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체결된 ‘파리협정’을 두고 전 세계 언론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소식을 전했다.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화석연료 의존에서 긴급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윤리적이고 법적인 새로운 규범으로서 채택했기 때문이다. 국제 조약이라는 차원을 넘어 파리협정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이제부터 곱씹어야 할 문제지만, 값싼 화석연료에 취해있던 시대와 결별해야 하는 ‘신 기후체제’가 본격화됐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호는 중요하다. 특히 에너지 문제와 같이 예측 불확실성이 높고 경제적으로 민감한 영역의 경우 더 그렇다. 게다가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한국처럼 화석연료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안보라는 측면에서도, 우선 떠올려야 하는 항목은 이제 국방비 대신 에너지와 식량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신호탄이 울렸는데, 우리는 뛸 준비가 되었을까. 같은 신호를 들었지만, 반응의 온도차는 존재한다. 가령, 얼마 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주요 기업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경제 활동을 위협하는 요인을 조사했는데, 기후변화나 환경위기는 여전히 낮은 순위로 나타났다. 그 대신, 경영인들이 꼽은 최대의 우려 요인은 ‘과잉규제’였고, 정치적 불확실성, 사이버 공격 등도 그 뒤를 따랐다.
규제완화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업계들이 공통적으로 보내고 싶은 1순위 신호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정부 관계자로부터 ‘기후변화’라는 표현이 곧 ‘규제’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이 단어를 기피하는 분위기라는 말을 들었다. 기후변화 대응이 불가피한 흐름이 된 가운데 기업에 부담이 가중진다면, 반대급부로서 새로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에너지규제 다 푼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언론이 보도한 제목이다.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 거래를 개인과 민간 사업자에게도 개방해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설명대로 소규모 태양광을 설치한 개인이 남는 전기를 이웃에게 판매할 수 있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긍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핵발전 중심의 기존 전력 시스템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기술에 본격적으로 문턱을 낮추겠다는 신호는 좋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유리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신호만으로는 큰 파장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재생에너지의 정책 목표나 지원제도가 너무나 의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가 획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석탄을 비롯한 화력발전과 핵발전 비중의 축소, 전기요금 정상화 등을 통한 전력 수요관리가 전제돼야 하지만, 이런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전향적인 변화를 선택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활성화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에너지 신산업’이란 정도의 정책 신호로는 역부족이다. 기후변화의 시계는 이 수준의 대응 속도로 행동하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끌었던 헤르만 셰어의 말대로 “모자란 것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다. 빠듯한 것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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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해 파이로프로세싱 1단계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의 일종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고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스트론튬을 분리하여 별도 보관하고, 플루토늄 등의 초우라늄 물질(TRU)을 분리해 고속로에서 태워 없애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3,282억 원의 국가 예산이 들어갔고, 2017년에도 고속로 연구 예산을 포함해 939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 원자력 분야의 연구개발 사업 전체 예산의 70%에 가까운 규모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을 이용할 경우,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의 면적을 1/100 이하로 줄일 수 있고, 핵폐기물의 독성도 1/1,000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환경단체와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은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을 둘러싼 진실은 뭘까?
<목격자들> 지난 석달동안 원자력연구원 연구보고서 18종 입수, 관계자 인터뷰, 국회 제출자료 등 공개자료 비교분석해 파이로프로세싱 진실 찾아나서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지난 석달 동안 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연구 보고서 18종을 입수해 분석했다. 이 내부 보고서와 함께 원자력연구원과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와 그동안 원자력연구원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보도자료, 홈페이지 게시자료, 주민설명회 발표자료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리고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를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그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사실들과 파이로프로세싱의 실제 상황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일부 사실을 감춰왔거나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핵폐기장 면적을 1/100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법의 근거가 “미국 에너지부 자료’라는 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파이로프로세싱을 이용할 경우 고준위핵폐기물처분장의 면적을 1/100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면서 그 근거로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 나온 계산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연구원 파이로프로세싱 총괄책임자의 인터뷰와 국회에 제출한 답변자료에 일관되게 나타난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 계산법의 근거를 추적해보니 그 출처가 미국 에너지부가 아니라 ‘Nuclear Technology’라는 미국 원자력학회의 학회지에 실린 논문으로 밝혀졌다. 미국 원자력학회 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미국 정부의 공식 자료로 둔갑시킨 것이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이 논문이 미국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작성됐다는 답변을 했고, 결국 출처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원자력연구원이 자신들의 주장에 근거가 되는 이론의 출처를 왜곡함으로써, 주장의 신뢰도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 ‘죽음의 재’ 세슘과 스트론튬을 300년간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파이로프로세싱 과정에서 세슘과 스트론튬이 발생하는 데 ‘죽음의 재’로 불리는 고방사능 물질로 각종 암과 백혈병 발병의 원인이 된다. 세슘은 공기 중에서 수용성 화합물이 되어 물에 녹아들기 쉽고, 스트론튬은 사람의 뼈에 고착되는 성질이 있다.
일부 핵 전문가들은 그동안 파이로프로세싱에서 세슘과 스트론튬을 분리해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그동안 세슘과 스트론튬을 안전하게 보관하여 최종처분장으로 보낸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을 뿐, 보관 기간과 보관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뉴스타파 <목격자들>과의 인터뷰에서 300년간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인했고, 보관장소 역시 지하 250미터 깊이에 저장시설을 만들겠다는 내부 계획을 공개했다.
또한 지하 보관의 경우 지하수로 인한 침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자력연구원의 계획은, 세슘과 스트론튬을 유리 상태로 만들어 금속용기에 담아 보관한다는 것인데, 예기치 않은 충격이나 부식으로 금속용기에 균열이 발생하면 세슘과 스트론튬이 지하수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매년 세슘과 스트론튬 총 보관량의 10만 분의 1 정도가 지하수에 녹아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세슘과 스트론튬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파이로프로세싱 과정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성 기체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위험성에 이어 추가적인 위험으로 지적될 수 있는 사항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침묵하거나 말하지 않고 있었다.
3. 수십년간 난항을 겪은 해외의 고속로 개발. 아직도 고속로는 연구개발 단계.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분리해낸 플루토늄과 마이너악티나이드 등 독성이 높고 반감기가 긴 TRU(초우라늄 물질)를 태워 없애기 위해서는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라는 원자로가 별도로 필요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소듐냉각고속로를 세계 각국이 힘을 쏟고 있는 미래 기술인 것처럼 홍보해왔다. 그러나, 2009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연구보고서 ‘후행핵연료주기 정책방안을 위한 기초연구’에 나타난, 해외 각국의 소듐냉각고속로(이하 고속로) 연구의 실상은 이와 크게 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1940년대부터 고속로 연구를 시작했다가 1994년에 핵비확산 정책으로 인해 최종 중지했다. 영국 역시 경제성을 이유로 1993년에 정부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프랑스, 일본, 러시아 정도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속로를 계속 연구해오고 있는데, 이들 나라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실험용 고속로 ‘슈퍼피닉스’를 폐쇄했고, 일본 역시 2016년 실험용 고속로 ‘몬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만이 2010년대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여 800메가와트급 고속로 1기를 건설했을 뿐이다.
고속로의 냉각재인 소듐은 공기와 닿으면 불이 나고, 수분과 닿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고속로를 개발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화재와 폭발 등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일본의 몬쥬 고속로는 1995년 화재사고 이후 가동 중단 상태로 있었다.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은, 60여년에 이르는 기간동안 난항을 겪어왔던 해외의 고속로 개발 과정과 화재와 폭발 사고 등 고속로의 불안정성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4. 파이로프로세싱은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만을 처리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경수로와 중수로 두 종류가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누적된 양은 2016년 12월 기준으로, 경수로가 약 7천 1백톤, 중수로가 약 8천 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만을 처리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처리할 수 없는 기술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시설
그러나, 그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미래창조과학부는 외부에 공개하는 자료에서 경수로와 중수로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기술이라고만 소개해왔다. 이는 경수로와 중수로의 사용후핵연료 모두를 처리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의 효과를 실제보다 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기존 주장과 확인된 사실 비교
지금이라도 투명한 정보공개와 진실된 소통을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이번 취재 과정에서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하여 각종 정보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공개해왔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숨겨왔고, 때로는 자료 출처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원이 침묵했거나 감춰왔던 파이로프로세싱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제부터라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들과 진실되게 소통해야 한다.
지금까지 가시화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전력 생산에서 핵에너지와 석탄에너지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 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조로 에너지 정책을 운용해 온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안(案) 정도도 급진적이거나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최근 논쟁의 초점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맞춰지고 있다. 이 공론화위원회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단의 일부일 뿐이지만 다른 많은 논의를 이끌어내고 향후 에너지 정책의 향방을 좌우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관심은 자연스럽다 하겠다.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김지형 위원장.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의미와 전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한국 에너지 정책과 거버넌스의 역사와 성격을 더 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정책 논의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국회
최근 신고리 5,6호기의 법적 위상과 권한에 대한 논박이 오가면서 특히 야당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은 이러한 중요한 국가 정책에 대한 결정은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제가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지만 수긍할만한 주장이고 요구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정이 진척될수록 매몰비용이 늘어나고 이 때문에 공사 진행과 중단 또는 백지화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에 야당과 한수원 측이 동의한다면, 공사를 잠정 중단한 가운데 현재의 공론화위원회 활동 시한인 3개월이 대신에 1년 또는 몇 년 동안이라도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게 된다면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국회 내로 국한되어야 할 이유는 없으며, 더 많은 이해관계자와 이른바 일반 시민들도 함께 하는 논의와 결정 과정으로 만들 방법이 여럿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환기할 한 가지 사실은 이제까지 주요한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더 좁혀 말해서 핵발전 정책에 대해서 한국의 국회는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국회 스스로도 이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에너지 정책결정과정에서 국회는 철저히 소외됐다는 점에서 에너지정책만큼 행정부 주도로 이뤄진 정책도 드물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정책연구와 입법 등을 추진하기 위해 출범한 국회 신재생에너지 포럼 창립대회 모습. (사진출처: 이원욱 의원실)
예를 들어 20년 이상의 에너지 수급의 큰 정책 방향과 기본적인 에너지믹스까지 결정하는 최상위 법정 계획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인데, 이것의 수립 절차는 국가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그리고 국무회의의 3단계 심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회에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공청회 정도 말고는 의무적으로 부여된 역할이 없다.
