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습적인 가스요금인상안의 물대위 보류, 사필귀정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사단법인 체감규제포럼과 공동으로 2019. 11. 7.(목) 오후 2시,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가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중요성은 더 확고하고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지형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축을 형성하며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터넷망’은 디지털 경제에 있어서 자원 배분의 근본이 되는 국가의 주요 정책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망’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공정’이라는 공익을 준수함에 있어서 흠결을 보인 바 있습니다. 2016년 개정, 시행된 ‘상호접속고시’에 의거하여 통신사는 콘텐츠·플랫폼 업체에게 ‘망사용료’를 부과, 수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망사용료’ 혹은 과다한 ‘인터넷접속료’는 혁신적 서비스의 안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중요한 ‘고시’의 개정이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그 타당성에 대하여 제대로 검증할 기회도 없이 ‘비중요’ 규제로 취급되어 시행되었습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상호접속고시’의 정산방식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숙의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로스쿨 마이클 가이스트 교수(Michael Geist, Professor of Law, Ottawa University)를 초청해 “캐나다 인터넷 종량제 도입 실패의 교훈”에 대한 기조발표를 듣습니다. 이어 국내 전문가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상호접속고시의 문제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봅니다.
국내외 전문가 발표 후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을 논의하는 특별좌담이 진행됩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윤영 중앙대 정치학과 교수, 최민오 보안컨설턴트/오픈넷 자문위원이 토론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을 바랍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세미나
일시: 2019. 11. 7. 14:00~
장소: 명동 포스트타워 21층 스카이홀 (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 21)
주최: (사)오픈넷, (사)체감규제포럼
<특집 기조발표> 캐나다 인터넷종량제 도입실패의 교훈
Michael Geist, Professor of Law, Ottawa University
- Canada Research Chair in Internet and E-commerce Law
- Faculty of Law, Common Law Section
- Centre for Law, Technology and Society
<발표>
1. ‘상호접속고시’의 법리적 문제와 개선방안
-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 인터넷의 구동원리와 현행 ‘상호접속고시’의 괴리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 ‘상호접속고시’ 관련 국제적 동향 분석
-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특별좌담>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 좌장 : 이상우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
- 김도승 목포대학교 법학과 교수
-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조윤영 중앙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최민오 보안컨설턴트/오픈넷 자문위원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익명 통신의 자유를 인정한 최초의 결정이라는 데 의의
정부는 위헌 의견 취지 존중하여 제도 개선 노력 필요
지난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2017년 11월 1일 청구인 두 명을 대리해 청구한 휴대폰 실명제 헌법소원에 대해 7: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2017헌마1209). 오픈넷은 휴대폰 실명제가 익명 통신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함을 인정하면서도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정부는 헌법재판관 2인의 위헌 의견을 존중하여 휴대폰 실명제의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제3항 및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의6은 휴대전화 통신계약을 체결할 때 전기통신사업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해 부정가입방지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헌법재판소는 ‘휴대전화 가입 본인확인제’라고 했으나 여기서는 ‘휴대폰 실명제’라고 한다). 휴대폰 실명제는 2014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도입되었고, 그 이전에는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정한 이용약관에 가입자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져 왔다. 이후 ‘휴대전화 개통 사기’나 대포폰에 의한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계속 증가하자, 2014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대포폰의 유상 구매와 유통을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도입함과 동시에 휴대폰 실명제도 도입한 것이다.
오픈넷이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취지는 1) 휴대폰 실명제가 익명 통신을 전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므로 익명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고, 2) 통신기기와 이용자의 실제 신원이 예외 없이 강제적으로 연계됨으로써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인에 의한 감시 가능성을 키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3) 전기통신사업자가 계약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무조건 수집해야 하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실명제의 도입의 주요 목적은 대포폰에 의한 범죄 예방인데, 실명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SIM카드 등록제를 도입한 멕시코는 3년 만에 폐지했으며,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는 SIM카드 등록제의 도입을 검토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GSMA, The Mandatory Registration of Prepaid SIM Card Users, November 2013). 게다가 한국의 경우처럼 아무런 예외도 두지 않은 전면적 실명제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써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휴대폰 실명제가 “가입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제공·이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며, “‘통신수단의 자유로운 이용’에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는 상태로 통신수단을 이용할 자유, 즉 통신수단의 익명성 보장도 포함”되므로 “익명으로 통신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통신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여 익명 통신의 자유를 제한함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단지 선불폰이 범죄에 이용되는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필수적이지 않은 선불 이용제 계약의 경우에도 본인확인제를 예외 없이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시했다. 그리고 휴대폰 실명제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되 보관하지 않는 일회적 이용에 그치도록 하고 있고 현재 개인정보보호 법제 및 관행의 개선으로 적절한 통제장치를 둠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는 이동통신사들이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의 예외인 본인확인기관으로서 이미 거의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보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유출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집적될수록 유출 위험은 높아지고, 한 번 유출된 이후에는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지켜봐왔다. 그럼에도 유출사고를 일으킨 기업들은 건재하고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집단소송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유명무실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다시 한 번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익명 통신의 자유 제한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등 국가기관이 휴대폰 실명제로 인하여 “통신의 내용과 이용 상황에 관한 정보(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며,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언제나 실제 통신 당사자와 일치할 것을 전제하지도 않는다”고 설시했는데, 그렇다면 범죄 예방과 수사의 편의성이라는 입법목적을 부정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 표현에 대한 제한효과가 중대한 반면, 휴대폰 실명제가 “통신의 자유에 끼치는 위축효과가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정도로 심각하다고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대포폰을 이용하거나 불편을 감수하고 직접 대면을 하는 현재 상황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통신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것이 아닌 특정한 당사자들 간에 일대일로 연결되는 매체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밀한 영역에서의 사생활을 형성하는 측면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용될 경우 통신의 당사자에게조차 큰 해악을 발생시키는 측면이 있어 양면성을 띤다”고 하면서 익명의 발신자에 의해 수신자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피해의 대상에 놓일 위험이 있고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다고 보았다. 하지만 다수의견이 인정한대로 1대1 통신이 내밀한 사생활임을 고려한다면, 소수의 피해 가능성을 이유로 그런 내밀한 프라이버시 영역에서까지 우리 모두가 양보를 해야 하는지, 우리 중의 극소수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신의 비밀을 보호받지 못하고 우리 모두의 신원이 밝혀져야 한다는 논리가 과잉하지 않은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재판관 이석태와 김기영은 위헌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으며, 오픈넷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반대의견은 “차명휴대전화 또는 익명휴대전화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가 언제나 범죄의 목적을 가지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아니하고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자의 취재원 보호,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 유지, 내부고발자, 인권활동가, 목격자 등의 보호, 개인정보 유출 우려, 불법 도청·감청으로 인한 피해 방지 등의 다양한 사유가 존재할 수 있다. 요컨대 익명통신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것이므로, 차명휴대전화 또는 익명휴대전화를 금지하는 것 자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다”고 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부터 부정했다. 그리고 선불요금제의 경우 명의도용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으며, “범죄는 여러 가지 동기에 의하여 다양한 행위태양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차명휴대전화나 익명휴대전화가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흉기와 같이 그 자체로 법익 침해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고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에도 치밀한 사전계획에 입각하여 발신번호 변작 및 사업자를 수차례 경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휴대폰 실명제가 범죄 예방에 실효성이 있는 수단도 아니라고 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는 단순한 개인식별번호에서 더 나아가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함으로써, 개인에 관한 정보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여 구축되고 그 번호를 통해 또 다른 개인정보와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개인에 대한 통합관리의 위험성을 높이고, 종국적으로는 모든 영역에서 개인을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용을 제한할 필요성은 여타의 개인정보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 그런데 휴대폰 실명제는 원칙적으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신분증의 이용을 강제하는 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익명성은 타인에게 노출될 위험 없이 통신을 할 수 있는 사생활의 자유 영역을 형성하는 기능을 갖는다. 현대사회에서 익명통신은 이용자가 자신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소수의 수단들 중 하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럼에도 휴대폰 실명제는 익명으로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여 그 제한이 중대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미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나 대포폰을 이용한 전기통신금융사기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 다수 존재하고, 대포폰 제공이나 전화번호 변작 등 범죄를 범하기 위한 수단적 행위들 또한 형사처벌을 통하여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으며, “범인의 은폐시도에 따른 특정의 어려움은 범인 검거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서 일반적인 수사기법에 의하여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지(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참조), 범죄와 무관하게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국민들의 신원 확인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휴대폰 실명제는 “모든 국민에 대하여 이용자의 추적이 가능한 통신을 이용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반대의견의 취지를 숙고하여 휴대폰 실명제의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픈넷은 2012년 사망선고를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포함해(그러나 공공기관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청소년보호법상 본인확인제 등 우리나라에만 존재했고 존재하는 각종 실명제가 익명으로 표현하거나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시민들의 표현 및 통신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며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본인확인을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보관을 강제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감시를 쉽게 만든다고 본다. 앞으로도 오픈넷은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굴하지 않고 실명제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지될 때까지 대중 캠페인, 입법 운동, 소송 등을 통한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첨부. [2017헌마1209 소송 기록]
2019년 11월 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오픈넷, 익명 통신의 자유·프라이버시·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하는 휴대폰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2017.11.02.)
