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봉이 되고 있는 SH공사, 엔터식스 뒤치닥거리까지 맡았나?
지난 10월 28일 검찰이 결국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와 업체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해왔듯이 타다는 법의 회색지대를 이용한 것으로 불법이라 해석할 수 없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사업은 이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또한 타다와 같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서비스는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사단법인 오픈넷은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검찰이 타다 기소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
검찰의 타다 기소는 모빌리티 기반의 차량 관련 새로운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켰다. 이번 타다 기소의 쟁점은 기존의 서비스와 유사한 새로운 서비스를 가지고 시장으로 진입하는 경우 이에 해당하는 관련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해석과 현장 적용이다. 검찰 기소 이후 한겨레 등 몇몇 언론매체에서 드라이버에 대한 타다 측의 처우와 고용상의 계약관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의 타다 기소를 긍정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타다가 ‘관리’하고 있는 기사 처우에 관한 문제는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통해 다스려야 할, 다른 차원의 논의를 필요로 하는 문제이므로 이번의 타다 기소 건과는 분리해야 옳다.
검찰은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4조(운송사업 면허)와 제34조(유상운송사업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았으나, 이는 타다가 영업을 위한 근거로 제시했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를 위반했다고 인정되어야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도 결정난다고 판단된다. 여객자동차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군가가 업체를 통해 렌터카를 빌린 뒤 제삼자에게 다시 차량을 빌려주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 조항만 따른다면 타다의 행위는 불법으로 영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라는 예외규정이 제2항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동법 시행령 제18조 1에서 이 예외조항의 각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타다는 예외조항 중 바목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자신들의 영업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택시업계는 이 예외조항의 당초 입법취지가 해외 여행객들이 단체관광을 위해 승합차를 렌트할 경우, 운전과 관련해 불편을 겪을 것을 예상해 이용객 편의 증진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삼자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예외조항을 마련한 것이므로 타다서비스를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문에 합법으로 규정된 행위를 입법취지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불법이라 부를 수 없다. 타다의 경우처럼 법을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법의 사각지대 혹은 회색지대를 이용해 기존 시장으로 진입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가속화된 기업형수퍼마켓의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주변 입점을 제한하기 위해 2010년 법이 개정되었으나 기업들은 규제조항을 교묘히 피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근처에 수퍼마켓들을 입점시켰다.
앞으로 타다와 같이 법적 회색지대를 이용하는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들이 증가할 것인데, 지금과 같은 금지나 처벌 일변의 규제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타다처럼 택시업계와 마찰을 겪은 뒤 결국 부분적인 서비스만 허용된 풀러스와 같은 카쉐어링 서비스는 이전부터 있었던 무상공유의 문화이다. 사적으로 교통비 혹은 주유비를 주고받다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플랫폼을 통해 돈벌이 수단으로 전환된 것이 풀러스와 같은 서비스다. 우버, 타다는 이와 같은 무상공유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업이다. 주차공간을 한시적으로 빌려주고 돈을 벌 수 있도록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사업 역시 동일한 연원이다. 이것이 현재 흐름이며 이 흐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렇게 생겨나는 서비스는 관련 시장이 대부분 이미 형성되어있을 것이며, 타다와 유사한 방법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므로 타다의 경우처럼 시장진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불허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불가능할 것이다. 혹은 특정 업체가 타다와 같은 수법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할 때 택시운송업체들처럼 이 시도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조직력과 목소리를 갖춘 업계는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것이지만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분야는 진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어 결국 형평성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타다 검찰기소라는 비극의 씨앗은 소위 “우버금지법”이 2015년 통과되면서 뿌려졌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차량공유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버가 ‘혁신’인지 ‘공유경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은 자동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싶은 사람들과 자동차로 누군가를 태워주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결국 인터넷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생산활동에 참여시켜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가능성의 싹을 법으로 죽여버렸다. 힘들게 살고 있는 택시기사들의 분노도 이해하지만 카카오나 우버를 이용해 생계를 해결하려 했던 사람들도 절망하던 사람들 틈에 섞여있었을 것이다. 현재 택시기사들의 분노는 우리도 익히 아는, 알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않아 누적되어왔던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기사들을 쥐어짠 택시업계와 택시업계의 위반행위를 눈감아주고 사납금제도를 허용해왔던 정부의 잘못이다. 그간 쌓인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새롭게 발생한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전면적인 금지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정부는 피폐하게 내버려둔 노동자들의 분노를 핑계삼아 새로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끊어버렸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타다는 전면적인 금지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려 한 것인데 이마저도 입법취지를 운운하며 막아버린다면 타다로 생계를 해결하려 했던 이들에게는 가혹한 처사가 될 것이다.