전기사업법에 근거하여 핵발전과 석탄화력을 포함하는 발전소의 종류와 설비용량까지 포함하여 2년 단위로 작성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도 국회에는 수립 과정에서 산업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있을 뿐, 공식적 의결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즉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국회에 맡겨달라고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계획할 때에도 국회의 공식적 역할은 없었다. 노후 핵발전소의 연장 가동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결 사항일 뿐 국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한편, 2013년 여름 밀양 고압송전탑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국회 산업위가 중재하는 40일간 시한의 전문가협의체가 모처럼 구성되었지만 한국전력 측의 보이코트에 가까운 태도에 대해 국회는 무력했고 문제 해결에도 실패했다.
2014년에는 삼척에서 그리고 2015년 영덕에서 주민들이 자체 주민투표를 진행하여 압도적인 반대의사를 확인했지만 정부는 이 사업들이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사안이 될 수 없다고 고집했고, 역시 국회는 끼어들 곳도 없고 끼어들지도 않았다.
물론 기존 법률에 적시된 권한이 없더라도 특별한 에너지 사안에 대해 국회는 언제든 공청회를 하든 특별결의를 하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제껏 국회의원들은 그런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국회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그 역시도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에서도 보이듯, 국회가 에너지 정책에서 어떤 역할을 주장하려면 오히려 지난 시기 무력과 안일함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핵발전 밀집도를 갖게 되고 인근 대도시 시민들이 불안에 떨게 하고, 송전탑으로 인해 힘없는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바닥을 기게 만드는 데에 국회가 했던 일과 하지 않았던 일을 먼저 자기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에서 국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할 역할과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보완입법을 논의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한 일이다.
이해관계자 철저히 소외…밀실 행정이 주도한 취약한 에너지 거버넌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계기로 비로소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시민참여와 에너지 거버넌스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야말로 거버넌스의 원리가 진작에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었다. 에너지 문제는 다른 환경 문제와 마찬가지로 통제되지 않는 외재적 요인들을 포함하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가지며, 비교적 긴 시간 과정과 직간접적인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결부되어 있으며,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에너지 문제는 경제와 밀접히 관련되는 동시에, 환경문제이기도 하고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여러 주체와 영역 간의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되며, 관련 주체들의 상호 학습과정을 통해 이를 반영하는 정책 결정과 시행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바로 거버넌스의 필요 이유이며 작동 원리다.
하지만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소수 관료와 전문가들의 밀실 결정에 의존해왔으며, 이는 에너지 정책을 보수적으로 만들고 작성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사회적 형평성 같은 중요한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거나 사후적으로 덧붙이는 방식으로 해결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해왔다.
에너지원 중에서도 핵발전은 사고가 날 경우 오염 범위가 광범위하고 피해가 불가역적이며 출력이 크고 조절이 어렵다는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발전원과의 관계에서 복잡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거버넌스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핵발전 독재나 ‘핵마피아’ 같은 표현들이 반증하듯 가장 거버넌스와 거리가 먼 에너지원이 되어왔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1960-70년대에 권위주의 정부가 ‘정치적 기업가’로서 산업화를 직접 주도하면서 그 수단으로 전력 등 에너지산업을 전략 부문으로 배치하고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조직과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온 역사가 있다.
산업 부흥과 단기적 경제 효율성을 중심으로 정책 기조가 짜여지면서 실제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산업담당 부서였고, 정부와 에너지산업, 그리고 에너지다소비산업이 바라는 대로 에너지수요 전망이 수립되고 에너지가격도 정해졌다.
따라서 한국의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에서 중앙정부 이외의 주체는 하위파트너로서의 역할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정은 전력산업의 분할 이후에도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왔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부 외에는 어떤 이해관계자도 이 논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에너지정책과 관련한 유의미한 거버넌스가 사실상 부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최근에 대기업들이 민자 발전과 해외 에너지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민간 기업의 목소리가 커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
결국 한국 에너지 정책의 일방성과 폐쇄성은 문제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구조의 결과이기도 했다.
형식적인 공청회, 지역 주민 사이의 이해다툼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에너지시설 입지 방식, 거수기가 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국회, 전력산업의 분할 민영화 방침에 파업으로 저항했던 발전노조,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갈등 등은 한국의 취약한 에너지 거버넌스가 봉착한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들이었다.
최근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서 민간 워킹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부분적으로 에너지 정책 결정 과정이 개방되기도 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시민사회 인사들이 일부 참여하는 것처럼 에너지 거버넌스가 진전되는 모습들이 보이지만, 에너지 정책이 갖는 중요성에 비해 아직 너무도 작고 느린 변화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논쟁도 이러한 한국 에너지 거버넌스에 대한 평가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민참여 공론화 사례: 2004년 전력정책 시민합의회의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에너지 정책에 시민 참여를 시도하는 최초의 사례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사한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2004년의 전력정책 시민합의회의는 방식과 결과 모두 지금의 공론화위원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아 간단히 소개한다.
2003년 7월 부안군의 작은 섬 위도에 부안군수가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신청하면서 잘 알려진 ‘부안항쟁’이 시작되었고, 주민과 지역사회과 두 편으로 갈라지고 흡사 계엄 상태에 가까운 장면이 연출되는 등 부안은 큰 홍역을 겪었다.
부안 주민들은 자체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결국 방폐장은 정부가 제시한 거액의 지원금을 걸고 벌인 유치 찬성 주민투표 레이스에서 이긴 경주에 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부안의 항쟁이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무렵, 시민사회 일각에서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진지한 시도가 있었으니 이것이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 합의회의’다.
2003년 부안 사태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가 에너저정책을 논의할 시민참여 공론장이 만들어졌다. 2004년 만들어진 전력정책 시민합의회의는 지금의 신고리 공론화위의 전신이 될 만한 시도로서, 공론화위가 크게 참고할 만하다. 사진은 2004년 10월 3박 4일의 강행군 끝에 시민패널들이 지속가능한 전력정책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 출처: 참여연대)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외국의 정책 시민배심원 제도를 모델로 하여 에너지 정책의 공론화 모델을 시험해 본 것인데, 핵발전 정책과 핵산업의 이해와 무관한 다양한 연령대의 ‘보통시민’ 18명이 10대 1의 경쟁률 속에 시민패널로 모집되었고, 이들은 3개월 동안 예비모임과 본 모임을 통해 핵 발전에 대해 찬반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로부터 정보와 의견을 청취하고 집중 토론을 벌였다.
토론을 거듭하며 시민패널들은 ‘원자력 박사’가 되어갔다.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 비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아 불편해 했고, 향후 40-50년간 원자력에 대한 대안은 없다며 시민패널들에게 하소연했다.
시민들과의 대화와 설득에 다소 부진한 환경단체들의 태도도 비판적으로 지적되었다.
그해 10월, 3박4일 간의 집중토론을 거치면서 보고서가 정리되었는데, 향후 핵발전 정책에 대해 제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거한 핵발전소 추가 건설(1안),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제한적 추가건설 허용(2안), 신규건설 중지(3안)라는 세 개의 선택지가 투표에 붙여졌다.
그 결과, 3안이 12명, 2안이 4명의 찬성을 얻었다. 핵발전을 당장 다른 전력원으로 대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회의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이어나가는 한 핵발전을 대체할 대안을 찾기는 더 힘들어진다는 것에 다수의 시민패널이 공감했던 것이었다.
보고서는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면서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을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합의회의의 결과는 이후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당시 합의회의의 진행과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한 반대라는 시민합의 결과에 대해 청와대(시민사회수석실)와 산업자원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무총리실에서 관심을 보였고, 향후 정부의 전력정책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일이다.
시민합의회의의 결과가 보도되면서, 관련 업계는 긴장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렸으나, 시민합의회의는 이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2004년 시민합의회의는 예산과 인력에서 제약이 있었고 경험도 일천했음에도 시민의 참여와 공론화를 통한 에너지 정책 결정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역시 2004년 시민합의회의의 복기를 통해 많은 해답을 얻고 더 좋은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공론화위에 대한 우려
정부가 제시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진행 방식은 시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여부에 관해 1차 조사를 하고, 1차 조사 응답자 가운데 5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토론 등 숙의 절차에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중도이탈자 등을 고려하면 500명 가운데 실제 숙의 과정에 참여할 인원은 350명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약 350명에 대해 법적 위상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 ‘시민배심원단’이라는 명칭 대신에 ‘시민대표참여단’이라 부르고, 이들이 신고리 5,6호기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결론을 참고하여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에게 찬반 양측이 준비할 자료집 등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참여단은 원전입지 주민 등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토론회 등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로서 법률적 시비 거리는 줄어들었지만, 시민 대표의 권한과 공론화의 무게감도 함께 줄어들게 된 아쉬움이 있다.