[논평] 대포폰 사용자 처벌은 과도한 정보인권 침해! 이원욱 의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2017.02.03.)
[논평] 타인에게 휴대폰 빌려주면 형사처벌? 헌법소송에 동참해주세요 (2014.02.11.)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11. 13.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제안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노웅래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3352)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최근 기간통신사업자가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에게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통신망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형평성 논란과 함께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
이에 공정경쟁을 위한 금지행위에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관계에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거나 강요하는 행위 및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불이행하는 행위를 추가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관계에 있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임(안 제50조제1항 및 제51조의2 신설).
2. 반대의견
국내 부가통신사업자가 망사업자에게 납부하는 “통신망 이용료”는 인터넷 접속료임. 인터넷접속료는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버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거의 모든 단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른바 full connectivity에 대한 대가임. 그러나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망사업자에게 납부하는 “통신망 이용료”는 망사업자의 캐시서버에 탑재된 데이터가 국내 망사업자의 이용자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대가 즉 ‘국내 망접속료’이므로 이 두 가지는 당연히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음.
이렇게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을 비교하여 형평성이 없다고 주장하면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받는 ‘국내 망접속료’만 높아져 결국 국내 망사업자가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받고 있는 이미 매우 높은 인터넷 접속료를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함.
※ Telegeography 자료 2017년 2사분기 기준 서울 인터넷 접속료 1Mbps 3불 77센트: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 싱가폴의 2.1배, 도쿄의 1.7배
또한 동 법안은 “통신망 이용료”라는 해외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에서 정보의 수신자나 발신자가 망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 그러나 인터넷은 단말들의 자발적인 접속상태 그 자체로서 인터넷에서는 모든 단말이 다른 단말이 수발신하는 정보를 서로 전달해준다는 약속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망이용료를 징수할 주체도 납부할 주체도 없음.
- 인터넷에서의 정보전달은 원칙적으로 무료임. 다만 물리적 연결을 유지하는 비용인 접속료만이 있을 뿐인데 이 접속료는 이웃단말에게만 납부하면 됨. 모든 단말들이 라우팅표에 따라 정보를 전달한다는 약속으로 묶여 있어 하나의 단말과 연결만 되어도 모든 단말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임. 또 접속료는 정보전달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서 종량제로 구성되지 않고 접속용량에 비례하여 정해지는 정액제로 구성됨.
- 결국 “통신망 이용료”라는 개념은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정보를 더 많이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전달해줄수록 더 많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시켜 이들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사상을 펼치고자 하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금전적으로 위축시킴.
노웅래의원 대표발의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내 망사업자가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는 턱없이 높은 인터넷 접속료를 유지시켜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금전적으로 위축시키므로 이상과 같이 반대함.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11. 13.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조응천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992)에 대한 찬성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위 개정안은 통신제한조치 통지 유예 제도와 관련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와 같이 과도하게 추상적인 통지의 유예 사유를 삭제하고, 통지 유예 및 통지 유예 연장 기간을 60일 이내의 범위로 정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통지 유예 제도를 헌법상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원칙에 합치하도록 개선하는 안이므로 찬성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현행법상의 통지의 유예는 그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유예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수사기관이 스스로 판단하게 되어 있으며, 유예 기간에도 제한이 없어, 통지로 인해 수사에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에 비하여 통신 당사자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는 실정임.
이에 공공의 안녕질서와 같이 과도하게 추상적인 통지의 유예 사유를 삭제하고, 통지를 유예하거나 유예 기간을 연장할 때에는 60일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통신제한조치 집행 통지의 유예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임(안 제9조의2).
2. 찬성의견
헌법 제12조에 규정된 적법절차원칙은 비단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적용되며,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절차적 요청으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들 수 있음(헌재 2003. 7. 24. 2001헌가 25; 헌재 2015. 9. 24. 2012헌바302 등 참조). 통신제한조치에 관한 수사 기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정보주체에게 적절한 고지와 실질적인 의견진술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함.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제한조치 대상자에 대해 사후통지만 규정하고 있고 사전통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음. 따라서 정보주체로서는 그 사실을 통보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절차와 내용으로 감청당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임. 또한 사후통지의 경우에도 통신제한조치의 집행 종료일이 아닌 감청을 집행한 사건에 관한 처분을 한 날을 기준으로 통지를 하고 있어서 문제임. 기소중지결정이 있거나 수사∙내사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는 그 기간이 아무리 길다 하여도 자신이 감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수사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도 해당 자료가 파기되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음. 또한 수사기관이 통지를 하는 경우에도 그 사유에 대해서는 통지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주체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사후통지를 받더라도 자신이 어떠한 사유로 감청당했는지 전혀 짐작할 수도 없음. 그 결과, 정보주체로서는 감청과 관련된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으며 이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됨.
통지유예의 경우에도 유예 기간을 한정하고 있지 않고 관할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으로 유예를 할 수 있어 사실상 무기한 통지유예가 이루어질 수 있음. 이 또한 영장주의의 위반 및 적법절차원칙 위반이며,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와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음. 따라서 적정한 통지유예 기간을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게 하며, 통지유예 결정 자체도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남용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개선이 필요함.
조응천의원 대표발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통신제한조치 통지 유예 제도와 관련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와 같이 과도하게 추상적인 통지의 유예 사유를 삭제하고, 통지 유예 및 통지 유예 연장 기간을 60일 이내의 범위로 정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통지 유예 제도를 헌법상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원칙에 합치하도록 개선하는 안이므로 찬성함.
입법의도와 다르다고 불법 규정은 위헌
장래의 운전자들 경제활동 막아
차량공유 전면금지부터가 문제
지난 10월 28일 검찰이 결국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와 업체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해왔듯이 타다는 법의 회색지대를 이용한 것으로 불법이라 해석할 수 없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사업은 이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또한 타다와 같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서비스는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사단법인 오픈넷은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검찰이 타다 기소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
검찰의 타다 기소는 모빌리티 기반의 차량 관련 새로운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켰다. 이번 타다 기소의 쟁점은 기존의 서비스와 유사한 새로운 서비스를 가지고 시장으로 진입하는 경우 이에 해당하는 관련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해석과 현장 적용이다. 검찰 기소 이후 한겨레 등 몇몇 언론매체에서 드라이버에 대한 타다 측의 처우와 고용상의 계약관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의 타다 기소를 긍정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타다가 ‘관리’하고 있는 기사 처우에 관한 문제는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통해 다스려야 할, 다른 차원의 논의를 필요로 하는 문제이므로 이번의 타다 기소 건과는 분리해야 옳다.
