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1 업데이트2
프랑스 대선의 유력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은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앞두고 혁명(R´evolution)’이라는 책을 냈다. 1977년생으로 40살이 안 된 젊은 정치인과 어울리는 제목이다.
하지만 마크롱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에 도전장을 던진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온건한 성향을 보인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국민전선) 후보에 맞서 ’중도’에 닻을 내리고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민심을 잃은 집권 사회당을 뒤로하고 좌우를 아우르겠다며 지난해 ’앙마르슈(En Marche·전진)’을 창당한 마크롱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르펜을 결선 투표에서 꺾을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르펜의 돌풍에 우려를 표하던 유럽 사회와 언론도 39살 젊은 후보의 혜성 같은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최근 ‘중도’를 내세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전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비슷한 전략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좌우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중도노선은 언제나 어려운 실험이다.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는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올랭드정부에서 경제부장관…친기업 성향
마크롱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다. 그는 파리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를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로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일한 은행원이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대통령 부실장으로 발탁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2014년 36살의 나이로 경제산업부 장관이 됐다.
‘올랑드 키드’로서 그는 사회당의 금기를 건드리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대통령실 부실장 당시 “상위 1%에게 75%의 고세율을 부과하겠다”던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백지화하고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400억 유로(약 49조9940억 원) 세금을 감면해주는 ‘책임 협약’을 추진했다.
진보 정당인 사회당 정부의 장관임에도 주 35시간 노동을 비판하며 노동시간 연장을 밀어붙였고, 해고 조건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며 노동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주 35시간 노동제는 사회당의 상징과 같은 정책이기도 하다. 이에 공개 행사에서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이 던진 달걀에 머리를 맞고, “꺼져”라는 야유를 듣기도 했다.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파리 샹젤리제 등 관광지구에 있는 상점의 일요일, 심야영업 제한을 완화하기도 했다.

그는 티셔츠를 입고 시위하는 노동자에게 “정장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분노를 사기도 했고, 젊은이들에게 “백만장자가 되려고 노력하라”고 권하는 등 좌충우돌 행보를 보였다.
결국 친기업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사회당 내부에서 강한 반반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우클릭’에 영국 <가디언>은 “사회당 옷을 입은 우파 늑대”라고, 프랑스 <르몽드>는 “좌파에겐 짜증 나는 아이러니, 우파에겐 호기심”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보수, 사회-진보…중도전략
하지만 이러한 그의 전략은 그를 단숨에 대선후보의 지위에 올렸다. 이에 그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마크롱은 장관 재직 중이던 지난해 4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앙마르슈를 창당하고 8월에는 장관직을 사임한 뒤 대선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크롱 전략은 ‘경제는 보수, 종교·평등·이민 등 사회 현안에 대해 진보’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지지를 보내며 르펜과 각을 세우고 있다. 르펜으로 대표되는 극단주의의 물결을 막고, 보수·진보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자유주의적 진보주의자’로 포지셔닝 한 것이다.
실제로 “좌파도 우파도 아닌 새로운 정치운동에 도전하겠다”고 중도에 깃발을 꽂자, 우파 쪽에서 그에게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국민전선 등 극우세력의 돌풍에 우려를 표하거나 기성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끼는 사회당, 공화당 중도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이다.
25살 연상과 결혼
그는 정치 이력보다 25살 연상의 아내인 브리지트 트로뉴의 존재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17살이었던 마크롱은 3명의 자녀를 둔 40살의 교사 트로뉴를 처음 만난 뒤 적극적인 구애로 2007년 결혼에 이르렀다.
마크롱은 현재 7명의 의붓손자가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파리마치> 인터뷰를 가지며 부부가 해변을 걷는 사진을 공개하는 등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와 ‘피 뒤 시알’이 3월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르펜의 1차 투표 지지율은 26%, 마크롱의 지지율은 25.5%를 기록했다.
