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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도시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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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도시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10/29)

익명 (미확인) | 화, 2015/11/03- 16:43

도시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 어떤 일을 하루 중 얼만큼 할 것인가. 어디에 살 것인가. 무엇을 살 것인가. 왜 사는 것인가. 에코페미니즘 학교 다섯번째 시간, 10월 29일 도시, 노동, 주거를 키워드로 마르쉐@의 김송희님과 여성환경연대 중견 활동가 금자님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발화1. <시장에서 오고 가는 노동과 소비>

 

현실에서 발을 떼는 순간 꿈은 꿈으로 끝난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인데요.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다가 죽는다고 하는데, 현실에서 발을 떼는 순간 허망하게 꿈은 꿈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실에서 내가 이루려는 꿈을 어떻게 이루며 살 수 있을까? 그러다보면 구체적인 돈, 노동, 소비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먼저 마르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드리면, 농부, 요리사, 수공예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농부시장입니다. 3년 정도 되었고, 제가 같이 일한 지는 2년이 되어갑니다. 마르쉐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주체들이 있는데요. 저와 함께 활동하는 ‘마르쉐친구들’이라는 4명의 운영진이 있고, 디자이너, 집기설비팀, 후원해주는 단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도 있고 자원활동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의 생태계를 스스로 돌보는 소비의 방식

시장이 가능하려면 소비가 있어야 하죠. 소비가 일어나야지 시장이 가능한 거잖아요. 소비 없는 시장은 좋은 이벤트로 끝나고 말죠. 중요한 소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도 마찬가지고, 마르쉐가 도시에서 일어나잖아요, 도시사람들에게 소비는 일상을 지탱해주는 기본조건인 것 같아요. 도시라는 게 그렇잖아요. 일차적인 생산물을 뽑아낼 수 없는 곳이죠. 전기, 물, 먹거리 생각해보면 다 다른 지역에서 오고 있잖아요. 사실 우리는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왜냐면 내가 이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지니는지가 일상의 소비로 드러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마르쉐의 소비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파괴적인 소비가 지금 시대에 많잖아요. 소비의 아주 다른 모습으로는 불매운동이 있죠.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요. 또 하나는 나의 생태계를 스스로 돌보는 소비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르쉐도 그 중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내가 소비하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보이는 것, 나의 삶과 생산자의 삶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그런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인간의 연결고리만이 아니라 만약 농부라면 그 농부가 어떤 농사를 짓는지 얘길 들어보면서 농부가 흙에 대해 갖는 태도도 다 다르거든요. 그런 얘길 들으면서 소비가 어떻게 거쳐거쳐 나에게 연결되는지 연결고리를 볼 수 있거든요. 소비라는 게 도시생활자들에게 일상에서 매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내 삶을 이루는 것이 무엇일까 -> 내 삶을 어떻게 꾸릴까 

내가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소비하는 것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나에게 오는가를 아는 것은 곧 내 삶을 이루는 게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내 삶을 이루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한 이유는 다음에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게 항상 고민이라서 그런 부분이 제게 크게 다가왔어요. 마르쉐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적인 활동을 하고 혼자 살면서 알게 되는 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이런 것들이 내 세계를 이루고, 이게 그냥 개별자들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어디론가 같이 가고 있다는 걸 느끼면 저는 용기를 받게 되거든요. 인간이든 뭐든 자세히 들어보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시간과 돈 사이의 균형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저의 경우 일이 저를 성장하게 하는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열어주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르쉐@에서는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고 느껴요. 하지만 여전히 하면 할수록 어려운 건 거칠게 말하자면 ‘적절한 보수’예요. 이 돈으로 이 정도의 나만의 시간을 찾기가 되게 힘든 거예요. 시간을 많이 써야 돈을 많이 버는 건 당연한데, 그렇다면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길 원하고 어느 정도의 돈을 가지길 원하는 걸까. 그걸 생각해야 조정이 되더라고요. 생각대로 조정이 잘 안 되긴 해요, 일을 하다보면. 일을 하면서 그런 고민은 더 깊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꾸준히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이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살아남아야지 지속가능한 거거든요. 제가 아까 처음에 얘기했던,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고 꿈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 꾸준히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위해서는 이념이나 가치관이나 기준 같은 걸 내세우는 게 아니라 나는 그걸 가지고 있되, 열어놓고 그냥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것.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로컬푸드, 도시농업에 대한 교육보다 사실 우리가 물건을 사러 나갔을 때 까맣게 탄 농부가 “이건 이렇게 이렇게 키운 거예요.”하고 그걸 듣고 살 때 우리가 느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시장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시행착오와 실수를 계속 하겠지만 꾸준히 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 계속 고민하죠. 돈과 시간을. 사실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서 제 개인적 시간이 없는 게 고민이거든요. 그럼 그런 균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 같이 일하는 사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구조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마르쉐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다시 반복되는 얘기긴 하지만, 그렇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렇게 힘들게 가지만 이렇게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나와 세계가 이렇게 연결되어있다는 걸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저는 용기를 얻습니다.

