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2015년 10월 셋째주, 제네바에서는 무슨 일이?

지역

2015년 10월 셋째주, 제네바에서는 무슨 일이?

익명 (미확인) | 목, 2015/11/26- 15:19

2015년 10월 셋째주, 제네바에서는 무슨 일이?

-2015년 제네바 자유권심의 후기

 

국제연대위원회 방서은

 

 제네바에 갔다온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갑니다. 뉴스레터에 제네바 자유권 심의 후기를 쓰기로 해놓고 몇번이나 글을 지웠다 다시 썼다를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자유권심의에 대한 개관으로 시작하는 보고서 형식으로도 써봤다가, 제네바에서의 하루 하루를 소개하는 기행문 형식으로도 써봤다가…이내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 휴지통으로 버려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판을 두드리며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독자의 수준을 상정하지 않고 제가 느낀 자유권심의와 유엔 매커니즘, 한국 시민단체의 국제연대에 대한 감상 정도를 나열해보기로 했습니다. 읽기도 전에 벌써 무척이나 산만하고 정신 없는 글이 될 것 같지요?

 

인터넷 검색창에 ‘자유권심의’라고 적고 검색키를 누르면, 지난 11월 6일 유엔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내린 권고에 대한 기사들이 수두룩하게 검색될겁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하라는 권고, 양심적병역거부에 대해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로 수감된 사람들을 즉각 석방하라는 권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만들라는 권고 등등 유래없이 강한 권고가 나왔다는 기사들이 눈에 띄실겁니다. 그렇습니다. 유엔은 한국 정부에 유래없이 강한 권고를 내렸고, 몇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1년 안에 이행현황에 대한 보고를 하라고 제안하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유엔에까지 우리 정부의 무능함과 한국의 비참한 인권상황이 알려져서 창피하다고도 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유엔이 뭔데 남의 나라에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고 핏대를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이 정부는 이번 권고에 대하여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자유권심의위원회의 권고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자체논평과, 기초적인 외교영어 마저도 오역하여 진의를 왜곡해버리는 수준이하의 행동으로 또한번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자유권 심의

 

정부는 이번 자유권심의에 무려 39명의 인원을 파견하며 강한 인해전술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각 부처에서 거의 한 사람씩 담당자가 파견되었고, 덕분에 민변을 포함한 11명의 NGO들은 일당백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390명이 와도, 아니 정부부처 관계자 모두가 제네바에 왔다한들 정부 답변의 퀄리티는 단 3명이 온 것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부는 자유권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질의에 2010년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줄줄 읽었기 때문이지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우리는 우리 정부의 수준과 일개 부처 담당자가 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NGO들로써는 나와 있는 자료만으로 대답하는 정부를 대응하기가 훨씬 더 쉬웠기 때문에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참고로 NGO들은 날밤을 새어가며 심의 하루 전날 자료까지 업데이트를 한 보고서를 위원들에게 ‘쪽지예산’ 밀듯이 밀어넣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보고서 Reading contest에 위원들의 심기는 불편했나봅니다. 나이가 지긋한 위원은 “우리는 당신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이미 다 읽었다. 우리가 질의하는 것은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 궁금해서이다. 보고서를 그냥 읽는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라고 ‘서양식’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2일간의 심의 내내 정부의 보고서 읽기는 계속되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법적구속력이 없듯이, 유엔 자유권심의위원회의 권고도 법적으로 정부를 구속할 힘은 없습니다. 정부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 그만이고, 국가보안법 7조를 폐지하라는 권고를 무시하고 7조를 폭넓게 해석한다해도 정부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다른 83개 NGO들이 1년 가까이 이번 심의를 준비한 것에 비하면 정말 숟가락 얻는 정도로 뒤늦게 합류했는데요, 그러면서 제네바에 있는 내내 든 생각이… ‘이거 왜하지?’ 였습니다. 정부는 권고를 무시해도 되고, 권고를 무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권고를 쭉 무시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날밤을 새어가면서 관광 한번 못하고 여기서 뭐하는 짓인지… 그런 의문을 배가 시킨 것은 같이 간  NGO 담당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들도 권고가 법적구속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텐데, 왜 저렇게 온몸 바쳐서 열심히 하는 걸까? 제 나름의 결론은, 그래도 없는것보다 있는것이 낫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도둑질 두번 할 걸 한번으로 줄이듯이, 유엔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자기 억제 기제가 될지는… 상식의 영역에 맡기겠습니다.

