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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 내성천은 지금 ① : 아이들은 언제까지 이 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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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 내성천은 지금 ① : 아이들은 언제까지 이 강을 찾을 수 있을까?

익명 (미확인) | 수, 2016/01/27- 13:12
9월 어느 토요일 아침, 하늘은 잔뜩 흐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예보와는 달리 간밤에 약간의 비를 뿌린 후 더 내릴 기색은 아니어서 강을 걷는 데는 별 무리가 없어보였다. 생태지평 정팀장님은 나를 회룡포 초입 버스정류장에 내려준 후 영주댐 수몰예정지인 상류로 올라갔고, 나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클리어 화일 사진들을 넘겨보았다. 대구의 협동조합인 ‘곰네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내성천 탐방을 계획하면서 현장 안내를 맡겼는데, 어린 아이들과 함께 나눌 말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오래지않아서 이들이 탄 버스가 오고 함께 장안사 쪽으로 향했다. 

일행은 어린이와 어른이 반반으로 삼십 여명 되었다. 버스가 회룡교를 지나 산쪽으로 향하자 얼른 강과 마주하고 싶은 아이들이 다시 강과 멀어진다며 차에서 높은 소리로 한마디씩 한다. 주차장에 내려 대형 안내판을 보면서 이날의 일정을 설명하고 회룡포가 한 눈에 들어오는 비룡산 전망대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오르는 내내 조잘대는 것이 영락없는 병아리 떼였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일요일 봄날, 담임선생님과 사모님 그리고 같은 반 아이들 여럿이서 서울 남산을 올랐던 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냥 같이 걷고 둘러앉아 같이 도시락을 먹으며 함께 웃고 하루를 보냈던 그 시간은 내 기억 속의 한 조각 작은 파편이지만 아주 사라지지 않은 채 어느 순간 문득문득 떠오른다. 사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자연과의 교감이 더 중요하지 굳이 내 설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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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이 빈약해지고 풀이 들어온 회룡포 일대 2011.9 / 박용훈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는 많이 상해있었다. 생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을을 둘러싼 모래톱은 야위고 풀이 강 따라 짙게 올라오며 강 안 여기저기 사람의 때까지 탄 모습을 이렇게 또 마주하니 착잡했다. 아이들을 향해 말을 꺼냈다. “무엇이 보이나요?” “산이요” “하늘이요” “집이요” “논이요” “강은 안보여요?” “강도 있어요” “그래요, 이 모습을 잘 기억해두세요. 우리 땅은 보통 이렇게 같이 있어요” 다시 질문을 했다. “강은 저 가운데 산 뒤편에서부터 와서 이렇게 크게 한 바퀴 돌아 다시 원래 자리까지 가서야 돌아나가요. 그러면 애초부터 저 위에서 짧은 거리로 곧장 가면 금방 내려 갈 텐데 왜 이렇게 돌아서 갈까요?” 사실 나는 돌아가는 느림이 주는 어떤 것들에 대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를테면 이렇게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 따위를. 잠깐 침묵이 흐르더니 내 턱밑에서 작은 목소리가 올라온다. “마을을 돌아서 물을 주려고요” 

올라오는 내내 따뜻한 고사리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올랐던 1학년 아이였다.  초롱초롱 맑은 눈망울의 어린이들이 혹시 의외의 답을 말하지는 않을까 잠깐 기대했지만 이렇게 뜻 깊은 답이 나올 줄 몰랐다. “우와, 지금 이 어린이가...” “저 지웅이예요” “아 그렇지, 기웅이가” “지웅이예요, 지 웅 이” “미안하다 지웅아... 지웅이 말대로 강물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빙 둘러서 돌아가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저기 저 가운데서 산이 우뚝 솟아서 강에게 생명의 물을 골고루 주기 위해 돌아가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렇게 산들이 연이어 부탁하면서 강이 이렇게 빙 돌아가는 거예요” 물론 내 설명은 과학적으로는 오답이다.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면 강이 먼저 흐르고 범람하여 기름진 땅이 생긴 후 마을이 생겼다는 것을 학교에서 배우게 되겠지만, 그때에도 지금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계속 지니면 좋겠다.

