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삶의 자리를 요구하는 두 가지 움직임에 주목한다_탈시설자립주택 농성과 노숙인 추모제에 부쳐
<왼쪽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농성을 준비중인 장애인들의 모습이고, 오른쪽으로 노숙인 긴급구조에 대한 서울시 공보물이다>
<왼쪽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농성을 준비중인 장애인들의 모습이고, 오른쪽으로 노숙인 긴급구조에 대한 서울시 공보물이다>
2018년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인터넷에서의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혐오 발언에 대하여 강력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약속한 이후, 2019년 3월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의 대변인 래티시아 아비아(Laetitia Avia) 의원은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을 모델로 한 ‘인터넷에서의 혐오 콘텐츠 규제 법안’(이하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 일명 ‘아비아법’을 발의했다. 동 법안은 2019년 7월 프랑스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으로 올라갔으나, 법안에 반대하는 일부 상원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사를 청구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18일, 프랑스 헌법재판소(Conseil constitutionnel)는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환영하며, 이 결정이 임시조치 제도와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의무 등 한국판 아비아법에 갖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비아법’은 SNS, 검색 엔진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고가 들어온 지 24시간 이내에 ‘명백한(manifestly)’ 불법 콘텐츠를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명백한 불법 콘텐츠에는 인종, 종교, 민족, 성별, 성적 지향 또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 적대감, 폭력을 선동하는 혐오표현, 이러한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차별적 모욕, 홀로코스트 부인, 성폭력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테러 미화·선동 콘텐츠나 아동음란물은 행정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1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 사업자가 이를 어길 경우, 개인은 1년 이하의 징역 및 25만 유로 이하의 벌금, 법인은 125만 유로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비아법에 대해 프랑스 내부에서도 혐오 콘텐츠의 범위가 모호하고, 사업자에게 과도한 검열 권한을 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찬성파 의원들은 인터넷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사업자가 합법적인 콘텐츠마저 삭제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들도 상당수였다. 아울러 국가디지털위원회(CNNum: Conseil national du numerique), 국가인권자문위원회(la Commission nationale consultative des droits de l’homme), 프랑스의 디지털 권리 단체인 라 캬드라튀르 뒤 넷(La Quadrature du Net)과 같은 기관들도 이 법안의 채택을 반대해왔다. 민간 사업자에 검열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었다. 또한 국제적 인권단체인 아티클19은 아비아법이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한다고 하면서, 플랫폼과 불법 콘텐츠의 범위가 광범위하며 법원의 판단이 배제된 사적 검열을 강화하고, 24시간 이내라는 삭제 기한이 너무 짧고, 처벌이 과도하여 콘텐츠의 과잉 삭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프랑스 헌재는 아비아법의 해당 조항들이 프랑스 헌법상 표현과 의사소통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먼저 테러 콘텐츠 또는 아동음란물 1시간 이내 삭제 조항에 대해서는 1. 테러 콘텐츠인지 아동음란물인지가 콘텐츠의 본질적인 특성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행정당국의 판단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점, 2. 사업자가 1시간이 경과한 후에 삭제 요청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거나 1시간 기간을 정지시킬 수 없다는 점, 3. 사업자가 콘텐츠 삭제 전 법원의 결정을 받을 시간이 없는 점, 4. 형량이 과도한 점을 들어 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하고 비례적인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다음으로 명백한 불법 콘텐츠 24시간 이내 삭제 조항에 대해서는 1.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명백한 불법 콘텐츠로서 삭제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법원이 아니라 전적으로 사업자가 내리는 점, 2. 명백한 불법 콘텐츠인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3. 사업자는 24시간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불법성 판단의 어려움과 사업자가 검토해야 할 신고의 건수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24시간은 매우 짧은 기간이라는 점, 4. 사업자 책임 면책 조항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5. 형량이 과도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동 조항은 사업자가 신고가 들어오면 콘텐츠의 불법성과 상관없이 삭제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보았다.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적인 이용자 게시물에 대해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는 국제 인권 기준의 일부이다. 왜냐하면 정보매개자가 사전검열이나 일반적 감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아비아법은 행정기관이나 사인의 신고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운다는 면에서 본연의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를 위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게시물의 존재만 인지했을 뿐 그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매개자에게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는 면에서 정보매개자의 사적 검열을 강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프랑스 헌재가 아비아법 결정에서 불법성 판단을 행정당국 또는 사업자에게 전담시킨 것에 표시한 불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우리나라 법을 살펴보자면 우선 “임시조치”라고도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가 바로 이런 문제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1] 권리자가 정보의 삭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게시물이 권리를 침해했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무적으로는 요청이 들어오면 판단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차단(임시조치)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21조 3호 및 4호에 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2]의 통신심의 역시 행정기관이 표현물의 삭제를 강제한다는 면에서 아비아법 전반부와 비슷하다. 여기에 더하여 ‘n번방 방지법’이라는 미명 하에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는 제1항에서 불법촬영물등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을 때 사업자가 지체 없이 삭제할 사후적 의무를 지우고 있고, 제2항에서 사업자가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3]