 

민변 국제연대위원회는 국내의 이슈 중에서 국제연대가 필요한 영역이 있으면 국제연대의 섹터를 모색하고 방법을 고민하는 민변 소위원회입니다. 하지만 제가 제네바에서 유엔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으로 과연 제대로 된 국제연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민단체의 국제연대는 더이상 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미국 대법원의 동성애결혼 판결의 이면에는 다양한 단체들의 연대가 있었고, 국제 국내를 망라한 다양한 집단들의 연대가 아니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연대는 더이상 국제연대위원회와 같은 작은 소그룹의 단독 영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변의 경우를 생각하면, 각 위원회에 국제연대를 담당하는 인력이 필요하고, 각 위원회의 이슈 중에서 국제연대로 풀어나가야 할 주제를 선정해서 국제연대위원회와 협력하여 국제연대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다른 시민단체에도 유엔을 비롯한 해외 단체와 교류하고 연대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는 등 국제연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지금의 어려운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법무부는 얼마 전 이번 유엔자유권위원회의 권고와 관련하여 보도자료 하나를 내보냈습니다. 보도자료는 권고에 대한 민변 이재화 변호사의 해석에 대하여 반박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자유권위원들이 대표단의 성의 있는 준비와 충실한 답변에 대해서 감사를 표시한 적도 있었고, 한 위원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인권선진국으로서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다만 국제사회의 기대수준이 높은 점을 양해해 달라’ 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와 저는 2015년 10월 22일과 23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같은 옷 다른느낌’도 아니고 같은 말 다른 해석 수준을 넘어서, 다른 말 다른 해석인가 봅니다. 통역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자평하던 법무부의 보도자료에 대해 Fact를 제시하는 것으로 이상 제네바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자유권 위원들의 감사 표시는 2시간의 거센 질의를 시작하기 전 한 외교멘트 수준이었고, 그 후 2시간 내내 엄청난 질의가 쏟아졌으며, 정부는 통역을 신경쓰느라 지나치게 천천히 답변하다가 시간내에 답변하지 못하였다. 한 위원의 마지막 말은, ‘대한민국의 인권은 같은 수준 국가 그룹의 기준으로 충분하게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연하자면, 대한민국은 더이상 인권후진국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높은 그룹으로 들어왔는데, 같은 그룹 국가들의 수준과 비교할 때 인권 상황이 형편없다는 뉘앙스였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故 최영도 변호사님 유작 출간 기념회 참석 후기

민경한 변호사

 

11월 1일 민변에서 지난 6월 별세하신(80세) 모임의 창립회원이고 회장을 지낸 최영도 변호사님의 유작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보정판)’ 가 출간되어 이를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하였다. 젊은 회원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중진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사무처에서 참석후기를 부탁했을 때 내가 최변호사님 생애나 예술 세계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 망설이다가 몇 가지 인연이 떠올라 승낙하였다. 내가 초대, 2대 지부장을 지낸 민변 광주, 전남지부 개소식 때(1999. 9.) 당시 민변회장인 최변호사님이 사무총장 등과 광주까지 내려와 축하해 주고 뒤풀이 까지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변협 인권이사(2013, 14년)때 보수적인 집행부에서 인권사업을 하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최변호사님이 오래 전, 보수적인 변협 집행부에서 인권이사로 고생하신 경험담을 들려주며 자주 격려해 주셨다. 돌아가시기 전날 장주영 변호사와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문병을 갔는데 무척 고통스러워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최변호사님을 멘토로 최변호사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며 최변호사님 일대기를 쓰고 있는 한양대 박찬운 교수가 최변호사님의 법률가로서의 삶과 예술세계와 활동을 PPT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최변호사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1971년 1차 사법파동을 주도하며 작성한 속칭 ‘사법권 독립선언서’와 판사 사직서 사본을 지금까지 간직하여 최근에 유족들이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어서 위 책과 작년에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를 출간한 출판사 편집자인 서울법대를 나와 서울음대 대학원을 나온 김세중씨가 위 두 책의 편집 과정의 뒷얘기와 최변호사님의 예술세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아주 디테일한 퀴즈 3문제를 냈는데 회원들이 잘 맞추어 최변호사님이 과거에 출간한 책을 선물로 주었다.

 

2부에선 최변호사님 고교 후배로 최변호사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이덕우 변호사님, 최변호사님과 티벳, 돈황 등 여러 곳을 함께 여행한 박용일 변호사님이 패널로 참석하여 최변호사님과의 인연과 여러 에피소드를, 소설가인 정소연 변호사는 책에 대한 소회와 편집의 어려움 등을 얘기해 주었다. 최변호사님은 여행 시 밤에 숙소에서 당일 행적을 정리하고, 사진 뒷면에 일시, 장소, 설명을 적어놓으신다고 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감상과 수집, 저술, 여행 등 왕성한 활동과 풍부한 예술적 소양, 인문학적 향취를 지닌 최변호사님이 너무 부러웠다.

