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엘살바도르: 낙태 전면 금지로 가난과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

지역

엘살바도르: 낙태 전면 금지로 가난과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

익명 (미확인) | 월, 2015/12/07- 15:45
엘살바도르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여성들 © Giles Clarke

엘살바도르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여성들 © Giles Clarke

엘살바도르의 극단적인 낙태금지법에 따라 유산이나 응급상황을 겪은 여성들이 불법 낙태 시술을 받은 혐의로 갇히면서, 수백 명 자녀의 삶에 참담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국제앰네스티가 11월 30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 <헤어진 가족, 끊어진 인연>에서는 터무니없는 낙태금지법으로 갇힌 여성의 아이들이 대부분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에 부닥치거나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받지도 못하는 현실이 담겨있다.

아스트리드 발렌시아(Astrid Valencia) 국제앰네스티 중앙아메리카 조사관은 “엘살바도르 정부는 유산이나 임신 합병증을 겪은 여성을 부당하게 가둘 때마다 그 자녀들 역시 가난과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내몰고 있다”며 “임신 합병증을 겪은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엘살바도르의 ‘유죄 추정의 원칙’으로 수백 명이 희생되었고, 여성들은 최대 40년까지의 징역형에 처했으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절대적인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엘살바도르의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낙태금지법을 철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모든 경우에 대한 낙태 시술이 범죄화됨에 따라 최소 19명 이상의 여성들이 근거가 미약하거나 결정적이지 못한 증거로도 살인과 같은 중대한 범죄로 유죄 선고를 받고, 장기간의 징역형에 처해 현재 교도소에 갇혀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이런 여성들이 투옥되면 가족들이 벌이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주로 극심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 수입이 전혀 없고, 교도소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대부분의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면회하기도 어렵다. 일부의 경우 수개월 넘게 자녀를 만나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유산을 겪은 이후 ‘고의 살인’ 죄로 징역 4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인 32세 여성 마리아 테레사 리베라는 2011년 갇힌 이후 지금까지 열 살 난 아들을 만난 것이 겨우 4번에 불과했다.

마리아 테레사의 아들은 그녀가 수감된 교도소로부터 수 시간 떨어진 곳에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교도소를 한번 방문하려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비싼 비용이 든다. 마리아 테레사가 벌어오던 수입이 끊기고, 정부의 지원도 없어 마리아 테레사의 시어머니 역시 손자를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리아 테레사는 욕실에서 거의 실신한 상태로 피를 심하게 흘리고 있는 것을 시어머니가 발견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병원 직원이 낙태한 것으로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마리아 테레사의 직장 상사 중 한 명이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2011년 1월에 이미 알고 있었다며 불리한 증언을 했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유산 당시 임신 11개월째였다는 말이 된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증언조차도 유죄를 선고하는 근거로 이용됐다.

마리아 테레사의 어린 아들은 어머니의 부당한 구금으로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리아 테레사의 시어머니인 “이사벨”은 교도소를 방문할 때마다 겪는 고통에 대해, “손자를 데리고 처음 면회를 갔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손자는 심하게 울음을 터뜨렸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교도소를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잠시 포기해야 했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테오도라 델 카르멘 바스케스는 2008년 직장에서 사산한 후 “고의 살인” 죄로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그녀의 11살 난 아들은 면회를 거의 오지 못한다.

테오도라는 2008년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11살 난 아들은 엄마를 거의 만날 수 없다.

베르타(가명) 역시 이와 비슷하게 임신 합병증을 겪고 기소되어 거의 1년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수감되어 있던 기간의 절반 동안은 열 살 난 아들을 만날 수 없었다.

“베르타”는 2010년 7월 출혈이 심한 상태로 지역 병원을 찾았다가 체포되었다. ‘고의 살인’ 죄로 기소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임신한 사실조차 몰랐다. 재판이 시작할 때까지 변호사를 만나지도 못했다. 베르타가 기소된 죄목으로 유죄가 선고되면 최대 징역 50년형까지 처할 수 있었다. 사법절차가 시작된 지 거의 1년 만에 베르타는 무죄가 선고됐다. ‘치료 목적, 윤리적, 우생적 낙태 비범죄화를 위한 시민단체’라는 지역 인권단체의 소속 변호사들이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과 교도소에 갇혔던 당시의 경험은 베르타와 가족들의 삶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베르타는 당시의 경험 때문에 여전히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이며, 이후 어떤 형태의 보상이나 배상도 받지 못했다고 국제앰네스티에 전했다.

