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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얼마를 벌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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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얼마를 벌어야 하나요?

익명 (미확인) | 월, 2015/12/21- 14:14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④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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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FX(외환거래)로 월 1,000만원 벌 수 있는 투자비법’, ‘월세 1,000만원 받는 슈퍼 직장인들’, ‘나의 꿈 월세로 1,000만원 벌기’, ‘단타매매로 하루 80만원 벌기’, ‘죽을 때까지 월 300만원’….서점 경제 코너에서 판매 중인 책 제목들이다. “월 얼마를 벌어야 충분한가?”에 대한 이 시대의 생각 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취업포털 기업들이 때때로 하는 설문조사에서도 그런 기준들이 보인다. 인쿠르트의 2015년 10월 조사에서 취업준비생들은 대졸 신입 연봉으로 평균 3,320만원을 희망했다. 6월 잡코리아 설문에서 취업준비생은 첫 월급 액수로 평균 199만원을 원했다.

2014년 3월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에서는 직장인 응답자의 65.6%가 지금 받는 연봉이 능력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얼마를 더 받고 싶은지” 묻자 가장 많은 응답자가 “400만~600만원”이라고 했다. 1,000만원~1,500만원을 더 받고 싶다는 사람도 10%가 넘었다. 지금 하는 일의 대가가 그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인지, 그저 많을 수록 좋은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적당히 벌고 잘 산다는 것은?

2014년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고용노동부 자료)은 3,240만원이었다. 평균치가 아닌 중간치, 즉 전체를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수치는 2,465만원이다. 그 차이가 큰 것은 일부 소득 상위층의 연봉액이 상대적으로 아주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임금근로자 중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는 11.9%, 100만~20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36.4%였다. 절반에 가까운 비율(48.3%)이 200만원 미만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의식이 크지 않은 것은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당연하다’, ‘너도 노력하면 그만큼 벌 수 있다’는 생각, 즉 능력주의(meritocracy)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위의 책 제목처럼 외환거래, 경매, 주식 단타매매를 통해서라도 소득을 보전하려는 열망들은 그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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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임금은 어떻게 정해져야 할까?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벌어야 할까? 점점 더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어떤 기준은 필요하다.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서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좋은 일’을 찾는 사람은 ‘얼마를 벌고자 하는지’에 대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진선(35) 십년후연구소 연구원과 황호진(46) 사회혁신공간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 팀장이다. 안정적인,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직장을 다니다 ‘새롭고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그만뒀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이다.

특히 김 연구원은 최근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함께 만났을 때 주제를 이 제목처럼 ‘적당히 벌어 잘 산다는 것’으로 한정했다.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부터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고 싶은 사람까지 무한정 넓은 스펙트럼을 다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적당히 번다’와 ‘잘 산다’의 개념 안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일’과 ‘좋은 삶’의 기준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직장 그만두고 2년 반째 ‘좋은 삶’ 탐색 중

김 연구원은 ‘(재)아름다운가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2년여 후에 네이버에 입사해서 7년 반 동안 사회공헌부문에서 일했다. 2013년 5월 퇴사한 이후에 대해서는 “2년 반 동안 반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뜻 맞는 사람들과 십년후연구소를 만들어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인문학공동체에서 요가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여전히 ‘좋은 삶’, ‘새로운 일’에 대한 탐색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회사를 그만둘 때는 일단 잠시 동안이라도 자유시간을 가져본 뒤에 새 직장을 알아보자는 생각이었죠.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10여 년 직장생활로 저축한 돈이 얼마간 있고 사는 집이 전세라서 주거비가 덜 들긴 했지만요. ‘월 100만원씩 쓴다면 얼마나 버틸까?’ 하고 계산해 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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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동안 주된 소득 없이 지내온 데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좋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전일제 임금노동이 아닌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데 기울고 있다”고 했다. 다만, ‘월 100만원씩 쓰면서’는 아니다. 소비를 포함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일하는 방식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소비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옷 구입비가 가장 크게 줄었다”고 했다. 회사 다닐 때는 더 거리낌 없이 소비를 했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당시에 느낀 그 소비의 욕망이 스트레스에서 왔다는 것을 의식했었기 때문”이라면서 “돈을 써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진짜 필요한 일을 걸러낼 수 있어야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직장 그만둔 뒤로 여러 친구, 동료들이 고민을 털어놓아요. 자신도 그만두고 싶고, 다른 일을 찾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다고요. 제가 볼 때 아예 여유가 없지는 않아요. 소비를 줄이면 가능한데, 거기 얽매여서 ‘좋은 삶’, ‘좋은 일’을 탐색할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불안정한 삶 지탱하는 ‘관계망’ 만들고 싶다”

