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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민주주의기행]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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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민주주의기행]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익명 (미확인) | 월, 2015/08/31- 14:38

2015-08-12 11.34.50

 

지난 8월 12일부터 25일까지, 12박 14일의 일정으로 <유럽민주주의기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작년 겨울, ‘유럽의 민주주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올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고 시작했던 대화가 이번 여름, 정말 비행기를 타고 유럽을 다녀오는 사업으로 실행되었습니다.

이번 기행은 본격적인 사업으로 시행하기 전 파일럿 프로그램의 성격으로 진행했기에 사무국과 기획위원, 실행위원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방문지는 독일의 베를린과 이탈리아의 피렌체, 로마였습니다. 이번 기행을 바탕으로 향후 <민주주의기행>이 공식적 사업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베를린에서는 독일의 공공서비스 노조인 Ver.di, 연방정치교육원(bpb), 사민당(SPD), 기민당(CDU)을 방문했습니다. 각각의 기관과 정당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독일의 정치를 이해하는데 단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베를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후 독일이 어떤 마음으로 반성하며 사회를 재건했는지, 통일 전후의 사회를 어떻게 운영했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는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 당시 이탈리아의 사회와 정치 상황을 보고자 했습니다. 베키오 다리, 우피치 미술관, 시뇨리아 광장, 베키오 궁전, 산타크로체 성당, 두오모 성당 등 마키아벨리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남아있는 도시 속 흔적들에서 그 당시를 찾아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행선지인 로마에서는 거대한 제국이었던 로마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만 돌리면 사방에 있는 유적들을 보면서 당시 로마의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며, 바티칸 시국에서도 르네상스 시기의 문화 번성기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포로로마나(Foro romano, 영 : Roman forum)를 돌아다니며 공화정 당시의 로마 도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10명의 정치발전소 회원들이 처음 시작한 유럽민주주의기행의 경험과 기억이 정치발전소의 다른 회원들에게, 한국 사회의 많은 시민들에게 좋은 정치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평가회의와 관련 세미나 등을 거치면서 이 경험과 기억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내년에도 좀 더 발전된 유럽민주주의기행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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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1

[사회정책연구센터 _ 르포 읽고 쓰기 모임]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사실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르포.
삶의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기록문학의 매력이죠.

좋은 르포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이번 모임은 ‘읽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읽고 쓰기’입니다.

주제도 있습니다. 바로, ‘노동’입니다.
노동을 주제로 한 달에 한 편, 총 네 편의 르포를 써야 합니다.

각자 써온 르포를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고, 다시 고쳐 쓰면서 집단적 성장의 즐거움을 맛보았으면 합니다.
연말이 되면 네 권의 책, 네 편의 르포, 측정할 수 없는 보람이 남을 것입니다.

기간 : 8월~12월 격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9시30분 (총 8회)
장소 : 서울혁신파크 내 정치발전소 (불광역 2번 출구)
방식 : 1회 책 읽고 토론하기/ 2회 각자 써온 르포 읽고 평해주기 (수정본 공유)
참가비 : 5만원 (입금 계좌 : 농협 036-12-101163 박선민)
참가신청 : http://goo.gl/forms/q0FWBJdx8J

진행 : 박선민 사회정책연구센터장
문의 : [email protected]

커리큘럼

1차(8월31일) 노동여지도 (박점규, 알마)
2차(9월14일) ‘나의 노동’ 르포 써오기

3차(10월12일) 노동자, 쓰러지다 (희정, 오월의봄)
4차(10월26일) ‘일하다, 아프다’ 르포 써오기

5차(11월9일) 그의 슬픔과 기쁨 (정혜윤, 후마니타스)
6차(11월23일) ‘다른 이의 노동’ 르포 써오기

7차(12월7일)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8차(12월21일) ‘자유 주제’ 르포 써오기

* 신청 전 한 번 더 생각하세요!
글쓰기 기법 등 이론 수업이 없습니다. 르포 전문가의 가르침도 없습니다.
<르포 읽고, 쓰기 모임>은 비전문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집니다.