베르타는 “몇 년이 지나더라도 그 때로 인한 고통은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베르타의 어머니는 당시 베르타가 부당하게 교도소에 갇히면서 끼친 영향에 대해, “딸이 감방에서 지내는 동안 추위로 고생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잘 때도 이불을 덮지 못했다. 이불을 덮지 않으면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아무리 추워도 이불을 덮지 못하는 걸 보니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베개도 딱딱한 바위처럼 느껴진다. 예전과는 전혀 달라졌다”고 국제앰네스티에 전했다.

아스트리드 발렌시아 조사관은 “엘살바도르 정부는 어린아이들에게 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선고하기보다는, 여성을 그저 ‘출산 기계’로 취급하는 것만이 목적인 현행법을 재검토하는 데 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개정형법에 따라, 엘살바도르는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이거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에도 상관없이 모든 경우에 대한 낙태 시술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이 즉시 유죄로 몰리며 부당한 기소와 형법의 오적용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여성들은 특히 낙태금지법으로 더욱 큰 영향을 받았다.

영어전문 보기

EL SALVADOR’S TOTAL ABORTION BAN SENTENCES CHILDREN AND FAMILIES TO TRAUMA AND POVERTY

El Salvador’s extreme anti-abortion law is having a devastating effect on the lives of scores of children whose mothers, having suffered miscarriages or other obstetric emergencies, are being held behind bars accused of having illegal abortions, said Amnesty International in a new report today.

Separated families, broken ties, reveals how children of women jailed under the absurd anti-abortion law are often left facing difficult financial circumstances and prevented from staying in touch with their mothers.

“Each time authorities in El Salvador unfairly lock up a woman for having a miscarriage or suffering pregnancy related complications, they are also condemning her children to a life of poverty and trauma,” said Astrid Valencia, Central America Researcher at Amnesty International.

“El Salvador´s ‘guilty until proven innocent’ approach when it comes to women who suffer pregnancy-related complications has cost scores of lives, landed women in prison for up to 40 years and created an environment of absolute fear amongst doctors and patients. It is high time for El Salvador to abolish this outdated ban.”

At least 19 women are currently in jail, in the context of a total criminalization of abortion, convicted of serious offences such as homicide and sentenced to long prison terms on weak or inconclusive evidence. Most of them were their household’s main breadwinners. Since their incarceration, their extended families are responsible for providing and looking after their children, often in extremely difficult circumstances.

The lack of financial resources and the long distances between their homes and the prisons prevents many of the families from visiting their loved ones in prison. In some cases, women were not able to see their children for months.

Maria Teresa Rivera, a 32-year-old woman currently serving a 40 year prison sentence for “aggravated homicide” after having a miscarriage has only seen her ten-year-old son four times since she was jailed in 2011.

The boy lives with his grandmother several hours away from the prison and the journey is prohibitively expensive. Without Maria Teresa’s income and with no official support, her mother- in- law is also struggling to provide for her grandson.

Maria Teresa was arrested in a hospital after her mother-in-law found her in her bathroom almost unconscious and bleeding heavily. Staff at the hospital reported her to the police and accused her of having an abortion.

During the trial, one of Maria Teresa’s bosses testified against her saying she knew she was pregnant in January 2011. This would have made her 11 months pregnant by the time the miscarriage took place. The outrageous testimony was used as one of the pieces of evidence to convict her.

María Teresa´s young son is having a particularly difficult time dealing with his mother’s unfair detention.

“Isabel”, María Teresa´s mother in law, told Amnesty International of the traumatic visits to the prison: “The first time I took the child it was very hard. He cried a lot and I did too. He didn’t want to leave the prison. It was so hard that I stopped taking him for a while because it was tough for both of them.”