 

#발화2.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고민이 많았어요. 발화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담론을 제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계몽적인 방식이 아닌 같이 이야기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됬는데요. 오늘 저는 제가 살아온 경험을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면서 그 안에서 에코페미니즘의 길이 뭔지 단상을 보려고 해요. “우아하게 가난” 이게 가능한 말일까요? 대출이자로 1원까지 가져가는 자본사회에서 말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장잔고에서 1원까지 뺏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이 없이 활동가 삶을 살면서 메트로폴리탄 서울이란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즘적, 대안적으로 사는게 가능할까요?

단순한 삶 – 시간을 어떻게 쓸까? 귀농만이 답은 아니야

‘심플라이프’하면요, 하루키가 생각나요. 하루키가 재즈카페 했던 건 아세요? 젊은 시절에 하루키도 되게 열심히 놀았어요. 재즈카페 밤에 하면서 소년소녀명작백서 세 권씩 읽고, 동네고양이가 애 낳을 때 고양이 아빠를 잡아주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냈죠. <심플라이프>에 그가 한 명언이 있어요. ‘돈이 없으면 생활이 놀랄 만큼 심플해진다.’ 너무 많이 가진 자가 하는 것 같지만 하루키 부부는 무형문화재처럼 궁핍해서 당시 신문구독도 못했고 당시 냉장고와 청소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냉장고가 없으니까 날마다 장을 보기, 장 보고 돌아오는 길에 헌 책방에서 책읽기, 돈이 없으니까 책 못사죠. 당연히 TV가 없기 때문에 볕을 쬐면서 소년소녀명작전집 읽기. 이런 것들을 하면서 몇 년을 보내요. 그리고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해요. 저는 이랬던 삶이 하루키의 큰 문학적 자산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말 한국에서 되게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거든요. 저녁이 있는 삶, 우리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굉장히 심플해요. 노동만 하니까. 다른 게 아니라 노동이 너무 일상을 점령하니까 굉장히 심플해지죠.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듣는 게 ‘힘들다’ ‘바쁘다’ ‘주말에 못 쉬었다’ 이런 말 많이 듣죠. 심플라이프를 꿈꾸고 단체에 들어온 활동가들 중 5명은 지금 성공적(?)으로 귀농을 했어요. 왜냐면 슬로우라이프라든지, 심플라이프라든지 대안적 삶을 꿈꾸고 단체에 들어왔는데 이 단체의 삶이 그렇지 않은 거예요. 너무 각박하고 힘들도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다들 귀농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달랐어요.

농사를 못 지으면 이런 기술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농촌에 기여할 게 없는 젊은이, 저는 한 마디로 생활기술이 없는 젊은이에요. 그래서 난 귀농 안 되겠다. 귀촌도 안 되겠다. 나는 여기서, 이 자리에서 마음의 유목민 상태를 접어놓고 여기서 심플라이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접한 책이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였어요. 얘네가 짐을 싸요. 여행가는 것처럼 짐을 싸는데, 2주 동안 자신들이 안 썼던 물건을 다 처분하는 거예요. 너무 극단적이긴 하지만, 자기 마음으로 짐싸기 연습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심플하지 않으면 자기 삶에서 자기 시간을 들여서 집중할 삶의 주제를 잡지 못하면 인생이 흔들려요. 그리고 대안적인 생활이라든지 에코페미니즘적 생활이 공부로 끝나고 마는 것 같아요. 삶이 되기 위해선 자기 지향성이 확실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돈에 대한 맷집과 ‘행복의 법칙’