금, 2015/07/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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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르페브르의 비판적 독해 웹자보

 

[철학] 앙리 르페브르의 비판적 독해

강사 조명래
개강 2017년 10월 11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30 (10강, 175,000원)

강좌취지
앙리 르페브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맑스주의 도시철학자라 할 수 있다. 1901년 태어나 199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세기 자본주의하에서 규정되는 삶의 존재론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60여 권의 책과 수많은 글을 썼다. 그가 평생 다룬 테마는 소외, 변증법, 일상, 도시, 재현, 기호, 공간, 리듬, 국가 등 그 스펙트럼이 엄청 넓고 다양하다. 이 모두를 그는 헤겔, 니체, 맑스의 이론을 절합, 구성한 메타필로소피란 사유 틀에 담아 풀어내어 읽어내고자 했다. 그는 프랑스 공산당의 주요한 이론가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68혁명을 일으킨 소르본 대학생들의 멘토이기도 했다. 그의 이론에는 포스트맑시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여는 요소까지 함축되어 있다. 그만큼 르페브르는 읽을 거리가 풍부한 이론의 저장고다. 본 강좌는 르페브르에 관한 두 권의 책으로 르페브르를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방식으로 10주간 진행된다. 영국의 비판적 공간이론가인 엔디 메리필드(Andy Merrifield)가 2006년에 펴낸 『앙리 르페브르: 비판적 입문』(Henri Lefebvre: A Critical Introduction)과 호주의 비판 법학자인 크리스 버틀러(Chris Butler)가 2012년에 출간한 『앙리 르페브르: 공간정치, 일상생활, 그리고 도시에 대한 권리』(Henri Lefebvre: Spatial Politics, Everyday Life and the Right to the City)이다.

1강 르페브르의 생애, 이론세계, 연구테제
2강 테제 1: 일상생활, 테제 2: 모멘트(moments)
3강 테제 3: 자발성, 테제 4: 도시성
4강 테제 5: 공간성, 테제 6: 글로벌라이제이션과 국가
5강 테제 7: 신비화된 의식과 중간정리
6강 르페브르의 ‘사회이론’에 대한 해석
7강 르페브르의 ‘공간의 생산’에 대한 해석
8강 르페브르 이론에서 ‘공간, 추상화, 법칙’의 문제
9강 르페브르 이론에서 ‘국가권력과 공간권력’의 문제
10강 르페브르 이론에서 ‘근대성, 일상리듬, 도시권리’의 문제


참고문헌
Andy Merrifield, 2006, Henri Lefebvre: A Critical Introduction, Routledge: New York.
Chris Buttler, 2012, Henri Lefebvre: Spatial Politics, Everyday Life and the Right to the City, Routledge: New York.


강사소개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한국공간환경학회장(역임), 한국엔지오학회장(역임), 인간도시컨센서스 공동대표, 환경'정의 공동대표,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한국도시연구소장(역임), 국제저널 Space and Culture 편집자문위원.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 웹자보

 

[철학]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

강사 황수영
개강 2017년 10월 13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30 (7강, 122,500원)

강좌취지
시몽동의 주저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의 번역 출간을 기념으로 저자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해설서인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를 기반으로 주요 개념들과 사상을 이해하고 자연과 인간, 기술과 정치 등 여러 측면에서 그의 철학이 가지는 현대적 의미를 살펴봅니다.

1강 시몽동 사상의 배경(철학과 과학)
2강 기본 개념들(개체화, 전개체적인 것, 형태와 정보)
3강 물리적 개체화
4강 생명적 개체화
5강 정신적 개체화
6강 개체초월성과 집단적 개체화
7강 사이버네틱스와 기술철학


참고문헌
시몽동,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 그린비, 2017
황수영,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 그린비, 2017
황수영, 『시몽동』, 컴북스, 근간


강사소개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를 번역하고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를 썼다. 8월 말에 시몽동의 주저 번역서와 해설서를 출간했다. 생성을 사유하는 모든 철학자들에 관심이 있다.

 

 

오르세 미술관 : 19세기 예술의 정신병리학

 

[미술] 오르세 미술관 : 19세기 예술의 정신병리학

강사 백상현
개강 2017년 10월 11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30 (8강, 140,000원)