타다의 영업은 법망을 피한 것이지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생겨나는 새로운 서비스나 품목의 시장진입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불가능하다. 이를 불법으로 처벌한다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은 타다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고, 정부는 규제나 금지의 정책을 고안하는데 힘을 쏟기보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2019년 11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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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악플 근절’을 내세우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인터넷 게시판 준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대출 의원안), 혐오표현에 대한 삭제 및 임시조치 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선숙 의원안), 형법상 모욕죄의 처벌기준을 상향하는 형법 개정안(김재원 의원안)에 대하여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동욱 부장판사)는 대학 교수 A씨가 교수평가를 제공하는 김박사넷을 운영하는 (주)팔루썸니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583126)에서 “피고의 역할은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고 볼 수밖에 없어” 김박사넷 운영 행위를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사단법인 오픈넷이 지속적으로 옹호해 온 정보매개자 책임제한에 관한 국제 원칙에 충실한 판결로서 환영하며 항소심에서도 이와 같은 판결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용자의 게시물에 대해 정보매개자에게 직접책임 또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지우려는 입법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를 몰각한 것으로 중단되어야 함을 밝힌다.
국내 대학·대학원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김박사넷(phdkim.net)은 각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으로부터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입력 받아 사이트 방문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사이트에 정보를 입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당 대학의 메일 계정을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임을 인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박사넷에서 수집·제공하는 정보는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연구실에 대한 등급점수 등인데, 등급은 인품, 실질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전달력, 연구실분위기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표별로 ‘A+’부터 ‘F’까지 평가할 수 있고 입력된 정보는 취합돼 오각형 그래프 형태로 제공된다. 김박사넷에서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발견한 A교수는 관련 정보 삭제를 요청했고, 김박사넷측은 A 교수의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삭제하고 A교수에 대한 한줄평 전부를 차단조치하면서, 연구실에 대한 평가그래프의 삭제만을 거부했다. 이에 A교수는 △피고가 사이트를 운영해 불특정다수인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한 점 △자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래프 삭제를 거부한 점 △한줄평을 삭제하며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차단)처리되었다’는 문구를 게시한 점에 대해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000만원과 민법 제764조 소정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웹페이지를 삭제하라”면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서비스 이용자의 검색·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서, 제3자로부터 제공받은 표현물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게시공간에 게재하였고 그 게재된 표현물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위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한 명예훼손적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서비스 제공자는 명예훼손적 표현물을 작성한 제3자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는 그와 같이 볼 수 없다”고 설시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한 한줄평과 평가그래프의 작성자가 아니라 게시공간 관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그래프 삭제 거부 행위”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래프는 학생들이 직접 입력한 평가를 수치화한 것이며 연구비 부정 사용이나 대학원생에 대한 권한 사적 남용 등으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 관한 정보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그래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래프 삭제 요청 거부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박사넷과 같이 다중을 위해 공론의 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자를 ‘정보매개자(internet intermediary)’라고 부르며 국제사회는 정보매개자 책임제한(safe harbor) 원리, 즉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립한 바 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과 내용의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웹사이트의 특성상, 불법적 내용의 정보는 언제든지 존재할 수 있고, 운영자가 웹사이트 내의 모든 개별 게시글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삭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불법정보가 유통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운다면 운영자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들도 삭제하거나 게시판을 사전허가제로 운영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보매개자는 신고 등으로 명백하게 인지한 불법정보만을 삭제·차단하는 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칙이 생겨났으며 미국 CDA 제230조와 DMCA 제512조, EU전자상거래지침 제14조, 일본 프로바이더책임법 제3조가 이런 원칙을 법제화했다.*
오픈넷은 정보매개자 책임제한에 관한 국제 원칙에 입각해 결론을 내린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나아가 최근 불법정보나 가짜뉴스 규제를 이유로 제3자의 게시물에 대해 정보매개자에게 직접책임 또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지우려는 시도들의 부당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와 저작권법 제102조에서 미국 DMCA와 유사한 사업자 책임제한 조항을 도입했는데, 완전한 면책을 인정하지 않아 문제이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인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8다53812)은 정보매개자가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을 질 가능성을 열어놓아 비판을 받고 있다.
