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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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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변하니?

익명 (미확인) | 화, 2015/12/08- 13:33

아파트공동체 작은도서관을 만나다

“준비해 오신 글 말고 아파트작은도서관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해 주실지 말씀해 주세요” 희망제작소 권기태 부소장의 재치있는 사회로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사업(이하 행아공 사업) 콘퍼런스 ‘아파트공동체, 작은도서관을 만나다’가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숙제를 안은 듯 환영사와 축사를 맡은 분들의 표정에 고민이 스쳤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고 노력해 나가야 할 부분을 더 생생히 엿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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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아파트공동체 사업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파트공화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뀌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이번 콘퍼런스는 희망제작소가 SH공사, 한겨레 신문 등과 함께 강서구 마곡지구, 구로구 천왕지구, 은평구 구파발 지구에서 진행한 행아공 사업의 결과를 공유하고 이번 사업을 통해 특히 자세하게 살펴본 아파트작은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파트공동체의 거점공간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려움은 어떤 부분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아파트는 변하고있다

‘아파트에서 불어오는 공공의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콘퍼런스의 첫 시작을 열어준 SH주거복지처 서종균 처장은 처음 공동체 사업을 진행했을 때 반신반의했던 아파트공동체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대면하며 발견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직접 현장을 방문했었던 신내 아파트 단지의 사례를 통해 아파트작은도서관이 건강한 민주주의,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 미래와 시대정신까지 갖춘 공간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행아공 사업의 대상지였던 3개 지구의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조사하며 같은 가능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주민의 필요와 희망제작소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육의 전문성을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올해 행아공 사업은 아파트작은도서관 주민 자원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각 지구의 아파트작은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보는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작지만 아름다운 아파트작은도서관 희망학교(이하 작아도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3개 지구에서 60여 명의 주민 자원활동가들이 참여해 짧게는 5주에서 12주까지의 교육을 받고 자체 과제를 선정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 생존기

여는 말을 지나 본격적인 주제 발제를 열어준 것은 이번 사업에 참여했던 각 지구를 대표해 나온 3명의 주민 자원활동가였습니다. 지구마다 주제를 정해서 ‘아파트작은도서관 생존기’라는 제목 아래 각자의 고민과 생존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천왕지구의 연지2타운 글초롱 작은도서관의 최재희 관장은 “아파트작은도서관에 대한 상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규정에 명시되어있지 않기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며 “아파트작은도서관을 독서와 학습 중심의 공간으로 볼 것인지 좀 더 유연하게 주민들의 교류 공간으로까지 열어 둘 것인지 대화와 합의가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작은도서관의 운영과 지원에 대해 아파트관리규정에 포함하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주민 자원활동가입니다. 은평 구파발 10단지에서 책뜰에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김순영 대표는 특히 SH아파트 특성상 다둥이 세대가 많고 활동가들이 대부분 주부로 이루어져있기에 자원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비슷해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 했습니다. 책뜰에 도서관의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도저히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시간대는 도서관 문을 닫고 대신 열기로 약속한 시간은 꼭 지켰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해넘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자원 활동가들 간의 유대도 강화하고 새로운 주민이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계기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본 -최재희 kim happyHouse 3 park

 

마지막 주민 발표자로 나선 양희 님은 마곡 15단지 꿈꾸는 작은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곡지구는 올해 입주를 시작해 아파트작은도서관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곡의 이슈는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설립 기준과 시설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1,000세대가 넘는 대형 단지 보다 300세대가 입주한 단지의 작은도서관이 더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면 기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시설에 하자가 있다고 해도 입주해 사는 집처럼 하자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유지보수 기간 내에 문의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이것이 마곡이나 SH아파트에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기준을 보완하고 시설적 측면에서 아파트작은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 발표는 이런 현장의 문제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의 박정숙 이사의 차례였습니다. 성남 책이랑 작은도서관의 관장이기도 한 박정숙 이사는 작은도서관 운동을 20년 가까이 펼쳐 온 전문가입니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해 SH내곡지구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운영활성화를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박정숙 이사는 “대부분의 아파트작은도서관이 문서화, 근거를 남기는데 취약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와의 소통이나 지자체의 사업과 지원을 받는데도 활동에 대한 근거와 운영의 체계성을 갖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작은도서관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입주자대표회의 외에도 아파트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민주체들과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박정숙 이사의 발표로 콘퍼런스의 1장이 끝났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이란 공간이 사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공간이 아니기에 우선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어떤 공간인지, 어떤 활동을 하고 고민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파트공동체의 거점공간으로서 어떤 가능성을 지닌 공간인지 살펴보고 토론을 통해 논의를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장을 시작하기에 앞서 은평 지역의 작아도 희망학교 수강생들이 부른 ‘아파트작은도서관 불만합창단’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에서 활동하며 가진 불만과 어려움을 가사로 풀어내 유쾌함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조금 시끄런 도서관이 그리 나쁜 것 만은 아냐 아이들과 함께 꿈 키워가는 희망의 공간 이곳이야”, “우리도 같은 주민인데 어디와서 갑질이냐” 등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민만이 할 수 있는 생생한 가사로 함께 모인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아파트공동체, 작은도서관과 함께 걷다