저는 여성환경연대에서 8~9년차인데, 작년 초까지 ‘본인 외 개봉금지’라고 쓰인 국가에서 준 서류 받았아어요. 병걸린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회보험 공제에서 온 서류였어요. 월급에서 뭘 많이 떼잖아요. 국민보험도 떼고 연금 떼고 그러는데, 월급 130만원 안 되는 사람인 너희는 많이 떼 가면 안 되는 저소득 노동자이니까 너희한테 얼마를 보조해준다는 거였어요. 국가의 갸륵한 배려인 거죠. 그걸 받았고 요새는 다행이도 직급수당이 있고 호봉이 올라서 그 보험혜택을 못 받는데, 그 정도의 돈을 받고 살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여러 하우스메이트, 언니들과 함께 살면서 저는 돈에 대한 맷집을 키웠어요.

이스털린이라는 사람이 말한 ‘행복의 법칙’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미래에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변곡점, 돈이 많아도 행복해지지 않는 점이 있어요. 얼마정도 될까요? 우리 돈으로 하면 1200만원-1800만원 연봉이면, 자기의 삶의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자원이 있게 되고, 이 이후의 돈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받는 거예요. 사실 삼성을 보면 삼성가가 이건희 씨 집에서 원전사고 터지기 전에 일본의 해산물을 매일 직수입해서 먹었대요. 직접 공수해가지고.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분들한테 저희가 가서 먹는 노량진 횟집이 맛있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저희들이 한 번씩 친구들과 가서 먹는 노량진 횟집은 굉장히 의미가 있겠지만 날마다 좋은 것, 날마다 미치도록 좋은 것을 누리던 사람에게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어요. 날마다 그게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행복이 늘어나지 않죠.

그렇다고 제가 하루에 1달러 버는 사람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처럼 47억 손배소 걸린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하는 건 기만이에요. 당연히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이 높아지는 삶이 있습니다. 수돗물이 안 나오고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살아야 하고 씻을 수 없고. 인간의 기본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에서는 행복할 수가 없죠. 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건강하고 행복해져요. 이건 명백한 진실이에요. 우리가 그런 수준에 있는지, 자기가 어느 정도 벌어야 행복한지, 그 다음에는 나의 삶과 다른 삶의 질, 관계라든지 다른 걸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 자기 기준을 세워야 해요.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보면, 시간과 돈이 적고 큰것, 우선순위의 높고 낮음으로 자신의 생활을 써 보는 표가 나와요. 우선순위도 낮고 시간과 돈도 별로 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죠. 그런데 우선순위는 낮은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 이런 것들을 어느 수준으로 줄여야 할지 자기가 결정할 줄 알아야죠.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노동 – 자신의 한계를 알고 타인과 관계맺기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아는 것. 자기를 안다는 게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게 아니라 자기 한계를 아는 거예요. 어느 정도 숨을 들이켜고 어느 정도 가서 활동을 하다가 어떻게 물 위로 떠오르는가. 이걸 아는 게 자기 한계를 아는 거고, 자기 자신을 아는 거죠.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은 노동을 자기창조적인 이슈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실현의 과정.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저는 자기 한계를 알고 타인에게 배려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기실현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굉장히 그런 것들에 매몰됐어요. 노동은 원래 시지프스적 성격이 있어요. 굉장히 하기 싫은 것, 굉장히 힘든 것. 어쩔 때는 참아야 하는 것. 그런 것들을 어디서 배우겠어요? 연애라든지 함께 살기라든지 그리고 하루에 8시간 이상 해야 하는 노동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에 대해 굉장한 관념들이 있죠. 사실 저는 공부는 노동을 통해서 가장 많이 배운다고 생각해요. 노동이라는 게 자기 한계를 안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자기 한계를 안다는 건 자기가 어디까지 노동을 해서 어디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지 이 부분을 아는 거고요. 자기 적성이라든지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이거는 이번 생에는 몰라요.