신고리 공론화위의 활동은 원전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본래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쟁점은 남는다. 시민참여단이 최종 표결로 결론을 낼 경우 이를 정부가 그대로 수용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가 박빙일 경우 어느 한쪽이 승복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찬반의 대립이 더욱 극단화되는 것은 애초에 공론화라는 방식이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될 것인데, 이럴 경우 정부는 탈핵 정책뿐 아니라 다른 주요 정책의 추진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게다가,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하는 숙의 과정에서 시민참여단 안팎으로부터 신고리 5,6호기 중단 또는 재개가 아닌 제 3의 선택지들이 제안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논의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논의가 이렇게 복잡해지면 3개월의 시한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고 참여하는 시민과 지켜보는 국민들은 길어지는 갈등과 논박 속에 피로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향후 핵발전 설비 용량에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신고리 4호기와 신울진 1,2호기라는 의제가 사회적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도 우려되는 것 중 하나다.
공론화위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너지 시민의 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공론화위원회에 우려와 아쉬움 보다 더 많은 기대와 바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첫째, 비록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문제로 의제를 제한한다고 하지만 더욱 많은 의제가 사회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기대다.
그동안 이른바 전문가와 일부 언론에서만 다루어졌던 한국 핵발전소의 안전성, 경제성, 대체 가능성, 사용후핵연료 처분장과 재처리의 곤란, 국제적 동향과 추세 같은 갖가지 이슈와 관련 데이터들이 집중적으로 공개되고 공론화위원회의 바깥으로까지 논의와 검증이 확산되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성과가 될 것이다.
이번 공론화위의 활동을 계기로 한국에도 에너지시민과 에너지 거버넌스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금처럼 행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 결정이 더 이상 불가능해질 것임을 의미한다. 에너지정책처럼 중요한 정책을 일부 관료와 전문가만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복잡하고 어려운 큰 국가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방식에도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부터 4대강 사업 같이 엄청난 국고를 사용하고 논쟁과 갈등을 유발한 이른바 국책사업들이 있었지만, 신고리 5,6호기의 공론화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시민 참여와 검증이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국가지도자의 뜻이라는 이유로 강행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기대다.
셋째, 에너지는 생산과 소비의 네트워크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일이라는 의식을 갖고 에너지 정책에 직접 참여하거나 스스로 에너지의 생산과 관리에 나서려는 ‘에너지 시민’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시민들은 에너지 정책을 전문가와 관료들에게만 맡겨두지 않을 것이며, 에너지 시민들의 목소리가 여러 경로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할 때 정치인들과 기업들의 태도와 관행도 변화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에너지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잘 작동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3개월이 풍부한 내용을 생산하면서 이렇게 에너지 시민이 성장하고 에너지 민주주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된다면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자체의 재개나 백지화, 또는 탈핵의 궁극적 시점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좌충우돌하고 진짜뉴스와 가짜뉴스가 난무할 3개월의 과정이 혹여나 바라지 않는 결론이 나올까봐 조바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시끄러운 만큼 탈핵은 가까워지고 시끄러운 만큼 더 단단한 탈핵과 에너지전환이 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과 탈석탄'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 전기에너지 공급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하나는 방사능과 사고 위험 같은 안전성을 이유로, 그리고 또 하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과 같이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그 역할을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1970년대 이래 산업화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기조로 해 온 에너지 정책에 전례 없는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탈핵과 관련한 새정부 에너지 정책의 얼개는 지난 6월 19일 고리 핵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고리 1호기의 폐쇄를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조만간 이를 실현할 '탈핵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방향은 현재 수립중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이후 예정된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같은 법정 에너지 계획에서 구체화되고 확정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울산시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잠정 중단시키고, 그 재개 여부를 시민에게 묻는 방식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른바 '공론화위원회'를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에 보내는 기대와 우려
신고리 5,6호기 중단이 탈핵의 전부도 아니고 공론화도 하나의 부분적 수단일 뿐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공론화위원회는 탈핵의 도정에서 큰 기회와 함께 도전이 되고 있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또는 재개라는 의제만을 다루고, 그것도 시민대표들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모아 권고안을 만들면 그것을 참고하여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위상을 낮추었다. 법률적 시비 여지를 차단하고 예단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정부의 부담도 줄이기 위함일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공론화위원회가 주관하는 3개월의 과정 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뿐 아니라 핵발전과 관련한 전반적인 쟁점들, 나아가서 온갖 에너지 이슈들이 언론 지면과 방송사 공개 토론을 통해 다루어지게 될 것인데 이 자체가 한국에서는 매우 큰 변화다.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시민대표는 350명 정도로 예상되지만, 에너지 정책은 전 국민적 토론과 검증의 기회가 될 것이고 시민참여단의 의사도 그것과 별개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신고리 5,6호기로 좁혀지는 프레임은 착시효과를 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는 건설이 거의 완료 단계인 신고리 4호기와 신울진 1,2호기의 건설 중단도 공약했지만, 지금은 이 발전소들에 대한 논의는 배제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여부만을 공론화하고 있다. 따라서 신고리 5,6호기가 건설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이 세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최신 핵발전소의 기술적인 설계수명 계산으로 볼 때 탈핵은 앞으로 60년이 더 걸리는 것이며, 고리 1호기의 5,6개 분량의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결과가 된다. 탈핵이라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다고 하면서도 임기 초반에 핵발전소 용량을 크게 늘리고 탈핵의 도정에 나서는 것은 적잖이 역설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공론화 과정에서의 소모전과 예상할 수 있는 위험의 요소들도 존재한다. 공론화위원회 안팎에서 많은 이야기와 데이터가 오고 갈수록 탈핵의 정당성과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지만, 전력 수급의 우려나 국외의 변수 등으로 인해 여론의 방향이 오락가락 하게 되면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느끼거나 공론화라는 방식에 회의를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오는가
'탈핵'은 에너지 전환의 일부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공급원의 변화와 에너지 이용 방식의 변화 그리고 이와 관련한 물리적 기반시설과 제도의 변화, 나아가서는 에너지와 관련된 경제와 주체의 변화까지를 의미한다. 지금 이야기되는 에너지 전환은 우선 에너지원에서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퇴출시키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퇴출 또는 대체의 속도 또는 비율은 다양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의지와 구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절차의 시작이다. 이것만으로는 수십 년 이상이 걸리는 에너지 전환을 보장할 수 없고, 중간에 탈핵 경로를 이탈하거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나라들도 있다. 때문에 둘째, 전력 수요 자체의 감소 또는 정체, 그리고 셋째,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의 급격한 증가가 함께 달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의 의지와 정책은 물질적으로 지지될 수 없는 구호에 그치게 된다. 넷째, 에너지 전환에 대한 높은 국민적 공감대와 이러한 인식의 세대 전승도 필요하다.
여기에 비추어 한국은 어떠할까? 우선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핵발전 총량의 절대적 감소와 탈핵의 페이스 또는 시점은 열린 문제로 남아 있다. 탈핵 정책을 보완할 로드맵과 전력요금 제도와 조세제도, 전력산업 구조 개편 같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다음으로 에너지 수요 감소나 조절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산업 부문을 포함하여 전력 수요 증가세가 이미 둔화되고 있으며, 당분간 전력예비율에 여유가 있을 뿐 아니라 발전 설비의 총용량 계절별 시간대별 피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에너지 전환에 좋은 기회다. 물론 LNG 열병합발전의 비중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 부인만 할 게 아니라, 이 역시 적정 수준과 방식의 설계와 함께 설득과 공감 형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는 이제껏 너무도 부진했었고 따라서 급격한 확대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는 많지 않다고 본다. 보조금 등 외부의 지원 없이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핵발전이나 석탄화력 발전과 동일해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의 시점도 가까이 와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은 기술과 경제성만을 놓고 보면 다만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다만 풍력과 태양광 발전 입지에 따르는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과제도 중요하며, 공기업과 민간 부문 그리고 시민 영역의 적절한 역할 배분과 협력도 필수적이다. 에너지믹스의 변화가 여전히 국가 독점의 중앙집중형 체제에 머물거나 대기업들이 이윤과 성장 위주로 에너지 시장을 분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에너지 전환의 의의는 반감될 것이다.
도둑처럼 다가올 생태 문화사회를 위해
많은 이유에서 탈핵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세계적 추세도 그렇게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선례를 따라 가면서도 어떤 탈핵인지, 그리고 어떻게 도달하는 탈핵인지를 함께 물어야 할 때다. 요컨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은 가능하지도 않고,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탈핵과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든 퇴행할 수 있다. 탈핵과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원뿐 아니라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마땅히 여겨온 거대 에너지 시대를 마감하고 그것이 억압했던 민주주의마저 해방하고 갱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즉 탈핵이라는 입구로 들어가는 전환은 사회경제 체제의 민주화라는 더 넓은 출구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한 에너지 전환이라면 지도자의 선포 행위나 전문가들만의 설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마치 도둑처럼 다가 올 것이고, 우리는 그 의적과 함께 생태 문화사회에서 살아갈 기대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이르면 이번 주말에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탈핵 여론이 형성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권은 민주적 절차를 통한 ‘탈원전’ 행보를 시작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할지 말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에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국가가 진행하는 중대 사안에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얼마나 제대로 반영될지 원전 관계자와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81318" align="aligncenter" width="800"] 앞으로 3개월 동안 진행될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핵심적으로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궁극적으로 탈원전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게 해야 한다. ⓒ 한겨레신문[/caption]
19일 오전 10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공론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어떻게 탈핵의 방향으로 원전정책을 이끄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청주환경운동연합, 부산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한국YWCA연합회, 생태지평, 기독교환경연대, 전국교직원조합, 환경법률센터, 그린피스 등에서 60여 명이 참석했다.