우파의 유력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공화당)가 세비 횡령 혐의와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휩싸이면서 추락하는 가운데 마크롱은 르펜을 막을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극우세력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르펜이 확장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크롱이 2위로 결선 투표에 오를 경우 프랑스 대통령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문제는 그의 중도전략이 계속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중도 노선은 일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쉬우나 복잡하게 꼬인 개별 사안에서 “이도 저도 아니다”, “애매모호하다”는 공격을 받으며 지지를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마크롱은 지난 2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를 방문해 프랑스 식민통치가 “반인권적 범죄”라고 했다가 보수파의 집중 공격을 받고 사과했다. 피용은 “우리 역사에 대한 이런 증오와 회개는 공화국의 대선 후보로서는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도저도 아니거나…혹은 미래의 대통령?
파리정치대학의 뤼크 루방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마크롱은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전략 때문에 덫에 빠질 것이다.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극단적 중도파>에서 영국 좌파 지식인 타리크 알리는 “내가 유럽 및 북아메리카 주류 정치에 이름 붙인 ‘극단적 중도파(extreme centre)’는 바로 이렇게 체제에 봉사하면서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겁 많고 고분고분한 정치인들을 뜻한다”고 중도 노선을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 ‘새정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도 노선을 취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시행착오를 겪고, 최근 안희정 지사가 ’선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연상되기도 한다.
물론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된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가진 마크롱의 돌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과거 마크롱을 두고 “정말 똑똑한 젊은이”라며 “언젠가 대통령이 될 재능이 확실히 있다고 믿는다.”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의 대선 행보에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극우’라는 유령이. 이 유령은 ‘포퓰리즘’, ‘반(反)기성정치’, ‘분노’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분명한 건 이 유령이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받아 국제사회를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유령은 미풍에서 태풍으로 몸집을 계속 불려가고 있다.

이 태풍은 2017년 4월 프랑스 대선까지 휘몰아칠 전망이다.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대표가 유력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대선은 제1야당인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와 르펜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현지 여론조사는 피용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르펜 바람’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자국 우선주의, 이민자 배제 등 극우 성향의 정책을 앞세운 르펜은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각종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왔기 때문이다. ‘똘레랑스(관용)’로 상징되는 프랑스가 르펜을 선택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우주의가 반짝 돌풍으로 끝날지, 새로운 물결로 봇물이 터질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우주의자 아버지의 정치적 상속자
르펜은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한 장 마리 르펜의 막내딸이다. 장 마리 르펜은 인종차별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며 프랑스 극우 세력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가스실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의 소소한 세부사항 중 하나일 뿐”이라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부정하는 등 반(反)유대, 반(反) 이민에 확고한 입장을 보여온 극우전선은 똘레랑스의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에서 ‘이단아’로 취급됐다.

하지만 장 마리 르펜이 각종 선거에서 2002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에 오르며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주는 등 2000년대 이후 주류 우파와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르펜은 아버지가 뿌린 씨앗을 꽃피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 유세를 따라다닌 그의 정계 입문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98년 지방의회 선거 당선되며 정치 이력을 시작한 그는 ‘아버지의 후광’ 덕분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2004년 이후 유럽의회 의원 3선을 지내며 정치력을 쌓아왔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정체성은 아버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는 유년 시절의 강렬한 기억을 묻는 말에 ‘다이너마이트’라고 답했다고 한다. 1976년 그가 8살이던 어느 날 밤, 집에 폭발물이 터지는 테러를 당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국민전선을 창당 한 뒤 르펜을 포함한 세딸은 “파시스트의 딸’, ‘악마의 딸’이라고 불렸고,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르펜 집안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정치가 목숨을 요구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해왔다. 실제로 그는 국민전선에서 가장 열심히, 독하게 일해온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유럽 우파 정치그룹의 리더로 성장…아버지 제명키도
르펜이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된 계기는 그는 2012년 대선과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였다. 2012년 대선에서 17.9%의 득표로 3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킨 그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전선을 프랑스 제1당으로 끌어올렸다.