검찰은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4조(운송사업 면허)와 제34조(유상운송사업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았으나, 이는 타다가 영업을 위한 근거로 제시했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를 위반했다고 인정되어야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도 결정난다고 판단된다. 여객자동차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군가가 업체를 통해 렌터카를 빌린 뒤 제삼자에게 다시 차량을 빌려주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 조항만 따른다면 타다의 행위는 불법으로 영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라는 예외규정이 제2항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동법 시행령 제18조 1에서 이 예외조항의 각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타다는 예외조항 중 바목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자신들의 영업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택시업계는 이 예외조항의 당초 입법취지가 해외 여행객들이 단체관광을 위해 승합차를 렌트할 경우, 운전과 관련해 불편을 겪을 것을 예상해 이용객 편의 증진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삼자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예외조항을 마련한 것이므로 타다서비스를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문에 합법으로 규정된 행위를 입법취지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불법이라 부를 수 없다. 타다의 경우처럼 법을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법의 사각지대 혹은 회색지대를 이용해 기존 시장으로 진입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가속화된 기업형수퍼마켓의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주변 입점을 제한하기 위해 2010년 법이 개정되었으나 기업들은 규제조항을 교묘히 피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근처에 수퍼마켓들을 입점시켰다.
앞으로 타다와 같이 법적 회색지대를 이용하는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들이 증가할 것인데, 지금과 같은 금지나 처벌 일변의 규제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타다처럼 택시업계와 마찰을 겪은 뒤 결국 부분적인 서비스만 허용된 풀러스와 같은 카쉐어링 서비스는 이전부터 있었던 무상공유의 문화이다. 사적으로 교통비 혹은 주유비를 주고받다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돈벌이 수단으로 전환된 것이 풀러스와 같은 서비스다. 우버, 타다는 이와 같은 무상공유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업이다. 주차공간을 한시적으로 빌려주고 돈을 벌 수 있도록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사업 역시 동일한 연원이다. 이것이 현재 흐름이며 이 흐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렇게 생겨나는 서비스는 관련 시장이 대부분 이미 형성되어있을 것이며, 타다와 유사한 방법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므로 타다의 경우처럼 시장진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불허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불가능할 것이다. 혹은 특정 업체가 타다와 같은 수법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할 때 택시운송업체들처럼 이 시도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조직력과 목소리를 갖춘 업계는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것이지만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분야는 진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어 결국 형평성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타다 검찰기소라는 비극의 씨앗은 소위 “우버금지법”이 2015년 통과되면서 뿌려졌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차량공유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버가 ‘혁신’인지 ‘공유경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은 자동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싶은 사람들과 자동차로 누군가를 태워주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결국 인터넷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생산활동에 참여시켜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가능성의 싹을 법으로 죽여버렸다. 힘들게 살고 있는 택시기사들의 분노도 이해하지만 카카오나 우버를 이용해 생계를 해결하려 했던 사람들도 절망하던 사람들 틈에 섞여있었을 것이다. 현재 택시기사들의 분노는 우리도 익히 아는, 알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않아 누적되어왔던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기사들을 쥐어짠 택시업계와 택시업계의 위반행위를 눈감아주고 사납금제도를 허용해왔던 정부의 잘못이다. 그간 쌓인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새롭게 발생한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전면적인 금지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정부는 피폐하게 내버려둔 노동자들의 분노를 핑계삼아 새로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끊어버렸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타다는 전면적인 금지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려 한 것인데 이마저도 입법취지를 운운하며 막아버린다면 타다로 생계를 해결하려 했던 이들에게는 가혹한 처사가 될 것이다.
타다의 영업은 법망을 피한 것이지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생겨나는 새로운 서비스나 품목의 시장진입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불가능하다. 이를 불법으로 처벌한다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은 타다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고, 정부는 규제나 금지의 정책을 고안하는데 힘을 쏟기보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2019년 11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우버 금지법을 금지하라 (슬로우뉴스 2015.04.29.)
[논평]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자체를 불법화하는 <우버 금지법>은 위헌적이며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2015.04.14.)
자원공유의 자유 (경향신문 2014.10.30.)
최근 연예인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악플 근절’을 내세우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인터넷 게시판 준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대출 의원안), 혐오표현에 대한 삭제 및 임시조치 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선숙 의원안), 형법상 모욕죄의 처벌기준을 상향하는 형법 개정안(김재원 의원안)에 대하여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박대출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3033)은 본인확인조치를 전제한 이용자의 아이디 정보 및 IP 주소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이 수집 및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본 개정안은 이미 위헌으로 선언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와 같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다.
-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박선숙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3011)은, 혐오표현을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삭제 및 임시조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본 개정안은 규제 대상 ‘혐오표현’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과검열을 부추겨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이다.
-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김재원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3072)은, 현행 형법상의 모욕죄 역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 표현’이라는 불명확한 기준으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헌법상의 원칙 및 국제인권기준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법제임에도, 매우 과중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더욱 위헌성이 높은 법안이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11. 18. 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조승래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022418)에 대하여 찬성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위 개정안은 아직 의학적 뒷받침이 부족한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를 삭제, ‘게임과몰입’으로 용어를 정비해 게임 사용의 위축효과를 줄이고,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시에만 본인인증을 하도록 하여 게임물 이용자 전반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게임물이 등급거부대상 게임물 등이라도 사안이 경미한 경우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하여 침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문제해결의 기회를 부여한다. 이와 같이 위 개정안은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상의 위헌성을 감소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개정안의 요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승래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022418)은 ① 게임과몰입·중독을 게임과몰입으로 정비하고, ②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시에만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하며, ③ 자체등급분류한 게임물이 등급거부대상 게임물등에 해당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위원회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게 지체없이 통보하고 그 등급분류의 시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임.
2. 현행 규정의 문제점
①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학계의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현행법은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게임사용의 위축효과를 가져오고 있음. 이와 더불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록으로 인하여 게임을 통한 표현의 자유 실현에 보다 큰 위축효과가 우려됨.
② 현행법은 이용자가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 회원가입을 하게 될 경우 실명·연령 확인 및 범용 공인인증서, 아이핀(I-pin), 휴대폰 등 제한된 인증수단만을 이용한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익명으로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게임업체와 사용자들의 인증기술 선택권을 박탈하며, 모든 게임 사용자의 정보 수집을 강제하여 과도한 개인정보수집 및 이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의 문제가 있음.
③ 사행성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거부제도가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논란이 있고,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게임물에 대한 자체등급분류 제외는 청소년유해물 매체별 심의형태가 사전심의 또는 사후심의로 달라져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등의 지적을 받아옴.[1]
3. 본 개정안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을 감소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임
① 본 개정안은 의학적 뒷받침이 부족한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게임과몰입’이라는 용어만을 사용하여 게임이용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자제하고 게임을 통한 표현의 자유 실현을 정당한 표현의 수단 중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함.
②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시에만 본인인증을 하도록 하여 게임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집하고, 전체 게임물 이용자의 실명을 확인하지 않도록 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보호함.
③ 게임물이 등급거부대상 게임물등이라도 사안이 경미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요청 또는 직권으로 등급분류 결정을 하거나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하기 전에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하여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게 보다 침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문제해결의 기회를 줌.