5,6호기 집중해야 하나? 큰 판을 짜야 하나?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구도완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은 “우리에게 공론화라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탈핵의 길도 처음 가는 길”이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혜를 모으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의 핵심은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고 나면 지정해야 하는 “의제 설정”에 있었다. 어떤 의제를 설정하는지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시민배심원의 결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점이다. 신고리 5,6호기 중단 자체에만 전력집중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탈핵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공론화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서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분야에서 각 2명씩 선정해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서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100~300명의 시민배심원을 뽑는다. 이들은 3개월간 공론화위원회가 엄선한 전문가를 통해 학습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의제 등을 기반으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진행 절차를 공론조사 방식이라고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81321" align="aligncenter" width="640"] 공론조사는 대중적 의견을 파악할 수 있는 ‘여론 모델’과 깊은 토론이 가능한 미국의 ‘시민배심원단 모델’의 장점만 취한 방법이다. 미국 시민배심원단은 원래 20명 안팎의 소수만 참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는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 ⓒ 환경운동연합[/caption]
‘탈원전 지평’ 넓힐 수 있는 단비 같은 기회
“일차적으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겠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탈핵 담론공간을 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원전이 가동된 이후 30년 넘는 세월 동안 처음으로 열린 탈핵 담론을 전달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이다.”
카톨릭대 교수인 이영희 시민환경연구소장은 새로운 탈핵 담론 공간은 또 다른 기회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 사회에 조성된 친원전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평평하게 만들고 지속가능한 탈핵 담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이 우리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대안에너지체제와 에너지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지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토론 의제가 거시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도완 위원장은 “시민배심원단의 동의를 통해 해결해나가는 동시에,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탈핵 논의가 활발하게 토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기세를 몰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간이 지나 정권이 바뀌어도 독일 메르켈이 탈원전정책을 다시 뒤집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안 오는 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1322" align="aligncenter" width="640"] 친원전 홍보와 광고에는 익숙하지만, 탈원전 홍보와 광고엔 어색한 우리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있다. 종합 토론을 진행중인 좌장 및 패널. ⓒ 환경운동연합[/caption]
이영희 소장은 “신고리 5,6호기 중단에 대해서만 지엽적으로 논의되면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친원전 진영에서는 경제성 부분인 ‘매몰비용 논리’와 정서적 부분인 ‘지역주민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동정론이 우세해지면서 자칫 ‘탈핵’은 장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지역주민들 문제’는 당장의 문제라는 프레임으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탈핵은 찬성해도 신고리 5,6호기는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깊은 논의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국가에너지정책의 바람직한 방향까지 포괄적으로 토론해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이 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의 견해이다.
신고리 중단 당장 못 하면, 나중은 없을 수도
“신고리 5,6호기가 탈원전 운동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전략적으로 더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필사적으로 매달려서 성공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결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인지.”
신고리 5,6호기 추진 주장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대응전략을 소개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론화 문제는 포괄적인 논의보다는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집중해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시민사회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은 3개월이라는 과정 속에서 더 넓어질 수 있으나 시민배심원단은 신고리 5,6호기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지영선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도 “당장은 공론화위원회의 토론 의제가 건설 중단의 문제에만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라는 결과’ 또는 ‘가동이라는 결과’에 따라 탈핵 전반에 대한 시민사회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계속 짓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사람들은 탈핵을 할 경우 불안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원전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1323" align="aligncenter" width="640"] 윤순진 교수는 전력공급 부족, 전기요금 폭등, 해외수출타격/고사, 비전문가 시민 결정 부당 등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주장들에 대해 일일이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 환경운동연합[/caption]
기울어진 인식 바로잡기 위한 대응전략
원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요 쟁점이 되면서 보수 언론이 원전 관련 이슈파이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윤 교수는 원전의 경제성을 강조하며 지금 사회가 과도한 불안상태에 있다고 지적하는 보수언론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특히 기획으로 탈원전을 교묘하게 반대하는 기사를 내는 <조선일보>를 본격적으로 해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배심원단을 비롯해 국민들이 균형 잡힌 언론을 접하지 않는 이상 ‘위험하지만 필요하다’는 보수 언론의 가치에 포섭되기 쉽다는 것이 윤 교수의 지적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탈원전으로 가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이 시작되면 시민배심원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원자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사람은 75%가 넘는데, 이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8%밖에 되지 않는다. 2배정도 되는 사람들이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팩트체크가 제대로 된 자료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공정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원전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참여와 수렴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사회의 대중은 위험사회의 기술시민으로서 일상적 삶에 미치는 과학기술에 대해 건의하고 의견을 얘기할 권리와 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60년 뒤에도 살아 있을 10대~30대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성인 41%가 신고리 건설 중단에 찬성했다. 하지만 연령별로 나눠서 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61%, 57%로 가장 많이 찬성했고, 60대 이상은 20%만 건설 중단에 찬성했다. 윤 교수와 구 위원장은 이들에게 60년 뒤면 없을 60대보다 계속 살아 있을 20대에게 똑같은 발언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더 나아가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청소년에게도 시민배심원단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caption id="attachment_181324" align="aligncenter" width="316"] 신고리 5,6호기 건설된 후로부터 60년을 계산하면 20대가 80대, 30대가 90대가 된다. ⓒ 연합뉴스[/caption]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의제 설정이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당장 신고리 원전 문제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탈핵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설정된 의제가 제대로 숙의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전문가 선정과 시민배심원단 선정이다. 시민배심원단에는 다양한 일반 시민의 목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취할 수 있도록 언론과 환경시민단체들은 원전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다 지켜진다면 시민배심원 300명을 넘어 국민들을 탈원전의 길로 설득해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아래 내용은 녹색당에서 간담회가 끝난 후 배포한 보도자료 입니다. 중간에 노동건강연대 주영수 님의 발표 속기를 추가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지난 26일, 녹색당은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보건의료단체연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동으로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과 안전운영 모색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이유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는 핵발전소 노동자 중 비정규직(사내협력노동자 포함) 비율이 66%가 넘는 핵발전소 안전의 외주화 문제점을 점검하며, 세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핵발전소 노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정보가 차단된 폐쇄성, 견제의 사각지대로 노동자의 방사능 피폭상황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핵발전소를 통한 이권은 핵발전소 안전운영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한빛핵발전소의 잦은 사고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 위원은 권력형 비리가 핵발전소 건설에 응축되어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 원전적폐청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빛핵발전소(영광군)의 원전외주화에 반대하다 2014년 해고된 전용조 님은 한빛핵발전소 근무당시 방사선안점검사를 담당했으며, 현재 공공운수노조 한수원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핵발전소에서 근무했던 전용조 님의 내부고발로 2014년 한수원 직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용역업체에 공유하는 문제가 공개되기도 했다. 한수원 직원의 잦은 비리로 한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는 규정이 생긴 후 실질적으로 해당업무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3년마다 재계약하는 비정규직이 되었다. 비정규직이 해고된 후 ‘업무미숙에 따른 분석오류’로 기체방사성폐기물이 일괄 배출되고, 액체 방사성 폐기물이 바다로 무단배출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을 외주화 할 때 위험이 방치되고 있지만, 핵발전소 운영에 대한 정보접근성이 낮아 내부고발자 없이는 문제 파악이 쉽지 않다. 전 국장은 핵발전소 안전관리를 위해 내부제보자에 대한 신변보호와 명예회복, 원전안전관리의 업무일원화, 현장 안전관리직의 정규직화, 명확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울핵발전소(울주군)의 하청계약으로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를 담당하는 수산인더스트리는 노동법에도 위배되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핵발전소 안전관리 업무가 아닌 다른 업체로 45일간 파견을 보내고, 당초 계약된 인건비보다 실제 집행액수의 차이가 발생하는 등 인건비 착복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에도 「공사계약 특수조건」 5조 노사분규로 원전운전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즉시 계약해지 명시, 18조 파업·태업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일체의 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이 명시된 공사계약서를 작성하여 파업을 하게 될 경우 즉시 해고가 되는 상황이다. 한수원과 계약한 필수유지업무 협정서에 의거 종사자수를 124명으로 정했지만 그에 못 미치는 97명만 채용하고, 업무연관성이 없는 제지공장, 화력발전소, 석유화학 공장에 파견을 보냈다. 노동자의 평균 상주율은 56.6%에 그쳤으며, 최대 74%까지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송무근 경북일반노조 포항지부장은 “정비는 핵발전소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이지만, 생산물이 바로 보이지 않고 문제가 터져야 존재감이 드러나는 역할이기에 이런 비리와 돌려막기가 자행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 초 고리, 월성, 한울, 한빛 원자력본부 비정규직 중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소속조합원 385명을 대상으로 ‘원전 비정규직노동 실태 조사·연구’를 진행한 강언주 부산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은 60%가 넘는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10배 이상의 방사능 피폭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과정 중 만난 월성원전 비정규 노동자는 스스로를 피폭받이라며 위험에 노출된 비정규직 노동의 실태를 설명했다. 노동하며 방사능 피폭 위험을 느끼고 있지만, 회사에서 진행하는 안전교육 중 부족한 부분이 ‘사고발생시 대응과 대피관련’을 꼽을 정도로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되지 않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본인이 근무하는 핵발전소의 안전기준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비정규노동자의 근무환경은 평균 5.2회 계약회사가 변경되었으며, 평균연봉은 2,820만원 수준이었다.
