우월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망중립성이 규범으로 자리잡은 이유도 이와 같은 ISP들의 게이트 키퍼 지위가 남용되는 것을 막아 인터넷이 원래 지향했던 모든 개인들간의 자유로운 탈중앙화된 소통방식을 유지하려는 이유였다. ISP가 금전적으로든 비금전적으로든 정보전달에 조건을 거는 것은 인터넷을 전화, 방송, 신문처럼 중앙화된 통신수단으로 만들어 인터넷이 인류에게 제공한 표현의 자유를 훼손시킨다.
ISP-CP의 불균형적인 관계를 무시하고 소수의 해외 CP를 규율하겠다는 목적으로 양 당사자가 약정하지도 않은 ‘인터넷접속역무’ 대가의 지급 거부를 금지행위로 규율하려는 시도는 ISP-CP 간의 불균형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특히 ISP가 ‘정당한 이용대가’라는 명목으로 CP와 스타트업들로부터 과도한 요금 또는 이중과금을 부과할 경우, 이는 콘텐츠제공서비스 운영비용 증가, 사업자간 경쟁 제한 등으로 이어질 것이며, 인터넷 생태계의 혁신성과 역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이용자들의 추가 비용 부담, 선택폭 제한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자 후생을 저해할 것으로 보이며, 여기서 이득을 보는 건 오로지 국내 ISP뿐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본 개정안이 인터넷 및 스타트업 생태계와 이용자들의 표현 및 통신의 자유에 미칠 불가역적인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망사업자에 볼모잡힌 정보통신정책 추진의 중단과 해당 법안의 철회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1년 9월 3일
사단법인 오픈넷
<참고: 김영식 의원 법안>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의 서비스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 발생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면서 이들이 국내 인터넷망 이용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음. 그러나 이와 같은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들이 구축한 망을 이용하며 자사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망 이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고 있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이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경우,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다른 일반 콘텐츠제공사업자 또는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함. 또한,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의 망 투자 및 확충 유인이 감소하고 정상적인 망 구축에 지장이 발생하여 전체적인 인터넷망 이용 환경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음.
이와 관련하여, 최근 법원의 판결(2020가합533643판결)을 통해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들의 망을 이용하며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고 있다는 점, 이러한 망 이용을 통해 제공받는 인터넷접속역무는 유상이라는 점이 확인된 바 있음.
이에 제22조의7에 따른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하여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접속 역무의 제공에 필요한 망의 구성 및 트래픽 양에 비추어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율함으로써 국내 망이용 환경의 정당한 질서를 바로잡고, 다른 부가통신사업자 또는 이용자에게 비용이 부당하게 전가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함(안 제50조제1항제6호 신설).
법안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전기통신사업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50조제1항제6호부터 제8호까지를 각각 제7호부터 제9호까지로 하고, 같은 항에 제6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6. 제22조의7에 따른 부가통신사업자가 인터넷접속역무의 제공에 이용되는 통신망의 구성, 트래픽 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비추어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 받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
부 칙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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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G폰 지금 사지 마세요 – 다같이 빨라져야 합니다
[2] 인터넷은 무료다 – 해외여행에서 만나는 망중립성
[3] 페이스북이 느려지면 누구 책임인가?
[4] 인터넷도 전기, 수도처럼 “쓴 만큼 내는 게” 옳지 않을까?
[5] ‘망이용료’도 없고 ‘역차별’도 없다
[6] 우리나라 인터넷접속료가 파리의 8배, 뉴욕의 5배?
망중립성 영상 1편 - 인터넷은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있는걸까?
망중립성 영상 2편 - 인터넷도 쓰는 만큼 돈을 내야 할까?
망중립성 영상 3편 - 망중립성은 왜 이슈가 되는걸까?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①]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②]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원하고 박경신 이사가 감수한 특별기획 웹툰(글: Nica, 그림: farming)이 나왔다. 웹툰은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라는 제목으로 총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1편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는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박교수와 함께 2030년 망중립성이 사라진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인터넷 세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망중립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2편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에서는 2020년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박교수가 알려주는 망이용료 및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 등 현재 이슈들의 문제를 깨닫고 망중립성 지키기 운동을 벌여 인터넷의 미래를 바꾼다는 내용이다. 특히 ‘커뮤니티 네트워크’라는 국내에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여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논란의 맥락도 짚어준다.
인터넷은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품앗이로 전달해줌으로써 누구나 무료로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망중립성’이란 각자가 정보 전달에 돈을 받으려거나 정보의 내용에 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단말 간 상부상조의 약속이다. 오픈넷은 그동안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보장,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망중립성 강화 운동을 지속해왔다. 최근 망중립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에게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웹툰을 만들게 되었다.