사업자의 불법정보 사후적 유통방지 의무를 규정한 아비아법은 콘텐츠 게시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와 악의적인 신고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헌 판단을 받았다. 그렇다면 프랑스 헌재의 입장에 비추어볼 때 제22조의5 제1항의 사후적 유통방지 의무는 이의제기 절차도 없고, 신고 남용에 대한 제재도 없으며, 불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전혀 개입하지 않으므로 위헌의 소지가 높다. 게다가 제2항에 따른 사전적 유통방지 의무는 사업자가 게시물의 불법성 및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형사책임을 지운다는 면에서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으며 아비아법보다 위헌성이 훨씬 크다.
오픈넷은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n번방 방지법’의 입법 취지와 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유통방지에 전혀 실효적이지 않으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전적인 사적 검열 의무를 지워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에는 반대한다. 제22조의5 제1항 역시 정보통신망법의 ‘임시조치’ 제도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행정심의와 함께 이번 프랑스 헌재 위헌 결정에 비추어 계속 재검토가 되어야 한다. 오픈넷은 이번 프랑스 아비아법 위헌 결정의 취지와 같이 한국판 아비아법들에 대한 입법적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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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제42조에 따른 표시방법을 지키지 아니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이 게재되어 있거나 제42조의2에 따른 청소년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광고하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하여야 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ㆍ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⑥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2]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및 운영에 관한 법 제21조 제3호와 제4호 (심의위원회의 직무)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중략]
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에 규정된 사항의 심의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 제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생략]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제1항제1호부터 제6호까지, 제6호의2 및 제6호의3의 정보에 대하여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ㆍ운영자로 하여금 그 처리를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항제2호 및 제3호에 따른 정보의 경우에는 해당 정보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그 처리의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없다. <개정 2016.3.22, 2018.6.12>. . . [전문개정 2008.6.13]
[3]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①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제22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중 제2조제14호가목에 해당하는 자(이하 “조치의무사업자”라 한다)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다음 각 호의 정보(이하 “불법촬영물등”이라 한다)가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ㆍ단체의 요청 등을 통하여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ㆍ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ㆍ합성물ㆍ가공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3.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②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ㆍ관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2020년 7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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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5. 20.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가 포털에게 뉴스서비스 정책, 기사배열 기준, 알고리즘 등에 대한 공개 요구, 검증 및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김남국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9919)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본 개정안은 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기사배열의 기본방침과 기사를 배열하는 구체적인 기준 및 기사배열의 책임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도록 하고 (안 제10조 제2항), ②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를 두어 인터넷뉴스서비스 정책, 기사배열 기준 등에 대한 공개 요구, 검증 및 시정요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며 (안 제10조의2~9), ③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게 위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일정한 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미이행할시 과태료, 발행정지, 등록취소 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안 제10조의6, 안 제22조, 안 제39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본 개정안에 따르면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국회의장·교섭단체 대표가 협의하여 추천한 3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6인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여 구성되는 기구로써, 법상 행정기관으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구성에 대한 정파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임.