2019년 11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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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6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산하 시티즌랩(Citizen Lab)은 한국, 홍콩,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시아 5개국 Access My Info(AMI) 프로젝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MI는 정보통신기업이 이용자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얼마나, 어떤 목적에 의해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얼마나 공개하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참여한 본 연구 결과에서 한국은 연구 대상 국가들 중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제를 가지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을 피상적으로만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와 실무 사이의 간극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시티즌랩과 오픈이펙트(Open Effect)는 민간 기업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 보유, 처리, 공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AM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구방법론의 일환으로 일반 대중이 맞춤형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 기반 툴을 제공했는데, 이를 이용해 수만 명의 캐나다인들이 통신사에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보냈다. 당시 연구 결과는 기업들 간 대응이 일관되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데 상당한 장벽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캐나다에서의 첫 AMI 프로젝트에 이어, 시티즌랩은 아시아에서 AMI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다. 작업반에 한국, 홍콩,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5개국의 학자, 변호사, 활동가 및 디자이너가 참여했으며, 한국 연구는 오픈넷이 맡았다. 2016년 1·2차에 걸쳐 진행한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이통3사가 모두 온라인 개인정보 열람신청 절차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회신을 받아보면 신청자에 대한 개인정보 자체는 제공하지 않고 KT는 일부 개인정보의 보유 여부만 O, X로 표시해서 제공하고, SKT와 LGU+ 개인정보 처리방침의 사본만 제공하고 있어 이용자의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2016년 10월 오픈넷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KT의 부실한 개인정보 열람방식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고, 방통위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2018년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4. 개인정보 열람·제공 등 요구 운영 기준”에서 “열람·제공 등 요구에 대해 사업자는 개인화 조치된 정보의 형태(성명, 연락처, 로그기록, 쿠키 등)로 이용자가 제공받도록 조치해야 함”을 규정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이통3사의 관행은 여전하며,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다. 또한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KT 이용자로서 모든 개인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2017년 KT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2018. 12. 4. 1심 승소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권리이다. 개인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근거로 제3자와 공유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정보주체는 동의 철회나 정정·삭제 요구 등 다른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기업이 그들의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134개국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지고 있고, 이론상으로는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무상 기업들이 이러한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AMI 연구 결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개인정보 열람청구권에 대한 실증적 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Access My Info – Measuring Data Access Rights Around the World” 연구 보고서(영문)
개인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근거로 제3자와 공유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그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기업이 그들의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없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134개국이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지고 있다. 많은 개인정보보호법제상 주요한 권리는 개인이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보내는 서면 요청인 개인정보 열람요청(Data Access Requests, DAR)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DAR은 기업이 한 사람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이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 사람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거나 공개하는지 그리고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관행과 기업에 적용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준수에 관한 기타 세부사항을 포함한다. 개인정보 열람요청권은 이론상으로는 다수의 개인정보보호법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무상 기업들이 이러한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4년 시티즌랩(Citizen Lab)과 오픈이펙트(Open Effect)는 민간 기업이 개인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 보유, 처리, 공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개인정보 열람요청과 관련 법, 정책,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프로젝트인 Access My Info(AMI)를 시작했다. 연구방법론에는 일반 대중이 서로 다른 산업에 맞춘 양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 기반 툴이 포함되어 있다.
AMI는 캐나다에 처음 적용되었고, 그 결과 수만 명의 캐나다인들이 통신사에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보냈다. 연구 결과는 기업들 간 대응이 일관되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데 상당한 장벽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캐나다에서의 첫 AMI 프로젝트에 이어, 시티즌랩은 AMI 연구를 아시아로 가져와서 해당 지역에서의 DAR에 대한 대응을 비교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작업반을 구성했다. 작업반은 다음과 5개국의 학자, 변호사, 활동가 및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각 파트너는 각국의 통신사와 ISP에게 개인정보 열람요청서를 보내 고객에 대해 수집하는 정보의 유형, 보유 기간, 제3자와 공유 여부를 잘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파트너들은 기업들이 요청에 답변하는 방법 즉, 요청의 이행에 얼마나 걸리는지, 요청자의 입장에서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수수료를 청구하는지 또는 어떻게 청구하는지 등도 알아보고자 했다.
각 국가가 고유한 법과 맥락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를 관통하는 일반적인 패턴을 발견했다.