Similarly, Bertha (not her real name), spent nearly a year in jail also prosecuted for homicide after suffering a pregnancy-related complication. She was not able to see her 10- year-old son during half the time she was in prison.

“Bertha” was arrested in July 2010 in a local hospital, where she had arrived heavily bleeding. She was charged with “aggravated homicide” although she did not know she was pregnant. “Bertha” did not meet her lawyer until the trial started. The penalty for the crime she was accused of could be as high as 50 years in jail. Bertha was found innocent almost a year after the process against her began, when lawyers from the local human rights group Citizen Group for the Decriminalization of Therapeutic, Ethical and Eugenic Abortion provided new evidence on the case.

The trial and the time she was forced to spend in jail, however, left a profound mark on Berta’s life and her relatives.

She told Amnesty International that she is still traumatized by the experience and said she has not receive any kind of compensation or reparation measures.

“Even though several years have passed, the pain stays deep inside,” she said.

Talking about the impact of Bertha’s unfair incarceration on her family, her mother said: “To sleep, I couldn’t use the covers because during those days, when she was in the cells, I would start to think that she was suffering from the cold and so I wouldn’t cover myself so that I could experience her suffering. And now, I can’t use the covers even if I’m cold, so I know I’m still affected by it. Now, the pillow feels like a stone…I’m not the person I used to be.”

“Instead of sentencing children to this unbearable suffering, authorities in El Salvador should focus their energies in reviewing legislation that serves no purpose but to treat women as little more than ‘human vessels’,” said Astrid Valencia.

Following a change in the Penal Code in 1998, abortion in El Salvador has been banned in all circumstances – even when the pregnancy is the result of rape, incest or when the life of the woman is at risk. The change in the law has led to wrongful prosecutions and misapplication of criminal law where women are immediately assumed guilty. Women with few economic resources are particularly affected by the ban.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검열에 반대하는 온라인 광고 게재, 아이웨이웨이, 스노든, 푸시 라이엇 참여

2016년 3월 12일, 세계 사이버검열반대의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와 애드블록(Adblock)의 공동 추진으로 인터넷에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과 아이웨이웨이(Ai Weiwei), 푸시 라이엇(Pussy Riot)이 전하는 메시지가 게재될 예정이다.

3월 12일, 5천만 명의 애드블록 사용자는 평상시 광고가 나타나던 자리에서 국제앰네스티의 메시지를 볼 것이다. 각국 정부가 입을 막으려 했고 했던 사람들을 통해 메시지가 연결된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당신이 잘못한 일이 전혀 없더라도 당신의 행동은 사찰되고 기록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웨이웨이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현대가 아니라 야만 사회일 뿐”이라고 하고, 푸시 라이엇은 “정부는 수갑을 채우고 체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공격까지 이용한다”고 한다.

인터넷 장악 시도하는 정부
국제앰네스티는 각국 정부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높이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국가는 인권침해적인 집단 감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온라인 검열을 강화하려는 법안을 상정하는가 하면, 민간인 사찰과 전자기기 해킹,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검열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확보하고자 애쓰기도 한다.

지난해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파키스탄, 폴란드, 스위스 등은 국가 안팎의 통신에 대한 국가의 감청 권한을 강화하는 신규 정보법을 마련하려 했다. 중국과 쿠웨이트에서는 온라인상의 특정 표현을 범죄화하거나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015년 국제앰네스티는 16개국 이상에서 온라인상의 행동과 발언으로 체포된 사례를 기록했다. 사이버 검열의 피해자들 페이스북(Facebook)에 사회적 “분란”을 조장한다는 글을 올린 이유로 유죄가 선고된 카자흐스탄의 정치 활동가에서부터, 모로코에서 시민저널리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사용법을 교육했다가 “모로코 국민의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 기자와 활동가들까지 다양하다.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일부 국가에서는 전체주의적 수준의 감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변호사와 기자, 평화적 활동가 등 우리 인권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삶과 활동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통신의 발달에 따라 이처럼 새로운 억압 수단이 계속해서 개발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커비지(Gabriel Cubbage) 애드블록 최고경영자(CEO)는 “3월 13일 하루 동안 국제앰네스티가 배너를 게재한 이유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온라인상 사생활 관련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 날이면 배너가 뜬 자리는 다시 원래대로 빈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고도화된 정보화 사회에서 당신의 디지털 사생활 자유는 물론, 표현의 자유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검열
이번 광고 캠페인은 세계에서 사이버 검열이 가장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인 북한에 대해 국제앰네스티의 <통제된 사회, 단절된 삶(Connection Denied)> 캠페인이 시작됨에 따라 진행된다.

