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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얼마를 벌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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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얼마를 벌어야 하나요?

익명 (미확인) | 월, 2015/12/21- 14:14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④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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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FX(외환거래)로 월 1,000만원 벌 수 있는 투자비법’, ‘월세 1,000만원 받는 슈퍼 직장인들’, ‘나의 꿈 월세로 1,000만원 벌기’, ‘단타매매로 하루 80만원 벌기’, ‘죽을 때까지 월 300만원’….서점 경제 코너에서 판매 중인 책 제목들이다. “월 얼마를 벌어야 충분한가?”에 대한 이 시대의 생각 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취업포털 기업들이 때때로 하는 설문조사에서도 그런 기준들이 보인다. 인쿠르트의 2015년 10월 조사에서 취업준비생들은 대졸 신입 연봉으로 평균 3,320만원을 희망했다. 6월 잡코리아 설문에서 취업준비생은 첫 월급 액수로 평균 199만원을 원했다.

2014년 3월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에서는 직장인 응답자의 65.6%가 지금 받는 연봉이 능력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얼마를 더 받고 싶은지” 묻자 가장 많은 응답자가 “400만~600만원”이라고 했다. 1,000만원~1,500만원을 더 받고 싶다는 사람도 10%가 넘었다. 지금 하는 일의 대가가 그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인지, 그저 많을 수록 좋은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적당히 벌고 잘 산다는 것은?

2014년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고용노동부 자료)은 3,240만원이었다. 평균치가 아닌 중간치, 즉 전체를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수치는 2,465만원이다. 그 차이가 큰 것은 일부 소득 상위층의 연봉액이 상대적으로 아주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임금근로자 중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는 11.9%, 100만~20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36.4%였다. 절반에 가까운 비율(48.3%)이 200만원 미만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의식이 크지 않은 것은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당연하다’, ‘너도 노력하면 그만큼 벌 수 있다’는 생각, 즉 능력주의(meritocracy)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위의 책 제목처럼 외환거래, 경매, 주식 단타매매를 통해서라도 소득을 보전하려는 열망들은 그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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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임금은 어떻게 정해져야 할까?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벌어야 할까? 점점 더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어떤 기준은 필요하다.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서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좋은 일’을 찾는 사람은 ‘얼마를 벌고자 하는지’에 대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진선(35) 십년후연구소 연구원과 황호진(46) 사회혁신공간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 팀장이다. 안정적인,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직장을 다니다 ‘새롭고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그만뒀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이다.

특히 김 연구원은 최근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함께 만났을 때 주제를 이 제목처럼 ‘적당히 벌어 잘 산다는 것’으로 한정했다.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부터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고 싶은 사람까지 무한정 넓은 스펙트럼을 다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적당히 번다’와 ‘잘 산다’의 개념 안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일’과 ‘좋은 삶’의 기준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직장 그만두고 2년 반째 ‘좋은 삶’ 탐색 중

김 연구원은 ‘(재)아름다운가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2년여 후에 네이버에 입사해서 7년 반 동안 사회공헌부문에서 일했다. 2013년 5월 퇴사한 이후에 대해서는 “2년 반 동안 반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뜻 맞는 사람들과 십년후연구소를 만들어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인문학공동체에서 요가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여전히 ‘좋은 삶’, ‘새로운 일’에 대한 탐색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회사를 그만둘 때는 일단 잠시 동안이라도 자유시간을 가져본 뒤에 새 직장을 알아보자는 생각이었죠.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10여 년 직장생활로 저축한 돈이 얼마간 있고 사는 집이 전세라서 주거비가 덜 들긴 했지만요. ‘월 100만원씩 쓴다면 얼마나 버틸까?’ 하고 계산해 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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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동안 주된 소득 없이 지내온 데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좋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전일제 임금노동이 아닌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데 기울고 있다”고 했다. 다만, ‘월 100만원씩 쓰면서’는 아니다. 소비를 포함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일하는 방식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소비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옷 구입비가 가장 크게 줄었다”고 했다. 회사 다닐 때는 더 거리낌 없이 소비를 했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당시에 느낀 그 소비의 욕망이 스트레스에서 왔다는 것을 의식했었기 때문”이라면서 “돈을 써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진짜 필요한 일을 걸러낼 수 있어야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직장 그만둔 뒤로 여러 친구, 동료들이 고민을 털어놓아요. 자신도 그만두고 싶고, 다른 일을 찾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다고요. 제가 볼 때 아예 여유가 없지는 않아요. 소비를 줄이면 가능한데, 거기 얽매여서 ‘좋은 삶’, ‘좋은 일’을 탐색할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불안정한 삶 지탱하는 ‘관계망’ 만들고 싶다”