내려다보이는 강 가운데로 가기 위하여 곧장 하산하는 비탈길을 택했다. 하산길이 평소보다 조금 미끄러워서 나는 아이들끼리 서로 잡은 손을 놓고 혼자 걷게 하는 한편으로 나보다 앞서 걷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같이 온 사내 형제 두 녀석이 고집 세게 앞서려다가 기어코 한 아이가 젖은 나무계단의 경사진 측면을 밟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때다 싶어 바로 한 두 마디 나무라고 그제야 어린 형제는 앞서가려는 생각을 접는다. 그렇게 길 옆 숲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걸어서 우리는 강변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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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갖고 노는 아이들 주변으로 풀이 들어섰다 2015. 9 / 박용훈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에 아이들은 모래밭에 앉아 모래를 가지고 논다. 위에서 바라본 것보다 물은 맑고 많은 물이 흘렀지만, 강변은 눈에 띄게 거칠고 초라했다.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모래톱은 몇 년 전보다 마을 쪽으로 움츠러들었고, 물과의 경계를 중심으로 빽빽이 자란 풀이 여러 곳에서 아이들 키를 훌쩍 넘었다. 이대로 몇 년 지나면 회룡포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모래톱은 지금보다도 훨씬 작아질 것이고, 크게 자란 풀들로 인해 아이들이 강안으로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는 만곡부가 발달한 회룡포 구간은 댐 건설 후에도 하상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였고, 이후 4대강추진본부나 한국수자원공사는 언론과의 시시비비에서도 늘 같은 주장을 하였지만 회룡포는 더 이상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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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2. 회룡포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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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자리 2015. 9. 회룡포 / 박용훈

일행이 모두 모여 조금 더 쉰 후 풀이 낮게 올라온 곳을 찾아 강안으로 들어갔다. 검은등할미새 한 마리가 작은 모래톱에 서서 우리를 환영한다. 조금 큰 모래톱에는 재첩이 만든 작은 구멍들이 천지이다. 아이들 몇몇이 앉더니 재첩 잡는 재미에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조금 더 걸어 내려가자 오른쪽 풀숲에서 커다란 백로 한 마리가 솟아올라 아이들 앞에서 원을 그리며 뒤쪽으로 날아간다. 숨을 수 있는 수풀이 강에 생기는 것이 새들에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으로부터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천적들도 이 수풀을 이용할 것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새들에게는 절대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떨어진 모래톱에서 흰목물떼새 한 마리가 종종거린다. 저 멀리 앞쪽에서 원앙 두 마리가 슬금슬금 강기슭 나무 뒤쪽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걷는 방향이라 서로 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저만큼 가다보면 원앙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을 테니 잘 지켜보라는 말을 해두었다.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빨랫줄처럼 수면 위로 날아 눈 깜짝할 사이에 왼쪽 산기슭으로 사라진다. 언뜻 몸에 검푸른 빛이 도는 것이 물총새다. 여름 무렵 내성천에서는 수면을 낮게 날아 숲 아래 강기슭 흙 벼랑 쪽으로 향하는 물총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둥지를 튼 것이다. 강을 걷다보면 날 때의 독특한 울음소리로 인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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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예정지 이산면의 원앙무리 2011. 8. / 박용훈

