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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감사의 식탁 / 후기] 우리가 꿈꾸는 삶 – 지금, 여기,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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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감사의 식탁 / 후기] 우리가 꿈꾸는 삶 – 지금, 여기, 함께

익명 (미확인) | 월, 2015/11/23- 20:43

2015년 11월의 어느 늦가을 밤. 대전, 충청지역에 계신 후원회원분들과 멋스러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바로 2015년 지역으로 가는 마지막 감사의 식탁이었지요. 전주, 부산, 광주에 이어 올해 마지막으로 찾은 대전은 역시 문화의 도시라 할 만했습니다. 원도심 대흥동에서 우연히 들른 곳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오래된 도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감사의 식탁에서는 토크콘서트를 준비했습니다. 희망제작소를 아끼는 분들과 맛있는 음식, 좋은 음악, 좋은 이야기를 함께 하니 늦가을 밤의 분위기가 한층 더 짙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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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이데(2F)에서 열린 '혹시몰라준비한팀'의 공연

▲대흥동 이데2층에서 열린 ‘혹시몰라준비한팀’의 공연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님의 사회로 충남연구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종수 센터장님,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15년 한해를 돌아보며 ‘2016년 우리가 만들고 싶은 행복한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지요. 김종수 센터장님은 ‘사회적 경제’, 고두환 대표님은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두 분의 키워드는 언뜻 보기엔 전혀 달라 보였지만, 두 분의 고민은 비슷한 지점을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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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종수 센터장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더니 다짜고짜 두 달 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고 선언하시네요. 연봉도 꽤 높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김종수 센터장 – 사회적경제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민간으로 더 가까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간을 어떻게 자립시키고 자급하고 자치할 수 있도록 하지?’라는 고민이 계속 맴돌았지요. 그러다 소통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 삶이 처한 조건과 제도의 조건을 보며, 그것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맘을 먹었지요. 2개월 후에는 민간플랫폼 공동체 ‘세움’을 만들려 합니다.

고두환 대표님은 한 해 돌아보면서 제일 아쉬웠던 점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고두환 대표 – 문득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던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여행사 입장에서, 2016년에는 국가가 좀 안정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세월호, 메르스, 남북한 대치 등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국민들이 안심하고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요. ‘국가는 안전하다, 국가는 국민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정치를 비판할 때, 정치는 쟁점을 만들어내지만 해결은 못한다고 합니다. 비슷한 질문을 공정여행에 적용하여 고두환 대표님께 여쭈었습니다. 공정여행이라는 좋은 일 하면서, 직원들 월급은 왜 그리 적은지 혹은 직원들은 공정하게 대우하는가? 같은 지적을 받은 적이 있으신지.

고두환 대표 – ‘우리가 왜 개도국의 공적개발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문제제기를 통해 쟁점을 만들지만, 같이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요. 요즘 사람들은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회피합니다.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고두환 대표님이 여행의 참뜻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고 한다면, 김종수 센터장님은 구상하고 계신 ‘세움’을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궁금해졌습니다.

김종수 센터장 – 사람중심의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옛날에는 동네에서 어린아이가 놀고 있으면 동네 어른들이 ‘밥 먹었니?’ 물어보시고, 안 먹었다고 하면 데려가서 밥 먹이고 그랬지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하면 유괴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이건 동네 주민들 간의 관계까지도 시장경제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입금되면 일하는 지불노동과 같은. 관계의 힘으로 유지되던 것들까지 왜 다 시장경제로 넘어갔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자긍심을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어요. ‘3포 세대’라는 말은 청년들을 포기하고 낙담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날 감사의 식탁에 참여해주신 분들도 더불어 살며 노동을 주고받는 일의 어려움, 서로 이해하는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송예진 님 – 경제적인 걸 떠나 품앗이 육아를 생각해보면, 저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단순히 좋은 뜻으로 베풀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고민이 들어요. 예컨대, 품앗이로 아이를 키우다가 내 아이가 다칠 수도 있잖아요.

안순훈 님 – 이기심을 조절해야 할 것 같아요. 상대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필요하지요. 서로를 신뢰해야 합니다.

김종수 센터장은 시장경제가 우리가 맺는 관계들의 성격들까지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렸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돈으로 관계를 엮어놓은 것인데, 그런 관계의 역할까지 교환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지요. 이런 변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공동체를 우리 주변에서부터, 지금 여기에서부터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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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감하고 실천하는 시민 여러분들의 참여는 어느 곳이든 꼭 필요하지요. 희망제작소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시민 여러분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후원회원님, 항상 고맙습니다.

2015년 지역으로 가는 마지막 감사의 식탁을 마무리하며 마음 한구석 아쉬우면서도 내년은 또 어떤 모습으로 찾아뵙게 될지 기대도 됩니다. 보내주시는 응원에 힘입어 내년에는 더욱 희망 가득한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글_ 김희경(시민사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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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며 살고 싶었는데
삶이 바빠 잊고 살 때가 많았네요.
현재 학생 신분이지만, 얼마 전 취직이 결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 많은 분들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희망제작소 정기회원으로 가입합니다.”