소비 방식과 별개로 불규칙한 수입은 그 자체로 삶을 불안정하게 한다. 김 연구원도 그 문제를 고민한다. 그래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신뢰’를 기반으로 먹거리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급‧수요를 맞춰가는 것처럼, 일과 삶에 있어서도 신뢰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비슷한 일을 프리랜서로 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일거리를 나누고 조정하는 식의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십년후 연구소의 '화이트루프 쿨 시티'  프로젝트 활동으로 옥탑방 옥상에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 김진선 연구원 제공

▲십년후 연구소의 ‘화이트루프 쿨 시티’ 프로젝트 활동으로 옥탑방 옥상에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 김진선 연구원 제공

십년후연구소에서 김 연구원이 담당하고 있는 ‘화이트루프 쿨 시티’(White Roof Cool City) 프로젝트는 본래 건물 옥상에 흰 페인트를 칠하면 태양광선을 85%까지 반사시킬 수 있다는 데 착안해서 여름철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활동이다. 그동안은 캠페인 형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옥상 방수시공을 더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한다. 위의 ‘관계망’ 만들기 중 첫 걸음인 셈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인천 검암동의 생활자치 커뮤니티 ‘우리동네사람’(우동사)에서 살고 있다. 아직 정식 거주자는 아니고 3개월간 시범적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방 세 칸짜리 빌라 세 채에 18명이 함께 사는 일종의 ‘주거공동체’인데, 1,800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들어간 뒤에는 월 10만원만 내면 된다. 삼시세끼 해먹을 수 있는 재료와 전기‧수도‧인터넷 등 이용료가 다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서 살아보는 이유에 대해 김 연구원은 “월 50만 원 이하로 사는 모델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서 “우동사 사람들을 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집에 사는 6명 중에서 1명을 빼고는 전일제 노동을 하지 않아요. 나머지는 백수거나 저처럼 반백수라서 대낮에 함께 밥을 차려 먹는 일도 자연스러워요. 그렇지만 각자 재능들이 있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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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주거 형태가 저변에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연구원도 “월세만으로 3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도시 생활에서는 소비의 자유가 없는 셈”이라면서 “누구나 적정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주거 문제의 대안과 적정 소득, 기본소득 등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20년차, ‘가치관’ 문제로 사직

황호진 팀장은 대학 졸업 후 증권회사에 입사한 뒤로 지난해까지 증권계에서만 딱 20년 일했다. 아내는 전업주부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말하자면, ‘관두고 싶다고 관둘 수 없는’ 전형적인 유형의 직장인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직장을 그만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가치관의 문제’였다. 증권시장의 역할을 알면 알수록 ‘금융자본주의의 모순’을 더 선명하게 느꼈던 것이다. “나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연했는데 2014년에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
“세월호 사건에 유독 큰 충격을 받았나 봐요. ‘이렇게 살 필요가 어디 있나, 걸어가다가 오늘 죽을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위협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가족들의 소비 수준이 비교적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쇼핑을 거의 해본 적 없을 정도다. 아내는 그의 결정을 지지해줬고, 큰아들은 사교육을 안 시키기로 서약을 해야 입학할 수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크게 돈 들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표를 낸다는 게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이틀 정도는 사무실에서 자리에 앉아있지 못 할 만큼 안절부절 못 했어요. 그만큼 직장생활이 제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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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그만두고 하고 싶던 일은 게스트하우스 운영이었다. 강릉에 여러 차례 내려가서 부지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또 다른 관심은 사회적기업이었는데, 2014년 9월에 한신대학교 사회적기업 리더과정을 수강하면서 ‘금융권 경력을 살려서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 과정을 수료한 뒤 몇몇 곳에 지원서를 넣은 끝에 지금의 직장에서 사회적기업 대상 소액대출 심사와 재무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황 팀장은 “지금도 대학 동창,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 주말에 골프 친 얘기, 해외여행 다녀온 얘기, 자녀들 학원비 이야기만 하고, ‘아무리 벌어도 늘 모자란다’고들 한다”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지 못 한다면 다른 일을 시도할 수 없다”고 했다.