개구쟁이 티가 나는 한 사내아이가 옆의 친구에게 물총새는 잠수를 해서 물고기를 잡는데 이때 겹으로 된 눈 막이 눈을 보호한다고 설명한다. TV에 좋은 자연다큐프로그램들이 자주 방송되는데다가 낙동강이 흐르는 대구에는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이 있어서 전문가들이 아이들과 강을 찾아서 탐방하는 프로그램들이 때때로 진행된다. 아이들 앞에서 어설프게 아는 척하다가는 망신하기 십상이다. 드디어 원앙이 얼추 대각선으로 솟아오르며 비행을 하는데 두 마리가 아니고 네 마리다. 눈 주위에 흰 테가 선명한 것이 이미 번식 철은 지나서 수놈은 아름다운 빛깔을 모두 벗었다. 조금 더 내려가자 다시 또 네 마리가 날아오른다. 모처럼 강을 찾은 아이들이 강에 사는 여러 새들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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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 하류 강기슭의 한창 물이 오른 왕버드나무 군락 2015. 5 / 박용훈

강 좌안 따라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기슭에서 강변을 향해 줄지어 서 있는데 그 중에서 손을 뻗으면 가지가 잡히는 큰 왕버드나무 아래서 식생에 대해서 어른들 위주로 잠시 말을 나누었다. 버드나무는 홍수 시 강기슭을 보호하며, 물속으로 뻗은 융처럼 부드럽고 촘촘한 뿌리는 수서곤충 유충 등의 서식처가 되기도 하고, 그 큰 그늘은 한 여름 큰 물고기들이 쉴 수 있는 쉼터가 되기도 하는 하천생태계의 중요한 나무지만, 모래가 빠져나가고 강이 교란되면서 앞으로는 강 안쪽 모래톱에 버드나무들이 자리를 잡아서 언젠가 구담습지 같은 모습의 강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 어떤 생태계가 좋고 나쁘고의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독특한 모래강 생태계와 경관이 사라지는 것의 의미 등을 짧게 나누다가 모래톱으로 올라섰다. 강 걷기를 마친 것이다. 

구름이 낮게 깔린 어떤 매력적인 풍경이 강변 모래밭으로 다시 오도록 유혹하는 바람에 회룡포가 휘돌아 나가는 곳 한 군데에 자리를 잡았다. 이 일대는 작년까지만 해도 강안 모래가 무척 고운 입도를 보였던 곳으로 강 저쪽으로는 나무가 우거지고 이쪽은 깨끗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는데, 올 여름부터 강 경계 쪽으로 두텁게 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오전 일찍 이곳을 둘러볼 때 한 가족이 모래밭으로 들어선 후 “엄마 강이 풀밭으로 변했어”라며 아이가 놀랐던 적이 있다. 가족은 10여분 정도 걸어보다가 이곳을 떠났다. 강을 따라 풀이 들어오면 전처럼 강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에 어떤 부담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친수구역특별법”등 강을 손대고 변형해서 인공의 공간을 만드는 것을 ”친수“라고 말하지만 예전에 “친수”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때의 자연스런 강에서 사람들은 지금보다 강과 훨씬 편안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한국을 방문하여 남한강, 낙동강, 금강을 돌아보고 내성천도 두 번이나 다녀간 베른하르트교수는 2011년 UBC 「태화강 모래의 비밀」과의 인터뷰에서 모래톱이 발달한 한국의 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강은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강을 향해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물속에서 뛰어놀 수 있어야 하고, 발을 담글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한국의 모래톱에서처럼 이런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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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봄만 해도 아이들이 놀기 좋았던 하류 회룡포 / 박용훈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저마다 싸온 여러 종류의 김밥과 과일들을 먹으며 즐거운 휴식시간을 가졌다. 거의 모두 식사를 마쳤을 즈음 작은 아이들은 이미 모래밭을 뛰어다닌다. 이곳을 떠나기 전 내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았다. 아이들과 ‘자연공부’를 하는 일이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제법 큰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겠다는 태도가 보이지만 저학년 아이들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모래를 갖고 놀기에 여념이 없다. 훗날 아이들은 모래와 놀았던 시간은 기억해도 내 말은 한 마디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주 어려서 서울 한강 백사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던 장면은 드문드문 남아있지만 가족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이 없는 것처럼. 강에 와서 이렇게 모래밭에서 뛰놀고 행복해하는 이 아이들은 언제까지 이 강을 찾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 모래톱을 걸으면서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준비해온 사진들을 보여줬다. 제일 먼저 보여준 것은 수몰예정지 금강마을 앞 강가에서 2010년 여름 촬영한 동물 발자국이 들어간 강의 전경사진이었다. 아이들에게 젖은 모래 때문에 변형된 멧돼지 발자국임을 알려주고, 그런데 멧돼지가 보이느냐고 물었다. 멧돼지가 이 일대에 산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비가 많이 와서 이 발자국조차 보이지 않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물었다. 피카소 그림 같은 조개의 이동흔적과 수달의 발자국, 고라니와 새들의 발자국을 보여주었다. 강변에서 동물의 발자국들을 여러 번 보게 되면, 그 다음에는 이곳이 아닌 다른 유사한 풍경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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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흔적, 이 흔적이 없으면 없는 것일까? 2010년 6월 영주댐 수몰예정지 금강마을 앞 / 박용훈