 

 

대체로 법조인들은 음악, 미술, 문화재, 예술서적 저술 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어렵고 예술적 향기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최변호사님은 40여회, 52개국, 310곳의 유적지를 다녀온 뒤 여행기를 남겼고, 오랫동안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수집한 토기 1700여점을 국립 중앙박물관에 기증하여 2층 기증관에 ‘최영도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 문화재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고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과 안목으로 각 분야마다 기행문 ‘앙코르, 티베트, 돈황’, 클래식 음악 에세이 ‘참 듣기 좋은 소리’, 아시아 고대 문화유산 답사기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 이번에 서양미술을 총결산한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를 출간하셨다. 최변호사님은 어릴 적부터 유복하고 문화생활에 친숙한 가정에서 자라 예술적인 DNA가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적 소양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하면서 최변호사님과의 인연이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고인에 대한 추모의 시간은 계속되었다. 내가 우스개로 후배들에게 ‘최변호사님을 롤 모델로 삼을 수도 없고 롤 모델로 삼지도 마라. 보통 변호사들은 음악, 미술, 문화재, 전문가적 저술 중 한 개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데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인 최변호사님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예술적 소양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도 민변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인권신장과 민주화에 공헌하셨으니 너무 부럽고 멋지게 살다 가신 선배 변호사님이시다. 

The post [[회원월례회] 민변 11월 회원행사 – 故 최영도 변호사님 유작 출간 기념행사 참석 후기 / 민경한 변호사 appeared first on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민변.

금, 2018/11/09- 15:43
44
0

노동위원회 활동소식

강남역 8번출구 앞에서 기다립니다.

 

아침 여섯시가 되면 이내 시끄러워 집니다. 잠이 모자라지만 주변을 지나는 사람과 자동차가 쏟아내는 소음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주섬주섬 일어나 비닐을 걷어내고 밤새 구부정했던 몸을 폅니다. 축축해진 침낭을 넓게 펼치고 농성장 안을 정리합니다.

 

아침 선전전을 합니다.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전단을 건네고 직업병 피해자의 사진이 붙은 피켓을 듭니다. 마이크를 잡고 우리가 길바닥에서 먹고 자는 이유를 알리기도 합니다. 인근 도시락 가게에 가서 따뜻한 국이 포함된 도시락을 사 옵니다. 아침을 먹는 동안 낮 지킴이 당번이 도착하면 반갑게 맞습니다. 그들에게 농성장을 맡기고 강남역을 떠납니다. 그날의 일정에 따라 법원으로 혹은 사무실로 갑니다.

 

저녁 시간이 되면 다시 농성장에 옵니다. ‘이어말하기’ 프로그램에 초대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합니다. 인근 식당에서 배달 주문한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합니다. 농성장에 앉아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와중에 짬짬이 소송 준비도 하고 글도 씁니다(전자소송 시스템은 제게 축복입니다).

 

저는 3년차 변호사이자 3년차 활동가입니다. 사법연수원 졸업 후 바로 ‘반올림’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상근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주로 산재 피해노동자 상담, 산재신청 대리, 산재소송 대리, 전자산업 노동건강권 관련 연구를 해왔지만, 한달 전 부터는 강남역 8번출구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로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매일 농성장에서 자는 것은 아닙니다. 당번제를 운영하는데 마침 오늘 밤은 제가 당번입니다.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황상기 아버님도 함께 노숙을 하십니다. 영화 ‘또하나의 약속’의 실제 주인공인 그 분입니다. 8년 전,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딸의 영정을 안고 거리로 나섰던 그 분이 이제는 아예 거리에 자리를 깔고 눕습니다. 삼성LCD 뇌종양 피해자인 혜경씨와 어머님도 함께 하십니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아니, 반올림으로서는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삼성은 지금 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는데, 삼성의 입만 바라보는 언론들은 마치 이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보도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삼성은 일부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돈으로 회유하려 했습니다. 산재신청 하지 말 것, 산재소송을 취하할 것, 반올림과 만나지 말 것 등을 조건으로 위로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회유를 힘겹게 이겨낸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반올림이 만들어졌습니다. 반도체 공장의 유해성을 밝혀 냈고, 피해노동자 여덟 분의 산재인정도 이끌어 냈습니다. 세권의 책, 두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삼성이 먼저 반올림에 대화 제안을 하면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5월에는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9월, 삼성은 교섭 약속을 파기하고 자체적이고 한시적인 보상절차를 강행했습니다. 삼성이 직접 보상 기준과 내용을 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심사 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보상 신청자들에게는 합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황상기 아버님을 처음 대했던 때와 같습니다. 일년 전에는 조정 절차를 강행하며 반올림에게 “조정에 참여해 성실하고 투명하게 논의하길 바란다”고 했던 삼성이, 지금은 그 조정 절차 마저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직업병 예방 대책에 대하여도 ‘내부 관리시스템 강화’만을 앞세울 뿐입니다. 결국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덕분에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 애쓰지만, 사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찬/반이 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오롯이 삼성전자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과연 그것을 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