안전망 취약한 사회에선 직장 선택의 자유가 없다

그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이전 지인들과만 교류할 때는 알 수 없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또 지난해 제주도 배낭여행을 가서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귤 농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제주도에 장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매이지 않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요즘 재무컨설팅을 위해 만나는 사회적기업 사람들도 자극을 줍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뭉쳤다가 흩어졌다 하면서 능력껏 살아가는 모습이 신선하더라고요.”

▲황호진 팀장이 사회혁신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에서 '소셜멘토링 잇다' 조윤진 대표에게 재무 컨설팅 하는 모습. 황호진 팀장 제공

▲황호진 팀장이 사회혁신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에서 ‘소셜멘토링 잇다’ 조윤진 대표에게 재무 컨설팅 하는 모습. 황호진 팀장 제공

그 역시 문제의식은 느낀다. “저는 직장 다니면서 모아놓은 게 있고, 어쨌든 내밀 수 있는 이력이 있으니까 이렇게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었겠죠. 지금 우리 사회 일자리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임금 수준이 낮은데, 그런 일자리밖에 경험하지 못 한 후배 세대에게 ‘다른 삶을 꿈꿀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별 적정 생활비 임금에 반영 필요”

또 다른 문제는 역시 임금이다. 금융권 중에서도 임금 수준이 높은 증권계에서 20년을 일하다보니 그만둘 당시 연봉이 높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 5분의 1 수준이다.
그는 서울에서 4인 가구가 살기 위한 적정 생활비가 월 387만원, 최저 생활비가 295만원(서울연구원 2015년 자료)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도 좋지만 최저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일부 대기업, 금융계 직원이 아니어도 일하는 사람이라면 적정 생활비는 벌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는 여전히 직장만한 보험이 없다”며 “생계를 유지하려면 대기업, 정규직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실질적으로는 직장 선택의 자유도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듯 비슷했다. ‘얼마를 버는지’는 중요하긴 하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얼마를 쓰는지’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면 직장을,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다. 또한 공통적인 것은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져야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김 연구원은 “적당히 벌고 잘 산다는 기준은 각자 다 다를 텐데, ‘좋은 삶을 영위할 만큼 적당히 버는 것’이 제가 찾은 기준이다”라면서 “각자 답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사회가 좀 더 열려있었으면, 잠시 동안이라도 기댈 언덕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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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팀장은 “연봉이 높아도 자기 일에 대해 불만이 많고, 적게 받는 사람은 왜 적은지, 얼마나 적은지를 알기 어려운 사회 구조”를 지적하면서 “각자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지역별로 적정 생계비에 대한 현실적인 조사가 이뤄졌으면 하고, 최저임금이 아니라 적정 생활임금을 보장해 주는 기업이 많아지도록 인증제도 등이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엇을 요구해야 ‘좋은 일’, ‘좋은 삶’ 될까?

두 사람의 경우를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인정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소비의 자유’도 없고 ‘직장 선택의 자유’도 없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많다. 도시에서는 특히 그렇다. 서울에서의 최저생활비가 1인 기준 162만원이라는데 일하는 사람 중 3분의 1이 100만원 이하를 번다면, 청년층에서는 적지 않은 비율이 ‘최저’보다 낮은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위의 책에서 “이와 같은 한국의 분배 구조는 정의롭지 못 한 것”이라면서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혁되어야 하며, 국민이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불평등의 근원은 임금 격차이며, 이를 야기한 고용 격차, 기업 간 불균형의 책임은 ‘재벌 대기업’에게 있다고 개혁 요구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격차가 줄어들도록,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보장하도록, 불합리한 하청구조가 개선되도록, 복지를 통한 재분배가 이뤄지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능력주의’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능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떤 일을 하면 얼마를 벌어야 하느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F) 싱크탱크’는 2009년 여러 직업의 사회적 가치와 임금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병원 청소부들은 일반적으로 최소임금을 받지만 임금의 10배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반대로 런던 금융권의 투자은행가는 금융활동의 손실을 고려하면 임금의 7배만큼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오언 존스 저 ‘차브’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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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처럼, ‘능력’이 없어서 고임금 직장에 진입하지 못 했으면 최저생계비만큼도 못 버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인식이 깨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임금격차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김민아 노동법률원 새날 노무사는 “1990년대까지 대부분 기업의 임금체계였던 호봉제는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지출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였다”면서 “호봉제가 사라져가는 추세에 맞춰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임금노동자들의 삶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완전연봉제 또는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발전된 것이고 호봉제는 구시대적인 것처럼 여겨온 것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얼마를 버느냐’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새 일을 찾아나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고, 우리 사회 전반의 임금격차와 불안정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돌아봤다.

