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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무슨 말만 하면 빨갱이, 종북, 좌빨 | 반공 세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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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무슨 말만 하면 빨갱이, 종북, 좌빨 | 반공 세대의 탄생

익명 (미확인) | 금, 2015/11/20- 19:00

[팟캐스트] 무슨 말만 하면 “빨갱이”, “종북”, “좌빨” ─ 반공 세대의 탄생

 

한국에서는 ‘빨갱이 담론’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는 공산주의자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공산주의자였으나 전향했다고 발언했다. (△ 고영주, 국감서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경향신문, 2015년 10월 2일)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빨갱이 논쟁이 있었다. 새정연 임수경 의원은 한국자유총연맹 허준영 회장에게 “종북 세력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며 임 의원 본인은 종북 세력인지를 물었다. (△ 임수경 “내가 종북인가” 허준영 “연구해보겠다”, 동아일보, 2015년 9월 12일) 한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종북세력을 구별하는 관상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 이정재, 관상으로 본 ‘재벌가 사위’ 운명은?, TV조선, 2015년 1월 2일)

 

 

젊은 세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대학생들에게 ‘종북, 빨갱이 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한다정(22)씨는 “모든 대화의 결론이 기승전’종북’으로 끝나는 것 같다”며 “북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미경(25)씨 역시 “냉전체제가 끝났는데 어른들은 지금에서까지 빨갱이라는 단어를 쓰신다”며 “이럴 때마다 대화가 단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무슨 말만 하면 “빨갱이”, “종북”, “좌빨”이라고 하는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의견이 다르면 무작정 빨갱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어른들과 대화를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어 답답했던 적도 많다. 실제로 ‘빨갱이 담론’은 사안의 논점을 흐릴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담론은 왜 아직까지도 이렇게 강력할까. 또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서복경의 정치생태보고서> 제작진은 ‘세대 다르게 보기’ 프로젝트의 두 번째 방송으로 반공담론, 반공세대의 직접적 기원이 된 ‘한국전쟁’을 당시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방송은 한국전쟁 중 일어난 피난, 부역자 처벌, 민간인 집단학살과 같은 대표적 사건들이 한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전후의 한국정치에서 반공주의가 어떤 식으로 호명되어 왔는지를 다룬다. 더 나아가 젊은 세대가 전쟁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 방송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함께 했다. 김동춘 교수는 한국전쟁과 한국 사회를 오랜 시간 깊게 연구해 온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전쟁과 사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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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연합뉴스)

전쟁의 기억이 만든 한국사회

피난, 평범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부역자로

김동춘 교수는 피난민이 전부 ‘반공투사’로 신화화 된 경향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전쟁 전 피난민은 이념적인 이유, 즉 사회주의를 피하기 위해서 내려왔던 반면에 전쟁 중의 피난민은 폭격을 피하기 위한 생계형 피난을 해야 했다며 이 두 부류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낮에는 평양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을 만큼 극도로 혼란했던 전쟁발발 직후의 상황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 대부분은 곧바로 피난 갈 여력이 없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인민군 치하에서 협력하다 다시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섰을 때 부역자로 몰려 학살 처형당했다.

물론 당시 부역자를 정의하는 합리적인 기준은 없었다. 공식적 직함을 가진 자들이 일차 처벌 대상이 되었는데,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인민군 치하 행정 업무에 복무한 사람들이었다. 이밖에도 평소 사적인 감정에 의한 밀고로 부역자로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민간인 집단학살, 좌익으로 몰릴까봐 피해사실 말할 수 없어

전쟁 중 한국정부에 의해 자행된 집단학살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보도연맹사건’이다. 보도연맹은 좌익 전향자를 관리하기 위한 단체였으나 전쟁 중 소속 보도연맹원이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했다. 피해 유가족들은 오랜 기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지내왔다. 가족이 전부 다 좌익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김 교수는 한 번 낙인찍힌 ‘빨갱이 가족’은 한국 사회에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육체적인 생명은 살았지만 정치적 생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집단적으로 자기최면을 걸어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는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고 지적하며,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거나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 시기에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전쟁 트라우마’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종의 ‘사회적 처세’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현세대에까지 계속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이후 계속 호명된 반공주의