반(反)유럽연합(EU)과 유로화 탈퇴, 반이민정책을 내세운 국민전선이 24.8%득표율로 중도좌파 집권 사회당(PS)과 중도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을 제쳤다. 당시 유럽은 이를 두고 ‘쓰나미, 허리케인, 빅뱅’등으로 표현하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유럽 우파 그룹의 리더”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철저히 아버지와 선긋기를 통해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 2011년 당 대표 취임 뒤 그는 ‘악마’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르펜은 르펜이고 마린은 마린이다. 나와 아버지의 역사관은 다르다” “국민전선이 프랑스인 전체에 호소하는 거대 대중정당이 되길 바란다”며 아버지의 극단주의와 거리를 뒀다.
두번 이혼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한 그는 성차별주의자, 반유대주의자라고 불린 아버지의 악명을 지우면서 반이민, 반이슬람을 중심 의제로 옮겼다. 당내 인사들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징계를 내렸고 급기야 2015년 5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반복한 아버지를 당에서 제명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프랑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세계화 반대, 보호 무역주의, 복지 확대 등 ‘좌클릭’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고 재벌을 맹렬히 공격하며 노동계급과 실업자들의 지지를 끌어안았다. 20~40대 정치 신인들을 과감히 수혈해 ‘기성 엘리트 정치인 대 젊은 피’의 구도도 만들었다. 국민전선이 선거마다 선전하고, 그가 유럽 우파의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연이은 유럽의 테러로 고조된 반이슬람, 반이민 정서가 르펜의 뒤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세계는 그의 유연한 행보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르펜은 2010년 이슬람교도의 거리 기도를 두고 ‘나치의 프랑스 점령’에 비유해 재판을 받기까지 했고,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아버지보다 다소 유연할 뿐, 극우파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정체성과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시선이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만이 정치적 동력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르펜 열풍 등 소수의 극단적 주장으로 치부하던 세력의 부상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당과 언론과 지식인들도 각각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부상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모순이 곪을 대로 곪은 지금의 세계를 자양분으로 삼아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부분에서 인용한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은 19세기 자본주의 체제 모순을 뚫고 나왔다. 지금의 극우주의 열풍은 마르크스주의와 유사성을 찾을 수 없지만, 그 배경에는 세계화, 소득 불평등, 테러의 공포 등 사회경제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는데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주류 정치인들과 엘리트로 향하는 성난 민심을 트럼프나 르펜 등이 적극 대변하는 것이다. 르펜은 쉬운 문장으로 “정치 엘리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이민자가 아니라 프랑스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저학력·저소득 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똑같이 낡은 인물들, 똑같이 낡은 공약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르펜의 앞에서 프랑스 기성 정치인들은 쩔쩔매는 상황이다. 트럼프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역시 ‘엘리트·기득권 세력’으로 몰렸다.
문제는 르펜의 선전이 그의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똘레랑스의 프랑스를 이민자 혐오, 반이슬람주의 등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 역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흑인과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노동자들의 분노를 엉뚱한 데로 돌리고, 세계가 힘들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하루아침에 무너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헬조선’이라는 자조 속에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로 요동치는 한국 사회 역시 “한국의 트럼프’., ‘한국의 르펜’은 없을 것이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독일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선언’을 한 지 5년이 지났다. 2011년 5월, 독일은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까지 9기의 원전을 중단시켰고, 남은 8기도 차례대로 폐쇄시킬 계획이다. 핵발전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원전은 발전량의 14.1%를 공급했는데, 이는 2005년 26.2%에서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의 비중 30%보다 두 배 가량 낮다. 바로 지난달, 세계 경제규모 5위국에서 풍력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로만 한시적이나마 거의 100%의 전력을 모두 공급했다는 소식은 ‘탈원전 선언’ 5년 후 독일의 변화를 잘 보여준 대목이다.
