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늘(10/19)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공청회 개최일인 오늘 오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공청회 개최사실을 공고하는 등 국민의 의사를 수렴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그나마 내놓은 대책 또한 목불인견 수준이다. ‘만혼’을 문제로 내세우는 등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반한 시대착오적 구상이 대책으로 제시되었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성차별에 관한 문제의식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특히 OECD 최고의 노인빈곤율에도 불구하고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을 언급하는 등 노인빈곤 감소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역행하고 있다. 대책 내용 중 일부는 당장 201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아 정책의 일관성이나 실현의지마저 의심케 한다.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들 중 일부는 논리적 연관성조차 없는 황당한 내용이다. 저출산의 핵심원인으로 만혼을 언급했으며 만혼추세를 완화하기 위하여 청년고용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면서 의료산업 해외진출,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및 자법인 지원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상업화 정책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로 중산층의 주거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실효성 없는 주거대책도 제시하였다. 또한 정부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공익캠페인을 하고 미혼남녀 만남의 기회를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대책들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켜준다.
노인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저출산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5월 새누리당이 노인 연령 상황 조정시도를 입장표명한데 이어 이번에 발표한 기본계획에 노인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추진계획을 제시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49.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처럼 심각한 노인빈곤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복지확대는 커녕 연령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전반적인 사회보장제도 퇴행 및 노인복지 축소를 의미한다. 또한 노후를 위한 공적연금 확대 및 강화에 힘쓰기보다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로 국가 책임을 방기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같은 정부의 고령화 대책은 노인을 희생양 삼아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본계획의 일부 정책은 201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과도 충돌해 실현의지마저 의심스럽다. 국공립 어린이집 같은 경우, 기본계획에서는 20년까지 지속 확충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2016년 예산안에는 2015년보다 10% 줄어든 135개소 신축 예산만을 책정하고 있다. 또한 기본계획에서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설치하여 아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나, 2016년 예산안에는 전액 삭감되어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기본계획에서 노인의 건강생활지원, 연구문화 등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2016년 예산안에는 노인보호에 대한 예산이 삭감되었고 실제 노인들이 지역에서 여가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경로당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일관되지 않은 정부의 기본계획은 실현의지와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의와 공평과세를 통한 세수증대, 돌봄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등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정부가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의 해결방안을 내놓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며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즉각 수정하여 실효성 있는 계획을 발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0.29 이태원 참사 112신고 조작 서울경찰청 규탄 및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112 신고 조작은 허위공문서작성죄 등 범죄행위, 윗선 개입 규명해야
경찰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필요, 특별법 제정해야
일시·장소 : 2023. 3. 29.(수) 오전 10시, 서울경찰청 앞
오늘(3/29) 서울경찰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10. 29 이태원 참사 112신고 조작 서울경찰청 규탄 및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언론을 통해 10. 29 이태원 참사 관련 112 신고기록이 허위로 기재되었다는 점, 특히 최초 신고의 경우 2차례 사후수정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유가협과 대책회의는 112신고 조작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점을 지적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나아가 경찰의 지속적인 증거은폐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경찰은 112 신고 조작뿐만 아니 참사 직후부터 정보보고서를 삭제, 누락하고,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 은폐, 왜곡한 사실이 있습니다.
유가협과 대책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방해한 경찰을 엄중히 규탄함과 동시에 10. 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경찰이 국정조사 등에 제출한 문건의 내용도 거짓이 아닌지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이번 경찰의 112 신고 처리에 관한 전면적인 조사도 필요함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를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경찰이 진상규명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지워보려 불법을 자행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사죄와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습니다.
▣ 개요
제목 : 10.29 이태원 참사 112신고 조작 서울경찰청 규탄 및 사과 촉구 기자회견
일시 : 2023년 3월 29일(수) 오전 10시
장소 : 서울지방경찰청 앞
주최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프로그램
사회자 : 서채완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유가족 발언1: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고 이주영님의 아버지)
유가족 발언2: 이성환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고 이상은님의 아버지)
발언1: 임한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참사대응TF 변호사
발언2: 랑희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 활동가
항의서한 낭독 및 전달
▣ 붙임자료. 항의서한
거짓으로 점철된 경찰, 유가족들에게 즉각 사죄하고 마땅한 책임을 지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29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112 신고 처리결과가 다수 허위로 작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 112 최초 신고에 관한 출동인원 및 기록이 참사 이후 두 차례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12 최초 신고에 대한 조치도 없었다고 합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은 참사 직후 지금까지 112 최초 신고에 대해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112 최초 신고에 대해서는 경찰이 현장출동을 했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거짓된 사실이 경찰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되고, 국정조사 등에 보고된 것입니다.
