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정치에 피로한 20대 청년의 고백

지역

정치에 피로한 20대 청년의 고백

익명 (미확인) | 월, 2015/11/23- 19:00

안녕하세요!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 – 시민 100인이 함께하는 노란테이블 시즌2′(이하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 원탁토론에 참가한 황하빈입니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정치를 배우고 있지만, 사실 저는 반정치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한국 정치를 불신하는 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남들과 정치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있거든요. 때문에 후기 작성을 제안받았을 때 조금 걱정도 됐습니다. 잘 쓸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원탁토론 참여를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바뀐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을 모아봐야겠다’라고요.

10대 학생부터 60대 이상의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는 자리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 뵙는 분들과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요. 하지만 사전세미나의 강연을 통해 ‘누가 좋은 대표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노란테이블 토론 프로세스에 따라 대화의 물꼬를 트니 조금씩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에서는 서로 쉽게 한자리에 모이지 못할, 모이더라도 나이나 지위 등에 의해 발언권이나 영향력에서 차이가 있을 사람들이 평등하게 의견을 나누고 수렴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현실정치에서 작동하는 대표제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가하신 분들과 함께 우리가 원하는 대표의 상을 만들다보니, 제 자신이 타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표자의 기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원탁토론에 참가하신 분들이 막연히 이상적인 인물을 그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시민의 모습이면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덕성을 갖추었지만, 정치적 실력도 갖춘 사람’이라는 상은, 어떤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자질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 시민들의 안목이 꽤 날카롭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hhb_400300

제가 갖고 있는 정치 불신은 투표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제 투표는 실패의 연속이었거든요. 뽑고 싶은 사람이 없었고, 설령 찍은 사람이 뽑히더라도 그 사람의 정치는 제 표가 담은 기대감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낙담과 피로감이 누적되어 이번 선거에는 투표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정치권에서는 소중한 시민의 한 표가 정치를 바꾼다며 독려하기 바빴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작정 투표만 권하는 것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투표라는 것은, 운동이나 공부처럼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좋은 결과가 담보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선택을 잘못했으니, 다음에는 좀 더 꼼꼼히 후보들의 면모를 살펴서 투표하겠다’고 다짐해도, 다음 선거 때 좋은 후보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다짐은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선거운동 기간이 되어야만 후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한국의 현실에서 유권자는 수동적이고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한 표가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투표하는 기계가 된 기분도 들었지요. 시민이 투표를 통해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현실에서, 어떻게 투표가 시민의 긍지있는 행위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시민이 국가 권력의 근본일 수 있나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는, 시민들이 스스로 직분을 되찾기 위한 뜻깊은 한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도생하기 급급한 사회에서, 정치는 일상에서 멀어져 붕 뜬 채 정치인들끼리의 영역으로 존재합니다. 때문에 시민들은 누구나 정치에 대해 쉽게 욕하거나 침묵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번 원탁토론을 통해 ‘정치는 시민이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토론 도중, ‘우리가 부러워하는 스웨덴, 덴마크 등의 뷱우럽에서는 정치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특권의식이 없고 재선되는 경우도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는 정치가 일상화되어 대표자와 시민의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와 같은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된다면,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거리를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행사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정해진 행사 시간 때문이었겠지만, 참가자들이 토론한 대표자상을 발표하는데 그쳤다는 점입니다. 대표자상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종합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는 꼭 지속되고 반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대표자를 투표장의 투표로 만들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낙담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좋은 대표에 대해, 일상에서 끊임없이 토론하는 것이 시민이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황하빈(‘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 원탁토론 참가자)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나는 모금전문가학교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눈여겨보며 늘 수강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강료와 11주 동안의 짧지 않은 교육기간 때문에 늘 망설이다가 12기 모금전문가학교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수강을 결심했다.