강좌취지
19세기 미술에 대한 집중적 탐사를 시도하는 강의다. 프로이트-라깡학파의 정신병리학과 응시 이론을 토대로 근대미술의 구조를 밝힌다. 특히 『라깡 세미나 11』에 나타난 미학이론의 관점에서 19세기 미술의 전환기를 탐사한다.
이를 위해 강의자는 오르세 미술관으로 청자들을 초대한다. 오르세 미술관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구성, 정신병리적 증상들을 제시한다. 특히, 오르세의 작품들을 중세의 회귀라는 관점에서 논증하는 강의가 될 것. 퓌비 드 샤반느, 아르누보, 고흐, 고갱, 등등의 작가들은 어째서 중세적 신비주의를 추구했을까? 마네와 모네, 드가와 피사로 그리고 르느와르는 과연 현대미술의 기원이 되었던 것일까? 정신분석의 이론으로 해부되는 오르세의 작품들은 이제까지의 서양미술사가들이 보여주었던 면모와는 전혀 다른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1강 오르세 미술관의 존재론 : 미술관의 장소, 토포스는 욕망을 가두는 미로인가?
2강 낭만주의 회화의 본질, 중세적 윤리관.
3강 쿠르베의 사실주의 회화와 프랑스 사회당의 연대 : "안녕하세요 미테랑 씨!".
4강 고갱의 오리엔탈리즘 : 사기꾼과 예술가 사이. 편력의 의미.
5강 반 고흐의 정신병리학 : 아를르의 유령과 미친 영웅.
6강 퓌비 드 샤반느와 중세의 회귀 : 신 없는 중세의 도래와 현대의 시작.
7강 프라 안젤리코의 후예로서의 마네 : 마네의 모던 신비주의.
8강 모네, 드가, 쇠라 : 광학과 신학.


참고문헌
「라깡의 인간학 : 세미나 7의 강해」(백상현, 2017, 위고).
「라깡의 루브르」(백상현, 2016, 위고).
「라깡 세미나 11」(새물결).


강사소개
정신분석학자. 프랑스 발랑스의 '에꼴데보자르' 졸업 후 파리8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라깡의 정신분석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학위논문 : 「증상적 문장, 리요타르와 라깡」). 고려대, 이화여대, 숭실대 등에서 정신분석과 미학을 강의했으며 한국프로이트라깡칼리지FLC 상임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임상분석가를 대상으로 여러 형식의 강의를 시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라깡의 인간학: 세미나 7의 강해』(위고, 2017), 『라깡의 루브르』(위고, 2016), 『고독의 매뉴얼』(위고, 2015),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책세상, 2014), 『헬조선에는 정신분석』(공저, 현실문화, 2016), 『발튀스, 병적인 것의 계보학』(현실문화, 근간)이 있다.

 

 

 

 

다중지성의 정원 http://daziw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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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7/10/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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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개혁공약들 중요하나
국가와 대통령에 권력집중을
중심적인 문제로 보지 않는다
관료행정체제 근본적 문제들의
책임을 묻고 개혁하지 않는다면
대선 과정에서 큰 공백이 될 것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해방 후 미군정 관리로 근무하기도 했던 그레고리 헨더슨이 1960년대 말 출간한 『소용돌이의 정치』는 권력이 국가권력의 중앙으로, 공간적으로는 서울로 집중하면서 중심을 향해 치닫는 권력경쟁의 소용돌이가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그의 주장이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지금은 더 강한 설명력을 갖는다고 믿는다. 정치체제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구 내에서 권력이 사회로 분산되고 다원화되기보다 국가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으로 더 집중화되고 있는 현상이야말로 그의 이론을 뒷받침한다. 헨더슨 이론의 모델이 되는 프랑스 정치이론가 토크빌은 구체제로부터 시작되는 중앙으로의 권력집중이 프랑스대혁명의 원인이었지만 혁명 이후 공화정하에서 그 권력집중을 구현하는 행정관료체제는 더 강화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분석은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설명력을 갖는다.

60~70년대 권위주의적 산업화는 국가가 위로부터 경제발전을 주도했던 모델 사례의 하나로 알려져 발전국가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흥미 있게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세계경제 환경의 혁명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에 관한 한 국가가 주도하는 관치경제는 그래도 유지돼 왔다. 이 특징을 “신자유주의적 발전국가”라는 형용모순적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원래 사적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을 줄이고,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했던 신자유주의 이론이 경제 운영에서의 작은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었다고 할 때 한국에서의 관치경제를 통한 신자유주의는 최소한 그 원리와는 모순된다. 그 핵심원리로서 민영화는 관료기구의 역할, 기능뿐 아니라 관료행정체제의 목표와 운영의 규칙, 그리고 관료공직자들의 행위규범과 가치 자체를 외주화했다. 그리고 또한 공직윤리와 공익정신을 뚜렷하게 약화시켰다. 그러는 동안 중앙부서 산하의 300여 개에 달하는 공기업, 공사, 청 단위 여러 형태의 공공기구들의 재정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팽창했다. 또한 민영화는 공적 영역과 사적 민간 영역 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공적인 것도, 사적인 것도 아닌 애매한 기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 넓은 영역이야말로 부패와 비리, 편법과 탈법, 무능과 무책임의 온상이 되기에 적합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것을 통해 승계를 지원했다는 혐의는 지금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주요 쟁점의 하나라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공기업, 사기업 모두를 포함해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재정 규모를 갖는 사업체의 하나인 대표적인 공공기구의 결정 과정이 이사회를 뛰어넘어 대통령의 의사 하나로, 그것도 사적 목적을 위해 결정이 날 만큼 허술하기 그지없다. 그 밖에도 코레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사업 규모와 거래는 천문학적이다. 대통령과 관료기구의 권력은 너무 커졌을 뿐만 아니라, 그 운영의 책임 또한 약하고, 불분명하기만 하다. 민주주의하에서 국가운영의 최대 과제는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의 장들과, 그들의 휘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공기업, 공사들이 수행하는 공적 결정과 업무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관리, 통제하고, 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본다.