두 이야기는 다른 것 같지만 연결된다. 지극히 적은 수의,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고소득 일자리’에 대한 집중을 멈추자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구조와 능력주의를 그대로 둔 채로 ‘월 얼마’에만 초점을 맞추면 외환거래, 주식 단타매매, 건물 경매로라도 그 금액만 맞추면 된다는 유혹만 많아질 뿐이다.
그보다는 ‘적당히 벌어서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 즉 ‘좋은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삶을 채우기 위한 ‘좋은 일’을 찾아야 한다.

희망제작소가 이 연재 시리즈와 아래의 설문조사를 통해 ‘좋은 일’의 상(像)을 찾아보자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각자 원하는 일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이를 최대한 모아보면 ‘이런 요건들이 갖춰진 일이 좋은 일’이라는 공감대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요구는 보다 단순명료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이 많아지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한다면 하나를 만들어도 ‘좋은 일’로 만들도록, 기업을 지원한다면 ‘좋은 일’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곳을 지원하도록 요구하면 된다.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언제나 그렇듯,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있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우성희(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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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을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경제 전환 전략으로 활용하는 그린뉴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생태적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는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나눈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발제(참고자료)중 사례를 중심으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기후 관련 지출을 측정하는 ‘기후예산 태깅’

생태적 전환이 화두인 만큼 기후변화 목표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기구와 여러 국가에서는 기후변화 목표를 정책통합 수단으로 예산에 반영하는 실험을 벌이는 사례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개발계획(UNDP) 등은 기후변화 목표와 예산을 통합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OECD는 2017년 ‘녹색예산에 대한 파리 협력’을 시작했으며, UNDP는 지난 2011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기후예산 태깅’(Climate Budget Tagging)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후예산 태깅은 예산에 태그 또는 계정 코드와 같은 기후예산 마커를 표시하여 기후 관련 지출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의 재정 및 지출을 관리할 때 기후변화 목표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모니터링하는 방식입니다.

UNDP의 지원을 받은 네팔과 캄보디아에서는 지난해 3월 포럼을 통해 ‘기후예산 태깅’ 사업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17년 기후 관련 공공 지출 예산을 검토한 결과를 담은 ‘시민 기후 예산’을 발행했는데, 정부 지출의 30 %는 기후 변화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다룬 만큼 향후 나머지 지출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편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캄보디아의 국내 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홍수, 폭풍, 가뭄 등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국민의 일상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기사보기)

이러한 ‘시민기후예산서’는 시민사회 뿐 아니라 정부의 유관 부처, 의회, 지방자치단체, 주요 이해관계자 그룹에도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기후예산 태깅을 도입한 결과 정책 담당자의 인식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효과적인 자원 배분 및 다양한 정책 목표의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 밖에 OECD에서는 녹색 예산의 5가지 도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예산 태깅과 유사한 환경과 기후 영향을 코드화하여 전체 예산 중 관련 부문을 분류하는 ‘녹색예산 태깅’ △새로운 예산 수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환경영향평가’ △환경의 외부효과에 대해 탄소거래제와 같이 세금이나 거래 시스템으로 가격을 매겨 각 국가가 환경·기후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탄소배출 생태계서비스 가격 설정’ △예산안 평가 기준에 효율성뿐 아니라 국가‧환경 기후 목표를 포함하는 ‘녹색관점에서 지출 검토’ △국가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 기후, 환경에 관해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녹색관점에서 관점 목표 설정’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기후렌즈평가’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방식과 더불어 각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정합성을 높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지난 2018년부터 기후렌즈평가(Climate Lens Assessment)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부문을 평가하는데요. 공공부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을 측정합니다. 또 사업을 실행했을 때 기후변화와 관련된 잠재적 위험이나 기후 회복 탄력성을 종합적으로평가하고, 이러한 결과를 정부 투자 결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참고자료)

노르웨이 오슬로 시는 지난 2016년 6월 시의회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거버넌스 툴로 기후예산제(Climate Budget)를 도입해 2017년 예산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시는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과 비교해 2022년까지 50%, 2030년까지 95%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감축 목표를 에너지, 건축, 교통 등 세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분화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주차 공간이 적어지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버스에 전원을 공급하고, 자전거 사용을 늘리고, 가정과 사무실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태적 전환의 성공 조건, 탄소인지예산

국내에서는 저탄소로 전환하기 위한 탄소인지예산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탄소인지예산이란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온실가스 배출 영향도를 별도로 평가하고 이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것인데요.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기후예산’, ‘탄소예산’ 등과 유사합니다.