아시아의 개인정보보호법제는 역동적: 아시아는 특히 이 연구를 실시하기에 흥미로운 지역이다. 왜냐하면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진 국가들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없거나 제정하는 단계에 있는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의 공통점은 개인정보보호의 요소가 유동적이거나 논쟁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가지고 있지만, AMI 프로젝트를 통해 통신사들이 개인정보 열람요청을 피상적으로 준수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통3사는 온라인 개인정보 열람신청 절차를 가지고 있었지만, 개인정보 열람신청에 대한 답변으로 KT는 일부 개인정보의 보유 여부 목록만을 제공하고, SKT와 LGU+는 개인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의 사본만 제공했다. 이에 대해 AMI 파트너인 오픈넷은 불완전한 답변을 한 KT를 상대로 개인정보 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과 호주에서는 개인정보의 정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홍콩의 통신사와 ISP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와 지리적 위치(geolocation) 기록은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호주에서 IP 주소는 개인정보의 법적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없거나 도입 중인 국가에서는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말레이시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했지만 강력하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개인정보보호법 초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법률로 통과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두 국가 모두에서 DAR은 기업들로부터 제한적인 회신을 받았다.
각국 통신사의 답변은 요청 사항과 일치하지 않았으며, 법적 요구 사항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음: 전반적으로 통신사의 답변은 불완전했으며, 법적 요구 사항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각국의 통신사들이 개인정보 열람요청을 제대로 처리하기에 충분한 절차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법률의 문언만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법률이 현실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측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본 보고서는 일련의 사례 연구로서 아시아 각국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공한다. 또한 비교를 위해 캐나다 연구 결과의 요약(최초의 AMI 시행 국가)을 포함시켰다.
2019년 11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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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오픈넷, KT 상대 개인정보 공개 청구 소송 1심 승소 (2019.01.17.)
[2차 모집] 이통3사 개인정보 열람 실태 연구에 참여해주세요! (2016.08.11.)
이통3사 개인정보 열람 실태 연구 참가자를 찾습니다. (2016.01.18.)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2. 22. 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최강욱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7949)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본 개정안은 정부기관의 언론 검열권을 규정하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위헌적 법안으로 철회되어야 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010-5109-6846, [email protected]
가. 현행 언론중재위원회의 명칭을 ‘언론위원회’로 변경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두고, 언론보도등으로 인한 침해사항 조사ㆍ구제등 업무를 추가함(안 제7조제2항).
나. 언론위원회의 위원을 현행 90명에서 120명으로 늘리고, 위원에 인권 분야 및 언론감시 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구성하고, 이들이 각각 중재위원 정수의 7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함(안 제7조제3항).
다. 언론위원회에 상임위원을 두고, 상임위원은 위원장의 추천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함(안 제7조제9항).
라. 언론위원회의 사무처에 조사관을 두며, 언론위원회 소관 사무에 필요한 조사를 하고, 해당 중재부 또는 심판부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함(안 제11조의2).
마. 언론사등이 하는 정정보도는 원 보도와 같은 크기, 같은 위치, 같은 방송시간 등 원 보도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하도록 함(안 제15조제6항).
바. 언론보도등으로 인한 피해자는 언론위원회에 정정보도청구등 또는 손해배상의 분쟁에 관하여 구제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함. 피해자의 구제신청이 있을 때 언론위원회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사를 하고 관계 당사자를 심문하도록 함. 언론위원회는 위 심문을 할 때 관계 당사자에게 증거 제출과 증인에 대한 반대심문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함. 언론위원회의 조사와 심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함(안 제25조의2).
사. 언론위원회는 침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하는 경우 언론사등에 시정명령을 하여야 하며, 침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정하는 경우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함. 언론위원회는 위 결정을 피해자와 언론사등에게 각각 서면으로 통지하고, 확정된 시정명령의 내용은 외부에 공표할 수 있음(안 제25조의3).
아. 언론위원회의 시정명령이나 기각결정에 불복하는 피해자나 언론사등은 구제명령서나 기각결정서를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음(안 제25조의4).
자. 언론위원회는 시정명령을 받은 후 이행기한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언론사등에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음. 이행강제금은 매년 2회의 범위에서 시정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반복하여 부과할 수 있으나 2년을 초과하여 부과ㆍ징수하지 못하도록 함(안 제25조의5).
