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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27] 교과서 전쟁, 야권이 놓치고 있는 것은… :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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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327] 교과서 전쟁, 야권이 놓치고 있는 것은… :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필요하다

익명 (미확인) | 수, 2015/10/28- 12:36

 

교과서 전쟁, 야권이 놓치고 있는 것은…

[시민정치시평]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필요하다

 

장은주 영산대학교 교수

 

정부와 여당이 뜬금없고 어처구니없는 '역사 전쟁'을 시작했다.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정치적 합리성도 기본적인 양식도 없다. 역사학계 전체를 좌파라고 매도하질 않나, 자신들이 검정한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친다고 생떼를 쓰지 않나, 막가파도 이런 식의 막무가내 몽니는 부리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전쟁이 시작된 데 대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이건 그냥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 신원(伸冤) 투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지극히 위험한 정치와 교육의 사사화(私事化)다. 나라 꼴이 이게 뭔가 모르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이 저항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어쩐지 길거리에 나온 어린 학생들만도 못한 인식으로 이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뜸 '역사 왜곡'이 문제란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교과서가 역사 왜곡을 할 것이라서 반대한단다. 일단 논리적 허점부터 너무 분명해서, 당장 반박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 친일을 했던 사실을 덮자고 이 모든 사단이 났다는 둥 하면서 열을 올린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만, 정치적으로는 결국 모종의 음모론 이상이 되기 힘들 텐데도 자꾸 집권세력의 이념전쟁 프레임에 갇히려고만 한다. 어찌 이리도 무능한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신원투쟁을 멈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막을 마땅한 제도적-정치적 수단도 없는 것 같다. 야권은 '노동 개악' 같은 다른 중요한 의제들을 제쳐 놓고 마냥 이 문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일 터인 데다 제대로 싸움을 이끌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우리 시민들이 나서 정부 여당이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도록 계속 압력을 가하는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반대의 초점을 좀 더 예리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뜬금없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집권 세력이 이번 전쟁을 시작하면서 가지고 들어가는 강한 교육적 시각이 하나 있다. 바로 교과서를 통해 어린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근본 시각이다. 그 올바른 역사가 무엇이든, 이런 시각이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배우는 학생들의 존엄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그저 교과서와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특정한 방식의 사고와 지식을 주입받는 철저하게 수동적인 존재로만 전제된다.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기는 해도 온전하게 존엄한 시민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점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 야권이나 시민사회의 일부처럼 계속 역사 왜곡이나 '친일 미화' 따위에만 반대의 초점을 설정한다면, 이는 사실 집권 세력과 동일한 근본 시각을 공유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린 학생들이 국정 교과서 따위를 통해 기성세대가 원하는 방향의 생각을 갖도록 하겠다는 그와 같은 '주입식 교화 교육'에 대한 발상은 사실 집권 세력이 가령 전교조가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로 학생들을 좌경화시킨다고 비난할 때에도 바탕에 깔고 있는 교육관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보다도 민주공화국의 기본 이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런 발상은 결국 교육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근본에서 학생들을 저마다 불가침의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생각의 참된 주인이 되고, 그리하여 참된 시민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역사 전쟁의 격렬한 외양 뒤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서 진짜로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역사 왜곡이나 친일 미화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자라나는 학생들의 '민주적 시민성'을 왜곡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미래의 시민들을 저마다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당당한 시민으로서가 아니라 지배세력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내면화한 '신민(臣民)'으로 길러내겠다는 은폐된 정치적 욕망의 표현일 뿐이다. 이는 결국 우리 학생들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그 인간적, 시민적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갔던 그 '가만히 있으라' 교육을 더 강도를 높여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 초점을 두고 싸워야 한다.