북한의 사이버 검열 피해자들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스노든, 아이웨이웨이, 푸시라이엇의 메시지와 함께 나타나게 된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주민 대부분이 월드와이드웹에 전혀 접속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검열의 대상이라고 3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보고서 <통제된 사회, 단절된 삶: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 및 외부세계 정보 제한 실태>는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주민들에 대한 당국의 통제와 억압, 위협이 강화된 점에 대해 기록했다. 디지털 공간은 최근부터 북한 정부가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국내의 극악무도한 인권상황에 관한 정보를 차단하고자 시도하는 영역이다.

IT 회사, 인터넷상 자유 옹호해야
국제앰네스티는 인터넷 관련 업체에 대해 온라인상 사생활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약화시키려는 국가정부의 압력에 저항하고, 대신 암호화 기술과 같이 디지털 공간에서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정부가 새로운 법과 침입 기술을 통해 더욱 강력한 인터넷 통제 권한을 손에 넣으려 함에 따라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블로거들을 체포하는가 하면, 인터넷 사용을 집단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바라는 인터넷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애플(Apple)은 모든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자사 제품 아이폰(iPhone)의 보안 해제를 거부했다. 이는 일부 기업들이 더 큰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그간 세계는 인터넷상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이제는 온라인상 자유를 제한하려는 정부에 맞서 온라인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목, 2016/03/10- 12:24
25
0

국제앰네스티, 2018년 인권현황 발표

국제앰네스티는 오늘 2018년 인권현황을 발표하며, 전 세계 여성 활동가들이 전면에 나서서 인권을 위해 분투했던 2018년이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세계의 ‘터프가이’ 지도자들이 여성혐오적, 외국인혐오적, 동성애혐오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이미 오래전에 확립되었던 자유와 인권을 다시 위험에 빠뜨렸다고 경고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자칭 ‘터프가이’라는 지도자들이 인권법의 기초가 되는 평등이라는 원칙 자체를 위협하려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여성 활동가들은 이처럼 억압하는 지도자들에 맞서는 방법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전을 제시했다

쿠미 나이두(Kumi Naidoo)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쿠미 나이두(Kumi Naidoo)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2018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자칭 ‘터프가이’라는 지도자들이 인권법의 기초가 되는 평등이라는 원칙 자체를 위협하려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은 이러한 혐오 정책이 자신들을 더 강하게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미 소외되고 취약한 집단들을 더욱 악마화하고 박해하는 괴롭힘 전략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여성 활동가들은 이처럼 억압하는 지도자들에 맞설 방법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2018년 인권현황은 “Rights Today(오늘날의 인권)”을 통해 공개되었다. Rights Today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동아시아, 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및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세계 7개 지역의 인권상황을 분석하고 검토한 보고서로, 1948년 채택된 최초의 인권문서인 세계인권선언 채택 70주년을 맞아 발표됐다.

 