하지만 독일의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오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4월 말, 독일연방정부의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해 먼저 환경 싱크탱크인 에콜로직연구소(Ecologic Institute)를 방문한 가운데, 연구소 설립자 안드레아스 크래머는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갑자기 결정됐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독일은 오랜 기간 논의해 다수의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원전이 건설된 이후 1970년대 말 미국 스리마일 사고,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교훈으로 독일에서는 탈원전에 대한 여론이 확산됐다. 1990년부터 주택 태양광 보급 계획을 비롯해 2000년 기준가격구매제도 도입에 이르는 정책 흐름으로 이어졌다. 2000년,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에 의해 탈원전이 최초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후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합의를 깨뜨리고 원전을 가동 연장하기로 했다. 결국,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메르켈 총리는 정책 방향을 다시 탈원전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독일 사회가 30년 가까이 추구해온 노력이었지, 최근 갑자기 결정한 것으로 봐선 안 된다.
올해로 꼭 30년 전에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는 위험한 원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음으로 작용했다. 독일 연방의회에서 만난 바벨 횐 독일 녹색당 의원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체르노빌 사고 소식을 1주일을 넘겨서야, 그것도 (사고 발생국인) 러시아가 아닌 스웨덴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방사능 구름이 왔지만 그 실태에 대해 몰랐던 것이다. 당시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밖에서 놀아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1999년 집권한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는 원전의 단계적 폐쇄와 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웠다. 횐 의원은 “전력회사의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컸다. 대형 전력회사는 시민들이 에너지를 직접 만드는 발상을 싫어했고 그저 소비자에 만족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가 빠른 성장을 보이는 한편 재래식 에너지 산업계의 저항도 여전히 남아있다.
두 번째 오해는 에너지 전환이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에너지 비용을 상승시킨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의 고용 인구는 약 37만 명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미 일자리 창출과 세수를 크게 늘려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재생에너지는 농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풍력 등 상당수 재생에너지가 농촌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농촌 공동체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소유·운영하거나 임대료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얻게 됐다.
바벨 횐 의원은 농부들이 에너지전환의 주역이라며 “곡물과 가축 분뇨를 활용한 바이오매스나 풍력은 농부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이 됐다”면서 “독일 북부의 저소득 지역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소유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이미 화석연료나 원전보다 경제성을 갖추면서 오히려 전력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아고라의 다니엘 아기로폴러스 선임연구원은 현재 풍력과 태양광 발전단가가 원전은 물론 석탄 화력발전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상 풍력은 kWh당 6-9 유로센트, 태양광은 8-9 유로센트의 발전단가를 나타낸 가운데, 석탄은 7-11 유로센트, 원전은 6-13 유로센트(영국의 힝클리포인트C 원전의 단가는 11.3유로센트)로 분석됐다.
세 번째 오해는 에너지 전환은 독일만 하는 ‘특수한’ 사례라는 시각이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게 ‘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역시 맞지 않다. 독일이 처음 도입한 재생에너지 기준가격구매제도(Feed-in Tariff)는 전 세계 77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력 고정단가를 정하고 장기간(독일에선 20년) 동안 공급한 전력을 구매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보장하는 제도다. 오늘날 재생에너지의 신규 투자는 선진국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대대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연합 대부분 국가도 더 이상 원전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거나 탈원전 법안을 채택했다. 석탄이나 석유를 거래하던 시기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그 대신 점차 많은 기업들은 태양광, 풍력, 스마트그리드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기술을 거래하는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은 에너지 전환은 탈원전뿐 아니라 탈 화석연료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온실가스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에 대해 각각 의욕적인 목표를 채택했다. 온실가스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 2050년까지 80-95% 감축하고,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2020년까지 전력 공급의 35%, 2050년까지 80% 확대하며, 동시에 1차 에너지 소비량은 2008년 대비 2020년까지 20%, 2050년까지 50% 줄이겠다는 단기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해 이행 중이다.