나이 들 때까지 항상 자기 자신을 탐험하고 탐구하는 것. 내가 어떤 스타일일까 아는 건 평생의 과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마치 10대에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렇지 않다는 것. 자기가 어떤 노동을 즐길 수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럼 뭐 이번 생은 망했고 어차피 힘든 노동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생활이 즐겁지 않아요. 사실 자기가 열정을 투자할 수 있는 정도의 노동. 연애상대처럼 첫사랑처럼 어느 정도 설레는 노동. 이런 것 할 때 되게 행복하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맞춰야 합니다. 내가 어디까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지, 그렇지만 이 노동의 맥락과 판을 잘 살펴보는 것. 그 다음에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보는 것. 노동을 통해서 자기 한계를 알아서 자기를 배려하게 되고요, 또 노동을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할 수 있죠. 이 노동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면서 어디까지 하고 어디서 치고 빠질지를 생각하는 게 삶의 기술이겠죠.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부모론을 넘어 도시 주거에 대한 대안 – 지역공동체, 공동체토지신탁

우선순위는 높은데 돈이 제일 많이 드는 것. 서울에서 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 집이라고 생각합니다.저는 3년 전에 망원동에 있는 집을 1억9천에 샀어요. 어떻게 샀냐? 그 시절에 월급은 130이 안 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샀냐? 이 얘길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제가 제일 처음 엄마한테, 이거 기승전 부모론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런 건 대안이 아니에요. 부모론을 이용해서 산다는 게 너무 개인적인 대안이잖아요. 집에 한정해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지역생활권이에요. 공동체 생태계, 경제가 이뤄지는 게 한 500세대가 된다고 해요. 500세대가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데, 자기가 거주하는 공간은 매우 작고요, 외부 공간이 되게 커요. 임대만 가능해요. 소유할 수 없어요. 동네 커뮤니티 카페도 있고 워크숍 공간도 있고 이런 식으로 공동연대를 통해 풀 수 있도록 공동공간을 이용해요. 그렇지만 자기 공간은 가격을 낮추는 거죠. 넘어 갈게요. 다른 하나는 CLT, Community Land Trust예요, ‘공동체 토지신탁’입니다. 이게 정말 에코페미니즘 관점에 맞다고 생각해요. 토지를 과연 누가 소유하는가? 토지가 지들이 만들었어? 토지는 정말 선점해서 돈을 버는 거잖아요. 집은 20년이 지나면 낡아요. 집값이 뛰는 건 사실 건물보다 토지자산이 뛰기 때문이에요. 그 토지 주변에 좋은 학군이 생긴다든지 좋은 공원이 생긴다든지 공동체 자산을 사적으로 취득하는 거죠. 그래서 미국하고 영국에서 나온 운동이 땅을 사고 팔지 않고요, 공동체가 소유하되 그 위에 있는 집만 사고파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집값이 별로 비싸지 않아요.

에코페미니즘 학교 5강

연결성, 총체성을 보는 것이 바로 에코페미니즘

이런 이야기들이 에코페미니즘하고 어떤 상관이 있나 궁금하실 거예요. 저도 그래요. 그런데 시스템을 당장 뭐든 바꾸면 좋겠죠. CLT도 하면 좋겠고, 지역생활권도 하면 좋겠고 국정역사교과서도 안 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시스템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어요. 시스템이 변할 수 없을 때는 한 개인이 시스템이 되는 것. 자기가 변하기 원하는 대상 자체가 되는 것. 이런 노력으로 살아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에코페미니즘은 그 안에서도 굉장히 핵심적인 가치인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주방세제를 잘 안 쓰거든요. 베이킹소다를 쓰는데, 왜냐면 헹굼물을 받아서 텃밭에 줘야 해요. 합성세제가 들어가면 내가 먹는 배추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렇기 때문에 거의 세제를 쓰지 않아요. 그냥 물로만 헹궈요. 그러면서 순환을 생각하죠. 내가 쓰는 합성세제물이 어디로 가겠구나. 저는 에코페미니즘을 담론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연결성, 총체성을 보는 것. 내가 하는 행동이 어디 가서 어떤 행동이 되고 어떻게 어떤 생명과 맞닿아있는지 굉장히 큰 그림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조망할 수 있는 능력. 능력은 아니지만, 그런 감수성이 담론이 아닌 에코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해요.