이러한 행정기관이 언론 유통 시장에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각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의 언론에 대한 외압 행사의 제도화, 거시적으로는 정부의 언론 검열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제도는 정부가 반정부적 언론을 탄압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언론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금기시되는 규제 방식이라 할 것임.
인터넷뉴스서비스를 ‘언론’으로 포섭시켜 규제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여야 하며, 배열은 일종의 편집권의 행사로 보호하여야 할 것임. 그런데 행정기관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뉴스 서비스 정책 및 기사배열 기준, 알고리즘에 대한 개입 및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본 개정안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됨.
또한 기사 배열에 대한 행정권의 개입은, 직접 수범자인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뿐만 아니라,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에 대하여도 반정부적인 내용의 뉴스는 기사 노출이나 배열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고, 이로써 언론의 자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부 권력을 견제,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크게 위축시켜 반민주적인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큼.
안 제10조의5에 따르면,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권한은 ‘1. 인터넷뉴스서비스 정책에 대한 시정요구, 2. 기사배열의 기본방침, 기사 배열 기준에 관한 시정요구, 3. 기사배열 알고리즘의 공개 요구 또는 검증, 4. 이용자의 권익보호와 침해구제에 관한 업무, 5.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신문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업무, 6. 다른 법령에 의하여 심의사항으로 정한 사항’ 등이 있음. 한편,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위 위원회의 업무에 필요한 자료제출, 출석, 답변 요청에 응할 의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조에 따른 처리결과를 공개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미이행시 과태료나 발행정지 등의 대상이 될 수 있음(안 제10조의6, 안 제22조, 안 제39조).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권한인 ‘시정요구’의 효력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조에 따른 처리결과를 공개할 의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음. 즉, 시정요구대로 처리할 의무를 부과한 것인지, 시정요구나 알고리즘 공개 요구 등을 거부처리하고 거부처리 결과만을 공개해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음. 또한 4호, 5호의 업무 역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6호에서는 타 법령에서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규정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어,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의 권한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의무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불명확함.
한편, 본 법안의 본문에서는 위원회의 시정요구나 검증의 기준에 대해 특별히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제안이유에서 기사 배열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공공성, 공정성, 투명성 확보’를 명시한 것으로 볼 때, ‘공정성’, ‘편향 유무’가 그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임. 그러나 이는 판단자의 정치적 주관, 자의적 해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를 기준으로 검증 및 시정요구를 하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하여금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혹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음. 또한 사회적으로도 정부에 대한 불신, 정쟁 수단화, 국민 여론 분열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소지가 큼.
언론의 ‘공정성’이란 공익은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 강제적 규제를 통해 추구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또다른 편향 시비와 부작용만 낳게 될 위험이 높음. 예를 들면 편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언론사의 기사를 똑같은 비중으로 배열하도록 하거나, 이용자의 선호를 반영한 알고리즘을 축소하도록 하는 것 등이 제시되는바, 이러한 기계적 공정성의 강제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진정한 공정성이 달성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언론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하도록 강제하는 부당한 개입으로 평가될 수 있음.
