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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 내성천의 세가지 하얀 이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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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 내성천의 세가지 하얀 이름에 관하여

익명 (미확인) | 금, 2015/10/16- 16:06
2009년 12월 착공한 영주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공사 중 홍수에 의한 붕괴를 막기 위해 댐 본체 하단부에 만든 4개의 비상수로를 올봄부터 메우는 공사를 진행해왔고, 담수 후 첫 번째로 수몰되는 금강마을의 이주단지도 거의 조성되어 주민들은 아마도 11월 중이나 올해 안에는 모두 댐 내 이주단지로 이사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마을에 들어서면 바로 중앙에 우뚝 서있는 장씨고택은 현재 해체가 진행 중으로, 마을의 고택이 모두 해체된 후 몇몇 고택 터에 대해 마지막 시굴조사를 하고나면 수공이 댐 담수를 하기 위한 외관상 중요한 과정 및 변수는 곧 완료되거나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일부 환경단체는 비상수로를 막는 공사를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미경의원은 지난 9월 수공에 대한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시공사인 삼성물산측에 의뢰하여 만들어 본 대안을 소개하였는데, 댐 착공 당시 댐 공사장 상류의 강물을 하류로 보내기 위해 산 하부에 터널을 뚫어 만든 가배수터널을 영구 배사시설로 만드는 것과, 본류로부터 내려오는 모래를 차단하기 위해 댐 상류 약 14km 위치에 2011년 가을 착공하여 이제 거의 완공단계에 이른 유사조절지 미 시공구간에 수문을 설치해서 모래를 배사하는 두 가지 방안이다. 소요예산과 공사기간 및 간단한 설계도를 보인 뒤 “삼성물산의 대안도 완벽하다고 불 수 없다. 단, 지금 수공과 같이 아무런 대책과 연구도 없이 내성천 모래유실이 영주댐 탓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고 지적하며, “수자원공사는 확인감사 전까지 내성천 모래유실에 대한 원인분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향후 계획을 보고하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미경 의원은 2013년 국감 중에는 수공계산으로 영주댐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 양의 8년 치인 176만 루베의 골재가 2012년 한해에만 댐 수몰예정지에서 준설되었음을 조사 공개하는 등 영주댐 문제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국회의원이지만, 이번 국감 보도자료에서 삼성물산의 대안 설계를 언급한 것은 단서의견을 달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영주댐 문제가 그동안 여러 언론에 보도되고,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통해 여러 차례 국민들에게 전해지긴 했지만, 우리사회가 내성천 영주댐 문제에 대해서 함께 집중해서 고민했던 시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의미로 거론했든 간에 기술적인 대안을 소개하기보다 상황을 공유하고 공론을 모으는데 힘을 쏟았어야 한다고 본다. 함께 고민하는 폭이 충분히 커져야 영주댐 문제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고, 그에 따른 바람직한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대안을 하필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의뢰한 것은 한번 생선을 들고 튄 고양이한테 다시 생선을 맡긴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윤극대화를 위해 불법으로 영주댐 배사문 설계담합을 한 기업이 이제 와서 공적 이익을 위해 무엇인가를 마련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2011년 가을 착공해서 지금까지 공사하고 있는 ‘유사조절지’는 마치 4대강사업의 16개 ‘댐’을 ‘보’라고 말하듯, 그 용어가 이 시설의 정체성을 담고 있지 못하다. 이 시설은 강을 완전히 가로막는, 총연장 246m(물이 넘는 월류부는 190m), 높이 8.5~16.8m 규모의 “콘크리트댐식 고정보”로 영주댐의 보조 댐인 것이다. (사실 이 댐은 “모래가 감소되어 비경이 사라진다”든가 “내성천 모래밭이 사라진다”는 2010년, 2011년 당시 몇몇 언론보도에 대해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다시 보도자료를 통해 시시비비할 때, 댐 본체에 만드는 5m x 5m 크기인 배사문은 언급했어도 이 유사조절지의 존재는 전혀 말하지 않았고, 댐 직 하류의 주민들조차 잘 모르는, 왠지 떳떳하지 못한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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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우안에서 본 유사조절지 공사현장 ? 높이 8.5~16.8m 규모의 왼쪽벽에서 내려오는 모래를 1차 차단하고, 이 벽을 넘어온 모래는 오른쪽 벽에서 다시 차단된다, 영주댐 수몰예정지, 2015년 5월 / 박용훈
 
 
여름 홍수기 등 극히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강물이 무릎을 오가는 내성천에서, 또 골재채취를 위해 유사조절지에 쌓일 모래를 영주시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래는 얼마나 이 이중벽을 넘어갈 수 있을까? 이 구조물은 이제 거의 강을 막고 조금만 남겨진 상태인데, 그 남은 구간에 삼성물산의 ‘대안’대로 벽이나 다름없는 ‘권양기식 수문’을 설치하면 뭐가 달라진다는 뜻일까? 수공의 허가를 받아야 골재채취가 가능한 댐 수몰예정지에서 지난 4년간 인정사정없는 준설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 “수공이 영주시가 독자적으로 골재를 채취했다는 입장을 보였다”는데 이 알량한 수문은 유사조절지에 쌓이는 모래를 고대하는 영주시의 입장을 우선할까, 댐 하류의 내성천 생태를 우선할까? 
 