지난해부터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all my kids)는 모금이 활동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돈의 흐름을 보면 그 단체의 건강함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2년 남짓 활동을 한 국제개발협력단체 올마이키즈는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면서 길을 만들어야 한다. ‘기부하고 싶은 단체로 만드는 것’ 결국 모금활동이 올마이키즈의 정체성과 비전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약간 무리였지만 사무국장과 함께 이번 교육에 참가했다(다행히 사무국장은 수료식 때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human 04 human 05


강의를 듣고 실습활동을 하면서 모금에 대해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왜 과거 모금활동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12기 모금전문가학교 실습 단체 선정은 전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11기 모금전문가학교 수강생들의 단체 중 실습단체를 선정해 모금을 진행했다. 나는 ‘통합예술나눔터’(이하 통예나)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청소년 도예직업교육모임 ‘흙수다’의 공간 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활동에 참여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용섭, 병창, 호근, 다한이는 3평 남짓의 좁은 공간에서 통예나의 두 도예가와 함께 도예 강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런데 지역 재개발로 곧 교육공간을 옮겨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공간이 좁으면 가마 작업을 하는 동안에 뜨거운 열과 안전문제로 수업을 병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소한 10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 조는 대책 없이 명랑하고 수다스러운 아이들을 직접 만났고, 아이들에게 직업을 선물하고 싶은 이정현ㆍ이호정 공동대표의 꿈 이야기도 들었다. 발달장애청소년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무모하게(?) 착한 그녀들은 우리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 실습으로 끝내지 않고,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후원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human 01 human 03 human 02


더 나아가 공익 모금가의 필요성에 공감해 교육 수료 뒤에도 만남을 이어가며 ‘공익모금가클럽 빈손’을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빈손’이란 이름은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물건을 갖고 있는 손은 손이 아닙니다. 더구나 일손은 아닙니다. 갖고 있는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손이 자유로워집니다. 빈손이 일손입니다. 그리고 돕는 손입니다.”

- 신영복 글 그림, <처음처럼>, 80쪽

모금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와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배워서 남 주는, 돈이 없어서 이루지 못하고 있는 꿈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공익모금가클럽 빈손’ 활동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_ 박영대 제12기 모금전문가학교 수강생
    사단법인 올마이키즈 상임이사

* 흙수다 아이들의 사연 자세히 보기 ☞ 클릭
* 흙수다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함께해 주세요! ☞ 다음 희망해 모금 바로가기

수, 2015/07/01- 18:00
220
0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이후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상반기에도 여러 지역에서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진행했는데요. 함께한 지역의 이야기를 공유하려 합니다.

글은 총 세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먼저, 주민의 사업제안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처음인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 기존의 청년정책과 주민참여예산을 연계해 운영하려는 완주, 새롭게 분과를 변경해 제도 성숙을 꾀하는 시흥 등의 사례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의 주민참여예산제도

대구 중구는 2008년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제정하고, 2015년부터는 주민 의견을 예산에 반영하여 편성해왔습니다. 하지만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대구 중구의 12개 동에서 2명씩 선출된 주민참여예산위원들과 일반 주민들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행정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주민이 제안한 사업은 담당 부서 검토와 위원회 심사를 거친 후, 최종투표를 통해 2018년도 사업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충청북도는 2011년부터 참여예산제도를 운영했습니다. 2016년 주민참여예산위원 3기가 새로 위촉되었을 당시 희망제작소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워크숍 이후 3기 위원들은 행정의 각 부서에서 제안한 사업을 긴급성, 공익성, 복리성, 효율성, 형평성의 다섯 가지 기준으로 검토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하였습니다. 충청북도 또한 올해부터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s_DSC03674 s_DSC09890


주민참여예산학교의 진행 과정

주민참여예산은 지역에 필요한 사업의 예산을 주민이 직접 편성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더 많은 주민이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게 제안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래서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 주민참여예산학교(이하 예산학교)에서는 참여자들이 ‘나’에서 ‘우리’로 관점을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강의로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강의에서는 다른 지역 주민이 제안한 사업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는데요. 우리 지역에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충청북도 예산학교는 위원들의 작년 활동이 실제 예산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그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는데요. 높은 점수를 받았던 사업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점에서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올해 워크숍에서는 작년 활동과 연결하여 2016년 충청북도 사업 중 ‘좋았던 사업’, ‘아쉬운 사업’, ‘활동하며 느낀 점’을 적어 분과별로 토론해보았습니다. 토론을 통해 위원들은 충북도의 정책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었고,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 의견이 더욱 효과적으로 수렴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직접 사업제안서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우리 지역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에 관한 의견을 나눴는데요. 깨끗한 환경, 건강, 안전, 이웃과의 소통 등이 나왔습니다. 이후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찾아보았습니다.