민주주의에서는 제도를 벗어나 정치와 사회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의 공간은 단지 좁게 열려 있을 뿐이다. 모든 사회세력이 크든 작든 각기의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상호 간 억제와 균형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큰 개혁은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가 불러온 정치적 격변은 일정 기간 그동안 현상을 유지했던 힘들이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불러왔다. 평상시에는 어려운 구조개혁도 가능한 공간을 열어놓았다. 대선에 나설 주요 정당 후보들은 청와대 개혁, 검찰 개혁, 재벌 개혁 등을 포함하는 여러 주요 개혁안들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 사안들이 무척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과 병행하면서 그것을 떠받쳐온 중심적인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개별적인 개혁안들은 대통령과 국가권력의 팽창이라는 현상의 여러 측면 가운데 어떤 것들을 드러내는 문제들이다. 관료행정체제의 비대화와 무능력, 무책임과 비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아직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다. 국가관료체제에 대해 책임을 묻고 또 그것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선 경쟁 과정에서 드러나는 큰 공백이라고 생각한다.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명예교수

[출처: 중앙일보] [최장집 칼럼] 관료 행정개혁과 책임의 문제

화, 2017/01/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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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통치의 시간’, 준비돼 있습니까?

정치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선거 시기가 되면 연락이 뜸하던 친구들로부터 종종 안부 확인을 겸한 선거의 전망을 묻는 전화를 받곤 한다. 며칠 전에도 친구로부터 ‘선거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전화를 받았다. 긴 수다 끝에 친구가 물었다. “근데 왜 이번 대선은 12월이 아니라 5월에 하지?”, 농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뜬금없는 질문을 받고 순간 당황했다. 중년의 건망증이라고 서로 웃어넘기긴 했지만, 통화가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친구의 질문이 영 생뚱맞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잊은 채, 선거판의 정글에 빠져들어 길을 잃고 있는 것이 단순한 건망증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대선의 열기 속에 어느새 까마득한 일이 된 듯하다. 간간이 언론을 통해 양념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전임 대통령을 비롯한 사건 연루자들의 사법처리과정과 수감생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만이 우리가 왜 12월이 아니라 5월에 대선을 치르고 있는지를 문득 상기시킬 뿐이다.
이번 대선은 87년 민주화 이래 최대 사건, 헌정 중단에 준하는 정치적 대위기가 초래한 선거이다. 또한 대다수 시민들은 대통령을 파면한 것을 폭군을 내쫓은 일종의 명예혁명으로 이해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다음 정부는 명예혁명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주조해야 하는 비상한 책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그러한 비상함은 찾기 어렵다. 선거 과정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를 잊게 할 만큼, 이전의 여느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 문제를 두고 냉전적 시각으로 상대를 적대하는 것도, 심판론의 연장인 적폐청산론으로 피아를 구별해 적대하는 것도 그렇다. 이놈 저놈 하는 격한 정치적 언사도 모두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 틈을 타 탄핵당한 헌법 밖의 정치세력이 슬슬 다시 몸을 풀고, 또 그만큼 적대와 증오는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면 모든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될 거라는 자족적 기대도 상당히 커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탄핵정국 통해 표출된 사회적 에너지의 규모에 비춰, 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의 다양함에 비춰,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복합적인 성격에 비춰 지극히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번 대선이 12월이 아니라 5월에 치러지게 된 것은 통치의 위기가 불러온 결과다 
보수-진보, 여-야를 떠나 절대 다수 시민들이 유사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고 통치자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 과정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넘어, 극심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균형, 시장을 지배하는 권력과 재벌 간의 오래된 담합구조, 대통령과 청와대로 초 집중화된 권력체계, 자율성과 자생력을 상실한 대학을 비롯한 사회 각 부분, 예스맨들의 집합체가 된 집권당과 책임성 없는 내각, 외교안보적 무능력과 리스크 증대 등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 각 영역의 누적된 위기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일거에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 조기 대선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보인 “이게 나라냐”라는 광장의 함성은 더 나은 통치에 대한 시민들의 집약적 요구라고 할 수 있고, 이번 선거는 그것을 묻고 있다.