한편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콘텐츠 배열 등에 국가의 관리, 개입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의 규제는 ‘언론’ 규제를 넘어 ‘방송’ 규제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음. 그러나 ‘방송’은 한정된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할 특허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점, 일방향적 침투성을 가진 매체라는 점에서 특별한 공적 책무가 부과될 수 있는 것이며 ‘공정성’ 등을 이유로 한 엄격한 규제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임.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매체 특성이 없는 시공간적 무한성과 쌍방향성이 보장되는 매체이자, 근본적으로 모든 개인이 공적 간섭을 받지 않고 상호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신시스템으로써, 이에 대하여 방송과 유사한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 및 매체 특성을 무시하는 과잉규제로 평가됨.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12. 22,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워마드 사이트 운영자를 대리하여 워마드 사이트 내 선거법 위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청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하여 삭제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오픈넷이 2016년 정보공개청구를 개시한 이래, 본 제도로 제20대 총선 17,101건, 제19대 대선 40,222건, 제21대 총선 53,716건의 방대한 인터넷 게시물이 삭제되고 있음이 밝혀졌고, 선관위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선거기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 대전선관위의 삭제 요청 처분은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내의 게시글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다. 해당 게시글들은, 당시 여야 비례대표 대표 후보들 중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제목에는 여성 후보 2인만을 대표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기자를 비판하는 내용,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당원에게 돌을 던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를 비판하는 내용 등이다. 대전선관위는 이를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ㆍ모욕하여서는 아니된다”에 위반하는 정보로 판단했다. 그러나 본 선거법 조항은 그 자체로 이번 사안과 같이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선거의 공정이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위험이 없는 표현물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위헌성이 높은 조항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낙선이나 당선을 도모하는 ‘선거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경우에만 한정되어 적용되어야 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위 삭제 요청 대상 게시글들은 이러한 선거운동을 위한다는 목적의사가 없고,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ㆍ모욕하는 내용 역시 찾아볼 수 없음에도, 대전선관위는 선거기간 ‘한남XX’ 등의 남성 비하적 욕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본 조항 위반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근거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위법한 처분이다. 나아가 이 게시글들은 선거 과정에서 미디어가 여성 후보에 대한 편견이나 공격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적하고자 하는 표현물, 여성주의를 의제로 한 정당의 선거유세를 폭력적으로 방해한, 일종의 여성 혐오 범죄로 볼 수 있는 행동을 비판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보호가치가 높은 표현물로 함부로 삭제되어서는 안 되는 표현물이다.
이 사안은 공직선거법상 과도한 표현 규제 조항이 선관위의 포괄적 검열권과 맞물려 광범위하게 남용되어 국민의 선거기간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사안이다.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에 대한 합헌적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선관위가 삭제 요청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0년 12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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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선관위 인터넷 게시물 삭제 조사 보고서”
김영식 의원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검색 또는 이용자성향분석에 따라 기사링크를 배치하는 행위에 대해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입법취지는 구글, 페이스북, MS에게 ‘뉴스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하여 언론사들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터넷이 대폭 확장시킨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근간이 되는 검색 등 알고리즘을 위축시켜 인터넷 생태계는 물론 언론 생태계까지 위협할 것이다.
우선 ‘뉴스사용료’라는 개념 자체가 인터넷 생태계에 반한다. 저작물의 온라인상의 위치, 즉 URL 또는 IP주소를 배열하는 것은 해당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유료로 할 이유가 없다. 맛집 위치를 타인에게 알려줄 때마다 맛집에 돈을 내야 하는가? 자신의 저작물에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것은 저작권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므로 홈페이지 운영자는 자신의 홈페이지 주소가 무료로 널리 퍼뜨려지길 원한다. 저작물의 온라인상 위치를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저작물의 사용이라 칭하고 유료화한다면 페이스북 계정이나 블로그에 자신이 좋아하는 언론기사 링크를 거는 행위도 위축될 것이다. 인터넷의 문명사적 성공의 핵심은 HTTP기반의 월드와이드웹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많은 단말에 분산보관하고 각 정보가 보관된 단말위치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좋은 정보의 보관위치를 널리 알려줄 때마다 정보보관자에게 돈을 내야 한다면 월드와이드웹은 유지가 불가능하다.