한편 경찰은 참사 직후부터 자신의 책임을 지우려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 했습니다. 정보보고서 삭제 및 은폐, 희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를 수립 등 경찰과 수뇌부는 자신의 책임을 어떻게든 지워보려 불법을 자행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희생자 159명과 수백 명의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책임을 지우려 급급했던 경찰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112 최초 신고조차 조작을 했는데, 지금까지의 경찰의 해명 및 제출자료 역시 거짓 해명이거나 조작된 자료가 아닌지 의심됩니다.
이에 10. 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경찰을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윤희근 경찰청장과 관련 책임자들은 즉각 10. 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에게 사죄하십시오. 112 최초 신고 조작을 비롯하여 경찰이 자행한 증거은폐 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직접 사죄하시길 바랍니다.
둘째,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관련자들이 112 최초 신고 조작 등 일련의 증거 은폐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지기를 촉구합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증거를 은폐하는 등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며칠 전 금융정보조회 건으로 서부지검에서 항의기자회견을 하고, 미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이렇듯 조작이 밝혀졌습니다.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보니 너무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정조사 때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과 은폐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인간들을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회의감과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고통스러운 매일을 보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자리를 지키고 앉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있는 악랄한 이 정부의 책임자들, 이들의 만행은 묻혀서도 안되며 결코 묻히도록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죄지은 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기억 때문에, 진실을 알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마십시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마십시오.자신과 가족들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양심선언을 하십시오.그리고 우리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한 줌 밖에 안되는 권력은 바람이 스쳐 지나듯 순식간에 날아갈 것입니다.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경찰청에 강력히 경고합니다.
아직도 밝혀져야 할 진실이 더 남았다면 스스로 사죄하고 진실을 밝히시기 바랍니다. 또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거짓으로 유가족을 기만한다면 그 땐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행동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목격해왔듯이 이 정부의 간교하고 야만적이며 비인간적인 행태는 159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하늘로 보내고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합니다. 권력에 도취되어 국민의 생명을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방법이 없음이 확연해졌습니다. 오직 특별법을 통한 조사기구만이 이들의 만행을 온 천하에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깨어있는 의식이 저들의 오만과 야욕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의롭게 싸워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대한민국의 청년들 159명이 세상을 떠난 지,오늘이 152일, 벌써 반년입니다. 아직도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그 날의 진실을 찾고자 유가족들은 서울광장에서 분향소에서 밤을 지새우고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국민들께 호소하고 있습니다.
27일, 이틀 전 월요일 검찰은 112신고 조작 의혹을 확인한다며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을 압수 수색 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일 저녁 6시부터 참사 발생 직전까지,112신고는 총 93건이었고, 다수의 신고기록이 허위이며, 최초 신고 기록이 사후에 수정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압사 가능성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6시 34분, 첫 신고 건이 두 번이나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참사 이틀 뒤인 10월 31일, ‘첫 신고’에 대한 출동 기록과 출동 인원이 수정됐고, 하루 뒤인 11월 1일 한 차례 더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고작 이틀, 삼일 만입니다. 경찰이 112신고를 조작하던 기간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수백 명의 유가족들이 믿어지지 않는 참담한 현실에 혼절하고, 비통함에 빠졌던 시간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애도하던 때입니다.더구나 경찰청장이 녹취록을 공개하고 사과하던 날입니다. 자료를 조작해놓고! 조작한 내용을 들고 나와서 유가족, 전국민에게 사기를 쳤습니다. 책임져야할 처벌받아야 할 자들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뻗쳐 앉아서 책임진다고 하더니 조작만 했습니다. 신고내역만 조작했을 것이라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실들로 인해 우리 유가족들은 독립적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더욱 더 확신합니다. 신고 대응 내역을 조작하고, 가족의 동의없이 희생자들을 범죄자 취급하여 금융정보 영장 발부한 것은 선진 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는 파렴치한 일들입니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든다고…전 국민 앞에서 공언하고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하겠다, 국민께 그 과정을 투명하고 의혹 없이 공개하겠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반년 전에 발언한 대통령은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희생자들과 생존피해자들의 카드 사용 내용은 왜 당사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했습니까. 이것이 과정을 투명하고 의혹없이 공개한 겁니까?