이어진 순서는 희망제작소 송하진 연구원의 발제였습니다. 송하진 연구원은 지난 3년간 진행했던 행아공 사업을 돌아보면서 올해 사업이 가진 차별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해 볼 때 지난 사업은 공동체에 그리 관심이 없던 주민들에게 ‘아파트에도 공동체가 필요하다’라며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데만 큰 노력을 들인 것이라 볼 수도 있다.”며 “공동체 형성에 관계가 중요하지만 어떤 관계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관계는 친밀함을 나누는 친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 안정성과 지지를 기반으로 공동체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은 이런 의미에서 주민 활동가 간의 관계 형성을 지지해 주는 공간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운영과 관련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창의적 공공성이 발현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송하진 연구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만나게 된 은평과 천왕지구의 사례를 들며 주민들이 특히 스스로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를 선별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관계와 소통의 증진은 물론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학습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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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종합토론은 좌장인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을 비롯해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서종균 SH공사 주거복지처장, 서진아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과 함께 각 발제 진행자들이 함께 참여해 진행했습니다.

토론에서는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아파트공동체의 거점공간으로서 기능할 때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도서관 성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공동체성이 어떻게 조화되어야 할지에 관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우선 “도서관은 누구나 사용 가능하고 지역사회를 살릴 수 있는 공공성이 강한 공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도서관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한다면 작은도서관보다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공공도서관을 확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또 서진아 마을담당관은 마을의 측면에서 “마을의 형성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라면 그 공간이 꼭 도서관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단지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운영을 하는 주민들이 그 공간의 역할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서종균 처장 역시 “그 두 역할이 떨어져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역할을 주민 스스로 결정해 나가는 현장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당일 콘퍼런스 장소에는 아파트작은도서관과 아파트공동체를 고민하는 시민, 공무원, 관련 단체에서 100여 명 가까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큰 홍보를 진행하지 않았었기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신 것에 감사하며 이 주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관심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절반이 아파트에서 살고있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아파트공동체에 대한 해답을 원하겠지만 콘퍼런스를 끝내며 우리에게 정답 보다는 질문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 질문들에 다양한 답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뿌려진 아파트공동체 운동의 씨앗들이 잘 자라나고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는 사회주체들의 노력이 모이길 바랍니다.

글_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 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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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⑥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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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람들이 유달리 괴롭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조한혜정(68) 연세대 명예교수는 “근대문명이 끝났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나온 진단 중 가장 거대했다. 그런데 인터뷰 중 그는 “내가 하는 말들이 너무 작은 (영역의) 이야기라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면서 “절대 작은 이야기가 아닌데”라고 했다. 이 거대한 분석과 그 작아 보이지만 작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진행하는 기획 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월 19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조한혜정 교수를 만났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진행으로 인터뷰는 두 시간 남짓 이뤄졌다.

조한혜정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다 화가 나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초등학생들까지도 화가 나 있어서 교사도 ‘학생 만나기 겁이 난다’ 하더라고 했다.

“저도 그래요. 전에 없이 문득 ‘왜 사나?’ 싶을 때도 있어요. 이게 무슨 감정인가 생각해 보면, 더 이상 좋아질게 없다는 깨달음 때문에 오는 것이더라고요.”