이처럼 국제기구와 각 국에서 실시하는 예산 실험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 예산이 일관성을 가지고 집행 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함인데요. 고재경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후변화 목표에 기반한 예산 배분 기준과 규칙은 유해 보조금과 세금을 줄이는 대신 기후변화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예산 비중을 높이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재설계하여 시장에 장기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생태적 전환’을 위한 실험이 필요합니다.

실제 국내에서는 대전시 대덕구가 탄소인지예산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탄소감축 가능한 사업을 선정해 2022년부터 탄소인지예산제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 정리: 방연주 미디어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금, 2021/01/2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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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서 시작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 조항이 삭제되어 논란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민관협치 활성화 등 주민의 참여 통로를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진 만큼 향후 사회적으로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지, 통장이나 이장처럼 우리 동네에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으로서 참여를 촉진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주민자치/기획①] ‘진짜’ 주민자치로 가는 길
[주민자치/기획②] 통장, 반장? 주민이 참여하는 법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과 참여의 기회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적 여건 때문에 참여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미룰 때가 있을텐데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정책이나 활동에 참여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기에 종종 참여의 장벽이 높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민 참여는 민주주의 확산의 주춧돌이기에 다양한 형태로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지역 이슈에 의견을 내고, 주도적으로 참여할수록 민관협치가 활성화될 수 있기에 주민자치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통해 내가 사는 지역에는 어떤 인센티브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첫 시작이 될 거라고 봅니다.

주민 참여할수록 포인트가 쌓인다!

평소 마트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가격을 할인 받나요? 소액이라도 할인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죠.
민간 영역에서 활성화된 포인트 제도를 공공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여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참여 포인트제’를 통해 주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광주시 광산구, 남양주시, 충북 음성군, 동두천시 등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주민의 참여 장벽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인센티브 일환으로 ‘포인트’를 활용한 ‘주민참여 포인트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주민참여 포인트제’는 기본 조례에 근거해 구정에 직접 참여한 주민에게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광산구에 주소를 둔 주민이나 광산구에 소재한 사업체에 근무하는 사람 혹은 기타 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추천된 사람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구정 활동에 참여할 경우 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참여 기본조례 제15조(주민참여 포인트)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주민제안 등 구정에 직접 참여한 주민에게 주민참여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 포인트 내역은 구 홈페이지 등에서 열람하도록 할 수 있다.
누적된 포인트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상금 등으로 지급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활동을 할 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으로는 광산구 홈페이지 내 활동(구민제안, 정책제안, 발명아이디어, 구정제보, 예산참여방)을 했을 때 500~3000점을 적립할 수 있고, 오프라인으로는 공청회, 세미나, 간담회, 주민 대상 공개강좌, 공모전, 설문조사, 입법예고 의견제출 등 주민참여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경우 500~3000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참여 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쌓은 포인트는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으로 교체할 수 있으며,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종량제봉투, 음식물폐기물 납부필증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주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주민 참여 시 직장인 ‘공가’를 사용하자!

주민 참여에 관심 있더라도 업무상 평일에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죠. 주민자치회 활동이 근로기준법 제10조의 ‘공의 직무’에 해당된다는 고용노동부의 유권 해석을 받았지만, 실제로 자치 활동을 위해 공가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요.

당진시에서는 지난 2019년 직장인의 지역사회 활동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12개 기관이 참가해 공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향후 직장인들이 좀 더 주민 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여전히 여러 회사들이 주민 자치 활동을 인식하는 게 주요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는 경우 사업장에 ‘공가’ 신청이 가능한 만큼 근로자의 주민 자치 참여의 통로가 좀 더 넓어졌다는 건 반길 만한 일입니다.

주민 자치의 성공사례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처럼 주민자치를 통해 지역에 어떤 변화가 벌어졌을까요. 주민 주도로 이뤄진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과 공구공유센터 사례를 소개합니다.

