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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보안관은 사라졌지만 감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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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보안관은 사라졌지만 감시는 계속된다

익명 (미확인) | 월, 2015/11/16- 18:44

스마트보안관은 사라졌지만 감시는 계속된다

 

글 | 오픈넷

 

방통위가 청소년들을 유해정보에서 구해내겠다며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에 배포한 스마트보안관이라는 모바일 앱이 있다. 방통위는 2013년부터 무려 이 앱을 위해 약 30억 원의 예산을 들였고 이통3사와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이하 MOIBA)가 함께 개발을 했다.

스마트보안관을 실행시키면 이 앱이 계속 스마트폰에 상주해있으면서 이용자, 즉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 모니터링 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주요 기능은 아래와 같다.

  •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 부모에게 청소년 자녀의 스마트폰 일평균 이용시간, 주 이용시간대, 주 이용정보 카테고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통제한다. (시간별, 앱별 등)
  • 스마트폰에 설치된 스마트보안관을 청소년이 임의로 삭제할 수 없게 한다.

스마트보안관 안내 배너

주요 기능만 봐도 애정이 과한 부모 세대가 청소년 세대를 스토킹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생활 침해를 하는 느낌이 든다. 놀랍게도 방통위가 2015년 4월 16일부터 시행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에 의하면 청소년에 판매하는 스마트폰에는 유해매체물을 차단할 수 있는 앱을 반드시 설치해야 했다. 이 법률상 의무를 충족할 수 있는 여러 앱이 있지만 방통위는 자신들이 개발한 스마트보안관 설치를 은근히 장려했고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이 수십만명의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깔리게 되었다.

참고로 2015년 7월 이통사별 스마트보안관을 설치한 수는 다음과 같다.

  • SK텔레콤 – 57,217건
  • KT – 202,041건
  • LG유플러스 – 120,709건

 

심각한 보안 문제, 7개월 만에 서비스 중단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11월 1일 방통위는 스마트보안관 앱·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스마트보안관 앱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삭제됐다. 방통위가 스마트보안관 서비스를 중단한 건 의무 사용을 강요한 이 서비스에 심각한 보안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스마트보안관의 심각한 보안 결함을 발견한 것은 토론토 대학교 뭉크스쿨 글로벌상황연구소 산하 시티즌랩이다. 시티즌랩은 2015년 9월 20일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청소년들을 디지털 위험에 노출시키는 한국의 스마트보안관 앱”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참고: 관련 오픈넷 보도자료)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청소년들을 디지털 위험에 노출시키는 한국의 스마트보안관 앱"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스마트보안관의 프라이버시 보호 정도 및 보안성에 대한 독립적인 두 건의 감사 결과가 담겨있다. 감사는 보안감사 전문 회사인 큐어53(Cure53)과 함께 진행이 됐는데, 연구진은 스마트보안관[1]을 이용하는 청소년과 부모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위헙하는 26건의 취약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안 취약점들을 이용하면 스마트보안관 계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 변조, 개인정보 절도 등 다양한 공격에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밝힌 문제점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인증 문제: 정상적인 확인절차나 암호 없이도 계정의 등록과 관리가 가능한 문제점 존재
  • 인프라 문제: 서버는 구식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고, 보안조치와 암호화가 업계 표준으로 구현되지 않음. 무작위 대입 공격에 대한 대책 없음
  • 법적·정책적 함의: 스마트보안관의 설계 수준이 취약해서 MOIBA의 스마트보안관 약관과 개인정보정책에 맞지 않음. 또한 스마트보안관의 기능은 전기통신사업법령의 내용을 넘어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함

시티즌랩은 9월 20일 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MOIBA에 이 내용을 공유하고 문제를 수정하도록 45일을 기다렸고 일부 취약점을 보완했다고 답변을 했으나 전체 취약점을 해결했는지 답변이 없어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한다.

시티즌랩은 그후 MOIBA가 관련 개선을 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 11월 1일 2차 감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 관련 오픈넷 보도자료) 2차 감사는 1차 감사 때보다 보완이 됐다고 주장하는 최신 버전을 대상으로 했는데[2] 일부 수정·보완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아래와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이 남아있다고 했다.