 

교육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한 가지 시각만을 강요하고 대안적 관점들을 숨기는 것은 결국 피교육자를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인간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조작 가능한 '사물' 같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어리더라도 우리 학생들의 인간적, 시민적 존엄성을 인정한다면, 교육은 역사 문제든 다른 사회 문제든 다양한 시각과 논점을 제시하고 토론과 논쟁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세상과 삶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데에 그 기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소모적인 역사 전쟁이나 이념전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이라도 민주공화국에서는 역사 문제처럼 사회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이견이 분분한 문제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만한 원칙을 찾아내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모범 사례가 있다. 통일 전의 분단국가 독일에서도 교육 문제를 두고 우리와 비슷한 사회적 갈등이 있었다. 좌우 진영은 서로에 대해 '의식화' 또는 '우민화' 교육을 그만두라며 날 선 이념전쟁을 치렀더랬다. 이 와중에 1976년 독일의 한 소도시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에서 좌우 진영을 망라하는 정치가, 연구자, 교육자가 함께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우리나라에서는 '민주 시민 교육'이라고 부르는 '정치 교육'의 원칙을 합의해 내었다. 바로 '보이텔스바흐 합의(협약)'다.

 

이 합의에 따르면, 정치 교육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화 교육을 금지하며(강제 또는 교화의 금지), △학문과 정치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교육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고(논쟁성에 대한 요청), △학생들이 정치적 상황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정치적인 행위 능력을 기르게끔(분석능력 및 학생의 이해관계 중심) 해야 한다. 이 합의는 단지 독일에서만이 아니라 많은 다른 민주 국가들에서도 중요한 민주 시민 교육의 원칙을 제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령 영국에서는 아예 교육법 안에 유사한 원칙들을 담았다.

 

이 합의는 그 핵심에서 학생들의 인간적, 시민적 존엄성에 대한 존중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화교육을 지양하고,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쟁을 교실에서 재현하는 방식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학생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끔 성장시키겠다는 정신의 표현이다. 정치보다 교육적 관점이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의 표현으로, 우리 헌법에 명기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도(흔히 정치적 사안에 대한 회피의 원칙으로 오해되지만) 바로 이 점을 지시한다고 해야 한다.

 

정치권, 특히 야권에 권고하고 싶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에는 단호히 반대하되, 엉뚱한 역사 전쟁 프레임에 말려 허우적거리지 말고 올바른 프레임을 설정하여 시민사회 및 학계 등과 함께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 같은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초정파적 합의기구 같은 것을 만드는 데 앞장서라고 말이다. 핏대 서린 이념전쟁에 계속 휘말리기보다는 그런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야권이 우리의 소중한 미래 시민들과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진정성과 성숙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졌음을 입증하는 더 나은 길일 것이다. 솔로몬 재판에서 진짜 아기 엄마는 아기를 반 토막 내서 나누어 갖자는 제안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진짜임을 증명했다. 자칫 나라를 죽일 수도 있는 이 치졸한 역사 전쟁의 프레임은 따르지 않고 조용히 거부함으로써 진짜 '애국 세력'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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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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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山途中逢富僧

 

我早知空界(아조지공계)

深山樂赤貧(심산락적빈)

富僧奚說法(부승해설법)

斥佛汝非人(척불여비인)

 

山을 내려오던 중에 부유한 중을 만나

 

내 일찌감치 空의 세계를 깨달아

깊은 산에서 썩 가난함 즐긴다네

돈 많은 스님이 어찌 설법하는고

佛 배척했으니 넌 사람도 아니라.

 

<時調로 改譯>

 

내 일찍 空界 알아 深山赤貧 즐긴다네

돈이 많은 스님이 그 어찌 설법하는고

오호라! 斥佛했으니 넌 사람도 아니라.

 

*空界: 하늘. 아무  것도  없는  空의  세계  *赤貧: 몹시  가난함  *斥佛: 排佛.  불교를

배척함 *非人: 사람답지 못한 사람. 病 따위로 몸을 망친 사람. 속세를 떠난 사람.

 

<2019.3.19, 이우식 지음>

화, 2019/03/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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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앙 살비올리 특별보고관 “망언에 국가가 강력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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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비앙 살비올리(Fabian Salvioli) UN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 19일 오전 제주KAL호텔에서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와 제주 4·3 기념사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제 인권 기준에서 본 한국의 과거사 청산’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른바 ‘반민특위 때문에 분열’ 발언에 특별보고관이 일침을 날렸다.