은평구 주민들은 지난 2006년 동네 가까이 도서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바람으로 서명운동을 펼쳤습니다. 은평구에서도 노후된 주택 10개 필지를 구입하며 노력했지만, 예산 문제로 작업이 연기되었고, 2011년에 공사가 재개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은 좀 더 구체적인 자치활동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바로 주민들이 2011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에 응모해 종자돈을 만든 겁니다. 예산 확보뿐 아니라 도서관 마을이 만드는 사업 초기부터 시설 조성 및 운영에 이르는 등 전 단계에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주민이 참여해 구산동 골목길에는 작은 연립주택들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노후 주택 3채를 리모델링해 기존 건물의 구조와 형태를 보전했다고 하는데요. 도서관 내부 중앙에는 1990년대 지어진 주택 외벽을 그대로 남겨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남겨 놓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마을’과 ‘공동체’라는 가치가 두드러지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지역문화의 산실, 은평공유센터

은평구에 또 다른 사례는 공유문화를 확산하는 은평공유센터(자세히 보기)입니다. 은평공유센터는 지난 2015년 비영리민간단체인 ‘은평e품앗이’의 활동과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도로 설립된 물품, 지식, 재능, 공간을 공유하는 공유단체인데요.

공유경제의 가장 기본단계인 물품 공유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인 만큼 생활용품, 캠핑용품, 전동공구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혹 일상에서 필요하지만, 구매하기 어렵거나 망설여지는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이 대여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또한 물품뿐 아니라 주민들의 지식과 재능을 공유하는 클래스도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양말 공예, 가죽 공예, 목공 클래스 등 주민이 한 공간에서 만나 교류하고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주민 자치가 딱딱한 정책의 얼굴이 아닌 ‘지역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지방분권법에 따른 근로자의 주민자치활동 ‘공가’ 신청가능
기억의 보존과 전달…’구산동 도서관마을’

– 글: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1/02/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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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반은 주민자치에서 시작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 조항이 삭제되어 논란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민관협치 활성화 등 주민의 참여 통로를 확장하는 시도가 이어진 만큼 향후 사회적으로 어떤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지, 통장이나 이장처럼 우리 동네에서 주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으로서 참여를 촉진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카드뉴스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주민자치/기획①] ‘진짜’ 주민자치로 가는 길
[주민자치/기획②] 이장, 통장? 주민이 참여하는 법
[주민자치/기획③] 주민참여를 포인트적립으로?

수, 2021/03/0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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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일상이 달라진 만큼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과 역할도 돌아보게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도시 재생의 방향성과 관광 위주의 지역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산업이 크게 주춤했는데요. 지역에서는 지역 문화와를 알리는 지역 관광이 중요했던 만큼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영향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김향자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지역산업과 지역혁신에 관한 사례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관광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역혁신형 관광 추진 사례를 중심으로 재가공해 전합니다.

‘방문객 산업’인 관광, 지역과의 상관관계

관광산업은 소비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 활성화 및 지역 세수창출 등에 상당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 국내 내수활성화에 기여도가 높은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관광은 ‘방문객 산업’입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좋아진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지역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고용 기회가 늘어나고, 지역 유산의 보전 및 발굴에 기여하지만, 과도한 개발로 인해 경쟁 심화, 환경 파괴 및 생태계 파괴, 주민의 상대적 소외감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광은 지역산업에 관광 소비를 증대하고, 지역의 수입을 극대화하는 게 주요합니다. 예컨대 볼거리, 즐길거리를 주는 체험형 관광으로 방문객이 좀 더 길게 체류할 수 있게 만들거나, 지역 특산품, 기념품, 공산품 판매를 증대하는 방식과 더불어 지역 내 환원이 가능한 지역 관광의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지역기반형 관광은

이러한 지점을 고려해 각 지역의 정체성을 살린 관광지로 순천, 영월, 전주, 정선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남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내건 만큼 순천만 생태 관광으로 지역 관광에 힘을 실었습니다. 순천만 생태적 복원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으나 현재 순천만(링크)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3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낙안읍성, 순천도심, 한옥체험촌 등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 순천만 습지 일몰 풍경 ⓒ 순천만습지 홈페이지

강원도 영월군은 ‘박물관 고을 특구’라는 테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관광에 변화를 일궜습니다. 영월군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박물관고을육성사업’을 꾸준히 실행하며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물관도 미술·사진, 역사·문화, 자연·생태, 과학, 도예, 기타 등 전시 콘셉트와 테마에 따라 활성화했고, 관광객은 박물관 스탬프 투어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로 설계되었습니다. 이처럼 지자체의 노력과 박물관 설립자의 영입으로 ‘지붕없는 박물관’이자 ‘에코 뮤지엄’으로 지역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북 전주시는 문화자원 보전 활용을 통한 ‘한옥마을’로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우리나라 도시 주거 문화의 역사성, 전통성을 유지하고, 한옥에서 지속적인 거주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한옥문화체험 등 관광 자원을 발굴했습니다. 실제 전주시는 ‘전통문화특별시’를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 삼탄아트마인 홈페이지(http://samtanartmine.com/)

