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소수성에 시비한 다수의 무시는 잔인한 폭력이다. 배제된 적극성을 방패로 존재하는 자의 시간과 공간을 비현재화 하는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존재자체가 역모’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존재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에서 난민은 존재에 대한 인정조차 거부되었다. 때문에 문화다양성의 가시성이 재촉한 다문화의 기류 속에도 난민은 쟁점의 표면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줄 곧 우리 사회는 난민의 존재를 외면해 왔다.
2014년 한해 전쟁이 야기한 난민은 5,590만 명에 이른다. 시리아에서만 4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누군가는 지중해를 건넜고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향했다. 2015년 5월까지 우리 정부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건수는 이미 11,172건에 이른다. 우리라는 인지적 공간 내에 존재한 바 없는 난민이 이미 우리의 경계 내에 터했음이다.
이 중 496명이 난민으로 인정되었다. 5%를 넘지 못하는 인정률이다. 올 한해 1,633명의 신청자 중 1.2%만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가입국의 평균 인정률은 3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정상범주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인구수 대비 난민인정자 비율은 0.0005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 0.2명과 견주기도 민망한 수치이다. 난민을 가장한 불손한 의도에 기만당하지 않겠다는 강박이 기승한 결과이다.
쉽게 허락되지 않는 이름 ‘난민’은 절박에 기댄 비참의 인내를 요구한다. 난민으로 인정되기까지 생존은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옹색한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1) 그나마 6개월의 지원을 끝으로 생존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곳에서 난민은 생존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전쟁을 강요받는다. 난민의 뿌리 되기를 거부하는 우리 정부의 비겁한 자기표현이다.
이산은 우리의 역사적 현실이다. 피난민은 과거의 우리이며 여전히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다. 연유와 형태는 제각각이나 이동은 현대인이 삶을 운영하는 방식이고 동력이다. 이산과 난민은 이동의 결과이다. 나고, 자라고, 늙어갈 공간이 서로 다른 이동의 시대에 난민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는 좀 더 ‘떳떳’해야 한다.
1) 난민신청자는 4인 가족의 경우 월 1,105,600원의 생계비를 6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670,000의 66%에 불과한 금액이다.
흔히들 거주시설과 병원은 다르다고 인식한다. 탈시설 담론에는 공감하면서도 탈원은 낯설게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병원에는 우리가 곧잘 떠올리는, 그러니까 외래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하고 잠시 회복하기 위해 머무는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와의 왕래가 차단되고, 퇴원의 기약없이 수년 내지 십수 년을 그야말로 ‘사는’ 병원도 있다. 폐쇄병동으로 운영되는 정신병원이 대표적 이다. 소위 ‘시설병’이라 일컬어지는 ‘수용화 증후군(Institutional syndrom)’ 은 사회와 격리되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생활하면서 무기력해지고, 자발성이나 자율성이 고갈되며, 바깥 사회와의 접촉이나 복귀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밥 먹고, 같은 시간에 약 먹고, 같은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고, 같은 시간에 자야 하는 정신병원의 매일의 풍경은 거주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차피 약물관리가 주된 목적이라면 왜 꼭 병원이라는 공간에 모여 살아야 하여, 이런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조금 거친 셈법으로 거주시설 생활인이 2만 명이라면, 정신병원 생활인은 6만 명, 정 신요양시설 생활인은 1만 명에 달한다.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 때문이다. 탈시설과 마찬가지로, 탈원을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주거이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 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퇴원하지 않는 이유로 ‘퇴원 후 살 곳이 없기 때문(24.1%)’이 가장 높게 나 타났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하는 경우 법원에 인신구제청구를 하거나 정신건강심사위원회에 퇴원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때도 퇴원 후 지낼 곳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엿보인다. 현행 ‘장애인ᆞ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주거약자법)’에서는 장애인을 주거약자로 규정하고 공공주택을 우선 공급하고 있지만,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대한 우려로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정신장애인은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지 복지서비스 지 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제37조에 ‘지역사회 거주ᆞ치료ᆞ재활 등 통합지원’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실태조사 외의 세부 법령이나 예산이 부재 한 형편이다.