파비앙 살비올리(Fabian Salvioli)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19일 ‘한 정치인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으로 국론이 분열됐다는 발언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국가가 분열됐다고 했는데 어떤 식의 분열이냐고 따져야 한다”고 답했다. 파비앙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이날 제주칼호텔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제 인권 기준에서 본 한국의 과거사 청산’ 심포지엄 기조강연 뒤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밝혔다.

파비앙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정치인 등이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진상규명 노력에 대해 국론 분열이라면서 부정적 말을 하는 현상은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다”면서 “이런 식의 망언을 할 때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질랜드 테러 뒤 이것이 ‘이슬람계 이주민 문제’라고 주장한 상원의원에게 정부에서 바로 강력 대응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발언을 막을 수는 없지만 국가가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국가가 분열됐다고 했는데 어떤 식의 분열이냐고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파비앙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인권침해를 가한 가해자와 통합할 의사가 없다”면서 “아르헨티나에서 고문한 가해자들, 그런 사람과 협조할 생각, 단결할 생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화해’라는 개념에 대해 그는 “가해자와 화해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는 의미”라면서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에게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 진실이 밝혀지고 완전한 배상이 있어야 신뢰가 회복된다”고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4일 친일 논란이 있는 독립유공자 서훈 검증과 관련해 “가짜는 가려내야 하지만 본인들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는 친일 올가미를 씌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반민특위로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할 텐데 또다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해방 후 친일부역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활동한 반민특위로 인해 국가가 분열됐다는 주장이라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도 ‘한국의 민주화와 과거사 청산’에 대해 기조강연을 했다.

이어 ‘한국의 과거사 청산, 한계와 성과’, ‘일제 식민지시기 전쟁 동원과 인권 피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군사독재시기 국가폭력과 인권침해’ 등 4개 세션이 진행됐다.

<2019-03-19>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나경원 ‘반민특위 때문에 분열’ 발언에 UN특별보고관 “가해자와 통합이 화해 아니다”

※관련기사

☞프레시안: UN 특별보고관 “‘반민특위 망언’, 국가가 강력 대응해야” 

수, 2019/03/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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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 역사 학회·단체들, 역사 왜곡 발언 한국당 의원들 규탄
“5·18과 반민특위 망언은 민주주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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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protected]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됐다”,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의 “5·18은 폭동,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역사 왜곡 발언에 역사학계가 대대적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19일 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 등 29개 주요 역사 학회·단체들은 공동으로 성명을 내 “5·18과 반민특위에 대한 망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의 발언을 한 의원들의 대국민 사과와 국회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공공선에 봉사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략을 추구하기 위해 민주적 공동체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5·18의 의의와 반민특위의 노력에 대한 부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며,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민주적 공동체의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역사학의 존립 근거를 허무는 일”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 전문.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는 정치인”에 대한 역사학계의 규탄 성명〉 

5·18과 반민특위에 대한 망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정쟁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의 공식 행사에서 몇몇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고 5·18 유공자가 “괴물집단”이라고 매도하였다. 그뿐인가. 이번에는 해방 후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한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한 공적 발언이라는 점이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공공선에 봉사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략을 추구하기 위해 민주적 공동체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무엇인가. 전두환과 신군부의 5·17 쿠데타에 반대하여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킨 광주 시민의 일대 항쟁이었다. 2011년 5·18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유네스코는 5·18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환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였으며, 나아가 냉전 체제를 종식시키는 데 일조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 평화, 민주주의, 어느 하나 광주 시민의 희생에 빚지지 않은 것이 없다. 5·18이 “폭동”이며 그 유공자가 “괴물집단”이라고 주장하는 자의 비루한 ‘표현의 자유’조차 5·18 광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다. 5·18을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반민특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무엇인가. 제헌의회가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반민족행위를 조사·처벌하기 위해 만든 헌법 기구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에 부역하고 우리 민족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저버린 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죄를 묻기 위한 기구였다.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가 좌초되고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무산된 것을 국민 대다수는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친일 부역자들이 오래도록 권력자로 군림하며 우리 사회를 민주적 공동체로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욕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하는 자가 속한 나라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반민특위를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정치인들의 망언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민주적 공동체의 이름으로 이를 규탄한다. 5·18의 의의와 반민특위의 노력에 대한 부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며,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민주적 공동체의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역사학의 존립 근거를 허무는 일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도 우리 민족은 두려움 없이 독립과 민주주의를 외쳤다. 정치인들은 정략에 눈먼 망발을 거두고 역사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들이여, 100년 전 전국을 가득 메웠던 만세 소리가 두렵지 않은가!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세상을 밝힌 수백만 촛불이 두렵지 않은가! 우리 역사학자들은 온갖 고난을 헤쳐내고 희망의 역사를 열어온 우리 사회의 힘을 믿으며 정치인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1.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하지 말라.
1. 민주주의를 부정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사과하라.
1. 국회는 망언을 내뱉은 정치인을 징계하라.

