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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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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2015년 11월호

익명 (미확인) | 화, 2015/11/10- 15:12

편집인의 글

 

엄규숙ㅣ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번호 복지동향 기획주제는 2016 년도 보건복지예산안 분석이다. 기초보장, 보육,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분야로 나누어 보건복지부 예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기초보장 분야는 2015년 7월 소위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이후 내년도 예산은 오히려 전년 대비 6%나 삭감되었다. 정부가 주장하는 탈수급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욕구맞춤형 개별급여’가 아니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예상했듯이 ‘예산맞춤형 분절급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이후 노정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동향에서 더 깊이 살펴보았다. 수급자 선정과정이 더 복잡해지면서 수급자의 권리 침해가 빈번해진데다가 부양의무자 족쇄는 여전히 강고하다.

 

보육분야는 전체 예산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선공약이었던 무상보육이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나고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마찰이 잦은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 몫인데다 어린이집 확충 등 인프라 투자도 최소 수준으로 시늉만 낸 듯하다. 확보된 예산은 대부분 보육료지원용이다. 영유아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수당 지원과 같은 현금성 지원이 작년에 이어 82%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예산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어들어 전체 보육예산 대비 0.6%에 불과하다. 작년도 실적도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기보다는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노력한 성과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보육료지원 예산도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구분하여 지원율에 차등을 두는 정책을 시행하여 모든 아동의 보육받을 권리가 분절화되고 경력단절 여성의 보육서비스 이용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보육공공성이 강화되기는커녕 약화되고 있다.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예산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취약계층 아동 관련 예산과 아동복지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위한 예산 감소가 눈에 띈다. 특히, 요보호아동에 대한 지원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일반회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복권기금이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떠넘겨졌다.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 장애인, 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과 달리 아동복지시설 운영 예산은 여전히 국고보조사업 환원에서 배제되었는데, 이는 정부가 보육사업 빼고 아동∙청소년 복지의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접근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인복지 분야 예산 규모는 전년대비 3.8% 증가했지만 후기 노인, 치매노인, 만성질환 노인의 증가를 고려할 때 여전히 부족한 편성이다. 대부분이 기초연금 예산이고, 장기요양서비스의 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늘어 가는데 비해 노인돌봄서비스의 질적 양적 축소가 확연하다.

 

다음으로 보건의료제도의 핵심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가입자수 증가율, 보수월액 증가율을 반영하지 않고 축소 편성되었다. 반면 서민의 쌈짓돈인 담뱃값을 인상하여 국민 건강증진이나 예방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창조경제 활성화’에 투입되고 있다.

 

장애인복지 분야의 예산은 소폭 증가하였지만, 노령 장애인 증가와 장애인 가구 증가를 고려할 때 충분치 못하다. 복합적 욕구를 갖는 장애인의 증가를 고려한 예산 소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예산 편성이다.

 

전반적으로 2016년 예산안은 지난 8년 동안 보수정부 하에서 진행된 한국 복지체제의 잔여주의화의 핵심인 (1) 선별적 소득보장체제의 공고화를 통한 시장의 역할 확대, (2)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및 공공책임성 방기, (3) 가족의 역할 강화로의 기조를 더욱 강화한 예산안이라는 이찬진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의 평가이다.

 

분야별로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한 것 뿐 아니라 복지예산의 지출구조를 변화시키는 조치도 같이 진행 중이다. 동향에서 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를 집중 조명해봤다. 지방자치에 위배되는 반 복지적이고 비민주적 정비이고, 주민복지욕구우선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수요자중심 복지와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비조치이다. 정부가 이 조치의 법적근거로 내세우는 법조항들이 견강부회일뿐더러 지자체 자체사업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정비조치임을 꼼꼼하게 따져봤다.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사회복지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의 예산 부담을 지방정부에서 의무적으로 함께 져야하는 현재의 예산제도 때문에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강행되면서 민주화에 역행하는 역사교육 퇴보 징조에 시민사회와 야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청소년들부터 원로 학자들까지 연일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지켜내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더니 역사 속에서 독재시대 국정교과서 귀신을 불러낸 정부여당이 뻔뻔스럽게 민생을 챙기자 한다. 좋다. 민생을 이야기 하고 싶다면 이번호 복지동향을 읽고 부디 서민의 팍팍한 삶을 돌아보시라. 점점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시민의, 국민의 분노가 작년에는 대한민국 치킨지도라는 자조적인 이미지파일로 SNS에 회자되더니 올해는 흙수저, 금수저 패러디로 더 적나라해지고 있다. 민심에 역주행하면서 민생을 외치는 참 나쁜 그대들이여.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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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으로 나누는 고민과 공감


광장종합사회복지관 복지동향 공부모임

광장종합사회복지관 복지동향 공부모임

김동규: 서비스제공팀 사회복지사
김태권: 사례관리팀 사회복지사
류세미: 지역조직팀 사회복지사
신명화: 지역조직팀 사회복지사

 

인터뷰 이경민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정리 조준희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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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종합사회복지관 복지동향 공부모임(좌측부터 류세미, 김태권, 김동규, 신명화 사회복지사) ⓒ 참여연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계의 흐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1998년 창간한 복지동향. 관심 있는 시민과 학계 연구자뿐 아니라 실제 복지 현장을 경험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두루 읽는 잡지가 되었지만, 보다 쉽게 복지 이슈를 전달하고 시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노력과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광장종합사회복지관에서 네 명의 사회복지사들이 복지동향을 주제로 공부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에 고마움과 걱정을 함께 안고 그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복지동향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이 따로 시간을 만들어 복지동향을 함께 읽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복지동향을 내용으로 공부모임을 한다고 들었을 때 아주 반가웠다. 어떤 계기로 복지동향 공부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나?
류세미 : 저연차 사회복지사들 중심으로 자신의 업무에 대한 확신, 자신감 향상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2015년에 공부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푸른복지출판사에서 발간된 책을 중심으로 공부를 해가면서 사회복지업무에 대한 점검을 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고 현장경험이 쌓이다보니 멤버들은 사회복지이슈에 대한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사회복지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각자 관심 있는 신문기사를 스크랩해서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했으나 신문기사가 객관적인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1년 전부터는 복지동향을 선택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신문기사보다 정보가 명확하여 만족스럽다.  