차. 언론사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언론보도등을 통하여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드러내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은 법 제30조에서 산정한 손해액을 초과하여 배상액을 정하도록 함(안 제30조의2제1항).
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언론사등이 비방할 목적을 가진 것으로 추정함(안 제30조의2제2항).
1.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명예나 권리,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2. 언론보도등으로 얻는 이익이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제30조에 따른 손해배상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 경우
3. 언론보도등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선별하거나 취재원에 대한 위법행위를 한 경우
타.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경우 해당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언론사등이 얻은 이익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하고, 이 때 언론사등의 허위 인식 정도, 피해규모, 언론사등이 취득한 유ㆍ무형의 이익, 동종 또는 유사 언론보도등의 기간 및 횟수, 언론사등의 존속기간 및 재산 상태, 언론사등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함(안 제30조의2제3항).
파. 언론사등이 얻은 이익이란 해당 언론보도등이 있은 날부터 삭제된 날까지 총 일수에 해당 언론사등의 1일 평균 매출액을 곱한 금액으로 정하도록 함(안 제30조의2제4항).
본 개정안은 현 언론중재위원회의 법적 성격을 변경한 ‘언론위원회’라는 기관의 설립근거를 마련하고 있음(안 제7조).
현재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사의 언론보도로 인하여 침해되는 명예나 권리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분쟁을 조정·중재하는 준사법기구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기관임. 중재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고, 언론중재위원회의 운영재원은 방송발전기금으로 하되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중재위원 및 직원은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보도록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역시 그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국가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는 독립된 기관임. 한편,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보도에 대한 피해자의 정정보도청구등과 관련한 분쟁이 있는 경우 「민사조정법」상 조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 분쟁을 조정하고, 당사자 쌍방이 중재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중재를 신청하는 때에는 중재결정을 하는 기관으로, 언론사와 피해자 당사자간 분쟁에 관하여 사법상 재판절차에 준하는 심의절차를 거쳐 조정·중재결정을 하는 준사법기구임.
본 개정안은 이러한 현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변경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둔다고 하여 명백히 정부기관의 성격을 가지도록 규정함. 또한 현행 규정은 중재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고, 위원장, 부위원장, 감사 등은 호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개정안은 위원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하거나 대통령이 임명’하고,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감사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여 위원회 구성에 관한 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고 있음. 한편 공무원인 경우 중재위원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동법 제8조 제2항 제1호를 삭제하여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 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
사법상 재판절차에 준하는 조정·중재결정 권한을 가지는 준사법기구는 삼권분립 정신에 기초하여 공정성의 확보를 위해 정치적 중립성,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가져야 함. 그럼에도 이러한 기관을 중앙행정기관의 직속기관으로 두고 정부와 대통령이 위원회 구성에 직접적인 권한을 갖도록 규정한 본 개정안은 그 위헌성이 심대하다고 할 것임.
본 개정안은 ‘침해구제’의 절을 신설(제4절)하여, 침해사항 조사ㆍ심문 및 시정명령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음. 언론보도등으로 인한 피해자는 언론위원회에 정정보도청구등 또는 손해배상의 분쟁에 관하여 구제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의 구제신청이 있을 때 언론위원회는 지체없이 필요한 조사를 하고 관계 당사자를 심문하도록 함(안 제25조의2). 언론위원회는 침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하는 경우 언론사등에 시정명령을 하여야 하며(안 제25조의3), 시정명령을 받은 후 이행기한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언론사등에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함(안 제25조의5).
조사와 심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 등(신구조문대비표에는 언론위원회규칙) 하위법규에 위임하고 있어 조사와 심문 절차가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가진 절차인지 예측이 불가능함. 또한 ‘시정명령’의 종류와 내용도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위임규정도 없어 시정명령의 내용이 정정보도등의 조치에 국한되는지, 기사 삭제 등 유통 금지조치까지 포함하는지, 손해배상책임 인정 및 배상액 결정까지 이를 것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고, 위원회가 포괄적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내용을 창설할 우려가 있음.
언론중재법은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 또는 그 매개(媒介)로 인하여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나 그 밖의 법익(法益)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공적(公的)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인간의 분쟁은 원칙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해결되어야 하나,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당사자의 합의에 기반한 조정·중재 절차를 통해 양 기본권을 조화롭게 보장하면서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이 언론중재법이라 할 수 있음. 이에 따라 현재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중재 제도는 무엇보다 ‘당사자간 합의’에 기초하고 있는 분쟁 해결 절차라는 것을 상기하여야 함. 당사자가 조정 결과에 합의를 하거나 중재 절차에 따를 것을 합의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하며, 불응시에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사인간 분쟁이 해결되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임.
