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군산 OCI 폴리실리콘 제조공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실레인 가스 유출로 알려졌으나, 이후 사염화규소가 누출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OCI 측은 사고물질 발표에서 혼란을 초래했다.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환경부가 누출경위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략의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탱크배관에 문제가 생겨 크랙이 발생하였고, 긴급 응급조치를 하던 중 잔압에 의해 배관 내 가스가 누출된 것이다
사고 초기 피해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5일 현재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본래 실란은 눈과 피부를 자극시키는 극인화성가스로, 실란에 노출되었을 경우 피부와 눈에 심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는 구역, 두통의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폐선유증을 일으킬 위험이 크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래서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OCI 군산공장 인근 논과 가로수 등에서 논작물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또한 메스꺼움과 두통을 호소하는 군산주민들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흡사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군산시와 화학물질안전원은 2012년 구미시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그랬듯이 피해확산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하고 있지만 썩 믿음이 가진 않는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화학물질사고가 계속되자, 정부는 관련법인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으로 개정하여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고대응을 위해서라며 화학물질안전원도 2014년 2월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고,사고대응에 있어서도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이번 사고의 키워드는 ‘주민의 알권리’다
당일 사고를 최초 보도한 언론사의 기사 ‘미군부대에 알리고 시민들은 나몰라라’는 충격적이었다. 이번 사고의 핵심 역시,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알권리의 문제인 것이다. 지역사회알권리는 효과적인 화학물질 사고예방과 비상대응을 위한 전제조건임이 이미 세계 화학물질사고의 교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
사고예방차원에서 지역사회 알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개정 시행 중인 화관법 42조에는 사업주의 사고예방을 위한 화학물질관리 책임과 함께 그 관리계획을 지역사회에 정기적으로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사업주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5년이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라는 벌칙은 있으나마나한 규정이 되고 있다.
현행 화관법에서는 모든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사고대비물질69종에 대해서만 지역사회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다시 말해 이번 사고 물질로 거론되는 실레인 또는 사염화규소는 위험성이 있어도 고지의 의무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이같이 고지 의무를 받지 않지만 위험성이 높은 물질은 너무나도 많다.
또한 고지의무가 취급하는 자인 사업주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가 제정된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고지의 책임을 지자체장에게도 지움으로써 알권리 보장효과를 높이고 있다.
시급히 사고대비물질을 최대한 확대하여 관리하고, OCI와 군산시가 군산시민들에게 모든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과 화학사고 시 전달방법, 주민대피요령 등을 직접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고지 내용이 제대로만 알려진다면 지역 주민의 불안감은 대폭 감소할 수 있다.
제42조 (위해관리계획서의 지역사회 고지)
①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취급 사업장 인근 지역주민에게 제41조제1항에 따른 위해관리계획서의 내용 중에서 다음 각 호의 정보를 알기 쉽게 매년 1회 이상 고지하여야 한다.
1.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의 유해성정보 및 화학사고 위험성
2. 화학사고 발생 시 대기·수질·지하수·토양·자연환경 등의 영향 범위
3. 화학사고 발생 시 조기경보 전달방법, 주민대피 등 행동요령
② 제1항에 따른 지역주민에의 고지는 서면통지, 개별설명, 집합전달 등의 방법 중에서 하나 이상의 방법으로 한다.
사고대응차원에서 지역사회알권리가 외면당하고 있다
현행 화관법 43조에는 사업주는 화학사고 발생 시 관계기관에 즉시 신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지역주민과 취약기관인 학교, 병원 등에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지난해 화학물질안전원이 발표한 사고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2월부터 9월까지의 76건의 화학사고 중 지역주민를 포함한 학교, 병원에 어떤 형태로든 알린 사고는 단1건도 없었다. 또한 이 규정도 마찬가지로 지자체가 해야 할 책임이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지사, 시장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다.
제43조 (화학사고 발생신고 등)
① 화학사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해당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즉시 위해관리계획에 따라 위해방제에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화학사고의 중대성·시급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취급시설의 가동을 중단하여야 한다.
②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즉시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하여야 한다.
이번 군산 누출 사고 역시 관계기관끼리는 10여분 사이에 소통되었지만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공단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게는 2~3시간이 지난 후에야 안내방송이 나가는 데 그쳤다. 때문에 첫날 12명에 그쳤던 주민 부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농작물, 토양 등 재산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관법 개정을 통해 신고기관에 학교,병원 등을 추가하고 신고와 지역사회고지 의무를 지자체장에게 주어야 한다.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된 지역통합관리대응체계가 필요하다.