또 이렇게 댐 상류에서 모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환경에서 역시 이 댐의 사업목적을 벗어날 수 없을 가배수로 활용이 댐 하류의 경관과 생태를 회복하는데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단순한 단면도 하나씩만 보이는 이 대안에는 경관 생태를 고려한 어떤 구체적인 고민이 담겨있을까? 모래변화에 특히 민감한 내성천 생물종들 중 단 한 종에 대해서 만이라도 이 대안은 어떤 시뮬레이션을 시도해보았을까?
 
조선시대의 학자들은 모래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원을 주로 지었는데, 강물 따라 흐르고 쌓이며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늘 변화무쌍한 모래를 보면서 격물치지하였다고 한다. 당연히 모래를 삶터로 하는 무수한 생명들이 있음을 눈으로, 또 마음으로 보았을 터인데,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하였다는 오늘 우리는 그들이 보았던 공간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낙동강의 하천환경을 개선한다고 영주댐을 지으면서 정작 이 강에서는 귀한 생명들을 왜 보려하지 않는 것일까?
 
선조들처럼 이 강에 흐르는 모래를 가지고 격물치지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이 강의 생명체계가 “하얗다”는 표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문득 알게 되었는데, 우선 우리 땅 어디에서든 그랬듯이 ‘백사’ 또는 ‘백사장’이라는 이름으로 모래를 하얗다고 하고 있고, 적당히 고운 강모래를 아랫목 이불처럼, 밥상의 흰밥처럼 여기며 사는 고유 물고기인 ‘흰수마자’(흰 수염의 마자라는 뜻)가 그렇고, 백사장에 숨바꼭질하듯 세 네 개의 알을 낳고 모래의 열기 속에 한 달 가까이 알을 품는 ‘흰목물떼새’가 그렇다. 내성천에는 늘 이 ‘삼백’이 여러 생명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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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수몰예정지, 2010년 9월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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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편 목이 하얗고 부리가 조금 긴 새가 흰목물떼새, 영주댐 수몰예정지, 2013년 11월  / 박용훈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한반도 강에서 오래도록 흔했지만 이제는 멸종의 위기에 처한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순망치한’, 모래를 함부로 강에서 파내니 모래를 터전으로 하는 생명들이 위협받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이다. 강의 모래가 사라지면서 흰수마자는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멸종될 가능성이 있는 0순위의 물고기로 지목되고 있고, 또한 내성천이 주요 서식처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흰목물떼새는 앞으로 내성천의 변화에 따라 경보 등을 깜박일 수 있는 조류이다. 이 흰수마자와 흰목물떼새에 대해서 영주댐은, 그리고 삼성물산이 마련한 소위 ‘대안’은 어떤 구체적인 생존대안을 갖고 있을까? 아니, 이 법적보호종들은 댐 공사가 진행된 지난 5년여 기간 동안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보호를 받고 살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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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수몰예정지내의 과도한 골재채취는 이 일대에 서식하는 흰수마자 등 어류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2012년 2월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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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 모래에 몸을 숨긴 흰수마자, 예천 보문, 2014년 6월 / 박용훈
 
 
수몰예정지 어디어디에서 서식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조사를 통해 명백히 확인된 흰수마자들은 지난 4년간의 인정사정없는 준설 속에 어떻게 되었을까? 수자원공사는 내성천 중류 미호교 일대에서 작년과 올해 2차례 총 5,000마리의 흰수마자 인공증식 치어를 방류하였는데, 역설적으로 이는 내성천이 흰수마자가 살기 어려운 강으로 변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성체가 살기 어려운 강은 당연히 치어가 살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증식 방류 행사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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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 치어를 인공증식 방류한 미호교 일대에 만들어진 안내판, 이곳은 흰수마자의 복원지일까? 아니면 어린 치어들의 무덤일까? 2014년 10월 / 박용훈
 
 
당초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통해 영주댐을 허가한 환경부 테이블에는, 담수를 눈앞에 두었다는 지금 어떤 자료들이 올라와 있는 것일까? 영주 내성천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현재 시급한 멸종 위기에 처한 흰수마자에 대해 내성천에서의 지속적인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환경부 입장에서 댐 가동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땅의 다양하고 또 고유한 생물종과 그 서식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환경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강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급하다고 해서 시공사를 바라볼 일은 아니다. 댐 사업이 본업인 수공이 자기부정을 할 정도의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을 리도 없다. ‘모래 따로 강물 따로’인 강은 ‘자연’의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이미 강 곳곳에 식생이 빠르게 자리 잡는 등 변화가 시작된 내성천을 전처럼 돌려놓기 위해서는 강물은 반드시 내성천 상류로부터 모래와 함께 흘러와 하류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더해서 자기복원이 가능할 때까지는 모래톱에 들어온 식생을 당분간 주기적으로 제거해 주는 등 강에 대한 관리도 필요해졌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이다. 
 