 

반올림이 노숙농성까지 벌이며 말하고자 하는 것도 결코 무리한 내용이 아닙니다. 여전히 노동자들의 질병은 회사와 무관하고 자신들의 안전관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변하는 삼성에게 직업병 예방 대책을 맡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삼성 공장에서 건강을 잃고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을 다시 삼성의 보상창구에 세워 또 무언가를 입증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그들에게 삼성이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액을 내밀며 합의를 종용해서는 더더욱 안되다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 삼성이 강행하고 있는 보상절차로는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이는 ‘개별적인 회유 절차’ 혹은 ‘문제 은폐 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그저 상식적인 수준의 주장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농성장을 찾아 주십니다. 농성장에 필요한 물품이 없는지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딱히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미 한달여 를 도심 한복판에서 보내며 가을과 겨울을 나기에 필요한 것들은 얼추 갖춘 것 같습니다.

 

다만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모여 농성장과 황상기 아버님, 김시녀 어머님의 마음이 더 따뜻해 지면 좋겠습니다. 강남역 8번 출구 앞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노동

목, 2015/11/12- 17:00
41
0

환경보건위원회 활동소식

– 서희원 변호사

“환경오염과 환경보전은 우리 시대에 가장 중차대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환경논쟁은 경제성장과 맞물린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서 다른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는 우리 스스로가 풀지 않으면 안 될 과제다…(중략)… 개발우선론에 편들든 또는 환경보전론에 귀 기울이든, ”우리가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이 우리를 잠시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시애틀 주장의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하나뿐인 지구, 환경오염으로 성난 지구, 오늘의 우리들과 미래의 자손들이 영원토록 살아갈 터전이기에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1998. 12. 24. 89헌마214 결정 중 이영모 재판관의 반대의견)

2018년 한 해는 참 많이 덥고 또 많이 추웠습니다. 1973년 기상관측망이 설치된 이후 가장 추웠던 연초, 이례적으로 짧았던 장마 기간을 거쳐 관측 사상 최초로 영상 40도를 넘는 한여름을 지나왔습니다. 개발과 자본의 효율 앞에 황폐해진 지구가 정말 성난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섰던 한 해, 환경보건위원회 소속 변호사님들은 환경권을 보호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왔습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법상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 삼척화력발전소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제조회사명과 제품명을 공개하였다가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시민단체를 대리하여 여성 건강을 지키기 위해 피해자를 공개모집하고 개선을 촉구한 행위가 소비자 권익보호활동의 범위 내에 있음을 주장하며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메르스 환자 관련 손해배상소송,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 관련 소송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활동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변론 활동 이외에도 환경 피해를 호소하는 현장을 방문하여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소송 이외에 환경분쟁조정 절차 등을 활용한 피해구제 방안을 다방면으로 고민해오고 있습니다.

새로이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가입한 (저를 비롯한 ^^) 후배 변호사들을 위한 ‘환경법률 스터디’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법률 일반에 대한 판례 연구와 함께 실제 소송을 진행하셨던 선배변호사님들의 경험담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9년 환경보건위원회는 녹색법률센터 등 환경 관련 다른 단체와의 연대사업을 보다 활발히 하려 합니다. 새로이 위원회 활동 분야로 추가되었던 ‘보건’ 분야에 대한 역량 강화도 충실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환경보건위원회는 우리와 미래의 자손들이 영원토록 살아갈 터전을 지키는 일에 함께 하실 회원님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심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참석을 망설이는 분이 있으시다면, 올해 첫 모임(1월 17일 목요일)에 함께해주시면 어떨까요? 아담하고 정겨운 환경보건위원회 정기회의에 모두 초대합니다! [가입문의: 환경보건위원회 간사 서희원 (02-522-7284)]

The post [환보위] 새해맞이, 환경보건위원회 활동소식 appeared first on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민변.

금, 2019/01/11- 15:30
4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