물론 김영식 의원의 법안은 모든 링크걸기를 유료화하지는 않는다. (1) 검색 또는 이용자성향분석 알고리즘에 따른 추천(이하, “추천”)의 대상물 그 중에서도 (2) 언론기사에 대해서 링크하는 행위만을 유료화한다. 그러나 검색이나 추천은 인터넷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색은 정보의 바다에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링크를 끌어다주고 추천은 이용자가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의 링크를 끌어다 준다.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정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인터넷에서 검색이나 추천이 없다면 이용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검색이나 추천이 없다면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육안으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자들이 유리하다. 또 정보제공자 측면에서도 무조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양의 광고를 띄우는 기업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검색과 추천은 이용자와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에 밀리지 않는 정보력과 홍보력을 제공하여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를 유료화하면 인터넷의 문명사적 성공의 이유인 평등성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또 모든 저작물에 대한 링크걸기는 무료인데 예외적으로 언론기사에 대해서만 링크걸기를 유료화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예컨대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페이지의 URL들을 배열하는 것은 무료고 언론사의 기사 페이지의 URL을 배열하는 것은 유료라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저작물이 다른 저작물보다 보호가치가 높다면 그 이유는, 언론이 민주주의가 먹고 사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가장 조직적인 행사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언론수용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언론수용자들 입장에서는 언론기사에 대한 링크걸기가 유료화된다면 그 비용이 언론수용자들에게 전가되거나 스스로 URL에 찾아가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결국 영화를 보려는 관객과 달리,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가 선거후보자에 대해 알고자 언론기사 검색을 할 때 이런 비용과 불편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이 법안을 과연 민주주의를 위한 차등대우라고 정당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에 EU가 2019년 언론진흥을 위해 통과시킨 저작권지침 제15조도 처음엔 인권단체들에 의해 ‘링크세’라고 비난받다가 결국 링크나 짧은 문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런데 김영식 의원 법안은 이런 예외없이 모든 ‘매개’ 행위에 적용되는 진정한 ‘링크세’이다.
김영식 의원 법안은 언론 생태계도 훼손할 것이다. 플랫폼이 언론사의 뉴스를 매개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개별 사용료 협상을 거친 언론사들의 기사만이 검색 및 추천에 포함되는 방식만 강제되고 나머지 뉴스스탠드, 제휴검색, 일반검색 및 알고리즘추천의 방식이 금지된다면, 실제로 수천개 되는 언론사와 모두 협상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결국 중견급 이상의 언론사들 중심으로 선정이 되고 선정되지 못한 군소언론사는 더욱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법적으로 모든 언론사와의 사용료 협상을 의무화하더라도 거래비용 때문에 검색이나 추천서비스에서 아예 제외될 위험이 있다. 과거에는 수많은 군소매체들이 콘텐츠를 이용자나 플랫폼에 판매하지는 못해도 일반검색이나 ‘알고리즘 추천’의 결과 또는 ‘뉴스스탠드’에 포함되는 것만으로 언론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는데 이 통로가 막히게 된다.
또 한국의 온라인 뉴스 소비는 거의 국내 플랫폼의 ‘콘텐츠 제휴’ 즉 이미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나 호주처럼 특정 플랫폼들을 통한 일반검색이나 알고리즘추천을 통한 소비가 압도적이어서 경쟁법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공익적 필요도 없이, 군소매체들이 일반검색이나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서 바이럴해질 권리, 대중이 군소매체들의 무명 콘텐츠를 우연히 발굴할 기회만 사라질 위험이 큰 것이다.
콘텐츠에 링크를 걸 자유는 월드와이드웹의 핵심기능이며 약자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 표현의 자유의 조건이다. 적용 분야를 어떻게 좁히든 링크를 거는 행위를 유료화하는 것은 인터넷의 자유를 파괴하며 도리어 언론의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뉴스링크 유료화법에 반대하며 본 법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2021년 5월 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2020년 7월 29일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장, 서울특별시장, 서울지방경찰청장(이하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지난 5월 18일 코로나 19 대응을 명목으로 이태원을 방문한 약 1만 명의 사람들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정보를 요청하고 수집·처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과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이태원 방문자들의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의 법적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5의2호, 제76조의2 제1항 및 제2항도 헌법 심판 대상입니다.
2.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지난 2020년 4월 말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 인근 소재 식당을 방문하였는데, 2020년 5월 18일 서울시로부터 코로나 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수신하였습니다. 함께 문자를 수신한 청구인과 그 친구들은 5월 2일 새벽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클럽 또는 인근 클럽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청구인이 방문한 식당은 클럽들과 지리적으로도 상당히 떨어진 장소였습니다.