공부모임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류세미 :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 두 달에 한 번 진행하고 있다. 진행은 각자가 업무를 하면서 느끼고 고민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이후 복지동향에 대한 내용을 나눈다.


사회복지사 업무수행을 하는데 있어 복지동향 공부모임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지?
김동규 : 정보가 명확하다는 것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 좋은 이슈를 다룬다는 점이다. 그리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지게 되는 고민을 복지동향을 통해 해소해 가고 있다. 다만 자주 공부모임을 하고 싶지만 업무가 바쁘다 보니 모임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김태권: 복지동향의 주제가 공부모임 소재를 다양하게 해주고 실무에 도움을 주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심리적인 임파워먼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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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종합사회복지관

 

복지동향 중 기억에 남는 주제나 이슈 같은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신명화 : 각자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이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역팀에서 주민조직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민을 발굴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어려움이 있다. 매년 결과와 계획을 도출해야하는 점에 대한 부담이 있고, 무엇을 중점에 두고 사업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복지동향에서 지역사회복지와 마을공동체 관련하여 다루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김동규 : 복지동향에서 매년 보건복지분야 예산분석을 기획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인상적이다. 쉬운 글은 아니지만 보건복지영역을 거시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김태권 : 사례관리팀에 있다 보니 빈곤정책에 관심이 크다. 그래서 맞춤형 빈곤정책의 맹점을 다룬 주제가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부분들을 지적해주고, 시대적으로,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류세미 : 장기요양보호사 처우와 관련한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업무를 하다보면 클라이언트 가정에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많이 만난다.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노동환경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 인터뷰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클라이언트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복지동향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김태권: 복지동향은 복지계에서 일종의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동향은 주로 복지정책 분야의 글이 많은데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다루어주면 좋겠다. 실제 현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알려주면 생생한 복지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쉬운 언어를 사용하여 대중과 공감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류세미 : 공감한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우리도 어렵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복지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다보니 어쩔 수 없이 표현이나 내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표현이 더 쉬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하고 싶은 말은? 

류세미 :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 있다보니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문제제기부터 입법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김태권 : 덧붙이자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복지동향을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 복지동향을 통해 사회복지 현장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다보면 더 좋은 사회로 변화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동규 : 복지동향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 중 관심이 없는 분야는 잘 보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자극은 받는다. 정책의 변화를 파악하고 실천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는 기회를 준다. 

 

신명화 : 복지동향이 사회복지사와 관련 연구자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지길 바란다. 복지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본지식이 필요한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자료나 읽을거리 등을 함께 제시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실천현장의 이야기가 담기면 좋겠다는 의견을 얘기했는데,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공부모임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류세미 : 현재 4명이 공부모임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인원을 늘릴 예정이다. 최근에는 2명이 더 결합하기로 했다. 때로는 어려운 내용이나 궁금한 사항이 해결되지 않을 때가 있어 경력이 있는 선생님의 결합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복지동향을 통해 공부를 열심히 해 나갈 계획이다. 
 

목, 2017/06/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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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시민사회, 그리고 민주주의: 순환적 역동 1)

 

한동우 l 강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복지국가의 언어체계

 

시장자본주의체제 내에서 모든 국가는 복지국가이다. 복지국가는 시장자본주의의 반(反)명제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체제에 포섭되어 있는 한 그 국가는 복지국가이다. 시장과 가족의 상대적 존재로서 국가의 존재양식은 시장과 가족에 대한 국가의 개입정도와 범위, 그리고 국가-시장-가족의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복지국가 레짐(regime) 역시 이러한 국가의 존재양식을 복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 복지국가란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복지국가의 다양한 이념형들이 존재할 뿐이다. 복지국가의 이념형은 그 국가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험과 역동에 의해 결정된다. 

 

복지국가는 복지문제에 관한 국가주도(state-initiative)를 제도화한 체제이다. 국가주도성은 법률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국가의 모든 제도는 법률에 의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공공재정을 통해 실행을 보장받는다. 흔히 복지국가의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특정 제도의 도입여부 혹은 정부 지출 중에서 사회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는 것은 복지에 관한 국가주도성 정도를 따지기 위해서이다. 종종 이것이 복지국가에 대한 착시를 일으킨다. 복지제도의 다양성이 클수록, 그리고 정부의 지출 중에서 복지 관련 지출이 많을수록 그 국가를 적극적인 복지국가(국가주도성이 높은 국가로)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인 복지국가가 반드시 복지수준이 높다고 단정할 논리적 근거는  없다. 국가의 복지수준은 경제활동의 세 주체 - 국가, 시장, 가족 -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제도들은 특정한 언어체계(Bourdieu, 2004)를 통해 사회규범과 합의에 위배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조율된 범주 내에서 인간의 문제들을 파악한다. 이는 일종의 문화자본 독점을 통한 권력행위이다. 제도의 범주 내에서 인간의 문제는 제도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 유폐된다. 국가는 본질적으로 언어에 적대적이다. 인간의 다양한 문제와 욕구를 보편적인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는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시민사회의 언어는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에 국가는 언어와 법률담론의 표준화를 통해 사회에 대한 가독성(readability)을 높이려 한다(Scott, 1999). 복지국가에서 시민은 ‘국민’으로 호명된다. 모든 국민은 제도의 대상으로의 지위를 갖는다. 복지국가의 국민은 ‘국민연금가입자,’ ‘기초생활수급권자,’ ‘장기요양 3등급,’ 등으로 불린다. 시민사회에는 이러한 언어가 없다. 국가의 언어체계는 시민사회의 복잡한 생활을 무질서로 간주하고, 질서의 완성을 통해 무질서를 제거하려는 실현불가능한 꿈을 꾼다. 제도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야 하는 개인은 사회 내에서 자신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하기 보다는 제도에 의존하게 된다. 제도의존은 개인의 삶과 복지의 상당부분이 제도에 의해 보장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역설적으로 제도의 대상으로서 자신의 일대기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스스로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개인의 삶은 매우 모순적으로 구성되며, 그것을 해결해야 할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간다. 