첫 신고에만 제대로 대응했어도 참사는 막았을 겁니다. 신고에 앞서, 매년 배치되던 인파 관리 행정력만 가동했어도 막았을 겁니다. 맡은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않아서 참사를 만들어낸 모든 책임 주체들을 성역없이 조사해야 합니다.
진실은 숨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사람 손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진실을 확인해야만 또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진실을 확인할 때까지 유가족들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 유가족은 억울하게 희생된 159명, 우리 가족들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신고대응 조작 책임져라! 금융정보조회 사과하라! 모든 책임자 강력 처벌하라! 독립적 수사기구 설치하라!
▣ 붙임자료. 발언문3 (임한결, 민변 10. 29 이태원 참사 대응 TF 변호사)
오늘은 10.29 이태원 참사 5개월이 지난 날입니다.
5개월 전 그날 경찰의 도움을 요청한 시민들의 신고는 무려 총 93건이었습니다. 그 중 11건은 인파 밀집 관련 신고였습니다.
압사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알린 저녁 6시 34분의 첫 신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 기록은 애초에 허위로 기재됐고, 이후 2차례나 수정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10건에 대한 신고 처리 기록이 허위로 기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총 11건에 대한 신고 처리 기록을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교묘하게도 인파 밀집 관련 신고 숫자와 동일합니다. 즉, 인파 관련 신고에 대한 경찰의 적절한 조치는 없었고, 따라서 이를 은폐하기 위해 모든 관련 대응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였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의 이러한 파렴치한 행위들은 형사처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첫째, 대응 기록의 작성권자는 명백히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에 해당합니다.
둘째, 만약 윗선에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또는 각 은폐 행위 등에 있어 공범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찰의 대응 기록 조작 사실은 아직 기소가 되지 않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셋째, 서울경찰청은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11건의 인파 밀집 관련 신고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고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보고가 허위이므로 위증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번 112신고 조작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이 국정조사와 언론에 공적으로 발표한 112신고 처리결과가 거짓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열거한 죄책에 대하여 한치의 거짓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오히려 경찰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경찰은 지속적으로 책임을 은폐하려 시도했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참사 직후 경찰이 아닌 주최의 책임이라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던가, 정보보고서를 삭제한다든지 경찰이 수사과정 또는 국정조사에 보고한 내용 역시 허위로 기재된 자료가 아닌지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후조작행위와 허위기재 등에 대한 수사가 이제서야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경찰특수본은 이러한 사항을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나아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은 정치적 책임 역시 져야 합니다. 참사 이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고, 직전에 위험을 알리는 신고도 있었고, 사고 이후 경찰, 소방, 지자체, 행안부, 대통렬실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된 것이 없어 159명이 사망했는데 도대체 정치적 책임을 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게 상식적입니까? 진상을 규명해야할 경찰이 오히려 진상은폐, 증거인멸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조직 수반으로서 당연히 사과를 표명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국회는 조속히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에 나서십시오. 특수본의 수사가 부실했고, 국정조사의 보고도 허위인데 어찌 진상규명이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아직 밝혀져야 할 진실이 많습니다.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참사 이후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왔습니다. 아름답게 핀 꽃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경찰은 피지 못하고 간 안타까운 159명의 생명 앞에서 부디 겸허히 사과하고, 철저히 진상이 조사되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이태원참사가 발생하고 시간을 거술러 올라가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오게 됩니다. 159명의 존재를 잃게 된 실패의 순간들은 확인하는 것은 그저 안타깝다라고만 하기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피해지들은 생명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여러 실패의 순간들 중 가장 참담했던 것은 위험의 징후에 대응하지 않은 것입니다.