선거는 정치가 가진 여러 얼굴 가운데, 가장 경쟁적이며 대립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선거가 정치의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다. 선거가 끝나면, 누가 집권하든 통치의 시간이 온다. 통치(government)는 원래 배의 키를 잡는 행위에서 유래한 말이다. 키를 잡고 거대한 함선을 이끌 듯이 최선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나라의 전반을 조정하고, 조율하고, 운행하는 정치적 실천이 통치다. 따라서 선거하듯 통치할 수 없다. 민주적 통치는 경쟁보다는 건설적 협력을, 대립보다는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해야 한다.
더 좋은 통치의 비전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핍박과 조롱을 통해 이기는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통치의 위기가 불러온 이번 대선의 의미를 정확히 뒤집는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 과정에서 과도하게 동원된 적대와 상대에 대한 모욕은 비단, 후보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든 그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 역시 그러한 적대와 모욕으로 고통받는다. 우리가 협력할 수 있고, 또 서로 존중받고 있다는 시민적 공감대가 없다면, 선거의 뒤끝은 격렬한 분열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의 분권정부, 즉 소수파 정부일 수밖에 없다. 지금 유력한 대선후보가 상대하는 후보와 정당은 선거가 끝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 촛불을 거치면서 높아진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수준 속에서 나라를 이끌기 위해서는 집권한 정당, 후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첩첩산중이다. 아무리 승부가 중요하다 해도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 서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신뢰의 근거는 남겨놓아야 한다. 그것이 통치의 시간을 준비하는 ‘통치자의 태도’이다.
선거는 이제 종반전이다. 비상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평범한 선거를 보며,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다. 단 며칠이라도 적대와 증오, 서로에 대한 모욕이 커지는 선거가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공동체를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서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이해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그 맨 가장자리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발견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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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05/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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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입력 : 2017.01.28 10:15:00수정 : 2017.01.31 13:25:03

[이대근의 단언컨대]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 반기문 정치란

초단타 매매

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정치, 혹은 선거란 4개월 정도 고생해서 운 좋으면 5년짜리 대통령할 기회를 잡고 아니면 그만인, 손해 볼게 없는 손쉬운 투자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효율성 높은, 경제적인 정치다. 그러나 이 나라 전체로 봐서는 이건 정치라기보다 초단타 매매의 투기이자 도박이다.

자기 목소리, 자기 언어가 없는 반기문

반기문이 매일 무언가를 말하지만 반기문의 목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을, 누군가 조언한 내용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건 누구 보다 말하는 그가 잘 알겠지만 듣는 이들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대타협이니 대통합이니 하며 내면화 되지 않은 언어들을 기계처럼 말하는 것으로는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없다. 그가 동원하는 정치언어들은 오랫동안 정치권에 유통되던 상투어들이다. 그러므로 그런 언어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정치적 설득이 충분할 리 없다. 그의 삶과 철학, 정치적 전망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야 하고, 그래야 귀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게 없는, 그저 듣기 좋은 말들의 반복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가령 정치교체라는 주장이 그렇다. 이 말 속에 자신의 비전이 담겼다면 그토록 진부한 구호로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진정 정치교체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 말을 외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을 넘어 그 말을 실천할 자신만의 비전과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정치교체든 무엇이든 뭔가를 바꿀 것 같은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자신과 같이 주어진 역할만 해왔던 외교관 후배들, 실패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과거 실세들을 끌어 모아 정치를 교체하겠다는 것은 정말 실없는 소리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실패한 정권의 사람을, 교체당해야 할 사람들을 내세우는 모험은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그게 모험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눈치 빠르다는 그도 정치교체라는 개념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하는지 모를 만큼 정치감각도 결여되어 있다.

