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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간섭합시다,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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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간섭합시다, 적극적으로

익명 (미확인) | 금, 2015/09/25- 15:01

좋은 민주주의는 좋은 대표를 필요로 한다. 적어도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그렇다. 좋은 대표를 어떻게 뽑느냐에 대해 인류는 오랫동안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민주적 선거다. 이 제도에서는 대표자를 뽑되, 이 대표자가 유권자들의 이익과 의견에 상반되는 행위를 계속할 경우 그를 탄핵하거나 다음 선거에서 갈아치울 수 있다. 이것이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정책과 입법보다 지역 민원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견제는 대부분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없다. 탄핵은 상당히 어렵다. 다음 선거에서 벌을 주는 것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늦거나 징벌이 충분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다음 대표자도 역시 비슷한 사람이 되는 경우다. 이것이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형편없다. 19대 국회에서 형사처분으로 의원직을 잃은 사람이 17명이고, 현재 재판 중인 의원도 17명에 달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문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입법 로비, 성폭행, 자식의 취업 청탁 등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다.

현재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은 도덕성과 직무능력이 별개라면서 일을 잘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국회 본연의 일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총선을 앞두고 열린 국정감사는 행정부에 대한 감시보다 정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지금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국정감사보다는 지역구에 가 있을 것이다. 다시 당선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잘하면 다시 당선되지 않을까? 엄밀히 말하면 별 상관이 없다. 여기에 한국 정치의 함정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모두 국민에게 정치를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공천 방식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100% 국민경선을 도입한다고 한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면 과연 정치가 좋아질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의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지역구 관리다. 재선을 결정하는 것은 정책과 입법이 아니라 지역 민원을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 지역 예산을 얼마나 잘 따오느냐에 달렸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보는 공보물도 대부분 이 내용으로 채워진다. 정치적 비전과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통찰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지역구 활동을 잘해야 입법 활동도 눈에 들어온다. 후자만 강조해서는 “뽑아놨더니 자기 잘난 척만 하고, 동네에는 코빼기도 안 비친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다.

현역들이 지역구에 ‘올인’한다고 하면, 새로운 인물들은 어떤가?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적지 않은 인적 교체가 이뤄졌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을 합쳐 90명의 비정치권 외부 인사가 공천됐다. 초선 의원 비율도 56%에 달했다. 그래도 국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 신인·소수 정당을 더 많이 국회로

정치 신인들의 당락은 정치적 능력보다는 학력과 경력에 크게 좌우된다. 새누리당 공천에 관여했던 사람은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총선에서 떨어질 것 같아 공천을 못 받는 경우가 있고, 정치를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스펙이 좋고 전문성이 있어 공천을 한 경우가 있다”고 실토한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정치를 해보니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소통 능력”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공천에 반영될 가능성은 적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재다.

문제는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의의 장점은 좋은 대표를 뽑고 나쁜 대표를 솎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에서는 20대 총선을 치러서 더 나은 국회가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새로 물갈이를 해도, 비정치인이 들어가도, 결과는 거의 같을 것이다. 암담하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비례대표를 늘려 지역구 선거의 영향을 덜 받는 괜찮은 정치 신인을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두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대로 대표되고 있지 않은 계층, 세대, 사회적 문제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소수 정당과 정치인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맞다.

그런데 어렵다.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의원 정수를 늘리거나 지역구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 의원 정수 확대는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한다. 많은 정치학자나 시민사회에서는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의 벽은 실로 높다. 그렇다면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가능할까? 선거법 개정이 국회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는 한, 토끼 머리에 뿔이 날 때쯤에 일어날 일이다.

결국 답은 하나다. 시민이 좋은 대표를 뽑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좋은 대표는 그냥 뽑히지 않는다. 참여민주주의만큼이나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필요하다. 투표를 열심히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비슷비슷하게 나쁜 후보들을 놓고 투표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이 공천 과정에서부터 개입해야 한다. 좋은 후보를 공천하고 나쁜 후보를 공천하지 말라고 정당에 요구해야 한다. 한국 시민사회는 이미 그렇게 해본 경험이 있다. 2000년 총선에서 일단 나쁜 후보를 걸러내려는 시도가 있었다. 주로 도덕성을 중심으로 88명의 부적격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59명(67%)이 공천받지 못했다. 부적격 명단 중에 공천된 후보를 대상으로는 낙선운동을 벌여 15명(68%)을 낙선시켰다. 수도권에서는 20명의 낙선 대상 중에서 1명만이 당선될 수 있었다.