한편 2010년부터 4년간 수몰예정지에서 엄청난 규모의 준설이 행해졌지만 작년 10월 하순, 영주지역에 100mm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린 이후 큰 규모는 아니어도 댐 아래로 모래가 다시 내려오는 것이 목격되었다. 준설이 행해지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도 상류로부터 꾸준히 수몰예정지 안으로 들어왔던 모래가 이 시기에 비로소 댐 하류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강이 열려있는 한 자기복원이 가능하다는 것과, 유사차단 댐과 본 댐으로 강을 완전히 막으면 이후에는 모래강 내성천에 전혀 희망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모래강과 댐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그러니 이 강을 살리려면 댐이 들어서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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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직하류 미림교 상류,  2010년 6월 박용훈                           영주댐 직하류 미림교 상류, 2013년 4월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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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직하류 미림교 상류, 2015년 3월 / 박용훈                영주댐 직하류 미림교 상류 - 같은 공간 내의 조금 다른 자리 정황비교, 2015년 3월 / 박용훈
 
 
만약 본 댐을 짓자마자 바로 헐기가 어렵다면 당장 ‘유사조절지’라고 부르는 부속 댐부터 걷어내야 한다. 댐 본체 4개의 비상수로는 그동안 막은 것들을 다시 헐고 모래와 강물이 함께 흐르도록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이 강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이 강에 사는 생명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함께 묻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내성천은 절대로 댐에 묻을 수 없는 강이다. 강이 변하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무력하게 우리 시대가 아름다운 강 하나를 잃었다고 역사에 기록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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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개포면, 2013년 11월 / 박용훈
 

글과 사진 : 박용훈(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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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회원이신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 소식을 전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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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있어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어야 하는 애틋한 시기입니다. 

그 마음 전하며 나눌 수 있는

따듯한 추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드림. 

화, 2020/09/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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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후변화’란 말을 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당시 새로 지었다던 학교 도서관 멀티미디어 실에서 반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본 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는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 무서우면서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과학자가 두툼한 외투를 입고 눈에 파묻힌 뉴욕을 힘겹게 헤쳐나갔다.
친구들과 꺅꺅거리면서 본 첫 환경 재난 영화는 내게 막연히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어린아이다운 호기로움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지구온난화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런 말을 하곤 했으니까. ‘과학자가 될 거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 영화 속 주인공처럼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줄 알았으니깐. 색종이를 곱게 접어 그 위에 미래의 꿈을 쓸 때, 좋아하는 색인 주황색 사인펜으로 과학자라고 써 내려간 기억이 아직도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수학의 장벽이 높았다. 천생 타고나길 문과로 태어난 탓인지 내게는 수학 공식이 머리에 와닿지 않았다. 과학자가 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데 가능할까. 정체가 불분명한 흐릿한 꿈은 삽시간에 멀어졌다. 이런 일은 다른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들이 할 거라고. 학업에만 집중하기에도 모자란다며 애써 흐린 눈을 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평범하게 수능을 보고, 평범하게 재수를 했다. 그리고 공부해보고 싶은 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리학’. 이름도 생소하고, 뭘 배우는지 모르는 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재수하던 시절 나의 유일한 낙이었던 한국 지리 덕분이었다. 지형이 형성된 원인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 세계가 돌아가는 이치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어 더 공부해보고 싶은 나머지 덜컥 4년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학 전공을 결정하게 되었다. 어차피 문과는 자기 과 살려서 밥벌이하는 건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로 불가능하다고 하니, 기왕 하는 것 공부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
그리고 배우게 된 지리학의 세계는 내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환경의 모든 요소는 인간과 연결되어 있었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으며, 결코 주변 환경을 배제하고 살 수 없구나. 그리고 그와 비례해서 인간 역시 환경에 영향을 많이 주는구나. 한참 전에 마음속 깊숙한 곳에 가라앉았었던 꿈이 다시 떠오르는 듯했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야.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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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였다. 교내 자연 지리 스터디 동아리에 들어가서 함께 학술 세미나를 진행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공동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다른 학교의 지리학과 학우들과 지리 연합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환경단체의 학생기자단에 들어가서 활동하였고, 자연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모 기업의 서포터즈로 활동해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공부하고, 다른 이들과 교류하며 배워나갈수록 나는 더욱더 깨닫게 되었다. 과학자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정말 중요한 건 환경을 위하는 마음이라고.
지금까지 세상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언제나 뒷전에 두고 살아갔다.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고, 더 많은 자원을 뒷일 생각하지 않고 펑펑 써버린 결과, 어린 시절부터 청년들은 환경변화로 인한 위협을 공기처럼 겪으며 자라났다. 뉴스에서 지구환경이 급격히 변화한다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어른들의 행동은 바뀌는 것이 없이 보였다. 이번 세기의 변화는 정말 극심하며, 그로 인한 셀 수 없이 많은 피해가 있었고 앞으로 더 생겨날 것이라고 감히 짐작한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음을 잠자코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환경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와 우리 세대, 그리고 그 이후의 후손들을 위해서는 당연한 생존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태지평의 인턴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감회가 무척 새롭다. 과학자가 아니라도 환경을 위한 일을 할 수가 있어서. 세상에 만연한 부당한 자연파괴와 그로 인해 덮쳐오는 재해를 막는 것에 조금이라도 손을 내밀 수 있어서.
앞으로 환경보호의 길을 걸으며 어떤 고난이 있을지, 정말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인 ‘티핑포인트’를 넘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행동하는 사람으로서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내게 환경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영화의 한 대사를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Man kind survived the last ice-age. We are certainly capable of surviving this one."
"인간은 지난 빙하기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는 이번에도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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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스토리(Youth Story)는 기후위기의 끝에서 청년이 당신에게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자 하였습니다.