 

복지국가는 일종의 기술결정론을 추종한다. 인간의 문제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 정보와 데이터 관리를 통한 합리적 제도설계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 사회가 동원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관료제적 제도화의 정도에 따라 그 사회의 복지수준이 결정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문제와 인간의 문제와 욕구는 언제나 구체적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치환되고, 제도는 이러한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결국 제도는 문제의 본질을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만드는 일종의 '프로그램'이 된다. 제도는 다양한 프로그램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므로, 사회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건드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제도라는 시스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마치 장기판 위에서 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히 많지만, 어떤 경우에도 말이 장기판을 벗어나는 경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권위주의적 국가와 허약한 시민사회의 조합에서 나타난다. 권위주의적 국가는 인간과 지역의 다양성을 간과하고 시민사회의 전통적이고 토착적이며 구체적인 지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보다 표준화된 시스템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다. 허약한 시민사회는 자신의 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상실할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이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제도와 시스템에 의존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거나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상호의존의 시민사회

 

인간 사회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면,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그 시스템에 적합한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시스템이 가진 기능과 역량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식이라야 한다. 최근 사회복지 뿐 아니라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이념적 토대를 구성하고 있는 생태담론은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한다.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는 다분히 자연발생적이다. 생태계 내에서 생명체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과 모양은 일종의 프랙탈(fractal)이다. 사적 영역에서 가족의 형성 원리는 작은 공동체가 형성되는 원리와 방법으로 복제되며, 지역공동체 등 더 큰 공동체의 원리와 방법으로 반복 복제된다. 그래서 모든 인류 문명에서, 국가 이전에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이고, 여전히 지구상에는 아직 미처 근대 국가의 모양을 갖추지 못한 지역도 있으나, 공동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시민사회는 시장과 국가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가족의 외부에 존재한다. 시민사회는 단순히 배타적 경계를 갖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주민들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유재(commons)을 두고 발생하는 개인 간의 갈등과 그 해결과정을 연구해 온 오스트롬(Ostrom, 1990)에 따르면, 정부나 시장보다 시민사회의 자발적 조직과 규범이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시민사회의 축적된 역량을 중심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국가나 시장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복지는 인간이 가족과 사회를 형성하는 원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수준의 제도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서구의 복지국가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며, 복지와 관련한 매우 중요한 유산이다. 그러나 그 제도 역시 인간 사회 구성의 기본 원리를 재확인하고 이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스웨덴의 복지국가 형성과정을 사민주의 정치이념의 역사적 성과물이라는 것을 강조한 버먼(Berman, 2006)의 지적은 의미가 크다. 버먼에 따르면, 스웨덴이 사회민주주의 정치철학이 제도적으로 구현되고, 그 결과로 가장 진보적인 복지국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공동체주의적 호소에 기반을 둔 좌파의 전략” 때문이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가장 적극적으로 전제되는 스웨덴의 복지국가도 그 바탕에는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시민사회가 있다는 것이다.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은 인간사회의 구성 원리를 함축하는 개념이다. 상호의존은 공동체의 어떤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과 떨어져서는 생존할 수 없는 일방적 의존 관계와는 다르다. 상호의존 관계에서 참여자들은 정서적, 경제적, 생태적으로 서로 의지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갖는다. 따라서 상호의존 관계는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참여자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정치철학 개념으로서 상호의존의 사회구성 원리는, 근대 국가 이후에는 국가와 시장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정치 논리와 빈번히 대치해 왔다. 복지국가 역시 국가의 역량과 주도를 비교 우선의 위치에 부여한 복지체제이다. 복지국가의 성장을 설명하는 이론은, 그래서, 하나같이 국가 주도의 제도주의를 확인한다. 국가 중심의 제도화는 사회복지 제도와 서비스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확대 재생산한다. 그것이 제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상호의존 패러다임에서의 복지체제는 제도와 서비스에 대한 인간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인간의 능력과 보살핌의 의지를 강조한다. 국가주도의 제도가 의학적 은유를 사용하여 문제 해결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상호의존 패러다임은 문제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가족과 지역사회에 담보되어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정치철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역량을 사회자본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사회자본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구성요소이다. 물론 특정한 제도를 통해 사회자본의 양이 더 많이 축적될 수도 있다. 요컨대, 사회자본과 제도는 상보적인 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자본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화폐를 매개로 거래되는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가 시민사회의 주체인 개인의 문제임에도 이를 둘러싼 무대의 주연들은 언제나 국가 또는 시장이었다는 점은 의아하다. 복지국가 논쟁을 둘러싼 담론들은 복지라는 공유재가 마치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선택적으로 소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복지국가는 복지라는 공유재를 정부라는 통치체로 실현되는 국가의 관리와 규제 하에 두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가정한다. 이것은 이념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양자택일에 상응한다. 공유재와 관련해서 시장과 국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국가와 시장은 모두 그 역동성을 공동체적 형태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그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다(Giddens, 1998). 