s_DSC03664 s_DSC09949 s_DSC09923


주민의 행복을 위한 사업제안

대구 중구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은 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실현 방안으로 빈집을 주민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 마을 내에서 아동과 노인이 서로 돌볼 수 있는 돌봄 공동체 형성, 마을 내 쉼터를 만들어 이웃들이 서로 인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업 등의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대구에 풍부한 근대 역사자원을 활용하고, 벽화나 꽃 등을 활용하여 색감이 가득한 대구 만들기 사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도농복합지역인 충청북도는 농민을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충청북도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은, 농기계 보조 사업을 통해 농촌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인의 소득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습니다. 또한 충청북도 행복조례를 제정하여 도민의 행복증진을 목표로 정책을 실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s_DSC03689 s_DSC09960


올해 대구 중구와 충청북도는 주민에게 사업 제안을 받는 등 주민참여의 통로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교육에서 참가자들은 처음으로 사업 제안을 연습해보았지만,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구체화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방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성장하는 주민분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 글 : 이다현 | 지역정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지역정책팀

금, 2017/07/28- 15:52
216
0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를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창직)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총 3년에 걸쳐 진행됩니다. 1차 년도(2016년)에는 전주‧완주·순창 지역의 청소년들이, 2차 년도(2017년)에는 장수‧전주‧진안 지역의 청소년들이 함께했습니다. 3차 년도(2018년) ‘내-일상상프로젝트’는 그간 참여하였던 장수·전주·진안·순창 지역의 청소년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꿈과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1단계 상상학교, 2단계 상상캠프를 거쳐 장수·전주·진안·순창 지역 청소년들과 3단계 내일생각워크숍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내일생각워크숍은 2차 년도부터 기획된 단계인데요. 올해는 지역 안팎에서 일, 노동, 진로 등 여러 주제를 학습하며 나의 관심사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얻는 등 프로젝트 실행에 필요한 경험치를 쌓는 사전탐색워크숍 과정과 이러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팀 프로젝트를 능동적으로 기획하면서 자기의 욕구와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기획워크숍 과정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중 기획워크숍은 올해 처음 시도된 과정으로 청소년들이 자기 욕구와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단계입니다. 희망제작소가 참여한 4번의 기획워크숍 이야기를 전합니다.

숨어있는 나의 욕구 발견하기

‘내게 매달 100만 원이 생긴다면?’, 첫 번째 워크숍은 기본소득을 주제로 나의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는 전제 하에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장이나 직업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 등 진로를 보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려보는 활동입니다. 참여자들은 해외 여행이나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학습과 체험 등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자취나 등록금 마련, 부모님 용돈 등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도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욕구를 보였습니다.

pic_s_사진1 pic_s_사진2


계획한 미래를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덧붙이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여행을 하고 싶다던 친구는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 삶의 질 향상, 즐거움’ 등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한 백희원 강사(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어느 곳, 어느 내용으로 돈을 쓰는지 살펴보면 내 삶에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 한 청소년은 기본소득을 받으면 일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가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엿습니다. 한편으로 청소년들은 100만 원이라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을 쓸 데가 없다는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진로를 이야기할 때면 대체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거나 돈을 얼만큼 벌고 싶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삶보다는 직업을, 어떻게 보다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러나 기본소득 워크숍을 통해 청소년들은 그간 스스로도 찾지 못했던 본인이 살고 싶은 삶,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등의 숨은 욕구를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고 살아갈 것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도 해보고,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는 저처럼 이런 일도 해보고, 저런 일도 하면서 다양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진로가 하나의 직장을 가지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고 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백희원)

pic_s_사진3 pic_s_사진4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

앞선 워크숍이 자기 욕구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워크숍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기획의 개념과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기획이 잘 된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각자 생각하는 ‘세상을 바꾼 기획’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미투운동, 촛불집회처럼 거대하고 사회적인 사건을 말하기도 하고, 감사하게 내-일상상프로젝트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포스트잇, 아이폰 등 일상 속 물건부터 SNS,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까지 답변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각 사례가 우리 사회와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피고 함께 공유하면서 기획의 효과와 영향을 짚을 수 있었는데요. 워크숍을 진행한 조현진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어떤 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럿이 함께 모여서 하는 일을 프로젝트라고 하며, 잘 짜인 프로젝트에는 기획이 들어가 있다’고 말합니다.