소비 방식과 별개로 불규칙한 수입은 그 자체로 삶을 불안정하게 한다. 김 연구원도 그 문제를 고민한다. 그래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신뢰’를 기반으로 먹거리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급‧수요를 맞춰가는 것처럼, 일과 삶에 있어서도 신뢰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비슷한 일을 프리랜서로 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일거리를 나누고 조정하는 식의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십년후 연구소의 '화이트루프 쿨 시티'  프로젝트 활동으로 옥탑방 옥상에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 김진선 연구원 제공

▲십년후 연구소의 ‘화이트루프 쿨 시티’ 프로젝트 활동으로 옥탑방 옥상에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 김진선 연구원 제공

십년후연구소에서 김 연구원이 담당하고 있는 ‘화이트루프 쿨 시티’(White Roof Cool City) 프로젝트는 본래 건물 옥상에 흰 페인트를 칠하면 태양광선을 85%까지 반사시킬 수 있다는 데 착안해서 여름철 전기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활동이다. 그동안은 캠페인 형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옥상 방수시공을 더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한다. 위의 ‘관계망’ 만들기 중 첫 걸음인 셈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인천 검암동의 생활자치 커뮤니티 ‘우리동네사람’(우동사)에서 살고 있다. 아직 정식 거주자는 아니고 3개월간 시범적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방 세 칸짜리 빌라 세 채에 18명이 함께 사는 일종의 ‘주거공동체’인데, 1,800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들어간 뒤에는 월 10만원만 내면 된다. 삼시세끼 해먹을 수 있는 재료와 전기‧수도‧인터넷 등 이용료가 다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서 살아보는 이유에 대해 김 연구원은 “월 50만 원 이하로 사는 모델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서 “우동사 사람들을 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집에 사는 6명 중에서 1명을 빼고는 전일제 노동을 하지 않아요. 나머지는 백수거나 저처럼 반백수라서 대낮에 함께 밥을 차려 먹는 일도 자연스러워요. 그렇지만 각자 재능들이 있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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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주거 형태가 저변에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연구원도 “월세만으로 3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도시 생활에서는 소비의 자유가 없는 셈”이라면서 “누구나 적정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주거 문제의 대안과 적정 소득, 기본소득 등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20년차, ‘가치관’ 문제로 사직

황호진 팀장은 대학 졸업 후 증권회사에 입사한 뒤로 지난해까지 증권계에서만 딱 20년 일했다. 아내는 전업주부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말하자면, ‘관두고 싶다고 관둘 수 없는’ 전형적인 유형의 직장인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직장을 그만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가치관의 문제’였다. 증권시장의 역할을 알면 알수록 ‘금융자본주의의 모순’을 더 선명하게 느꼈던 것이다. “나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연했는데 2014년에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
“세월호 사건에 유독 큰 충격을 받았나 봐요. ‘이렇게 살 필요가 어디 있나, 걸어가다가 오늘 죽을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위협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가족들의 소비 수준이 비교적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쇼핑을 거의 해본 적 없을 정도다. 아내는 그의 결정을 지지해줬고, 큰아들은 사교육을 안 시키기로 서약을 해야 입학할 수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크게 돈 들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표를 낸다는 게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이틀 정도는 사무실에서 자리에 앉아있지 못 할 만큼 안절부절 못 했어요. 그만큼 직장생활이 제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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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그만두고 하고 싶던 일은 게스트하우스 운영이었다. 강릉에 여러 차례 내려가서 부지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또 다른 관심은 사회적기업이었는데, 2014년 9월에 한신대학교 사회적기업 리더과정을 수강하면서 ‘금융권 경력을 살려서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 과정을 수료한 뒤 몇몇 곳에 지원서를 넣은 끝에 지금의 직장에서 사회적기업 대상 소액대출 심사와 재무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황 팀장은 “지금도 대학 동창,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 주말에 골프 친 얘기, 해외여행 다녀온 얘기, 자녀들 학원비 이야기만 하고, ‘아무리 벌어도 늘 모자란다’고들 한다”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지 못 한다면 다른 일을 시도할 수 없다”고 했다.