  • 공격자가 청소년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다면 청소년의 생년월일, 휴대폰에 설치된 모든 앱의 목록, 모든 차단 규칙을 취득할 수 있다.
  • 공격자는 여전히 청소년의 휴대폰의 차단 규칙이나 설정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글 수 있다.
  • 공격자는 여전히 스마트보안관 부모용의 비밀번호와 청소년의 계정과 연계된 부모의 휴대폰 번호를 찾아낼 수 있다.

이에 시티즌랩은 스마트보안관을 앱스토어에서 즉시 내리고, 이용자들은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즉, 방통위는 시티즌랩이 중단 권고를 한 당일 바로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조선닷컴 기사에 따르면 방통위는 스마트보안관 중단 조치에 관해 “지난달 모든 이통사가 음란물 차단 앱을 무료로 보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했을 뿐”이라며 “문제와 관계없이 예정된 일정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이통사의 차단 앱이란 SK텔레콤의 “T청소년유해차단”, KT의 “올레 자녀폰 안심”, LG유플러스의 “U+ 자녀폰지킴이” 등을 말하는데, 이것들은 여전히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실행할 수 있다.

 

계속되는 프라이버시 무시·자녀 감시들

따라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가 아니더라도 이통사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유사한 기능의 앱을 계속해서 배포하고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위험한 앱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일명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이 이런 앱들의 설치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이통사가 청소년과 계약을 할 경우 청소년 유해매체물과 음란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세부 방법·절차는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의8 제2항

제1항에 따라 차단수단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절차에 따른다.

1. 계약 체결 시

  • 가. 청소년 및 법정대리인에 대한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의 고지
  • 나. 차단수단의 설치 여부 확인

2. 계약 체결 후: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차단수단이 15일 이상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매월 법정대리인에 대한 그 사실의 통지

(참고로 여기서 차단수단은 청소년유해정보차단 소프트웨어로서 시행령은 정부 배포 “스마트보안관” 등 앱의 형태로 되어 있는 수단을 전제하고 있다)

법에 이렇게 명시되어 있는 경우 정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반드시 청소년에게 유해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를 위해서는 많은 정보에 접근을 하고 모든 정보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청소년은 부모와 협상할 기회도 없이 부모의 상시감시 아래 놓이게 되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하다.

또 법은 차단서비스만 제공하라고 했지만 차단서비스가 상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기기 전체에 대한 상시감시가 필요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보안관처럼 수십 억의 돈을 들여도 이용자들을 오히려 각종 보안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또한 이 시행령은 이통사가 유해정보 차단 앱이 설치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명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통사를 통해 구입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는 이용자나 외국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경우는 확인조차 할 수 없는 한계점도 명확하다.

심지어 성인인 부모조차 이러한 발상과 서비스를 거부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앱의 품질이 나빠 이용을 거부하거나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설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시행령은 부모가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 앱은 부모가 원치 않아도 자녀의 폰에 설치되어 부모와 자녀를 감시자와 피감시자의 관계로 몰아넣어 스마트폰 이용에 관해 교육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감시와 통제로 교육? 발상 자체가 문제

정부는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기본권을 침범할 소지가 높더라도 청소년의 모든 스마트폰 이용 내역을 감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보안성이 매우 떨어지는 앱을 직접 개발해 배포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금은 직접 앱을 배포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 때문에 여전히 이런 강제 모니터링 앱을 설치해야 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존재한다.

정부는 여전히 청소년의 문자메시지, 채팅 메시지, 검색어 등을 감시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정부는 여전히 청소년의 문자메시지, 채팅 메시지, 검색어 등을 감시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참고로 지금도 서비스 중인 스마트안심드림은 예를 들어, “찍힐”, “주글”, “셔틀”, “찐따”, “빠굴” 등등 비속어 및 변종 그리고 “본드” “죽었”, “스트레스” “쌍커플”, “외모”, “월경”, “성범죄” 등의 주의어 등의 수천개의 단어들 목록에 포함된 단어가 이용되면 부모에게 곧바로 통지가 된다. 이용실적이 2015년 3월 현재 수천명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이미 통지가 수십만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며 이들은 고도의 감시상태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정부는 통제와 감시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민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해야 할 영역을 국가가 법으로 학교·부모의 감시를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개인용 통신기기에 특정 소프트웨어의 장착을 요구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

[1] 안드로이드용 스마트보안관 최신버전(1.7.5 이하)

[2] 안드로이드용 스마트보안관 1.7.7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1. 1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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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식별화’ 개념은 행정입법에 그치지 않고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일부 법안들에서 법정 개념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다음 비식별화 관련 법안들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합니다.