“내일찾기프로젝트 단계에서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할 텐데, 저는 예상하는 결과물을 먼저 그리고 단계를 밟아나가는 편입니다. 예컨대, 문제를 발견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자세히 관찰하고, 질문하고 경청하며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아이디어를 토대로 실행해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니터링하고 서로 보완하는 과정이 모두 기획이 되는 거죠.” (조현진)

참여자들은 그간 흥미롭게 보았던 사례에 어떤 기획이 들어가있는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획과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알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학습과 경험을 토대로 다음 워크숍에서는 내일찾기프로젝트에서 하고 싶은 일의 주제와 프로젝트를 기획해보았습니다.

pic_s_사진5 pic_s_사진6


욕망이 일이 되도록

“교사, 공무원, 환경미화원 등 직업으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는 사회에 필요한 일이 여럿 있습니다. 우리 지역이 더 잘 살기 위해 고민하고, 지역에 필요한 일을 발굴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도 직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만 잘 살고 나만 행복한 진로 고민을 넘어서 내가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지 고민하고,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과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죠. 물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일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만 사회에서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과 우리가 원하는 일이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게 기획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욕망이 담긴 주제를 기획 과정에서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 진행되는 내일찾기프로젝트도 우리가 원하는 일의 주제를 기획으로 가치 있는 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하게 될 터전도 함께 좋을 일을 기획하고 과연 가능할지 실행해보는 것이죠.” (김수영)

참여자들은 두 번의 워크숍으로 서로의 관심사와 욕망을 확인했고, 기획의 개념과 여러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팀별로 내일찾기프로젝트 단계에서 실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시나리오 형식으로 그려보았는데요. 12월까지 진행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꼽아 콜라주로 표현했습니다.

pic_s_사진7 pic_s_사진8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며 우리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얻을 수 없는 자원은 무엇인지 함께 정리해보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자원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되게 하는 물리적인 토대로, 실행에 필요한 자원과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기준으로 자원을 탐색해보았습니다.

pic_s_사진9

함께 실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참여자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요. 가장 어려운 과정은 팀원들과 하고 싶은 일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진로 탐색이지만, 세부 주제와 관심사가 다양하다보니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며 지난한 시간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실행할 내일찾기프로젝트에 기대가 생겼습니다. 몇몇 참여자들은 힘들게 기획한 만큼 즐겁게 실행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는데요. 전주 청소년의 후기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pic_s_사진10

“이번 기회로 새로운 활동을 많이 접했고,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참여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기대되었다.
처음 장소에 도착해서 명찰과 굿즈로 티셔츠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첫 시간에는 ‘한 달에 나에게 100만 원이 주어진다면?’라는 질문을 주고 어떻게 쓸 것인지 계획했다. 나는 일을 하지 않아도 100만 원이 주어진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막상 적으려고 하니 돈이 있다고 막 쓸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고,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고민하며 구체적으로 작성해봤다. 나는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걸 모두 적었고 남은 돈은 모아서 나중에 여행갈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계획한 내용을 같은 조 친구들과 서로 공유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게 신기했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런 제도가 있다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 좋겠고, 내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적으니까 그 순간만큼은 너무 행복했다.
다음에는 팀원들과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의논하고, 그 프로젝트를 영화 시나리오처럼 예상되는 결과물과 이야기로 만들어보았다. 실제로 하게 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거라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어서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팀원들과 계속 얘기하다 보니 하나씩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리는 개별 포장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나는 개별 포장이 너무 익숙해 어떤 게 개별포장인지 잘 몰랐고, 별로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같이 참여한 팀원들은 달랐다. 개별 포장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팀원들의 말로 알 수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개별 포장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과자 회사에 직접 방문해서 건의하는 등 여러 일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개월 간 우리가 어떻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시나리오처럼 줄거리를 작성해보았다. 그 전에 생각해보지 못 했던 거라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시나리오를 얘기하다 보니 재미있고 개별 포장의 문제점을 알게 되어 좋았다.
이후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고, 앞으로도 우리가 직접 기획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학생 때 쉽게 접할 수 없는 활동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 생각을 키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앞으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재미있는 활동이 얼마나 많을지 기대된다.”