1987년 민주화를 기점으로 보면 13년 만에 시민사회가 그만큼 성장해서 ‘정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서 처음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15년이 지났다.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정치권으로 들어갔다. 시민사회는 오히려 더 위축된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합시다, 바로 지금

바로 지금이 시민의 정치 참여가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설 때다. 시민들이 직접 공천과 선거에 개입해야 한다. ‘나쁜 후보 걸러내기’라는 부정적·소극적 시도를 넘어서, 좋은 후보란 어떤 후보인지 기준을 제시하고, 그런 후보를 공천해달라는 긍정적·적극적 주장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선거의 진짜 의미다. 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아래로부터의 공천은 선거에 대한 많은 역사적 탐구를 볼 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선거의 진짜 효용은 출마한 후보자들 중 누가 좋은 대표인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시민들이 모여 토론함으로써 스스로 정치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가진 진짜 힘이다. 선거가 비슷비슷한 나쁜 사람들을 계속 재생산하는 제도라면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시민들의 토론, 좋은 대표에 대한 비전 제시, 정당에 대한 요구, 자기 성찰’이야말로 선거를 통해 정치가 나아질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단기적 이익을 좇는 사람들의 선호는 공적 대화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 지역구에 예산을 따오는 후보, 동네 산악회에 와서 머리 한 번 더 숙이는 후보, 학력이 좋고 인물이 훤한 후보가 아니라, 좋은 입법과 좋은 정치를 하는 후보를 어떻게 고를지, 그리고 그런 후보를 어떻게 정당에 요구할지를 이야기할 때다. 바로 지금.

글_이관후 (연구조정위원 / [email protected])

* 이 글은 2015년 9월 23일자 한겨레21에 함께 실렸습니다. 기사보기

*희망제작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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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다음 날이 더 중요하다"

촛불 시민은 무엇을 위해 투표할 것인가?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벚꽃도 이제는 다 지고 다녀간 흔적만 거리에 남아있다. 너무 추웠지만 그래서 더욱 뜨거웠던 지난 겨울의 광장도 간헐적인 집회가 있긴 하지만 쉬어가는 분위기다. 2017년 그 겨울 우리 국민은 무려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았던 박근혜 정부 4년의 지난한 과정을 뒤로하고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수감이라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통틀어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농단의 동조 세력이자 국내 최대 재벌 기업인 삼성의 이재용 씨도 수감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이런 상황적 배경에서 치러지는 선거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장미 대선' 이라 하지만 광장 민주주의의 진화 과정에서 1700만 이상의 촛불 시민의 위대한 힘으로 만들어낸 대선의 이름치고는 너무 편안하고 한가로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히려 '탄핵 대선' 혹은 '촛불 대선' 이라는 이름이 그 역동적 탄생배경에 걸맞은 이름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 4년의 무기력

 

박근혜 정부 내내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대형 사건들은 백화점 세일 시즌 돌아오듯 꼬리를 물고 품목을 바꾸어 찾아왔다. 출범 초기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기둥 뿌리를 뒤흔드는 심각한 사건이지만 헌법상의 법치주의를 간단하게 비웃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기회만 되면 이민 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지만 이어지는 대형 사고들에 비하면 그리 대단치도 않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그저 헌법안에나 존재하는 공허한 문구였다. 취임 2년째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바로 그 다음해에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를 대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국민은 없었다. 모두가 안전하게 구조되길 바라며 각자가 믿는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하던 국민에게 세월호와 함께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소중한 생명들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 그 자체였다. 이후 메르스 사태에 속수무책인 정부는 또 다시 세월호 앞에서의 그 모습을 반복하였다. 확산의 원인을 감추고 정부의 무능을 은폐하는 모습이 불과 1년 전의 그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국민의 바람과 달리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한국 사회는 전혀 다르지 않았다.

 

국민이 분노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의 무능도 무능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감추고 왜곡하는 것에 있음을 모르는 건 정부밖에 없었다. 국민은 이제 우리 사회 도처에 또 다른 세월호와 메르스가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국민으로서 국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없음 또한 알게 되었다. 국가적 재앙과 공포의 근원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보호의 주체인 정부에 의해 적극적으로 은폐되고 왜곡되는 상황에 노출되는 경험은 국민으로 하여금 심각한 집단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심각한 퇴행 현상 또한 박근혜 정부 4년의 주요한 특징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시도, 국가폭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피해자의 입장을 배제한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의 일련의 사건과 그때마다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단지 헌법질서 내에 존재하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절차에 장애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 전반적인 민주주의 감수성을 크게 후퇴시켰다.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감수성의 후퇴는 급기야 '일간베스트' 라는 괴물 사이트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혐오라는 패악의 바이러스를 강화시키고 확산시켰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과 혐오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갈등을 낳거나 혹은 더 깊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의회 정치의 실종은 우리 사회 전반의 무기력을 더욱 강화하였다. 오로지 대통령의 심기에 근거한 정치만 하는 여당과 수적 열세를 핑계로 무력한 모습만을 반복했던 야당은 더이상 국가와 국민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얻어진 4.13 총선 결과는 예상하기 힘든 놀라운 결과였다.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다종다양한 사고들로부터 치유되지 못한 사회적 트라우마가 성난 여론의 밑바탕에 누적되어 있었고 이것이 국민의 징벌적 투표 행위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의 상황은 전혀 효능감을 주지 못하고 고구마같이 팍팍한 국민의 일상에도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비판과 견제 및 감시 기능도 총선 이전과 다르지 않았고 국민과의 소통 또한 변함없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