 

상호의존 패러다임은 비화폐적 교환(non-cash trad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적 영역에서 호혜적 관계를 통해 교환되던 서비스가 화폐경제 속에 편입되면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더 이상 상호의존적이 아니다. 화폐는 임금노동에 의해서 획득되며, 그러한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내몰려야 한다면 상호의존 패러다임은 성립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사회 내의 자원활동, 지역화폐, 조합운동 등은 매우 중요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활동 역시 제도권 내에 편입되어 있다는 점은 다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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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탈정치화와 민주주의

 

과학적 지식과 기술에 의존하는 제도공학적 사회에서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거나, 정치공간에서 주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으로 제도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규칙과 장치들로 부터 경쟁자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협력구조를 제공받는 정치 엘리트들은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배타적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정치공간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한편 제도의 대상자들은 정치공간의 주변부에서 제도의 수급권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권력게임에 몰두한다. 기술적으로 세분화된 사회문제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확장되어 가는 복지제도에 기인하는 이익집단정치는 반복지정치(anti-welfare politics)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생활세계 주체로서 개인의 정체성과 제도와 법률의 언어로 호명된 개인의 정체성 사이의 간극에서 혼란을 경험하는 개인들은 역설적으로 공동체를 찾아 헤맨다. 최근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공동체 열풍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동적 행동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제도화된 국가 공동체로부터 타자화된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성찰적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근대국가를 탄생시킨 계급으로서의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공간은 복지국가의 태동과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제도의 대상으로 파편화된 개인들이 구성하는 정치공간은 다분히 폐쇄적인 집단적 결속과 이해를 중심으로 한다.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개인을 폐쇄적인 가족 내부로 후퇴시키고 경력개발에만 몰두하게 했다면, 복지국가의 제도들은 개인들을 정치공론장의 외부에 주변화시켰다. 이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문제다. 복지국가의 형성과 팽창의 토대가 되어 왔던 정치적 역동이, 복지국가의 사회정책들이 정교한 제도들로 구축되어 갈수록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제도의 대상으로서의 개인은 대상으로서의 자격을 유지 혹은 확대하기 위한 권력게임에 참여한다. 이 권력게임은 제도와 개인 사이의 일대일 관계를 구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관계는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조차 개인 차원의 정치적 발언권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일방적이다. 따라서 개인들은 제도의 개선 혹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정치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정치적 연대는 제도의 수급권을 둘러싼 길거리 권력을 형성하게 된다. 

 

복지국가 정치공간의 분절화는 시장의 분절화와 닮았다. 분절된 공간 안에서 교환의 규범과 방식은 별개로 존재하며 작동한다. 내부 정치공간은 정치 엘리트들의 지위 투쟁의 공간이며, 주변부 정치공간은 제도 수급자들의 투쟁 공간이 된다. 적어도 두 개로 분절된 정치공간 사이에는 소통이나 교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투표에 의한 선거방식으로만 구현되는 대의민주주의의 형식적 합의에 의해 유지될 뿐이다. 개인과 가족의 복지 수준은 정치엘리트들의 이익과 제도에 의해 일시적으로 집단화한 수급 권력자들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다.

 

복지를 둘러싼 국가-시민사회-민주주의의 관계는 변증법적으로 순환한다. 복지국가의 제도는 시민사회의 참여와 합의를 통해서 수립되고, 시민사회의 역량은 제도화된 민주주의에 의해 조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복지국가의 제도들은 시민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형해화하고, 민주주의를 형식적 수준에서만 작동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국가-시민사회-민주주의의 순환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지배하거나 식민화하려 할 때 대립적이 되며, 결과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약화시킨다. 복지국가 체제를 통해 충분히 강화된 국가의 권력은 시민사회 역량의 조직화와 동원을 통해 합목적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형식적 수준에서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가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실질적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국가와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답이다.

 

 

1) 이 글의 일부는 다음 논문들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발췌했음: 한동우(2012) “복지국가와 시민사회: 제도의존을 넘어서,”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30: 57-77; 한동우, 최혜지(2015) “복지국가는 사적영역을 어떻게 식민화하는가,” 한국사회복지학, 67(2): 161-181.

 

[참고문헌]

한동우(2012). “복지국가와 시민사회: 제도의존을 넘어서,”『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30: 57-77.
한동우, 최혜지(2015). “복지국가는 사적영역을 어떻게 식민화하는가,”『한국사회복지학』, 67(2): 161-181.
Berman, S.(2006). The Primacy of Politics, 김유진(역)(2010).『정치가 우선한다』후마니타스.
Boudieu, P. 최종철(역)(2004).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새물결.
Giddens, A.(1998). The Third Way: The Renewal of Social Democracy, 한상진, 박찬욱 (역)『제 3의 길』, 생각의 나무
Ostrom, E.(1990).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Scott, J.(2009). Seeing Like a State: How Certain Schemes to Improve the Human Condition Have Failed. Yale University Press.

목, 2016/12/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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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수당으로서의 기초연금 확대 방안

-기초연금, 한국 사회수당의 핵심이 될 수 있을까?

 

주은선 |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다시 기초연금의 보편적 수당으로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앞당겨진 대선 국면에서 한국정치사상 처음으로 기본소득이 정책대안으로 논의된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조건을 부과하지 않는 보편적인 사회수당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기초연금이든 아동수당이든 현재 복지국가의 사회수당이면 어떤 것이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보다는 더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는 현행의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수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초연금은 함량미달의 기초생활보장 제도로는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한, 현재 노인의 광범위한 빈곤 문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제도이며, 동시에 노인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삶의 필요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제도이다. 특히 아직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는 주거, 의료, 돌봄 등이 상당 부분 시장을 통해 제공되고 있어서, 노인이 이를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갖는 것, 즉,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특별한 중요성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노인의 70%에게만, 최대 20만 원을 국민연금 급여에 거꾸로 연동해서 제공하고 있는 현 기초연금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데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현재 기초연금 제도가 가지는 문제들과 다른 사회에 대한 전망을 고민해보고, 기초연금의 보편적 수당으로의 전환을 고려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특히 다른 산업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45%를 넘어서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을 볼 때, 소득 및 자산에 대한 이러저러한 심사를 거쳐 약 30% 노인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이로 인한 재정절감 효과를 넘어서는 문제점들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보편적 수당도 아닌, 빈곤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적인 공공부조도 아닌 애매한 위상을 가진 한국의 기초연금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고, 보편적 수당으로의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만약 보편적 수당으로 발전한다면 어떤 모습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욕구와 보장의 커다란 격차: 한국 기초연금의 현재

 

한국의 기초연금은 대상만 보면 노인 대다수를 수급대상으로 하여 사회수당에 가까워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보편적 수당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오히려 노인 내부를 소득, 재산은 물론 국민연금 급여액 등 여러 가지 장치를 동원하여 분할하고 그에 따라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즉, 특정 기준들을 통해 노인 상당수를 보장에서 뚜렷하게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수당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한국 노인들의 소득보장 욕구와의 격차라는 관점에서 한국 기초연금제도의 특성과 이것이 초래한 결과를 살펴보자.