 <의견>

발표일자: 
2015/11/23

나머지 보기

화, 2015/11/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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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 때려잡자? 인터넷 규제론의 다섯 가지 문제점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음란성, 비도덕성 등으로 ‘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해 업계 자율규제 위주의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 업계가 스스로 자정하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음란 개인방송 등 불건전 1인 방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좀 더 효율적인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타임스,  “별풍선 주세요”욕설·선정성 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 (2016년 4월 27일) 중에서

디지털타임스 - “별풍선 주세요”욕설·선정성 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 (2016년 4월 27일)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42702101231033001

디지털타임스 – “별풍선 주세요”욕설·선정성 도 넘은 인터넷 개인방송 (2016년 4월 27일)

포털 첫 화면에서 접한 기사다. 그야말로 문제투성이다. 과연 기사 부제목처럼 “”자율규제 우선” 정부 대책에 더 강력한 압박수단 필요”할까?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방송과 함께 통신(‘인터넷’)도 심의하고 있는 판국에? 방심위의 아프리카 TV 규제에 관한 문제점은 내가 몸담은 오픈넷에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아프리카TV를 사례로 삼아 ‘인터넷 규제론’의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추려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1. ‘자율규제’로는 역부족? 전 세계 유일 인터넷 심의국가 

아프리카TV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인터넷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이하 ‘방심위’) 심의를 받고 있다. 도대체 어느 부분이 ‘자율규제’에 방치되어 있다는 것인가? 무엇이 “역부족”이라는 것인가?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하는 일은 귀여운 마스코트의 모습과는 좀 딴판이다.

2. 불법 인터넷 게시물? 형사처벌하면 된다 

방심위를 빼놓고 얘기해도, 인터넷 방송이 “자율규제로는 역부족”이라고 투덜(?)대는 건 길거리 산책이 ‘자율규제’에 방치되어 있다고 투덜대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길거리 산책하다 다른 사람 폭행하거나 명예훼손하면 형사처벌한다. 인터넷에서도 아프리카TV이든 뭐든 명예훼손, 음란물, 아동 포르노를 게시하면 형사처벌하면 되고 형사처벌되고 있다.

불법 게시물? 불법 동영상? 그럼 형사처벌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다.

불법 게시물? 불법 동영상? 그럼 형사처벌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다.

3. 자율규제는커녕 사전규제 당하는 형편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아프리카TV를 포함한 우리나라 인터넷 업체들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그 등록이 취소될 수도있는 소위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번호’까지 가지고 있다.[1]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이 그런 번호 가지고 있나?[2] 우리나라 인터넷은 ‘자율규제’는커녕 사전규제를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등록제는 통제수단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슈퍼히어로 등록제 때문에 싸움이 나는 거 봐라.

표현의 자유 검열

4. 방송 vs. 인터넷에 대한 무지

불법 아니더라도 ‘불건전’(?)하면 국가 공권력이 때려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직 있나? 인터넷 ‘방송’에서 ‘방송’은 은유다. 실제 법률상 규제하는 방송이 아닌지를 기자는 정말 모르는 걸까?

앞서 언급한 해당 기사 댓글에도 있지만, 법적으로 일간베스트나 아프리카TV나 다를 것이 없다. 일간베스트는 왜 불건전 심의 안 하나? 아프리카TV도 방송처럼 불건전성심의를 하자고 하는 사람이라면 일베에도 불건전성 심의를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물론 그래선 안 된다. 아프리카TV든 일베든 그 불법성 여부만 심의하는 게 맞다.