그 이유는 위에 말한 대로 “근대 문명이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크게 볼 때 문명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적 인간은 계속 세상이 좋아진다는 이른바 진보를 믿어 왔다”면서 조한 교수는 “그런데 이제는 좋아질 게 없고 나빠지기만 한다는 것, 운명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존하다 죽는 존재일 뿐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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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당시와 ‘세월호’ 이후의 차이는?

문명 쇠퇴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한국 사회만 놓고 본다면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은 ‘기적처럼 근대화를 해낸 나라’였죠.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으킨 경제 성장의 기적, 상상도 못했던 1980년대 민주화의 기적,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며 전국에 초고속망 깔고 OECD에 가입할 때만 해도 곧 선진국이 될 것 같았지요. IMF 사태를 맞아 휘청거리다가도 회복하는 듯했어요. 그렇지만 이제 돌아보니 2차 근대, 곧 ‘위험사회’로 깊숙이 빠져 들어가고 있었던 거예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처음 말한 ‘위험사회’는 근대 산업사회가 구조적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파괴의 단계를 일컫는다. 경제 성장 중심의 시기를 지나서 ‘위험’이 계속 생겨나는, 더 이상 성장으로 위험을 가릴 수 없는 시기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넘어갔다”면서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이런 사고가 계속 날 것’임을 아주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래서 패닉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조한 교수에 따르면 근대문명의 발본지인 유럽은 19세기에 위험사회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역시 울리히 벡이 주장한 ‘해방적 파국'(Emancipatory Catastrophism)의 시점을 맞았다. 해방적 파국이란 극단적 상황에서 도리어 좋은 길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전쟁을 통해 유럽에서는 ‘돈이 다가 아니다’, ‘가족도 다가 아니다’, ‘국가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자각이 생겼어요. 그 계기로 복지국가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출현했지요. 국가와 시민 사회가 함께 국민을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더 이상 제국주의를 하면 안 된다’는 자각도 분명히 생겼지요. 문제는 성찰을 시작한 유럽이 아니라 확장의 욕구로 가득 찬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입니다. 그 냉전 소용돌이 속에서 분단국가가 된 게 우리의 불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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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에서 근대국가로 태어난 한국은 중요한 한 가지가 부재한 채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바로 ‘구성원들이 의논하면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다.

조한 교수는 1950년대 미국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예를 들었다. 살인 혐의를 받는 한 소년에 대해서 11명의 배심원이 유죄를 인정하는 가운데 단 한 명의 배심원이 제기한 반론으로 토론이 거듭되고, 그 결과 무죄로 의견이 모인다는 내용이다. 조한 교수는 “인간 사회의 힘은 바로 그 소통의 능력,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고 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원래 핵발전소를 더 짓자는 입장이었는데도 탈핵으로 국가의 방향을 잡았지요. 후쿠시마 사태 이후 환경운동가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마침내 대국민적 논의의 장이 열리면서 탈핵으로 합의를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통과 합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좋은 사회라 할 수 있죠. 한국은 그런 가능성이 거의 봉쇄된 채 시작된 나라입니다.”

“기회만 균등하다고 좋은 사회 아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한편으로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 ‘기회 균등’의 원칙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헬조선’으로 불리고 ‘수저계급론’이 분노를 일으키는 것도 그 원칙이 훼손된 탓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조한 교수는 “기회 균등만 지켜진다고 좋은 사회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대한 한 신문 칼럼에서 ‘그 시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폭력이 얼마나 심했는데 항의한 부모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더라고요. 입시에 조금만 손해가 나도 부모들이 나와서 시위하지만, 진짜로 부모가 해야 할 말은 함구한 거죠. 입시를 통해 자녀를 성공시키려고 결탁한 셈이에요.”