노동건강연대의 주영수 교수는 핵발전소 노동자의 직무, 작업기간, 방사선 노출 등이 중요한 자료로 구축되고 원안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DB 확보가 쉽지 않은 핵발전소의 정보접근성을 확대하고, 연구만이 아니라 감시와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개입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생명안전업무의 도급금지 원칙으로 우선적으로 방사선 취급업무의 경우 가중치를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발표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데이터 자료들이어서 인상 깊게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중에 마지막 조사하셨던 내용들은 제가 이런 통계자료를 처음 봐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실제로 노후 원전 등에 크게 고용과 관련해서 회사가 원전 노동자 피폭수준에 관한 관리를 잘 안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희 같은 노동보건단체 사람들에게 좀 중요한 이슈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희 노동건강연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주제 중에 하나가 생명안전업무에 비정규직을 어느 수준에서, 어느 업무에서 도대체 못하게 금지를 시켜야 할 것이냐 이런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최근에 논란이 되기 시작한 지하철 혹은 대중교통에 최근 노동자들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 시민의 문제, 국민의 문제로 전용되기 때문에 시작이 됐지만 핵발전소라는 곳이 상상을 초월한 큰, 국민 전체 영향을 미치는 아주 큰 위험 요소라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 같고요. 저희가 이 부분에 관해서 한 번 더 향후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하나 더 포함 시켜야 할게 하도급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법적이나 이런 곳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영역이긴 합니다. 하도급 문제는 일종의 정규직으로 사실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양새는 갖춰져 있는 것이라서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핵발전소 안에 있는 생명안전 업무들을 적어도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혹은 하도급 문제의 우선수위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실행 가능한 한 결과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에 관한 부분이 저희가 좀 숙제라고 말씀드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발표자들께 자료도 좀 구하고 해서 저희 노동보건단체들이 의견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드리고요.
두 번째는 규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만 해도 사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국민들의 안전이 상당히 보장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규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큰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원안위가 대표적인 규제 장치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원안위 위원장이나 원안위 위원들 구성과 이런 것들을 보면 규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분들이 대부분 위원들로 계시고, 원자력을 보호해주는 그런 분들이 원안위에 있다는 것이 큰 문젠데 이번 정부 들어서 과연 원안위가 실제적인 규제 장치로 얼마나 가능할 수 있을지, 얼마나 견제가 가능한 건지 인력구성이나 이런 부분부터 운영. 원안위의 또 다른 방향, 대통령이 직속으로 넣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게 어떻게 실행될 수 있을 런지도 큰 과제가 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 번째로는 저 같은 의과 대학 의사들,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말씀 하셨 던 원전 비정규직을 아우르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아무래도 굉장히 어려운 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연구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굉장히 우리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산개해 있는 하청업체들, 중층 하청 구조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 하청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 노동자 전체의 방사선 유출 등과 관련된 노출 이력 등을 담은 자료는 굉장히 중요한 자료입니다. 이런 자료를 일단은 구축해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늦었지만 원안위가 이런 일을 요청하면 굉장히 용이할 수 있는 일일 것 같고요. 적어도 정부의 이런 작업이 단기간에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근데 문제는 연구만 진행돼서는 사실 연구로 조치를 취하긴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이게 일종의 감시체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가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즉각 개입해나가는 방식, 연구지만 연구의 내용이 감시체계가 되는 방식으로 실제로 지속적으로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같이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근데 정말 전문적이어야 하고요. 권한도 있어야 하고, 데이터베이스도 보장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이런 영역의 일을 전문적인 전문가가 없지는 않습니다. 객관적인 전문가 그룹들이 개입할 필요는 있겠다. 권한을 정부로부터 최대한 좀 받고, 지속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과정들 전체가 같이 어울러져야지 사실은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들이 상당부분 좀 관리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말씀드리면 그동안 있어왔던 재래 산업보건 이슈가 그대로 남아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방사선 문제도 있지만 추락, 지난번에 일어났던 여러 차례 사고들이 대개 우리가 흔히 봤던 전통적인 안전사고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고. 고전적인 산업보건 이슈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주 큰 영역이라서 산업 보건적 이슈도 다시 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상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상임활동가는 드러나지 않은 핵발전소 노동의 위험만이 아니라, 고리1호기 폐로 이후 폐로노동을 하게 되는 노동자들의 안전기준치에 대한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좋은예산센터 채연하 정책팀장은 핵발전소는 예산서에서 조차 확인이 어려운 폐쇄적인 구조임을 지적하며, 에너지정책에 대한 재원배분원칙을 점검하고, 한수원의 상급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은 영업비밀로 공개되지 않는 핵발전산업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공기관으로서 안전과 생명안전에 해당되는 ‘공공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역주민과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회의공개법이 도입되어 핵발전 안전을 공론화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과정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핵발전소 운영관리의 투명성은 안전과 직결되며, 노동자들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핵발전 안전으로 이어진다. 노동건강연대, 녹색당, 민주노총,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보건의료단체연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핵발전소 안전, 노동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크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 환경운동연합(대표 권태선, 장재연)은 오늘(8일) 지난 6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2018년 정부 예산을 분석·평가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첫 예산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하던 개발 사업들이 반성 없이 계승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탈핵·에너지전환 의지를 읽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1월 6일 <2018년 정부 예산안 평가·의견서>(이하 의견서)를 통해 5개 부처(국토부, 문체부, 환경부, 산업부, 과기부) 37개 사업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의견서를 통해 삭감을 요구한 반환경 예산은 1조6천억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6일 새벽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 수정안을 검토한 결과 환경운동연합이 지적한 37개 문제 사업 중 단 3개 사업만이 감액되었고, 삭감액은 388억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이 정기국회 대응으로 삭감한 반환경 예산 1,241억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환경운동연합 권력감시팀 장하나 팀장은 “민주당은 대선 공약집에서 생태계 보전을 국정의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년 예산을 보니 빌 공자 공약이었던 것 같다. 새 정부 예산도 환경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낙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장 팀장은 박근혜 정권 때보다 반환경 예산 삭감 성과가 낮은 원인에 대해 “보수 정당이 제1야당일 때 국회의 행정부 견제·감시 기능이 떨어지는 점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할 것 없이 지방 개발 사업들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점”을 들었다.
□ 분야별 예산 평가○ 수자원분야
- 환경연합이 지적한 수자원분야 문제 사업은 총 9개 사업(국토부 6, 문체부 1, 환경부 2)이고 삭감해야할 예산 규모는 최소 7,563억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 실패한 국책사업에 대한 반성 없는 예산요구가 문제시 됐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국토부 수자원공사지원(3,150억 원)예산과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예산(635억 원)을 들 수 있다.
- 감액 의견을 냈던 9개 사업 중 6개 사업이 정부원안대로 통과되었고, 2개 사업은 도리어 증액되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시절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투자 실패 원리금 12조 4,000억 원(원금 8조원) 중 6조 8,000억 원을 국민 혈세로 대납해주는 국토부 수자원공사 지원 사업 예산은 정부안 3,150억 원에서 186억 감액된 2,964억 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올해 예산 2,778억 원보다 186억 원 늘어난 규모로 수자원공사입장에선 사실상 증액된 것과 다름없다.
(단위 : 백만원)
부처
사업
정부안
의견
증감
국회 수정안
국토부
충남서부권 광역상수도사업
800
전액삭감
-
800
남강댐치수능력증대
900
전액삭감
-
900
수자원공사 지원
315,000
전액삭감
△18,600
296,400
지방하천정비(생활)
542,520
대폭삭감
9,100
551,620
지방하천정비(제주)
12,060
대폭삭감
-
12,060
지방하천정비(세종)
5,420
대폭삭감
-
5,420
소계
876,700
△9,500
867,200
문체부
관광레저기반구축
11,966
부분삭감
-
11,966
소계
11,966
-
11,966
환경부
수질 및 수생태계 측정조사
45,781
증액
-
45,781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63,253
전액삭감
300
63,553
소계
109,034
300
109,334
- 수자원공사의 빚 탕감을 위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이미 2조 1,40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었고, 남은 4조 6,000억 원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2031년까지 향후 14년간 매년 약 3,400억 원을 지원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대로 수자원공사는 2016년 발전사업에서 269억 원, 단지사업에서 720억 원의 순이익(총 989억)을 냈고, 2015년 기준 수도사업분야 관영요금에서 634억 원, 댐요금에서 998억 원 등 총 1,632억원의 당기순이익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 2,600억 원의 연간 자체 수익에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의 수단을 동원한다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실패의 뒷감당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않아도 되는 실정이다.