1부 필자: 송예



생태지평의 막내인턴.




파릇파릇한 새싹으로서 환경보호의 꿈을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

월, 2020/10/2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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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뉴스레터를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던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울산과 여수의 수족관에서 고래류 한 마리씩이 폐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두 고래류의 폐사 소식은 이들이 죽음으로써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바로 ‘바로 우리 둘을 끝으로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좁은 수족관에서 생을 마치는 고래류가 없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을 여러분께 보내드린 지 1년 1개월이 지난 이번 글에서는 더 많은 죽음의 소식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제주에 있는 한 수족관과 그 수족관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돌고래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난 18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의 시민단체들은 제주 서귀포의 돌고래 체험업체 마린파크에 마지막 남아있던 돌고래 ‘화순이’가 13일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월 마린파크에서 또 다른 돌고래 ‘낙원이’가 죽은 지 불과 5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 업체에서는 여러분께 뉴스레터로 돌고래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최근 화순이까지 1년 동안 무려 4마리의 돌고래가 죽어나갔습니다. 8월 28일 '안덕이'를 시작으로 9월 24일 '달콩이', 지난 3월 12일 '낙원이'에 이어 '화순이'까지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돌고래가 죽어간 수족관은 국내에서 이 업체가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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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업체에서 죽어나간 돌고래는 지난 1년 동안의 4마리가 전부는 아닙니다. 마린파크에는 2009년~2015년에 걸쳐 돌고래 8마리가 도입됐는데 지난해부터 죽어간 4마리 외에 다른 4마리는 2010년~2015년 사이 폐사했습니다. 이들 돌고래 8마리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된 개체로 대부분이 매년 돌고래 학살을 자행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포획된 뒤 한국으로 온 개체들입니다.

결국 이들 돌고래는 일본에서 자행된 돌고래 학살 와중에 포획된 뒤 마린파크에 도입돼 전시용, 공연용, 체험용으로 착취 당하다가 죽어서야 노예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마린파크에서 벌어진 잇따른 돌고래 폐사는 이미 예상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일인 동시에 방류나 바다쉼터 이송 등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었기에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약 5개월 동안 마린파크 수조에 홀로 남겨졌던 화순이는 혼자 남은 상태에서도 계속 체험 행사에 이용됐습니다. 사회적인 동물인 돌고래가 오랜 기간 함께 지내던 동료들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간 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면 해양동물 전문 수의사가 아니라도 그 돌고래가 건강을 유지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누구나 짐작이 가능할 것입니다.

화순이가 죽기 전 마린파크를 방문했던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에 따르면 화순이는 수조 속에서 물 위에 떠서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수족관 돌고래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상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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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린파크에서 사육 중이던 큰돌고래 화순이(붉은 원 안)-의 생전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서울대공원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2019년 제주 퍼시픽랜드로 간 큰돌고래 ‘태지’가 이런 이상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퍼시픽랜드에 간 지 얼마 안 되었던 태지가 다른 돌고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수조 한 구석에서 머리를 내민 채 한참 동안 둥둥 떠있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태지는 2017년 서울대공원 수조에서 함께 살던 제주 출신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된 뒤 2년여 동안 혼자 지내면서 심각한 수준의 정형행동을 보였던 돌고래입니다. 서울시가 돌핀 프리 방침에 따라 퍼시픽랜드(현재 호반호텔앤리조트)로 태지를 보내게 된 것도 이 같은 정형행동이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형행동은 주로 갇혀 지내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 아무 목적없이 단순행동을 지속·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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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서 사육하다 지난해 퍼시픽랜드에 양도한 큰돌고래 태지의 모습. 김기범 기자