주거 다음으로 일자리도 막혀있다. 일자리는 장애인에게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쓸모’있는 인간이라는 자존감, 자아실현의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27개 법률에서 정신질환자의 자격ᆞ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결격조항을 폐지 또는 완화할 것을 각 소관부처에 권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등 정신질환자의 자격ᆞ면허 취득을 제한다는 법률은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신규 채용하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중 ‘아동학대, 마약, 알코올, 약물중독, 정신질환 등의 전력이 있는 사람’의 인건비는 지원이 제외될 수 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3년간 특수상병기록을 포함한 건강보험 요양 급여내역을 요청·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예외 없이 잠재적 범죄자 또는 업무수행 무능력자로 취급하고 있다. 이는 정신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시장에서 제한·배제 하는 행위로서 UN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 정신건강복지법에 어긋나는 차별에 해당한다.
복지서비스 또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2000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도 장애 유형에 포함되었으나, 법에서 규정하는 제도와 서비스 대부분이 신체적 장애인을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정신장애인은 사각지대에 놓 여있다. 가령,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려 해도 판정 도구인 종합조사표가 신 체적 장애인에 비해 점수를 받기 어렵게 짜여 있다거나 직업재활시설과 같은 장애인이용시설에도 사실상의 제약이 가해진다. 그에 비해 정신장애인의 특수한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행정적 관계를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것이 ‘장애인복지법’ 제15조다. 복지시설에서 주거편의ᆞ상담ᆞ치료ᆞ훈련 등의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때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 을 받는 정신질환자는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복 이용을 방지하게 위해 일부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이나, 실제로는 장애인복지법 전반에서 정신장애인을 광범위하게 배제하는 조항으로 기능한다. 이 에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제4장에 ‘복지서비스 제공’ 조항을 추가하였으나 법 시행 5년 차에 접어들도록 하위 법령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들이 고안되고 있다. 주거약자법 적 용대상에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질환자를 포함시키고, 지원주택과 같은 주거 유지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형 공공주택을 전국적으로 도입ᆞ확대하는 것, 정 신장애인의 자격ᆞ면허 취득을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사회복지사업법 등 27개 법률을 개정하고, 동료지원인, 절차보조인을 비롯한 공공일자리를 확충하는 것,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의 상징인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하고, 길제 복지현장에서 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을 조사ᆞ개선하는 것 등 이 그것이다. 그러나 법 제도를 개선하는 일은 정신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변화해내지 않고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2020년 국립정신 건강센터의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64.5%,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에 걸리면 평생 문제가 있을 것이다’가 24.0%,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하기 어렵다’가 22.6%로 나타났다. 2019년 국가 인권위원회의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 이행상황 점검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더라도,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복지지원 확대(20.7%)’보다 ‘인식개선 활동 (71.2%)’을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미디어를 매개로 하는 정신질환 관련 보도와 방송은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이것이 포털이나 뉴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심각한 구조적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앞서 비슷한 상황을 겪은 해외 각국에서는 정신장애 차별 해소를 위한 공익광고, 유명인들의 정신질환 경험 공유,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제작·배포 및 모니터링, 위기상황 발생 시 대처방법 교육 등 캠페 인, 홍보, 교육 등을 다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소수와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포용사회, 커뮤니티 케어의 가치를 진정으로 실현하고자 한다면 범정부 차원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정책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23년 2월 15일,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한 걸음 나아갔지만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이 개정안은 노조법 2조 2호를 개정하여 ‘진짜 사장’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0여 년간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그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나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등에서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를 축적했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왔다. 그것이 국회 입법을 강제하는 힘이 되었다. 그 외에도 2조 5호가 개정되어 불법파업으로 간주되던 권리분쟁에 대한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다. 3조 손해배상에서는 파업 시 ‘공동불법행위’라는 명분으로 각각에게 손해배상 책임 전체를 지우던 것을, 배상의무자별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개정했다. 한 걸음 나아갔다.
그렇지만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온전한 노동권 보장이라는 개정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현행법으로도 노조법상 노동자이지만 그를 입증하기 위해 지난한 소송을 해야 한다. 그래서 빠르게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확정하고자 노조법 2조 1호를 개정하라고 요구했으나, 개정안에서 빠졌다. 단순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금지하고 조합원 개인의 책임을 면제하라는 요구도 포함되지 않았다. 비정규직의 노동권 행사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대상 확대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손해배상이 노조탄압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국회는 아직 충분히 역할을 하지 않았다.