 

우선 기초연금의 대상 문제를 보자. 기초연금 대상은 전체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지급되도록 되어 있고 나머지 30%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러한 70 대 30의 분할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30% 제외의 기준은 자산과 소득 양자 모두로서 항상 자산만 있고 소득이 없거나 매우 낮은 노인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선별 기준의 경계에 있는 노인들은 매해 탈락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한 실제 급여 지급 집행률 역시 계속 70%에 미치지 못하였다. 2014년 7월 기준 노인 639만 명 중 약 410만 명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었고 229만 명이 제외되었다. 2015년 기준 집행률은 97.6%이며, 2014년 수급률(2015년 수급률 집계 중)은 66.8%로 1,826억 원의 미집행액과 3.2%의 미수급자가 존재한다(탁현우, 2016)1). 더욱이 기초연금의 대상이 전체 노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들이 기초연금 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제도설계로 인해 제도와 욕구의 괴리가 크게 드러나는 단적인 예이다. 이 문제는 현재 노인 가구 소득 3분위 이하에 속한 노인들의 평균 기초연금 수급액이 오히려 다른 소득분위에 비해 더 낮다는 것에서도, 기초수급자 노인의 7%는 아예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일부 드러난다(탁현우, 2016).

 

기초연금제도에서 노인들의 욕구와의 격차라는 관점에서, 전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작동 면에서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것은 급여액이다. 기초연금 급여액은 2014년 기준 개정 당시 10~20만 원 사이에서 차등화 되어 있다.2) 이는 기초연금 급여의 충분성 면에서도 여러모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액 20만 원은 주거비용이나 의료비용 중 어느 하나를 제대로 충족시키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이 기초연금 급여수준의 안정성과 충분성 문제는 장기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초연금 급여가 소득이 아닌 물가에 연동되어 있으므로 평균적인 소득수준 증가 속도에 비해 기초연금 급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연금액이 소득이 아니라 물가와 연동해 오르고,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감액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2014년 기초연금 급여의 증액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즉, 기초연금의 보장수준과 함께 장기적 안정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연금급여가 차등화 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이것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급여액 차등화 기준은 국민연금 급여액이다. 특히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급여 중 소득재분배값 a와 역의 관계를 가지는데, 최종적인 기초연금 급여액은 기준 연금액 20만 원에서 국민연금 중 소득재분배 값 a를 반영하여 삭감되도록 되어 있다. 즉,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역으로 연계된다.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하나는 워낙 국민연금 급여액이 낮은 가운데, 기초연금까지 삭감되면서 전체적인 저연금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도입된 것이 예외규정이다. 2014년 기준 국민연금 수령액이 30만 원 이하인 노인은 가입기간에 따른 기초연금 감액을 받지 않고 기초연금 급여 20만 원을 모두 받도록 한 것이다.3) 다시 이로 인한 소득역전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연금 급여가 30~40만 원인 노인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합이 50만 원에 못 미치는 경우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여 50만 원을 채우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기초연금액 차등지급 대상 노인 수는 많지 않다. 2014년 8월 수급 노인 중 388만 명에게는 20만 원이, 32만 명에게는 10~20만 원 차등지급 되었다. 다만 국민연금 제도 정착에 따라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007년 국민연금 급여삭감 조치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연금 저연금 문제는 상당 기간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초연금 급여삭감 대상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초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더불어 저소득 가입자의 국민연금 장기가입의 이점은 줄어들어 가입 유인이 떨어진다. 또한 이러한 차등지급 조치를 통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동시 보장이 이루어지더라도 공적연금의 전체적인 보장 수준은 이미 낮게 제한되게 된다.

 

기초연금은 재원 면에서 중앙정부 책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어 여타 소득보장제도와 다르며 특히 사회수당의 통상적인 재원조달과 다르다. 즉, 기초연금 재원에 대해서는 시도별 노인인구 비율과 재정 자주도 등에 따라 시군구도 차등적으로 부담 의무를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초연금은 전액 조세로, 국비와 지방비의 매칭으로 집행되며, 2014년 기준, 435.3만 명의 
노인에 대한 급여 지급을 위해 국비(5조 1,270억 원)와 지방비(1조 7,185억 원)가 집행되었다(탁현우, 2016). 이는 일견 합리적 기준에 의한 재정 분담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제 형평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분담은 그 자체로 지방정부가 전혀 정책결정의 재량을 갖고 있지 않은 수당의 재정 분담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갖는다. 실제 지방정부 재정부담은 과중하며, 결국 지방정부가 재량을 가지는 많은 사회복지 사업 수행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기초연금의 확충 문제는 지방정부 재정 여력이 아닌 전사회 차원의 필요와 중앙정부 차원의 재원 확보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 재정상태 등의 별개의 요인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은 문제이다.

 

요컨대 현 기초연금제도는 대상이나 급여 등으로 볼 때 국민연금 미수급 및 저연금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대응 장치로 설계되어 있으나,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이 되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초연금 대상 선정은 가장 소득보장 필요도가 높은 기초연금수급자 노인을 오히려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국민연금 미수급이나 저연금 문제를 완전히 보완하기에도 기초연금 급여수준은 불충분하다.