본 개정안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을 감소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임.
[1] 문기탁, “게임물 등급분류의 문제점과 법적 과제”, (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연구 통권 제54집, 2017).
오픈넷, 2016년부터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진행
1심과 2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 진행중
지난 8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민사부는 국정원, 경찰청, 검찰청 등에 의해 영장 없이 무단으로 개인정보가 수집된 에스케이텔레콤(SKT), 엘지유플러스(LGU+), 케이티(KT) 이동통신 3사의 이용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들 패소 판결을 선고했으며,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은 즉시 상고하여 본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본 소송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의해 통신자료가 제공되어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 등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책임을 해당 수사기관에 직접 추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에 따라 제기되었다. 그런데 실제 소송에서 하급심은 통신자료 제공의 위법성을 다툴 기회를 박탈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통신자료란 이용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및 해지일 등의 개인정보를 말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수사기관 등이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요청]”할 경우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피고인 수사기관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자신들의 행위가 합법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신자료제공 요청이 적법했기 때문에 권한남용이 없다고 주장하는 피고가 그 요청의 적법성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를 증명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을 거부했기에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신청을 인용해 문서제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피고는 항고하였고 대법원에 의해 그 명령은 무효화되어, 원고들이 요청의 적법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할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정보공개청구는 여러가지 다양한 사유로 거부될 수 있고 실제로 대부분 공개를 거부당했다. 피고가 ‘통신자료제공요청서’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면서 그 문서를 제출하지 않는 부당한 상황에서 1심과 2심이 원고가 피고의 권한남용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패소 판결한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취소하고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판을 제대로 다시 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통신자료 제공 제도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번 지적한 바 있다. 이 제도에 근거해 그동안 수사기관들은 영장 없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제공받아 왔으며, 2013년~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한해 평균 약 8백 9십만개 이상의 계정(아이디 또는 전화번호)에 대한 통신자료가 제공되었다. 이는 인구수 대비 17.3%에 달하는데, 대략 국민 5명 중에 1명은 자기도 모르게 수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올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유엔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 조셉 카나타치(Joseph Cannataci)는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건수가 다른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보다 훨씬 많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사법적 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여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영장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강제로 침해할 때는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며 특히 형사절차에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개인정보이며,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ㆍ수집ㆍ보관ㆍ처리ㆍ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통신자료 요청 및 제공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로부터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고지, 의견 및 자료제출 기회 부여와 같은 중요한 절차적 요청이 도출된다. 그런데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통신자료 요청 및 제공이 이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용자가 전기통신사업자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을 저지하기 위해 그 과정에 사전 개입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없으며, 사후적으로도 통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통신자료제공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제도이며 이런 제도를 수사 단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위헌적인 통신자료제공 제도에 대해 2012년 헌법재판소는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임의수사에 해당하여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고,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응할 것인지 여부는 전기통신사업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매우 유감스럽게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2016년 3월 대법원은 통신자료를 제공한 기업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자료제공에 대한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시민사회는 헌법소원(2016헌마388)도 재차 청구한 상황이다. 현재 심리중인 2016헌마388 헌법소원에 대해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사전 또는 사후에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 제공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통지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며, 2017년에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국제 정보인권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지지하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리고 통신자료 제공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사법적 통제 장치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다수 발의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1심에서도 2심에서도 통신자료제공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거나 권한남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단 한 문장을 내세워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행위의 위법성을 입증할 자료를 피고가 가지고 있고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리고 입증책임 법리에 의하면 원고가 통신자료제공이 된 사실을 입증해서 피고행위의 위법성이 추정되므로 피고가 권한남용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오픈넷과 참여연대의 노력으로 2015년부터 이동통신사들은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해주고 있으니 판사들도 한 번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본인이 자신도 모르게 통신자료 제공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이렇게 나태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423조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을 상고 이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1심과 2심 판결에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 존재한다. 기본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9년 11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캠페인(업데이트)] 이통사 ‘통신자료제공내역’ 신청 매뉴얼(업데이트) (2016.03.08.)
[캠페인] 참여연대와 오픈넷, 이용자들이 정보제공 여부를 문의하는 캠페인 전개 (2015.02.02.)
[논평]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통신자료 제공 제도 반대의견서를 환영한다 (2017.06.13.)
[논평] 수사기관은 하루빨리 영장 없는 개인정보 취득의 사유를 밝히라! 서울중앙지방법원, 오픈넷의 문서제출명령 신청 인용 (2017.01.02.)
‘미국의 약 50배’ 통신자 신원확인이 위헌인 이유 (슬로우뉴스 2016.06.15.)
[논평] 오픈넷, 위법한 통신자료 취득에 대해 국정원 등 수사기관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 (2016.06.01.)
[논평]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된 대법원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어야 (2016.03.11.)
[논평] 테러방지법 제9조 제3항의 ‘낯익은 위험’, 연 1천만 건 이번엔 통신의 내용까지? 사업자들은 “강제적 요구”와 “합법적 요구” 구분해야 (2016.03.07.)
한국 인터넷 감시, 검열의 현 주소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6.02.04.)
[논평] “카카오톡 감청법”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 – 진정한 암호화 기술 구현을 가로막는 세계 유일의 SNS 감청설비의무화법안 (2015.12.29.)
[논평] RCS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19대 국회가 꼭 할 일: 통신자료제공제도 및 피감시자통지제도 개선 법안 처리 (2015.07.22.)
[논평] 방통위, 오픈넷의 이통 3사의 위법한 통신자료 제공내역 열람관행 시정 요구에 회신 (2015.05.08.)
국민 20% 감시, ‘투명성 보고’ 중요한 이유 (슬로우뉴스 2015.04.04.)
사이버 사찰 방지 vs. 감청 설비 의무화 (슬로우뉴스 2015.03.19.)
[논평] “온라인으로 열람 못하게 하면 위법” : 오픈넷, 방통위에 이통 3사의 위법한 개인정보 열람 및 제공에 대한 조사 촉구 서한 제출 (2015.03.06.)
[논평] 이통 3사,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 여부 고객들에게 공개 개시 – ‘직영점 직접 내방’ 요구와 ‘1년내 기록만 공개’는 소비자에 대한 ‘갑질’ (2015.02.11.)
[논평] 오픈넷, 정청래 의원과 함께 ‘사이버 사찰’ 방지법 발의 (2014.12.12.)
검찰 명예훼손 전담팀의 카톡 감시에 대한 개선과제 5가지 (오픈블로그 2014.10.04.)
“익명성도 프라이버시이다” – 캐나다 대법원, 이용자신원정보 무영장 취득 위헌판정 (오픈블로그 14.06.26.)
NSA 사태의 교훈 ‘감시되지 않는 감시’ (경향신문 2013.12.05.)
생각대로 T에서’만’ 되는 것과 T에서’도’ 안 되는 것 (한겨레 2013.12.02.)
[논평] 260여 개 정보인권단체들, 국제인권법상의 통신감시 13개 원칙 발표 (2013.09.19.)