정치 9단 흉내 내는 정치 초보

정치를 처음 하는 그로서는 감당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분명한데도 정치 9단이나 할 일을 하고 있다. 정치를 한다면서 앞장서는 일이 누구를 만나서 합치고 누구와 엮고 묶는 일이다. 정치 숙련도가 높은 정치인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초보 정치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는 서로 지향점이 다른 여러 개의 정당과 대선 주자들을 묶어서 하나의 세력으로 통일할 역랑도, 그들을 이끌어갈 지도력도, 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념을 대표할 능력도 없다. 그런데도 이제 배워가며 정치를 하는 처지라면서 기성 정치인도 하기 어려운 일에 매달리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되어 무엇을 할지는 보이지 않고 정치공학부터 하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낯선 곳에서의 정치

그는 지하철 승차권 발매 실수를 두고 기자에게 해명하기를 당신들도 파리에 갔다면 그런 일이 없겠느냐고 했다. 그에게 서울은 파리처럼 낯선 곳이다. 서울 생활은 곧 파리 생활인 것이다. 10년 동안 계속 했어도 쉽지 않은 게 정치다. 그런데 10년 동안 한국 밖에, 평생 정치 밖에 있던 그가 갑자기 한국에서 정치를, 그것도 아무런 준비 없이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면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의 말을 십분 이해한다. 그는 정치에 서투른 사람이다.

그는 한국 시민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몸으로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청년 문제를 언급하면서 취업이 안 되면 자원봉사라도 하라는 엉뚱한 말을 해놓고도 그 발언의 문제가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계속 “국민의견을 종합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를 되풀이한다. 그런데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지도자가 물어봐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전문가의 의견을 원치도 않는다. 시민들은 말할 만큼 했고 행동할 만큼 했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반기문이 시민의 뜻을 어떻게 대변할 건지, 무엇을 먼저 바꿀지 우선순위를 매길 것을 원한다.

그는 이념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립은커녕 국민적 합의, 통합이라고 할 만큼 시민들의 의사가 이렇게 결집된 적이 없다. 박근혜 게이트로 구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합의를 이루어냈는데 이념 대립을 주요 의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아직 어느 나라에 도착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는 “패권과 편가르기의 정치에서 분권과 협치의 좋은 정치로 가야 한다”면서 하루 빨리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패권은 문재인 세력, 박근혜 세력을 말하는 것 같은데 박근혜 세력은 소멸중이니 남은 것은 이른바 친문패권이다. 그걸 타파하려면 당내 민주주의나 당내 경쟁체제의 구축, 패권적 행태의 해소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해결책으로 개헌을 제시했다. 진단과 처방이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아마 대통령권력의 분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특정 당내 권력 구조가 개헌과 무슨 상관인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승차권 발매는 금방 배울 수 있지만, 정치는 국가통치는 단기 학습이 어려운 분야다. 이걸 누구 보다 그가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정치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뿐이다. 대통령 자리를 위해 4개월만 참고 지내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왜 그는 낯선 곳에 가서 그 시민을 대변하겠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는가?

오락가락 정치

반기문은 평생 권력자로부터 자리를 추구해왔다. 그건 자신만의 가치나 원칙을 갖고 있다면 결코 할 수 없고,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차관, 다시 외교안보수석, 장관, 유엔사무총장의 엄청난 관운을 자랑했던 그가 이제 대통령직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경력을 한 단계씩 쌓아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목표일뿐이다. 그래서 그에겐 왜가 아닌 자리가 우선이다.

그가 짧은 기간에 오락가락한 것도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을 찾느라 그런 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있다면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노선이 뭐냐고 묻자 그새 그는 진보에서 보수를 왔다 갔다 했고, 여당도 하고 야당도 할 사람인 것처럼 처신했다.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새누리당 의원과 만나서 도움을 청했다.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했다가 대선 전 개헌해야 한다고 바꿨다. 그는 의견이 없는 사람 같다.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사무총장 때는 환영해놓고 이제와서는 환영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래서 합의를 부정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성소수자는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해놓고는 그렇다고 지지한다는 건 아니라고도 했다. 그의 말은 이렇게 듣거나 말거나다.

이쯤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누구인가? 시간이 갈수록 그가 누구인지 분명히 드러나는 게 아니라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런 사람인가 하면 저런 사람 같고 저런 사람인가 하면 이런 사람 같아 보인다.