불법이 아니라도 "불건전"(?)하면 일단 때려잡아라? (출처: Daniel Lobo, CC BY https://flic.kr/p/5925ri)

불법이 아니라도 “불건전”(?)하면 일단 때려잡아라? (출처: Daniel Lobo, CC BY)

(인터넷 방송이 아닌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 불법인지 아닌지를 심의하는 것을 넘어 건전한지 아닌지까지 심의(불건전성 심의)하는 것은 방송이라는 매체의 물리적 희소성 때문이다. 전파의 간섭현상 때문에 채널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서 시작된 것이다.

인터넷은 이런 기존 매체의 희소성을 해결하여 각자가 불법만 아니라면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라고 만들어진 매체이다. 아프리카TV가 딱 바로 그런 거다. 난 아프리카TV에서 법률 강의할 때 말고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고, 원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무슨 불건전을 떨든 상관하지 않는다. 불법만 아니라면 말이다.

5. 디지털 경제 하지 말자는 건가? 

외국에서는 유튜브가 실시간 방송 시작한 지 이미 오래됐고, 페이스북 라이브, 페리스코프, 미어캣, 캐미오 등등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사를 보면서 포털 사업자가 실시간 방송을 시작할 엄두라도 낼 수 있을까?

우리는 다 같이 디지털 경제 하지 말자는 건가.

소셜 디지털 미디어

 

[1] 자본금 1억 원이 넘는 업체들은 모두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신고해야 한다.

[2] 물론 구글, 페이스북 등의 한국 법인은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번호’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그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번호’가 없으면, 한국 사무소들이 없어지는 것이지 한국 사람들이 구글, 페북, 트위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6.04.28.)

 

금, 2016/04/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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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입장

 

보건의료 영역에서 빅데이터는 공중보건, 공익적 연구, 임상 치료 영역에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는 그 가능성은 공공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활용을 전제로 예시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성과가 공공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선순위가 뒤바뀐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 발전 영역조차도 데이터 및 기술 자체의 문제나 여러 가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빅데이터 활용의 효과, 효용 등에 대한 평가는 더 많은 논의와 검증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효과, 효용 등이 불확실한 것에 견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으로 인한 개인 정보인권 침해 가능성과 윤리적·사회적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한 건강불평등의 가능성은 보다 현실적이다. 여러 우려 목소리를 수렴해 최근 복지부가 ‘시범’ 사업으로 제한하고, 공공 기관이 수집한 정보로만 제한하겠다고 내놓은 수정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역시 개인정보 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고, 현재 법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학술 연구 및 공공정책의 개발을 위해 개인 건강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용은 개인의 정보인권이 침해되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안전장치의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와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이러한 거버넌스 체제 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시범사업은 이러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고, 공익적인 효과 및 위험성에 대한 분명한 평가를 통해 거버넌스 체제를 개선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과 관련한 법제도 개선 및 거버넌스 구축 방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개인(건강)정보의 보호와 활용을 위한 법제도 정비

개인정보 관련 법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을 경우,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의 활용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호될 것이라는 신뢰를 갖기 힘들다. 특히, 개인 건강정보는 가장 민감한 정보의 하나로서 유출되거나 오용될 경우 개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보건의료 법제는 개인 건강정보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은 수십 종의 개인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고 수십억 명의 개인정보를 준영구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개인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 수집된 개인정보 범위의 적절성, 보유기간 등에 대한 법적 규율은 미비한 상황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이전에 개인정보 보호원칙(목적적합성, 최소수집 등)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 관련 법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연구 목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제18조 2항 4호에서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의 해석에 있어 많은 논란이 있으며 학술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의 안전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공익 목적의 아카이브, 학술연구 및 통계 목적으로 개인정보의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함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 및 권한을 강화하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나 개인정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산업 진흥의 역할도 수행하거나 독립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합당한 권한을 가진 독립적 감독기구가 존재할 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보주체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역시 명확한 법적 근거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 사회적 공론화 과정, 시범적 데이터의 제공 및 평가 등 시범사업의 추진은 법제 정비와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운영은 관련 법제가 정비된 이후에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의 불법적 활용이라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관련하여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정보를 연계 처리한 업체 및 공공기관이 고발된 바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연구 목적 활용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일반적 규정 외에도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를 위한 별도의 규율이 필요하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데이터의 보호 및 활용의 원칙, 연구 제안서의 심사 등을 위한 거버넌스 기구나 절차가 법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제 정비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적 절차, 공청회, 토론회,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대화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한 상태에서 숙고를 거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여부 및 조건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2.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 구축

관련 법제와 더불어 개인정보의 보호 및 안전한 활용을 위한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거버넌스 체제는 관련 법제 및 세부 지침에 반영되어야 한다.