SKB, 소비자 편익과 국제접속료 부담 모두 개선해주는 해법 거부해
SKB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정산에 대한 재정신청(즉 사인들간의 협상을 정부부처가 중재해달라는 신청)을 했다고 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SKB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접속속도 저하의 책임은 망사업자에게 있기 때문에 재정신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본다. 인터넷 접속속도 개선의 부담을 콘텐츠 제공자에게 부과한다면 그것은 인터넷의 기본구동원리로서의 망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며 세계 유일의 갈라파고스 규제를 또 하나 만들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SKB는 아래 그림과 같이 최소한 100Mbps의 인터넷 접속속도를 이용자들에게 약속하고 있는데 넷플릭스 접속에 있어서는 평균 3.58 Mbps (넷플릭스 ISP 속도 인덱스 https://ispspeedindex.netflix.com/country/south-korea/) 밖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SKB는 이미 넷플릭스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콘텐츠를 정상적인 속도로 볼 수 있다는 약속을 하고 접속료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SKB는 그 접속료 매출을 이용해 전 세계 다른 단말과의 소통이 소비자에게 약속한 속도로 이루어지도록 상위 망사업자와 충분한 용량의 접속을 확보할 의무, 즉 국제망 증설을 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SKB가 ‘넷플릭스까지 감안하여 접속속도를 보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발뺌할 수는 없다. 언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올해 두 차례 국제망 증설을 했다고 하면서 더 이상 국제망 증설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위 그림처럼 100Mbps에서 10Gbps의 속도를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이상 이러한 증설은 당연한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SKB에 “망 이용료”를 한 푼도 내고 있지 않은데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전 세계의 모든 단말들이 “착신지를 향해 옆으로 전달”한다는 약속을 중심으로 묶여있는 연합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중간의 게이트 키퍼 없는 any-to-any 정보전달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정보전달에 아무런 금전적·비금전적 조건을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통신체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전적 조건, 즉 정보전달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의미로 쓰이는 “망 이용대가”라는 말도 우리나라 언론과 정부 외에는 세계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런 약속 덕분에 전 세계의 각 단말들은 인터넷에 참여하고 싶다면 기존에 인터넷에 참여하는 단말 또는 단말그룹 1개(보통은 자신 지역의 망사업자)에 물리적 접속비용인 “접속료”를 내고 접속만 하면 전 세계의 단말들과 소통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망사업자가 넷플릭스나 다른 어떤 콘텐츠 제공자에게 별도의 “망 이용료”를 내라는 것은 인터넷상의 보편적(any-to-any)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왔던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처사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각 지역의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자주 보는 콘텐츠를 저장한 캐시서버를 무료로 그 지역의 망사업자에게 제공하여 그 지역의 이용자들이 더 가깝게 그러므로 더 빠르게 넷플릭스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그 지역의 망사업자들이 상위 망사업자에게 내야 하는 접속료(transit fee라고 부름)를 절감해주기까지 한다. 이미 LGU+는 넷플릭스의 해법을 받아들여 국제망접속료도 줄이고 서비스 품질도 개선하였다. 더욱더 넷플릭스에게 별도의 “망 이용료”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SKB는 무료 캐시서버의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SKB는 “캐시서버는 국내망 증설 비용은 전혀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SKB는 국제망 증설부담이 힘겹다면서 이를 해소해주는 캐시서버는 거부하고 엉뚱하게 그 이유로 ‘국내망 증설비용’과 ‘망 이용대가’를 들고 있다. 인터넷의 구동원리에 따르면 망사업자는 ‘국내망 증설비용’이나 ‘망 이용대가’를 자신과 접속하지도 않는 콘텐츠 제공자에게 부담지울 수 없다.
SKB는 캐시서버를 호스트하는 대신 돈을 받겠다는 주장을 하는 듯하다. 페이스북과 KT가 그런 계약을 한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망사업자들 사이에 발신자종량제를 강요하여 망사업자들이 그 부담을 콘텐츠 제공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고 콘텐츠 제공자가 그런 제안을 거부했다고 해서 징계를 내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캐시서버 접속료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터넷은 누구나 인터넷에 콘텐츠를 띄우면 전 세계 누구나 받아갈 수 있게 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게시자가 콘텐츠를 받아가는 사람들 숫자가 많을수록 ‘망 이용대가’ 같은 것을 망사업자들에게 내야 했다면 인터넷은 전혀 확산되지 못했을 것이다. SKB는 하나로망 등 군소망들을 흡수하며 태동한 망사업자로서 원래부터 국제접속을 위한 상위 망사업자와의 연결이 약했다. 이제 SKB는 고객에게 원활한 인터넷접속서비스를 판매했으니 이에 대해 책임을 질 차례이며 방통위가 개입하여 콘텐츠 제공자에게 접속속도에 대해 책임을 물려서는 안 될 것이다.
2019년 11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동욱 부장판사)는 대학 교수 A씨가 교수평가를 제공하는 김박사넷을 운영하는 (주)팔루썸니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583126)에서 “피고의 역할은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고 볼 수밖에 없어” 김박사넷 운영 행위를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속적으로 옹호해 온 정보매개자 책임제한에 관한 국제 원칙에 충실한 판결로서 환영하며 항소심에서도 이와 같은 판결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용자의 게시물에 대해 정보매개자에게 직접책임 또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지우려는 입법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를 몰각한 것으로 중단되어야 함을 밝힌다.
국내 대학·대학원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김박사넷(phdkim.net)은 각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으로부터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입력 받아 사이트 방문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이트에 정보를 입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당 대학의 메일 계정을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임을 인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박사넷에서 수집·제공하는 정보는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연구실에 대한 등급점수 등인데, 등급은 인품, 실질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전달력, 연구실분위기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표별로 ‘A+’부터 ‘F’까지 평가할 수 있고 입력된 정보는 취합돼 오각형 그래프 형태로 제공된다. 김박사넷에서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발견한 A교수는 관련 정보 삭제를 요청했고, 김박사넷측은 A 교수의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삭제하고 A교수에 대한 한줄평 전부를 차단조치하면서, 연구실에 대한 평가그래프의 삭제만을 거부했다. 이에 A교수는 △피고가 사이트를 운영해 불특정다수인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한 점 △자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래프 삭제를 거부한 점 △한줄평을 삭제하며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차단)처리되었다’는 문구를 게시한 점에 대해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000만원과 민법 제764조 소정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웹페이지를 삭제하라”면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서비스 이용자의 검색·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서, 제3자로부터 제공받은 표현물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게시공간에 게재하였고 그 게재된 표현물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위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한 명예훼손적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서비스 제공자는 명예훼손적 표현물을 작성한 제3자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고 설시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한 한줄평과 평가그래프의 작성자가 아니라 게시공간 관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그래프 삭제 거부 행위”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래프는 학생들이 직접 입력한 평가를 수치화한 것이며 연구비 부정 사용이나 대학원생에 대한 권한 사적 남용 등으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 관한 정보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그래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래프 삭제 요청 거부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박사넷과 같이 다중을 위해 공론의 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자를 ‘정보매개자(internet intermediary)’라고 부르며 국제사회는 정보매개자 책임제한(safe harbor) 원리, 즉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립한 바 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과 내용의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웹사이트의 특성상, 불법적 내용의 정보는 언제든지 존재할 수 있고, 운영자가 웹사이트 내의 모든 개별 게시글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삭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불법정보가 유통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운다면 운영자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들도 삭제하거나 게시판을 사전허가제로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보매개자는 신고 등으로 명백하게 인지한 불법정보만을 삭제·차단하는 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칙이 생겨났으며 미국 CDA 제230조와 DMCA 제512조, EU전자상거래지침 제14조, 일본 프로바이더책임법 제3조가 이런 원칙을 법제화했다.*
오픈넷은 정보매개자 책임제한에 관한 국제 원칙에 입각해 결론을 내린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나아가 최근 불법정보나 가짜뉴스 규제를 이유로 제3자의 게시물에 대해 정보매개자에게 직접책임 또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지우려는 시도들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와 저작권법 제102조에서 미국 DMCA와 유사한 사업자 책임제한 조항을 도입했는데, 완전한 면책을 인정하지 않아 문제이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인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8다53812)은 정보매개자가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을 질 가능성을 열어놓아 비판을 받고 있다.