물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밀집한 북부 지역과 에너지 주요 소비지인 서남부 지역을 잇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게다가 북부엔 다수의 해상 풍력이 들어설 계획이다). 독일 경제에너지부(BMWi) 우훌라 보락 국제에너지정책국 부국장은 “송전시설은 수용성이 낮아 고압 송전탑에 대한 반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송전선로 확충뿐 아니라 전력 저장이나 전력망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 중심의 재생에너지에서 벗어나 전력-수송-열 에너지가 연계되면서 에너지 저장과 수요관리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 빠르고 전면적으로 추진될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로 2050년 전력 생산량의 80%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와 관련해 크래머는 “2050년 이전에 재생에너지로 100% 공급 가능하다는 연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목표가 80%로 채택된 것은 정치경제학적 이유였다. 석탄과 가스 산업계가 미래에도 어느 정도의 지분이 남아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독일의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둘러싼 우려도 크다. 2014년 현재까지 감축 실적은 27%에 그쳤다. 전력 공급의 42%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횐 의원은 “탄광을 운영하는 E.ON과 같은 거대 기업이 갖는 지역에 대한 영향력은 크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반발이 남아있다. 사민당 역시 석탄 산업계의 눈치를 보며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연방 선거 이후 차기 정부에서 더 의욕적인 기후변화 대책이 도출될지가 주목된다.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남아있다. 산업계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추가 부담금이 전기 요금을 상승시키는 가운데 산업 경쟁력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 36개 부문의 산업협회(10만 개 기업, 고용인원 8백만 명)을 대표하는 독일산업연맹(BDI)의 데니스 렌츠슈미트 에너지기후 부국장은 “독일은 유럽연합에서 덴마크 다음으로 전기요금이 비싸다면서, 이는 재생에너지 지원을 위한 추가 부담금에서 주로 기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곧 산업을 해친다는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화학과 금속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국제적 경쟁력 유지를 근거로 재생에너지 추가요금을 감면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도 주요 산업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산업계가 일방적 피해자로만 볼 필요도 없게 됐다. 원전 등 플랜트 설비를 담당했던 지멘스가 풍력 분야를 선도하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히려 산업계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독일에서만 아니라 유럽연합 전역에서 함께 추진해 산업 경쟁력 영향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은 시민들이 가장 많이 지불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재생에너지를 위해 kWh당 약 6유로센트의 요금을 추가로 더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수준의 추가 요금은 안전한 에너지 공급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편익을 더 크게 가져오는 ‘사회적 보호장치’로서 인식되면서 시민 다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결국 독일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하기까지는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떤 에너지 경로를 선택할지에 대해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 이를 대변하는 정치적 활동이 결합됐던 것이다. 독일의 변화는 진행 중이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독일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Ilmari Karonen/WikiMedia
[편집자주]포스코 비자금 수사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포스코그룹 전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0여 명을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실패한 수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사법처리에 실패했기 때문. 비자금 조성의 주범으로 지목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됐고, 정 전 회장은 최근에야 검찰에 소환됐다. 호가호위하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온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수사가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포스코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먼저 지난 6년 간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목록을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다. 수의계약은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구조적인 비리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다. 두번째, 포스코의 브라질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형사 소송 취재 결과다. 한 토목협력업체가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데, 100억 원 가까운 공사대금이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협력업체는 이 자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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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브라질 검찰, 탈세 혐의로 포스코건설 수사
브라질 검찰이 최근 포스코건설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브라질 제철소(CSP) 공사에서 세금을 탈루하고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혐의다. 수사 대상에는 원청인 포스코건설 외에도 5~6곳의 우리나라 하청업체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실은 브라질 연방경찰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문서에는 브라질 연방검찰의 지휘로 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뉴스타파>는 브라질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6월 30일, 브라질 쎄아라주 연방경찰이 일선 경찰에 보낸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브라질 검찰 수사 지시 문서
쎄아라주 연방검찰청은 공문서(번호 n. 3218/2015/LEM/PR/CE)를 통해 수사지휘를 하달했으며…다음과 같이 처리함. 성 곤살로 두 아마란찌시에 적을 둔 포스코건설의 책임자와 까우까이아시에 있는 (포스코 하청업체) 브라코 건설사의 책임자가 상호 협의 및 협력하여, 한국인 근로자들의 급료를 브라질 노동부에 적게 신고하고, 나머지 큰 차액은 한국으로 불법송금한 사실…형사 소송법 제 22조에 의거한 외화 밀반출 혐의와 형사송법 제 1조에 의거한 조세 탈루의 혐의의 수사를 초동 수사 단계에 다음과 같이 처리토록 지시한다.