반공이 상위의 가치를 가졌던 이승만 박정희 정권 하에서는 어느 누구도 감히 반대의견을 낼 수 없었다. 더욱이 이 시기의 정부는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면서 사적 영역에만 침잠하도록 유도했다.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세력은 불이익을 당하게 함으로써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었고 끊임없이 간첩사건을 조작해 반공주의를 정당화하는 구실을 마련했다. 김 교수는 이 당시 체제 순응은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라기보다는 패배주의적 회피의 성향이 강하다며 제주도에서 87년 이전까지 줄곧 무소속이 당선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서 교수는 민주화 이후에도 일부 주요 정치인들이 여전히 ‘빨갱이 담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것이 아직까지도 위력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전쟁 세대가 가지고 있는 좌익과 전쟁 자체에 대한 공포, 그리고 권위주의 하에서 정치적 반대자를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것을 목격해온 세대가 가진 공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을 모두 ‘빨갱이’라는 언어로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정면으로 맞받아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은 분단 상황이고 여전히 북한이 상존하고 있으며 더욱이 실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발언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대이해 ‘평화’의 개념으로 접목했으면

전쟁세대가 목격한 명백한 진실은 그들이 겪은 한국전쟁이다. 더불어 이들의 자녀 세대는 부모님과 학교로부터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다. 소위 ‘반공세대’라 불리는 이들에게 북한의 존재는 공포와 반감 그 자체며 국가와 민족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한다. 그러나 현재 이삼십 대는 다르다. 이들은 북한을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가나 민족보다는 인권, 민주주의감수성, 개인 권리보호 등의 의식이 강하다. 서 연구교수는 이들의 시각에서 전쟁의 기억을 갖고 있거나 전승된 세대들이 북한을 다루는 방식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반공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평화’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현재 70대와 20대는 비슷한 처지에 있음을 강조했다. 가장 힘든 시기를 지냈음에도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70대와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현실을 살아가는 20대 모두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를 반목하고 비방하기보다 위로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그는 전쟁의 비극적 결과를 알고 평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서로가 접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현재 한국 정치와 사회는 한국전쟁이 ‘부드러운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한국전쟁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이야기는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방송링크☞http://www.podbbang.com/ch/9418)

글: 정치발전소 팟캐스트 팀원 한민금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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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이다/강좌8. 왜 다시 도덕인가?

 

"윤리적 기반을 잃은 정치야말로 국가와 시민의 공공선에 해악을 끼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따라서 공직자와 정치인의 도덕성은 일반인보다 높아야 한다" - 마이클 샌델 『왜 도덕인가』 중에서

 

좋은 지도자를 찾아나가는 여정, 마지막 강의입니다. 

이번 강의 주제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왜 도덕인가" 입니다.

 

마이클 샌델이 "도덕(Morality)"을 주장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현재 지구화된 신자본주의에서 권력은 '정치가들'에서 '시장'에게로 넘어가고 있고, 시장논리가 공공의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공동체의 공공선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정치지도자의 '도덕'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경제관리에 효율적이라는 정치지도자가 도덕성을 결여했을 때 자원외교 등 여러 부패한 일을 자행한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덕성을 지닌 정치지도차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보는 강의입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72890

 

강좌목록

 

이번 강의에서 소개된 인물과 책

  • 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 1953~, 미국, 정치학자) : 대표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왜 도덕인가?》

 