 

여소야대 국면마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특권사회를 제대로 감시,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언론사를 통해 최순실, 박근혜의 국정 농단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끝을 모르는 이들의 욕망과 이를 위한 비상식적 일탈에 국민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국가 시스템 작동 불능의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게 나라냐' 라는 광장의 구호는 욕망의 금도를 넘어선 개인에 대한 외침이 아니다. 국가 통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이며 국가 시스템 작동의 주체 모두에 대한 총체적 문제 제기이자, 분노이자, 경고였다. 사실 그 전까지 '정권 퇴진' 이라는 구호는 그야말로 선언적인 구호일 뿐이었지만 지난 겨울 광장의 퇴진 구호는 더 이상 선언에 그치는 구호가 아니었다. 실제로 어려운 순간마다 촛불은 더 많이 모였고 요구 또한 구체적이며 끈질겼다. 촛불이 경고하면 세상이 움직이는 꿈같은 상황이 촛불에 참여하는 국민뿐만 아니라 참여하지 못했던 국민 앞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광장 민주주의가 제도 정치에 반영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그간 참여하지 않았던 국민 또한 민주주의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기 위하여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며 광장 인원은 회를 거듭할수록 기록을 경신하였다. 무엇보다도 선은 늘 악에 비해 강하지 못해 결국에는 악을 이기지 못하는 그간의 역사적 통념을 보란 듯이 깨버렸다. 광장에 모인 위대한 촛불들은 거악에 맞서면서도 끝까지 선을 포기하지 않았다. 폭력과 혐오에 대한 자체 정화능력까지 탑재한 광장의 촛불은 평등과 신뢰에 바탕한 평화를 끝까지 유지하였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을 얼마 앞둔 지난 2월, 장충체육관에 모인 1400여 명의 시민들은 새로운 2017 대한민국의 꽃길을 이야기하고 촛불권리선언문도 발표하였다. 부당한 권력을 탄핵 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위한 여정의 시작임을 다짐하고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분노한 다음 날

 

"분노한 다음 날이 더 중요하다." 특강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지젝이 남긴 말이다. 특강에서 그는 분노가 왜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는가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지젝은 정치권과 시민 사회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중들이 기존 질서에 타협한 탓에 분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분노의 다음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촛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바로 대선이다. 불과 6개월 전의 무기력했던 우리 사회를 기억해야 한다. 소중한 생명들이 세월호와 함께 깊고 어두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도, 역사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되어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 맺힌 이야기들이 삭제당해도, 우리 농업의 미래가 물대포를 앞세운 국가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해도 속수무책이었던 우리 사회를 기억해야 한다. 지난 겨울 광장을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가 던져준 시그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주요인물 몇 명이 구속되긴 했지만 여전히 그들 방식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끝까지 함께하겠다던 정치권의 목소리가 봄이 되니 사라지게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이제 대통령 탄핵이라는 승리감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겨우 대통령 탄핵과 촛불 대선, 그리고 국가 개혁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첫 단계를 마쳤을 뿐이다. 광장의 개혁 열기가 대선과 이후 정치를 통하여 제도 개혁과 국가 개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광장의 개인이 아닌 유권적 시민의 총체인 국민으로서 국가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위대했던 촛불의 다음을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선에만 관심을 두는 정치인들, 파렴치한 기업인들에게 강탈당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4.13 총선 결과에 따른 여소야대 국면과 대통령 탄핵 그리고 1700만 촛불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한국 사회는 장기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고. 우리에게 주는 열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기존의 체제가 상당한 정도로 변화될 수 있는 결정적 국면이 바로 지금이다. 지금을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

 

벚꽃은 엔딩을 했지만 내년에도 분명히 다시 찬란한 봄을 장식할 것이다. 내년 이맘때 한국 사회 민주주의가 피워내는 꽃이 어떤 모습일지는 바로 지금에 달렸다. 부디 촛불이 보여준 긍정적 역동성이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방향을 결정하는 이번 대선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토, 2017/05/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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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합니다. 부디 우리 촛불시민의 염원을 받들어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열어주시길 기원합니다. – 뉴스프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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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05/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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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관저동은 아파트 단지가 많은데도 마을공동체 활동이 매우 활발한 곳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공동체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는데요. 교육부터 먹을거리까지 분야도 매우 다양합니다. 희망제작소 지역정책팀이 관저동 마을활동가분들을 만났습니다.