CSP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일관제철소다. 브라질 동북지역인 포르탈레자에 위치해 있다. 2011년 8월 착공해 2015년 9월 현재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국영기업인 광물업체 발리(50%)사가 대주주이며 우리나라의 동국제강(30%)과 포스코(20%)가 참여하고 있다. 연간 300만t 규모의 철강 반제품을 생산하게 될 CSP의 공사 규모는 총 5조 원으로, 국내 철강 회사의 해외 진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협력회사 실적 조작
이번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토목협력업체인 브라코(대표 박정근)가 올해 초 원청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벌인 게 단초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코는 포스코건설의 외화밀반출, 탈세, 횡령 등을 문제삼았다. 박정근 브라코 대표는 <뉴스타파>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 직원들의 임금을 브라질 정부에 허위신고한 뒤 환치기 수법으로 한국에 보내 세금을 탈루하는 데 간여했다. 포스코건설이 공사 대금을 횡령한 의혹도 조사해 달라고 브라질 검찰에 요청했다. 포스코건설이 사실상 관리해 온 브라코 법인계좌에서 사라진 1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찾아 달라는 내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검찰에서도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 박정근 대표 검찰 진술서
진술인(박정근)은 포스코사의 코크스 소장 김OO, 이OO 공무부장 그리고, 제강측 소장인 손 상무등이 브라코를 이용하여, 결국 브라코사에게 제강과 코크스측의 공사관련 일체의 세금과 각종 공과금등의 책임을 전가하고, 편법적 탈세 및 외화 밀반출 등을 통해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외에도 각종 뇌물의 공여를 위해 브라코를 이용한 사실을 파악하였으며, 2013년 3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13.000.000 헤알의(당시 한화 62억상당) 외화를 밀반출토록 하였으며, 이를 모두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이들은 김OO와 (브라코의 모기업이었던) 한국의 씨앤지사, 그리고 김OO이며, 이는 포스코사의 변호인단인 ** 이라는 로펌사의 자문과 계략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은 미화 6000~7000 달러 수준이었으며, 당연히 포스코사는 이 금액의 급여를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자 등록수첩(CTPS)에 약 미화 2000 달러 상당으로만 등록케했다.
▲ CSP 공사 현장 동영상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한 협력회사 브라코(BRACO)는 전남 여수에 있는 건설사 씨앤지엔지니어링(씨앤지)이 2012년 브라질 현지에 설립한 회사다. CSP공사 참여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설립 당시 씨앤지는 연매출이 15억원에 불과하고 해외공사 경험도 없었다. 그럼에도 CSP 공사에 참여해 1000억 원대 공사를 따냈다. 모기업인 씨앤지 연매출의 60배가 넘는 공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CSP는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사실상의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참여기업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다면, 씨앤지 정도 기업은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구조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원청인 포스코건설은 씨앤지를 공사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했다. 씨앤지가 해외공사 경험이 많은 중견 건설사 O산업의 자회사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있지도 않은 공사실적을 만들었다. 씨앤지 정OO 대표는 최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갖고 이런 사실을 고백했다.
포스코건설 이OO 부장이 씨앤지의 공사 실적을 부풀려 서류를 만든 뒤 CSP에 갖다 냈다. 씨앤지가 O산업의 자회사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포스코건설측이 다 알아서 한 일이다.