가. 연구 제안서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연구를 목적으로 개인 건강정보의 수집 목적 외 활용을 허용하더라도, 해당 연구의 공익적 가치와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일정한 안전조치를 전제로 학술 연구 및 통계 목적으로 가명(혹은 익명)화된 개인 건강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개별 사례에서 어떠한 연구가 이에 해당하는지 법에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특정한 연구 프로젝트를 심의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연구평가위원회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 연구평가위원회는 해당 연구의 학술적 가치, 해당 연구가 개인정보에 미치는 영향, 연구기관 및 연구자의 신뢰성, 연구 제안서의 완성도 등의 기준에 입각하여 허용 여부를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평가위원회에는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위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해당 연구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 결과물은 공개되어야 한다.

연구평가위원회는 단지 데이터 제공의 허용 여부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제공의 필요성 및 그 범위도 평가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학술 목적으로 개인정보 제공할 때에도 가능하다면 정보주체의 동의에 기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동의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거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제공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가명화 조치를 포함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익명화된 형태로도 연구가 가능하다면 익명처리하여 활용해야 한다. 즉, 연구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이 제공되어야 한다.

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가 전 과정에서 구비되어야 한다.

책임성 있는 연구기관 및 연구자에게만 데이터가 제공될 수 있도록, 연구자들은 개인정보 및 보안 요구조건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훈련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침해 시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연구자와 계약이나 이용약관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 상충(Conflict of Interest)”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책임 연구원 포함 모든 공동 연구원에게 “Disclosure statement”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연구를 허가받더라도 데이터셋 자체를 다운로드 받거나 파일로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 보안을 위한 설비가 구축된 안전시설(“safe havens”)에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며, 이용 기록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데이터 유출 및 목적 외 사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데이터 보유기관, 안전시설 등에서의 데이터 보관 및 전송 과정의 보안을 위한 기술적, 물리적, 관리적 보안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러한 안전시설은 데이터 보안만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도구의 제공이나 컨설팅 등 연구 지원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가 연구 결과물을 안전시설에서 갖고 나가기 이전에 연구 결과물이 의도하지 않게 개인정보를 포함하거나 노출할 위험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 데이터 연계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통합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으며, 단지 각 데이터 보유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및 연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데이터 연계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Trusted Thired Party, TTP) 모델”과 같이 데이터 보유기관, 연계기관, 제공기관, 연구자 등이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데이터 연계를 위한 연계키로서 비록 암호화된 형태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미 현행 법제는 주민등록번호를 법령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의2) 궁극적으로 주민등록번호는 번호 체계도 변경되어야 하고 수집 및 처리의 범위도 제한되어야 하는 바, 보건의료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주민등록번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유엔 <통계 및 관련 연구 목적을 위해 수행되는 데이터 통합의 기밀성 관련 원칙과 가이드라인>(여기서 통합은 연계와 유사한 의미이다)에서는 명확한 법적 보호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국가통계기구는 자연인 및 법인과 관련된 데이터 통합을 하지 말 것,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하다면, 데이터 제공자의 동의를 얻을 것, 목적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만이 승인된 데이터 통합 작업을 위한 데이터셋에 포함되어야 함 등을 데이터 연계와 관련된 원칙들을 제안하고 있다.

라. 정보주체의 거부권

연구 목적의 제공시 정보주체의 동의권이나 열람권 등이 제한될 수 있으나, 자신의 개인정보가 애초 수집 목적 외로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애초에 거부권(Opt-out)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기관은 보유 정보가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지하고, 정보주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개인은 연구 목적 제공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마. 거버넌스 기구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감독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의 정책, 원칙 등을 결정할 거버넌스 기구가 필요하다. (이는 연구평가위원회와 별개로 구성될 수도 있고, 통합될 수도 있다.) 이 거버넌스 기구는 시민사회, 노동단체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 주체로 구성될 수 있다.