 

그 결과 기초연금 두 배 인상 결과 당연히 노인빈곤율이 떨어지긴 했으나, 그 범위가 획기적으로 감소하지는 못하였다. 즉 OECD 평균 노인빈곤율 12.4%와의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 그만큼 한국에서 노인빈곤의 심도가 깊은 가운데, 현재 기초연금 수준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인상된 기초연금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노인가구의 소비지출, 특히 식료품과 보건의료 항목 소비가 대부분 소득 분위에서 증가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탁현우,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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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기초연금 급여는 전체적인 공적연금의 보장수준을 A값의 30% 내외에서 억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국민연금 장기수급자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액 감액은 지금은 비중이 적으나,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새로운 불공평성 국민연금 가입유인을 떨어뜨리는 문제와 연결된다. 이는 기초연금이 공적연금의 전체적인 보장성과 급여 적절성을 높여 노인빈곤문제를 예방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더욱이 기초연금이 현재 노인빈곤문제에 선별적으로 대응하여 빈곤문제를 없애는 최소한의 역할조차도 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즉, 미래 노인의 저연금 및 빈곤문제가 기초연금을 포함하는 공적연금을 통해 획기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보편적이고 적절한 수준의 사회수당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기초연금의 보편적 사회수당으로의 발전은 앞서 설명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쟁점을 포함한다. 우선 대상과 관련한 쟁점만 보아도 여러 가지이다. 대상을 어느 범위까지 확대할 것인가?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전면적으로 제거할 것인가? 그렇다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을 포함할 것인가? 급여 설정과 관련된 쟁점을 보아도, 기초연금 급여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기존에 존재하는 기초연금 급여액과 국민연금 a값(재분배요소)과의 연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급여의 물가연동 방식을 유지할 것인가 등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분담 방식 조정 문제도 개혁을 요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함께 공적노후소득보장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전망, 그리고 기초연금 확충의 재정 전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보자.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낮다. 2016년 6월 기준 특례연금을 포함한 노령연금 월 평균액이 약 36만 원에 불과하며, 특례연금을 제외한 노령연금액은 약 49만 원 수준이다. 유족연금 급여액은 약 26만 원으로 기본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러한 저급여의 핵심 원인은 국민연금 역사가 짧아 가입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이후에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다소 길어져도 법정급여율이 40%로 낮아져 역시 국민연금 급여액 증가 수준에는 한계가 많다. 2040~2070년 사이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20~23% 사이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광범위한데 2015년 현재 국민연금 수급연령인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전체 노인 678만 명 중 245만 명으로 36.4%에 불과하다.4) 고용불안정 문제가 심화되면서 당분간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하면 국민연금의 노후보장기능이 상당 기간 제한적일 것이므로, 한국에서 공적연금의 전체적인 기능의 향상은 상당 부분 기초연금의 확충에 달려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기여방식 국민연금 급여수준 전망치가 앞으로도 낮다는 것은, 무기여 기초연금이 발전할 수 있는 한계치 역시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꾸준한 기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이 낮다면, 무기여 기초연금 급여수준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 역시 높아질 수 없다.

 

기초연금 소요 재정전망을 보자.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초연금 지출 예상액은 2060년 기준 GDP 대비 2.6% 미만이다. 노인 전체에게 실질가치로 20만 원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초연금 지출 예상치는 2020년 GDP 대비 1.2%, 2040년 3.1%, 2060년 4%이다(국민행복연금위원회 6차 회의자료). 국민연금 수준이 그대로인 경우, 현 20만 원 급여수준에서 기초연금 대상범위만 보편화시킬 경우, 공적연금 지출 총액은 2040년 GDP의 7%, 인구고령화가 절정에 달하는 2060년경에는 GDP의 10.5%가 된다. 한편 급여액을 30만 원으로 인상시키고 대상범위를 보편화시킨 기초연금은 지출 예상치는 2020년 경 GDP의 1.8%, 2040년 4.65%, 2060년 경 6% 수준이 된다. 이러한 지출수준이 감당가능한 수준이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또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전체 공적연금 지출은 이미 GDP의 10%를 넘어섰으며, 기술 및 생산부문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면, 그리고 2060년 경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가 유례없이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임을 고려할 때 긍정적 판단 역시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기적 전망은 그야말로 경향을 예측한 것으로, 다양한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초연금에 대한 바람

 

기초연금이 보편적 사회수당으로, 혹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선 현재 조정이 필요한 것을 먼저 생각해 보자. 우선, 급여제도의 조정이 필요한데,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기초연금 급여의 국민연금과의 연동이 폐지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향후 발전 전망에도, 나아가 전체 공적연금 수준을 앞으로도 낮은 수준으로 억제시키는 핵심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인 필요를 보장한다는 기본 목표를 고려할 때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현금급여를 합산한 금액이 실제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노인에 대해서도 기초연금 급여는 지급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의 연동 방식이 물가연동이어야할지, 임금연동이어야할지, 혹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연동이어야 할지 등의 문제는 장기적인 보장성과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이지만, 이는 아직 시급한 개혁과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동방식 선택은 보장의 목표에 따라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 및 급여제도의 어떠한 조정이 이루어지든 그 모든 것에 앞서서 기초연금의 재정조달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즉, 기초연금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분담이 아니라 중앙정부 예산에 의한 전액 부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기초연금이 전형적인 사회수당이든, 혹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하든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러한 개혁이 선행되었다는 전제 하에서 한국의 기초연금은 전형적인 사회수당제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어떠한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선 기초연금의 대상범위를 100%까지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자산 및 소득기준의 적절함이 계속 논란이 되고, 빈곤노인에 대한 적정 보장이 계속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는 대상범위 보편화의 이점이 적지 않다. 대상 보편화로 인한 재정 문제나 자원투여의 효율성 문제는 과세제도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보완가능하다. 기초연금을 전액 과세소득으로 포함하고, 이를 다시 기초연금 재원으로 바로 투입하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어디까지 인상하여 얼마만큼의 보장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최근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30만원 수준, 즉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약 15%에 근접하도록 하자는 제안, 나아가 40만원, 20% 수준까지 올리자는 주장이 있다. 현세대 노인의 생활상의 필요라는 점에서 기초연금 급여수준 인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초연금 급여수준은 현재와 미래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에 의해 제약된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 노령연금 평균 급여액과 미래 급여액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기초연금 급여를 40만 원 수준까지 높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더 낮춘다면 이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사회수당으로서 기초연금제도의 발전은 불가능하지 않다. 기존 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는 가능하다. 그것이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에 갖는 긍정적 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회수당으로서 기초연금제도의 본격적인 발전은 무기여 기초연금과 기여에 의한 국민연금의 역할 분담을 고려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복지국가의 전체 틀에 관한 문제이다.

