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확인한 홍대앞 삼통치킨 강제철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열여덟 명은 10월 13일, 산업기술보호법(이하 ‘산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자인 고민정 의원이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이라고 이름붙인 법이다. 고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16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삼성전자 A 임원’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2104495]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고민정의원등18인)
○ 발의의원 명단
고민정·고용진·김경만·김성환·김승원·김정호·김진표·도종환·문진석·민형배·신정훈·오영환·윤영덕·윤준병·이용빈·정일영·정필모·황희(18인)
고 의원은 A가 삼성전자의 핵심기술 자료 47개를 “이직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유출”하였음에도 “부정한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미수에 그쳤으니 망정이지 그 기술들이 중국으로 유출됬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겠냐”, “법률적 미비로 인해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하지만 법원이 A의 기술 유출 혐의를 무죄라고 판결한 이유는 고 의원의 주장처럼 “이직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유출”했으나 “부정한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법원은 A가 “이직을 준비하였음을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했고,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학습 목적으로 자료를 반출”했을 뿐이라 했다. 그 자료들은 대부분 A가 병가 중 받은 이메일을 출력한 것이었고, A가 집에서도 컴퓨터로 열람할 수 있는 문서들이었다. A에게는 평소 자료를 출력해서 메모하며 공부하는 습관이 있어, 오래전부터 해왔던 대로 회사에서 자료를 출력해 집으로 가져갔을 뿐이었다. 모두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들이다. 즉 A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였다.
이 사건으로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A가 아니라 A에게 누명을 씌운 삼성과 검찰이었다. 그리고 언론이었다. 사건이 알려졌던 2016년 9월, 언론은 A에게 대대적인 마녀사냥을 가했다. SBS 뉴스를 시작으로 A를 “삼성의 핵심기술 자료를 중국 업체에 통째로 팔아넘기려다 붙잡힌” 임원이라 단정하며(실제, A가 중국업체와 접촉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회사는 물론 나라까지 배신한 사람으로 몰았다. 그래서 A의 어머니는 쓰러졌고 A 스스로도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2018. 5. 17. 뉴스타파 기사).
다행히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판결이 나오고 2018년 뉴스타파, 프레시안, KBS가 공동으로 기획 보도를 하며, 이 사건의 진상은 비교적 소상히 밝혀졌다. 그럼에도 A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아직 삼성과 검찰, 언론, 어디에서도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민정 의원이 A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무죄판결 받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 했다. 판결문만 제대로 읽어 봤어도 결코 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고 의원은 당장 A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고 의원은 이번 산기법 개정안을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방지법”이라 불렀다. 산기법이 삼성을 더 보호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과 이 법의 오랜 특수관계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
산기법은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제1조). 그래서 이 법은 국가, 기업 등에게 ‘산업기술’ 및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한 책임을 강화하고, 그 기술의 부정한 유출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삼성은 언젠가부터 이 법을 자사의 기술 인력을 억압하는 수단(위 A사건), 혹은 자사의 기술 탈취를 정당화하는 수단(‘핀펫’ 사건), 나아가 자사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문제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2007년부터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직업병 발병 문제가 불거졌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위험성 평가 결과, 2013년 특별감독 및 안전보건진단 결과, 2018년 특별감독 결과가 모두, 삼성 반도체 공장의 화학물질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삼성은 그 공장의 작업환경 관련 자료를 일제히 “국가핵심기술 관련 자료”라는 명목으로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기법 어디에도 그러한 은폐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규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2017년과 2018년에 잇따라 나온 삼성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특별감독 보고서’ 및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판결은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러자, 법이 바뀌어 버렸다. 국회가 지난해 8월 통과시킨 산기법 개정안에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제9조의2)는 조항 등이 추가된 것이다. 우리는 이 법의 개정 소식을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소송에서 처음 접했다. 삼성 측 변호사가 “이 보고서의 공개 논란이 최근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입법과정에서 기록된 여러 공식 문건들도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논란이 법 개정의 직접적인 계기였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법을 ‘삼성보호법’이라 부른다.
이후, 12개 노동·시민 단체가 모여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를 만들었고, 이 법의 문제점을 알리기 시작했다. JTBC 뉴스룸, MBC 스트레이트, KBS 9시뉴스도 이 법을 ‘삼성보호법’이라 불렀다. 2020년 2월, 국회에서는 이 법에 찬성표를 던졌던 민주당, 정의당 의원 15명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그 법안에는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 조항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 조항들은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했던 주장들과 내용적으로 매우 비슷하다”,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했던 점을 반성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 이 법이 올바르게 다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고민정 의원은 이 법이 삼성을 더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삼성보호법’ 논란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산기법상 ‘산업기술 침해행위’(제14조)를 저지르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국가핵심기술의 경우. 제36조 제1항), 기술 보유 기관으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 당할 수 있으며(제22조의2), 그 침해행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조사나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제15조).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산기법 개정안은 그러한 ‘산업기술 침해행위’로서 “적법한 방법으로 대상 기관의 산업기술을 취득한 후 대상기관의 동의 없이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추가하는 내용이다(제14조 1의2호).