현재 태지는 대니라는 이름으로 돌고래쇼에 동원되고 있는데 계속 쇼를 시켜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무리 생활을 하는 돌고래가 다른 동료들이 쇼를 하는 상황에서 자신만 쇼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쇼를 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갇혀서만 지내는 재소자들에게 짧은 운동 시간이 매우 소중한 것과 비슷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마린파크는 사실 제가 취재를 다녀본 국내외의 여러 수족관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시설이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제주에서 돌고래 취재를 위해 마린파크를 방문했을 당시 저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이 업체에서는 남아있던 돌고래 4마리를 주로 체험용으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체험을 위한 실내 수조는 사람이 들어가서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적게 채워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돌고래에게는 그렇게 얕은 물에서 처음 보는 여러 명의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큰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돌고래 생태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돌고래들의 외양을 사람들에게 관찰하게 해주고, 간단한 쇼도 보여주는 용도의 실외 수조는 물이끼조차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평소에 어떻게 관리되고 있었을지를 추측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녀를 데리고 체험프로그램을 하러 마린파크를 찾은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제주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동물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물속에서 만났던 돌고래들의 폐사가 자신들이 참여한 체험프로그램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린이들이 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좋은 추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바뀌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돌고래 8마리 모두가 폐사한 탓에 시민단체들은 마린파크가 명실상부한 ‘돌고래 무덤’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 ‘낙원이’가 죽고 ‘화순이’만 홀로 남았을 때 마지막 남은 화순이만이라도 살리도록 방법을 강구할 것을 호소해 왔습니다. 하지만 마린파크 측이 이를 외면하고, 제주도와 해양수산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탓에 화순이는 결국 마린파크에서 살아서 바다로 돌아간 처음이자 마지막 돌고래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돌고래 등 고래류가 잇따라 폐사하면서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돌고래와 벨루가 등 고래류의 수는 23개체로 줄어들었습니다. 마린파크뿐 아니라 다른 수족관에서도 최근 10여년 사이 절반이 넘는 돌고래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폐사한 탓입니다.  좁은 수조에 갇혀지내는 것이 체험프로그램 등은 고래류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지만 이들 고래류 대부분은 여전히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을 통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화순이의 사례는 우리에게 수족관 등 고래류 사육시설은 결국 죽음으로 내몬다는 것을 오롯이 증명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죽음이 반복되기 전에 제주도 내 2곳의 고래류 감금시설 8마리 돌고래를 포함해 전국 6군데 시설에 남은 23마리 돌고래와 벨루가를 즉각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박원순 전 시장이 ‘돌핀프리’ 선언을 하고 2013년 제돌이 등 돌고래를 바다로 보낸 서울시도 이 같은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태지는 서울대공원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돌고래이며, 이 돌고래가 서울은 아닐지라도 어딘가의 수족관에서 전시용, 공연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면 여전히 서울시는 태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공원은 2019년 4월 제주 퍼시픽랜드와 협약을 맺고 태지를 이 업체에 양도했습니다. 퍼시픽랜드는 과거 불법적으로 포획된 돌고래를 쇼에 동원했던 업체지만 2년 전 서울시는 달리 돌고래를 받을 만한 곳이 없다는 이유로 이 업체에 보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돌고래 방류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태지도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가 맺은 협약에도 여건이 마련되면 태지를 바다로 돌려보내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다만 태지는 최근 폐사한 마린파크의 화순이처럼 일본산 큰돌고래여서 제주 원산인 남방큰돌고래와 달리 방류가 쉽지 않았던 사례이기도 합니다. 현재 시민사회에서는 이들 돌고래를 보호할 바다쉼터를 제주나 남해안에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에서 “시민단체들은 2017년 7월 5일 돌고래 바다쉼터 시민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지속적으로 정부차원의 해양동물 구조치료시설 및 수족관 감금 돌고래들을 위한 바다쉼터 조성을 촉구해 왔다”며 “하지만 정부의 낮은 생태감수성과 무관심으로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태지는 퍼시픽랜드로 기증되었고, 화순이는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다쉼터는 태지처럼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다른 수족관에 양도되거나 자연으로, 즉 바다로 돌아가기 힘든 해양동물을 장기간 보호할 수 있도록 연안에 마련해놓은 공간을 의미합니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호응해 해양수산부도 바다쉼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기도 합니다. 시민단체와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그래서 다음번 돌고래 관련 소식을 전해드릴 때는 부디 바다쉼터가 잘 조성되어 여러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래류 23마리 전부가 바다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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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의 사람과 자연>은 필자가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소개한 사람과 동물,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지면에 다 담지 못했지만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습니다.  

<필자소개>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2006년 경향신문 입사했고, 2013년 환경부를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동물면 담당을 맡고 있으며 환경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2020년 3월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화, 2021/08/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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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보잘 것 없다.

한겨울 강화 갯벌에 나가 본 적이 있는지? 살얼음은 기본이요, “와, 저게 빙산이야, 뭐야?” 할 만큼 커다란 유빙이 갯벌을 덮기도 한다. 칠게며 농게며, 갯지렁이들이 긴 겨울잠에 빠져드는 회색빛 갯벌, 이쯤 되면 풍요로운 생명의 땅이라는, 갯벌에 붙는 수식어가 민망해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한겨울 갯벌이 마냥 심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청둥오리며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가창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정말 많은 오리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 갯벌과 습지를 찾는다. 생김새도 다르고 하는 짓도 다르지만, 이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수컷이 화려하다는 것.