거버넌스 기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대해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하며, 정책 및 운영원칙의 수립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수시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3. 투명성과 시민참여

투명성과 시민참여는 사회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관련 법제의 정비에서부터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목적, 범위, 내용, 방법, 절차, 거버넌스 체제 등 전반에 걸쳐 정보주체인 시민과 환자,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관련 정책, 지침, 가이드라인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에 따라 운영함으로써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 제안서에 대한 심의, 채택, 결과물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항상적으로 모니터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의 실효성 및 개선점을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4. 시범사업의 신중한 추진

시범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이 추진되는 것인만큼, 위험성이 적고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부분부터 가능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본 사업의 추진 여부 혹은 미비점 보완을 진행해야 한다.

가. 제공되는 데이터셋의 제한

시범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데이터는 다양한 목적으로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기왕에 수집, 보관하고 있는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셋에 한정해야 한다. 이 데이터셋 중에서도 개인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데이터셋은 제외한다.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수집, 보관하고 있는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 모바일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보관되는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의 활용, 인터넷·SNS 등을 통해 수집 가능한 다양한 개인 건강정보 등의 활용 등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에서 전자의무기록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기기 등을 통해 수집한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하여 연구를 수행하려 하는 경우, 모바일 기기·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수집된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하려는 경우, SNS 등을 통해 수집된 개인 건강정보를 다른 빅데이터셋과 연계할 경우 등 민간 영역의 데이터셋의 활용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에서 제외한다.

나. 연구 목적의 제한

시범사업에서는 공중보건과 관련된 사회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로 한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중보건’이라 함은 국민 다수의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서, 건강 수준(유병률, 장애율 등), 건강 결정 요인, 보건의료 요구, 보건의료 자원 할당, 보편적 의료 보장의 제공, 보건의료 재정, 사망원인 등을 말한다. 공중보건과 관련된 연구라 할지라도 사회정책적 목표가 불확실한 연구나, 보건의료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연구의 결과가 특정 사업주, 보험회사, 제약회사 등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명백한 연구, 시장분석이나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연구는 제외한다.

2018년 3월 28일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사회진보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오픈넷, 참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8/03/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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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여섯 번째 판례 : 임시조치 사건1)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甲은 포털사이트 ‘△△’의 ‘○○ 피해자 가족 연대’라는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위 카페의 자유게시판에 ○○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게시하였다. 포털사이트 △△은 ○○로부터, 이 게시물에 ○○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요청을 받은 날부터 30일간 이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이 사건 임시조치’라 한다)를 하였다. 이에 甲은 이 사건 임시조치의 근거가 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제2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위헌 여부가 다투어진 법률조항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임시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2항이다. 우선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 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제도를 일반적으로 임시조치제도라고 부르는데, 이 사건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임시조치제도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임시조치제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임시조치제도는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권리침해 주장자의 삭제요청과 침해사실에 대한 소명에 의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 또한 적절하다고 보았다.

둘째,‘사생활’이란 이를 공개하는 것 자체로 침해가 발생하고, ‘명예’ 역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이 적시되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임으로써 침해가 발생하게 되므로,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게재되는 사생활이나 명예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는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가 적지 않고, 빠른 전파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사후적인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인격 파괴가 이루어질 수도 있어, 정보의 공개 그 자체를 잠정적으로 차단하는 것 외에 반박내용의 게재, 링크 또는 퍼나르기 금지, 검색기능 차단 등의 방법으로는 임시조치제도의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보았다.