2019년 11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오픈넷, 성평등사회와 정보매개자책임제한제도 확립을 위한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 전개 (2019.10.29.)
[논평]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2019.03.27.)
[논평] 검찰의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구형 유감 - 아동음란물의 제작자나 유포자가 아닌 정보매개자 처벌은 신중해야 (2019.01.02.)
[논평] 오픈넷, 인터넷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공동연구보고서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발표 (2016.06.16.)
인터넷 검열 부추기는 정보매개자책임제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5.07.09.)[논평] 세계 각국의 정보인권단체들,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 선언 (2015.03.31.)
한국 이통3사 이용자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보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 연구의 일환으로 2017년 KT 상대 개인정보 공개청구 소송 제기해 1심 승소, 현재 항소심 진행중
지난 10월 16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산하 시티즌랩(Citizen Lab)은 한국, 홍콩,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시아 5개국 Access My Info(AMI) 프로젝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MI는 정보통신기업이 이용자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목적에 의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얼마나 공개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참여한 본 연구 결과에서 한국은 연구 대상 국가들 중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제를 가지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을 피상적으로만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와 실무 사이의 간극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시티즌랩과 오픈이펙트(Open Effect)는 민간 기업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 보유, 처리, 공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AM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구방법론의 일환으로 일반 대중이 맞춤형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 기반 툴을 제공했는데, 이를 이용해 수만 명의 캐나다인들이 통신사에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보냈다. 당시 연구 결과는 기업들 간 대응이 일관되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데 상당한 장벽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캐나다에서의 첫 AMI 프로젝트에 이어, 시티즌랩은 아시아에서 AMI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다. 작업반에 한국, 홍콩,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5개국의 학자, 변호사, 활동가 및 디자이너가 참여했으며, 한국 연구는 오픈넷이 맡았다. 2016년 1·2차에 걸쳐 진행한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이통3사가 모두 온라인 개인정보 열람신청 절차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회신을 받아보면 신청자에 대한 개인정보 자체는 제공하지 않고 KT는 일부 개인정보의 보유 여부만 O, X로 표시해서 제공하고, SKT와 LGU+ 개인정보 처리방침의 사본만 제공하고 있어 이용자의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2016년 10월 오픈넷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KT의 부실한 개인정보 열람방식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고, 방통위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2018년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4. 개인정보 열람·제공 등 요구 운영 기준”에서 “열람·제공 등 요구에 대해 사업자는 개인화 조치된 정보의 형태(성명, 연락처, 로그기록, 쿠키 등)로 이용자가 제공받도록 조치해야 함”을 규정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이통3사의 관행은 여전하며,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다. 또한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KT 이용자로서 모든 개인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2017년 KT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2018. 12. 4. 1심 승소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권리이다. 개인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근거로 제3자와 공유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정보주체는 동의 철회나 정정·삭제 요구 등 다른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기업이 그들의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134개국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지고 있고, 이론상으로는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무상 기업들이 이러한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AMI 연구 결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에 대한 실증적 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Access My Info – Measuring Data Access Rights Around the World” 연구 보고서(영문)
Access My Info 연구 보고서 요약
- 우리가 인터넷 연결·통신에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 어떤 유형의 정보를 수집하는가?
- 얼마나 오래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가?
- 정보를 제3자와 공유하는가?
개인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근거로 제3자와 공유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그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기업이 그들의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없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134개국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지고 있다. 많은 개인정보보호법제상 주요한 권리는 개인이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보내는 서면 요청인 개인정보 열람요청(Data Access Requests, DAR)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DAR은 기업이 한 사람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이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 사람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거나 공개하는지 그리고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관행과 기업에 적용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준수에 관한 기타 세부사항을 포함한다. 개인정보 열람요청권은 이론상으로는 다수의 개인정보보호법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무상 기업들이 이러한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4년 시티즌랩(Citizen Lab)과 오픈이펙트(Open Effect)는 민간 기업이 개인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 보유, 처리, 공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개인정보 열람요청과 관련 법, 정책,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프로젝트인 Access My Info(AMI)를 시작했다. 연구방법론에는 일반 대중이 서로 다른 산업에 맞춘 양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 기반 툴이 포함되어 있다.
AMI는 캐나다에 처음 적용되었고, 그 결과 수만 명의 캐나다인들이 통신사에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보냈다. 연구 결과는 기업들 간 대응이 일관되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데 상당한 장벽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캐나다에서의 첫 AMI 프로젝트에 이어, 시티즌랩은 AMI 연구를 아시아로 가져와서 해당 지역에서의 DAR에 대한 대응을 비교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다. 작업반은 다음과 5개국의 학자, 변호사, 활동가 및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 홍콩: Lokman Tsui 교수(홍콩중문대), Stuart Hargraves 교수(홍콩중문대), 키보드전선(Keyboard Frontline, 시민사회단체), 인미디어(InMedia, 미디어 그룹), Jason Lee 디자이너
- 대한민국: 김가연 변호사(오픈넷), 박경신 교수(고려대)
- 호주: Adam Molnar 교수(워털루대/디킨대)
- 인도네시아: Sinta Dewi Rosadi 교수(파드자드자란대)
- 말레이시아: Sonny Zulhuda 교수(말레이시아 국제이슬람대)
각 파트너는 각국의 통신사와 ISP에게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보내 고객에 대해 수집하는 정보의 유형, 보유 기간, 제3자와 공유 여부를 잘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파트너들은 기업들이 요청에 답변하는 방법 즉, 요청의 이행에 얼마나 걸리는지, 요청자의 입장에서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수수료를 청구하는지 또는 어떻게 청구하는지 등도 알아보고자 했다.
각 국가가 고유한 법과 맥락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를 관통하는 일반적인 패턴을 발견했다.
아시아의 개인정보보호법제는 역동적: 아시아는 특히 이 연구를 실시하기에 흥미로운 지역이다. 왜냐하면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진 국가들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없거나 제정하는 단계에 있는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의 공통점은 개인정보보호의 요소가 유동적이거나 논쟁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지고 있지만, AMI 프로젝트를 통해 통신사들이 개인정보 열람요청을 피상적으로 준수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통3사는 온라인 개인정보 열람신청 절차를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정보 열람신청에 대한 답변으로 KT는 일부 개인정보의 보유 여부 목록만을 제공하고, SKT와 LGU+는 개인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의 사본만 제공했다. 이에 대해 AMI 파트너인 오픈넷은 불완전한 답변을 한 KT를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과 호주에서는 개인정보의 정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홍콩의 통신사와 ISP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와 지리적 위치(geolocation) 기록은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호주에서 IP 주소는 개인정보의 법적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없거나 도입 중인 국가에서는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말레이시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했지만 강력하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개인정보보호법 초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법률로 통과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두 국가 모두에서 DAR은 기업들로부터 제한적인 회신을 받았다.
각국 통신사의 답변은 요청 사항과 일치하지 않았으며, 법적 요구 사항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음: 전반적으로 통신사의 답변은 불완전했으며, 법적 요구 사항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각국의 통신사들이 개인정보 열람요청을 제대로 처리하기에 충분한 절차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법률의 문언만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법률이 현실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측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본 보고서는 일련의 사례 연구로서 아시아 각국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공한다. 또한 비교를 위해 캐나다 연구 결과의 요약(최초의 AMI 시행 국가)을 포함시켰다.
2019년 11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오픈넷, KT 상대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 1심 승소 (2019.01.17.)
[2차 모집] 이통3사 개인정보 열람 실태 연구에 참여해주세요! (2016.08.11.)