한국 근대화 초기의 동력은 가족 중 한 명을 성공시키는 데 공모한 다음에 그 열매를 나눠먹는 가족주의적 신분이동문화에서 나왔고 그런 묘한 집단주의가 우리 일상 문화가 됐다. 그렇게 공모하고 결탁해서 끌어주고, 권력자의 비리도 밑에서 받쳐주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시민적 공공성’이 설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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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와 청년 실업, 양극화가 심각해진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시스템도 가능하지 않다. 조한 교수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너는 직장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야, 소비를 못 하면 사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입해 놓고는 직장도 없고 따라서 소비력도 갖지 못하는 사회에 떨궈놓은 셈”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헐벗은 삶), 즉 언제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존재들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라면 “근대 문명이 끝났다”는 진단도 납득이 가지만 그렇다고 정말 ‘끝’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은 아니다. “총체적 파국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방적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는 오히려 낙관적인 입장이다.

‘먹고 살기’ 걱정 안 했던 1990년대 청년들

다만,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는 ‘해방적 파국’이라 할 수 없다고. “선진국도 망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제도를 배워 와봐야 소용없다”는 이유다. 조한 교수는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먼저 위험을 맞았으므로, 길도 앞장서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 가치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민적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도 적게나마 그런 흐름이 생겼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1990년대에 변화의 조짐이 있었는데 이어지지 못 한 것이다. 조한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 대학을 다녔거나 그 또래인 청년들, 일명 ‘서태지 세대’에게 기대를 걸었었다.

“그 때 청년들은 대부분 영화판 같은, 고생스러워도 즐거운 곳에서 일하고 싶어 했어요. 선배 세대의 경직성을 멋없다고 생각하고, 배낭여행 다니면서 온갖 경험을 한 뒤에 창의적인 일에 뛰어들겠다고 했죠. ‘먹고 살기’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IMF 때 된통 당하고 진짜로 ‘먹고 살기’ 어려워지니까 위축됐지요. 그 아래 세대들은 아예 ‘부모 말 잘 듣기로’ 하면서 기존체제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IMF 사태로 고통 받는 부모를 보며 자란 세대는 착하고 부지런하지만 국가나 공동체, 공공성에 대한 감수성은 적은 편이다. 노동절에 시청 앞 집회에 참가하는 과제를 내줬더니 “시위대 때문에 지나가는 차가 너무 천천히 가야 해서 미안했다. 다시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내는 식이다. 조한 교수는 “학교와 사교육 시장 사이만 오가다 보니 사회적 감각이 성숙되지 못 한 영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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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 교수는 ” 국민소득(GNP)이 5,000~1만 달러쯤 됐을 때 식민지적 ‘성장’을 벗어나 사회의 방향과 내부 시스템을 정비했어야 하는데 못 했고, 1990년대 청년들이 그 위아래 세대와 갈등하고 논의하는 체제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IMF 사태 때문에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왜 끝없이 성장하고 지구를 탈출해야 할까?

여전히 ‘성장’은 필요하다는 인식도 만만찮다. 그러나 조한 교수는 “성장이 계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우주산업’에 돈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등을 통해서도 익숙한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탈출할 것”이라는 소망은 끝없이 확장하고 팽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도전을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류가 도구를 발명하고 성취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믿음,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신의 영역을 넘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조한 교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다른 견해를 밝혔다.

“인류 초기 진화를 불과 같은 ‘도구’ 사용으로 설명하는 것은 남성 중심적 관점이에요. 인류가 협동을 하는 지혜로운 존재가 된 것은 힘을 모아 아기를 키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3년은 힘을 모아야 하니까, 엄마를 중심으로 불가에 모여앉아 의논하면서 살게 된 것이죠. 그렇게 협력하고, 소통하고, 한 장소에 정을 붙여 살게 되면서 ‘사회’가 형성된 겁니다. 그러다 농업혁명 이후에 집단 수확이 이뤄지면서 점점 남성 중심적 문명으로 가게 된 거죠.”

그 후에도 마을과 사회에 ‘돌봄의 영역’은 존재했다. 태어나는 아이를 마을 사람 모두가 축복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균형을 이뤄 사는 문명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 근대자본주의 문명을 맞으면서 경쟁과 축적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돌봄과 소통 영역은 축소돼 버렸다.