 

#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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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자급, 농사공동체, 개발주의, 가부장제, 핵발전소, 동물권, 몸, 여성건강, 외모꾸미기, 도시, 노동, 주거, 소비 등을 키워드로 발화의 형식으로 진행된 생생청춘 에코페미니즘학교가 이로써 끝났습니다. 10월 한달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 각 주제를 부여잡고 에코페미니즘과 어떻게 연결 될까 고민만 잔뜩 나눈 시간이었는데요. 결국 뭔가 답답한 이 시대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질 것인가를 자꾸 곱씹어보게 되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이 명쾌하게 어떤 담론인지는 아직까지 아리까리 하지만, 적어도 나의 삶의 문제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충분히 떠들어 봤던 것 같아요. 에코페미니즘을 띄워놓고 쿵짝쿵짝한 10월, 오가던 이야기와 고민의 실타래가 어떻게 또 연결될지 두근 반 설렘 반으로 기다려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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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을 여러 번 그만뒀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 한 정당의 경선 후보가 “10년 근속하면 1년 안식월 지급”이라는 제도를 제안했다. 정책마다 찬반양론은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 제안에 대한 반응은 색다른 지점에서 갈렸다.

“신선한 제안이네. ‘저녁이 있는 삶’처럼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될 만 해.”
40대 중반 이상의, 비교적 안정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이 나누는 이런 대화가 들려왔다.

“뭐? 10년 근속? 그런 사람이 몇이나 돼? 3년 근속자도 보기 힘든데.”
20~30대들에게서는 즉각 이런 반응이 나왔다. 알고 보면 아주 정확한 분석이다. 한 직장에 10년 이상 다니는 직장인은 10명 중 1명 꼴이다. 3년 이상 근속자도 10명 중 2~3명 정도밖에 안 된다.(한국고용정보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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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차이가 아니라, 직종이나 계층 간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세대 안에나 양 극단은 존재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한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성장하고, 교육받고, 취업하면서 겪은 동시대의 현상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일’(work)을 바라보는 시각, 일에 대한 경험에서 20~30대들과 그 윗세대 간의 차이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이야기, 우리가 직접 해 봅시다

2030세대의 노동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보려고 한다. 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와 출판사 서해문집, 네이버 해피빈 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자비 없네 잡이 없어 2030세대 노동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서다.

기왕이면 20~30대의 목소리를 직접 내 보려고 한다. 스스로가 20~30대 나이인 연구자들 8명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자신의 경험과, 또래의 경험,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어 온 연구와 저작, 활동들을 바탕으로 “우리 일자리 현실, 대체 왜 이런 거야?”라는 질문을 놓고 문제점들 한 가지씩 짚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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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해피빈 공감펀딩을 통해 2018년 3월 중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공감펀딩 가기)

지난 8월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페이스노아’에서 이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자 네트워크’의 첫 만남이 있었다.(연구자 중 홍진아씨가 합류하기 전이라 7인이 모였다.) 각자 그동안 어떤 일을 어떻게 해 왔고, 어떤 것을 느껴왔는지 말하다 보니 자연히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 사회에서 일하며 2030 세대가 유달리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

황세원 :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일하고 있는 황세원입니다. 여러분께 이 연재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요청 드린 사람이죠. 오늘은 ‘2030세대의 일 이야기’라는 주제만으로 이야기해봤으면 해요. 각자의 경험, 또래의 경험들도 좋고, 연구와 저작을 해 오시면서 느끼신 바를 전해 주셔도 좋습니다.
먼저, 김빛나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에 온 이후 몇 개의 조직을 거치셨고요. 아직 20대인데,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네요. 주위의 친구들이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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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저는 세대를 대표할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대기업 쪽은 관심이 없었고 비영리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민하는 부분들이 겹치더라고요. ‘이 일이 나와 맞는 일인가’, ‘일을 하면서 소진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등이요. 조직은 일할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그 속에서 개인들은 스스로를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 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황세원 : 최근에 ‘밀레니얼 프로젝트’(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에 연구원으로 참여하셨더라고요.