박근혜를 떨치지 못하는 반기문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었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맴 돌았다. 그가 박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베이징의 망루에 함께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새마을 운동의 확산에도 앞장섰다. 뉴욕 맨해튼까지 새마을 운동이 번지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던 그다. 그러다 박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을 받으니 거리를 두는 듯 하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다시 박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탄핵에) 잘 대처하기 바란다”는 말을 했다. 박대통령 탄핵에 관한 의견을 요청받았을 때는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시민을 대변할 뜻이 없어 보인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이준헌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이준헌 기자

■ 반기문, 그건 아니다

정치는 쇼핑이 아니다- 쇼핑 목록에 오른 정당과 노선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이다. 경쟁하는 주체도 정당이고 경쟁의 결과 집권하는 것도 정당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정당 속에서 성장하고 그 정당의 노선 및 정책을 대변하며 그런 것들과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지도자는 곧 정당의 지도자이도 하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정치 지도자가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예측하고, 시민들도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정당정치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정당에 관한 그의 생각은 종잡을 수 없다. 처음엔 정당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더니 돈이 없어 정당에 가입해야겠다며 정당을 무슨 돈 지갑인양 여겼다. 그는 정당에 가입할지 독자적으로 할지 정해진 바도 없다고 한다. 그러더니 다시 “원칙적으로 말하면 당이 문제가 아니라…”며 당은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당의 정체성을 드디어 제시했는데 이렇다.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민족의 대통합을 통해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 국격을 높이겠다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어떤 정치결사체든지 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대체 그는 어떤 당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모든 정당이 정의, 공정, 통합을 추구한다고 하지 불의, 불공정, 분열을 추구한다고 할까? 이게 기준이라면 현재 원내 진출한 5개 정당이 모두 해당된다. 그는 정당이 뭔지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쨌든 정치를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은 반기문은 지금 정당 가운데 어느 것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다. 원내 진출 정당은 5개가 있다. 그가 민주당, 정의당으로 가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가운데 골라야 한다. 물론 세 당과 민주당내 일부세력을 포함해 하나로 묶는 제3지대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있으므로 선택지는 최대 네 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당의 색깔차이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당간 경계는 있고 경계가 있으니 어느 수준이든 차이가 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차이로도 경쟁하고 선택받아온 것이 한국 정치였다. 아무리 작은 차이라도 어느 정당 소속인가에 따라 정체성이 다르고 지지세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반기문에게는 이런 경계조차 없다. 쇼핑센터에서라면 물건 살 돈만 있으면 아무거나 골라 살 수 있다.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들면 나중에 환불할 수도 있다. 이처럼 그는 여러 정당과 세력이 자기 앞에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진열 상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실 어느 측면에서 반기문과 관계 맺기를 바라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펼치는 요즘 풍경은 쇼핑센터와 다를 바 없다. 반기문 역시 20%라는 정치자본으로 아무 거나 골라잡을 수 있을 것처럼 이쪽저쪽 가리지 않고 진열대 앞에서 이 것 저것 집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나가는 쇼핑객들은 주변에 늘어서서 그가 무엇을 고를지 지켜보고 있다. 이게 요즘 그가 하는 정치하는 방식이다.

반기문도 모르는 반기문

정당 선택 뿐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도 마음대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가, 진보적 보수라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게 아니라고 했는지 바구니에 담았던 그것을 다시 꺼내놓고는 역시 보수라며 딴 것을 집었다. 그게 최종 선택일지는 지켜보는 사람은 물론 자신도 모를 것이다.

반기문의 거꾸로 정치

정치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책을 실현할 정당이 있어야 한다. 정당이 있어야 당의 정책을 실현할 후보도 낼 수 있다. 그런데 반기문 정치에서는 이 모든 것이 거꾸로다. 먼저 출마하기로 한다. 왜 출마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 그 다음 어느 당으로 나오면 좋을지 이리 저리 찔러 본다. 아마도 그가 당을 선택하고 나서야 당이 만들어준 정책을 내세우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이면 선거는 평가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아니라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으로 대체된다.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선택 가능한 것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 때도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정치에서 선거는 정당이 각자 공직후보를 내고 상호 경쟁하는 게 아니라 후보 따로, 정당 따로 가다가 일정 시점에 적당히 끼워 맞추는 레고블록 쌓기가 되기 쉽다. 짝을 바꾸면 전혀 다른 모형이 만들어지며 다 맞추었다 해도 다시 조금만 바꿔도 전혀 새로운 모습이 되기 때문에 고정된 형태가 없다. 그래서 최종 작품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그가 집권한다 해도 뭘 할지 모르는 상태는 그 자신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그저 행운을 바란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나쁜 놈들, 좋은 놈들