2014년 7월 20일,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이 희망제작소에 시민 회원으로 가입하며 남긴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올해 5월, 하영인 후원회원은 1년 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의 어머님께서 아들의 소지품을 정리하다가 후원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후원했던 곳이 어떤 단체인지 궁금해서 희망제작소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머님은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날짜를 들으시고는, 로스쿨 학생이었던 아들이 졸업 전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게 되어 좋아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셨습니다.

포항공대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은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고자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2016년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안타까운 소식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이후 1년 동안 힘든 투병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어머님께 후원 내역에 대해 말씀드리다가 작년 5월 즈음 고인이 자발적으로 후원금 증액을 하셨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는 아들이 병에 대해 알게 되어,
변호사 일도 그만두고 투병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인데…
참 우리 아들다운 행동이었네요…”

오랜 대화 끝에 고인의 어머님께서 3년 전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이 심은 희망의 씨앗을 이어나가기로 하셨습니다.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행복이 퍼지기를 희망했던 故하영인 후원회원님. 이제 어머님께서 그 바람을 지켜나갑니다. 고통의 끝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려 했던 故하영인 후원회원님, 참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인의명복을빕니다

– 글 : 후원사업팀

수, 2017/08/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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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난 10년, 쉽지 않았던 길을 간절한 희망을 안고 수많은 희망의 벗들, 시민사회, 그리고 후원회원 여러분과 함께 걸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무엇을 이루었을까요? 지역재생, 마을만들기, 공공정책, 사회혁신, 시민참여, 현장에서 꽃피운 희망
월, 2016/03/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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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수다 3040‘은, 30~40대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소규모 심층수다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는 일, 가족, 파트너, 마을, 국가 등 5가지 주제와 서로의 삶, 관계에 대해 소소하지만 깊고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2월과 3월의 수다 주제는 ‘일’입니다. 지난 2월 23일 북촌에 있는 ‘다락방 구구’에서 첫 모임(미리수다)이 열렸고, 3월 30일에는 미리수다에서 모인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두 번째 모임(심층수다)이 있었습니다.


아늑한 다락방에서 나누는 ‘일’에 대한 소소한 수다

북적이는 북촌 큰길에서 골목으로 한 발짝 들어와 좁은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구구에 도착합니다. 아늑한 이곳에 둘러앉으면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금세 어색함을 내려놓고 조금씩 속마음을 꺼내놓게 됩니다. 2월과 3월에 열린 다락수다가 그랬습니다.
일이 싫어졌던 경험, 뿌듯했던 순간, 좋은 일에 대한 생각 등을 나누었던 2월 미리수다는 제현주 님(‘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저자)과 함께 한 3월 심층수다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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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아닌 ‘나름’의 기준을 가져야

제현주 님은 직장생활을 11년 했고, 최근 5년은 글 쓰고, 번역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지금은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을지 원점에서부터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일은 우리 삶에서 매우 많은 시간을 점유하고 있지요. 그래서 매번 선택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엄청 고민하게 되죠. 저는 비교적 결단력 있게 선택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을 할 때는 역시 고민을 하게 되지요. 선택의 결과가 예측하기 힘들 때는 더욱 그렇지요. 중요한 것은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100%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은 없습니다. 또한 한 번의 선택에만 매여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택할 당시에 내 삶의 단계, 몸의 상태, 구체적인 욕구에 따라서 결정을 했어도 내년에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선택의 무게를 조금 덜 수 있다고 제현주 님은 조언했습니다.

누구나 일과 삶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일이, 이 자리가 마음에 안 들 때는 먼저 자신에게 작은 질문부터 던져보라고 합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돈인가, 그럼 얼마인가, 명예라면 직위가 필요한가 인정이 필요한가, 직장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은가, 아니면 휴식을 원하는가. 때로는 ‘일하기 싫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도 ‘왜’를 끊임없이 질문하다 보면 문제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으며,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선택은 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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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어렵다면 잠시 거리 두기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내 삶을 돌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다겸 님)
“인정욕구 때문에 지금 직장을 선택했는데 힘들어요.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니까 가정에 소홀해지는 거 아닌가 싶고요.” (성민 님)
“무한한 자유가 무한한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에리히 프롬의 글이 생각나네요.” (의석 님)