김빛나 : 네, 이 연구를 하면서 2030세대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어떤 일을 하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경향은 영리·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큰 차이가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2030세대가 원하는 일의 기준은 기존의 ‘직업’이나 ‘조직’이라는 틀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또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지고 있더군요. 이런 사례들을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어야 한다?

황세원 : 최태섭 씨는 사회학을 공부하셨고(성공회대 박사과정 수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잉여사회’ 등 저작이나 신문 칼럼 연재를 통해서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분이죠. 2030세대가 ‘일’에 있어서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태섭 : 단순히 세대 간 차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죠. 이른바 ‘386 세대’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교육이 확 바뀐 거예요. 1980년 정도를 분기점으로, 그 이후에 출생한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네가 좋아하는 것을 네 일로 삼으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어요. 국가적으로는 문화산업을 띄우기 위해서 일과 취미를 결합시키기도 했어요. ‘일의 개념’이 이전과는 달라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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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그런 추동 때문에 생긴 경향성이라면 거부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최태섭 :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죠. 이 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자유, 삶의 질과 관련된 명제인데요. 문제는 그런 세대들을 담지 못 하는 경직된 사회인 거죠. 10여 년 간 칼럼니스트, 작가로 활동한 제 경력부터가 한국 사회의 모순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황세원 : 2030세대 많은 사람들이 최태섭 씨를 부러워 할 텐데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라는 자체를요.

최태섭 : 맞아요. 전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글 쓰는 일로 먹고 살았으니까요. 또래 중에서는 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경우죠. 그런데도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고, 사회적 인정의 문제도 있어요. 언론사건 출판사건 저에게 요구하는 건 어떤 종류의 ‘구색’이지, 저의 생각 자체를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예전 세대였다면 이 다음에 나아갈 만한 단계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에게는 없어요. 막차가 떠나 버린 거죠.

황세원 : 이 연재를 통해서 그런 문제들을 좀 더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30세대가 직장에서 더 힘든 이유

황세원 : 주수원 씨도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죠? 대학교 교직원이라는, 안정성과 소득이 보장된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하고 사회적경제 분야로 이직하셨더라고요. 지금은 학교협동조합 전문가이자 언론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주수원 : 대학교 교직원으로서 일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아 좋았는데요. 2012년 무렵 함께 일했던 동료가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서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는 것을 봤어요. 제가 일하는 조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성실한데 왜 조직은 그렇지 못할까 생각이 들었고 노조 등을 통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다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관심이 생겼어요.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도 선한 의지를 모아 협동조합이라는 수평적인 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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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이직 후 고민은 해결되었나요? 사회적경제 조직, 연구소, 언론 등 조직 경험과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 등을 비교해 보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주수원 : 이직하면서 당장 연봉이 천만 원 이상 깎였어요.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손해보는 선택이었죠.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인 조직들을 거치면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제가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기 보다는 이런 상황들 때문이었죠. 그래도 협동조합으로 교육하고 글 쓰고 연구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프리랜서는 조직 노동자보다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꼭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한 조직에 속하지 않고 조직 안팎을 넘나드는 2030세대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바뀔 필요가 있어요.

황세원 : 공인노무사인 김민아 씨도 다양한 조직 내 갈등을 가까이에서 접해 보셨겠어요. 어디나 갈등 형태는 비슷한가요? 특히 20~30대가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김민아 : 저는 업무 상 대공장 노동자들도 많이 만나고,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인문학 출판사 등등 두루 접하는데, 따져 보면 조직 내 갈등의 이유는 비슷해요. 보수적 위계 구조가 만들어 낸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가 ‘원래 그렇다’는 말로 통용되는 게 문제죠. 상사가 ‘아침형 인간’이면 줄줄이 일찍 출근하고, 전날 야근해야 하는 식으로요. 공익 조직에서의 386세대 선배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다 그렇게 해 왔다’고 하시고, 정말 그렇게 ‘헌신’하신 것도 맞아요. 그렇지만 다음 세대와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황세원 : 그렇게 어디나 갈등이 있는데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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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 우리 사회에는 “월급 줬으면 나머지는 참아야 하는 것 아냐?” 식의 생각이 만연해 있어요. 일 시키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 하는 사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편이죠.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어도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는 문화가 강해요.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을수록 가까운 사람한테 말을 못 하고요. 조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려면 우리는 좀 더 자기 일에 대해서 말해야 해요. 이 연재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안정적 직장’에 대한 환상과 쏠림