안전망 취약한 사회에선 직장 선택의 자유가 없다

그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이전 지인들과만 교류할 때는 알 수 없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또 지난해 제주도 배낭여행을 가서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귤 농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제주도에 장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매이지 않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요즘 재무컨설팅을 위해 만나는 사회적기업 사람들도 자극을 줍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뭉쳤다가 흩어졌다 하면서 능력껏 살아가는 모습이 신선하더라고요.”

▲황호진 팀장이 사회혁신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에서 '소셜멘토링 잇다' 조윤진 대표에게 재무 컨설팅 하는 모습. 황호진 팀장 제공

▲황호진 팀장이 사회혁신 데어 사회혁신기금추진단에서 ‘소셜멘토링 잇다’ 조윤진 대표에게 재무 컨설팅 하는 모습. 황호진 팀장 제공

그 역시 문제의식은 느낀다. “저는 직장 다니면서 모아놓은 게 있고, 어쨌든 내밀 수 있는 이력이 있으니까 이렇게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었겠죠. 지금 우리 사회 일자리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임금 수준이 낮은데, 그런 일자리밖에 경험하지 못 한 후배 세대에게 ‘다른 삶을 꿈꿀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별 적정 생활비 임금에 반영 필요”

또 다른 문제는 역시 임금이다. 금융권 중에서도 임금 수준이 높은 증권계에서 20년을 일하다보니 그만둘 당시 연봉이 높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 5분의 1 수준이다.
그는 서울에서 4인 가구가 살기 위한 적정 생활비가 월 387만원, 최저 생활비가 295만원(서울연구원 2015년 자료)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도 좋지만 최저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일부 대기업, 금융계 직원이 아니어도 일하는 사람이라면 적정 생활비는 벌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는 여전히 직장만한 보험이 없다”며 “생계를 유지하려면 대기업, 정규직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실질적으로는 직장 선택의 자유도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듯 비슷했다. ‘얼마를 버는지’는 중요하긴 하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얼마를 쓰는지’에 대해 성찰하지 않으면 직장을,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다. 또한 공통적인 것은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져야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김 연구원은 “적당히 벌고 잘 산다는 기준은 각자 다 다를 텐데, ‘좋은 삶을 영위할 만큼 적당히 버는 것’이 제가 찾은 기준이다”라면서 “각자 답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사회가 좀 더 열려있었으면, 잠시 동안이라도 기댈 언덕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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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팀장은 “연봉이 높아도 자기 일에 대해 불만이 많고, 적게 받는 사람은 왜 적은지, 얼마나 적은지를 알기 어려운 사회 구조”를 지적하면서 “각자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지역별로 적정 생계비에 대한 현실적인 조사가 이뤄졌으면 하고, 최저임금이 아니라 적정 생활임금을 보장해 주는 기업이 많아지도록 인증제도 등이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엇을 요구해야 ‘좋은 일’, ‘좋은 삶’ 될까?

두 사람의 경우를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인정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소비의 자유’도 없고 ‘직장 선택의 자유’도 없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많다. 도시에서는 특히 그렇다. 서울에서의 최저생활비가 1인 기준 162만원이라는데 일하는 사람 중 3분의 1이 100만원 이하를 번다면, 청년층에서는 적지 않은 비율이 ‘최저’보다 낮은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위의 책에서 “이와 같은 한국의 분배 구조는 정의롭지 못 한 것”이라면서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혁되어야 하며, 국민이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불평등의 근원은 임금 격차이며, 이를 야기한 고용 격차, 기업 간 불균형의 책임은 ‘재벌 대기업’에게 있다고 개혁 요구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격차가 줄어들도록,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보장하도록, 불합리한 하청구조가 개선되도록, 복지를 통한 재분배가 이뤄지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능력주의’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능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떤 일을 하면 얼마를 벌어야 하느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F) 싱크탱크’는 2009년 여러 직업의 사회적 가치와 임금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병원 청소부들은 일반적으로 최소임금을 받지만 임금의 10배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반대로 런던 금융권의 투자은행가는 금융활동의 손실을 고려하면 임금의 7배만큼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오언 존스 저 ‘차브’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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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처럼, ‘능력’이 없어서 고임금 직장에 진입하지 못 했으면 최저생계비만큼도 못 버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인식이 깨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임금격차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김민아 노동법률원 새날 노무사는 “1990년대까지 대부분 기업의 임금체계였던 호봉제는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지출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였다”면서 “호봉제가 사라져가는 추세에 맞춰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임금노동자들의 삶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완전연봉제 또는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발전된 것이고 호봉제는 구시대적인 것처럼 여겨온 것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얼마를 버느냐’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새 일을 찾아나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고, 우리 사회 전반의 임금격차와 불안정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돌아봤다.