목, 2016/05/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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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요 며칠 국회는 법안 처리 하나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기 연장을 위한 법 개정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민주주의에서 상존하는 다수와 소수의 권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 원리와 소수의 권리 보호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문제다. 원리로는 이렇다. 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수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표현할 제도적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다수결의 원리를 따른다는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소수의 권리 보호가 때로 다수결의 원리를 위배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상황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원리가 충돌할 상황을 예비하여 미리 규칙을 만들어 두고, 상황이 발생하면 이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임기 연장에 동의하는 국회의원은 재적의원의 3분의 2를 넘는다. 또 이 안건을 다루어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임기 연장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수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런 조건에서 개정안의 통과는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회는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고, 지켜보는 시민들은 이 상황을 또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는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들을 대표하는 300명의 의원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에 이르는 것이 주 임무인 곳이다. 그렇다 보니 국회법 조항의 대부분은 어떻게 회의를 구성하고 개최하고 심의하고 결정에 이르는지를 세세히 규정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특별검사 임기 연장 법안 처리에 적용해볼 수 있는 규칙도 물론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단계에서 발생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회에 넘겨진 안건은 위원들이 안건을 검토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시간을 보장하고, 기간이 지나면 상정될 수 있도록 하되, 30일이 지나도 상정이 안 되면 자동적으로 상정되어 심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현재 이 안건은 기본 시간을 지나 상정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으나, 자동 상정될 시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이런 조건에서 어떤 규칙에 따라 상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가가 핵심 쟁점이다.
혹자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하나, 자유한국당이 반대 당론을 정한 상태에서 이는 국회법 위반이다. 또 법제사법위원장이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또한 국회법이 정한 권한 밖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나? 당연히 있다. 국회법에는 위원회 안건 상정 시기를 결정할 권한에 대해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이 안건의 상정 여부를 먼저 상정한 다음 의결한 후, 본 안건을 상정하면 된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교섭단체 간사들의 합의’라는 위원회의 아름다운(?) 관행을 안건 상정 거부 이유로 들고 있는데, 관행이 규칙의 상위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의안의 상정 시기를 결정할 권한은 위원회 전체의 결정에 맡겨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위원회가 의안 상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를 막을 권리가 그에게는 없다.
집권당의 대변인은 이 사태를 두고 한 논평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수결이지만 모든 사람이 100%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에 다름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의견들이 논의되고 결정에 이르기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규칙이 문제라면 바꾸면 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3769.html#csidx5b3b013576160548d22e461482d2e7f

목, 2017/02/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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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강성, 귀족, 떼쓰기’라는 딱지 ─ 노조혐오

 

 

최근 정치권에서 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9월 11일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협력 분위기를 깨는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무분별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9월 10일 “법에 보장된 합법 파업이라도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라며 “대기업 강성노조가 휘두르는 쇠파이프가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겼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노조에 대한 이런 시선에는 합당한 근거가 존재하는 것일까. 팟캐스트 <서복경의 정치생태보고서> 제작진은 언론과 정치권이 쏟아내는 노조에 대한 ‘단편적’인 발언을 ‘노조 혐오’로 보았다. ‘노조 혐오’라는 명명은 생소하지만, 시민과 정치권, 언론들이 그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한국 사회 저변에 깔렸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실 ‘여성 혐오’, ‘이주자 혐오’, ‘호남 혐오’ 등 특정 사회 집단을 배제하는 혐오 담론은 늘 있었다. 특히나 노동개혁 논의로 한참 뜨거웠던 요즘, 우리 사회가 노조에 대해 갖고 있는 시선이 ‘혐오’와 다르지 않음을 목격했다. ‘노조 혐오’를 시작으로 제작진은 시리즈 제작을 통해 다양한 ‘혐오’의 기원과 배경을 살펴보고 이를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하나의 프리즘으로 삼고자 한다.

여기서 20대인 제작진이 특별히 ‘노조 혐오’를 첫 방송으로 만들고자 한 이유가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출범한 1995년 이후에 유년기를 겪어왔다. 노동운동이 이미 사회적 세력으로 발전한 뒤임에도 이들은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에 많이 노출돼왔다. 권수완(23) 씨는 “TV에 전교조와 같은 공무원노조가 삭발식을 하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국가의 녹을 받는 사람들이 저러면 안 된다는 어른들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미소(23) 씨 역시 “울산에서 자란 탓에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을 볼 기회가 많았다”며 “주변에서 또 귀족노조가 데모한다는 소리를 자연스레 듣고 자랐다”고 밝혔다. 이런 노동조합에 관한 부정적 담론은 노동이나 노조에 대한 접근 자체를 두렵게 만든다. 김지연(24) 씨는 “노조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내가 직접 참여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다”며 “언론에서 노조의 폭력시위나 해고에 관한 보도를 많이 접하다 보니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라 이야기했다.