내일생각워크숍 후 참여자들은, 팀원들과 기획한 일을 내일생각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간 진행할 텐데요. 앞으로 어떻게, 어떤 이야기로 프로젝트를 실행할 지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 글 : 김수영 | 일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조현진 | 일상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월, 2018/09/10- 10:50
211
0

지난 9월 2일, 서울 사회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제4회 시니어드림페스티벌 결과공유회 – 마주보다, 공감하다>가 열렸습니다. 결과공유회에는 특별한 손님 세 분이 오셨는데요. 자칭 타칭 ‘시니어 덕후’인 김빛나, 한소정, 허새나 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세 분이 시니어와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솔한 이야기의 기록을 전합니다.


백희원 희망제작소 시민상상센터 연구원(이하 백희원) : 안녕하세요. 저는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을 기획, 진행한 희망제작소 백희원 연구원입니다. 오늘 토크콘서트에 시니어를 찾는 청년 세 분을 모셨는데요. 오늘 이 자리에서는 세 분이 어떻게 시니어와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 관계를 통해 어떤 의미를 얻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김빛나 : 나이 드는 데 관심이 많아서 시니어 덕후가 된 김빛나라고 합니다. 저는 사춘기 때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다가 닮고 싶은 시니어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해외에 살 때의 경험도 계기가 되었고요. 전동 휠체어를 나란히 타고 엎치락뒤치락 장을 보면서 데이트를 하시는 시니어들의 모습이나, 제게 악기를 가르쳐 준 할아버지 선생님도 유쾌하고 재밌고 자기다운 개성이 있는 분들이셨어요. 제가 가진 고정관념과는 다르게요. ‘나는 저 연령대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많이 하면서, 그런 호기심을 자극해주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시니어 덕후가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허새나 전 희망제작소 연구원(이하 허새나) : 저는 1회부터 3회까지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의 기획과 진행에 참여했던 허새나입니다. 4회 자리에는 이렇게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네요. 저는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나고, 그 경험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시니어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생긴 경우예요.
제 고향인 통영에는 과학자라는 꿈을 꾸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어요. 차라리 대통령이 꿈인 친구들이 많았지요. 대통령은 TV를 틀면 나오지만 과학자는 너무 먼 존재인 거죠.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며 대전에 갔더니 아이들 꿈이 다 과학자인 거예요. 대전에는 과학자인 시니어를 많이 볼 수 있으니까요. 졸업하고 일하면서 은퇴한 과학자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분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음에도 사회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데 문제의식이 생기더라고요. 또 제 삶에서 시니어와의 관계가 즐겁고 소중했기 때문에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에서 일했었지요.

한소정 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이하 한소정) : 안녕하세요.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뭐라도 나누고, 뭐라도 배우고, 뭐라도 행하자’라는 모토의 시니어 커뮤니티 ‘뭐라도학교’와 함께하는 한소정 연구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 시니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 걱정하며 제 코가 석 자라서 먹고 사는 걸 걱정하는 평범한 청년이었거든요. 우연한 계기로 뭐라도학교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만난 분들이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긍정적이고, 훨씬 에너지 넘치고 적극적인 분들이 많았어요. 사실 이전까지는 어르신, 시니어, 실버세대라고 하면 얼굴에 주름살이 피어있고 허리는 구부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막상 접해보니 그게 아니어서 신선함을 느꼈어요. 시니어 분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시니어도 나와 별반 차이가 없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 사진 왼쪽부터 김빛나 님, 한소정 님, 허새나 님

▲ 사진 왼쪽부터 김빛나 님, 한소정 님, 허새나 님

시니어는 꼰대 혹은 성인군자?