경찰청은 11월 1일 참사당일 112신고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참사 발생 직전까지 시민들이 압사의 위험을 감지하고 신고한 것이 11건이었습니다. 11건의 112신고 중 ‘압사’라는 표현을 한 신고가 6건이 있었고, 신고자들은 사람들이 떠밀려 움직이고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는 등 위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일방통행이나 인원통제를 긴급하게 요청했습니다. 이 다급한 요청에 경찰은 출동하겠다, 확인하겠다고 대답했지만 4번 밖에 출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때 제대로 위험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이라며 한탄을 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동시에 왜 이렇게 밖에 대응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발표가 있던 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112 신고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서울 용산경찰서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은 그저 ‘미흡’한 것이 아니라 112가, 경찰 조직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시민들이 듣고 싶었던 말은 미흡했다는 결과가 아니라 왜 이런 시민들의 긴박한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였습니다. 한달 뒤에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112시스템에 허위로 내용을 입력한 이태원파출소 팀장 2명을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제 검찰이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고, 그 이유가 112신고 기록이 사후에 수정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사 이틀 뒤인 10월 31일, ‘첫 신고’에 대한 출동 기록과 출동 인원이 수정됐고, 하루 뒤인 11월 1일 한 차례 더 수정된 겁니다. 그렇다면 경찰은 조직적 은폐를 하고 112신고 내용을 공개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장 담당경찰 몇명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국정조사에서 112신고 종결처리에 대한 질의가 있었습니다. 신고에 대해 각각 현장에 나가보고 종결처리를 한 것인지, 현장에 나가지 않고 종결처리한 것은 아닌지 묻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상황실장이 참사 이틀 뒤 상황보고서와 112신고사건 처리표의 외부 유출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112 신고사건 처리표 원문을 공개하라는 요청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참사 이후 책임있는 태도는커녕 진실을 숨기기에만 몰두했습니다. 경찰이 국정조사 및 수사 등에 제출한 문건 전반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는 수사와 국정조사로 참사의 원인 규명이 이미 끝났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충분하지 않았고 수사는 개인이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은 지적했지만, ‘왜 어겼는지’ 그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민대책회의는 여전히 “왜?”라는 질문을 끝낼 수 없기에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현장조치가 있었는지, 112신고의 종결처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지 조사해야 합니다. 112신고가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도 왜 대처하지 못했는지,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이태원파출소의 부실한 대응은 그날만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인지 조사해야 합니다. 이러한 진단 없이 인파 밀집 상황의 여러 위험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는 빠르게 조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경찰이 112신고조작에 대해서 사실을 밝히고 피해자들과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서울경찰청장이 여전히 청장의 자리에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진실에 대한 권리는 피해자의 권리이자 사회구성원 모두의 미래를 위한 권리입니다. 이 권리에 대한 책무가 국가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2018년 12월 제주도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습니다. 내국인의 진료를 제한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한다는 조건이었는데요. 이에 반발해 녹지병원은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2월, 2심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 취소 결정을 내린 1심 판결을 뒤집고 허가조건 부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 영리병원의 위험성’이라는 전제 속에서 내려진 2심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새록 황영민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31번째 이야기
제주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걸어 개원하게 한 것이 위법하다는 1심을 뒤집은 2심 판결
법 규정의 의미가 명확하거나 판례가 축적된 사안에서는 법 규정이나 법률 행위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 해석을 둘러싸고 견해가 대립할 때, 관련 법률과 제도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법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사건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판결에서는 해석에 이르는 고민의 과정을 엿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를 둘러싸고 진행된 일련의 사건들에서 보여준 법원의 태도도 다르지 않다. 제주도지사의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처분을 다룬 판결(대법원에서 취소처분이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을 인정)과 개설허가에 부가된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의 취소를 다룬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영리병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배경을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내 1호 영리병원의 허가처분 내지 허가조건을 둘러싼 다툼은, 근본적으로 현행 보건의료제도의 형성 과정과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의 허가가 현행 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법원은 형식적으로 법 논리를 적용하여 판결에 이르렀을 뿐, 그 과정에서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이해와 고민의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제도가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의료기관의 의료행위 내용 및 급여비용을 법으로 규정하여 엄격한 제한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간과하고, 내국의료기관과 외국의료기관 허가의 법적 성질을 동일하게 판단하여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위법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우를 범하였다.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허가조건 부여의 적법성은 ‘보건의료의 공공성’에 기반해 판단해야
반면, 대상 사건의 항소심은 녹지병원 개설허가에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부가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1심 판결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조건 부가의 적법 여부를 판단했는지에 따른 것이다. 이는 항소심 판결문의 서술 체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항소심 판결은 서두의 ‘기초사실’에서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의 개괄” 항목을 두고, 세부적으로 ‘의료보험제도’와 ‘요양기관 지정제도’, ‘의료기관 개설 주체의 제한’ 등 사건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제도를 살폈다. 또한 제주특별법상의 ‘외국인 운영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제도 개괄’과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의 진행 경위’, ‘원고의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의 진행 경위’ 등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이에 기반해 항소심은 핵심 쟁점에 대한 본안 판단에서,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재량행위”에 해당하므로 제주도지사가 녹지병원 개설허가에서 별도의 근거 규정 없이도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으므로 그 조건 부가 행위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1심 법원은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국내의 일반적인 의료기관개설허가의 법적 성질과 동일하게 “기속재량행위”이므로 ‘조건’(행정법 용어로 ‘부담’)을 부가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았다]1).