2018: 여성들이 궐기하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급속도로 커진 것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올해 여성인권운동은 확실히 자리잡았고, 인권운동 진영의 굵직한 성과는 모두 여성 활동가들이 주도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Ni una menos 니 우나 메노스 (단 한명도 잃을 수 없다)’와 같은 여성주도단체가 전례 없는 엄청난 규모의 여성인권 대중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에서는 고질적인 성폭력에 항의하며 수천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는 여성 활동가들이 여성 운전 금지 조치와 강제 히잡 착용에 저항하다 체포당했다.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폴란드에서는 억압적인 낙태금지법 폐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출 것을 요구하며 ‘미투(#MeToo)’ 운동이 촉발한 두 번째 여성 행진에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국제앰네스티는 Rights Today 보고서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급격히 부활한 것”을 기뻐하기 이전에, 이렇게 많은 여성이 변화를 요구하기 위해 나서게 된 원동력을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여성 인권은 언제나 다른 인권과 자유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곳으로 밀려나곤 했다. 실제로는 인류 절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입에 발린 말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 때문”이라며 “게다가 세계 각국의 지도자 무리들은 여성혐오적이고 이분법적인 서사를 이용해 여성인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여성의 기본적인 평등조차 부정하는 정책을 밀어 부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특히 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법과 정책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란드와 과테말라 입법자들은 더욱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제정하려고 밀어붙이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가족계획 상담소에 대한 재정 지원을 축소하며 여성 수백만 명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러한 인권적 부당함을 폭로하고자 여성 활동가들은 자신의 목숨과 자유를 걸고 일어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 과감히 맞섰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수감된 팔레스타인의 청소년 활동가 아헤드 타미미(Ahed Tamimi)를 비롯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성인권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루자인 알 하스룰(Loujain al-Hathloul), 이만 알 나프란(Iman al-Nafjan), 아지자 알 유세프(Aziza al-Yousef) 등 활동가 3명, 그리고 인권을 위한 투쟁을 분연히 이어가다 올해 초 잔인하게 살해당한 브라질의 마리엘 프랑코(Marielle Franco) 등이 그 예이다.

 

2019: 여성인권의 역전을 노릴 기념비적인 해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2019년이 여성인권에 관한 국제조약인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채택 4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시기인 만큼 세계가 간과할 수 없을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주목했다.

내년이면 40주년이 되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은 널리 채택되었지만, 많은 국가는 법과 관행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국가정책을 마련하는 것, 결혼과 가족관계에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등과 같이 여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주요 조항은 거부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 협약을 채택해왔다.

국제앰네스티는 각국 정부에 여성인권을 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기준에 상응해야 하며, 여성의 권한을 인정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법의 유해한 관련 조항을 개정하거나 사전 조치를 취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여성인권에 관한 국제조약을 이렇게 많은 국가가 일부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다수의 정부가 여성인권 보호를 그저 잘 보이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만 생각할 뿐,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 사항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쿠미 나이두(Kumi Naidoo)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여성인권에 관한 국제조약을 이렇게 많은 국가가 일부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다수의 정부가 여성인권 보호를 그저 잘 보이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만 생각할 뿐,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사항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세계 어딜 가도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 동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권력자들의 손에 정계 진출조차 허용되지 않으며, 고질적인 성폭력에 노출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이를 묵인할 뿐이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남성이 이러한 박해를 받는 세상이었다면, 이런 부당한 현실이 계속될 수 있었을까?”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앞으로 여성인권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2019년을 앞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인권운동에 굳건히 연대하고,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증폭시켜 모든 인권을 인정받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을 앞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인권운동에 굳건히 연대하고,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증폭시켜 모든 인권을 인정받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

쿠미 나이두(Kumi Naidoo)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일, 2018/12/09- 00:48
25
0

분노한 여성들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다

국제앰네스티, 세계여성의 날 맞아 한국의 서지현 등

6개 국가의 여성인권옹호자 조명

국제앰네스티는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늘 <분노한 여성이 만드는 강력한 변화> 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여성인권옹호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널리 알리고 전 세계 사람들과 강력한 연대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한국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처음으로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이야기를 전 세계와 공유한다. 서지현은 현실의 부조리를 참지 않은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증언과 행동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한국 내 미투(Metoo)운동이 확산되는데 기여 했으며, 수많은 여성에 영감을 주었고,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용기가 되었다. 서지현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공유됨으로써 그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인권옹호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지현은 국제앰네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을 열게 되었다. 진실까지 가는 길이 정말 멀고 험하다. 이제는 피해자에게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보호해줄지,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지 답해줄 때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의 서지현과 함께 총 6개국 여성인권옹호자의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루자인 알 하스룰(Loujain al-Hathloul) : 여성의 운전금지법 폐지를 이끌었고, 여성 억압적인 사회에 저항하며 여성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여러 활동을 이끌었으나 현재 명확한 기소내용도 없이 구금 중이다.
  • 멕시코의 낸시 아리아스 아르테아가(Nancy Arias Arteaga)와 에스페란사 루시오토(Esperanza Lucciotto): 데이트 폭력으로 딸을 잃은 낸시와, 성추행 상사를 고발했다 직장에서 딸을 잃은 에스페란자 모두, 정의회복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위협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 나이지리아 여성단체 <니파르 여성들(Knifar Women)>: 지역 주둔 군인들의 폭력과 괴롭힘, 성폭력의 생존자들이 연대한 단체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에 맞서며 새로운 인권서사를 만들고 있다.
  • 통가의 조이 졸린 마텔레(Joey Joleen Mataele): 통가에서 LGBT를 향한 편견과 맞서 싸우며 인권옹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폴란드의 용감한 여성 14인: 백인우월주의 주장과 혐오발언에 평화시위로 맞섰던 14명의 폴란드 여성인권옹호자는 시위 당시 혐오세력으로부터 물리적 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으나, 재판에서 오히려 집회방해혐의로 유죄판결을 받는 등 위기에 처해있다.