실제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일반계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 노동 관련 내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2%다. (△주요 생존권인데…교과서 ‘노동자의 권리’ 내용 2%뿐 – 한겨레, 2015년 4월 20일) 노동3권을 ‘근로3권’으로, 노동자를 ‘근로자’로 바꿔 쓴 교과서가 많다. 제도권 교육 안에서 ‘노동’과 ‘노조’는 여전히 낯설고 ‘내 일’이 아닌 것이 돼버린다. 제작진 서지원(26) 씨는 “노조혐오는 우리 삶에서 노동을 배제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며 “이번 방송을 통해 정치에서 노동 의제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 노동하며 살아갈 20대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며 제작의도를 밝혔다.

 

노조에 붙여진 세 가지 키워드

방송은 노조에 대해 붙여진 세 가지 키워드, ‘강성노조’, ‘귀족노조’, ‘밥그릇노조’를 중심으로 노조 혐오의 기원을 풀어나간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김종진 연구위원과 정의당 미래정치연구소 조성주 소장이 출연자로 나왔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노동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연구와 대중강의를 해오고 있으며 조성주 소장은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의 1기 정책기획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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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연합뉴스)

1. 강성노조

먼저 ‘강성노조’.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강성노조가 있다면 연성노조도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운을 띄었다. 김종진 연구위원에 따르면 강성노조라는 단어는 1995년에 민주노총이 출범하고 1999년에 합법화된 이후에 언론과 정부가 만들어낸 프레임이라 지적한다. 이전에는 어용노조와 민주노조라는 프레임만이 존재했다.

실제로 김 연구위원은 대중강연을 나갈 때마다 노조에 대한 ‘강한’ 이미지가 시민들의 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강연에서 ‘노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관해 물으면 1위가 빨간 머리띠와 조끼, 교통체증이며, 2위가 공장점거, 3위가 쇠파이프라고 한다. 이 조각을 모으면 우리가 흔히 보는 30초짜리 방송보도가 그려진다.

‘강성노조’라는 단어는 노조의 다양한 활동과 역할 중 노조의 투쟁에만 초점을 맞춘 단어다. 노조는 노동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이나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하기도 하며 국가나 사회를 견제하고 나아가 사회 연대와 공동체 의식 함양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강성노조’는 투쟁의 한 과정만 포착해 노조의 전체적 인상을 덧씌워버리는 효과를 낸다.

정부 산하 한 기관에서 1989년과 2012년에 실시한 노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인식을 더 명확히 드러낸다. ‘노조의 활동이 사회 불평등 해소에 효과가 있느냐’라고 했을 때 긍정적인 응답이 1989년에는 69.8%, 2012년에는 40.2%로 나왔다. ‘노조의 활동이 정당한 요구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정당하다는 답변이 1989년에는 67.1%였는데 2012년에는 32.4%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조성주 소장은 “설사 강경한 모습이 있더라도 노조가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이나 기본 노동조합법에 근거한 활동 방식 외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민해 봐야 한다”며 “역으로 노조가 약하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쓰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조합원 수가 많고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조가 진정한 ‘강성 노조’이며, 오히려 약한 노조이기에 과격한 방법을 쓴다는 이야기다.

 

  1. 귀족노조

‘귀족노조’ 역시 익숙한 단어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황제노조’라는 단어도 나왔다. ‘귀족노조’라는 단어는 사실 18세기 영국에서 먼저 나온 개념이다. 영국에서는 중세 봉건제에서 산업화를 거치며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시기에 여러 노조가 결성됐다. 이때 길드에 속한 일부 장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요구하는 것을 빗대서 귀족노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 용어가 200년도 넘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쓰이고 있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귀족노조라는 용어는 있지만 귀족사장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귀족노조’라는 단어에는 각종 대기업 회장의 배임 횡령 사건보다 노동자들이 노동자 가치를 요구하는 것이 더 부당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 소장 역시 “강성노조보다 귀족노조라는 말이 더 악질”이라며 “연봉이 1억 원이든 6~7천만 원이든 노동 삼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근거한 활동”이라고 전했다.