- 따라서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증액된 수자원공사 지원 예산은 국민 기만에 가깝다. 지난 10월 수자원공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업무보고를 통해 “4대강 사업 수행기관으로서 국가 물 관리에 국민적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반성”한다며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3천억에 가까운 혈세가 4대강 빚잔치에 들어가게 생겼고, 수자원공사의 뒤늦은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 또한 환경연합이 대폭삭감 의견을 제시했던 국토부 지방하천정비(생활) 사업 예산은 도리어 91억 원이 증액된 5,516억으로 결정됐다. 지방하천정비 사업은 과도한 직강화와 준설, 서식지 훼손 등으로 부작용이 심각한 상태인데다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과 중복돼 논란이 많은 사업이다.(<생태 하천 사업 평가>, 2015, 국회예산정책처) 증액된 내역사업은 목감천, 마북천, 풍서천 등 11개 하천이며 하천별로 적게는 5억 원, 많게는 26억이 순증 되었다. 국회예정처도 지적한 문제 사업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이른바 쪽지예산(선심성 토건 예산의 나눠 먹기식 편성)의 관행이 20대 국회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단위 : 백만원)
부처
사업명
내역사업
정부안
증감
국회 수정안
국토부
지방하천정비(생활)
542,520
9,100
551,620
(화순천)
-
500
500
(안산천)
-
500
500
(동화천)
-
500
500
(강진천)
-
500
500
(풍서천)
2,000
1,000
3,000
(응천)
-
500
500
(광산천)
-
500
500
(경기도지방하천)
-
1,100
1,100
(목감천)
-
2,600
2,600
(운흥천)
-
500
500
(마북천)
1,200
900
2,100
-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 입지해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하고 있는 적폐 사업이다. 집행률이 저조해 매년 30억 원에 가까운 불용액을 남기고 있으며, 현지의 산학연 기반이 전무한데도 탑다운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완공 이후에도 물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해당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전액삭감을 결정하지 않고, 물융합허브육성 타당성조사비 명목으로 3억 원이 증액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 수정이 이뤄졌다.
(단위 : 백만원)
부처
사업명
내역사업
정부안
증감
국회 수정안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63,253
300
63,553
(물융합허브육성 타당성조사비)
-
300
300
- 이 밖에도 비용편익비가 1.05에 지나지 않는데 지방상수원을 폐쇄하면서 강행되는 국토부 충남서부권 광역상수도사업 예산, 상류에 댐을 건설하면 저수용량에 변동이 발생하는데도 일단 댐을 건설하고 보완하겠다는 국토부 남강댐치수능력증대 사업 예산, 경인운하 화물운송량이 목표의 0.08%에 지나지 않자 한강구간까지 연결하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문체부 관광레저기반구축 사업 중 한강 관광자원화(통합선착장 조성) 30억 원이 모두 원안통과 되어 향후 대대적인 수자원정책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생태분야
- 환경연합은 생태분야 문제 사업으로 국토부의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사업과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그리고 문체부 관광자원개발(생활) 사업을 통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예산의 편법 집행 우려를 지적한 바 있다.
- 국토부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예산은 전액 삭감 의견을 냈으나 오히려 10억 원이 증액되었다. 국회는 2018년 예산 부대의견에 위 사업은 국립공원계획 변경 선행이 필요하므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경과를 따라 집행하라는 가이드라인을 포함시켜 의결했다. 반면 해당 예산을 증액시킨 것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궁금하다. 실제로 지난 10월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심의하고 ‘문화재에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했으나, 문화재청이 직권으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뒤엎고 해당 사업을 승인한 바 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강행의지가 드러난 것이다. 흑산도 소형공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부대의견과 별도로 관련 예산을 증액한 것은 정부여당이 국립공원위원회에 사업 승인을 종용한 것과 다름없다.
- 서울지방항공청이 2017년 7월 작성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변경) 보완서 중 - 교통운수시설<소규모 공항신설>』(이하 보완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흑산도 공항 이용자수 연간 50만 명, 운항횟수는 연간 12,500회로 예상하여 경제성분석 값을 계산해 놓았다. 이는 무안국제공항(목포항에서 31㎞, 자동차 35분 거리)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무안국제공항은 개항이후 적자(2016년 89억6700만원)를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목포항과 1시간 거리의 광주공항 역시 2016년 30억57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총 사업비 1,833억 원을 들여 흑산도 소형공항을 건설할 경우 청정 자연과 철새도래지를 훼손하고, 흑산도는 물론 인근 영산도·장도까지 소음 피해를 유발하고, 결국 텅 빈 적자 공항 신세를 면치 못할 상황이다. 국가 재정을 좀 먹고, 국립공원을 파괴하는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사업이 새 정부에서도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 때문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단위 : 백만원)
부처
사업
정부안
의견
증감
국회 수정안
국토부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
16,788
전액삭감
1,000
17,788
제주 제2공항 건설
1,160
전액삭감
-
1,160
소계
17,948
1,000
18,948
- 또한 설계비 명목으로 편성된 국토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예산 11억6천만 원도 원안통과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제주 제2공항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절차적 투명성과 지역주민 상생 방안’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국토부는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어 내년 2~3월 사전 타당성 재조사 후 4월부터 기본계획수립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허위 작성 논란(2016년 국정감사 민주당 안호영 의원, 전정희 의원,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 지적)이 있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사업 사전타당성검토 연구(2015)> 보고서에 대한 ‘재조사’가 대선공약 이행이라는 명분 쌓기 용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국토부 발표 직후 제2공항 부지인 성산읍 주민들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제주시민들이 6일부터 무기한 상경투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따라서 제주 제2공항 예산의 원안통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파기이며, 국책사업을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으로 추진하는 지난 정권의 관행을 새 정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2018년 예산심의는 토목카르텔과 정부여당의 직권으로 얼룩졌다. 국토부의 4대강사업, 지방하천정비사업, 광역상수도사업, 댐증대사업, 한강운하사업, 흑산도소형공항건설, 제주 제2공항건설, 환경부 물산업클러스터조성사업 등으로 온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 신재은 국장은 “건설에 목을 맨 토목세력, 집권여당의 직권과 힘 있는 공직자의 사업종용으로 혈세가 새어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에너지분야
- 환경연합은 에너지분야 문제 사업으로 22개 사업(산업부 12, 과기부 10)을 지목하고 약 5,400억을 삭감 요구했지만 이 가운데 단 2개 사업 202억 만이 감액되었다. 당초 정부안이 문제였다. 탈핵·에너지전환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가 무색하게도 원자력·석탄 지원 예산은 유지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도 사실상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국회가 파이로-소듐고속로 기술 관련 문제예산 1,151억 원 중 202억 원을 삭감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국회 부대의견에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의 지속 추진 여부를 전문가 및 국민 의견수렴을 통해 재검토하라는 주문이 포함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핵융합 기술 관련 문제예산 1,602억은 원안통과 됐는데, 과기부는 국회 주문에 따른 파이로-소듐고속로 기술 재검토에 덧붙여 ‘핵융합 기술 상용화의 허구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 에너지분야 문제 사업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원자력 R&D 사업 예산이다. 파이로-소듐고속로 기술처럼 상용화 가능성이 희박하고 부작용이 심각해서 국제적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R&D 사업에 묻지마 지원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소듐고속로 슈퍼피닉스는 개발에 100조원이 들어갔지만 8% 가동 뒤 폐쇄됐고, 일본의 몬주도 21년 동안 단 250일 가동한 채 지난해 말 폐쇄 결정이 났다(폐로비용만 4조). 중국은 2011년 파일럿 고속로를 가동했지만 소규모로 20㎏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뒤 편익이 적다고 판단해 중단한 상태다. 이 밖에도 미국, 독일도 소듐고속로 개발을 중단했으며 영국도 2018년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 핵융합 기술의 경우 한국, EU,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은 여전히 초보적 단계로 상용화는 미지수다. 반면 한국 정부는 수십 년 내에 한국형 핵융합 발전소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설립·운영 중이다. 핵융합 기술 관련 예산은 문제 사업 5개(산업부 1, 과기부 4)에 총 1,600억 규모다. 이 가운데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운영비만 연간 800억이 들어가고 있어 국가 재정을 좀 먹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거리다. 파이로-소듐고속로 950억, 핵융합 기술 1,600억은 R&D를 가장한 원자력계 쌈짓돈에 불과하다.
-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안재훈 팀장은 “새 정부가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을 말하지만, 예산편성에 있어서는 원자력 중심의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삭감이 있었지만, 지역주민이 반대하고, 안전성 및 경제성 등 논란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파이로프로세싱, 소듐고속로 원전 사업에 약 95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안 팀장은 “산업부 전력산업홍보 사업도 전체 예산의 70%인 48억8,900만원을 원자력홍보(원자력문화재단)에만 몰아주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단위 : 백만원)
부처
사업
정부안
의견
증감
국회 수정안
산업부
청정화력핵심기술개발사업
23,857
전액삭감
-
23,857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
214,941
부분삭감
-
214,941
에너지수요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
185,842
부분삭감
-
185,842
특별지원사업
78,600
전액삭감
-
78,600
원자력핵심기술개발사업(R&D)
62,137
전액삭감
-
62,137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
융 34,334
전액삭감
-
34,334
전력산업홍보
6,993
부분삭감
-
6,993
전력해외진출지원
3,028
부분삭감
-
3,028
원전현장인력양성원
3,016
전액삭감
-
3,016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건설
57,660
전액삭감
-
57,660
방사성폐기물홍보
2,307
부분삭감
-
2,307
사용후핵연료관리시설확보
200
전액삭감
-
200
소계
672,915
0
672,915
과기부
핵융합기초연구사업(R&D)
융 6,264
전액삭감
-
6,264
우주핵융합연구기획심사평가사업
융 1,520
부분삭감
-
1,520
우주원자력국제협력기반조성(R&D)
파 8,043
부분삭감
-
8,043
SMART 고도화공동개발
6,840
전액삭감
-
6,840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운영비 지원(R&D)
융 83,429
전액삭감
-
83,429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R&D)
파 144,190
부분삭감
△4,733
139,457
수출용 신형 연구로 개발 및 실증(R&D)
800
전액삭감
-
800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
융 35,736
전액삭감
-
35,736
원자력기술개발사업
파 129,582
부분삭감
△15,500
114,582
원자력연구기반확충사업
파 8,441
부분삭감
-
8,441
소계
424,845
△20,233
405,112
※ 융-핵융합 기술 관련 사업 / 파-파이로-소듐고속로 관련 사업
- 친원전 예산만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 기조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발전 지원 예산이 올해보다 증액 되었다. 산업부는 청정화력핵심기술개발 사업 등 3개 사업에 석탄발전 지원 예산 574억을 편성했는데, 발전공기업들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리는 상황에서 석탄발전 R&D에 전력기금을 활용하는 것 자체로 예산 편성의 타당성이 떨어진다. 내용면에서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이나 탄소포집저장(CCS)과 같이 실효성이 낮은 기술개발에 여전히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이지언 팀장은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내년에도 버젓이 석탄발전 지원 예산이 편성되어 세 정부의 에너지전환 의지와 대기질 개선 의지가 동시에 의심받고 있다.”며 “기술개발이란 명목으로 석탄 사업에 대한 수백억 원의 보조금 지원이 계속된다면 에너지 전환의 기회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긴급좌담회] '라돈 침대'사태와 시민안전
일시: 5/30 수 오후 2시
장소: 한국YWCA연합회 2층 강당(서울 중구 명동길 73, 명동대성당 맞은편 ※주차가 어려우니 대중교통 이용을 바랍니다)
'라돈 침대' 사태 보도로 음이온 제품 전반과 관련된 생활 속 방사선 문제 피해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진단하고, 시민사회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보는 좌담회를 개최합니다.