“본래 인간은 자궁에서 있다가, 환대해 주는 가족과 마을이라는 ‘사회적 자궁’으로 나오는 존재였는데 이제 그 자궁이 사라진 거예요.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끊임없이 팽창하고 탈출해야 하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기가 힘든 것입니다. 근대문명의 끝을 맞이한 지금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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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게 막강한 힘”

다시 이야기는 “이제라도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로 돌아왔다. 달리 말해서 함께 의논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고 작은 사회적 자궁들, 마을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하자센터에 있는 ‘난감모임’을 소개하면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단 머리를 긁적이고, ‘정말 난감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잠시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상황인식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지, 바로 제도와 해법을 찾아봐야 실패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조한 교수가 그동안 보여준 대안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1980년대 ‘또 하나의 문화’를 통해 다양성과 공존을 말했고, 1990년대 말에 탈학교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자센터를 만들었고, 돌봄과 마을공동체가 왜 중요한지를 계속 강조하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일했고, 사회적경제와 살림살이경제를 말해온 것 등이다.

최근 이슈가 된 청년수당, 혹은 청년배당 제도를 예로 들면서 조한 교수는 “이런 것을 시행하려고 할 때도 여럿이 앉아서 의논부터 했으면 어떨까”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을 시키고 ‘무업(無業)사회’에 내던진 데 대해 국가와 부모는 책임을 져야 해요. 배상 차원에서라도 청년들에게 한 1년 정도 자유로운 경험을 하고 자기들끼리 작당해 볼 기회를 줬으면 해요. 그러려면 다른 세대의 합의를 얻어야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 말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마워 할 것은 고마워하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놓고 의논한다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상태이다. 앞선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국가권력을 잡은 이들을 “5년짜리 유랑 도적단”이라고 표현한 것에 동의하면서 조한 교수는 “그래서 국가와 시장 단위가 아니라 먼저 지역과 마을 단위로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자가 문제라고 백날 얘기해 봐야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정치권력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민이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거예요. 저쪽이 얼마나 우둔하고 약한지 알아내려면 나부터 잘 살아야 해요. 마을에서 함께 모여서 밥 먹고 아이들도 같이 키우고, 오순도순 살고, 동네 식당도 차려보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도 하면서 잘 살아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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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1990년대 청년 세대가 수그러든 것이 아쉽다고 했지만, 조한 교수는 “그래도 계속 목소리 내는 청년들은 있다”면서 신통해 했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협력해서 더 알차게, 재미있게 사는 청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오공의 쉐어하우스 ‘우동사’, 용산의 ‘빈집’과 ‘빈고’, 제주도의 ‘재주도 좋아’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월 70만원으로 살기를 실험 중인 ‘우동사’에 대해 조한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를 미리 실천해 보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월 70만원만 있으면 굶어죽지 않는다고 하면 두려울 게 없어집니다. 재벌가 자녀 중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싶은데 자립할 방법을 모르는 청년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계속 살면 재벌집도 지옥이죠. 그렇지만 어디든 가서 살면 살아지고,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숨을 쉴 수 있잖아요. 그런 모델이 많아지면 국가도, 자본도 두렵지 않은 막강한 힘을 시민이 갖게 되는 겁니다.”

“선망국(先亡國)으로서 인류에 해법을 제시하자”

“도구 합리성에 길들여진 사람은 내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듣는다”, “왜 그렇게 ‘작은’ 이야기만 하느냐고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 이 대목이었다. 인류 초기 진화부터 거의 전 시대를 아우른 그 진단과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마을과 쉐어하우스, 월 70만원의 삶이 ‘작은’ 이야기가 아닌 것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청년들이 동아시아의 청년들과 연대하고, 국가도 가족도 떠나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코스모폴리탄 시티즌’이 될 수 있다면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한 교수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세대도, 여성들도 더 많이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어차피 선진국 개념도 의미가 없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선진국 뒤만 쫓을 게 아니라, ‘선망국'(先亡國)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합시다. 한국은 이미 굉장히 앞서가는 선망국이죠. 이 선망국에서 청년 문제, 세대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푸는 해법을 나름대로 찾는다면 인류에 희망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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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조한 교수는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냈다. 책 ‘사피엔스’의 저자로 요즘 주목받는 유발 하라리부터 울리히 벡, 아감벤, 바흐만, 뒤르캠…. 언급한 용어와 개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학자가, 개념이 필요한 지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주는 수업인 셈이었다. 조한 교수가 평생 해온, 정년퇴임을 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일일 것이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목, 2016/04/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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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용산 담벼락투어에 참여했던 녹색연합 대학생 회원 정은주입니다   용산 미군기지 땅이 드디어 우리나라로 반환된다는...
목, 2016/06/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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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작은도서관은 문제다”

‘아파트작은도서관’에 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진행한 전문가 인터뷰 중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전문가들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지닌 비전이나 꿈보다는 안고 있는 문제와 풀어야 할 현안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풀어냈습니다.