모래밭에서 수달 배설물에 모여 있거나 주둥이를 모래에 꽂고 수분을 취하는 나비, 모래밭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모양의 메뚜기와 참뜰길앞잡이를 보여주고, 다른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이 곤충이 발견된다는 것의 의미를 물어보았다. 이 강의 터줏대감인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를 보여주고, 알과 알이 놓여있는 모래의 모습과 모래와 비슷한 색깔을 띤 새끼들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모두 모래를 그냥 모래로만 생각하고 지나치면 보기가 어려운 것들이고, 눈앞에서 바로 보이지는 않아도 엄연히 이곳에 사는 것들의 모습이다. 어린 산양이 어미와 함께 있는 동영상을 보고서도 서식처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환경부 스스로 만든 법제도에 어긋나는 설악산케이블카 설치 결정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일까? 나는 이날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사실 또는 진실의 의미 작은 조각 하나를 경험해보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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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몽대 앞에서의 꼬마물떼새. 모래톱에 풀이 들어오고 있다 2015. 6. / 박용훈
 
사진을 보여준 후 물새들이 알을 낳는 시기를 알려주고, 왜 새들이 이 때 알을 낳는지 물어보았다. 산을 내려오면서 고집스럽게 말을 듣지 않으려 했던 형제 중 큰 아이가 대답한다. “그때가 새들이 먹을 것이 많아서요” 나는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들로부터 차원 높은 답을 두 번이나 들었다 “우아!... 그래 이 때가 곤충들도 가장 많이 나타날 때지, 이 작은 물새들은 곤충을 가장 좋아하거든, 또 한 가지는 시기를 못 맞춰서 만약 부화 전에 장마가 오면 비가 온 후 강물이 불어서 알들이 모두 떠내려가거든, 그러니까 새들은 알을 언제 낳아야 잘 키울 수 있는지 그 ‘때’를 아는 것이지. 만약 이 ‘때’를 잘 모르는 새가 있다면 새끼를 낳고 가족을 이뤄서 함께 살기가 어렵게 되지. 여러분에게도 때가 있는데, 밥 먹을 때 밥 먹고,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고...” 물새들이 몸으로 알고 있는 “때”가 사람이 만든 댐에 의해서 종종 무용지물이 되고, 이 작은 물새들이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는 아쉽지만 시간이 없어서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했던 하루가 끝나고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글과 사진 : 박용훈(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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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회원이신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 소식을 전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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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하암에 다녀왔다. 영종대교 중간쯤에 위치한 작은 바위섬인 수하암은 매년 수십 쌍의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이다. 저어새는 전 세계 생존 개체 수가 4,800마리 안팎인 국제적인 보호조로, 매년 3월 경 우리나라에 와서 번식을 하고 11월 경 월동지인 대만, 홍콩 등지로 돌아가는 여름철새이다. 우리는 매년 저어새들이 도착하기 직전에 번식지에 들어가 둥지자리를 정비하고, 둥지재료를 넣어주는 일을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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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들이 새끼를 기르는 기간인 5~6월 사이에는 논에 들어가 먹이활동을 많이 한다. 아직 염분조절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어린 새끼에게 담수성 생물 먹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갯벌이나 얕은 습지에서 부리를 휘휘~ 저어서 먹이를 잡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먹이 습성 탓에 갯벌과 습지가 발달한 지역을 선호한다. 또한 저어새는 바위틈이나 땅바닥에 나뭇가지를 엮어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육지를 통해 천적이 들어올 수 없는 고립된 섬을 번식지로 이용한다. 저어새가 주로 서해안, 그것도 갯벌이 많고 육지에서 떨어진 작은 바위섬에 둥지를 트는 이유이다. 문제는 이런 장소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갯벌 지역은 인간에게 점령당했다. 엄청난 규모의 갯벌이 개발을 위해 매립되거나 훼손되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갯벌지역은 사람들의 간섭이 심각하다. 목이 좋은 갯벌에는 어김없이 그물이 쳐졌고, 저어새가 둥지를 틀 만한 바위섬들은 낚시꾼들이 선점했다. 