백희원 : 세 분 말씀 듣고 보니까 우리가 왜 시니어에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돌이켜 보게 되네요. 빛나 님 말씀처럼 늙어간다는 것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실인데요. 나이 든 사람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새나 : 시니어와 긍정적인 관계를 경험할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사회에서 만나는 시니어는 선생님 말고는 드물어요. 저도 대학생이 된 이후, 지역 청년을 돕는 미션을 가진 어른을 만난 게 처음이었어요. 그분과 함께 공부하며 시민단체나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저는 운 좋게 이런 접점이 있었지만 제 친구들은 대부분이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거나 가정에서 부모님, 친척과의 관계가 전부고 그 외의 시니어와 소통해 본 경험은 긴밀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만난 시니어를 일반화해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 저렇더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김빛나 : 시니어에 대한 경험이 제한적인 것 같아요. 제가 대학 때 들은 수업에서 시니어의 이미지가 광고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모아봤어요. 해외에서도 시니어의 이미지는 위축되어 있고 기운 없는 모습이었어요. 저는 한국 광고를 찾아봤는데, 이미지가 온통 건강식품이나 약품 광고더라고요. 계단을 걷다가 무릎을 ‘탁’ 치면서 ‘이걸 붙이니 잘 걷게 된다’, ‘이 약을 먹으니 사과도 씹을 수 있다’ 아니면 드라마에서 회장님이 목덜미를 잡고 쓰러지는 이미지,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 이미지가 당시 제가 주로 접할 수 있는 시니어의 이미지였어요. (좌중 웃음)
지금은 물론 그때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시니어가 도전하거나 여행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하지만 여전히 시니어와 마주하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본인의 가족 경험이 시니어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지배적인 것 같아요.

s_Luna_0158

백희원 :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니어 커뮤니티인 ‘뭐라도학교’ 참가자들의 모습도 빛나 님이 말씀하신 새로운 모습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소정 님이 만나본 시니어 분들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소정 : 뭐라도학교에는 젊게는 40대 중반부터 8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계세요. 나이보다는 주제 중심으로 모여서 활동하시고요. 제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능동적으로 활동을 하신다는 점이에요. 단순히 수업을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료생이 학교 전체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떠먹여 주는 것만 받아먹는 수동적인 시니어의 모습만을 생각했는데, 직접 참여하는 시니어로 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안에서도 세대 차가 보일 때도 있어요. 뭐라도학교 시니어 분들이 직접 기획하는 강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에 ‘성과 연애’라는 주제로 진행됐거든요. 40대 중반 분들만 되어도 스스럼없이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70대 분들은 ‘아우, 남사스러워, 저런 이야기를 어떻게 해?’ 하시는 거예요. ‘세대 차이는 나만 느끼는 게 아니구나’ 싶으면서 시니어 분들과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s_Luna_0169

예의와 차별의 사이에서

백희원 : 시니어 안에도 다양한 차이와 세대가 있는데 한 세대로 통칭하는 게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소정 님 개인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한소정 : 한국의 가부장제와 유교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 그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이런 상황일 때 부모세대인 40~50대 분들까지만 해도 제가 솔직하게 할 말을 하겠는데, 60~70대 분들의 경우에는 ‘내가 이분들한테 말해도 되는 걸까?’라고 자기 검열하게 되더라고요. 또 시니어 분들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프린터 사용법을 잘 모르겠어요’라고 문의를 하실 때 40~50대 분들께는 ‘선생님, 한번 해보세요. 이거 누르시면 돼요’라며 스스로 하실 수 있게 안내하는데, 더 나이가 있는 분들께는 ‘제가 해드릴게요’라는 태도를 취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문득 ‘이게 공경이 아니라 차별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사회적 약자라고 느끼기 때문에 대등하지 않게 대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 힘들었어요. 아직 세대 간에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빛나 : 저는 학창시절에 시니어 분들께 괜찮은 청년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젊은 사람은 엉덩이가 가벼워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 말에 맞춰 뛰어다니다 보니 지치고 시니어 분들 앞에서 진심이 아니게 되더라고요. 함께 좋아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는데, 저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렸던 적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 50대 이상 분들께 ‘자신을 어른, 어르신이라고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을 드렸더니 모두 아니라고 답하셔서 충격을 받았어요. 이유를 여쭤보니 그분들이 생각하는 어르신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모범적인 사람’이래요. 어른이기엔 본인은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제 모습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사회의 모범적인 청년 이미지, 어른 이미지에 갇혀있는 게요. 그래서 세간의 기준으로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만났을 때 오히려 저도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소정 : 제 이야기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처음에 연령으로 대상을 구분 지어 ‘내가 청년으로서, 젊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어르신들이 노여워하시지는 않을까?’ 생각했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그냥 한 사람으로 대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지만요.