5G폰을 왜 지금 사면 안 되는지, 인터넷은 왜 전화나 우편에 비해 무료인지, 인터넷은 왜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닌지, 왜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지, 왜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린지 등등 인터넷 이용자가 실생활에서 직접 겪었을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지금처럼 미래에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 망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도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웹툰은 오픈넷 홈페이지(opennet.or.kr)에서 볼 수 있으며, 망중립성에 대한 좀 더 자세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알길 원하는 독자에게 웹툰과 더불어 아래의 글을 읽기를 권한다.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①] 라이즈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특별기획 웹툰②] 리턴 오브 망중립성의 수호자
<망중립성 더 읽기>
- 5G폰 지금 사지 마세요 – 다같이 빨라져야 합니다
- 인터넷은 무료다 – 해외여행에서 만나는 망중립성
- 페이스북이 느려지면 누구 책임인가?
- 인터넷도 전기, 수도처럼 “쓴 만큼 내는 게” 옳지 않을까?
- ‘망이용료’도 없고 ‘역차별’도 없다
- 우리나라 인터넷접속료가 파리의 8배, 뉴욕의 5배?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아이렌 칸(Irene Khan)은 지난 금요일(2021. 8. 27) 대한민국 정부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통신문(communication)을 전달하였고, 오늘 오전 유엔 공식 사이트를 통해 통신문이 공개되었다. 통신문은 임박하고 긴급한 인권침해에 UN 인권대표부가 개입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정부에게 해명을 요청하는 절차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8월 22일 한국 표현의 자유 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했던 데이비드 케이(David Kaye) 전 표현의 자유 특보를 통해 칸 표현의 자유 특보에게 긴급 통신문 발표를 요청했고,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다른 시민단체 역시 진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칸 특보는 언론, 표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고의, 중과실 추정 등을 명시하는 본 개정안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식 서한을 전달한 것이다.
칸 표현의 자유 특보는 해당 통신문을 통해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규율 대상을 정의하여 자의적인 법 집행, 적용을 가능하게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과 함께 넓게 고의, 중과실을 추정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언론의 자기검열과 부담을 심화시켜, 한국 정부가 준수할 의무가 있는 국제인권법인 UN 시민적, 정치적 권리 규약(ICCPR) 제19조에 위배하여 언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음을 명시하였다.
특히 ‘정보와 사상을 전달할 권리는 정확하고 올바른 진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충격적이거나 불쾌하거나 불안함을 주는 정보와 사상 역시 보호한다(Human right to impart information and ideas is not limited to correct statements, and protects information and ideas that may shock, offend, and disturb.)’, ‘근거가 박약한(ill-founded) 의견이나 명제를 말할 권리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며, 명제가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격권 침해나 정신적 고통”은 불명확한 요건으로 표현규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국제인권법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존의 명예훼손 규제와 달리 ‘허위 또는 조작보도’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설하여 민사책임을 지우려한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를 한 것이다. 또한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이 언론사들에게 취재원을 공개하도록 하는 부담을 지워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 하였다. 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 정보매개자에게까지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들이 사적 검열을 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점도 지적하였다.
오픈넷은 정부와 국회가 UN 표현의 자유 특보의 우려를 중대하게 고려하여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헌법재판소는 2020. 11. 26.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요청에 따라 인터넷 게시물의 게시를 중단하는 임시조치 제도(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0. 11. 26. 결정, 2016헌마275 등).
이번 헌법소원을 진행한 오픈넷은 임시조치 제도가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현실을 도외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결정요지에서 헌재의 다수의견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사인이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이용계약의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책에 따라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권이나 복원권을 규정할 수 있는 점, 사인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를 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곧 표현의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게시자는 해당 정보를 다시 게재하거나 다른 곳에 게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제한이 심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임시조치 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는 임시조치 제도가 삭제 요청이 들어온 모든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한 번은 사실상 무조건적으로 차단하도록 법상 ‘의무화’하여 해당 표현물의 유통을 인터넷상에서 금지시키도록 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결론이다. 게시자가 해당 정보를 다시 게재하거나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 제한이 중대하지 않다는 논지도, UN 인권이사회가 수차례 반복해서 천명한 ‘오프라인에서 보호되는 표현은 온라인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What is protected offline should be protected online)’는 국제인권기준에도 반하는 설시다.[1]
이번 헌재 결정의 3인의 반대의견에서는 이러한 위헌성이 명확히 지적되었다.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 3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 다른 절차적 요건 없이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권리침해 주장자의 주장만 있으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에 나아갈 여건을 제공한다는 문제가 있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되는 영역에서는 개별적 사안마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익형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헌법적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적으로 선재(先在)적 법익형량을 하여 개별적 사례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이익형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일정기간 동안 표현의 자유보다는 인격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특정한 사건에 관한 논쟁이 성숙되었을 때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의 ‘시의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의 조화로운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도외시한 입법이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권리침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정보가 아니라 권리침해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이 있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아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주요한 표현매체로 자리 잡은 인터넷 공간에서 시의 적절하게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인바, 전자가 후자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고 하며 임시조치 제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임시조치로 연간 약 450,000건, 일일 평균 1,250건이 넘는 인터넷 게시글이 차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는 공적 인물이나 업체 대표에 의하여 요청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과적으로 대체로 공인에 한정된 피해주장자의 권리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터넷상 여론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크며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인적·재정적 자원을 가진 공인이나 기업들이, 임시조치 제도가 간단한 방법으로 인터넷 글들을 지울 수 있는 제도라는 맹점을 이용하여 온라인 마케팅 업체나 지지단체를 이용하여 자신들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판글들을 무차별적, 대량적으로 조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10. 5.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의 한국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임시조치 제도가 그 추상성으로 말미암아 과도한 인터넷 게시물 규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며 정보매개자의 책임 시스템은 서비스제공자의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규정되어야 하고, 복원권이 보장되는 선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였다.