특히, 항소심은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는 근거로, △ 헌법 제36조 제3항에 따라 “보건의료는 단순한 상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중대한 것”이고,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과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부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재량사항으로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분야”라는 점, △ 우리나라는 ‘영리병원 금지,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등을 주축으로 하는 보건의료체제를 완성하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고,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위와 같은 보건의료체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강학상 특허로서 ‘재량행위’인 점, △ ‘영리병원이 개설될 경우, ’영리추구, 환자의 무리한 유치, 수요가 적은 전문진료과목의 미개설 또는 과소 공급‘ 등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그로 인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 의료의 공공성 훼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 △ 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로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고, “보건의료체계의 중대한 공익성”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여 행정청이 폭넓은 재량을 가지는 점 등을 들며, 영리병원의 문제점과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허가에 행정청이 조건 부가 등 재량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였다. 아울러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 등 여타의 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에서도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을 전제하여 판단하였다.
대법원이 영리병원에 대한 소모적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항소심 법원의 재판부가 형식적 법리에 매몰되지 아니하고, 현행 보건의료제도의 역사와 취지, 목적 등을 충분히 살펴 개설허가조건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실 대상 판결이 제시한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 영리병원의 위험성’ 등은 하늘에서 떨어진 새로운 논리가 아니다. 이미 의료법을 둘러싼 여러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보건의료의 공공성, 영리병원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고(헌법재판소 2020. 2. 27. 선고 2017헌바422 결정 등2)), 오히려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이 예외적 해석으로 부당한 결론을 도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항소심 판결 후 녹지병원측이 상고하여 대상 판결은 이제 대법원에서 판단이 예정되어 있다. 대법원이 외국의료기관과 영리병원에 대한 소모적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하길, 아울러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이해와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고려해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1) 1심과 항소심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의 법적 성질이 부관의 일종인 ‘부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법리상 ‘기속재량행위’에는 법령상 근거 없이 부관을 붙일 수 없으나, ‘재량행위’에는 부관을 붙일 수 있다고 해석된다.