보통 청둥오리 하면 연상되는 그 모양, 금속광택이 나는 녹색의 머리에 부리가 노랗고 가슴은 밤색인데 목과 가슴의 경계에 흰색 줄이 있으며, 몸통은 밝은 회갈색이고 꽁지깃은 흰색이지만 가운데 꽁지깃만 검게 말려 올라가 있는 모양, 바로 수컷의 형상이다. 그럼 암컷은? 그냥 칙칙한 회갈색이다.

오리류 중에서 특히 화려한 놈을 꼽으라면 부부 금술의 상징(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인 원앙을 들 수 있겠다. 머리 꼭대기는 짙은 녹색이고 머리 뒤로는 길게 늘어진 적갈색 깃털이 있으며 짙붉은 갈색의 가슴과 노란 옆구리, 그리고 은행잎처럼 생긴 선명한 황색의 날개깃, 바로 수컷의 특징이다. 그럼 암컷은? 그냥 칙칙한 회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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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구가열(지구온난화) 때문에 드물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꽁꽁 얼어붙었던 한강의 얼음덩어리들이 깨져 강화 앞바다로 흘러들곤 했다. “유빙 때문에 배가 못 떠서, 올 설에는 못 가게 됐시다.”하는 게 강화 사람들의 흔한 설 인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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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의 대가

다른 새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모습, 또는 조류도감에 달랑 한 장의 사진만 있다면 십중팔구 수컷이다. 특히 오리류 수컷은 종마다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 암컷은 종이 달라도 모양새가 비슷하기 때문에 동정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대부분의 암컷은 보잘 것이 없다. 몸 색깔도 칙칙할 뿐 아니라 변변한 장식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수컷들은 알록달록하거나 화려한 날개깃을 펼쳐 보이기도 하고, 어떤 놈은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꽁지깃을 자랑하기도 한다. 목덜미를 비롯해 특정 부위의 깃털을 부풀리거나 색이 변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다채로운 깃털을 마치 치마처럼 펼치고 훌라춤을 추는 놈도 있다. 


그런데 화려한 깃털은 보기에 좋다는 것 말고는 도무지 이로울 것이 없다. 먼저 비싼 옷을 입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울긋불긋, 북실북실, 화려한 깃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폼생폼사’하는 당신이라면 이 정도야 감수할 수도 있겠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려한 깃털은 주위의 눈을 많이 끈다는 점이다. 오우! 돋보이기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시선을 많이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야생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당신을 주목하는 그 시선은 먹음직한 당신의 육질에 입맛을 다시는 천적의 눈초리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 천적 중 하나가 인간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화려한 깃털은 인간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중요한 장식품으로 각광받았다. 1912년에는 새의 깃털이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비싼 고가의 상품이었다. 중대백로와 쇠백로의 화려한 번식깃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는데, 30그램에 현재 가치로 2천 달러에 팔렸고,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침몰한 타이타닉 호에서 가장 값비싼 선적품이 뉴욕의 모자 제조상에게 배달될 최상급 깃털이었다.)


생각해보라. 시커먼 갯벌이나 메마른 겨울벌판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도드라진 깃털, 그것은 '날 잡아 잡수' 하는 신호와도 같다. 더구나 천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 화려하고 숱 많은 깃털은 거추장스러운 애물단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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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 앞쪽이 수컷, 뒤쪽이 암컷이다. 
이유 있는 선택권


그렇다면 왜 수컷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리도 화려한 의상을 선택했을까. 이처럼 이해 안 되는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답을 찾은 이가 다윈이다. 다윈은 화려한 깃털의 공작 수컷을 보고 당황했다. 오죽하면 "공작의 꼬리 깃털을 볼 때면 울화가 치민다."고 했을까.
1859년, 다윈은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개체가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후세에 물려준다는 자연선택론을 발표했다. 그런 그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고 도망갈 때도 거추장스러운, 다시 말해 생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아니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공작의 꼬리를 보았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왜 저놈은 저토록 생존에 불합리한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암컷’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거다. 바로 ‘성 선택론’이다.


자연에서 성적 선택권은 암컷에게 있다. 제 아무리 잘난 수컷도 암컷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새끼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여러 암컷을 임신시키기에 충분한 정자를 가지고 있는 수컷은 암컷이라면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반면 적은 수의 난자를 가진 암컷은 수정에 있어 신중하며 수정 이후 새끼를 기르는데 있어서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공평한 자연은 수컷에게는 집적댈 자유를 주었지만, 더 많은 투자를 한 암컷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무리 속에서 암컷의 눈에 띄기 위한 수컷들의 발버둥은 화려하거나 과시적인 성적 경쟁으로 나타나는데, 새의 경우 그 극적인 결과가 깃털이다. 어떤 인간의 수컷들은 자신이 성적 상대를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후대에 물려줄 건강하고 안정적인 유전자를 골고루 갖춘 수컷을 엄선하여 최종적으로 암컷이 선택했다는 것이 자연이 알려주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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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암컷들. 왼쪽 위부터 청둥오리, 청머리오리, 원앙, 가창오리 암컷이다.