화학사고의 위험은 잘 알지 못할 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미리 알고 대비하고 비상대응훈련으로 제도화되고 체계화될 때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 폭발, 누출 사고는 막을 수 있고, 피해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세계화학물질 사고의 교훈은 정부와 기업 주도만으로는 사고예방과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당사자인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되고 사고발생 지역의 각 주체들이 참여하는 지역통합관리대응체계만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정부당국과 지자체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장 효과적인 사고예방과 비상대응체계인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를 하루라도 빨리 추진해, 화학물질사고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군산에 도착해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경암동 철길마을입니다. 제지원료를 역까지 실어나르기 위해 사용된 철길인데요, 회사 근로자들이 철로 바로 옆에 집을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마을입니다. 2008년까지는 기차가 운행되었으나 지금은 다니지 않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 철로는 일제강점기에 쌀을 군산항까지 실어나르기 위한 수탈의 길로 사용된 내력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방문해서 군산의 근대를 잠시 훑어보았습니다. 군산에는 이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집들도 많지만,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 적산가옥으로 개조할 예정인 곳들도 많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과 더불어 군산에서 일어났던 민족운동, 사회운동을 소개하고 1930년대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한 시설을 통해 군산 근대 역사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모형으로 수탈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부잔교(뜬다리) 또한 수탈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부잔교는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서 큰 배들이 항구에 정박하기 힘들기 때문에 물높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다리인데, 이 다리를 통해 쌀이 옮겨져 일본으로 반출되었습니다. 항구 주변에는 굶주린 사람들이 쌓여 있는 쌀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보초를 세웠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가 부잔교의 모습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옛 군산세관입니다. 이곳 또한 일제가 쌀을 수탈하던 창구로 이용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08년부터 1990년대까지 세관으로 사용되었는데, 지금은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도 돌아보았습니다.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18은행은 일제 식민지 지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금융시설입니다. 쌀 반출 자금과 토지 강매 등 수탈한 자금이 이 은행들에서 관리되었습니다. "이 금고가 채워지기까지 우리 민족은 헐벗고 굶주려야만 했다"는 문구가 이곳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나타내줍니다.
다음으로 임피역에 도착했습니다. 일제는 호남 평야의 쌀을 운반하기 위해 군산선을 건설했는데요, 군산선의 간이역인 임피역은 호남 지역에서 수확한 쌀을 군산항으로 옮기기 위한 중간 거점이었습니다. 해방 후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모습 또한 임피역이 가지고 있는 기억입니다. 이 역을 스쳐 지나갔을 많은 식민지 시대 사람들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일본 본토에 낮은 가격으로 쌀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인 지주들은 농민들에게 높은 소작료를 요구했는데요, 1927년에는 터무니 없는 소작료를 요구한 농장주에 대항해 수 백명의 농민이 들고 일어난 옥구농민항일항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1919년 만세운동, 20~30년대 총파업투쟁 등 군산에도 저항 운동은 지속되었습니다.
군산의 대표적인 일본인 대농장주는 구마모토 리헤이입니다. 현 발산초등학교 한편에는 정원에 마구잡이로 가져다 놓았던 발산리 5층 석탑, 석등 등 여러가지 문화재가 남아 있고 귀중품을 보관했던 금고 건물도 한켠에 텅 빈 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견고한 벽, 두꺼운 철제 문과 숨겨진 가파른 계단이 이 건물의 용도를 말해줍니다.
근처에는 1920년대 구마모토에 의해 별장으로 지어진 가옥이 있습니다. 당시 구마모토가 불러온 이영춘 박사가 해방 후에도 이곳에서 계속해서 거주하며 우리나라 보건 분야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기 때문에 이영춘 가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국사에 들렀습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입니다. 대웅전 뒷편에는 일본식 대나무숲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국사 한 켠에는 군산 평화의 소녀상이 있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분들을 뜻하는, 서 있는 소녀상입니다. 소녀상 뒤에는 일본 조동종의 참사문, 즉 참회와 사죄의 글이 적혀 있는데요, 메이지유신에서 태평양 전쟁에 이르는 시기 일본의 지배 야욕에 불교가 가담한 행태에 대해 아시아인들에게 사죄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거점이었던 군산을 돌아보았습니다. 함께한 민족문제연구소 김재호 선생님은 일제에 의해 계획적으로 수탈의 도시로 만들어진 군산이 식민 유산에 대해 근대문화유산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새로운 건물조차도 일제식으로 만드는 등 식민지 근대화론의 긍정적 해석이 될 수 있는 오늘날 군산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수탈을 위해 만들어지고 사용된 철길, 항만시설, 은행, 세관, 조선인들에게 높은 소작료를 징수하고 대농장을 가졌던 일본인 지주... 군산이 가지고 있는 유산은 대체로 일제강점기 수탈이라는 잔혹한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과 시설을 보면서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도시가 가지고 있는 유산을 지금 시대에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할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근현대사아카데미는 8월에도 계속됩니다. 시민들이 만든 대통령, 시민들과 많은 것을 나누고자 한 대통령이 머물던 곳, 가장 최근의 역사를 품고 있는 김해를 방문해 참여민주주의를 생각해봅니다.
지난 몇 주간 사드 배치 예정지 성주 소성리는 매일매일 불안과 긴장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4/26(수) 한미 정부는 경찰 병력 8천여 명을 동원해 주민과 종교인, 지킴이들을 폭력적으로 고립시킨 채 사드 장비 일부를 반입했습니다. 미군들은 절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면서, 웃으며 유유히 부지로 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달려오셨고, 후원금과 후원물품, 응원의 메세지가 쏟아졌습니다. 우리는 평화캠핑촌에서 텐트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사드 장비 추가 반입과 유류 반입을 막았습니다.
800여 명이 함께 마을에서 자던 날, "오늘밤은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며 오랜만에 부녀회장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5월 13일, 소성리에 모여주세요. 사드 부지를 둘러싸고 함께 외쳐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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