이통3사 개인정보 열람 실태 연구 참가자를 찾습니다. (2016.01.18.)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 관련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재판이 2020년 1월 14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12인의 공동변호인단(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양소영, 이은영 변호사/재단법인 동천 송시현, 정순문, 정제형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씨 홍지혜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최희정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박성철, 유원상, 박봉규 변호사)에 참여하여 배드파더스의 변호를 맡는다. 또한 배드파더스의 무죄를 탄원하는 국민탄원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오픈넷은 지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배드파더스 사이트 차단 심의에서도 의견서를 제출하여 차단을 저지한 바 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 판결문 등을 기초로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양육비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등재된 사람들 중 일부가 배드파더스의 제보 창구 역할을 해 온 구본창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구씨는 ‘진실한 사실’을 유포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진실한 사실을 발설한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헌법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법률이다. ‘진실’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훼손될 수 있는 명예는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평판, 즉, ‘허명’에 불과한데, 이를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면서까지 법이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법익으로 보기도 어렵다.
명예훼손적 표현일지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는다. 이 사이트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양육비 미지급 실태와 부실한 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양육비 관련 정책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통해 지난 약 1년반 동안 양육비 미지급건 중 110여 건이 해결되었고, 사이트의 활동이 주목을 받으면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져,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공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형사처벌 등의 조항이 담긴 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한 부모들의 허위의 명예나 과장된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사람, 나아가 양육비 정책 개선 활동에 동력을 제공하고 여러 아동의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데에 기여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심각하게 어긋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위헌 논란이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적용은 최대한 지양되어야 하며, 또한 배드파더스와 같이 공익적 목적과 기능이 넉넉히 증명된 활동마저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된다면, 앞으로 진실을 밝히며 당사자와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모든 고발 활동이 위축될 것이다.
배심원단과 재판부가 배드파더스 활동의 공익성을 인정하여, 인터넷을 통한 고발 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사례를 남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2019년 12월 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보도자료] 오픈넷,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범위 좁히는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병기 의원안)에 대한 찬성의견 제출 (2019.03.12.)
[논평] ‘양육비 미지급 부모 명단 공개 사이트’ 차단하지 않기로 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환영한다. (2019.02.26.)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비범죄화해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논의와 대안에 관한 연구’ 요약) (슬로우뉴스 2018.12.26.)
[보도자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제인권기구 아티클 19, 한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포함한 형사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성명 발표 (2018.11.1.)
미투 운동의 걸림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쟁점과 개선 방안 (언론중재(2018년 여름호 147호), 2018.07.13.)
[보도자료]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법률가 선언문> 발표 (2018.04.06.)
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2018년 3월호), 2018.04.04.)
[보도자료] 오픈넷, 양형위원회의 명예훼손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8.02.11.)
[논평] 양형위원회는 명예훼손죄, 모욕죄에 대한 과중한 양형기준안을 철회하라 (2018.01.31.)
모든 고발자는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 사회 - ‘사회정의를 검찰에 맡기자’는 논리에는 허구가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18.02.20.)
주요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 이슈와 관련하여 정부, 기업, 시민사회, 학계, 기술 커뮤니티, 이용자 등 국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본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위원장 이동만, KAIST 교수)는 국내 인터넷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 개정을 논의하였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종걸의원 대표발의로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동 개정안은 현행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를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로 강화하여 심의를 넘어 의결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상향식으로 위원을 추천하여 고르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Multi-stakeholder model) 참여 및 국내 인터넷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합니다.
○ 문의처
KIGA 워킹그룹 위원장, 박지환 변호사(오픈넷 자문위원) [email protected]
KIGA 운영위원회 위원,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email protected]
다자간 인터넷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주소자원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지난 10월 28일, 이종걸 의원의 대표발의로 인터넷주소자원법 개정안(의안번호: 2023107)이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의 운영 원리인 다수당사자 협의방식(Multi-stakeholder model)을 수용하여 정부, 업계,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주소정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는 이 개정안이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시의적절하게 개정안이 발의된 것을 환영합니다.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협의체로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인터넷 주소자원에 대한 거버넌스는 여러 관련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결정하는 합의(consensus) 방식의 상향식(Bottom Up) 운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전통으로서, 민간전문가, 관련 업체, 그리고 인터넷 정책 집행기관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관계자가 인터넷주소위원회(NNC)를 구성하여 ‘합의’ 방식으로 주소정책을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2004년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NIDA; 현 KISA) 산하로 편입된 이후에는 정부 주도하에 인터넷 주소자원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정부의 역할 강화를 통해 주소자원 정책 및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였으나, 인터넷 이용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제약하였으며, 민간 참여에 의한 상향식 인터넷주소자원 관리를 택한 국제적 흐름에도 뒤쳐져 있습니다.
개정안은 현재 국제적인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한 것입니다.
현재 국제적인 인터넷 주소 관련 정책에 대한 관리는 정부, 민간 전문가, 업체 등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의 토론과 참여에 의한 합의 도출을 원칙으로 하는 다수당사자 협의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2016년 10월 인터넷 주소의 핵심 자원에 대한 관리 권한이 미국 정부에서 글로벌 인터넷 커뮤니티로 이양된 이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본, 뉴질랜드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민간의 자율적 참여에 기반한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의 인터넷주소자원 관리 제도를 국제적인 추세에 맞추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상향식 운영방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현행법에 따른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를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로 강화하여 심의를 넘어 의결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에는 정부, 업계, 학계, 기술계,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가 고르게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개정안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 위원 선임 과정에서 관련 이해관계자 단체에서 위원을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실제 위원 추천 과정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이 입법화된다면 좋을 것입니다. 법안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국제적인 추세에 부합하는 선진적인 인터넷 거버넌스를 구현하자는 것인만큼, 여야간의 정치적인 쟁점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도 충분히 협의가 된 만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법안도 아닙니다.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관심과 논의를 촉구합니다.
2019년 12월 2일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위원장 이동만)
※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소개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 거버넌스 이슈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설립된 민관 협의체로서 정부, 산업계, 학계, 기술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메인 네임, IP 주소 등 주소자원 정책 협의를 위한 국제주소자원관리기구(ICANN)에의 참여, 유엔 주최의 인터넷 공공정책 포럼인 인터넷거버넌스포럼(IGF) 참여와 한국 IGF의 개최 등 국내외 인터넷 거버넌스의 이슈를 발굴, 분석, 소개하고 한국 인터넷 공동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에는 다음과 같은 분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지난 12월 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 공청회를 개최하여 해당 가이드라인을 공개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 즉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에게 그 콘텐츠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의무까지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의 구동원리에 반하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단지 통신사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제정되는 것일 뿐이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의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반대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와 같은 논의 테이블을 자신의 정책 추진을 합리화하는데 사용하는 것에 항의하여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회의인 오늘 12월 9일 회의에 불참할 것을 밝힌다.
방통위는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해외 콘텐츠제공자의 국내 망사업자에 대한 우월한 지위 그리고 해외 콘텐츠제공자와 국내 콘텐츠제공자 사이의 ‘역차별’을 각각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기본적으로 망중립성을 무시하고 ‘망이용대가’ 개념을 인정할 때만 성립한다. 인터넷에서는 정보를 전달해준 대가, 즉 정보전달료로서의 망이용대가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단말들이 다른 단말들이 수신, 발신하는 정보를 “도착지를 향해 옆으로 전달”하겠다는 상부상조의 약속, 즉 TCP/IP로 묶여 있는 결합체가 바로 인터넷이고, 모두가 서로의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보전달 자체에 대해서는 서로 무료인 것이 맞다. 모두가 각자의 이웃단말과의 접속료를 정산해줄 뿐이다.