2) 예컨대 헌재 2001헌바87 결정 中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형 병원은 국민 건강보호라는 공익보다는 영리추구를 우선하여, 환자의 무리한 유치, 1차진료 또는 의료보험 급여 진료보다는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는 진료 왜곡, 수요가 적은 전문진료과목의 미개설 또는 과소 공급, 과잉진료로 인한 의료과소비, 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투자로 장기적인 의료자원 수급 계획의 왜곡, 의학교육·연구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요청의 경시, 소규모 개인 소유 의료기관의 폐업 등으로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로 의료비 지출 증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의 차별과 위화감 조성, 의료의 공공성 훼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영리법인의 다른 사업상의 필요 특히 대규모기업집단이 영리법인을 운영할 경우에는 관계계열사의 사업상의 필요, 투자자의 자본 회수 및 이윤배당 등에 따라 의료기관의 운영이 왜곡되고 의료의 공익성 내지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이 존재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오는 2월 5일은 159명의 고귀한 생명이 스러진 10.29이태원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가족을 잃은 마음의 상흔과 끔찍한 참사의 기억을 가슴에 묻은 채, 유가족과 목격자 그리고 생존자들은 100일이라는 시간을 견디어왔다. 강요된 국가애도기간, 국가의 책임 인정 거부, 졸속으로 마무리된 국정조사와 꼬리자르기 수사로 지난 100일은 깊은 슬픔이 커다란 분노로 바뀌는 시간이었다. 결국 참사 유가족은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이상민 파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조사기구 설치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참여연대는 진실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유가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함께할 것을 다짐하며 참사 100일을 맞는 입장을 밝힌다
지난 100일은 국가가 부재하는 시간이었다. 갑작스레 선포된 국가애도기간에 유가족들은 떠밀리듯 장례를 치러야 했고, 유가족과의 소통 없이 영정도 없는 급조된 분향소는 위로를 건내려 발길한 시민들을 분노케하기도 했다. 정부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와 위로 대신 이들이 어떻게든 서로 모일 수 없도록 하는 데에만 노력을 기울였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가족과 피해자, 시민의 요구에 떠밀려 국회는 국정조사를 경찰 특수본은 수사를 진행하고 마무리했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20여일간 졸속으로 진행되었으며 반쪽짜리 결과보고서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특수본의 수사는 현장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었을뿐, 진짜 책임자들은 수사대상에조차 제외되는 꼬리자르기로 마무리되었다. 어디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공직자도 국가기관도 국가도 없었다.
지난 100일은 국가의 책임회피로 얼룩진 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애도할뿐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거나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망발로 국가의 책임을 부인했다. 또한, 국정조사 기간 이상민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허위답변과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서로 책임을 미루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가족들이 무릎꿇고 눈물로 호소해서 얻어낸 국정조사 기간을 국조위원들은 쓸데없는 정쟁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정부와 책임자들은 기초적인 자료의 제출을 거부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이어진 절박한 구조 요청을 왜 묵살했는지, 참사가 예상되었음에도 대비하지 못하고 왜 경찰과 공무원은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는지, 고위공직자들의 구체적 책임은 무엇인지 그 정확한답을 듣지는 못한 채 국정조사는 종료되었다. 특수본 수사 또한, 진짜 책임져야할 윗선에 닿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치안·경비 총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소환조사 한 번 없이 수사대상에서 빠져나갔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셀프 꼬리자르기 수사로 끝나버렸다.
그러나 지난 100일은 유가족과 시민들의 연대의 시간이었다. 사라진 국가의 자리는 서로의 힘이될 유가족, 수많은 시민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유가족들을 뿔뿔히 흩어놓았지만 유가족들은 기어이 서로를 찾아내어 12월 유가족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시민들은 시민추모제에 함께하는 등 때마다 유가족에게 응원의 마음을 건냈고, 영정을 모신 시민분향소를 시민의 힘으로 마련해냈다.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국정조사에서 행안부가 중앙 컨트롤타워이며 이태원 참사의 구체적 책임이 경찰, 서울시, 행정안전부 등 국가에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은 큰 진전이다. 여당의 방해에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정조사결과보고서 채택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했고,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의 설치를 조치사항으로 분명히 하는 등 철저한 진상규명을 향한 디딤돌을 놓았기 때문이다.
슬픔도 힘이 된다. 지난 100일의 시간은 슬픔과 분노, 절망을 위로와 연대, 희망으로 바꾸어내는 시간이었다. 유가족들이 깊은 슬픔 속에서 내민 “우리를 기억해달라”는 목소리에 더 큰 다짐으로 화답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날의 진실, 우리가 함께 찾겠다”고 다짐하며 100일을 맞이한다. 매듭짓자는 이들에 맞서 엉킨 진실의 매듭을 풀어보겠다고 다짐한다. 유가족들과 피해자의 곁에서 함께 비를 맞겠다고 다짐한다. “세월호의 길을 가지말라”며 갈라치는 이들에 맞서 참여연대는 더 단단히 엮이고 만나며 함께할 것이다. 내일 열리는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대회에 참여연대 회원, 임원, 상근자들이 분향소로 달려갈 것이다. 진실을 향해 행진하는 유가족과 피해자들과 함께 그 길에 서서 함께 걸을 것이다. 끝.