전 세계 인권옹호자들은 국가의 탄압과 점점 좁아지는 시민사회활동이라는 두 가지 위협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집중하고 있는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여성인권옹호자는 여기에 더해 견고한 성고정관념과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사회적 차별과도 맞서 싸워야 해 한층 더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경은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지난해는 전 세계 여성인권옹호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인권을 위해 분투했던 한 해” 라며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혐오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가 인권 운동의 진전을 가로막는다. 올해는 여성인권옹호자와 함께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증폭시켜 모든 인권을 인정받기 위해 맞서 행동할 시기다”라고 밝혔다.

끝.

화, 2019/03/12- 09:01
24
0

피터 룩 (HH Peter Rook), 영국 칙선 변호사
커스티 브림로우(Kirsty Brimelow), 영국 칙선 변호사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유럽 국가들의 강간 관련 법안을 분석한 결과 동의 여부를 기반으로 한 강간법을 시행 중인 국가는 31개국 중 단 8개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해당하는 국가는 스웨덴, 영국,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독일, 키프로스, 아이슬란드, 벨기에였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의 경우 법적으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무력 또는 위협 사용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간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충격적이게도 동의 여부를 기반으로 한 강간법을 시행 중인 국가는 31개국 중 단 8개국에 불과하다.”

국제앰네스티의 신규 보고서 <“우리에게 존중과 정의를 달라!”덴마크 강간 생존자 여성들의 정의 구현을 가로막는 장벽 뛰어넘기> 는 덴마크 여성들이 위험하고 구시대적인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드러내고, 영국의 일류 변호사와 전직 판사가 상대의 동의에 기반한 강간법이 영국에서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8세 소녀 강간 사건에 대해 분노하며 항의하는 여성들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강간과 폭력에 대한 공포 또는 위협: 잉글랜드와 웨일즈 법원의 판례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법적으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성기, 항문 또는 입에 가해자의 성기가 삽입되는 시점에 피해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무력이 행사되거나 위협이 이루어졌음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이들 지역에서는 1841년 강간의 정의가 무력 행사나 공포 유발 또는 기만 행위가 없더라도 여성의 동의 없이 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까지 확대되었고, 강간죄를 사형으로 처벌하지 않게 된 이후 현재까지 이러한 법이 유지되고 있다.

2003년 성범죄법 74항에 따르면 강간 및 동의 없는 범죄의 의도에서 말하는 동의란 어떤 사람이 “선택을 통해 동의하고, 그러한 선택을 할 자유와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는 성행위에 관련된 선택에 있어 개인의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의에 대한 위의 정의는 2000년 성범죄 검토위원회가 “자유로운 동의는 반드시 자발적이고 진심이어야 한다”고 권고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토위원회는 동의를 정의하는 데 “자유로운 합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항의, 저항 또는 부상 사실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을 더욱 확실히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수년 동안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판결을 내리게 되었으며, 동의의 문제는 다수의 사건에서 판사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폭력이나 폭력 위협이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의 동의 여부에 주목하더라도 해당 사실의 입증 책임은 뒤바뀌지 않는다. 검찰측은 피고인이 대상이 동의했다는 합리적인 믿음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입증해야 한다. 실제로, 폭력이나 폭력 위협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동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강간죄 성립의 구성요소로 폭력 또는 폭력 위협의 입증을 요구하게 되면 동의 없이 이루어진 강간 사례의 상당한 범주가 제외된다.”