먼저 ‘삼성전자 A 임원 사건’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며 낸 개정안이 왜 그 사건에 적용된 제14조 제2호를 고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침해행위 유형을 추가하는 것이 되는지 의문이다.
또한 이 조항은 산업기술과 관련된 모든 공익적 문제제기를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기술 자료를 적법하게 취득한 사람이 그 기술의 운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공장 노동자나 지역 주민의 생명·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라면 당연히 외부에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역시 작년 ‘삼성보호법’ 사태로 만들어진 제14조 8호다.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을 벗어난’ 사용·공개를 처벌하도록 했다. 우리는 이 규정에 대해 국민의 표현자유, 생명·건강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대상기관의 동의없는” 사용·공개를 처벌하도록 하여 오히려 더 엄격한 규제를 만들었다. 생명·건강권 같은 더 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규정도 두지 않았다. 정확하게 삼성과 같은 기업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규정이다.
불과 1년 전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법률안이 만들어진 의도는커녕 그 내용도 모르고 찬성하기도 하면서 국민과 노동자들의 알 권리와 안전을 침해하는 법률이 삼성의 의도대로 뚝딱 만들어졌다. 이번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열여덟 명의 국회의원들은 제2의 ‘삼성보호법’ 사태를 만들려는가 궁금하다.
지난 7월, 국회의원 27명이 ‘국회 생명안전 포럼’을 창립해,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포럼 창립식에도 대책위 활동가가 참여해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렸었다. 이번 법안을 주도한 고민정 의원과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오영환, 민형배 의원은 모두 그 포럼의 회원들이다. 직장에 대한 안전문제를 공론화할 수 없다면 국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이번 개정안도 즉각 철회하고 원래의 ‘삼성보호법’도 개정하기를 바란다.
2020년 10월 19일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오픈넷,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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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되었다(『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정청래 의원 대표발의, 2100294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윤영찬 의원 대표발의, 2102291). 그러나 ‘언론’, ‘표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은 이미 국제인권기준에 반하여 과도하게 형사화되어 있는 명예훼손 제도가 남용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언론 행위를 표적으로 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정하는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한편 법무부는 상인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본 상법 개정안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통해 기업의 영리 추구 과정에서의 반사회적 위법행위를 억제할 필요는 있으므로 이러한 입법안에는 찬성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위자료 액수가 비현실적으로 억제된 상황에서 실제 손해에 대한 배수손배는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해당 법안 설명자료에서 ‘가짜뉴스, 허위정보’를 명시하면서 언론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타깃팅하여 이러한 순기능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역기능을 우려하도록 만들었다. 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법안에는 언론행위에 대한 예외가 명시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법원이 언론 행위에 해당 법을 적용할 때에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피해자의 손해액만큼의 보상, 즉, ‘전보배상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민사 손해배상 체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예외적인 제도다. 즉,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넘어, 사회 공익적 고려에서 다시 재발되어서는 안 되는 반사회적 행위를 징벌을 통해 억지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무책임한 보도로 개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언론 활동이 억지되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예외적 징벌이 필요할 정도로 해악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인가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안전기준 위반으로 인한 노동자의 사망,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이 다수의 인명과 신체 안전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와 비교할 때, 표현행위는 그로 인한 해악의 결과나 인과관계 자체가 명백하지 않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통 형사제재가 미비하거나 부족한 사건에서 추가적인 사적 벌금을 부과하여 재발방지 효과를 노리는 제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고, 징역형까지 규정되어 있으며, 명예훼손죄 고소·고발 건수도 굉장히 많다.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협을 통해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려는 공인이나 기업의 소송 남발로 언론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악의적’ ‘허위’ 보도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해석에 따라 달라지거나 사실의 존재를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명제가 가짜뉴스로 프레임 씌워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특혜’, ‘성폭력’, ‘공산주의자’, ‘친일파’ 등의 단어 사용도 명확한 법적·학술적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한 광의의 용례에 의할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이러한 단어를 사용한 명제가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사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감옥에 간다’거나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 등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을 ‘가짜뉴스’ 유포라고 썼다가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정정 및 3천만원의 손해배상 선고를 받았다. 또 최근 민중의 소리 기자는 유튜브 채널에서 7, 80년대 공안기관들이 호텔이나 여관에 수사대상을 감금하고 조사했던 불법행위를 지적하며, 나경원 전 의원의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그레이스 호텔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고 “공안기관의 불법구금에 협조했던 혹은 묵인했던 호텔은 아무 죄가 없을까”라고 발언했다가, ‘해당 호텔이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외할아버지 소유가 아닌 외삼촌 소유였고, 호텔 측에서 고문을 묵인하거나 협조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되었다.
또한 이명박의 BBK 실소유주설을 주장한 정봉주 전 의원, 최태민-최순실 부녀와 박근혜의 유착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목사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판결을 받고 처벌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점차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허위성’을 이유로 함부로 표현, 표현자를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사례들도 발화자의 ‘고의’가 인정되었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악의’, ‘중과실’과 같이 주관적인 기준은 안전장치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즉, 허위임을 명백히 인지하거나 조작한 수준이 아니라 취재원 일방의 주장만을 듣고 당사자의 주장을 듣지 않았다거나, 추가 취재 없이 받아쓰기만 했다거나, 확실한 증거가 없이 공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악의’나 ‘중과실’이 인정될 수도 있다.