 


1) 탁현우(2016), 기초연금의 소득분위별 효과분석

2) 2016년 3월 기준 기초연금 급여액은 단독수급시 20만 2,600원, 부부수급 32만 4,160원이다. 부부 동시 수급시 1인당 급여액은 20% 감액된다.

3) 이 단서조항은 정부안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국회 통과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정당간 협상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2014년 기준 20만원을 모두 받는 노인 수를 애초 394만 명에서 약 12만 명 추가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4) 유족연금, 장애연금 수급자까지 포함한 수치로서 노령연금 수급자만 계산하면 전체 노인의 31.5% 정도이다(신경혜(2016), “연금수급률의 해석” <연금이슈 & 동향분석> 31호. 5쪽). 

토, 2017/04/0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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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총론

민생안정보다는 공공성의 훼손과 시장화의 촉진을 위한 예산

 

남찬섭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반적인 평가

현 정부는 2017년도 예산안 편성의 기본방향으로 ①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뒷받침, ② 경제활력 회복과 미래성장동력 확충, ③ 민생안정과 국민안심 국가 구현의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이 중 보건복지부 예산을 포함한 사회부문 예산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은 민생안정으로 관련된 투자중점 사항으로는 ① 결혼, 임신·출산, 양육, 일가정 양립 등 저출산 극복 ②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예산안 편성의 기본방향으로서 정부가 내세운 민생안정이 저출산 극복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확대로 달성될 수 있는지는 논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그것으로 민생안정이 달성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정부가 편성한 2017년도 예산안이 민생안정의 실현에 효과적일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지출예산의 증가율은 3.7%로 2016년 지출예산의 증가율 2.8%보다는 높지만 2010년부터 2015년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5.7%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더욱이 민생안정에 밀접히 연관된 사회부문 예산의 증가율은 5.3%로 2013년도 5.2%의 증가율을 제외하면 2010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또한 2017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57.7조 원으로 전년도 56.2조 원 대비 2.6% 증가하여 작년도 예산안에 이어 이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계속 보이고 있다.

 

세부적인 평가

정부가 편성한 2017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을 살펴보면, 2016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 편성에도 일부 나타났던 경향으로 사업대상자의 규모를 축소 계상하여 예산안을 감소 편성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사업의 경우, 사업에 포함되는 많은 급여에서 지원대상자 규모를 축소 계상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원대상자를 축소 계상하면서도 그 근거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컨대 교육급여는 최근 학생 수 감소를 반영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급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에서 지원대상자를 축소 계상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디. 게다가 생계급여는 수급자 수는 축소 계상하였지만 수급가구는 1인가구의 증가를 근거로 증가할 것으로 계상하였고 주거급여는 수급가구를 무려 5만 가구나 축소 계상하여 일관성도 결여되었다. 최근 빈곤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초생활보장사업의 수급자 규모를 축소 계상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다.

 

대상자 축소는 노인분야사업의 일부사업과 장애인분야사업에도 나타난다. 노인분야의 경우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가사서비스와 노인돌봄종합서비스의 대상자가 축소되었고, 장애인분야사업의 경우에는 지극히 일부 사업(차상위층 장애수당)을 제외하면 상당수 사업의 대상자가 축소 계상되었다. 노인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장애인 빈곤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노인분야의 일부사업과 장애인분야의 지원대상자를 축소시킨 것 역시 납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처럼 지원대상자 규모를 축소시킨 사업들은 지원단가를 동결했다. 지원단가의 동결은 사실상 지원수준의 삭감이지만 지원대상자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에 대해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받게끔 해줌으로써 지원대상에서 탈락된 사람들과 이들을 분리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는 수급조건을 까다롭게 하여 혜택과 손실이 사람에 따라 달리 나타나게 함으로써 급여축소의 효과를 집단별로 각기 다르게 하는 분할전략(division)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장애인분야사업에서 잘 드러난다. 기초수급자 대상의 장애수당 예산에서 지원대상자를 축소한 것은 장애등급 재판정, 신규신청자 재검사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이와 같은 재판정이나 재검사는 수급조건을 엄격히 하는 전통적인 수단이다. 이러한 분할전략은 복지축소에 따르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동원되는 전략의 하나다.

 

그리고 지원대상자를 예상하기 어려운 사업에 대해서는 이용량 축소 편성(예: 시간차등형 보육지원), 사업량 축소(예: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민간기관종사자들의 인건비 동결(예: 노인보호전문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보조금 삭감(예: 자립생활센터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이러한 방법은 급여축소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급여축소가 민간기관종사자들의 사기저하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축소에서 온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급여축소의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전략은 모호화전략(obfuscation)이라 불리며, 이 또한 복지축소에 따르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동원되는 전략의 하나다.

 

최근 정부는 재정건전화법의 발의 등을 통한 재정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2017년 예산편성지침에도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명시된 바 있다. 내년도 예산편성지침에 명시된 재정개혁에는 「재정건전화법」 발의 외에 재량지출의 구조조정과 유사·중복 통폐합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민생안정을 예산안 편성의 기본방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재정개혁이라는 목표에 민생안정이 희생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점에서 위에서 말한 ‘분할전략’과 ‘모호화전략’이 이미 2016년도 예산안 편성 때부터 정부에 의해 복지축소의 전략으로 동원되어왔고, 2017년도 예산안 편성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된다. ‘분할전략’과 ‘모호화전략’은 혜택을 축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동원되는 전략이다. 특히 취약계층에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향후에도 이와 같은 전략의 활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외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예산은 삭감하면서도 공공형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확대 편성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민간전달체계의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나아가 바이오헬스신산업 인프라 구축, R&D 확대, 해외진출 촉진 등 한의약산업 육성과 한의약선도기술개발지원, 의료IT융합산업육성 인프라 구축사업, 원격의료제도화 등을 위한 예산 확대에 적극성을 드러내 ‘의료영리화’를 촉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보건사업은 시민감시는 고사하고 시민과의 기본적인 소통조차 외면한 불투명한 정책결정과정에 의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보건의료관련정보가 정부의 비식별화 조치라는 결코 안전하지 않은 방패막이를 근거로 영리사업자들에게 허용될 위험에 처해 있다.