경총과 고용노동부, 국민의힘은 노조법 개정 반대에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조법 2·3조 개정 권고도 무시하고, 대법원의 판례도 수용 거부하며, ILO 권고도 존중하지 않는 자들이 ‘불법 쟁의행위’가 늘어난다며 노조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도 우습다. 대우조선 하청 임금을 삭감하고, 임금 원상회복을 요구하니 교섭 책임을 회피하고, 파업 노동자에게 구사대 폭력을 휘두르고,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비정규직에게 침묵을 강요한 원청, 그리고 그를 비호한 자들이 ‘노사관계 파탄’ 운운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경총과 정부, 국민의힘은 반헌법적 겁박을 그만하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까지의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미흡한 부분이 개선되도록,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초 국립중앙의료원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총 1,050병상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가 760병상으로 신축이전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총사업비를 삭감하기로 한 것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가 중앙 공공병원으로 필수중증의료를 담당하고 국가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과 중앙외상센터의 기능을 하는 공공의료의 중추 기관입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민간병원들이 제대로 하지 않는 감염병 환자 진료를 담당해 수많은 환자들을 살렸고, 평소에도 민간병원들이 꺼리는 저소득층 환자진료를 전담해온 약자들 생명과 건강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런 국립중앙의료원의 규모와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는커녕 더 줄인다는 것은 어처구니없습니다. 지금도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을, 그것도 국가 중앙 공공병원을 팬데믹 시기 더 축소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말살 정책이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필수의료’ 대책이라며 최근 민간병원 퍼주기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그간 계속 확인했듯 민간병원들에 돈을 더 주는 것은 비효율적 재정낭비만 초래하고 환자 의료비만 오르지 효과가 없는 정책입니다. 시장의료의 모순 때문에 생긴 문제를 시장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방법은 계속 실패해왔습니다. 공공의료를 살리지 않고는 필수의료 붕괴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립중앙의료원과 전국의 지방의료원들은 3년간 코로나19 치료에 헌신하느라 소진돼 경영악화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기에 대한 지원도 줄이고 오히려 경영악화를 핑계로 민간위탁을 꾀하고 이제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상축소까지 결정했습니다. 이런 공공의료 파괴를 막아야 합니다.
계속될 팬데믹과 생태위기, 경제위기 시대에 서민들의 생명과 건강의 보루인 공공의료의 상징 국립중앙의료원을 축소하려는 계획을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노동시민사회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국립중앙의료원 병상축소로 공공의료를 말살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2023.1.16.월요일 오전 11시,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축소 추진 규탄 기자회견,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개요
제목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축소 추진 규탄 기자회견 일시 2023년 1월 16일(월) 오전 11시 장소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주최 무상의료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프로그램 사회: 전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발언1: 나백주(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정책위원장) 발언2: 안수경(국립중앙의료원노조 지부장) 발언3: 조희흔(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발언4: 김윤정(한국노총 정책차장) 발언5: 신은정(의료연대본부 수석부본부장) 기자회견문 낭독
윤석열 정부의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추진 규탄한다 전면 철회하고 확장 이전 이행하라! 정부의 축소 결정은 감염병·재난의료, 필수의료에 대한 포기 선언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요구한 1,050병상을 760병상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총사업비를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 사업 계획 상 600병상으로 늘리기로 했던 국립중앙의료원 본원 설립계획은 축소해 526병상으로 만들려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요구인 800병상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 공격에 나선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한 목소리로 강하게 규탄한다. 즉각 축소계획을 철회하고 국립중앙의료원 요구대로 확장 이전을 이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기재부는 ‘수도권이 과잉병상’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계획을 축소했다. 그런데 묻는다. 그 과잉병상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무슨 소용이 있었나? 대형민간병원들이 감염병 환자를 기피하고 돈벌이에 매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들이 팬데믹 대응을 도맡았다. 팬데믹 대부분의 기간 동안 10% 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에 70% 이상 환자들이 입원했고 민간병원들은 천문학적 보상금을 받고서도 미미한 기여를 했다. 심지어 보상을 받고 제대로 환자를 받지 않는 민간병원들도 많았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환자 발생으로도 수도권 병상은 거듭 거듭 포화상태가 되었다. 감염병 같은 재난의료는 시장에 맡겨두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은 지난 3년 간 충분히 입증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저소득층, 노숙인, 이주민, HIV감염인 같은 약자들에게도 생명과 건강의 최후의 보루다. 돈이 안 되는 진료를 민간병원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2019년 25.9%에 달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 치료를 전담하느라 이런 환자들은 밀려나 입원 중 강제로 쫓겨나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계획은 이런 취약한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박탈하는 냉혹한 처사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팬데믹에도 돈벌이에 혈안인 민간병원을 비호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을 다 비우고 가난한 환자들을 더더욱 내쫓아서 감염병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말살은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목숨과 건강을 빼앗는 짓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공공병원을 축소하는 건 완전한 모순이다. 