제현주 님은, 선택한 후에는 스스로 탄력 회복성을 믿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설사 후회가 남는 선택이었다 해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경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순간이 아니라 삶 전체를 염두에 두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과 삶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면 선택은 더 쉬워져요. 이 일을 하기로 한 게 내 선택이었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한 거지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이 더 재미있어지기도 합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억지로’가 아니라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면 덜 힘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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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3월 심층수다에서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 직장을 떠나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등 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와인잔을 부딪치다, 간간이 웃음 짓다, 때로는 심각한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졌습니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조금 환해진 것 같았습니다.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30~40대. 두 시간의 이야기로 특별한 결론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고민이 유용하다는 것을, ‘나’와 ‘당신’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덧붙여 제현주 님의 책에 적힌 한 마디로, 고민하며 일하는 오늘의 ‘나’와 ‘당신’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 사회가 쏟아 붓는 리스크를 아슬아슬하게 관리하며, 조금씩 빈틈을 만들어 다른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 90퍼센트 확률로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의 방식을 순순히 따르지 않되, 대차게 망하지 않도록 버텨야 한다.
그리하여 다르게 살고자 한다면 결국 더 유능해야 한다. 다만 유능의 준거가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유능해야 할 이유가 온전히 ‘나’의 것이어야 한다. ‘남들만큼’이 아니라 ‘나름대로’먹고살며, 시장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면서 일해야 한다. 내리막밖에 남지 않은 오늘이 어디서 왔건, 그것을 뚫고 지나야하는 것은 오롯이 ‘나’ 그리고 ‘당신’이기 때문이다.”
–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중


– 글 및 사진 : 후원사업팀

* 4월 다락수다 3040은 미리수다로 진행됩니다. 4월 27일(목) 다락방구구에서 ‘나와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많은 참가신청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 보기)

수, 2017/04/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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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지원금 0원, 아름다운 지구인의 힘으로 녹색을 지킵니다! 2017년 2월, 후원금을 보내주신 고마운 분들이십니다. Ctrl + F...
수, 2017/03/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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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뜨거운 여름이 한발씩 물러나더니 아름다운 이슬이 맺히는 절기, 백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결실을 준비하는 백로인 오늘은 제가 희망제작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100일을 앞둔 날이기도 합니다. 희망제작소에 출근하는 첫 날, 우리 연구원들께 잘 도와주시고, 끌어달라고 부탁드리며 장미 한 송이씩 드렸습니다. 대개 배움과 깨우침은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연구원과의 새로운 만남이 희망제작소가 세상의 희망을 모으고 연결하는 출발이 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일하며 지역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울사람에게 ‘서울 것들’이라고 부르곤 했던 저의 ‘서울살이’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낯선 공간이 익숙해지면서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던 분들을 꾸준히 찾아뵙고,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살아있는 역사를 들었고, 현재 희망제작소가 서 있는 자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희망제작소 과거와 현재의 구성원을 서로 연결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시민사회’를 주제로 전국 순회 간담회를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대구, 춘천, 청주, 대전, 홍성, 부산, 광주, 전주 등 총 8개 지역의 시민 분들을 만났습니다. 촛불시민혁명의 결과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부터 시민사회가 문재인 정부에 흡수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시는 원로 분들의 염려는 제게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시민사회의 독자성을 어떻게 발전시킬 지 논의가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문재인 정부와의 공감대가 낮지만 역량도 부족하다면 차별화 위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공감할 수도 없지만 역량이 뛰어나다면 저항의 기치를 들 수 있습니다. 공감대는 높지만 역량이 부족하다면 동원될 것이고, 공감하면서도 역량이 뛰어나다면 문재인 정부의 제약을 넘어서는 혁신의 주체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차별적 위치 잡기’(포지셔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준비입니다.

희망제작소도 혁신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합니다. 두 달여 논의를 거쳐 10개 팀에서 3개 센터로 전환해 탄력적으로 환경변화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작은 일상의 변화부터 한국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꿈꾸되, 시민의 상상에서 출발하는 ‘시민상상센터’, 지역혁신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일구고, 풀뿌리민주주의의 든든한 벗을 만들어가는 ‘지역혁신센터’, 희망제작소와 후원자, 구성원, 그리고 시민과 소통하고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센터’를 꾸렸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전략적 과제를 찾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대표자에게 위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대표하는 ‘국민주권시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사회혁신시대’를 여는 데 발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시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연구와 실천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일, 모든 시민이 연구자요 대안을 구현하는 ‘시민연구플랫폼’으로 희망제작소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데도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시민이 새 정부가 잘하면 박수치고, 못하면 야유하는 관객으로 물러서면 기대는 환멸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깨어있는 주권자로서 시민의 역할을 해내는 방법 중 하나는 희망제작소를 후원하는 일입니다. 그간 희망제작소가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인 시민참여형으로 연구하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그리고 아래로부터 대안을 찾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었던 배경은 시민의 든든한 후원과 참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취임 100일을 맞아 시민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새 정부 출범이 한국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시민사회가 무엇을 할지, 희망제작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것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민간연구소의 재정은 늘 어렵기 마련입니다. 한 분 한 분의 참여와 후원은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은 시민 모두와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후원하기)을 부탁드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7/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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