 

3. 밥그릇노조

‘밥그릇노조’. 노조의 이기적 속성에 대한 비유다. 서 연구교수는 “이기적인 노조라는 시선 역시 반대로 이타적인 노조가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질문을 던졌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직능협회나 경영․경제인을 위한 전국경제인연합이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있다. 이러한 이익집단 모두 조직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유독 노조만을 이기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이기적인 노조’가 ‘이타적’인 활동을 하는 것의 예로 ‘최저임금’을 든다. 노조는 최저임금 협상에 참여해 최저임금을 올린다. 이때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 시급뿐만 아니라 새터민의 정착 지원금의 가이드라인, 청년의무고용할당과 장애인의무고용할당을 지키지 않았을 때 국가가 기업에 매길 수 있는 벌금과 과태료, 산재보험과 직업 훈련 등 28가지 지표의 근간이 된다. 또한, 노조가 요구하는 감정노동 규제 관련법 역시 보편적 사회구성원을 위한 일이다. 이들을 마냥 이기적이라고 볼 근거도 없으며, 이기적이라 해도 이는 노조의 속성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를 바라보는 세 가지 키워드 이외에도 방송은 △노조혐오의 정치적 효과 △해외의 노조에 관한 시선 △노조에 대한 제도권 교육의 시선 △노조혐오를 타파할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방송 링크 ☞ http://www.podbbang.com/ch/9418)

금, 2015/10/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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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연자

  • 진행 :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참여연대)
  • 고정출연 :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 이슈손님 : 백민주화 (백남기 농민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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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팟 53회 /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아버지' 이야기

 

작년 11월 14일 열린 '역사교과서 규탄, 세월호 진상규명' 범시민대회와 '민중총궐기-2015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백남기(69세, 농민)씨가 직사로 발포된 살수에 맞아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300일이 지난 지금도 백남기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경찰력을 동원해서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경찰은 아직까지 병문안은 물론이고 사과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지난 6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마이나 키아이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물대포와 차벽 사용 재고 권고'에 대해 한국정부는 "백남기 농민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고..." 라며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했습니다. 

 

참팟 53회는 백민주화씨를 모시고 백남기 농민의 현재상황과 9월 12일에 예정된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바라는 점 등을 들어봤습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goo.gl/aoab9U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goo.gl/JPwsoL

 

같이보기

 

 

목, 2016/09/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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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는 날 (원제 : 비 오는 날, 마종기)

 

표심이 표심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표심이 표심을 갑자기 만날 때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표심이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표는 표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총선특집10. 선거 연가 '투표하는 날' 

 

참여연대 팟캐스트 총선특집 마지막편, 정치철학자 김만권 교수가 들려주는 '함께 투표하세요' 입니다.

 

우리가 미워하는 것은 서로를 돌보아야 하는 '정치'가 아닌 세상을 오염시키는 '정치꾼'들일 것입니다. 당장 큰 변화는 끌어낼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정치꾼'들을 막기 위해 함께 투표하세요. - 김만권

 

투표를 부탁드리는 마음, 마종기 시인의 '비 오는 날'을 조금 고쳐서 '투표하는 날'로 대신합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43708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Ootj4v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05re9OLSscI

 

참여연대 팟캐스트 총선 특집 목차

  1편. 정의당과 녹색당, 진보정당의 생존방법
  2편. 국민TV 총선특집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 소개
  3편. 미국 대선과 4.13총선, 유권자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4편. 청년유권자파티 현장중계 '이생망, 이대로 죽을 순 없다!!!'
  5편. 절실한 야권연대, 아래로부터의 단일화로!
  6편. 드라마 '태양의 후예', '시그널'과 함께 진행하는 '투표합시다' 이벤트
  7편. 416유권자위원회가 요구하는 약속운동
  8편. 북토크 '책 속에 그려진 선거 풍경'
  9편. 뭐라도 합시다! 욕이라도 합시다!
10편. 선거 연가 '투표하는 날'

 

금, 2016/04/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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