유럽연합(EU) 의회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플랫폼노동에서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지침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입법지침은 디지털플랫폼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는 배달 라이더나 운전기사들은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그 핵심이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최저임금, 유급휴가 등 노동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했는데, 이 입법지침안의 통과로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입법지침 내용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이들을 ‘노동자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즉, 디지털플랫폼을 매개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노동자’로 보아 노동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용관계 추정에 대해 플랫폼 기업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플랫폼 기업이 져야 한다.
이번 입법지침안은 노동자성만이 아니라 사용자성에 대해서도 추정 원리를 도입했다. “우리는 단지 일감을 중개할 뿐”이라는 플랫폼기업의 사용자 책임 회피를 규제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플랫폼기업의 ‘사용자성’과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입법지침안을 통해 명확히 한 것이다.
아울러, 플랫폼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알 권리를 적시하고 있다. 플랫폼기업들은 자신들이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조건(일감 배정, 노동시간, 보수 책정, 평가방법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알고리즘이 자동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유럽연합 의회는 알고리즘 같은 전자적 통제기법에 대해서도 플랫폼기업의 책임과 플랫폼노동자의 권리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유럽연합 의회의 입법지침안 내용은 기업들이 디지털플랫폼을 단순 노무 중개로 포장하면서 그동안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고 플랫폼노동자를 자영업자 신분으로 위장해 왔던 관행에 제동을 건 의미가 있다. 또한, 이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그간 주장해 온 우리 노조법 2조 제1호 ‘근로자’와 동법 2조 제2호 ‘사용자’ 정의규정의 확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면탈해주는 법개정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27일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방안에는 직업안정법을 전부개정해 노무중개 플랫폼기업에 직업소개소 신고의무를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플랫폼기업을 직업중개업체로 규정하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즉, 플랫폼기업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겠다는 발상이다.
이번 유럽연합 의회의 입법지침안 통과는 “플랫폼 종사자를 특정한 고용형태로 획일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안일한 발상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고 알고리즘의 통제를 받는 이들은 모두 노동자다. 또한 플랫폼과 알고리즘 뒤에 숨어 노동자를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플랫폼기업에는 응당 사용자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용형태는 날이 갈수록 다변화하고 있지만, 우리 노조법은 여전히 사용자 및 노동자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디지털플랫폼 사용 기업과 노동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회는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노동자로서 권리를, 노동자의 고용상 지위와 근로조건을 통제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기업에 사용자로서 책임을 제대로 부여해야 한다. 그를 위해 노조법 2조와 3조의 개정이 시급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50억 원 퇴직금이라 보기 어려워, 2심 재판에서 다퉈야 공소 사실 입증 못한 검찰 책임 분명해
오늘(2/8)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뇌물과 알선수재, 화천대유 소속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1심 재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만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이준철 부장판사)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과도하나, 뇌물 및 알선수재와 연결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김만배, 남욱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곽상도 전 의원에게 뇌물을 주고 청탁을 했다는 대가성, 즉 핵심적인 공소 사실을 검찰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50억 클럽’ 중 검찰이 곽상도 전 의원만 기소하고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오늘 재판 결과가 사건의 진상 규명과 추가 수사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1심 재판 결과에 대한 보완수사를 통해 공소 사실 입증 책임을 다하고, ‘50억 클럽’의 다른 인사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을 막기 위해 곽상도 전 의원에게 이를 청탁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당시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 위기 상황이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곽상도 전 의원과 김만배가 돈 문제로 언쟁한 것은 사실이나 돈을 요구한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50억 원 등에 대한 김만배의 진술 신빙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검찰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대가성, 즉 뇌물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핵심적인 주장이었으나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화천대유가 고위 검사 및 민정수석비서관과 국회의원직까지 역임했던 유력인사의 친족을 이렇다할 전문성도 없이 채용하고, 6년 근무 댓가로 50억 원이란 거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에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는 것은 사회 통념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청탁의 대가가 아니었다면 지급된 50억 원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른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검찰도 재판부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공소사실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검찰은 항소하고, 필요할 경우 50억원의 성격과 50억 클럽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합당한 판결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검찰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한 공소유지가 이뤄져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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