2019년 3월 19일

경제사학회, 고구려발해학회, 고려사학회, 대구사학회, 도시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백제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일본사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교육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사학사학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여성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호남사학회

<2019-03-19> 한겨레 

☞기사원문: “반민특위 망언 나경원 징계하라”…역사학계 공동성명

※관련기사 

☞노컷뉴스: 한국당 ‘5·18’ ‘반민특위’ 망언에 역사학자들 “촛불이 두렵지 않은가” 

☞연합뉴스: 역사학계 “5·18과 반민특위 망언은 민주주의 부정” 

☞한국NGO신문: “민주주의 부정하고 망언 내뱉은 정치인 징계하라”

☞프레시안: 역사학계 “나경원 반민특위 망언은 정략에 눈먼 망발” 성명

수, 2019/03/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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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특별보고관
비공식 방한해 과거사 피해자들 만나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금지돼야”
“혐오표현에 국가는 즉각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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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극우세력들이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를 주장하는 등 각종 역사부정 발언을 하고 이와 관련한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파비앙 오마르 살비올리(Fabian Omar Salvioli) 유엔 진실·정의·배상·진상규명 특별보고관이 <한겨레>와 단독 인터뷰에서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혐오표현은 어떤 수단으로든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19일부터 2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비공식 방한해 제주도 칼호텔에서 열린 ‘국제 인권 기준에서 본 한국의 과거사 청산’ 학술대회와 서울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들과의 간담회 등에 참석했다. 특별보고관은 국가별, 주제별 인권 상황을 조사·감시하고 그와 관련된 권고를 담은 연례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사 관련 문제를 다루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만난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혐오표현이나 역사부정 발언은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권 규약에 따라 국가는 혐오표현을 하지 못하게 할 의무가 있다”며 “혐오표현이 분출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에선 일부 정치인들까지 나서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에 대해 혐오표현을 하고 과거사 부정 발언을 하고 있다”는 질문에 “한국엔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규정이 없냐”고 되물으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그는 “민법이든 형법이든 적어도 하나의 방법을 통해서는 이런 발언은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앞서 19일 학회에서도 “반민특위로 국론이 분열됐다는 한국 정치인의 발언을 어떻게 보냐”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정치인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막을 순 없지만 국가가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이런 혐오표현이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부정 발언이나 혐오표현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굉장히 자명하다”며 “증오 발언은 그 자체로 매우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피해자를 적대시하는 사회로 만들 수 있고 피해자가 이로 인해 또다시 피해를 보게 된다”며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내년 초께 열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앞서 이런 한국의 상황을 담은 리포트를 위원회에 제출해 (한국의) 혐오표현에 관한 문제가 이곳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진실의 힘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5월께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질의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시민사회의 질의 보고서가 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제출되면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이 내용을 반영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질의하게 된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문제 등에 대해 논평과 준사법적 결정을 내리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15년에서 2016년까지는 자유권규약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한편,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19일 학회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가가 과거사에 관한 진실 규명, 정의, 배상 등에 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진실 규명과 정의, 배상을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갖는 국제법상 의무이며, 선택해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 기조연설에서도 그는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 규명, 재발방지, 배상, 정의, 기억 등은 통합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당국은 하나의 영역에서 조처를 했으니 다른 영역의 조처를 안 해도 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그 과거는 계속해서 현재의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mail protected]

<2019-03-21> 한겨레 

☞기사원문: 유엔 특별보고관 ‘5·18 망언’ 두고 “한국엔 혐오표현 규제 없나?”

금, 2019/03/2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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