마지막으로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폐광지역의 유휴시설을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1964년부터 2001년까지 38년 간 운영하다 폐광된 삼척탄좌시설은 ‘폐광지역 복원사업’ 계획에 따라 2013년 문화예술단지 ‘삼탄 아트마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지역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삼탄아트센터는 삼탄역사박불관, 현대미술관, 예술놀이터, 작가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역문화유산인 폐광 터를 관광지로 활용해 갤러리 운영을 비롯해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관람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자원의 고유성을 살려 관광명소로 재탄생시킨 만큼 주목 받았습니다.

지역의 관광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기

이처럼 각 지역에서는 지역이 보유한 자원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 관광에 힘을 실어왔지만, 코로나19 국면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김 연구위원도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코로나19를 일상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인 만큼 지역 관광 분야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가 최대 위기에 처했지만, 관광의 역할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관광 소비자가 안전과 힐링을 우선하면서 비대면 소비, 개별관광, 혹은 자연친화 여행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지역 관광의 추진과제를 점검하며 지역 관광 혁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시적으로는 시설 중심의 개발에 치우친 지역 관광이 아닌 고유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고로 전환해야 하며, 생태 및 환경 보전에 관한 요구가 높아진 만큼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한 개발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방역의 안전성, 비대면 관광이 가능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과거에 비해 행복과 가치(웰빙, 웰니스)가 주목 받는 만큼 책임 있는 관광소비,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의 특화된 이야기를 풀어낸 콘텐츠 스토리텔링과 지역을 변화시키는 청년을 인력으로 육성하는 등 다층적인 지원과 개발이 필요합니다.

– 정리: 미디어팀
– 참고자료: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제자료, <지역산업과 지역혁신-지역관광산업>

금, 2021/03/1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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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 국가에서는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아있는 탄소는 흡수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것을 말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2050년까지 생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 및 제거해 배출량을 0이 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로드맵 발표는 물론 각 지방정부에서도 정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한 정보는 그간의 유엔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종합 보고서에 잘 나타난다.

2014년 5차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과 난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25%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다음이 농업과 산림 및 기타토지 이용이 24%, 산업이 21% 비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전력과 난방을 사용 영역으로 다시 분류를 해보면 건물이 12%, 산업이 11% 비중을 보였다. 2050년의 온실가스 순배출 0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은 이 온실가스 배출원 구성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 정보에 기반하여 IPCC는 앞서 언급한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전력과 난방 부문과 관련하여 에너지시스템 전환 전략이 우선해야 함을 제안하고 있다.

즉,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절대적으로 절감하는 것과 저배출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원의 전력에서의 비중이 2050년에 70-85%를 차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 전력 부문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65%까지 높이는 계획, 영국이 해상풍력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모두 재생 에너지원 확대 전략에 해당한다.

한편 영국, 캐나다, 독일 등 국가들에서는 석탄 발전 폐쇄 시점을 공식화하고 있는데 이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이들 발전소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25년, 캐나다는 2030년, 독일은 2038년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최근 국제 기후연구기관인 Climate Analytics 분석에 따르면 1.5℃ 억제를 달성하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2031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해야한다. 재생에너지원 확대가 어려워 가스발전과 석탄발전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 탄소포집저장기술(CCS)와 병행해야 함을 제안하고 있다.

순배출 제로는 에너지 부문의 전환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력과 난방 이외 배출 비중이 높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IPCC는 산업 부문에서 화석 연료 사용 부문을 전력화하여 재생에너지원 전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존의 탄소 공정을 수소로 대체, 석유 원료 대신에 지속가능한 바이오 기반 원료와 제품으로의 대체, 탄소포집저장 및 활용(CCUS) 등 탈탄소 신기술 적용을 제안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경우 생산 공정에 수소를 도입하면 석탄(코크스) 사용을 줄일 수 있고, 바이오 기반 원료로 석유 원료를 대체할 경우도 역시 온실가스 배출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2019년 12월 발표된 유럽그린딜에서는 이보다 한발 앞선 산업 부문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섬유, 건축, 전자, 플라스틱 등 자원집약적 분야를 중심으로 재활용 이전 단계에서 재료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강화하고 나아가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계획을 포함한 것이다.