– 정OO 대표
브라코를 설립하고 서류상 대표를 맡았지만, 정 대표는 브라코의 경영에 전혀 간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브라코가 무슨 공사를 하는지, 공사비를 얼마나 받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브라코의 브라질 현지 사업 책임자(법인장)도 포스코건설이 일방적으로 지정해 줬다. 김OO라는 사람인데, 포스코건설은 김OO를 현지 법인장에 임명하는 것을 조건으로 브라코에 공사를 줬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공사 시작 이후 벌어졌다. 브라코로 들어온 공사대금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 대표는 2013년 2월 들어온 착수금(60억원)도 절반 가량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협력회사 인사에도 간여
포스코건설에서 공사비가 들어왔지만, 대표인 내게는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이 정해준 법인장은 나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2013년 8월 답답한 마음에 제가 브라질로 갔다. 그런데 법인장은 회사 대표인 나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포스코건설도 마찬가지다. 법인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열람했는데, 엄청난 규모의 돈이 어디론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2013년 2월부터 8월경까지 대략 300억원 정도 공사비가 들어왔는데, 그 중 90억원 정도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포스코건설과 법인장에게 돈을 어디에 썼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알려고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

▲ 브라코-포스코건설 공동관리약정 (Escrow Agreement) 사본
법인자금이 어딘가로 빠져나가면서 브라코는 경영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해 2월, 결국 브라코는 포스코건설에 공동경영을 요구했다. 사실상의 경영권 포기였다. 이때부터 브라코의 모든 자금관리는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포스코건설의 허가가 있어야 돈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브라코 법인자금의 의심스런 유출은 계속됐다는 게 브라코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8월에는 브라코의 주인이 바뀌었다. 정 대표가 자신의 브라코 지분을 모두 브라질 교민 출신의 법인장 박정근 씨에게 넘긴 것이다. 박씨는 대표에 취임한 직후 브라코 법인계좌를 열람했고, 그 과정에서 전임 대표인 정 씨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그 동안 브라코 법인계좌에서 사라진 자금은 총 100억 원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2014년 2월 포스코건설과 공동관리약정(Escrow Agreement)을 맺었다. 명목은 공동관리였지만 포스코건설이 모든 권한을 갖는 계약이었다. 돈거래에 필요한 법인 OTP카드도 포스코건설이 관리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이 직접 자금관리를 하는 동안에도 수십억원의 법인자금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포스코건설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사라진 자금은 총 100억원 정도 된다.
의혹의 수취인 ‘SP브라질’
<뉴스타파>는 정 전 대표와 박정근 현 대표 등의 도움을 받아 브라코에서 빠져나간 돈의 행방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두 시기에 걸쳐 자금이 집중적으로 사라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2013년 2월 첫 공사대금이 입금된 이후부터 그해 8월까지 약 30~40억 원이 집중적으로 빠져 나갔다. 이 시기는 포스코건설이 앉힌 김모 씨가 브라코 법인장을 맡던 시기다.
지난해 4월부터 8월 사이에도 수십억 원대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 때도 브라코 계좌의 관리 권한은 포스코건설에 있었다.