인사말 : 한국YWCA연합회 이종임 부회장
제안발제 :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토론자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
-김호철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주최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두레생협연합, 여성환경연대, 에코두레생협, 차일드세이브,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환경운동연합, 초록을 그리다 for Earth, 한국YWCA연합회
문의 : 시민방사능감시센터 02-739-0311
원자력 이익집단을 대변해 공정성을 잃고 진실마저 왜곡한 언론의 시민사회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 지난 14일 중앙일보는 “원자로 용어도 모르는데...원자력 장악한 환경운동연합”라는 제목으로 한 안혜리 논설위원 칼럼을 게재했다. 비전문가인 환경운동가들이 원자력계를 장악하면서 원자력 안전을 위협한다는 내용이다.
대체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누가 어떻게 규정하는가. 원자력 관련 전공자들에게만 맡기면 원전 안전은 더 향상되는가. 원자력계는 어떤 조직보다 폐쇄적인 운영으로 사고은폐와 사상초유의 원전비리사건 등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원자력 전공자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야 한다고 소리 높이는 게 안전향상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국회추천 등을 통해 환경단체 등 원자력계로부터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소수지만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밀실에서 이루어져왔던 회의를 공개방식으로 바꿨고, 각종 기록과 안전관련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원전 관련 심사 역시 형식적인 승인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검증이 위원회 안팎에서 논의가 치열하게 될 정도로 변화되었다.
중앙일보가 말하는 원자력 전공자가 아니면, 원자로 용어를 잘 모르면 비전문가라는 구별법은 타당하지 않다. 국내 원자력 관련한 어떤 조직을 보더라도 원자력전공자들만 있는 곳은 없다. 이는 원자력관련 조직들에서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외 원자력관련 기관들도 이런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 구성을 보더라도 원자력전공자만이 아니라, 법률, 정책 등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언제나 원자력 전공자들이 다수였다. 최근 원자력 전공자들이 위원에서 한꺼번에 물러나게 된 것은 사업자로부터의 독립성을 위반한 결격사유가 감사원결과 등으로 밝혀지면서 자진사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자력계 본인들의 흠결까지 탈원전 때문이라는 궤변이 어디에 있나.
안혜리 논설위원은 제목부터 환경운동연합이 내용도 모르면서 원자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단정적 표현으로 환경운동연합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 본문 역시 원자력 관련 기관들에 환경운동연합 출신 인사들이 핵심 자리를 차지해 원전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명확한 근거도 없이 단체에 악의적인 이미지만 덧씌우고 있다.
사실관계부터 틀린 내용들이 있다. 안 위원은 환경운동연합 출신 또는 관계해온 탈핵운동가들이 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자리를 맡은 사람들이 20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 출신은 물론 일부 관계를 맺어온 전문가들을 포함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다. 도대체 20명의 근거는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안 논설위원은 원자력안전재단이 재난 발생 시 주무부처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원자력안전재단은 원자력안전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나 원전안전연구개발사업 관리, 방사선작업종사자 교육훈련 등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또한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발전회사인 한수원, 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 등을 다 섞어서 원자력업계로 통칭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각각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알고 글을 썼을까라는 의심마저 든다.
안 위원이 말하는 원전 안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내용도 문제다.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는 것이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를 빨리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인가. 사업자인 한수원의 입장에서는 빨간불일지 모르겠으나 안전을 위협하는 게 뭐가 있는가.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심사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데, 심사도 하지 말고 허가부터 내주라는 주장인가.
안 위원은 덮어놓고 신고리 4호기 운영이 원안위가 허가를 안내주어서 늦춰진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신고리 4호기 운영이 지연된 것은 무엇보다 케이블위변조 등 원전비리 사태가 발생하면서 케이블 교체 작업 때문에 2년 정도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또한 GE사 밸브 리콜 부품 교체 설치, 경주지진 등으로 인한 부지안전성평가 등까지 이어지면서 더 늦춰졌다. 결국 사업자의 비리와 부실로 문제가 발생하고 시간이 늦춰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원안위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환경운동연합 출신 인사들이 이를 막아서 허가가 미뤄진 것처럼 또 그로 인해 하루에 20억을 까먹고 있다는 근거도 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있다.
안 위원은 결론에서 원자력 전문가를 빌려 “원자력과 관련해 거짓 또는 과장 정보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온 사람들로 원자력 관련 기구를 채워 대응능력 없는 조직으로 만들면 국민안전이 위험할 수 밖에 없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을 교묘하게 거짓과 과장 정보로 불안감을 조성해온 집단으로 밑도 끝도 없이 매도하고 있다.
중앙일간지의 논설위원이라면 적어도 사실 확인과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주장을 펼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아무리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싶더라도 이건 아니다. 그동안 환경운동연합은 원전안전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로 의견과 정책을 제시해왔다. 창립 이래 지난 25년 동안 시민의 안전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활동해온 환경운동연합을 중앙일보의 한 논설위원이 거짓 또는 과장 정보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집단으로 매도한 것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끝>.
이희택 씨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월성 규제실 위촉 연구원으로, 1987년부터 KINS에서 근무하며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
이희택 씨는 2018년 6월 월성 원전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를 정기점검 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검사결과 보고서를 검토하던 중 지하수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높은 것을 확인하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고 판단해 KINS에 보고했다. 하지만 KINS는 전문분과위원회를 구성한 3번의 회의를 통해 삼중수소의 농도가 높음은 인정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누출로 보긴 어렵다고 결론짓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한 이희택 씨는 월성1호기의 안전성을 높인다며 2012년에 설치한 격납건물 여과배기(CFVS) 설비가 수조 바닥을 7곳이나 관통해 차수막이 파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2018년 8월부터 10월에 KINS에 보고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이희택 씨는 2020년 9월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발족한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을 조사 중인 민간조사단 홈페이지에 총 10회에 걸쳐 3개 원자력 기관들의 원자력안전법 위반 사항을 게시하고,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은폐, 축소, 왜곡한 해당 기관들의 발언과 입장을 국회에 제보했다.
2020년 11월 결국 KINS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또는 지하 매설 배관의 누설 사실과 누설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명시한 보고서를 KINS 원장 명의로 원안위에 제출했다.
2021년 2월 17일 한겨레신문은 원안위가 월성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 사실을 지난해에 보고 받아 알고 있음을 보도했다. 보도 다음날 원안위는 보도 설명 자료를 통해 정기검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감마핵종을 포함한 방사성 물질이 배출관리 기준을 초과해 외부 환경으로 유출된 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10일 원안위는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등 주요 구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공식적으로 방사능 물질 누출이 인정됐지만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다. 결국 이희택 씨는 2022년 10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이 문제를 다시 외부에 알렸다. 2022년 10월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월성 원전에 방문했으나 한수원 측이 CCTV를 보여주지 않는 등 협조를 하지 않아 월성1호기 수조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원안위 위원장과 한수원 사장은 모두 현재 시점의 오염수 누설 사실을 부인했으나, 양이원영 국회의원이 확인한 결과, 국회의원들의 현장 방문 전날 월성 1호기 수조 부근에서 채취한 물 시료에서 약 60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새해 첫날인 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들이 발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지진 피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이번 지진 발생지역인 이시카화현과 인근 지역에는 2011년부터 가동중지 중인 시카 원전(2기)을 비롯해 카시와사키 카리와 원전(7기), 쓰루가 원전(2기), 다카하마 원전(2기), 미하마(3기)원전 등 다수가 몰려있다.일본 원자력규제청은 각 원전의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발표를 했으나 시카 원전은 1·2호기의 변압기 총 2대의 배관이 파손돼 절연 및 냉각을 위해 쓰이는 기름이 각 약 3,600리터, 3,500리터가 새어나갔으며, 파손된 변압기를 사용하는 계통의 설비는 아직까지도 전기를 수급할 수 없는 상황이며, 원인을 파악중이라고 한다. 또한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의 냉각 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수조 안에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물이 1호기에서는 총 95리터(방사능량 약 1만7100㏃)가, 2호기에서는 약 326리터(방사능량 약 4600㏃)가 넘쳤다. 카시와사키 카와바 원전의 경우 별다른 고장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5기 원전에서 사용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범람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누출된 방사선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며칠째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이 지역 대다수의 원전이 70년대 중반에 가동을 시작한 대표적인 노후 원전들인데다, 최근 재가동을 시작한 원전들이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한편, 윤석열 정부는 고리원전 2호기를 시작으로 한빛원전 등 노후 원전 재가동하며, 현재 건설중인 신한울 3,4호기 외에도 추가 4기의 신규 원전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입장이다. 2016년 9월 경주지진(규모 5.8)과 2017년 11월 포항지진(규모 5.4)이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포함한 동남권에 최대 규모 6.5~7의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16개의 제4기 단층 분절이 존재한다며, 이 같은 활성단층이 월성원전과 고리원전 반경 32km 내에만 무려 5~7개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동해안 활성단층 주변으로 고리(5) 새울(2) 월성(5) 한울(6) 등 무려 18개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만 한반도에서는 100건이 넘는 지진이 발생했는데 잦은 지진 발생으로 인해 누적되는 원전 설비 스트레스로 인한 위험은 없는지 우려스럽다.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선행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2020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기록된 자료 조사를 보면, 1978년부터 2020년 9월11일까지 42년(약 504개월) 동안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고장’은 모두 760건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문제가 생긴 셈이다. 원전별로는 고리원전의 사고·고장이 313건(41.2%)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국내 노후 원전들의 설비를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앵커볼트가 내진 능력이 없는 부적합 볼트로 시공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후쿠시마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 그러나 한일 정부는 이 위험한 지각 위에서도, 원전 부흥이라는 헛된 꿈에 매달려 모든 위험 신호를 외면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을 재난과 불확실성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정부는 노후 원전 폐쇄하고, 원전 부흥 정책을 포기하라.