볼음도 앞 수리봉처럼 저어새가 번식 중인 시기에 낚시꾼들이 함부로 들어가는 바람에 번식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군대가 사격장으로 사용하면서 새들의 번식이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매향리 농섬이나 군산 앞바다 피음도, 강화군 서도면 비도 등이 그렇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10,000마리 정도가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저어새는 이후 급격하게 감소해 1990년대 초에는 300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저어새는 한국에서 제일 살벌한 지역을 선택했다. 남과 북의 가장 첨예한 무력이 밀집되어 있는 DMZ1) 일원, 그래서 민간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 저어새의 주된 번식지가 되었다. 전남 영광 앞바다 칠산도를 제외한 나머지 번식지는 모두 인천만 일대에 집중되어 있다. 그중 남동유수지 인공섬 등 몇 군데를 제외하면 모두 민간인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다.
대부분의 멸종위기종들이 그런 것처럼 저어새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 역시 사람 탓이 제일 크다. 한국전쟁을 비롯해 20세기의 수많은 전쟁은 저어새의 서식지를 파괴했으며, 농약 사용량이 급증하고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생존의 토대도 피폐해졌다. 물고기를 통째로 잡아먹는 저어새에게 DDT, 수은, 납과 같은 중금속 농축은 심각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지금은 함부로 버린 낚싯줄과 바늘이 가장 큰 위협요인 중 하나다. 저어새는 눈으로 먹이를 포착하고 사냥하는 새가 아니다. 부리를 갯벌에 넣고 휘휘 젓다가 부리 끝에 느껴지는 감촉으로 물고기를 잡는데, 만약 갯벌에 낚싯바늘이 숨어 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예민한 감각기인 저어새의 부리는 생각보다 약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금속에 긁히고 찢기고 심지어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수하암에 인근 어민이 침입하여 알을 훔쳐가는 믿기지 않는 일도 있었다. 그 분에게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모니터링을 위해 설치해 둔 카메라에 모든 ‘범행 현장’이 찍히고 말았다. 그깟 새알 몇 개 꺼내 먹었다고 뭐가 대수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 분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큰 벌금을 함께 드셔야 했다. 어린 시절 새 둥지 좀 털어봤던 철없는(?) 어르신들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 이해한다 치자. 국가기관이 이런 일에 한 몫 거드는 일도 있었다. 몇 년 전, 해경이 수하암 상공에 헬기를 띄워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강하훈련을 한 것이다. 세월호를 방관했던 해경이 이제 와서 웬 강하훈련인지 모르겠으나, 그 훈련의 목적이 생명 구조에 있었다면 번짓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셈이다. 그들이 로프를 타고 멋지게 내려갔던 그 수하암은 어린 저어새들이 힘겹게 알 껍질을 깨뜨리며 막 생명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현장이었다. 그들의 군홧발에 얼마나 많은 알과 새끼들이 짓밟혔는지는 알 수 없으나, 21세기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생태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먹이사슬의 운명이 저어새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육지에서 가까운 번식지는 수리부엉이 같은 맹금류의 습격에 새끼들이 당하기도 한다. 2018년의 매도, 2019년의 남동유수지는 너구리가 그랬다. 두 곳 모두 어미들이 번식을 포기하고 말았다. 2009년에 처음 번식을 시작한 남동유수지는 매년 번식쌍이 증가해 지금은 200쌍 이상이 번식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저어새 번식지이다. 그런데 작년에 너구리가 침입하여 새끼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15마리만이 살아남았다. 
뒤늦게나마 환경부에서 인공섬 주변에 전기 펜스를 설치했다. 엄청난 희생을 당한데다가, 주변에 낯선 구조물까지 생겼으니 저어새들이 그곳에 다시 자리를 잡을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번식지가 워낙 부족한 상황을 고려하면 다시 이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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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인공섬의 전기 펜스