▲ 횡령 금액 의심 은행 전표 중 하나
브라코에서 인출된 자금의 수취계좌를 보면, 브라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법인과 개인이 여럿 등장한다. 개인의 경우 한국 사람 뿐 아니라 브라질 사람도 많았다.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수상한 돈흐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SP브라질’이란 기업으로 빠져나간 자금이었다. 7차례에 걸쳐 총 6억 원 가까운 돈이 이체됐다. 그런데 브라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 회사 대표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SP브라질’의 대표 정OO 씨는 2013년 포스코 하청을 받아 전남지역에서 사업을 하던 중 고의 부도를 낸 뒤 브라질로 도피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런데 정 씨가 고의 부도를 내 하청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준 뒤에도 포스코건설은 무슨 이유인지 정 씨에게 계속 사업을 몰아줘 문제가 됐었다. 정 씨는 몇몇 포스코건설 임원의 비호를 받으며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내용은 2013년 몇몇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전기공사를 담당했던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동광이엔씨는 수많은 업체에 돈을 갚지 않은 채 국내법인을 폐쇄했다. 그러나 동광이엔씨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브라질에 이름을 바꿔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포스코 해외건설 현장에 하청업체로 등록해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에도 포스코건설은 이 업체에 수백억 원대의 해외건설 일감까지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뉴스웨이 2013년 10월 22일(링크)
지난해 4월경부터 사라진 자금의 용처는 확인이 쉽지 않았다.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개인계좌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SP브라질쪽으로 흘러간 자금도 추가로 확인됐다. 정 씨의 친인척이 설립한 회사(VRC COMERCIO DE MATERIAIS DE CONSTRUCOES LTDA)로 3억 7000만 원이 이유없이 빠져나갔던 것이다. 박 대표는 “이 회사 역시 브라코 사업와는 이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최근 브라질 수사당국에 제출한 진술기록에는 이 시기 브라코에서 빠져나간 돈의 출처가 일부 들어있는데, 대부분 브라질 수도 상파울로에 사업체를 둔 의류회사나 여행사, 식당 등이었다. 박 대표는 “브라코 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도 있고, 관련이 있지만 금액이 부풀려져 지급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의 검찰 진술서 내용 중 일부.
1. 현지인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하OO와 그의 소유 회사를 통해 식대비용이 30% 부풀려 지불, 세금계산서를 일체 발급받지 않고 무단 지출. 약 660,000 헤알(2억 7천 5백)의 금액 횡령.
2. 법인장 김OO이 기획 부동산 업체를 통해 환치기 및 횡령 (한화 3억 2천 6백만원)
3. 법인장 김OO와 (SP브라질) 정OO 대표가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받아 횡령. (한화 3억 7천 8백만원)
박 대표와 브라코측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먼저 브라코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법인장 김모 씨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브라질에 머물고 있는 김 씨는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브라코사가 고용한 20대 초반의 회계부서 여직원이 돈을 빼돌렸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만 반복했다. 한 차례 전화통화가 이뤄진 후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측에도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만 전했다.
환치기 방법으로 임금을 지급한 적 없다. 외화밀반출 사실도 없다. 브라코에는 모든 공사비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브라코에서 벌어진 자금 문제는 포스코건설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CSP공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것과 관련 브라코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다. SP브라질 정모씨는 CSP공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포스코건설, 의혹 부인
브라코에서 사라진 돈의 행방은 아직 미지수다. 브라질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사라진 돈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관련자들의 개인비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회계적인 실수인지가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서류를 조작하면서까지 설립에 간여한 하청업체에서 탈세, 횡령 의혹이 불거진 점, 포스코건설이 사실상 관리해 온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이 발견된 사실만으로도 의혹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검찰은 이미 포스코가 국내외 공사현장에서 비자금을 만든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베트남에서 조성한 200억 원대 비자금은 이미 확인됐고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비자금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브라질에서 사라진 공사대금도 비자금 조성과 관련됐을 정황이 드러난만큼 포스코측의 해명과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

지구의날 46주년 "지구를 위한 나무"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세계적으로는 46주년이지만, 1990년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들이 남산을 껴안으며 기념한 것이 우리나라 '지구의 날'의 첫 시작입니다.
올해 '지구의 날'에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립니다. 지난해 195개 국가가 체결한 기후변화 '파리협정' 서명식이 진행됩니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해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구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후 1.5도 이내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자'는 약속이 '파리협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약속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재 모든 나라가 내놓은 기후변화 대책을 보면, 지구평균온도는 3℃ 이상 올라가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태양광과 같은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늘리면 미세먼지 저감, 건강증진, 좋은 일자리 확대와 같은 이익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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