대형병원이 몰려있는 서울도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릴 수 있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고 응급의료 공백도 크다. 인구당 병상이 OECD 평균의 3배인 나라의 수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필수의료 역시 민간이 기피하는 ‘시장실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익성 극대화에 혈안인 민간병원에 수가 인상 등으로 보상을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재정 낭비와 의료비 인상으로 병원 수입만 늘려줄 뿐 아무런 효과가 없는 해결책이다. 필수의료를 바로 세우려면 공공의료를 살리고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는 거꾸로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계획 축소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를 말살하고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철저한 시장주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신이 “복지부는 의료산업부가 돼야”한다고 했고, “복지는 돈 쓰는 문제가 아니고 민간과 기업을 참여시켜 준시장화 해야”한다고 한 바 있다. 팬데믹으로 수만 명이 희생되고도 공공의료를 더 축소하는 정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안 그래도 국가의 상징적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정부의 책임 있는 투자가 아닌 삼성의 기부금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만 하는 씁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아예 국비는 완전히 삭감하고 오로지 삼성 기부금만으로 병원을 지으려 한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국립중앙의료원의 요구이자 심지어 삼성 기부금 수령시 약정이었다는 150병상을 다 짓지 않고 134병상으로 축소하려 한다. 생태위기와 경제위기 시기에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생각이 아예 없고 오로지 재정긴축에만 혈안인 것이다. 부자들을 위한 법인세, 종부세, 소득세 감면으로 수십 조를 깎아주겠다면서 공공의료에 쓸 돈은 없다는 정부라면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가에서 응급, 중증외상, 감염병, 심뇌혈관, 모자 등 필수 중증 의료 분야 중앙센터 역할을 부여한 병원이다. 그런데도 본원 병상이 단 500병상인 현실은 적정 기능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중앙 국립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하려면 1,000병상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점은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3년 간 코로나19에 헌신하느라 의사 인력, 진료 건수, 수술 건수 등이 감소하고 의료수익이 크게 감소해, 팬데믹 이전 정상 진료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지원도 중단하거나 줄이고 이제 확장 계획도 축소하려 하는 것은 공공의료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계속될 팬데믹과 생태위기, 경제위기 시대에 서민들의 생명과 건강의 보루이자 공공의료의 상징 국립중앙의료원 확충계획을 축소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커다란 반대를 부를 것이다. 우리는 이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부는 공공의료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제대로 확장 이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정영학 녹취록’ 속 김수남, 윤갑근 등의 수사 무마 의혹 충격적 철저한 조사 및 수사로 실체 진실 규명해야
어제(1/12) 뉴스타파가 공개한 일명 ‘정영학 대장동 녹취록’과 후속보도를 통해 전직 검찰 고위직 간부들에 의한 사건 무마와 은폐 의혹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등장한 전직 검사들만 해도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수원지검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검찰 최고위직을 지낸 이들이다. 현재 검찰에게 제기되는 편향 · 표적 · 별건수사 논란 등을 불식하고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고위 검사 연루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김수남, 윤갑근 등이 2012~2013년 남욱, 조우형 등의 변호사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은 충격적이다. 고위직 검사에 의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된 동시에 검찰과 언론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검사가 응당 권력과 불편한 관계여야할 언론인과 오히려 친분을 맺고, 이 때문에 수사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검사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린 것인 만큼 의혹의 사실 관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드러나는 진상에 따라 공수처 이첩 등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해당 의혹의 진상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는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영학 녹취록은 이미 2021년 9월경 검찰에 제출된 바 있다. 즉 검찰이 이미 이러한 의혹을 알고 있었음에도, 현재까지도 김수남 전 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등 언급된 이들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검찰의 입장은 무엇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구속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하면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수사가 사실상 멈춘 것에서 보듯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여전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검찰이 이러한 중대한 수사무마 의혹을 인지했다면 응당 타기관 이첩이나 법에 따른 수사착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고위 검사의 연루 정황을 언제 인지했는지, 왜 아직까지도 이들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지 검찰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물론 법조 출입기자였던 김만배가 고위 검사들과의 친분을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사장급까지 지냈던 고위직 검사들이 중대한 범죄 사건의 은폐 혹은 수사 무마를 위해 동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만큼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장동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하고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멈춰있는 등 고질적인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수사 무마 의혹이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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