1916년 전남 직도에서 일본인 학자에 의한 번식 기록 이후 한국에서 사라진 종으로 여겨졌던 저어새는 1987년 북한 대동강 하구의 무인도 덕도에서 다시(?) 발견2) 되었다. 남한에서도 1991년 전남 칠산도에서 저어새 번식이 새롭게 확인되었고, 이후 저어새 번식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뜻있는 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보호 노력 덕분에 개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00마리 선까지 떨어졌던 생존 개체 수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2020년 1월 17~19일 사이에 진행된 동아시아 동시센서스 결과 4,864개체3)가 확인되었다. 고무적인 결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7,000~10,000개체(최소존속개체군)는 되어야 다소나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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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의 보존과 증식을 위해 필요한 일이 무척 많지만, 무엇보다 둥지터를 확대하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 개체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번식할 장소는 제한되어 있거나 여러 가지 간섭요인 때문에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번식지 경쟁이 심해지고, 결국 이 경쟁에서 밀린 놈들은 불안정하고 위험한 곳에 둥지를 틀게 된다. 강화도 남단의 각시암은 매년 30쌍 이상이 번식하는 곳인데, 둥지 경쟁에서 밀린 어린 새들이 각시암 바닥에 둥지를 튼다. 물높이가 9미터를 넘어가는 큰사리에는 여지없이 물에 잠기고 파도에 쓸려나가 이렇게 유실되는 알이 매년 10여개 이상이다.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205호, 거기다 강화군을 상징하는 군조라면서 가장 기초적인 보호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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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2일 각시바위(68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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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4일 각시바위(972cm)
어떤 이들은 생태계의 변화에 사람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포식과 피식의 관계,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의 차이 등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생존경쟁에 따른 개체 수 조절기능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럴 듯한 주장이지만, 그 이야기가 맞으려면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모든 간섭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 매립한 갯벌과 점거했던 바위섬을 다시 돌려주고,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약탈적 행위를 모두 중단한 상태라면 우리가 굳이 둥지터를 보수하러 번식지에 갈 필요도, 쓸려나갈 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원죄가 없었다면 저어새에게 멸종위기종이라는 비극의 수식어를 붙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강화도 교동도와 북한 연백군 사이에 역섬(요도)이라는 무인도가 있다. 저어새 번식지이다. 그런데 이곳의 모니터링 기록은 항상  반쪽짜리다. 북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쪽에서 관찰한 개체와 북쪽에서 관찰한 개체 수를 합쳐야 비로소 온전한 개체수를 파악할 수 있다. 남과 북이 협력하지 않으면 영영 반쪽짜리 모니터링 기록만 남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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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각시바위에서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어린 개체가 염하를 거슬러 건너편 북한 땅까지 가서 놀다 온 것이 확인됐다. 사실 이런 무단월북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저어새에게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는 큰 의미가 없다. 한반도의 저어새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남과 북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과 북 사이에 평화 기운이 감돌 때면 항상 튀어나오는 이야기가 ‘한강하구 공동개발’이다. 제발 개발 좀 그만하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한강하구 저어새 모니터링을 하면 좋겠다. 남과 북이 공동으로 DMZ 생태계 보전방안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면 정말 좋겠다. 인간 사이의 평화만큼 인간과 자연 사이의 평화도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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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DMZ는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 각 2km의 구간을 이른다. 휴전선은 고성에서 출발해서 파주에서 끝나기 때문에 한강 하구부터 바다의 접경 구역은 엄밀한 의미에서 DMZ라 할 수 없지만 편의상 DMZ라 칭한다.