허새나 : 같은 시대를 살아온 시니어 간에도 서로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만난 어느 시니어 분은, 직장생활 하면서 상하구조 관계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 관계에 놓여있을 때는 너무나 편하시대요. 본인이 아랫사람이면 아랫사람답게 하면 되고, 윗사람이면 윗사람답게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은퇴 후 수평적 관계에서 시니어끼리 새로운 활동을 해보려니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고 너무 불안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s_Luna_0167

어쩌면 친구 사이

백희원 : 저 역시 사업 실무자로서 시니어 참가자분들과 함께 할 때 긴장이 돼요. 그래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왔는데요. 세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어쩌면 예의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외면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제가 함께 일하며 본 바로는, 새나 님은 시니어 분들과 관계를 즐겁게 잘 만드시는 것 같더라고요. ‘어? 선생님! 오셨어요?’하며 인사를 나눌 때 서로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게 보였거든요. 비결이 뭘까요?

허새나 : 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너는 어른들이 안 무서우냐? 안 어렵냐?’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서 왜 나는 그게 어렵지 않은지 반문을 해보니 어렵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더라고요. 시니어는 나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이고, 우린 같은 언어를 쓰고 있어요.(웃음) 제가 노하우가 있어서 더 수월했던 게 아니었어요.
서로 다른 세대가 가진 차이점이 재미가 되기도 해요. 최근 책모임에서 ‘생애 처음으로 바다에 가본 게 언제냐’는 질문으로 대화를 해봤어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다 20살, 21살 즈음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나와 정말 다른 삶을 사셨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을 좁혀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다면 힘들고 불편했을 텐데, 굳이 세대’통합’하려 힘 빼지 않으니 즐겁더라고요. 제 아들은 두 살 때부터 해외여행을 했는데 저는 스물 넘어서 가 봤다고 하면 비슷한 느낌이겠죠? 이런 식으로 서로가 같아지려고 하기보다 차이에 대해 즐겁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노하우는 없어요.

김빛나 : 제 인생드라마가 노희경 작가의 ‘디어마이프렌드’에요. 어머니와 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주인공인 고현정 배우가 엄마와 엄마 친구들의 삶을 다룬 책을 발간하는데 그 책 제목을 ‘나의 늙은 친구들’이라고 정해요. 저는 늙은 친구들이라는 표현이 참 좋아요. 저 자신을 시니어 덕후라고 말하지만, 사실 특정 세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제 친구 중 나이가 많은 이가 많은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개인과 개인의 만남’인 거예요. 특정 세대의 모든 사람과 공감할 수는 없지만 세대나 나이에 상관없이 나와 잘 통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고, 그런 면에서 세대공감을 바라게 돼요.
노인학 수업을 들으며 배운 삶의 노하우가 하나 있어요. 노년기에 행복을 결정짓는 요인은 관계인데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주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잖아요. 그래서 노년기에 행복하려면 자신보다 어린 친구를 사귀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이 있었어요. 한 20살 정도 어린 친구요. 이건 꼭 시니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요. 시니어가 된 순간에 갑자기 나이 어린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런 관계에 익숙해져 있어야 가능한 일 같아요. 그 우정이 아주 끈끈한 관계라기보다는 종종 안부를 전하거나 SNS로 연결되어 있는 정도여도 단단하게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많이 확산했으면 좋겠어요. 일 이외에서의 만남,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도 듭니다.