[보도자료]유엔 기후 협상, 절반 지났지만 진전 거의 없어
[사진] 각국 정상들의 연설을 시작으로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 11월 30일, 파리의 개선문 앞에서 환경단체 ‘지구의 벗’ 활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의 책임에 부응하지 않는 선진국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 제공=환경운동연합
◯ 12월 5일 신 기후체제 실무회의(ADP)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파리에서 2주간 진행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절반이 지났지만, 공평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주요 쟁점에서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 했다.
◯ 혼란과 난항의 연속이었던 첫 주 협상 말미에 총회 의장국인 프랑스는 모든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를 원활히 계속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만을 했다. 월요일부터 각국 장관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가 열려 ‘파리 합의문’ 도출에 대한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이번 협상은 신 기후체제 합의에 대한 각국 정상의 낙관적인 연설로 시작됐지만 과연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강화된 지구 온도 상승억제 목표에 대한 합의 여부는 물론 최빈국이 불가피하게 감당해야 할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지원 방안도 불투명하게 남아있다.
◯ 유엔 기후 협상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국에 의해 불공평하게 주도되고 있다. 선진국은 탄소 오염을 통해 기후변화를 가중시키며 오늘날의 부를 축적했지만 가난한 국가들에게 균등한 대응을 요구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특히 법적 윤리적 책임에 부응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용납될 수 없다. 비공개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의 입장은 무시되고 배제되기 일쑤였고 시민들의 눈과 귀인 시민사회 옵저버들은 출입을 아예 금지 당했다. 도출된 합의문 초안의 수준도 불충분하지만, 협상 과정 자체에서 형평성이 심각히 결여됐다.
◯ 한국 정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요 쟁점 관련 실제 입장은 선진국의 입장에만 치우쳤다. ‘자체 차별화’를 지지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 기여방안(INDC)에 대한 법적 구속력 부여에 반대하는 한국의 입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에 눈을 감은 선진국의 편에 선 것이다. 기후재원에 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후퇴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기후변화 현실을 외면한 입장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신 기후체제에 무임승차하는 꼴이 될 것이다.
2015년 12월 7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 사무총장 염형철
※ 문의: (파리)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010-9963-9818, [email protected])
파리 기후협정 채택 “화석연료 시대는 끝났다”
한국, 석탄 중단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환해야
◯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최종 채택된 파리 합의문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다. 전 세계가 동참하는 법적 효력을 갖춘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마련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 파리 합의문은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지구 온도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고 이번 세기 후반에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담았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저탄소 발전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확대하고 손실과 피해의 지원을 강화겠다는 방안도 포함했다. 시급하고 단호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해온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이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된 성과다.
◯ 그럼에도 파리 합의문이 모호한 약속으로 그치지 않고 책임 있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이행되려면, 이번 합의문은 최선이 아닌 최소한의 출발점으로 인식돼야 한다.
◯ 첫째, 선진국은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공평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는 1.5도의 지구적 목표를 인식했지만, 과학계는 각국이 제출한 기후변화 대책이 실현되더라도 1.5도는커녕 3도에 가까운 지구온난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책임과 역량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파리 합의문은 2018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평가해 강화하도록 정했기 때문에 약한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출한 국가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둘째,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경제 이행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정과 기술 이전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기후 재원은 기존 온실가스 감축 중심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조화시키도록 강조했다. 다만 이번 합의문은 개발도상국에 시급히 필요한 기후 재원을 2020년 전까지 어떻게 확대하고 조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지 못했고 “2025년 이전에 1,00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정량적 목표를 정하도록 한다”고 정하는 데 그쳤다. 기후변화 피해와 손실의 경우, 합의문에 별도 조항으로 포함됐지만, 결정문에서는 개발도상국이 중요하게 요구해온 보상과 배상 방안을 제외하기로 한 조항은 우려로 남아있다.
◯ 셋째,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며 기후변화의 책임을 충분히 이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고 의욕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수립해 이를 실현해나가야 한다. 재생에너지 가격의 하락과 기후변화 비용의 상승에 힘입어 이런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으며, 시민들과 지방정부는 이미 공동 소유의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아래로부터의 대안과 경험을 만들어왔다.
◯ 넷 째, 파리 합의문은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인권을 보장하고 기후변화로부터 더 큰 피해를 받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 게다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정의로운 사회적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는 중요성도 함께 포함했다.
◯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이번 파리 합의문을 화석연료 의존적인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종으로 삼아야 한다. 올해 정부는 약한 재생에너지 목표와 함께 석탄 화력발전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각국이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서두르는 가운데 한국이 계속 ‘값싼 화석연료’에 취해있다면, 미래는 없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더러운 석탄의 중단과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통해 공평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수립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파리 협정이 끝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며 시민들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는 데 힘 쓸 것이다.
2015년 12월 12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 사무총장 염형철
※문의(파리):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 010-9963-9818, [email protected]
사진=파리 합의문이 타결된 12월12일, 4만 명의 시민과 활동가들이 파리 시내에서 위치태그(geotagging) 기법을 활용해 ‘기후정의와 평화’의 메시지를 만들었다. 사진=지구의 벗
[논평]파리 협정 타결 “화석연료 시대는 끝났다”(최종)
[caption id="attachment_155347" align="aligncenter" width="1280"] 파리 시각으로 12얼 9일 ‘파리 합의문’ 초안이 도출된 이후 600여 명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기후정의’와 ‘1.5도 목표 합의’를 요구하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에서 점거와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지구의 벗[/caption]
프랑스, 파리, 2015년 12월 10일 - 파리 시각으로 9일 오후 도출된 파리기후총회(COP21)의 합의문 초안이 여전히 진전을 이루지 못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평한 합의 도출을 위한 정부의 실패를 비판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합의문 초안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차별화, 형평성, 재정, 손실과 피해와 같은 핵심 쟁점에서 거의 진전을 보이지 못 했고, 중요한 여러 안건들이 여전히 괄호로 남아있다”면서 “파리 합의문이 기후변화 해결에 대한 정치인들의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선진국의 압력에 의한 봉합이 아니라 역사적 책임과 형평성에 기초한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원칙을 존중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라 쇼 지구의 벗 기후정의 활동가는 “정부는 현재 상태의 합의문 초안에 만족해선 안 된다. 이미 심각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선진국의 공평한 책임 이행과 남반구 국가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요구해왔다. 합의문 초안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이와 같은 호소를 담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파리 기후총회의 성공이 ▲1.5도 이하의 지구 온도상승 억제 목표 ▲공평한 분담의 원칙에 근거한 탄소예산의 분배 ▲선진국의 역사적 부채 개념에 근거한 재정 지원 ▲정의로운 사회적 전환과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배상 등을 포함한 공평한 합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요구하는 시민기후평가(People's Test on Climate)의 평가 잣대다.
※문의(파리):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 010-9963-9818, [email protected]
협상 진행 상황(2015년 12월 9일, 파리 시각)
12월 9일 오후 기준, 파리 합의문의 상당수 조항은 여전히 괄호나 옵션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http://unfccc.int/resource/docs/2015/cop21/eng/da01.pdf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역사적 책임과 역량, 그리고 공평한 분담의 원칙에 근거한 시급한 대응이 절실하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런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자신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려하고 있으며, 이는 ‘자체 차별화(self-differentiating)’와 같은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에서 드러난다.
기후변화에 따른 복구 불가능한 피해에 대한 배상 문제도 여전히 매우 논쟁적이다. 재정 지원에 대한 합의도 진전을 보이지 못 했고,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1.5도 이하의 지구 온도상승 억제 목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이는 립서비스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기후위기의 피해에 이미 직면한 수백만 명을 더욱 심각한 위협에 빠트릴 것이다.
1.5도 목표가 파리 합의문에서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2020년 이전의 온실가스 감축 대책의 강화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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