국제 인권 기준의 일부인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에 따르면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게시물에 대해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2] 왜냐하면 정보매개자로 하여금 사전검열이나 일반적 감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나아가 이 임시조치 제도와 같이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삭제 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시물을 삭제, 차단하도록 하는 동기를 강하게 부여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의 개선은 헌법 및 국제인권법상의 요청이며,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국회 및 정부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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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인권이사회 결의문 (HRC res 20/8, 2012년6월; HRC res 26/13, 2014년6월)
[2] JOINT DECLARATION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INTERNET by The United Nations (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OSCE) Representative on Freedom of the Media, the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OAS)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African Commission on Human and Peoples’ Rights (ACHPR)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Access to Information, June 1, 2011 (“intermediaries should not be subject to extrajudicial content takedown rules which fail to provide sufficient protection for freedom of expression (which is the case with many of the ‘notice and takedown’ rules currently being applied)”); EU Electronic Commerce Directive 2000/31/EC, Article 15(1)
2020년 11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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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조치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 제2의 사이버 망명 사태를 원하는가? (슬로우뉴스 2014.12.02.)
정보매개자에게 징벌적 손배 적용은 자기책임원리에 반해
사단법인 오픈넷은 언론중재법을 통해 언론의 명예훼손 행위에 한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제2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만들어 기사열람차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려는 안에 대해서도 누차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여당이 내놓은 언중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기사열람차단청구를 담고 있음은 물론 다음과 같은 이유로 더욱 포악한 반민주법으로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첫째, “허위·조작보도”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입는 경우 법원이 5배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은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안들과 달리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증액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배를 적용한 것으로서 단순히 손해배상의 액수를 높인 것이 아니라 이미 위헌 판정을 받아 없어진 허위사실유포죄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민사불법행위 유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이 델타변이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처럼 그 자체로 개인에 대한 명제가 아니라서 허위이든 진실이든 명예훼손과 같은 피해를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보도에 의존하여 행동한 사람이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명예훼손 등 정형화된 불법행위가 없었음에도 보도에 허위, 오해의 요소가 있고 그 요소와 자신의 피해 사이에 모종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명예훼손, 사기, 문서위조 등 특정한 피해자에게 특정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정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적 평가는 명확하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서는 ‘공익훼손 목적’과 위법성요건으로 그 범위를 좁히더라도 위헌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다른 불법행위들과 달리 5배수 손배를 부과한다는 면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형사처벌처럼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위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대상에 “… 정보를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매개하는 행위”로 포함하고 적용대상자를 “언론 등”으로 정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까지 포함되도록 하였다. 즉 보도를 직접 하지 않고 그 보도를 매개하는 행위까지 징벌적 손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인데 이 역시 기존의 징벌적 손배안들을 초과하는 악법이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는 그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자가 아니라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도록 언론사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다. 이들은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그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든 위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방조자의 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민사든 형사든 당연한 자기책임원칙의 귀결이다. 그런 원칙이 없다면 렌터카로 저질러진 납치에 대해서 렌터카 회사가 방조책임을 져야할 것이고 범죄모의를 휴대폰으로 하면 이동통신사가 방조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에게 불법성 여부는 물론 심지어 존재나 내용에 대해서 인지조차 없는 기사를 매개한 책임을 지라는 이번 개정안은 자기책임원칙에 반한다. 특히 비슷한 이유로 인터넷 초창기부터 미국의 DMCA 제512조와 CDA 제230조 그리고 유럽의 전자상거래지침 13-15조로 조문화되었던 정보매개자책임제한원리에 반한다. 특히 현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는 국내업체들밖에 없는데 이번 개정안은 숨막히게 긴 역차별적 갈라파고스 규제 목록에 새롭게 등재되어 우리나라의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을 계속 저하시킬 것이다. 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들은 징벌적 손배를 피하기 위해 합법적인 게시글들을 자진해서 검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억울한 일을 당해 승소해도 쥐꼬리만한 배상밖에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민사손해배상제도를 발전시켜야 하는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일반적인 민법개정안을 통한 징벌적 손배 논의에 찬성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언론사 및 정보매개자의 표현 및 표현매개행위에 대해서만 징벌적 손배를 설정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균형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과거 표현의 자유가 공직자명예훼손 형사처벌, 허위사실유포죄 등으로 심대하게 위협을 받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이런 법이 있었다면 어떤 기사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협 때문에 위축되고 사라져갔을지 상상해보라. 촛불의 뜻을 저버리는 언중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021년 7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010-5109-684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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