셋째, 임시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권리침해 주장자의 ‘소명’이 요구되므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영리적 목적과 사인의 사생활, 명예, 기타 권리의 침해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차단하는 공익적 목적 사이에서 해당 침해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30일 이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정보 접근만을 차단할 뿐이라는 점, 임시조치 후 ‘30일 이내’에 정보게재자의 재게시청구가 있을 경우라든가 임시조치기간이 종료한 경우 등 향후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하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정보의 불법성을 보다 정확히 확인하는 동시에 권리침해 주장자와 정보게재자 간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임시조치의 절차적 요건과 내용 역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하도록 설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넷째,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표현의 자유가 갖는 구체적 한계로까지 규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4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만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됨으로써 타인의 인격적 법익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공익은 매우 절실한 반면, 임시조치제도로 말미암아 침해되는 정보게재자의 사익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보았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의 의미를 규명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임시조치제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에 의해 제도화되어 있는 것으로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하면 포털은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삭제 또는 30일 이내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 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제도는 2000년도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을 통해 이미 도입되어 있던 ‘피해자의 삭제‧반박문게재요청제도’에 포털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소위 ‘사이버 가처분제도’를 법률 차원에서 수용함과 동시에 가미한 것이다.

임시조치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는, 한편으로는 인터넷상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정보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피해자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도모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임시조치제도는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 임시조치제도가 ‘피해자에 의한 남용’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국가나 정부권력, 사회적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 내지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간부의 사진과 관련된 사례2),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사례3),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과 관련된 사례4)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임시조치제도는 제도의 성격상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본질적으로 열려 있다는 점이다. 명예훼손인지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권은 법원이 갖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종국적인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명예훼손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다만 피해자의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위하여 ‘잠정적’으로 일방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시조치제도는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많다. 포털들이 내부적으로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사업자의 내부정책에 불과하므로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넷째, 임시조치의 요건충족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의 부담을 개별 포털사업자가 안게 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개선책으로 임시조치제도의 남용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단순한 주장만 있다고 해서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국한해서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을 상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여전히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포털사업자가 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히 남게 되고, 실제로 명예훼손의 특성상 그 판단이 쉽지 않으므로, 결국 포털사업자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임시조치를 ‘자동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의 취지나 의의, 문제점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이 사건의 쟁점은 ‘타인의 사생활, 명예 등 권리’를 침해하는 또는 침해한다고 주장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권리침해 주장자로부터의 ‘삭제 등 요청’과 ‘소명’이라는 요건하에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30일의 범위 내에서 임시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과 ‘사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충돌상황에서 임시적으로나마 30일이라는 범위 내에서 전자에 우위를 두는 선택을 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임시조치제도가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임시조치제도는 권리침해 주장자의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삭제하지 아니하고 다만 그에 대한 접근을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때 ‘30일 이내’에 정보게재자의 재게시청구가 있을 경우라든지 등 향후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하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정보의 불법성을 보다 정확히 확인하는 동시에 권리침해 주장자와 정보게재자 간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일정한 자율규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인터넷자율정책기구’(Korea Internet Self-governance Organization: 이하 ‘KISO’라 한다)이다.

2009년에 포털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설립‧출범한 자율규제기구로서의 KISO가 수행하는 여러 가지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서 유통되는 게시물의 취급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이다. KISO가 수행하는 게시물 취급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은 ‘정책결정’과 ‘심의결정’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정책결정’은 KISO 정책위원회가 이용자 게시물 등의 일반적 취급방안에 대해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서, 포털이나 커뮤니티 게시물의 취급정책에 관한 일종의 ‘일반규범’을 정립하는 작용이다. 다음으로 ‘심의결정’은 KISO 정책위원회가 개별 게시물 등에 대한 불법 및 청소년 유해 여부 등에 대하여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서, 특정 개별 게시물의 불법 여부 및 청소년 유해 여부에 대해서 심의 및 판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책결정과 심의결정 모두 KISO 회원사를 자체적으로 구속하는 힘을 가진다. 따라서 KISO 회원사는 이러한 정책결정과 심의결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다. 물론 이러한 의무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윤리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KISO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즉 KISO는 전형적인 민간자율기구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이들 두 기관이 수행하는 기능도 그 법적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다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위해서 국가기관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기반한 규제의 효율성이나 융통성을 위해서는 민간이나 시장에서의 자율규제가 보다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인터넷 영역에서 KISO의 존재와 기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현재의 KISO가 수행하는 자율규제에 대해서 헌법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현행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는 특히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못함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절차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적 개선방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해서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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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한국 인터넷 표현 자유의 현주소-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2) 2009년 5월 1일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지하철 입구를 막고 시민들에게 장봉을 휘두르는 경찰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었는데, 당사자인 서울경찰 모 간부가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임시조치를 요청하여 해당 사진을 담은 게시물 다수가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3) 2009년 4월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이 모 유력일간지에 의한 임시조치요청으로 인해 포털에서 초기 대량으로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4) 2008년 12월 최병성 목사(‘생명과 평화’블로거 운영자)가 포털에 게재한 ‘1000마리 철새 떼죽음 된 시화호 원인 조사해보니’등 게시물 17개가 양회협회의 ‘명예훼손에 따른 임시조치 요청’에 의해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목, 2015/09/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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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은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이 법안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박근혜 대통령 발(發) 법안에 대한 여당의 강행 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테러방지법은 국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국정원의 접근 권한을 강화시켜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테러방지법 통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이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1. 총선 앞두고 보수 결집?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는 이른바 경제활성화 3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노동개혁법) 입법이었다. 여야는 이 법안을 두고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해를 넘겼고, 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국회의 직무 유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1월과 2월에 있었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와 국회 연설 등을 통해 국회가 반드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북한의 위협을 테러방지법 관철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은 각종 테러행위 예방을 위해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역량을 확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고, 북한의 도발을 예방할 수 있는 조항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이른바 ‘기승전테러방지법’ 식의 논리로 일관했다.