책과 함께 하는 친환경 놀이공간,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2007년, 마을에 어린이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주민이 삼삼오오 모여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을 탄생시켰습니다. 내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어주고 싶어 참여하기 시작한 엄마들. 이제는 지역의 모든 아이를 위해 자원봉사자가 되어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지역의 아이들이 마을도서관을 통해 어른의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잠이 안 올 정도로, 양말에 구멍이 난 것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공동체 활동을 하는 이유는 그것보다 더 큰 보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은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여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일상 속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발로 뛰는 생활밀착형 마을 언론, 관저마을신문

대전 최초의 마을신문인 관저마을신문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발행되고 있는 탄탄한 마을 언론입니다. 중앙의 언론 기사가 일상생활과 괴리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주민이 살아가는 마을에 초점을 두어 지역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신문 발행의 전 과정이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쇄에 드는 비용을 매달 부담하는 것은 공동체 입장에서 만만찮은 일입니다. 일부는 주민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은 활동가들이 메꾸면서도 8면 모두를 컬러 인쇄만 고집하는데요. ‘이웃의 얼굴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웃과의 소통에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활동가들의 믿음. 어렵고 힘들더라도 공동체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 월 1회 발행되는 관저마을신문.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지역의 중대한 문제까지, 마을의 생생한 현장을 주민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 월 1회 발행되는 관저마을신문.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지역의 중대한 문제까지, 마을의 생생한 현장을 주민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관저품앗이

2004년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한 관저품앗이는 그 활동이 오래된 만큼 지역사회에 공동체 활동을 확산시킨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저품앗이가 공유공간을 마련한 덕에 주민이 서로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다른 공동체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관저품앗이는 지금까지도 마을의 사랑방 역할뿐만 아니라 관저마을신문사, 꿈앗이공동체에 활동공간을 제공하면서 마을공동체의 활동기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꿈을 연주하는 서구청소년드림오케스트라

2013년 창단한 서구 청소년드림오케스트라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저소득층 자녀와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에게 음악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주민들은 이곳을 직접 운영하며 음악교육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 관저품앗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수공예품. 모두 주민들의 작품입니다. 관저품앗이 카페는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유공간입니다.

▲ 관저품앗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수공예품. 모두 주민들의 작품입니다. 관저품앗이 카페는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유공간입니다.

청소년이 행복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 꿈앗이

어떻게 하면 청소년이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마을주민들이 모여 대안적 활동을 제공하는 교육공동체 꿈앗이를 만들었습니다. 꿈앗이는 마을의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쟁에 지친 청소년들이 협동의 가치를 배우고 대안적 삶을 찾아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관저마을모임

한살림을 이용하는 관저동 주민 모임으로,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뜻깊은 생활’을 실천하며 농산물 직거래, 안전한 먹을거리와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마을 안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마을공동체들은 ‘관저공동체연합’을 구성하여 마을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공동체적 협동 방식이 필요하지만, 힘겨운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에 시작이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창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면 됩니다. 혹시 내가 생활에서 느낀 불편함이 이웃과 조금만 소통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으로 출발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소통에서부터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요.

– 글 : 이다현 | 지역정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 대전 관저동 마을공동체가 더 알고싶다면?
1) 기획하고 실천하는 ‘관저공동체연합’ (클릭)
2) 얘들아, 같이 크자_관저 청소년 문화제 (클릭)
3) ‘태양지공!’ 태양열로 책을 읽는 도서관이 있다는데… (클릭)
4) 즐거운 뉴스가 가득한 ‘관저마을신문’ 이야기 (클릭)
5) 마을 신문으로 이웃 소통 회복 (클릭)

금, 2017/05/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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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후보는 Δ고도제한완화 Δ광역철도 확정시 조기착공 및 강서구청역 설치 Δ경인고속도로 지하화와 지상공원... 금 후보는 "여론조사를 보면 제가 박빙열세로 나온다"면서도 "강서갑 유권자들이 변화를 원하는만큼 앞으로...
수, 2016/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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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별 표본 크기가 작아 예측이 어려운 출구조사는 지난 총선에서 127석의 민주통합당 의석수를 맞힌 방송사가 없는 등 지난 5차례 총선에서 모두 예측이 크게 벗어나 '여론조사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2016.04.13. go2...
수, 2016/04/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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