그러므로 해외 콘텐츠제공자가 국내 망사업자와 직접 접속하지 않는 한 국내 망사업자에게 접속료를 내지 않아 왔던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국내 망사업자가 해외 콘텐츠 캐시서버와 직접 접속할 때도 접속료를 받지 않았던 것은 거래상 열등한 지위 때문이 아니라 국내 망사업자가 국내 이용자들에게 해외의 모든 콘텐츠들을 정상적인 속도로 접속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를 위해 캐시서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월적 지위라고 부른다면 해외의 군소콘텐츠제공자들도 모두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망사업자들은 ‘약자 코스프레’를 중단하고 이용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또 해외 콘텐츠제공자가 국내 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는 국내 단말들과의 소통에 대한 대가이고 국내 콘텐츠제공자가 국내 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는 전 세계 단말과의 소통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애초에 “역차별”이라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국내 콘텐츠제공자 역시 이 가이드라인에 반대하는 것은 역차별 해소라는 방통위의 주장이 근거가 없으며, 이 가이드라인이 오로지 통신사의 민원사항일 뿐임을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단말들은 월드와이드웹을 이용해 다른 단말들이 콘텐츠를 가져갈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하고 다른 단말들이 제공한 콘텐츠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는 이메일을 이용해 다른 단말들에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보내기도 한다. 망사업자들은 단말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물리적 연결을 설치해준 대가로 접속료를 받는다. 망사업자는 물리적 연결의 용량, 즉 속도에 비례해서 접속료를 받되 돈을 대가로 약속한 속도가 나올 수 있도록 스스로 상위계위 망사업자와의 접속용량을 확보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제11조에서 “콘텐츠제공사업자 등은 인터넷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하여 ‘콘텐츠제공사업자’에게도 접속의 질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제10조에서 망사업자들에게 부과한 의무와 똑같은 문구로 이루어진 것은 망사업자의 접속용량 확보 의무를 콘텐츠제공자에게 분산시키는 부당한 처사이다. 콘텐츠제공사업자가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별도로 논의될 이슈이지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내용은 아니다.
또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특정 계약내용 만을 수용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에 대해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을 지연 거부하는 경우’ 등을 불공정행위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2016년부터 시행된 상호접속고시가 망사업자들 간에 발신자 종량제를 강요하여 결국 망사업자들이 콘텐츠제공자들에게도 누적통행량에 비례하여 접속료(usage based pricing)를 받도록 할 동기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규범환경에서 망사업자가 자신의 발신자 종량제 정산비용 때문에 접속료를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콘텐츠제공자가 거부하는 행위가 불공정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페이스북 접속대란 사태가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KT는 발신자 종량제 정산비용 때문에 무료였던 페이스북 캐시서버에 대해 접속료 지급을 요구하였고, 페이스북은 이를 거부하고 원래의 접속경로를 복원하였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 접속속도가 느려진 것을 이유로 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페이스북을 징계하였다. 콘텐츠제공자에게 접근속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세계 유일무이한 행위였고 법원에서도 취소되었다. 콘텐츠를 많이 발신하는 사람에게 발신량에 비례하여 돈을 받겠다는 것은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경제적으로 억압한다.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은 결국 바로 그런 방송통신위원회의 무리수를 정당화하고 법제화하려는 시도이다.
정부가 정책추진의 명분으로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의 논의를 거론하는 것도 문제다. 협의회 자체가 아무런 대표성도 없이 방통위가 자의적으로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마치 협의회 논의 결과가 사회적인 합의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방통위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1기의 권고에 따라 이번 가이드라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방통위는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을 민관학의 협의의 결과로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2기 협의회의 마지막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더 이상의 왜곡의 도구가 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통신사 외에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이 가이드라인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019년 12월 9일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세미나]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개정방안 특별세미나 개최 (2019.11.07.)
[논평] 방통위는 SKB의 넷플릭스 재정신청 거부해야 – SKB, 소비자 편익과 국제접속료 부담 모두 개선해주는 해법 거부해 (2019.11.27.)
[논평] 페이스북-방통위 소송 결과를 환영한다 - 실질적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발신자 종량제 폐지하라, “망이용료 가이드라인”도 폐기해야 (2019.08.23.)
[논평] 망중립성 위협하는 발신자 종량제 원칙 폐지하라! 페이스북-SKB 합의는 ‘유료캐시서버’ 강매, 2016년 상호접속고시의 폐해를 망이용자에게 전가시킨 선례 (2019.02.27.)
운동의 ‘규모화’, 망중립성 수호의 중요성 (한겨레 2019.01.17.)
‘망이용대가’는 없다 (한겨레 2018.11.19.)
이미 폐지된 한국의 망중립성 – 망사업자만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슬로우뉴스 2018.05.03.)
사단법인 오픈넷은 12월 9일 이동통신 3사(SKT, KT, LGU+)를 자사 및 계열사 콘텐츠에 대해서만 배타적이고 차별적으로 소위 “제로레이팅”을 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리고 유선인터넷사업자 3사(KT, SKT와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하는 ‘SK그룹’, LGU+)가 과도한 가격의 전용회선료와 상호접속료를 부과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로 신고했다.
SKT, KT, LGU+등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자사 또는 계열사의 콘텐츠에 대해서만 “제로레이팅”을 제공하여 자신들의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지위를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 전이시켜 <11번가>와 같은 자사 또는 계열사 콘텐츠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비계열사 콘텐츠 회사를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하여 왔다. 201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SKT, KT, LGU+는 2017년말 기준 각각 42.4%, 25.9%, 19.8%의 이동통신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총 88.1%의 합계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각각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된다.
국내 이동통신 소비자 2명 중 1명은 다른 이통사에서 동영상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통사를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5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2017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타 통신사에서 동영상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존 콘텐츠를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5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의 경우도 36.4%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성향이 각 이동통신사의 시장지배력과 합쳐질 경우 콘텐츠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비계열사 콘텐츠사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의 3호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또 KT, SK그룹(SK브로드밴드, SKT), LGU+는 유선인터넷시장에서 과도한 인터넷접속료, 더욱 정확히는 과도한 전용회선료와 과도한 상호접속료를 받고 있다. 기업들에게 제공되는 전용회선료는 매우 높다. KT는 1 Mbps 월 85만원, SK브로드밴드는 10 Mbps 월 363만원, LGU+는 10 Mbps 월 419만원으로 약관상 나타나고 있는데(권오상 외, 인터넷전용회선 및 IDC 요금에 대한 사후규제 방안 연구, (사)미래연구소 수행, 방송통신위원회 발주 연구보고서, 2018년 12월) AT&T가 100 Mbps 전용회선을 월 1,195불에 제공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금액이다.
상호접속의 경우 중계접속료는 평균 미화 월 9.22달러/Mbps으로서 미국과 유럽의 각각 4.3배, 7.2배에 달한다(Telegeography 자료 2018년 6월 30일 기준). 아시아 내에서도 비교대상으로 볼 수 있는 싱가포르($1.79), 홍콩($1.83), 동경($2.24)에 비해서도 중간값을 비교해볼 경우 1.5배 내지 2배 이상 차이(서울 $3.77)가 난다(Telegeography 자료 2017년 Q2).
전용회선과 상호접속에 있어서 이와 같이 과도한 가격은 독점규제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의 1호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각국의 통신사 경쟁상황과 GDP대비 상호접속료 가격의 상관관계는 이미 잘 밝혀진 바 있다(2013년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보고서). 결국 우리나라의 높은 인터넷접속료는 우리나라의 시장독점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위와 같은 독점가격은 중소콘텐츠제공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며 또 이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힘없는 개인들도 매스커뮤니케이션에 포용하고자 하는 인터넷이라는 기획이 훼손되어 망중립성이 보호하려는 가치도 손실된다. 오픈넷은 공정위에 이동통신사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2019년 12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2015년 10월]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조정안 심의자료(요약본).pdf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