아울러 유럽연합에서는 산업과 수송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그린수소를 탈탄소화 전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럽 수소 전략도 마련해두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수전해 설비를 40GW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토지 이용과 온실가스 배출 주요 과제로 떠올라

토지 이용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 역시 2050년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이다.

IPCC는 도시 및 기반시설 시스템 전환을 위한 전략 수립, 전지구 및 지역적 토지이용 전환 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050년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55-75%를 차지할 수 있도록 건물 난방을 전력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가스와 석탄, 석유 연료를 이용한 현재의 건물 난방 시스템을 탈탄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산업 부문과 유사하게 난방 전력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도시 에너지 소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저배출 최종에너지 비중이 2050년에 35-65%까지 상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전기자동차 공급 확대, 항공 및 해운 부문에서의 첨단 바이오연료, 재생에너지생산연료 사용, 엄격한 배출가스 제한 기준을 통한 수송부문의 에너지효율 향상 등이 관련 정책에 해당한다.

토지이용의 지속가능한 집약화, 생태계 복원과 덜 자원집약적인 식이, 에너지 작물 경작지 증가 등이 토지이용과 관련해서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변화로 보고 있다. 토지를 다만 곡물 경작지로서만이 아니라 에너지 작물 경작지로, 탄소 저장지로 이용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해 신규 조립과 재조립, 토지복원과 토양 탄소 격리, 직접 대기 탄소포집저장 등과 관련한 정책 수립도 필요하다고 본다.

유럽그린딜에서도 유사한 전략이 보이는데 기후변화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존에 도움이 되도록 농축산 분야 생산과 소비의 전환, 손상된 산림을 복원하고 새로운 숲을 조성하기 위한 산림 전략과 생물다양성 전략이 그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환으로 최근 2030년까지 토지와 수자원의 30%를 보존한다는 ‘Conserving and Restoring America The Beautiful’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탄소중립은 모두의 참여로 달성이 가능하다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은 이처럼 에너지 부문에서 생물 다양성 보존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 전반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전력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019년 현재 8.13%를 기록하고 있고, 석탄발전 비중도 2034년 여전히 28.6%를 차지하는 한국의 경우 에너지 부문의 전환 하나만으로도 거대 과제가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넘어서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IPCC 권고 사항에 맞추어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계획 만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제반 정책들이 종합적으로 마련되고 이와 연계된 수소 전략, 수송 부문 전기자동차 공급과의 연계 전략 등이 아울러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전력 부문 전환 전략과 아울러 난방 부문에서의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력화 방안 장기 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들 에너지 부문의 전환은 한편으로 분산형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원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중앙집중식 에너지시스템에서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스템의 전환은 또한 에너지 관리와 공급계획 권한의 분권화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에너지와 관련한 지자체 권한을 어떻게 재조정하고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정책적 고려도 필요한 것이다.

이밖에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으로 제안된 저탄소 산업구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탈탄소 공정 확산을 위한 기술 개발 지원 및 확산 장려 방안, 산업 부문에서의 순환 경제 정착 방안에 관한 종합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도시국토의 저탄소화를 넘어 순배출 달성을 위한 국토 이용종합 계획의 재정비, 탄소 흡수원으로서 토지 이용과 산림 이용의 장기 전략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장기 전략 수립 및 제도 정비, 투자 계획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이들 정책 이행은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의 참여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에너지 소비의 절대적인 감축을 위해서는 가정의 일반 소비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의 투자, 산업 의 전환, 그리고 시민의 참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거주지 곳곳에 들어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들을 기꺼이 맞이하고자 하는 다수의 시민들을 필요로 한다.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내연기관차량 생산 중지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 실업에 직면하는 시민들도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탄소 중립사회로의 공정 전환’이 관련 정책 방향이긴 하나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탄소 중립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가 가능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2019년 탄소제로 목표를 설정하면서 국민, 시민사회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내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일환의 하나가 2020년 영국의회가 창설한 시민의회이다.

영국 인구 구성을 대표하여 임의로 선출된 108명의 시민들이 영국의 넷제로 실행 방안에 대해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대면 토론과 이후 온라인 토론을 진행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2020년 9월에 보고서가 발간되었고 이 보고서는 의회가 정책 권고안을 만드는데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시민의회를 거치면서 영국 시민 사회 전체의 2050 탄소 제로 목표에 대한 지지는 높아질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시민 참여형의 탄소 중립 이행 계획 수립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2050 탄소 중립으로 향한 길은 모두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 글: 박진희(동국대학교 다르마칼리지/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해당 글의 전문은 목민광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 2021/05/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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