 

전체적으로 현 정부의 예산안은 민생안정이라는 기본방향의 공식적 천명에도 실제로는 ‘분할전략’과 ‘모호화전략’ 등에 의한 취약계층예산의 삭감,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의한 보건의료산업화 추진, 민간전달체계의 확충 추진 등 공공성의 훼손과 시장화의 촉진이라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 2016/11/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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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복지국가로 가고 있는가

 

 

이은주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증발된 복지 이슈? 가까워진 복지!

정권교체 이후 순탄한 듯 보이는 100일이 지나갔다. 정책을 추진해야 할 사람들이 결정되고 정책의 상세한 윤곽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정책이 제일 먼저였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복지제도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선언한 ‘문재인 케어’와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8월 10일 전후로 보도되었다. 필요로 했던 내용들 그리고 급히 개선, 추진되어야 했던 정책들이기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안심이 되는 부분은 우리 사회가 복지정책을 받아들이는 패턴에 조금이나마 변화가 보인다는 것이다. 복지는 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대책, 선별주의에서 머물러왔지만 점차 사회안전망의 역할로 전환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노동시장과 복지와의 관계 설정에서 복지는 일자리에서의 탈락을 보완하는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이라는 3대 핵심 정책은 고용-노동-복지의 소위 ‘황금트라이앵글’의 작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든 불리한 상황이 중첩된 근로빈곤층만 해도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 빠른 복귀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자활과 자립의 종착점은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복지’는 안전망으로서 노동시장에서의 탈락한 사람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즉 노동자로서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는 도약판(springboard)이다. 1차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이 불안정한 사회구조에 의해 탈락한 이후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와 재분배를 통해 작동하는 시스템 내에서 회복을 돕는 것이 복지정책이다. 황금 트라이앵글은 이런 상황이 잘 작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덴마크에서 20년도 더 된 황금트라이앵글을 국정과제에 명시한 것은 어디든 펼쳐져 있고, 곳곳에 구멍이 나지 않은 안전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우려도 있다. 제도가 잘 만들어지고 시대 변화에 맞게 수정 보완해 가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제도나 정책에 가려서 ‘사람 중심’이라는 가치가 공허한 외침으로 남지 않을까라는 기우이다. 정책이 사람을 무시하고 제도가 사람을 간과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시스템이 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책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며, 사람이 정책과 제도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정부는 사람을 앞에 내세우지만 여전히 촘촘하게 ‘사람 먼저’가 다가오지는 않는다. 국민인수위원회 보고대회는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현장의 얘기를 듣는 것은 지난 불통의 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소통이 되니까 이제 변화도 보고 싶고 그 변화를 체감하고 싶다. 100건의 정책제안이 1차적으로 국정과제에 반영된 이후 광화문 1번가를 통해 들어온 정책은 총 18만여 건, 그 중에 17,000여건의 정책들이 추가적으로 논의 중이라는 보도만 되었다. 이미 대국민보고대회가 끝났으니 공중분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은 일상의 복지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정권교체 이후 정권교체라는 현상 자체가 가져온 근거 없는 믿음과 안심 때문인지 복지국가의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제도들의 세팅은 비어 있는 부분이 많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거나, 혹은 너무 과도한 부분도 많다. 그래서 오죽하면 박근혜 정부는 중복사업을 없애는데 주력했을까. 복지비용이 낭비라는 전형적인 보수의 프레임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꾸준하고 철저하게 진행되어 온 결과, 제도는 넘쳐나는데 정작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복지욕구는 늘어나지만 수용되는 요구는 찾아볼 수 없는, ‘정책과 국민과의 분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혹은 정책 사이의 균열상태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수정과 보완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길을 갈고 닦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참여연대

 

지켜보는 복지에서 만들어가는 복지로

IMF 이후 급격히 확대된 복지제도를 되돌아 보건데, 노동 기반으로, 노동을 근거로 한 복지제공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분배였다. 하지만 그런 노동기반이 불안정해지는 지금 상황에서 어떤 복지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분산되어 있거나 논외로 빠져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사각지대 문제는 이제는 사각지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에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고착화된 결과이다. 복지체감을 해야 하는 현장은 분산되어 있는데 이를 연결하는 안전망은 실핏줄처럼 퍼지는 것이 아니라 듬성듬성 큰 줄기만 강조되어 있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이 강화된다고 하니 복지는 다 실현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동안은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느라 바빴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또 다시 질문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가 알아서 한다니 잘 하는지 지켜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여기서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방식처럼 누굴 먼저 보호하고 누굴 먼저 챙겨야 하는가를 따지고 알려주는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위험은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위험도 양극화된 계급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노동시장의 뒷받침도 약해졌고, 따라서 사회보장의 개념도 변화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복지국가의 역할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제도와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 정책과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이런 길은 아주 멀고 돌아가는 길일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 수도 있다.

정부의 신뢰회복을 원한다면 우리가 그 정부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뽑는 것’과 ‘신뢰’ 사이의 연결성은 분명하지만, 막상 투표행위를 할 때는 다시 ‘사람 먼저’ 보다는 전문성과 똑똑함에 기대곤 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무거운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실용성, 실현가능성이라는 목표수준, 즉 현실적인 수치가 가지고 있는, 혹은 감추고 있는 비겁함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요구해야 한다. 복지국가가 실현되려면 시민들이 할 일이 너무 많다.

금, 2017/09/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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