강간죄 성립의 구성요소로 폭력 또는 폭력 위협의 입증을 요구하게 되면 동의 없이 이루어진 강간 사례의 상당한 범주가 제외된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사법구역 내에서 강간죄가 성립되는 예시로는 취약한 대상이 위력에 의해 강제를 당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이상으로 입증된 경우, 또는 대상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항의 또는 신체적 저항을 하지 않았지만 동의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경우가 포함된다. 이러한 사례가 적절한 형사적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고, 피해자들이 정당한 보호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매우 부당한 처사가 될 것이다.

피터 룩(Peter Rook)은 전직 형사부 원로 법관이자 대표적인 법학서 <성범죄: 이론과 실제>의 저자다.
커스티 브림로우(Kirsty Brimelow)는 영국의 로펌 도티 스트릿 챔버스(Doughty Street Chambers)의 선임 변호사로,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담당한 경력이 있다.
수, 2019/03/20- 10:46
21
0

아일랜드 여성들이 낙태 비범죄화 캠페인에 참여하며 여행 가방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이 글은 경향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2010년 1월 아일랜드에 사는 쉬본 웰란은 임신 20주에 태아에게 뇌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고 싶었던 쉬본에게 돌아온 대답은 치명적인 손상으로 아기가 살 가망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임신을 유지하다 태아를 뱃속에서 잃을 것인가, 아니면 “여행”을 선택할 것인가.

여기서 “여행”은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 때문에 해외에서 낙태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주 뒤 쉬본은 영국 리버풀로 날아가 임신 중단 수술을 받았다. 이동 경비와 비싼 진료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7년 쉬본의 사례에 대해 ”쉬본이 겪은 ‘강도 높은 정신적 괴로움’은 아일랜드의 낙태 처벌에 기인하며,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성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일랜드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쉬본에게 30,000 유로(EUR)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쉬본은 자국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어 해외로 나가야 했던 17만명의 아일랜드 여성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전혀 특별하지 않지만, 낙태가 범죄가 되었을 때 개인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지는 명백히 보여준다.

지난해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하였고, 이제 쉬본의 사례는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한 해 220만건의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이해 목숨을 잃는 여성은 4만7천명에 달한다. 낙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시작점은 여기에 있다.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았다면, 시술 이후에도 지속적 진료를 통해 합병증을 얻지 않았다면, 지금도 살아있었을 4만 7천명의 생명. 우리는 막을 수 있는 죽음과 불필요한 위험을 막을 방법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처벌은 낙태를 더 은밀하게 만든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낙인과 수치심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낙태 이후 치료를 받고 싶어도 기소의 두려움에 주저한다. 악순환의 고리다.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낙태를 막지 못한다. 앞선 쉬본을 비롯한 아일랜드의 17만 명의 여성이 그 증거이며, 지난 2월 나온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또한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낙태가 합법이든 아니든, 여전히 낙태가 필요한 사람들은 시술을 받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낙태 비범죄화를 촉구한다. 비범죄화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낙태 찬성 혹은 반대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낙태 시술에 대한 의료적 규제를 모두 풀라는 말도 아니다. 낙태는 임신 가능한 사람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의료서비스 중 하나다. 그렇기에 다른 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법과 제도를 통해 규제할 수 있다. 앞서 본 사례처럼 낙태한 사람과 의료진을 처벌하는 것이 국제인권 기준에서 옳지도, 현실에서 효과적이지도 않으므로 형사처벌은 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1960년대 이래로 국제적인 흐름은 비범죄화, 즉 낙태에 대한 처벌조치를 부분적으로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74개국,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낙태를 대체로 허용하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반대로 나머지 40%가 낙태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는 곳에 살고 있어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낙태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이고, 올해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일랜드에 이어 한국을 여성 인권의 진전을 이뤄낸 국가로 기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금, 2019/03/08- 11:36
2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