그러나 본 개정안은 정부기관이 일방의 신청만으로 사인간 분쟁에 강제적,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심판을 내리고, 언론사등의 기사에 대해 법적 강제력을 가지는 ‘시정명령’을 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직접적인 언론 검열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음. 이는 위와 같은 ‘언론중재법’의 근본적인 취지와 맞지 않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표현물 검열은 정권에 의해 반정부적 여론을 차단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민주국가에서는 금기시되는 위헌성이 높은 규제 방식임. 본 개정안 부분 역시 정부 인사가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기사에 대해 정부기관인 언론위원회에 침해구제 신청을 하고 문체부 장관 및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정부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를 조사·심판하고 시정명령을 결정하여 언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큰 위헌성이 매우 심대한 조항이라 할 것임.
본 개정안은 언론사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언론보도등을 통하여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드러내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은 손해액 및 해당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언론사등이 얻은 이익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음. 나아가 ‘언론보도등으로 인하여 사람의 명예나 권리,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언론보도등으로 얻는 이익이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제30조에 따른 손해배상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 경우’, ‘언론보도등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선별하거나 취재원에 대한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비방할 목적을 추정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규정함.
그러나 ‘비방할 목적’, ‘왜곡된 사실’, ‘인격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이익이 손해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 ‘자의적 선별’과 같은 개인의 내심의 의사에 의존한 개념이나 추상적,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가 결정되도록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판단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 등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음.
또한 ‘언론’, ‘표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은 이미 국제인권기준에 반하여 과도하게 형사화되어 있는 명예훼손 제도가 남용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함.
피해자의 손해액만큼의 보상, 즉, ‘전보배상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민사 손해배상 체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예외적인 제도임. 즉,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넘어, 사회 공익적 고려에서 다시 재발되어서는 안 되는 반사회적 행위를 징벌을 통해 억지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임. 대표적으로 ① 불법행위의 결과로 인한 개별 사업자의 이익은 막대한 반면, 개별 피해자의 손해는 소액에 불과해 피해자가 재판절차로 구제받기 어려운 분야 (환경오염, 소비자 보호, 식품위생, 보건의료 등), ② 불법행위를 통해 획득한 가해자의 이익이 피해자가 입은 손해보다 크기 때문에 악의적인 불법행위가 재발하고 있음에도 현행 손해배상 제도나 과징금만으로는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어려운 분야(공정거래, 금융거래 등), ③ 사회적 약자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분야로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 및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 차이가 있어 피해를 입증하기 곤란한 분야(노동, 장애인 등) 등에 우선 도입이 검토되고 있음.
그러나 표현행위로 인한 인격권 침해가 이렇듯 예외적 징벌이 필요한 영역인지는 의문임. 또한 표현행위는 그로 인한 해악의 결과나 인과관계 자체가 명백하지 않아 예외적 징벌이 필요할 정도로 해악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표현의 위법성 여부도 심급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많음. 한 명제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발화자가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유·무죄 판단도 심급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당시까지 진실임이 증명되지 않거나 은폐되어 허위사실유포로 처벌되었다가 추후 진실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역사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함.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통 형사제재가 미비하거나 부족한 사건에서 추가적인 사적 벌금을 부과하여 재발방지 효과를 노리는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많은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고, 징역형까지 규정되어 있음.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동 법의 다른 위반행위와 비교하여서도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더욱 강화된 제재가 필요한지 의문임.
한편, 기존의 언론 판결에서 손해배상액이 적었다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될 수 없음. 법원이 정신적 손해배상액(위자료) 산정에서 인색했다는 문제는 언론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사 사법 전반의 문제로서 앞으로 법원이 자유재량 영역인 위자료 인정을 현실화·합리화하여 해결하여야 함.
반면, 표현행위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강화된 제재가 도입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음. 언론, 대중들은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언급이나 비유적, 상징적 표현을 꺼리게 되고, 공인이나 기업에 대한 자유롭고 신속한 의혹 제기나 자유로운 비판적 표현이 크게 위축될 것임.
본 개정안은 정부기관의 언론 검열권을 규정하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위헌적 법안으로 평가됨.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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