그 과정에서 테러방지법 논란은 안보정국 효과로 이어졌다. 이른바 ‘살생부’ 논란으로 내홍을 겪던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새누리당은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이 법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보수 언론, 보수 시민단체들도 연일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비판하며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보수단체까지 이어지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테러방지법 논란이 본격화된 2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하향세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새누리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대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테러방지법을 통한 안보정국이 보수층 결집을 가져왔고 현재의 추이로 봤을 때 다음 달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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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수 장기집권 플랜?

테러방지법이 국회에 처음 발의된 것은 9,11 테러가 있었던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현재 법안과 같이 국정원 정보 수집 능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추진됐지만, 인권침해와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한 우려로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폐기됐다. 당시 이 법안 폐기를 주도한 제1야당은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었다.

이후 16대에서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테러방지법이 발의됐지만, 국정원 비대화를 부르는 독소조항들이 문제가 돼 번번이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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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테러방지법이 역대 테러방지법 가운데서도 권력자에 의한 악용 소지가 가장 높은 법안이라고 평가한다. 과거 법안들이 계획성과 목적성 등 테러행위 규정에 대한 구체적 요건을 제시한 반면, 현행법에서는 모호한 표현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국가기관이 이 모호한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정적에 대한 일상적 감시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2월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시기적 특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이은 북한 도발로 인해 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에 대한 야당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월 국회는 지난해부터 지연돼 온 선거구 획정 처리에 대한 부담을 안고 시작한 회기였다. 필리버스터를 포함한 야당의 보이콧은 곧바로 선거 일정 차질로 나타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결국 야당은 ‘선거 책임론’을 제기한 여당과 보수언론의 압박에 필리버스터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국정원에 의한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 논란을 겪었다. 이후에도 국정원은 간첩 조작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테러방지법으로 인해 국정원은 오히려 한층 강화된 권한을 갖게 됐다. 박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추진한 배경에 보수진영의 장기 집권 포석이 있다는 의혹도 이 때문이다.

3. 심판론 사라진 총선?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임기 말 선거는 ‘정권심판용’ 선거로 불린다. 임기 동안의 정책적 성패가 고스란히 수치로 나타나고,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곧바로 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경제,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테러방지법 정국 속에 정작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상태다.

현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적신호’ 투성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국가 채무는 443조 원(2012.12.31 기준)에서 지난해 말 595조 원으로 급증했지만, GDP 성장률은 3년 동안 2%대를 벗어나기도 버거웠다. 가계부채도 큰 폭으로 상승해 2013년 963조 원이었던 부채액이 1,207조 원으로 증가해 25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수출도 하향세다. 박 대통령 임기 초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수출은 올 2월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전년동월대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의 재벌 집중과 빈부 격차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계속 노동법 개혁을 통해 쉬운 해고가 가능해야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토론자로 나선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경제 위기야말로 국가위기상황인데 이를 돌봐야 할 정부, 여당이 테러방지법 통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 2016/03/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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