반기문은 위안부 합의에 관한 입장이 변하지 않았느냐고 집요하게 묻는 기자들에게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사실 기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나쁜 놈들임에 틀림없다. 기자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누군가의 의혹과 비리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일이다. 미담 기사를 쓰지 않는 한 취재 대상에게 좋은 놈인 경우가 드물다. 기자들 뿐 아니다. 정치 자체가 나쁜 놈들이 하는 일이다. 정치인들을 서로 경쟁하고 그 때문에 정치생명을 걸고 싸우기도 한다. 정당간에는 물론 당내에서도 치열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실 그러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치어리더들에 둘러 싸여 정치할 생각이었다면 정치 그만 둬야 한다. 그 곳은 좋은 놈들이 별로 없는 동네기 때문이다.

■ 반기문이 어지럽히는 한국 정치

대선이 반기문 일자리 찾기인가?

반기문은 곧 대선을 치르게 될 텐데도 정치하려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왜 정치하는지, 왜 선거에서 참여하는지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오직 대통령 자리 하나 바라보고 출마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그렇다면 그에게 대선은 일자리 찾는 과정에 불과하다.

반기문의 실패가 위험하다

반기문의 실패는 반기문 개인의 실패를 넘는 문제다. 반기문은 자기 실패가 확인될 때 까지 여러 정당과 정치인, 대선 주자들이 탈당하고 정당을 깨고 합치며 이합집산하는 정치적 퇴행을 할 것이다. 한 때 멀쩡했던 정치 지도자들이 그를 따르거나 그와 손을 잡거나 그와 도모를 하려다 낭패를 보면서 신뢰를 잃어 갈 것이다. 특히 갈데없는 대선 주자들, 거처할 마땅한 곳이 없고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정치인들이 개헌을 내세우며 하나의 정당을 만들거나, 연대하자는 정치공학이 난무할 것이다. 그가 실패할 때까지의 과정은 한국 정치가 망가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반기문의 성공도 위험하다

만일 반기문이 대선에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고 해보자.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재인에 맞서는 반문 연대를 구축해 선전했다고 해보자. 앞으로 너도 나도 그의 성공 모델을 따라할 것이다. 우선 정당 규율이 무너질 것이다. 당내 지위가 불리하면 탈당해 이리저리 떠돌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은 선거 때 잠시 빌려다 쓰는 도구로 전락해 아무도 정당을 건강하게 키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치는 정당을 강화하고 당원 및 시민과 소통하며 정책을 만들고 정당간 경쟁하고 갈등하며 조정하는 일을 포기한 채 정치 밖 인기인을 찾아 떠도는 부초와 같은 정치판으로 변질될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를 모으고 시민의 욕구를 파악하고 시민을 대표할 지도자를 육성하는 과정을 포기할 것이다. 국가를 경영할 능력을 연마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밖에서 홀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다 유명세를 얻으면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할 것이다. 다른 직업적 경력을 통해 명성을 얻고 그걸 바로 통치권을 차지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여길 것이다. 정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 열정을 위해 모인 결사체가 아니라, 이미 개인적으로 이룬 성취를 더욱 빛내는 발판으로 이용될 것이다. 그리고 정당은 파괴될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 설날이 끝나면 반기문이 해야 할 것

반기문이 귀국 후 부지런히 돌아다닌 덕에 정치활동 며칠 되지도 않은 지금 그의 실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 할 말도 다 했다. 어디에서 연설하든 다 그 말이 그 말이다. 더 할 것도 없고, 더 기대할 것도 없다. 그가 뭔가 더 한다고 해본들 요 며칠간 하던 것들의 반복이 될 것이다. 그는 무엇이 되려는지, 그가 무얼 하려는지 알 수 없다. 시민들만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그를 선택할 수 있겠으며, 그를 따를 수 있겠는가?

미국 칼럼니스트 톰 플레이트가 2013년 반기문과 대담을 하고 쓴 책 ‘반기문과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플레이트가 묻는다.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나면 반기문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니다. 반기문은 이제 쉴 거다’라고요.” 반기문의 답변이다. “맞습니다! 저를 아시네요!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저는 저의 자질을 잘 압니다. 저는 타고난 외교관입니다. 정치요? 국내 정치에 전념할 분들은 저 말고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정계은퇴를 심각히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대근 논설위원

이대근 논설위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1281015001&code=910100#csidx580f9c12eda2686a3cfdbaed4501712

화, 2017/01/3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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