s_Luna_0161

허새나 :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전국 곳곳의 많은 시니어 분들을 알게 됐어요. 제가 페이스북에 어떤 글을 올리면, ‘좋아요’의 70% 이상이 시니어 분들이세요. 그래서 친구들이 놀라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아랫세대와도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해봅니다. 시니어와 나의 공통분모를 억지로 찾으려 하기보다, 작은 접점이 있다면 그것으로 소통의 시작점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상대의 차이를 즐거운 충격, 즐거운 영감으로 받아들이면 나이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소정 : 뭐라도학교에서는 정규회의 시간에 짤막하게 각자의 근황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시니어 분들은 ‘나 이번 주에 여행했는데, 패키지로 안 갔어, 나 혼자 갔어’라고 자랑하시기도 하고, 저는 페이스북에서 본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요. 그중에 시니어 분들께 필요한 정보도 있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생기고 내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끼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백희원 : 오늘 결론은 모든 세대가 서로 친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세대 구분 없이 우정의 기회를 열어두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세대공감프로젝트인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은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를 구분해서 두 세대를 매칭하는 프로젝트이지만, 앞으로는 그런 구분 없이 개인 대 개인, 시민 대 시민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분 오늘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들어주신 청중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 정리 : 백희원 | 시민상상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바라봄사진관

화, 2017/10/24- 15:29
209
0

[이야기마당]

아세안공동체, 너는 누구냐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이영아 간사

 

 

2015년 12월 31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아세안공동체(ASEAN Comminity, AC)’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였다. 아세안공동체는 경제공동체(AEC), 정치안보공동체(APSC), 사회문화공동체(ASCC)로 아세안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있다. 1967년 5개국의 안보협력 모색을 위해 아세안을 결성한지 48년, 2003년 아세안 공동체 설립 추진에 합의한지 12년만이다. 

 

아세안공동체는 세계지형에 어떤 영향을 줄까? 새로운 지역공동체는 과연 가능한 걸까? 아세안공동체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지난 1월 21일 참여연대에서는 ‘아세안공동체, 너는 누구냐’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재현 연구위원은 “청출어람인가, 늦게 배운 도둑인가, 선무당인가”라는 주제로 아세안공동체를 설명하였다. 그는 아세안국가들은 유럽식의 통합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어디까지 통합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아세안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안보나 비전 통합 등에 대한 논의 없이 각 국가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탄탄한 제도를 갖고 있는 유럽식의 통합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나 아세안공동체의 인권, 민주주의, 비전통합, 인간 안보 등에 대한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반면 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세안공동체의 비전과 긍정적 측면을 중심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아세안이 주권을 포기했다면 내전과 주변국가들의 간섭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중동국가의 모습과 비슷해졌을 거라고 언급했다. 비록 지금 아세안공동체의 한계가 많은 것은 분명 하지만 동맹을 선택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차이가 있다. 반둥회의로부터 시작된 동남아의 비동맹 노선은 새로운 외교질서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은 한미일 동맹이외에 어떤 동맹이 가능한지 왜 질문조차 하지 않는가? 미일동맹 이외에 다른 국가를 선택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 현실을 볼 때 아세안 국가의 모습은 매우 새롭다. 인권존중, 국가의 주권, 내정 불간섭, 침략 및 위협에 대해 반대,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반둥회의의 가치가 지금까지도 동남아지역에 이어지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는 안보가 아닌 평화를 주요가치로 두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연세대 김형종 교수는 아세안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설명하였다. 아세안공동체는 보살핌의 공동체로서 파트너십으로 단결된 동남아시아를 지향하며 농촌 삶의 질 향상, 여성, 아동, 지역 공동체 등 모든 사회영역의 참가를 목표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다양성과 지역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약 100분간 이야기 손님들의 발제가 끝나자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종교분쟁이 빈번한 세계에서 종교적 다양성을 이루고 있는 아세안공동체에 대한 기대와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박사명교수는 아세안지역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아세안지역에서 종교적 다양성을 장애요소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아세안공동체는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세계지형을 만들어갈까? 아세안 국가들이 추구하는 다양성, 평화, 비동맹의 가치를 상상하며 한국도 새로운 외교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우려와 기대 속에서 출범한 아세안공동체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이야기마당 참여자들이 주신 질문들>


1.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아세안지역공동체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2. EU와 아세안공동체를 비교해보면, EU는 28개국이 회원국인데 모두 기독교 국가입니다. 터키의 경우, EU가입을 희망하지만 가입하지 못하고 있고 터키는 이슬람 국가입니다. 아세안 국가는 불교, 카톨릭, 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 국가가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


3. 독립성과 다양성, 이질성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만들어주는 의식, 공통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세안공동체에서는 그것이 무엇인가요?


4. 해양안보공동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금, 2016/01/22- 11:51
20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