2) 북한에서는 저어새를 ‘검은낯저어새’라고 부르는데, 저어새가 많이 찾아오는 덕도 일대를 천연기념물 제37호(덕도바다새번식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3) 대만 2,785, 홍콩 센전 361, 중국 1,034, 일본 544, 마카오 40, 대한민국 24, 베트남 60, 필리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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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화, 2020/05/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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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꽃사슴

만화 그리는 디자이너 겸 카페주인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무턱대고 그냥 살아가는 강화도에 있는 버드카페 주인

화, 2020/06/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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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7~8월을 새 보기 안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일단 사람이 덥고, 갯벌을 뒤덮는 도요물떼새들도 본격적으로 남하하기 직전인데다, 녹음의 절정에 오른 숲에서는 번식을 마쳤거나 번식 중인 새들의 기막힌 은폐술 때문에 새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새도 없고, 보기도 쉽지 않은, 하필 이 시기에 탐조대회를 했다. 꽃 피고 새 우는 5월에 진행하려던 강화비비알이 코로나에 밀려 표류하다가, 이대로 넘어가기에 아쉬워 ‘비비알 외전(外典)’ 형식으로 치른 것이다. 이름하여 ‘2020코로나19비비알’. 

코로나 때문에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대회가 불가능하다면, 모이지 말고 자기 동네에서 탐조하자는 것이었다. 비비알 때문에 만난 인연으로 SNS를 이용한 소통공간이 있는 데다, 탐조 기록은 ‘갯벌키퍼스’라는 모니터링 플랫폼을 활용해 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물론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한두 달만 지나면 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데 왜 좋은 시기 다 놔두고 하필 이 시기냐는 것이다. 그런데 버드워처(Bird Watcher)들에게 ‘새 보는 때’와 ‘장소’가 따로 있지 않다. 수시로 보고, 수시로 찾아 나선다. 많이 볼 수 있으면 많이 보는 대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대로 탐조를 즐긴다. 저어새는 저어새대로, 참새는 참새대로, 귀한 새, 흔한 새가 따로 없다. 우리는 새를 통해 미적 쾌감을 얻고,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탐조대회의 목적이 반드시 ‘많은 새를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시기, 어떤 종류이든 새들을 찾아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고 자연과 동화되는 희열을 준다. 함께 새를 관찰하고, 그 경이로운 기억을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것, 그것이 우리 탐조대회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누구는 대회 이름에 굳이 코로나를 붙여야 하느냐고 했다. 많은 사람을 공포에 빠뜨린 부정적인 이름을 좋은 대회 이름에 붙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모두가 움츠리고 갇혀 지내는 시기에, 그럼에도 우린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즐기며 나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더불어 코로나는 ‘악’의 대명사가 아니라 ‘성찰’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그간의 생활방식을 돌아봐야 했고, 적지 않은 부분을 버리거나 바꾸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고 이번 코로나비비알도 그 하나였다고 본다.