생존과 번식 사이


이쯤에서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암컷의 ‘칙칙한’ 생김새는 그저 과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까. 암컷들에게 번식 기회는 널려 있다. 수컷들이 눈에 불을 켜고 상대를 찾고 있는 마당에, 그들이 성적 과시를 하거나 뽐내며 다니는 곳 어디든 찾아가서 하나를 ‘간택’하기만 하면 된다. 염색을 할 필요도, 화려한 깃털을 만들 필요도, 굳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들일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암컷은 대단히 에너지 효율적이다.


물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식을 양육하는 것이 암컷이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지만, 나름 노력하는 수컷들도 대체로 육아에 부실하다.(이 핑계를 대면서 육아는 전적으로 암컷의 몫이라는 게 자연의 섭리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건 한마디로 ‘ㄱ’소리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화려할수록 눈에 잘 띄고  천적에게 들킬 위험이 커진다. 둥지에서 알을 품어야 하고, 새끼를 위해 먹잇감을 찾으러 다녀야 하며, 부화 이후에도 새끼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암컷이 천적의 눈에 잘 띄면, 자식들의 생존이 커다란 위험에 처한다. 암컷은 물론 새끼들도 주변 환경에 쉽게 숨어들 수 있는 위장색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게 된 이유이다. 대부분의 새끼들은 수컷이건 암컷이건 성적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암컷을 닮는다. 간혹 갈매기 같긴 한데 색깔이 거뭇거뭇한 놈이 갯벌에 있는데 무어냐고 묻곤 한다. 유조(어린 새)다. 그러다가 성적 능력을 갖는 연령이 되면 화려한 깃으로 변신하게 된다.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는 생존이 우선이었지만, 성적 능력이 생긴 이후에는 번식이 우선 과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겉치레에 신경 쓰는 수컷에 대해 그저 비웃을 수만 없게 된다. 생존의 위험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종족 번식의 절박함, 피할 수 없는 수컷의 운명인 셈이다. 

그런데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 호사도요가 그렇다. 호사도요는 암컷이 수컷보다 화려하다. 호사도요 암컷은 번식기에 보통 3~5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데 산란하고 나면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난다. 물론 육아의 책임은 수컷에게 있다. 육아의 책임이 호사도요 수컷의 깃털을 칙칙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암컷이건 수컷이건 후세를 기르고 양육하는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뜻일 터, 번식과 재생산은 모든 종의 최대 관심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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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도요. 왼쪽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
그러나 제발 이 종만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났으면 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종이다. 하나의 종이, 그것도 호전적이고 파괴적이며 무척 영민하기까지 한 하나의 종이 무려 80억 개체에 육박한다는 것은 지구의 불행이다. 호주의 오스틀로이드 부족 사람들은 문명인을 ‘무탄트’라고 부른다. 돌연변이라는 뜻이다. 자연 속의 한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생명들, 샛강, 산과 호수를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파괴하니, 자연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돌연변이다. 오스틀로이드 부족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고 사라져 가는 길을 선택했다. 사실 무탄트들이 사라지는 것이 정답임에도 말이다. 이들은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생일파티는 ‘보다 나아진 걸’ 축하하는 자리이다. 우리들은 ‘백수(白壽)’를 축하할 자격이 있을까.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합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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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월, 2020/12/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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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서식처 – 무상無常하여 강에 사는 약자들의 피난처가 되는 자리