청구인은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고 거리상으로도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이태원 방문 정보가 무단으로 보건복지부장관 등에게 제공되어 서울시로부터 검사를 권고받은 이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청구인은 코로나 19 음성판정을 통보받기까지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고, 주변 사람들의 질문 등으로 불편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청구인이 확진자와 접촉을 했던 것인지, 확진으로 판정되면 이태원을 다녀온 후 청구인과 접촉했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끊이지 않는 질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청구인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 어떤 근거로 자신의 이태원 방문사실 등 정보를 취득했는지 문의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은 청구인이 문제되는 시점에 이태원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염병예방법상의 감염병의심자에 해당한다며 자신들은 같은 법 제76조의2 제1항 또는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법적절차에 따라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 모호하게 답변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지국 정보가 수집, 처리된 사람은 무려 10,905명에 달합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특별시는 이동통신사 3사에 대하여 “2020. 4. 24.부터 같은 해 5. 6.까지 자정에서 05시 사이에 이태원 클럽 주변의 기지국에 접속한 사람들 가운데 30분 이상 체류한 자”의 통신정보 제공을 요청하였고 해당 정보에는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그리고 주소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아가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기지국으로 전송되는 정보인 “접속기록”까지도 수집,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우선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2020. 4. 24.부터 같은 해 5. 6.까지, 자정에서 05시 사이 이태원 클럽 주변의 기지국에 접속한 사람들 중 30분 이상 체류한 자 전원을 감염병의심자로 보고, 기지국 정보를 요청, 수집, 처리한 것의 법적 근거가 모호합니다. 감염병예방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어디에서도 기지국 정보처리행위를 구체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즉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행위는 법적근거가 없는 행위로서 모든 공권력 행사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써만 가능하다는 헌법상의 원리인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또한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합니다.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의 목적은 이태원에 방문한 불특정 다수를 사회적 위험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휴대전화 발신 등의 통신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전원만 켜놓고 있더라도 통신사가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지국 접속기록”까지 처리한 것은 그 자체로 과도한 정보를 수집하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행위라는 점에서 감염병 전파 차단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태원 인근에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지역에 방문한 1만여 명을 모두 감염병의심자로 간주하고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 등 처리한 것은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수단으로서 그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2주간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불특정다수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개인의 기지국 접속기록 등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합니다. 특히 서울시는 클럽 출입자 명단 및 신용카드 내역 등을 검토하여 확진자의 주요 동선에 포함된 이태원 클럽 및 주점에 방문한 5,517명의 명단을 5월 11일 이전에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즉 기지국 정보를 취득하는 대신 확보된 명단과 익명검사의 확대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조치의 도입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청구인을 비롯한 정보주체들이 입는 불이익에 비해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로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가 감염병 전파방지에 기여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1만 905명의 사람들을 사회적 위험으로 취급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또한 훼손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4. 한편, 이 사건의 근거로 주장되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5의2호, 제76조의2 제1항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또한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우선 감염병의심자에 관한 감염법예방법 제2조 제15의2호는 어느 정도의 접촉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법이 정한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에 속하는 것인지 최소한의 범위도 설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 규정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위치정보 수집이 감염병의 전파를 효율적으로 방지한 수단임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효율적이고 적절한 수단을 선택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위치정보 수집에 대한 법원의 허가 또는 전문가 심의 등 절차를 도입하거나 다른 수단을 먼저 고려하라는 보충성 요건을 규정하는 등 통제장치 도입을 통해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방법도 고려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통제장치를 두고 있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여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합니다.
더불어, 감염병예방법에서 경찰이 위치정보 취득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자신의 동선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을 감염병예방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영장주의가 적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감염인과 접촉하지 않은 이태원 지역 방문자까지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에 대해 동일하게 취급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그 비례성을 상실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습니다.
5.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도 기본적 권리의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하고, 공중보건의 위기를 이유로 한 기본적 권리의 제한이 법률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행위 및 관련 법률조항은 위 국제인권기준에도 어긋납니다. 청구인과 단체들은 헌법재판소가 국제인권기준의 원칙과 헌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기지국 정보처리행위 및 감염병예방법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함으로써 코로나 19 라는 감염병의 공포 아래 희미해지는 우리 헌법의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7월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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