1994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작은도서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한 이후(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설치) 아파트작은도서관은 양적으로 급성장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에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정작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사람도 지원도 부족한 현실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립 작은도서관들이 뜻이 있는 누군가 혹은 몇몇이 힘을 합쳐 공간부터 장서 구성까지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면 아파트작은도서관은 공간도 장서도 미리 주어진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공간 임대료 걱정을 더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립 작은도서관에 비해 훨씬 나은 환경입니다. 그러나 텅 빈 공간에 책만 먼저 덩그러니(심지어 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주어졌을 뿐 그 공간을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아파트 주민들은 빈 공간을 기웃거리다 걸음을 돌려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입주자대책위에는 쓸데없는 도서관보다는 체력단련실을 만들자는 민원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아파트작은도서관들은 모두 문을 닫았을까요?

내가 아니면 누가 도서관 문을 열지요?

‘2015년 행복한 아파트공동체만들기(이하 행아공)’ 사업의 핵심 대상을 아파트작은도서관으로 정하고(지난 글 [칼럼]아파트에서 불어오는 공공의 바람 참조) 조사를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시키는 사람도 없고 활동비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도서관 공간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지닌 공공성에 주목해서 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볼만한 도서관 사례가 없거나 형식적으로 문만 열고 있지 않을까 짐짓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업대상지인 구로구 천왕동과 은평구 뉴타운 지역에 조사 대상 아파트작은도서관은 10개소가 있고 인근 지역 아파트작은도서관까지 합하면 20개소 정도의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있습니다.

처음 우려가 무색하게 문을 닫은 아파트작은도서관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도서관마다 많게는 30여 명에서 적게는 10여 명이 자원 활동으로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주민 자원 활동가들은 “내가 없으면 우리 아파트 도서관이 문을 닫게 될까봐 힘들어도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원활한 지원이 없다보니 기존에 생각하는 ‘도서관’의 모습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고 자원활동가가 부족해서 하루에 3시간을 열기도 합니다. 일부 시간을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한참 모자라겠지만 임금을 받는 상근 사서도 없고 최소한의 운영비(냉,난방 및 전기) 외에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자원활동가들만의 힘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많은 시간 문을 열고, 책에 십진분류표대로 라벨링도 잘해야 하는데 우리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잘하려고 하지만 어떤 게 잘하는 것인지 우리가 잘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조사를 진행하며 만난 아파트작은도서관 자원 활동가들은 이렇게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런 고민이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지를 꺾고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는 아파트 입주자대책위와 겪는 갈등도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작은도서관만이 가지고 있는 관계망입니다. 대부분의 아파트작은도서관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파행 운영되고 있거나 도서관을 공공의 공간으로 인정하지 않아 재정지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입주자대책위와 관계에 따라 도서관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립니다.

우리가 만난 작은도서관의 자원활동가들은 이런 문제를 ‘소통’이라는 정공법으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답답한 현실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자원활동가들의 순수한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이 왜 필요한지, 아파트라는 공간에 도서관이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지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주민의 공적 공간으로 지켜내고 있습니다.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왜 필요할까

2015년 행복한 아파트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아파트작은도서관을 위한 상을 찾자’, ‘아파트라는 공간의 다름을 이해하고 이 공간이 지닌 특성에 맞게 주민들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를 미션으로 시작했습니다.

구로구 천왕동과 은평구 뉴타운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작은도서관 자원활동가들을 위한 역량강화 교육 ‘작아도 아름다운 아파트작은도서관 희망학교’(이하 ‘작아도 희망학교’)는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가르치는 교육이 아닙니다.