두 이야기는 다른 것 같지만 연결된다. 지극히 적은 수의,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고소득 일자리’에 대한 집중을 멈추자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구조와 능력주의를 그대로 둔 채로 ‘월 얼마’에만 초점을 맞추면 외환거래, 주식 단타매매, 건물 경매로라도 그 금액만 맞추면 된다는 유혹만 많아질 뿐이다.
그보다는 ‘적당히 벌어서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 즉 ‘좋은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삶을 채우기 위한 ‘좋은 일’을 찾아야 한다.

희망제작소가 이 연재 시리즈와 아래의 설문조사를 통해 ‘좋은 일’의 상(像)을 찾아보자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각자 원하는 일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이를 최대한 모아보면 ‘이런 요건들이 갖춰진 일이 좋은 일’이라는 공감대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요구는 보다 단순명료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이 많아지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한다면 하나를 만들어도 ‘좋은 일’로 만들도록, 기업을 지원한다면 ‘좋은 일’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곳을 지원하도록 요구하면 된다.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언제나 그렇듯,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있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_이우기(사진작가)‧우성희(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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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아시아민중기금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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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파키스탄 AKBG, 일본 그린코프생협, 한국 두레생협과 함께

 

제7차 아시아민중기금 총회 자료집(한글)

 

 

지난 11월 14일 제7차 호혜를 위한 아시아민중기금(이하 민중기금) 총회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열려 한살림도 참석했습니다.

 

2009년 설립총회 후 2010년 제1차 총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제7차 총회를 맞이한 민중기금은 한국의 한살림을 포함하여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동티모르, 팔레스타인 등 총 7개국 37개 단체가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민중교역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민중에 의한 호혜적 금융사업을 만들고자 설립된 그 취지만큼 올해에도 다양한 국가의 회원단체가 참석하여, 융자사업 상환현황과 함께 지난 1년간 각 단체별 활동을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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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은 민중기금의 활동취지에 공감하여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지만, 민중기금 회원단체 간 민중교역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처음, 민중기금 회원단체인 필리핀 ATC로부터 마스코바도 설탕을 시범취급한 데 이어 ATC 직원 및 사탕수수 생산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한살림의 생산자-소비자 연대에 기반한 식량자급운동 현장견학을 진행하는 등 민중기금 회원단체들과의 다양한 인적교류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중기금 회원단체인 파키스탄의 알카일 비즈니스그룹 및 일본섬유재활용연대협의회와 협력하여 한살림 내 섬유재활용운동을 정착시킬 구체적인 사업계획안을 논의·설명 중에 있습니다.

 

서로의 생활을 돕고 삶을 나누는 한살림의 인적 교류는, 기존의 교역을 통한 물품교류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의 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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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파푸아 YPMD와 함께, YPMD의 Deky대표는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민중기금 회원단체인 인도네시아-파푸아의 YPMD는 파푸아 자원을 착취하며 경제잠식을 하고 있는 이주민들로부터 파푸아 원주민들의 전통적 공동체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가고자 카카오 재배를 통해 초콜릿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YPMD 대표 Deky Rumaropen 님은 2013년 한국에서 민중기금 총회가 열렸을 당시 당뇨병을 앓고 있어, 한살림의 지원으로 치료를 받은 바 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Deky님은 건강을 모두 회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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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ATECCO 이사장이 활동경과와 함께 한살림 견학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마스코바도 설탕 등을 취급하는 필리핀 ATC의 직원협동조합 ATECCO는 한살림 교류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더욱 돈독한 관계를 쌓음으로써 앞으로 펼쳐나갈 활동에 격려를 받고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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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린코프생협 이사장이 물품 및 활동을 통한 GMO대응운동을 보고했다.