황세원 : 김정민 씨는 고교, 대학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하셨네요. 아르바이트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프리랜서부터 출판사, 비영리 조직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지금은 안정적인 조직에 다니고 계신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정민 : 안정된 조직에 속해 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엄청나요. 예술가들이 자유로워서 좋을 것 같지만, 지난 추석 때처럼 연휴가 길면 수입이 반 토막 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가 하면, 최근에 청년 창업자에 대한 연구를 해봤더니 좋은 조직에서 일정 기간 잘 배웠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좋은 조직을 만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안정적인 조직’의 경험은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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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우리 사회의 일 기준에서 ‘안정성’이 최우선인 것도 당연한 걸까요?

김정민 : ‘안정성’에 대한 환상이 분명히 있죠. 우리 사회의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에 대한 쏠림은 과도하다고 봐요. 안정적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다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잖아요?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어디 속했는지만 본다는 거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선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그렇게 과도한 쏠림이 있는 건, 그런 자리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를 마치 인생 성패의 갈림길처럼 여기기 때문 아닐까요?

황세원 : 주간지 ‘시사IN’ 기자로 일하시는 송지혜 씨도 ‘안정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2015~2016년에 대기업 정규직을 다니다 그만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살고 싶어서 퇴사합니다’ 시리즈 기사를 쓰셨죠?

송지혜 : 네. 그 시리즈를 기획한 계기가 있었어요. 대기업에 어렵게 들어가서 열 달 만에 그만 둔 대학 동기를 만났는데요. 본사 직원들이 상사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나면 하청업체에 가서 화풀이를 하더래요. 그런 구조를 견딜 수 없어 그만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리즈를 기획했던 건데, 그 때 했던 인터뷰 중에서 지면에 싣지 못 한 내용이 많아서 좀 더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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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더 전하고 싶은 건 어떤 사례들인가요?

송지혜 : 좀 더 평범한 사례들이에요. 당시에는 아무래도 극단적인 환경에 있었던 사람들의 사례들이 소개됐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치관에도 부합하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꼭 ‘다운사이징’, ‘다운쉬프트’처럼 욕구를 줄여서 사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 일상 속에서의 만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좋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황세원 : 저도 희망제작소에서 2년여 동안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보는 연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어느 세대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2030세대가 느끼는 답답함이 정말 컸어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구조 속에서 이 세대만 겪는 어려움과 손해가 크다는 것도 알았고요. 저는 얼마 후면 40대에 진입하니까 중간에 낀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저보다 아래 세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여러분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하셔서 반가웠는데요. 저도 이번 연재를 통해서 그동안 접했던 사례들을 더 전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 내용을 여기 다 적지 못 했지만 아직 전할 기회는 있다. 이 대화에서 다뤄진 주제들을 하나씩 더 긴 ‘수다’로 풀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혹은 조직 밖 노동, 전문성과 능력,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권리 등에 대해서다.

이 내용은 2018년 1월까지 매주 한 편씩 네이버 포스트,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된다. 마지막 10회를 위해서는 2018년 1월 중에 공개 좌담회도 열 계획이다. 이 과정 동안 함께N공감펀딩도 진행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2018년 3월 중 출판사 ‘서해문집’을 통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된다.
이 과정과 결과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 글을 읽는 2030세대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단지 여덟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2회 ‘고용안정이란?-지금 몇 번째 직장에 다니시나요?’다. 2030세대에게 ‘정규직’, ‘고용안정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3인 토크’ 형식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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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1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노아’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조재무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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