기존의 언론 판결에서 손해배상액이 적었다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민사손배에서 손해배상액이 적은 것은 언론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사 사법 전반의 문제로서 위자료를 현실화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법무부가 발표한 상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실손해의 5배에 한정된 것이라서 위자료 현실화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에 대해서는 유의해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기자들 중 약 30%가 취재나 보도로 인해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고, ‘공인에 대해 취재할 때는 소송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도가 꺼려진다’고 답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되면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부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자들로서는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게 될 것이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의 환경은 크게 위축될 것이 자명하다. 이로 인한 사회의 장기적 손해는 국민 모두가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언론 활동을 중대한 위험을 가진 ‘징벌’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자제하고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및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2020년 11월 1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11. 24. ‘통신자료’의 명칭을 ‘통신이용자정보’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당사자에게 정보제공사실을 통지하는 절차를 신설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허은아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4821)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찬성의견을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가. 주요내용
나. 통신자료의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
다. 통신이용자정보제공 통지 제도 신설에 대한 의견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12. 2.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간행물 등의 형태를 포함시키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유정주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5530)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가. 서론
나. 간행물의 의의
다. 명확성의 원칙 위반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월 비상사태 및 의회해산을 선언한 이후 지난 3월 12일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과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유언비어’를 형사처벌하는 소위 “긴급조치 2호“를 선포하였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동남아시아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Southeast Freedom of Expression Network, SAFENET)와 함께 이 긴급조치가 현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 남용되어 현재의 초헌법적 상황을 장기화하는 시도에 동원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이와 관련하여 오픈넷은 지난 3월 15일 아티클19(Article 19), ASEAN Parliamentarians for Human Rights(APHR)와 함께 말레이시아 표현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의 논평을 낸 바 있다.
이 긴급조치는 비상사태에 대한 유언비어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종의 ‘허위사실유포죄’이다. 국제인권법은 ‘허위사실유포죄’는 평화와 공익을 보호한다는 명분과는 달리 숱한 역사 속에서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시민들의 진실된 비판을 억압하는 데에 이용되므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바로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이번 긴급조치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이 2018년 4월에 통과되었다가 국제사회의 반발로 개혁성향의 말레이시아 의회에 의해 2019년 10월에 폐기되었다. 그런데 2021년 긴급조치는 바로 그 법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긴급조치는 독일의 소위 네트워크법(NetzDG)을 모델로 삼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네트워크법에는 허위사실유포죄 자체가 없으며 기존 형법이 금지하는 표현에만 적용될 뿐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의회 통제 없이 법을 만들 수 있게 하고 바로 그 비상사태에 대한 토론을 막기 위해 이번 긴급조치를 통과시켰다. 이와 같은 ‘자기거래’는 1972년 우리나라 유신정권이 부정선거로 통과된 유신개정헌법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막기 위해 바로 그 헌법이 허용하는 긴급조치 1호와 9호를 통해 유신헌법에 대한 ‘유언비어’를 처벌하겠다고 나선 상황과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이런 역사적 교훈 속에서 긴급조치 1호의 ‘유언비어유포죄’도 2009년 새롭게 집행되던 ‘허위사실유포죄’도 모두 위헌결정이 내려져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독립 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이 2018년 5월 선거를 통해 집권한 후 야당연합 내 개혁세력이 정권을 이양받기 직전에 보수세력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루어졌으며, 보수세력이 다시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던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지난 1월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이번 긴급조치는 비상사태 상황을 장기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긴급조치는 국제인권상의 다른 흠결도 가지고 있다. 독일의 네트워크법처럼 경찰이나 정보통신부처의 요청이 있는 게시물을 24시간 내에 차단하지 않으면 플랫폼 운영자에게 가혹한 벌금을 매기는데, 이와 같은 조항은 플랫폼이 인지하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국제기준이 된 EU 전자상거래지침을 직접적으로 위반하지는 않으나, 플랫폼 운영자에게 경찰이나 정보통신부처의 모든 차단요청을 합법적인 게시물에까지 적용할 동기를 부여한다. 또, 모든 플랫폼 운영자에게 계정 비밀번호 등의 접근권한 및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영장이나 기타 사법적 통제 없이 수사기관에게 넘기도록 한 것 역시 문제이다.
이번 ‘유언비어 퇴치’ 긴급조치는 이웃의 미얀마가 겪고 있는 위기를 생각할 때 더욱 걱정스럽다. 위에서 언급했듯 말레이시아는 2018년 4월에도 한 달 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비슷한 내용의 법이 통과되었었다. 말레이시아의 민주주의 전통은 계속되어야 하며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긴급조치가 폐기되어 코로나 상황뿐 아니라 현재의 초헌법 상황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허용될 것을 요구한다.
2021년 4월 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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