 

그린코프생활협동조합연합의 쿠마다 이사장은 일본의 GMO표시제 현황과 그린코프생협의 GMO반대운동을 소개하였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현행 표시제의 미비함은 소비자의 GMO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여 그린코프는 산지직거래 우유, 달걀, 고기류 등에 대해 Non-GMO표시를 하고 있으며 조미료 등도 국산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일본의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여 총 13만 명의 서명의 일본 소비자청에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한살림도 현재 상영회를 하고 있는, GMO의 위험성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유전자 룰렛>의 감독을 직접 일본으로 초청해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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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은 <유전자 룰렛> 배급 등 한살림의 GMO대응운동과 섬유재활용사업계획 등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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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도 올 한해 진행한 <유전자 룰렛> 배급운동과 파키스탄 및 일본과 협력 하에 진행할 섬유재활용운동 진척 경과를 공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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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를 지키는 모임> 회장과 직원들, 그리고 그린코프공동체 고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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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정기총회를 준비한 인도네시아 ATINA 직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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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ATINA에서 취급하고 있는 민중교역 물품 ‘에코 쉬림프’ 양식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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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르몬이나 첨가제 없이 전통방식으로 양식한 에코쉬림프를 수확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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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재활용사업 관련 협력관계인 일본 JFSA 대표와 파키스탄 AKBG 대표대리인과 함께

 

 

돈과 이윤만을 우선시하는 사회관계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과 협동으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으로부터 민중기금은 출발합니다.

아시아 지역 민중의 자립을 돕고 국경을 넘어 촘촘히 연결될 한살림의 살림운동 실천은 계속될 것입니다.

 

 

 

 

 

 

 

월, 2016/11/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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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0/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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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한국 도시의 주요 주거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어 왔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 달한다는데요.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1편(엄마의 평생소원, 아파트에 사는 것)에서는 아파트를 향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과 욕망을 살펴보았고, 2편(주공 아파트 키드의 기억)에서는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아파트라는 삶터에서 좀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마을’과 ‘공동체’의 의미에 관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글은 총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기획연재] 아파트는 OO이다? : 마을? ③ 마을에 던지는 몇 가지 질문

2010년 희망제작소에 입사할 때만 해도 농촌이 아닌 도시에 마을이 있기는 한지, 그게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성미산과 삼각산마을, 원주의 사회적경제 현장 등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동체 사례를 접하게 되면서, 의문은 조금씩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행정에 기대지 않고 주민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사례탐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포럼이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마을공동체를 알리고 권유하는 동안, 정작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잊고 있었다.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 끊이지 않는 출장 등으로 집은 먹고 자는 하숙집일 뿐이었다. 내 이웃으로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일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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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에서 주민으로

교육참가자이자 행정의 대상이 아닌 주민의 한 사람으로 동네 사람을 만나게 된 건, 작년에 어쩌다 덜컥 집을 구입하면서부터였던 듯하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10세대 정도가 함께 사는 다세대 빌라였기 때문에 가끔 반상회가 열렸고 거기에 나도 초대받았다. 참석자는 할머니 두 분과 나보다 최소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 2명, 그리고 나였다. 갓 이사 온 데다가 나이도 가장 어린 나는 다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두 집이 2년째 관리비를 안 내고 있다는 것, 관리비를 내라고 했더니 오히려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둥 이웃에 대해 상상도 못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외부인이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니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교육생들 앞에서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마을공동체와 관계망이 생기면 저절로 감시되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했던 나였지만, 어쩐지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동네일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동안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던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관계망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아무 불편함이 없었고 같은 빌라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나는 나도 못 하고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했던 건 아닐까.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다

분명 지역 내 어떤 문제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지역 내 관계망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마을공동체는 개인이 성장하고 공공성을 학습할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네에는 마을공동체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 혹은 아예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주민이라면 누구나 마을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평생 한 번도 문서라는 것을 만들어본 적 없는 어르신, 생계유지에도 급급한 1인 가구,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하느라 쉴 틈도 없는 부모, 한글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다문화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건 아닐까? 성적소수자부터 나처럼 지역 내 관계망을 부담스러워하는 주민까지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통로를 다양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걸까?

행정은 지역을 기반으로 마을공동체나 각종 참여 정책을 기획한다. 하지만 정작 주민 중에는 지역이 자신의 정체성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청년이나 세입자처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도 이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고 자발적으로 직업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이동하면서 소셜네트워크로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도 많아진 지금, 우리는 공동체에 관해 새로 생각하고 상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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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주민이 많이 참여하는 게 정말 좋기만 한 거겠냐는 생각도 든다. 실제 주민 중에는 시민의 의무나 공공성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이기심을 제어하고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싶지도 않다. 단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험해보고 싶다. 가다 보면 길은 어떻게든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 글 : 임은영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7/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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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7/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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