‘작아도 희망학교’ 교육의 4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생활권으로 찾아가는 교육
자원활동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 주부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단지 내로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둘째, N개의 다양한 아파트작은도서관 모델과 비전 수립
도서관마다 상황에 맞게 어떤 부분은 현실을 고려하고 어떤 부분은 현실을 넘어서는 고민을 통해서 자신들의 아파트작은도서관만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셋째, 자원활동가 사이에 관계와 연대감 향상
자원활동가들의 성장과 그 안에서 파생되는 관계와 연대감 향상을 위한 대화의 시간, 서로의 활동을 객관화하며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배치하였습니다.

넷째, 단지 간 네트워크 활성화
네트워크와 협업의 경험을 통해서 서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상시적으로 가진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아도 희망학교는 아파트단지별이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제 프로젝트를 진행해 네트워크와 협업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작아도 희망학교’에 참여한 주민 활동가들이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 다른 아파트작은도서관이 스스로의 모델을 찾아가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때는 ‘아파트작은도서관은 문제다’라는 우려 대신에 ‘아파트작은도서관은 색다른 공간이다’라며 비전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글_송하진(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목, 2015/09/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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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그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그들은 대부분 간절했고, 대한민국의 극심한 주거문제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목, 2017/03/2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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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이후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상반기에도 여러 지역에서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진행했는데요. 함께한 지역의 이야기를 공유하려 합니다.

글은 총 세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먼저, 주민의 사업제안을 받아 처음 운영하는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 기존의 청년정책과 주민참여예산을 연계해 운영하려는 완주, 새롭게 분과를 변경해 제도 성숙을 꾀하는 시흥 등의 사례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의 주민참여예산제도

대구 중구는 2008년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하고, 2015년부터는 주민 의견을 예산에 반영하여 편성해왔습니다. 하지만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대구 중구의 12개 동에서 2명씩 선출된 주민참여예산위원들과 일반 주민들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행정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주민이 제안한 사업은 담당 부서 검토와 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최종투표를 통해 2018년도 사업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충청북도는 2011년부터 참여예산제도를 운영했습니다. 2016년 주민참여예산위원 3기가 새로 위촉되었을 당시 희망제작소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워크숍 이후 3기 위원들은 행정의 각 부서에서 제안한 사업을 긴급성, 공익성, 복리성, 효율성, 형평성의 다섯 가지 기준으로 검토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하였습니다. 충청북도 또한 올해부터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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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학교의 진행 과정

주민참여예산은 지역에 필요한 사업의 예산을 주민이 직접 편성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더 많은 주민이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게 제안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래서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 주민참여예산학교(이하 예산학교)에서는 참여자들이 ‘나’에서 ‘우리’로 관점을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강의로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강의에서는 다른 지역 주민이 제안한 사업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는데요. 우리 지역에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충청북도 예산학교는 위원들의 작년 활동이 실제 예산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그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는데요. 높은 점수를 받았던 사업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점에서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올해 워크숍에서는 작년 활동과 연결하여 2016년 충청북도 사업 중 ‘좋았던 사업’, ‘아쉬운 사업’, ‘활동하며 느낀 점’을 적어 분과별로 토론해보았습니다. 토론을 통해 위원들은 충북도의 정책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었고,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 의견이 더욱 효과적으로 수렴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직접 사업제안서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우리 지역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에 관한 의견을 나눴는데요. 깨끗한 환경, 건강, 안전, 이웃과의 소통 등이 나왔습니다. 이후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찾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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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행복을 위한 사업제안

대구 중구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은 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실현 방안으로 빈집을 주민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 마을 내에서 아동과 노인이 서로 돌볼 수 있는 돌봄 공동체 형성, 마을 내 쉼터를 만들어 이웃들이 서로 인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업 등의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구에 풍부한 근대 역사자원을 활용하고, 벽화나 꽃 등을 활용하여 색감이 가득한 대구 만들기 사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도농복합지역인 충청북도는 농민을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충청북도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은, 농기계 보조 사업을 통해 농촌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의 소득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습니다. 또한 충청북도 행복조례를 제정하여 도민의 행복증진을 목표로 정책을 실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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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는 주민에게 사업 제안을 받는 등 주민참여의 통로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교육에서 참가자들은 처음으로 사업 제안을 연습해보았지만,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구체화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방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성장하는 주민분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 글 : 이다현 | 지역정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지역정책팀

금, 2017/07/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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