“그래서 내성천은 수 천 만년 동안에 여기 생겼다가 저기 생겼다가, 저기 생겼다가 여기 생겼다가 하는데 이런 장소를 뭐라고 얘기 하냐면 순간서식처라 합니다. 순간서식처를 학술적으로 ephemeral habitat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그 순간서식처의 의미가 뭐냐 하면 물의 disturbance, 물의 파괴작용에 의해서 주기적, 비주기적으로 서식처가 불안정한 상태로 변하는 것, 동적으로 변해가는 서식처, 그게 순간서식처인데 그런 순간서식처는 다년생 식물이 살겠습니까? 생명 환이 짧은 1년생이 살겠습니까? 1년생이죠. 그래서 1, 2년생 식물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다년 생인 달뿌리풀이 들어오면 이미 끝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변화가 급진적으로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위성서식처(satellite habitat)가 매우 중요한데, 위성서식처를 중간에 징검다리 해주는 서식처가 있어요. 그 서식처들이 대부분 순간서식처입니다.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그걸 이용해서 가는 겁니다. 이게 피난처가 된다는 거예요. 가다가 위험에 처하면 어디에서 피신을 좀 해야 될 것 아닙니까? 피하려면 어딘가 가봐야 될 것 아닙니까? 그것을 순간서식처라 하는데, 있다가 없어지는 서식처가 생기는 거죠” (사람들이 자는 곳과 일하는 곳이 대부분 같지 않듯이 야생동물들도 그러하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 다 서식처에 해당하는데, 이렇게 기능적으로 구분되는 각각의 서식처를 위성서식처라고 한다. 참여한 김윤전님이 현장 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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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 김종원 교수 현장 강의. 2020년 6월. <시민생태조사단>
생태지평에서 2016년도부터 내성천 흰목물떼새의 서식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꾸린 시민생태조사단이 2020년도 생태조사를 하면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현장으로 모셔서 강의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고, 그 첫 강사로 「한국식물생태보감」 저자이며 식생학과 생태학에 권위 있는 김종원 교수를 모셨다. 접하기 어려운 귀한 강의였다. 해질 무렵에야 강의가 끝났는데,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약한 야생동물에게 퇴로를 확보해주는 순간서식처를 가장 인상적인 내용으로 손꼽았다. 우리 강의 특징을 그대로 응축한 한마디이다. 
건강하게 흐르는 강에 존재하는 ‘순간서식처’는 그곳에 있되 늘 변화하는 까닭에 힘이 센 누군가가 움켜쥐는 독점적 전유물의 형태가 되지 않는 그 무엇이다. 하천이 늘 흐르고 움직이며 변동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또 이를 이용하면서 살아온 강의 약자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삶의 통로이면서 유사시 안전판 또는 퇴로가 되지만 강자들에게는 그래서 그 변화가 오히려 불편한 어떤 차별적인 공간이다. 
다년 생 식물이 아닌 1,2년생 식물이 들어와 산다는 ‘순간서식처’는 강이 만들어낸, 강에서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년생인 달뿌리풀이나 왕버드나무 등은 순간서식처로 들어와 오래 머물면 안 되고 강과 육상의 경계에서 살아야 한다.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래톱을 장악하는 순간 강에서 공존은 깨지고, 강에 의지해서 사는 작은 물새 등이 밀려나며, 그 영향은 결국 사람들에게까지 미쳐서 더 이상 강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거나 모래톱을 걷거나 앉아서 쉬며 즐길 수 없다. 
순간서식처를 우리사회에 비유하여 재구성해 본다면, 여러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유무형으로 제공된 어떤 안전시스템이 늘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통로와 퇴로 또는 피난처를 제공하는 순간서식처는 물 위로 드러난 모래톱 뿐 아니라 물이 흐르는 강바닥에도 있는데, 김종원 교수는 강에서 약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종으로 다른 큰 물고기들이 활동하는 낮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고 위기가 닥쳤을 때도 모래 속으로 숨는 흰수마자를 꼽았다. 흐르는 강물 따라 늘 움직이며 새로워지는 내성천의 고운 모래가 흰수마자의 서식처이면서 피난처인 것이다. 

늘 같은 모래로 보이지만 강이 본연의 에너지를 잃지 않고 흐른다면 있던 모래는 어느 틈에 내려가고 새 모래가 들어와 형상을 지우고 다시 만들고는 또 사라진다. 강은 본디 무형이고 무상의 강이다. 내성천이 막힘없이 흐르는 한 생태적 조건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흰수마자의 서식처는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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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가 살기에 적합한 내성천의 고운 모래와 맑은 물. 2012년 10월.
이날 현장 강의가 이어진 대부분의 모래톱에서 달뿌리풀이 크게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김 교수님은 달뿌리풀이 모래톱을 잠식하는 현상을 강이 동맥경화에 걸린 것으로 비유했다. 혈관에 플라그가 낀 것과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다. 왕버드나무 군락 또한 여기저기에서 자리를 잡은 채 넓혀가는 것이 목격됐다. 이는 내성천에서 순간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즉 내성천의 모래에 의지하여 살아온 고유종들이 밀려나는 것을 뜻한다. 
강의 공간이 ’육역화‘ 하는 것은 강 에너지가 주로 댐 등에 기인하는 인위적인 교란에 의해 크게 줄어 강안으로 들어온 육상식물을 제때 밀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댐으로 인해 모래가 내려오는 양이 줄어들고, 자유롭게 거침없는 모래의 이동 또한 위축된다. 순간서식처는 사라지고, 내성천의 모래에 의지하여 살아온 여러 종들이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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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19호인 내성천 선몽대일원 일대의 모래톱이 습지로 변하는 모습. 
2020년 10월. <시민생태조사단>
댐에 의해 육역화가 일어나는 강에서는 강바닥에 또 다른 심각한 변화가 생긴다. 떠내려간 만큼의 모래가 상류로부터 내려오지 않는다. 고운 모래가 먼저 떠내려가고 남게 된 굵은 모래의 비중이 점점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홍수기를 거치며 확연히 나타나는데, 주로 강물이 흐르는 하도를 중심으로 경계의 모래톱까지 또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굵은 모래와 자갈이 광범위하게 드러난다. 고운 모래에서 살아가는 내성천의 흰수마자에게는 그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 54일간의 긴 장마 후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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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후 모래가 사라지고 자갈이 드러난 상태에서 정화능력이 떨어진 모습까지 보이는 내성천 중류 일대. 2020년 10월.<시민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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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월, 2020/12/2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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