또 어떤 이는 공정한 대회와 심사가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나쁜 맘을 먹고 대회 기간 외에 촬영했던 사진을 업-로드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의 메타데이터나 EXIF 정보마저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마당에, 탐조대회의 공정성은 데이터의 진실성보다 참가자들의 진실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은 기록을 가지고 평가하는 외국의 탐조대회에 비춰볼 때,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회에서 경쟁과 공정은 상호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있기에 심사의 공정성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상 유래가 없이 길고 난폭한 장마가 이어졌고, 한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8월1일~2일 이틀간 탐조대회가 열렸다. 강화를 비롯해 서울, 경기, 경북, 전북 등 각지에서 16개 팀 80여 명(폭우로 포기한 7개 팀 40여 명 제외)이 참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탐조를 이어가는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날씨를 검색해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탐조를 이어간 팀도 있었다. 오히려 ‘우중탐조’가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소감도 이어졌다.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던 대회였다. 밴드의 라이브방송을 이용해 심사위원장의 인사말과 함께 개막식을 진행했고, 참가팀들의 짬짬이 라이브방송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자기 지역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는 라이브방송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물론 기술적으로 제한적이어서 보강해야 할 점도 많지만, 이후 공식 비비알을 진행하더라도 참가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탐조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응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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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물이 불어나자 새벽에 텐트를 철거,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강화도로가오리(경북)’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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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열심히 새를 찾고 있는 참가자.

모니터링 플랫폼인 갯벌키퍼스도 진가를 발휘했다. 갯벌키퍼스는 생태지평이 ‘2016년 구글임팩트챌린지코리아(Google Impact Challenge Korea)’에서 우승해 제작한 시민모니터링 플랫폼이다.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장에서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든 갯벌키퍼스는, 표준화된 모니터링 항목들이 탑재되어 있어 관찰자들은 잘 찾고, 찾은 내용을 제대로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GPS수신기가 있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경우에는 자동으로 관찰 장소의 좌표와 날짜가 기록되니 데이터의 기록, 관리도 무척 쉽다. 물론 멀리 있는 새를 관찰한 경우에는 새의 위치와 촬영자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시 세부적인 위치 정보를 조정해야 한다. 갯벌키퍼스의 가장 탁월한 점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의미한 과학적 데이터로 집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소수 전문가들에게 독점되어 온 과학적 모니터링의 지평을 일반 시민들에게 확장시켜 준 것이 갯벌키퍼스다. 그런 점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개념인 ‘시민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일상적, 기술적 토대를 제공한 좋은 프로그램이다.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비비알은 잘 끝났다. 계절도 계절인데다 폭우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한 50여 종 보면 많이 보겠거니 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무려 103종. 2019년 5월에 열렸던 2019’강화비비알의 전체 기록 종수가 116종인 것에 비춰볼 때 놀라운 기록이다. 계절이나 상황과 무관하게 우리 주변에는 항상 많은 새가 존재한다는 것과 함께 4년째 접어들면서 비비알 참가자들의 스킬이 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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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키퍼스로 기록한 코로나비비알의 탐조 기록. 충청, 전남, 경남권이 빠져 있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주춤하던 코로나가 다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일부 집단의 광기 때문이든, 오랜 스트레스로 인한 방심 때문이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는 코로나 소식은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페스트는 얼핏 보면 시민들에게 연대의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전통적 군집 관계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저마다 고독에 잠기게 했다. 이로 인해 혼란이 초래되었다.(페스트, 알베르 까뮈)”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던 페스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자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까뮈는 그것이 착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팬데믹이 만들어낸 혼란의 원인이 질병 자체라기보다는 공동체와 연대의식의 파괴에 있다고 보았다. 지금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까뮈의 진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공동체의 개념이 인간 사이를 넘어, 인간과 비인간, 인간사회와 자연계 사이의 개념으로 진화할 때, 연대의 개념 역시 그러한 개념으로 확장될 때, 팬데믹의 혼란과 공포는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강화비비알이 그 작은 발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거창한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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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화, 2020/08/2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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